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발표) 이틀 전 통보를 받은 뒤 많은 고민을 했지만 장관직을 맡은 이상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7·11 개각 때 국방장관에 발탁된 李俊(이준·62) 신임 국방장관은 새 정권 출범까지 불과 7개월 정도 남았고, 西海교전 결과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해진 상황이어서 장관직 수락을 망설였다고 한다.
마무리 구원투수로 마운드에 올라선 李장관은 그 동안 개각 때마다 빠지지 않고 국방장관 후보로 거명돼 왔다. 온화하고 합리적인 성품에 별다른 하자가 없는데다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 몇 안 되는 예비역 고위장성 중 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충북 제천 출신인 李장관은 淸州(청주)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959년 육사 19기로 입학했다. 졸업할 때 육사 생도들이 가장 영예스럽게 여기는 대표 화랑이었다. 수석 졸업은 4년 간 성적이 가장 우수한 사람에게 주어지지만, 대표 화랑은 성적 외에 리더십 등 모든 면을 종합 평가해서 가장 뛰어난 사람에게 수여된다.
육사 졸업 후 서울大 심리학과에서 위탁교육을 받고 육사에서 심리학 교관으로 일했다.
승승장구할 모든 여건을 갖췄지만 1990년대 초반까지 그의 軍 생활은 그다지 순탄치 않았다. 非하나회원인데다 姜昌成(강창성) 前 보안사령관의 비서실장을 지낸 경력 때문에 5共 출범 이후 하나회원들의 견제를 받았다. 그후 주로 강원도 오지에서 근무했다. 사단장직도 동해안 가까운 강원도 최전방지역인 21사단장을 맡았다. 그를 가까이서 지켜본 장교들은 『李장관의 자기 절제가 이 기간에 키워졌다』고 한다.
사단장을 마친 뒤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 국방부 사업조정관, 국방 조달본부장 등 야전·정책 코스와는 거리가 있는 기획관리·군수 분야를 주로 거쳤으나 1993년 金泳三 정부 출범 후 각광을 받게 된다. 군단장 경력이 없는데도 극히 이례적으로 1軍 사령관(대장)에 임명됐다. 이때 그는 합리적인 부대 지휘로 부하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공·사석에서 부하들에게 존댓말을 하고 항상 차분한 어조로 얘기했다고 한다.
1993년 12월 터진 조달본부 포탄 사기 사건은 한때 그를 위기로 몰아 넣었다. 조달본부장 취임 직후 이 사건을 보고받았으나 은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가택 압수수색 영장까지 발부됐다.
서울에 있는 그의 집에서 수사관에게 통장을 넘겨준 것이 전부였으나, 자택과 공관에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벌어진 것처럼 언론이 보도해 『야전군 사령관이 그런 수모를 당하고도 가만히 있느냐』는 현역 및 예비역 군인들의 항의에 시달렸다. 수사 결과 그는 포탄사기 사건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의혹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1軍 사령관 시절 부하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한 가지 逸話(일화)가 있다 .
1995년 1월 1군수지원 사령부에서 연두 업무보고를 받을 때 軍 조직 속성상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이 부대 전산실장(소령)이 사령부 역점사업이었던 「군수자원관리 전산화」 사업이 일선 지휘관 및 참모들의 무관심으로 진척이 늦다며 15분 동안이나 신랄하게 비판을 한 것이다.
위험 수위를 넘은 그의 발언이 계속되자 많은 장성들의 낯빛이 하얗게 변했고, 李俊 사령관의 눈치를 보느라 바빴다. 李사령관은 보고가 끝나자 차분한 어조로 『당신이 5년 전 이런 말을 했으면 온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행히 지금의 軍은 당신의 비판을 수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됐다. 앞으로 5년 뒤엔 당신 같은 사람이 환영받을 것이다』고 격려했다고 한다.
1軍 사령관을 마친 뒤 한국통신공사 사장에 「낙하산 사장」으로 취임했으나, 파업 중인 노조 측과 1박2일 간 담판, 분규를 마무리하는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 주었다. 1998년 現 정부 출범 후 첫 국방개혁위원장을 맡아 1·3軍 사령부 통합 등 「혁명적인」 국방개혁을 추진했으나 軍 안팎의 반발 등으로 유야무야되자 千容宅(천용택) 당시 장관에게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교회 장로인 그는 국방부 영내에 있는 국군중앙교회에서 매일 아침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운동은 테니스가 수준급. 朴庸玉 前 국방차관과는 매부·처남 사이다. 부인 박용숙(56)씨와 2남1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