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검찰청 鄭善太 마약과장

『중국 범죄자들 기술·원료·자본 두루 갖춰 값싼 필로폰 대량 생산』

  • : 이홍  h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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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東北亞의 재앙·北韓-中國産 필로폰

●국내 마약 중독자 10만명 추정, 피검거자
1만명 돌파, 압수량은 두 배로 증가
●야바 등 악성 신종 마약이 크게 확산될 듯
●「북한産 필로폰 추정」 단계… 日本은 단정
끊임없이 계속되는 마약과의 전쟁
 
  아무리 단속해도 사라지지 않는 게 마약범죄다. 세계 각국은 밤낮없이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으나 마약사범은 오히려 늘기만 할 뿐이다. 물론 수사기법이 향상돼 마약범죄자를 잡는 확률이 높아지기는 했다. 하지만 마약사용자가 그보다 더 큰 폭으로 늘어나 「마약과의 전쟁」은 그 끝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왜 마약범죄가 확산되는가. 이는 간단한 경제논리로 해석할 수 있다. 절박하게 마약을 찾는 수요가 常存(상존)해 있고 매 단계 건널 때마다 10배 이상 이익이 남는 공급측면의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마약 수요란 시대 상황과 관련이 있다. 20세기 들어 세계 각국은 경제성장을 거듭하며 富(부)를 축적했다. 이 과정은 경제적 풍요를 가져다줬지만 아울러 소외라는 새로운 문제도 낳았다. 현대의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서 나오는 피로감, 스트레스, 긴장 등은 좌절하는 人間群(인간군)을 양산했다. 결국 이들 중 일부는 도피처로 마약을 선택하게 된다. 마약은 그 害毒(해독)을 논하기 전에 심리적 이완이나 정신집중에 탁월한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정신적 空洞(공동)현상과 비싼 마약을 살 수 있는 경제력. 이것이 마약 확산의 토양이다. 특히 선진국은 이런 현상이 심하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따르게 마련. 현재 세계 마약시장의 주류를 이루는 헤로인과 코카인의 원료는 모두 경제적 약소국에서 생산된다. 헤로인 원료인 양귀비는 미얀마-라오스-태국-중국이 인접한 소위 「황금의 삼각지대」와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이란 등 「황금의 초승달지대」에서 주로 생산된다.
 
  코카인의 원료인 코카잎은 콜롬비아, 페루, 볼리비아 등 남미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나온다. 현지 농민들에겐 이들 작물이 마약으로 둔갑해 사람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관념이 있을 수 없다. 농민들은 그냥 생존하기 위해 양귀비나 코카잎을 재배할 뿐이다. 또 원료공급-마약제조-도매-산매 등의 과정을 거칠 때마다 10배 이상 이익을 남길 수 있는 만큼 범죄조직이 이를 놓칠 리 없다.
 
  마약의 최대 소비지인 미국이나 유럽 등이 이를 차단하려 해도 생존을 위해 현지의 농민들이 버티고 범죄조직이 이들을 교묘히 조종하는 한 마약공급을 봉쇄할 수 없다.
 
  소위 「南北(남북)문제」로 불리는 선진국과 후진국 간의 경제격차가 마약문제를 부추기고 이에 대한 해결 없이 마약문제를 풀어갈 수 없다는 양면성이 상황을 더 어렵게 한다. 어떻게 보면 마약문제는 「세계적인 富의 재편」이라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공급 조직 궤멸, 수요자는 크게 늘어
 
  한국의 상황도 세계적 조류와 무관치 않다. 춥고 배고프던 시절, 한국은 필로폰(의학명 메스암페타민·일명 히로뽕)의 수출국이었다. 1960년대에서 1970년대까지 한국은 일본 필로폰 수요의 절반 이상을 대왔다.
 
  國富가 축적되고 경제적 과실을 향유하기 시작한 1980년대부터 한국의 공급비중은 점차 떨어졌다. 일본 경시청 자료에 따르면 1990년 이후 현재까지 한국産 필로폰이 적발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이는 1980년대 말 盧泰愚(노태우) 정권 시절 추진한 「범죄와의 전쟁」 이후 필로폰 제조자들이 대부분 감방에 가거나 해외로 도주하면서 나온 상황이다.
 
  국내 공급조직의 궤멸이 곧 마약 문제의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富의 축적을 통한 有閑(유한)계층의 증가, 생존경쟁의 가열화, 해외와의 잦은 접촉 등은 마약에 대한 벽을 쉽게 무너뜨리며 한국은 졸지에 마약 소비국으로 전환됐다.
 
  마약사범 숫자는 공식집계가 시작된 1970년 979명을 시작으로 1985년까지 연간 1000명 선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1986년 2016명을 기록, 처음으로 2000명선을 넘어서더니 이후 폭발적인 증가추세로 전환됐다. 결국 1999년(1만589명)과 2000년(1만304명)에는 만명대를 넘어섰다.
 
  단속 실적의 10배 정도를 실질 수요인구로 추정하기 때문에 한국에도 이미 10만명 이상의 마약 중독자들이 있는 셈이다. 공급은 근절된 반면 수요는 급증하는 현상. 한국은 이제 선진국과 똑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한국 마약문제의 현주소를 알기 위해 국내 실무 총책임자인 대검찰청 鄭善太(정선태) 마약과장을 만나봤다.
 
  ―마약문제가 점차 주요 이슈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최근 마약 단속 실적 추세는 어떻습니까.
 
  『2000년에 적발된 마약 사범은 총 1만304명으로 1999년보다 숫자상으론 약간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압수된 물량은 18만1700g으로 전년보다 131%나 증가했습니다』
 
  ―단속 사범은 줄었는데 물량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뭡니까.
 
  『중국으로부터의 유입이 늘어난 탓이지요. 중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필로폰 공급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젠 중국을 제쳐놓고 마약 문제를 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야바 등 악성 마약 속속 개발
 
  ―국내 마약문제의 전반적인 추세는 어떻습니까.
 
  『1980년대까지 한국은 필로폰의 수출국이란 오명을 남겨왔는데 일본 공안당국의 감시가 강화되면서 수출길이 막히자 마약밀조자들은 국내로 눈을 돌리게 됐어요. 예전에는 부산을 중심으로 한 윤락가 등 극히 일부 지역과 계층에만 필로폰이 사용됐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필로폰의 사용 지역과 대상이 확산되며 우리나라도 본격적으로 마약에 노출됐습니다. 1989년 2월 대검 마약과가 창설되며 마약 단속의 강도를 높이면서 국내 필로폰 공급 조직이 타격을 입게 돼 결국 1996,7년을 전후해 거의 박멸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이때부터 마약은 全量 수입에 의존하는 단계에 들어간거지요』
 
  ―국내에서 마약이 계속 확산되고 있는 이유는 뭡니까.
 
  『그건 세계적인 추세예요. 세상살이가 옛날보다 더 힘들어지고 스트레스는 쌓이고 현대인들은 심신이 지친 상태죠. 최근에는 국제교류가 빈번해지면서 마약의 반출입이 쉬워졌어요. 한껏 힘을 써봐야 단속은 마약 반입량의 10% 수준을 넘기 힘듭니다. 예전에는 마약 거래가 은밀했지만 요즘은 테크노바 같은 公共(공공)장소에서 공공연히 이뤄지니 확산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필로폰이 집중적으로 거론됐지만 최근에는 마약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인데.
 
  『국내서 사용한 마약의 대부분은 필로폰과 대마초입니다. 지난해에 압수한 마약류 중 필로폰은 35㎏, 대마초는 44㎏ 정도로 이 두 품목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했어요. 반면 코카인은 1.85㎏, 헤로인은 0.33㎏, 생아편은 3.36㎏ 정도를 기록했을 뿐입니다. 대마초의 효능과 가격이 필로폰에 훨씬 못 미치기 때문에 결국 국내 마약문제는 필로폰으로 귀착됩니다. 그러나 2000년부터 국내 마약계 판도가 급속히 변하기 시작했어요.
 
  소위 ATS(암페타민형 각성제)계열인 야바, 엑스터시, LSD 등이 갑자기 나타나 폭발적으로 확산된 겁니다. 종전의 마약은 대부분 주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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