인기 영어강사 이지영은 분명히 잘못했고 그만큼 代價(대가)를 치르고 있다. 하지만 강사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이지영은 절대 가짜가 아니었다고 믿는다. 학원가에서는 강사들을 흔히 「보통 강사」, 「뜨는 강사」, 「일류 강사」, 「톱 강사」, 「억대 강사」, 「스타 강사」 등으로 분류한다. 그 이상의 위치에 있는 강사를 나는 「大강사」라고 부른다. 이지영씨는 바로 그 「大강사」에 속하는 인물이다.
이지영씨는 1996년부터 4년간 종로이익훈어학원에서 강의했다. 그녀는 10년 전만 해도 無名(무명)강사였다. 高卒(고졸) 학력에 불과한 그녀가 어떻게 영어에 능통한 인기강사가 되었을까?
지난 7월18일 수요일 오전, 손진석 朝鮮日報 기자가 내게 전화를 했다.
손진석 기자는 『이익훈어학원 출신 유명 영어강사이면서, 현재는 KBS 「굿모닝팝스」의 최고 진행자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이지영씨가 사실은 高卒이면서 해외대학 학·석사 학력을 도용해 쓰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에 대해 확인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황당했다. 나는 『확인은커녕 소문도 못 들었다』고 대답했다. 「이지영씨에게 학위위조 의혹이 있다」는 말은 그에게서 처음 듣는 말이었다.
하지만 왠지 느낌이 이상했다.
이지영의 고백
이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미 기자에게서 전화를 많이 받은 듯했다. 목소리에는 불안감이 흘렀다.
그녀는 내게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어보았다. 뭔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 나는 말했다.
『나라면 이실직고한다. 이 세상에 비밀은 없다. 언젠가 밝혀질 것이라면 매를 빨리 맞아라. 뭐든 해명하고 이해를 구할 게 있으면 솔직히 이야기해라. 그래야 후환이 없다. 결정권은 네게 있다』
30분 뒤 그녀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그날 오후 4시30분에 기자를 다시 만나기로 했단다. 나는 『정말 잘했다. 나중에 결과를 알려 달라』고 했다.
오후 7시쯤, 휴대폰이 울렸다. 그녀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장장 한 시간 반 동안 사실대로 모든 이야기를 했는데, 내일자 신문에 나온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했다.
이지영은 여걸답지 않게 「공포심」이란 단어를 자주 썼고, 『죽고 싶다』는 얘기까지 했다. 「내가 그의 처지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니 충분히 이해가 됐다. 다행히 남편은 이해해 주었다고 한다.
그날 통화에서 나는 그녀의 아들이 벌써 두 살배기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애 아빠도 이같은 사실을 처음 들은 듯, 나와의 통화에서 『이해한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나는 그녀의 남편에게 『이해해 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내가 이지영의 남편을 본 것은 결혼식장에서 딱 한 번이었다. 이지영에게는 아버지가 없었기 때문에 내가 신랑에게 신부를 인도하는 아버지 역할을 했다.
손진석 기자는 확인과 위로를 겸해 나에게 다시 한 번 전화를 걸어왔다. 나는 『최악의 경우 기사화하더라도 몇 가지 사안에 있어서는 기자로서 관용을 베풀어 달라』고 부탁했다. 비록 「허위 학력」에 대한 부분은 어떤 변명도 용납될 수 없지만, 그 뒤처리 부분, 즉 발뺌하지 않고 즉각 진실을 고백한 용기는 인정받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마감시간 직전인 자정을 앞두고 기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지금껏 호강은커녕 외길 고생만 죽도록 하다가 이지영은 이렇게 끝나나요? 자식 같은 녀석을 위해 생전 처음 기도합니다. 이익훈 드림」
그리고 나는 잠자리에 들었다.
〈KBS 「굿모닝 팝스」 스타강사 이지영씨 『해외 학·석사 학위 거짓』… 사실상 高卒〉
이튿날 朝鮮日報 2면 톱에 오른 기사 제목이었다. 기자는 약간의 동정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설정은 해주었지만, 학력위조라는 사실 부분은 가감없이 보도했다.
이른바 「신정아 사건」의 여파 때문이었을까. 이지영 강사의 이름은 며칠 동안 인터넷 검색어 순위 1위를 달리기도 했고, 기사에 인용된 「이익훈어학원」과 나의 짤막한 인터뷰 내용 때문에 나 역시 그 후로 신문·TV·라디오 등 수십 개 매체와 비슷한 내용에 관해 다시 인터뷰를 거듭했다. 이로 인해 목소리까지 쉬었다.
그런데도 방송, 특히 TV의 경우 그 특성상 인터뷰한 내용을 거두절미하고 『나도 거짓인 줄 몰랐다』고 말한 대목만 부각된 결과, 이지영에 대한 세상의 「뭇매」에 나도 한 주먹을 더 보태는 걸로 오해한 사람들도 있었다.
세상은 무서웠다. 언론보도 이후 단 하루 만에 KBS 「굿모닝팝스」 진행자가, 당연하지만 전격적으로, 이근철로 교체되었다. 이지영은 손기자와 만났을 때 이미 『KBS 진행을 그만둔다』고 말했었다. 나는 그들 부부에게 『냉정을 찾을 시간이 필요할 테니, 어떤 언론 인터뷰에도 응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이지영 부부는 그 와중에 『이익훈어학원에 累(누)가 될까 봐 걱정』이라고 염려해 주었다.
학원이 학력 眞僞 확인 불가능
학원이든 대학이든 이력서는 본인이 알아서 필요한 구비서류를 제출한다. 만약 지원자 쪽에서 부정직한 의도를 가지고 학위를 부풀리려고 한다면 별도의 철저한 검증체계가 없는 한 막을 길이 없어 그대로 당하기 쉽다.
해당자가 외국대학의 학위증명서나 졸업장 사본을 제출할 때, 해당 학위 발부처로 크로스체크를 하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 대학은 물론 교육부조차 학위 발부처에 대한 크로스체크는 손도 못 대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물며 일반 사설 학원가에서 크로스체크라는 것은 상상조차 불가하다.
나의 경우 외국인 강사든 내국인 강사든, 졸업장 原本(원본)을 해당 교육구청에 확인차 보여 준 후, 寫本(사본) 1부는 교육구청에, 나머지 1부는 학원에 비치하고, 원본은 본인에게 돌려 주고 있다.
그러나 그 졸업장의 진위는 해당 학교에 문의하지 않는 한 확인할 길이 없다.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다.
이번 가짜 소동으로 학원강사들이 떨고 있다. 서울 강남교육청에서는 교육청 관할 2529개 학원(지난 6월30일 현재) 소속 강사 1만4475명의 학력 관련 자료 일체를 압수해 놓고 수사 중에 있다.
송파서는 강남·강동교육청에서 제출한 학원강사 3200명의 학위를 전국 111개 대학에 의뢰해 실제 졸업 여부를 파악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동작서는 고시전문학원이 몰려 있는 노량진 학원가 강사 7000~8000명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수사결과가 발표되면 드러나겠지만 가짜 강사가 단 한 명도 없는 학원은 찾기 힘들 것이다. 다만 가짜 「數(수)」가 얼마나 되느냐가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영어교재 예문을 모두 외워
이지영은 어떻게 실력 있는 大강사가 되었을까?
한때 그녀는 만나는 것은 고사하고, 어쩌다 한 번 통화하기도 힘들 정도로 바빴다. 그녀와 통화하기 위해서는 대여섯 번 시도해 보거나, 문자메시지를 발송하거나, 아니면 이메일을 미리 보내야만 했다.
그럴 법도 했다. 책 쓰기, 교재 만들기, 녹음 일정, 그리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
그뿐이 아니었다. 홀어머니 병간호나 입원 수발, 동생 뒷바라지 등 모든 일을 도맡아 하는 일복을 타고난 여자였다. 집에 빚이 있다는 이야기도 이번에 처음 들었다.
그럴 만하다고 본다. 혹자는 『KBS GMP 교재판매 수입이 많지 않느냐』고 하는데, 오히려 자기 주머니에서 메우느라 정신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전국적인 공중파 진행자라는 화려한 겉보기와는 달리 실제로는 허덕이는 생활을 해온 것이다.
2000년, 이지영이 『학원강사 생활을 접고 KBS 진행을 하고 싶다』고 찾아왔을 때, 나는 『돈 몇 푼 못 버는 공중파보다는 경제적 여유가 보장되는 현재의 스타 강사를 계속하라』고 권했다. 하지만 굶어도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는 데에는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지영은 7년간 KBS에서 명성을 얻고 성공을 이뤘지만 경제적으로는 파탄 직전이었다. 이지영에게 그 누구도 흉내 내기 힘든 것이 있다면, 본인 속은 골병 들어도 결코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항상 까르르 웃는 裏面(이면)의 뱃심이다. 이지영의 강의를 들어보면 그녀가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보인다.
이지영이 1996년 종로이익훈어학원에 오기 전에는 서울 강동·송파구 일대 중·고생 대상 영어학원에서 이름이 알려졌다고 한다. 「성문종합영어」, 「맨투맨 영어」 등 당시의 유명 학원교재들의 예문을 몽땅 외우고, 거기에 영국 유학생활에서 자신이 경험한 듣기나 말하기 노하우를 접목했다고 한다. 해외파 강사는 한국 紙筆(지필)고사에 대응해 가르치는 게 약하고, 국내파 강사는 듣기·말하기 분야에 약한 것이 일반적인데, 그는 두 가지 측면 모두 강했다.
열정과 실력
![]() |
| 강의하고 있는 이익훈 원장. |
어느 날 종로분원에 걸물강사가 한 명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유심히 살펴봤다. 얼마 안 가서 강의실은 만원, 시간대와 상관없이 등록마감, 그녀는 「마감강사」로 이름을 날렸다.
유학파 출신답게 스피킹이나 리스닝 실력이 상당한 듯했다. 문법·독해 강의도 인기가 높았다. 겸손한 자세와 광적인 강의 스타일도 눈에 띄었다. 그녀는 「R」 발음을 「L」과 구별하기 위해 『river 를 「리버」가 아니고 「뤼버」로 읽으면 된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수강생들로부터 「쉽게 잘 가르친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뿐만 아니다. 수강생을 모으는 효자가 바로 다양한 「무료 공개특강」이다. 설날맞이, 추석맞이, 8·15 광복절맞이, 3·1절 독립운동맞이 무료특강. 강의시간은 3시간이 아닌 6시간, 8시간, 길 때는 12시간까지 마라톤 특강이 전개된다.
국경일이나 공휴일에 누가 청강할까 싶지만 천만에. 오히려 더 미어터졌다. 학생들에게 편한 시간인 오전 10시보다는 오히려 오전 7시에 몰려오기도 했다. 이유는 강사가 어떤 마인드로 학생들을 휘어잡느냐에 달려 있다.
강사가 『저는 여러분들을 위한 영어 승부사입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저의 무료특강을 놓치면 치명적인 손실과 불이익을 받도록 철저하게 강의를 준비할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참석하면 저는 승자이고, 아니면 저는 패자입니다. 후회 없는 판단을 하십시오』라고 결연히 말하면 새벽 5시에 시작해도 줄을 서게 된다.
공휴일 일정에 따라 개인 일정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특강 일정에 따라 공휴일 및 개인 일정을 세우게 하는 것이 「大강사」의 파워이다. 단, 한 번 참석이 「바글바글」로 이뤄져야 하고, 한 번뿐이 아닌 몇 번이고 그 「바글바글」을 유지해야만 大강사 대열에 들게 된다.
공휴일 무료특강뿐만이 아니다. 「보강」이란 것이 있다. 오전 새벽강의가 낮 12시쯤 끝나고 오후 강의가 6시에 시작하면 강사들이 재충전하는 그 사이 시간에 2~3시간을 무료로 보강해 준다.
귀찮기도 하겠지만, 우선 체력이 딸려서 아무나 못 덤비는데 이지영만큼은 쉴 틈이 없이 강행해 왔다.
70%의 再등록률 자랑
강의뿐만 아니다. 이지영은 무료자료를 만드는 데 열심이었다. 무료자료는 밤새껏 녹음 복사한 카세트테이프와 프린트물 등 다양하다. 강의가 모두 끝나면 AFKN 방송 뉴스나 코미디를 비디오로 녹화하고, 그것을 음성 카세트로 전환시키고, 대본을 만들고, 블랭크 문제를 만들고, 프린트물로 만든다.
이튿날 따끈따끈한 전날 자료로 신바람 나게 가르치고, 그 자료를 일주일치, 혹은 한 달치를 모아 놓으면 멋진 책이 되는 것이다. 그 같은 귀중한 자료를 무료로 주는 것이다. 책이건 테이프건 닥치는 대로 주고 또 주고….
때때로 아이스크림을 대량으로 나눠준다. 종강 때는 장소를 대여해 쫑파티도 열어 준다. 어느 강사도 감히 시도 못 하는 것이 있다면 수강생들에게 쓰는 편지이다.
요즈음은 문자메시지나 단체 이메일 한 방이면 끝나지만 10년 전에는 어림없었다. 결석생·지각생들에게는 우선순위로 편지를 쓴다. 편지를 씀으로써 개인적 친화, 이름, 특징을 기억한다. 이 「편지쓰기」는 이지영 특허품에 속한다.
이 정도면 私생활은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그 와중에 모친 수발을 했다는 것에 입이 벌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수강생들은 이지영에게 「감동」을 받게 마련이었다. 他학원·他강사·他과목을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된다. 이 정도 되면 그녀가 한 마디 하면 뭐든지 누구든지 따라오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폭군」·「교주」가 될 수 있지만, 그녀는 시종일관 겸손했다.
「강사능력 평가치」가 있다면 再등록률일 것이다. 10%면 경고감이고, 보통은 20~30%이고, 괜찮은 강사는 40% 정도이다. 50%만 되어도 A급이고, 60%면 아주 보기 드믄 A+급이다. 70%는 神技(신기)에 가까운 수치이다. 그것이 바로 이지영 강사의 수치이다.
AFKN 녹화에서 대본 만들기, 프린트 만들기, 녹음 카세트테이프 복사하기, 나눠 주기 등을 혼자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無보수 자원조교들이 많이 도와준다. 같이 밤새우고, 같이 밥 먹고, 같이 생활할 정도로 밀접해 있다. 스타강사들에게는 으레 열정적인 추종자들이 따르게 마련이다.
이지영은 이들을 일사불란하게 운영했다. 새벽에 10여 명의 조교들을 동원해 서울시내 대학 도서관에 전단지를 뿌리는 것은 흉내내기 어려운 일이다. 당시에는 「부모 말은 안 들어도 선생님 말은 듣는」 그런 충성파 조교들이 있었다.
강사로 성공하려면 열정과 사명감만 갖고 있으면 된다. 「열정」은 많은 일류 강사들이 갖고 있지만, 오래 못 가는 이유는 「사명감」이 시들기 때문이다.
열정은 일시적이지만 사명감은 영원하다. 이지영은 타고난 열정에 사명감까지 갖고 있으니까 「大강사」가 된 것이다.
더 중요한 성공요소는 「겸손」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나는 늘 강사들에게 「단체 조언」 혹은 「직격탄 조언」을 하게 된다. 그때마다 받아들이는 100여 명 강사들의 반응은 천편일률적 혹은 제각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지영만큼은 달랐다. 아무리 비판해도, 눈물이 날 정도로, 아니 자존심이 상할 정도로 면박을 주어도 군소리 없이 잘못을 인정하고 내가 얘기한 것을 그대로 시정하며 강의준비에 적용하는 모습을 볼 때, 그를 아끼지 않을 수 없었다.
학벌이 아니라 실력이 평가 되길
학원 입장에선 어차피 학벌은 기본 사항일 뿐이지, 실제적으로 강의를 잘하고, 얼마나 많은 학생들을 끌어 모으고, 또 그 학생들에게 성취감과 만족감을 주어 궁극적으로 학원의 브랜드 가치를 얼마나 높여 주느냐가 관심사이다.
아무리 초일류대학 박사학위를 받아도 강의력이 떨어질 때는 설 땅을 잃게 된다. 실력이 없으면 한 달 만에 즉각 퇴출된다. 본인보다 학생들이 받아 주지 않는다.
그러나 학벌은 시원치 않더라도 강의력이 우수할 때는 「스타강사」가 되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학벌」이란 법으로 정한 강사의 기본적인 학력 자격요건이 되는 경우이다.
자격미달 학력이라도 실력과 강의력이 뛰어난 이지영 같은 경우는 안타깝기 짝이 없다. 그런 人材(인재)들이 학위 없이도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와 사회적 여건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