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健 實 스포츠조선 기획위원
1946년 부산 출생. 고려대 불문과 졸업. 조선일보 체육부 차장. 스포츠조선 체육부장·부국장 역임. 스포츠조선에 「SC골프칼럼」 280회 연재.
새벽 5시에 출발하는 셔틀 버스 1946년 부산 출생. 고려대 불문과 졸업. 조선일보 체육부 차장. 스포츠조선 체육부장·부국장 역임. 스포츠조선에 「SC골프칼럼」 280회 연재.
새벽 4시 반. 서울 양재동 「시민의 숲」 주차장에는 주말마다 서른 명 남짓한 골퍼들이 모여든다.
충북 청원의 T골프장으로 가는 전용버스가 그곳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늦여름의 뒤끝이라 공기가 꽤 차지만 이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다.
먼저 온 사람들은 히터가 켜진 버스 안에서 모자란 새벽잠을 채우려고 눈을 붙이고 있고 어두컴컴한 주차장에는 주말 골퍼들이 몸통과 팔을 휘둘러가며 스윙 동작을 해댄다. 오늘의 「한판 승부」에 기대 부푼 몸놀림들이다.
오전 5시. 쉰 살의 버스기사 안씨가 운전석에 앉으며 실내등을 끈다. 조수석 앞자리의 디지털 벽시계가 정확히 「05 : 01」을 가리키자 버스는 주차장을 벗어난다.
『아직 두 사람이 안 왔는데…』
『3분만 기다렸다가 출발합시다!』
여기저기 볼멘 소리가 나오긴 하지만 운전사 안씨는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버스시간도 안 지키는 분들이 티업 시간은 지키겠느냐…」는 투다.
1분 후, 버스는 경부고속도로 양재 인터체인지로 들어선다. 잠시 시끌벅적했던 버스 안은 이내 조용해지며 여기저기 코고는 소리로 메워진다. 골프장까지 최소한 한 시간 이상은 걸리니까.
지방 골프장이 서울의 손님들을 유치하기 위해 마련한 이 셔틀버스 운행은 수도권 週末 골퍼들에게 큰 인기다. 승용차는 주차장에 맡겨 놓고 셔틀버스로 골프장을 다녀오게 되니 갈 때는 새벽잠을 보충할 수 있고 귀로에 핸들을 잡을 일도 없으니 음주단속 걱정도 없는지라 맘놓고 「라운딩 후의 한잔」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18홀의 뒤풀이」는 週末 골퍼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잘 맞은 사람은 기분 좋아서 한잔, 스코어가 엉망인 사람은 열 받아서 한잔,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은 분위기에 휩쓸려 한잔을 한다.
이 분야에서 도통한 골퍼는 존 델리(35)다. 주야장천 술독에 빠졌다가 알코올 중독으로 마누라를 세 번이나 바꿔야 했던 그는 올해 들면서 改過遷善(개과천선), 지난 9월 초 독일 뮌헨골프장(파 72)에서 벌어졌던 유럽 골프투어 BMW 인터내셔널대회에서 再起(재기)에 성공했다.
한 개의 홀인원에다 나흘 간 무려 27언더파(63-64-68-66)를 치며 6년 만에 대망의 우승컵을 안았던 것이다.
사실 골프와 술은 不可分의 관계다. 라운딩 후의 맥주 한잔은 오뉴월 땡볕 속의 냉수 한잔과 비길 바가 아니다. 여기에 술친구들까지 완비돼 있으니 분위기도 더할 나위 없다.
어떤 이들은 18홀의 라운딩을 마친 뒤 욕실의 뜨거운 탕 속에 몸을 담그고 나와서도 잠시 후의 「딱 한잔」을 위해 탈의실에 있는 냉수를 마시지 않는다.
그러나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한잔을 하더라도 자신의 건강에 맞도록 마시라는 것이다. 요즘은 젊은 층에도 흔히 볼 수 있는 痛風(통풍)의 병력 소유자라면 가급적 맥주는 삼가는 것이 좋다. 한두 컵 정도라면 문제없겠지만 과음은 절대금물이다.
東京女子醫科大 이노우에(井上和彦) 교수는 「골프 100까지」라는 그의 저서에서 『통풍환자에게 맥주는 再發(재발) 촉진제인 만큼 삼가라』고 충고하고 있다.
엄지발가락 쪽의 관절이 부어오르면서 엄청난 통증을 몰고 오는 이 병은 체내의 血中尿酸値(혈중요산치) 증가로 발병하는데 맥주에는 요산을 생성시키는 「퓨린體」가 다량 함유돼 있기 때문에 과음하면 그만큼 재발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특히 골퍼가 평소에는 자주 사용하지 않던 관절이나 근육을 이용하기 때문에 그만큼 체내의 요산증가를 촉진시키는 운동인데다 무더운 날씨에 많은 땀까지 흘리면서 수분공급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몸 속의 尿酸値 증가는 최고조일 수밖에 없고 그런 상태에서 맥주를 마신다면 이는 통풍을 자초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이노우에 교수는 『분위기상 꼭 마셔야 한다면 퓨린體가 적은 소주나 위스키가 오히려 부담이 없으며 이때는 電解質(전해질)이 충분한 스포츠 음료수와 함께 마실 것』을 권한다. 안주도 마찬가지다. 脂肪肝(지방간) 환자라면 술을 삼가는 것이 좋지만 안주를 먹을 때 가급적 糖分이 많은 과일은 피하는 것이 좋단다.
흔히들 과일을 야채와 혼동하는 경향이 있는데 야채에는 비타민C 등 식물섬유가 함유돼 있지만 과일은 필요 이상의 果糖이 함유돼 있어 「알코올과 당분」을 삼가야 하는 지방간 환자에게는 과일보다는 야채를 택하라고 충고한다.
이노우에 교수는 糖尿病(당뇨병) 환자에게도 어쩌다 한 달에 한두 번 라운드를 나와 하루 1만5000步 이상을 걷는 것보다는 2∼3일에 한 번씩이라도 집 근처의 연습장에 나가 한 시간 정도 스윙운동을 하는 것이 혈당치를 떨어뜨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충고한다.
주말 라운딩에서 스쳐갈 수 없는 대목이 내기골프다. 첫 홀 티잉그라운드에 오르면 누군가가 꼭 한 마디씩은 한다.
『그냥 갈 순 없잖아』
샐러리맨들이 주로 즐기는 메뉴는 「스킨스」와 「라스베이거스」다.
라운드를 나서기 전 각자의 핸디캡을 감안해 일정금액을 갹출, 18홀의 상금을 만든 뒤 매홀 성적에 따라 1위가 독식하는 「스킨스」는 돈을 선납한 탓에 나중에야 잃든 따든 가슴앓이가 덜하기에 직장인들이 즐겨 한다.
앞선 홀의 성적에 따라 1-4위와 2-3위가 편을 짜서 붙는 「라스베이거스」는 技三運七(기삼운칠)이라며 초보자들이 좋아한다. 그러나 이 모두는 실력자들의 「눈 가리고 아옹」이다.
아무리 운좋은 초보자라도 로(low) 핸디캐퍼가 돈을 딸 확률은 없기 때문.
바둑에서 18급을 두는 하수가 열여덟 판을 계속 둔다고 해서 단 한 판이라도 초단을 이길 수 있겠는가.
그런데 문제는 「스트로크」 게임이다. 매홀 타수로 따져 베팅하는 이 게임은 한 사람이 OB를 내거나 큰 실수를 하면 「알거지」가 되는 수도 있다. 상대 세 명에게 진 타수만큼 돈을 혼자서 모두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아무리 친한 동료 사이라도 언성이 올라갈 수밖에.
분위기를 부추기려던 것이 모처럼의 라운딩을 망치게 한 셈이다. 한국 골프장 사업협회 김교창 법률고문은 저서 「골프의 법률상식」(1999. 청림출판)에서 골프 도박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골프를 더욱 즐기기 위하여 작은 내기를 하는 것은 도박이 아니다. 형법 246조 단서에도 일시 오락의 정도에 불과한 것은 도박이 아니라고 규정되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일시 오락」은 내기를 한 사람들의 인간관계, 직업, 재산 정도, 금액의 많고 적음, 돈의 용도 등을 참작하여 결정할 일이라는 얘기다.
「108」 번뇌
골프에서 「108」이라는 숫자는 의미심장하다. 우선 홀컵의 직경이 108㎜다. 정확히 4.24인치(107.796㎜)지만 사사오입하면 그렇게 된다. 또 비기너(beginner·초보자)들의 골프장 출입 허용타수도 108이다. 이 숫자는 매홀 더블보기 했을 때의 打手인데 국내의 일부 골프장에선 경기진행상 이유를 들어 「108타가 넘는 비기너는 입장을 스스로 삼가달라」는 게시문을 붙여놓고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百八煩惱도 그래서 골프와 緣을 떼지 못하는가 보다. 108 염주를 매일 굴리면 핸디캡이 내려갈까?
사실 골프를 처음 배우는 사람은 엄청난 고생을 감내한다. 제 딴에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결과는 영 아니다. 옆에선 『힘 빼―』, 『또 헤드업…』하며 잔소리를 해댄다.
매일 채널 44 TV(골프 전용방송 채널)를 보며 짬이 날 때마다 골프 기술 책을 뒤적이지만 몸이 따라가 주지 않는다.
사실 골프가 어려운 이유는 다른 스포츠는 사용하는 채가 하나여서 길이가 일정하고 손에 익히기 쉽지만 골프는 제각기 길이와 무게가 다른 14개의 채를 동시에 모두 익숙하게 다룰 줄 알아야 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