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세금 지원 안 받는 학교는 간섭 않는다」
한국에서 私學法(사학법) 개정 이슈가 등장한 이후 한국의 많은 知人(지인)들이 내 의견을 물어 왔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미국 私學재단의 역할, 미국 정부의 교육정책이 한국과 너무도 다르기에 내 경험을 토대로 개정 私學法에 대해 어떤 얘기도 할 수 없었다.
내가 보기에 한국 정부의 주장이나 私學의 주장 모두 합리성과 모순을 동시에 안고 있다.
참교육이 실종되고, 학생들을 상대로 일방적인 이념교육이 이뤄지고, 매년 수만 명의 조기 유학생들이 조국을 떠난다. 이런 한국 교육의 現 주소에 대해 책임지려는 정부 인사, 교육·정치계 인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교육부는 「우리 말을 안 들으면, 私學 비리를 소탕하겠다」고 私學을 협박한다.
마찬가지로 私學 사람들은 자신들이 지금까지 저질러 온 숱한 원죄에 대해 침묵하면서, 정부의 책임만을 묻는다. 하지만 나는 문제해결의 열쇠를 정부가 쥐고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한국에서는 정부가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원천 봉쇄한다. 학생들은 공립학교를 다니든지, 사립학교를 다니든지 교육 내용에 별 다른 차이가 없다. 필자 역시 고교평준화 정책 아래 「뺑뺑이」(추첨)로 사립高에 배정돼 3년간 다녔다. 이 사립高는 평준화 이후 신생 명문高로 거듭났다.
내 母校(모교)가 신흥 명문高가 된 과정을 생각하면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학생들은 학교 도서관의 차가운 시멘트 바닥 혹은 열람실 책상 위에서 밤을 지내며 「합숙」을 했다. 오전 7시에서 밤 11시까지 입시 공부만을 강조하는 「스파르타式 입시교육」이 이 학교를 신흥 명문高로 만든 것이다.
미국 私學의 발전 원인은 自律![]() |
| 크라이스트 처치 스쿨의 학생들. |
私學 운영에 관한 미국 정부의 정책은 간단한다. 「정부의 돈을 받지 않는 교육기관에 대해서는 간섭하지 않는다」 따라서 정부는 私學 운영에 대해 어떤 감독권도 없다.
미국의 私學이 발전해 온 이유는 역설적으로 私學에 주인이 없기 때문이다.
학교 이사장과 이사들은 「내 학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私學을 「국가와 공동체의 소유」라고 생각하고, 私學을 돕는 것을 공동체에 대한 기여로 여긴다.
투명한 회계보고![]() |
| 美 전역에서 이사회 참석을 위해 날아온「크라이스트 처치 스쿨」이사들. 왼쪽에서 세 번째가 바이어 교장. |
일년에 두 번은 학교에서 이사회를 개최하고, 나머지 두 번은 美 동부의 휴양지나 골프장에서 이사회를 연다. 이사들이 학교가 있는 버지니아州뿐만 아니라 뉴욕·시카고·샌프란시스코·휴스턴·워싱턴 등지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月刊朝鮮 2005년 10월호를 통해 독자들에게 소개했듯이, 나는 이 학교와 아무런 인연이 없다. 이 학교의 기금 운용과 기금 모금에 대해 상담해 주다가 2005년 가을 이 학교의 이사로 위촉됐다.
지난해 9월부터 학교 측은 내게 새해 예산과 새로운 사업 계획들이 포함된 자료를 보내기 시작했다. 자료들의 양이 만만치 않았다. 9월10일 재정담당 실장이 보내는 회계 보고서가 이메일을 통해 제일 먼저 도착했다.
2004년 1월1일에서 8월 말까지의 수입과 지출 587개의 항목에 대한 회계 보고였다.
「학생 일인당 학비가 일년에 3만8000달러이고, 기숙하지 않는 학생 2명이 추가 입학했다」는 등의 구체적인 설명들이 담겨 있었다.
교장실의 지출 항목 가운데는 우편료가 전년에 비해 2000달러 정도 늘어났다. 「진학실에서 학부모에게 보내던 학교 소식지 발송이 교장실 업무로 바뀌면서 교장실 지출이 늘었다」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이사회 3週(주) 전에 일찌감치 재정 보고서를 보내,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주고 있는 것이다. 크라이스트 처치 스쿨의 바이어 교장은 이사들에게 철저하게 재정보고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투명한 회계보고를 해야 이사들이 우리 학교에 대한 관심과 긍지를 갖고 학교를 운영할 수 있다. 회계 보고서를 보고 학교 운영의 미세한 부분까지 알아야, 이사들이 기금 모금에 적극 나서 줄 것이 아닌가』
美 전역에서 날아온 16명의 이사들![]() |
| 지난 가을 이사회에서「3000만 달러 기금 모금」을 결정한 후 학교발전 청사진을 든 바이어 교장과 크레인 이사장. |
내가 뉴욕 플러싱 YMCA의 이사장으로 일할 때보다 더욱 백인 중심의 이사회다.
나를 제외한 모든 이사들과 학교 경영자들이 「WASP(화이트·앵글로-색슨· 프로테스탄트)」 또는 아이리시系 백인들이다. 「한국인을 이사로 영입하는 데 상당한 고민을 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방장과 식당에서 일하는 보조 주방 직원들은 체격이 크고, 얼굴이 부드럽고 온화하게 생긴 흑인들이었다. 이들은 먼 곳에서 온 이사들을 친절하게 맞이해 주었다. 이분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흑인 하인이 존재했던 미국 남부의 집안 행사에 참여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교장은 주방장을 내 곁으로 불러 『우리 학교를 위해서 학생들을 위해서, 지난 35년간 맛있고 영양가 높은 사랑의 음식들을 만들어 낸 우리 학교의 보물』이라고 소개했다.
교장과 학업지도 교감·학생지도 교감·입학실장·「학교 발전 및 기금 개발실」 실장과 개발실 직원들이 이사들의 가슴에 이름표를 달아 주고, 1박2일의 회의 일정이 담긴 서류철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점심식사가 마련된 식당에는 닭 가슴살 요리, 쇠고기 안심 구이, 연어 구이와 가리비 링귀니, 유기농 야채 샐러드와 닭 수프 그리고 갓 구워 낸 10가지 잡곡 빵이 준비돼 있었다.
나는 2명의 신임이사를 포함한 모든 이사들에게 인사를 했다. 직접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나를 포함한 3명의 신임이사는 3년 임기를 두 번 할 수 있다. 6년을 하고 나면 이사직을 더 이상 할 수 없다. 이사회에서 개인의 영향력 행사를 억제하고, 학교 발전에 공헌할 수 있는 새로운 이사들을 초청하기 위해 이런 정관을 마련했다.
첫 번째 3년 임기를 마치는 이사들은 3년 재임 기간의 기부금 납부 액수, 기부금 모금 금액, 이사회와 자신이 속한 위원회 참석률, 기여도 등을 종합평가해 연임이 결정된다. 80% 정도의 이사들이 이 심사를 성공적으로 통과한다.
신임이사인 로버트는 텍사스에서 건축자재 판매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해병대 장교 출신으로 한국을 몇 번이나 방문한 경험이 있는 그는 크라이스트 처치 스쿨의 졸업생이다.
신임이사 메리는 이 학교 졸업생의 어머니다. 부동산 개발업을 남편과 함께 경영하며 학교에서 한 시간 떨어진 위치에 있는 리치몬드 교외에 살고 있다.
私學 운영에 참여하는 이사들의 辯점심식사를 하는 동안 전면 벽에 설치된 대형 벽면 TV에서 지난 3개월 동안 있었던 학교 행사, 스포츠 게임, 음악회와 연극 활동들을 맛깔나게 편집해 보여 주었다. 이사들의 얼굴에는 자신이 봉사하고 있는 학교와 학생들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내 앞자리에서 식사를 한 제프는 시카고에 있는 회계자문회사의 수석 파트너이며, 이 학교 졸업생의 학부모이다. 그는 코네티컷에 위치한 사립 기숙 고등학교 졸업생이다. 아들을 이 학교에 보낸 인연으로 이사직을 맡았다.
그는 이번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시카고에서 목요일 저녁 비행기로 워싱턴으로 날아왔고, 회의 하루 전에 학교 근처 호텔에 숙소를 잡았다. 이사회에 한번 참석하기 위해 2박3일의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다. 그는 네 번의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여행경비로만 한 해에 8000달러를 써야 한다.
제프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감수하면서 이렇게 멀리 있는 학교의 이사직을 수행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우리 아들 존의 성장을 도운 학교의 발전을 돕는 것은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크라이스트 처치 스쿨의 이사로 일하는 것은 훌륭한 사회봉사활동이다. 이 학교가 바르게 성장하는 것은 미국의 국가발전과 합치된다.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데 큰 긍지를 느낀다』
「아들이 이미 졸업했지만 그 학교를 위해서 공헌하겠다」는 마음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기금관리 때문에 몇 년째 만나고 있는 한 미국 사립 고등학교의 경영자는 내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한국 학생들의 부모들이 열성적으로 학교를 찾고, 선생님들에게 인사를 하지만, 자녀가 학교를 졸업한 후에 학교를 위해 기부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의 학부모들이 자기 이익에만 얽매여 넓게 보지 못하는 것 아닌가?』
나는 깜짝 놀라, 그에게 이런 변명을 했다. 내 설명이 통했는지는 자신이 없다.
『한국에서는 공립학교나 사립학교나 별로 다를 바가 없다. 한국 교육현장에서 학부모가 학교를 위해 할 수 있는 공헌이란 게, 선생님들에게 개인적으로 식사를 대접하거나, 자녀에게 편리함을 줄 수 있는 학교 기자재 기증에 국한되고 있다. 그래서 한국의 학부모들은 학교에 기부한다는 게 무척 낯선 일이다』
이 학교 이사회에는 3개의 상설 위원회가 있다. 「재정 및 부동산 위원회」, 「교육 및 학생생활 위원회」, 「마케팅 및 기금 개발 위원회」다. 나는 「한국에 미국식 기숙학교를 성공적으로 이식시킬 수는 없을까」 하는 관심에서 「교육 및 학생생활 위원회」를 선택했다.
학교 측은 전직 YMCA 이사장이자 기금 운영·개발 전문가인 내게 「마케팅 및 기금 개발 위원회」의 특별위원을 맡아 줄 것을 요청했다. 물론 그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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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라이스트 처치고등학교의 육상부원들. |
학교일 시시콜콜 이사회에 보고점심식사 후, 오후 2시30분부터 열린 「교육 및 학생생활 위원회」에는 6명의 이사와 교무 副교감, 학생생활 副교감, 학교 직원들이 참석했다.
가장 중요한 안건은 세 가지였다.
1) 「명예로운 리더십 프로그램」의 운영, 2) 교과 과정 개편과 새로운 교사 채용, 3) 해양과 해양 동물에 관련한 교과목 개발이었다.
「명예로운 리더십 프로그램」은 일년 반 전부터 운영되어 오고 있다.
기숙 사립학교들은 학생들이 교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을 때 처벌이 매우 엄격하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실수를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예를 들어 「기숙사나 교내에서 흡연을 하면 즉시 퇴학」이라는 규정이 있고, 2년 전에 흡연을 한 학생 3명이 퇴학을 당했다.
이 일로 학교는 학생 자신들이 어떤 행동을 하든지 그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명예로운 시민이 되도록 하고, 행동하기 전에 자신이 하려는 행동이 명예로운 일인가 하는 것을 판단하도록 만드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날 보고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이 시작된 후 정학이나 퇴학의 징계를 받은 학생이 지난 일년 반 동안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이사들은 축하와 격려의 말들을 했다. 위원장인 밥은 『이 프로그램의 운영 때문에 교사들이 일주일에 몇 시간 일을 더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했고, 학생생활 副교감인 스티브는 『어차피 기숙학생들은 기숙사의 담당 사감교사들이 관리하기에 시간적인 소모는 없다. 다만 집에서 통학하는 학생들을 관리하는 교사들이 일주일에 두 시간 정도 과외의 시간을 사용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교과 과정 개편과 새로운 교사 채용」에 대해 교무 副교감인 잭이 발표했다.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요구하는 물리와 화학 과목의 「어드밴스 프로그램」 (대학 학습 과정 수준의 수업) 과정이 실험 등에 대한 요구가 너무 지나쳐서 고등학교들이 사립학교 연합회를 통해서, 새로운 기준을 철폐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새로운 수학 교수 방법을 이용하기 위해 이 분야에 경력이 많은 수학 교사 한 명을 더 채용했다. 교사의 이력서를 제출하니 검토해 달라』
커리큘럼까지 이사회가 결정
평교사 채용은 각 학과의 교사들이 심사를 한 뒤, 교무 副교감과 교장이 승인하고, 이사회에 보고만 하면 된다. 副교감급 이상은 이사회에서 인터뷰를 하고, 이사회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이날 회의에서는 부적절한 私생활이 논란이 되고 있는 女교사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도 논의됐다. 결론은 「본인이 명예롭게 물러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었다.
이사들은 「영어 과목에서 어떤 책들을 필수 도서로 채택하고 있는가」, 「유럽 역사 과목에서 선택한 필수 도서들의 내용은 아이들에게 적정한가」, 「노트북 컴퓨터를 사용한 수업은 어떤 장단점들이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졌다. 발표를 맡은 잭과 학과장급 교사들이 구체적이고 명확한 답변을 들려 주었다.
「해양 및 해양동물에 대한 교과목 개발」에 대해 교무 副교감이 보고했다.
「학교 앞으로 흐르는 강을 이용해 해양학을 학교의 특징적인 프로그램으로 개발하자」는 의견이 지난 이사회에서 제기됐다고 한다. 「기금 개발 위원회」에서는 기금 모금 작업을 검토하고 있고, 교무위원회에서는 학과목 신설에 대한 연구와 기획을 해오고 있었다.
학교 측은 『우수한 해양학과를 가진 대학교들을 방문해, 그 커리큘럼들을 전수하고, 또 그 대학교들과 협력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보고했다.
이사들은 「어떤 대학교들이 우수한 해양학과를 가지고 있는지」, 「해양에 관한 교과목들을 신설할 때 현재 실시하고 있는 과목들과 어떤 연계성을 가지는지」, 「몇 명 정도의 교사들을 선발할지」 등에 대한 질문들을 했다. 이사들은 『학교 발전을 위해 다른 기숙 사립高와 교과목에 있어서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며 조속한 시행을 이사회에 건의했다.
오후 5시부터 열린 「마케팅 및 기금 개발 위원회」에도 참석했다.
분위기가 진지했다. 「학교시설 개선과 새로운 학과목 신설 등을 위하여 3000만 달러(한화 300억원)의 기금 개발이 필요한데, 현재의 기금 개발 건과 3000만 달러 특별 건축 기금 개발을 어떻게 병행하는가」가 주제였다.
「마케팅 및 기금 개발 위원회」 위원장인 마이크는 IT 분야에서 일하다가 은퇴했다. 이 학교 학생의 학부모다. 큰돈을 벌고 은퇴한 사업가답게 노련했다. 나를 불러 세우고는 『학교의 발전을 위해 뉴욕의 명망가를 영입했다. 당신을 보니 3000만 달러 모금이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며 내게 열심히 뛰어 달라는 「압박」을 가했다.
저녁에는 와인을 곁들인 만찬 리셉션이 있었다. 일년에 네 번 만나는 이사들이 서로의 친목을 도모하는 기회다. 교장 사택에서 뷔페 스타일로 마련된 만찬에서 제일 인기가 있었던 것은 학교 근처에서 잡은 게요리와 게살로 만든 케이크였다.
뉴욕 해양大 총장이 이사장주말의 회의라서 간편한 캐주얼 복장으로 참석하려다가 혹시 몰라서 넥타이를 맨 콤비 복장으로 참석했는데,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정장 양복에 넥타이 또는 나비 넥타이를 매고 참석했다. 사립학교 재단이사들이 품격을 갖추고 회의에 임하고 있음을 느꼈다.
저녁식사에는 학교의 모든 부서장 교사 및 직원들이 참석해, 이사들에게 인사를 했다.
뉴욕에서 부인과 함께 참석한 크레인 이사장은 이 학교의 졸업생이다. 해군 제독 출신답게 단정하고 늠름한 자세로 이 방 저 방을 돌며 대화를 나누었다.
뉴욕 해양大 총장으로 있는 크레인 이사장은 『봄이 되면 허드슨 강이 내려다보이는 캠퍼스 안의 관사에서 저녁을 대접하겠다』고 말했다.
『텍사스에서 저녁만 먹으러 뉴욕으로 갈 수는 없으니, 아예 봄 이사회를 뉴욕에서 하자』 라고 신임이사인 로버트가 제안하자 모두가 큰 웃음을 터트렸다.
버지니아 성공회교구가 설립한 학교이기에 이사회는 교구 소속 성공회 신부의 개회 기도로 시작됐다. 크레인 이사장은 카랑카랑한 음성으로 인사말을 했다.
『학교는 계속 발전하고 있지만, 또 감당해야 할 도전들은 많다. 우리 학교의 재산은 이렇게 적극적으로 공헌하는 능력이 있는 재단이사들이다. 당신들의 열정이 꺼지지 않는 한 우리 학교는 계속 발전할 것이며, 미국과 세계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젊은 지도자들은 계속 배출될 것이다』
해군 제독 출신다운 엄숙한 인사말에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이사회, 「꼭 붙잡아야 할 교사 명단 제출하라」![]() |
| 졸업생들과 악수를 나누는 교장과 이사장. |
전교생이 버지니아의 환경보호 훈련소에 입소해서 2박3일간 지내면서 지구 환경 문제에 공부하고 환경보호 활동을 한다고 한다.
학생들은 사흘간 샤워도 하지 못하고 얼굴과 손만 씻으며 생활한다. 음식은 직접 요리하며 남기는 음식 쓰레기가 없도록 해야 하고, 설거지도 세제를 사용하지 않고 헝겊에 물을 묻혀 그릇을 닦아 내 물을 낭비하지 않는 방법을 직접 실천한다.
교장이 『학생들과 함께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2박3일간 샤워를 못 했다』고 하자, 이사들은 뜨거운 박수로 격려했다.
뒤이어 2006년과 2007년의 학교 등록금 인상·회계 감사 결과 승인·학교 시설관리에 대한 보고 등이 이어졌다. 3000만 달러 기금 조성에 대한 토의를 끝으로 이사회가 끝났다.
곧이어 학교를 대표하는 교장과 모든 이사들이 참석하는 비공개 회의가 열렸다. 교장이 이사회 안건에는 기록되지 않은 사항들을 이사들에게 보고하고, 이사회가 교장에게 요구할 사항을 전달하는 자리였다.
이사들은 『다른 사립학교의 스카우트 대상이 되는, 그래서 인센티브를 주어서 붙들어 두어야 할 교사 명단을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교장은 『우리 학교에도 다른 학교에서 스카우트해 온 몇 명의 간부교사들이 있고, 이들이 커리큘럼 향상에 큰 도움을 주었다』며 『곧 명단을 제출하겠다』고 했다.
이사들은 『미혼 교사들이 학교 행사나 공연 때 결혼하지 않은 이성 파트너를 데리고 오지 않도록 해달라』고 교장에게 요구했다. 몇몇 학부모들이 이사회에 제기한 문제였다. 이사회는 『이런 통제를 할 경우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지 파악하고, 가능하다면 교사들에게 설득력 있게 새로운 규칙을 도입하자』고 결론을 냈다.
이사회는 교장의 노력과 친화력 넘치는 지도력에 경의를 표하고, 1박2일의 이사회를 마쳤다.
교육이 내일의 지도자들을 양산할 수 있으려면, 교육의 質과 교육 환경이 우수해야 한다. 그 뒤에는 사회의 적극적인 후원이 있어야 한다. 사회 각 부문에서 성공한, 평균 연령이 50代 중반쯤 되는 이 학교의 이사들은 자신들의 사회생활을 통해서 얻은 지혜를 이 학교 발전을 위해 되돌리고 있다.
미국 私學의 활력과 성취1박2일의 이사회를 마치고 뉴욕으로 돌아오면서, 한국의 교육을 생각하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정부의 간섭과 규제 없이 미국 私學들은 미국과 세계의 리더들을 만들어 내기 위해 창조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데, 한국의 私學들은 정부의 규제와 간섭 그리고 지원 속에서 시들어 가고 있다. 지금 한국의 私學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私學이 아니다.
『우리 학교는 개성과 가치를 지닌 교육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고자 합니다.이럴 때 훌륭한 이사들이 열정적으로 학교를 돕게 되고, 훌륭한 학교가 만들어집니다. 이런 학교에서 훌륭한 리더들이 배출됩니다. 이사 여러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이사회에서 마지막 인사말을 했던 바이어 교장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