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상품의 경우처럼 최고경영자의 이름도 브랜드化가 되어 CEO의 이름이
알려지면 그 기업의 가치도 올라가는 추세다. 이름 있는 CEO는 그렇지 않은
CEO보다 더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도 많다. 이름난 CEO들은
경력 축적→업적 달성→브랜드 획득→브랜드 관리의
네 단계를 거쳐 자신만의 가치를 높여간다
연봉 18억원을 받는 휠라코리아 尹潤洙(윤윤수) 사장. 모든 월급쟁이들이 선망하는 대상이다.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용기를 심어주기도 한다. 알려지면 그 기업의 가치도 올라가는 추세다. 이름 있는 CEO는 그렇지 않은
CEO보다 더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도 많다. 이름난 CEO들은
경력 축적→업적 달성→브랜드 획득→브랜드 관리의
네 단계를 거쳐 자신만의 가치를 높여간다
「내가 18억원을 받는 이유」라는 尹潤洙 사장의 책을 사기 위해 책방에 발을 들여놓은 많은 사람이 이런 환상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실 오너도 아닌 봉급사장이 이렇게 엄청난 돈을 받는 현상은 외국에선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도 특히 外資(외자)계 기업들이 한국에 상륙하면서 가시화되기 시작됐다.
사장뿐만이 아니다. 한국기업에서도 능력급이나 사내벤처 등의 제도를 적용하면서 한 간부나 일개 직원이 중소기업 사장 못지않은 수입을 올리는 것은 다반사가 되어 버렸다. 일본의 대표기업 소니를 복잡계 경영으로 다시 한번 혁신시킨 이데이 사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1995년에 취임한 뒤 3년 만에 매출을 두 배의 수준으로 끌어올렸는데도 불구하고, 소니그룹 내에서 이데이 사장보다 연봉을 많이 받는 사원이 1백 명을 넘는다.
연봉을 많이 받으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이들의 이름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게 되는 이러한 현상은, 한마디로 조직보다 개인이 더 유명해지는 「개인 이름의 브랜드화」라고 할 수 있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金正泰(김정태)라고 하기보다는 주택은행장 金正泰라고 하고, 尹潤洙(윤윤수)보다는 휠라코리아 尹潤洙라고 해야 사람들이 이해를 한다.
기업이름은 몰라도 CEO 이름은 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기업은 몰라도 사장의 이름은 기억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잭 웰치, 마이클 암스트롱, 조지 피셔 같은 사장들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지금은 유명도가 떨어졌지만 한때 미국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었던 아이아코카는 우리나라의 일반인들에게도 친숙한 이름으로 남아 있다. 이들 중 누가 크라이슬러 사장인지, GE의 사장인지, AT&T의 사장인지 분간할 수 있는 사람은 일반인 중에서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특히 조지 피셔처럼 모토로라에서 코닥으로 이 회사 저 회사를 해결사처럼 옮겨 다니는 직업사장은 현주소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단지 그 사람의 이름만이 남을 뿐이다.
사실 개인 이름이 브랜드화되는 것은 정치에서나 있었지, 기업경영에서는 새로운 현상이다. 그 전에 유명했던 미국의 카네기나 록펠러, 한국의 李秉喆(이병철) 鄭周永(정주영), 일본의 이부카 같은 경영인은 전문 경영인이 아닌 오너 경영인들이다. 이들이 유명한 것은 어느 시대나 그랬듯이 재산이 많은 부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尹潤洙, 잭 웰치, 조지 피셔 같은 사장은 기업의 오너가 아니면서 단지 월급쟁이 사장으로 유명해진 사람들이다. 이들을 흔히 CEO(chief executive officer)라고 부른다.
이 CEO들의 이름이 브랜드화된 것은 그들이 받는 엄청난 연봉이 신문에 기사화되면서부터다. 하지만, 연봉만으로 이들이 유명해지는 것은 아니다. 웬만한 기업의 창업주와 같은 고민과 노력을 하지 않고선 이런 유명세를 탈 수가 없다. 오너 사장은 없는 데서 새로운 것을 창조한 것이고 CEO들은 이미 존재하는 회사를 가지고 경영만 하는 것이 아니냐하며 극구 오너 사장의 노고를 대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브랜드화된 CEO들은 쓰러져가는 기업에 들어가 극적으로 회생을 시키거나 기업의 자산구조를 완전히 뜯어고쳐 새로 출발시키거나, 아니면 기업 내에서 새로운 사업을 창출하는 등의 뛰어난 업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오너 사장의 노고가 자신이 창출한 기업의 형태로 나타난다면, CEO들의 노고는 그들의 재임기간에 회사의 실적과 주가로 나타난다. GE의 잭 웰치나 IBM의 거스너 같은 CEO는 재임기간에 회사의 주가를 업종 평균보다 두 배 이상으로 높여놓았다. 휠라코리아의 尹潤洙 사장은 당시 의류 브랜드였던 휠라를 신발에 도입하여 「휠라운동화」를 창출, 회사 안에서의 새로운 창업을 성공시켰다. 암스트롱은 AT&T에 CEO로 영입되자마자 신용카드 부문을 35억 달러에 처분하고, 당시 모든 통신회사들이 탐내던 텔레포트(Teleport)사를 1백13억 달러에 인수하는 도박을 한다. 지금은 퇴진하였지만 파이퍼는 컴팩社의 CEO로 승진한 다음 33억 달러의 매출을 1백48억 달러로 올려놓았다.
CEO 개인의 이름이 브랜드화되는 것은 높은 연봉을 받게 되면서지만,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은 중소기업의 창업주 못지않은 노력과 창의력이 실적으로 증명된 다음에 가능하다. 다시 말해서 업적이 없이 연봉이나 브랜드만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연봉은 오너 사장처럼 받으면서 하는 일은 종업원처럼 안전한 일만 하는 그런 환상적인 직업과 브랜드 CEO를 연결시킬 수는 없다.
이름 알려진 CEO가 경영을 더 잘하는가?
이렇게 열심히 일하니까 CEO가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CEO가 더 이상 대주주가 아니고 월급사장일 경우는, CEO의 연봉은 곧 회사의 비용이기 때문이다. 여태까지 그렇게 높은 연봉을 주지 않아도 일을 열심히 하는 CEO를 사용할 수 있었는데, 갑자기 CEO의 이름이 유명해지고 브랜드화 되면서 비용이 높아진다면, 회사로선 달가운 일이 아니다.
1998년도에 2.5~5억 달러 수준의 매출액을 올렸던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한국 CEO의 평균연봉이 15만 달러인 반면, 말레이시아가 30만 달러, 일본은 42만 달러, 홍콩은 68만 달러 그리고 미국 CEO의 평균연봉은 1백7만 달러였다. 한국 CEO가 이들 국가의 CEO보다 생산성이 떨어져서 덜 받는 것이라고 말하기엔 너무나도 큰 차이가 난다. 만약 CEO의 브랜드화가 한국에서도 가속화된다면, 한국의 주주들은 CEO들의 연봉을 적어도 지금의 두세 배 이상 올려줘야 할 것이다.
비용뿐만이 아니다. CEO의 브랜드화는 인재 유출의 가능성도 동반한다. 내부에서 열심히 키워서 CEO를 시켜 놓았더니, 유명해지자 돈 많이 준다는 곳으로 떠나간다면, 회사로선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과연 브랜드 CEO를 사용할 때는 얼마나 값을 지불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회사의 입장에서건 주주의 입장에서건 한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CEO의 브랜드화가 경제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느냐는 브랜드가 있는 CEO와 없는 CEO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즉, 역량이 똑같은 CEO가 두 명 있는데, 한 명의 이름은 브랜드화가 되어서 높은 연봉을 받고, 다른 한 명은 아직 브랜드화가 되지 않아 낮은 연봉을 받는 경우이다. 이 두 사람간의 연봉 차이는, 기업의 입장 특히 주주의 입장에서, CEO 브랜드의 「가격」이 된다. 같은 실력이라면 좀더 싼 연봉을 받으면서 일해줄 수 있는 CEO를 택하는 것이 기업에게는 더 이익이다. 그런데도 高(고)연봉의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브랜드 CEO를 영입하는 이유는 그만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CEO 브랜드의 「가치」는 그 CEO가 무명의 CEO에 비해 회사에게 더 벌어줄 수익이 된다. 즉 개인적인 역량은 똑같더라도 이름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CEO가 경영을 더 잘할 수 있고 회사에게 더 많은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면, 이 부분이 바로 CEO 브랜드의 가치란 말이다.
브랜드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수익이 차이가 난다는 것은 일반 상품에서는 익히 공인된 사실이다. 인텔과 사이렉스가 만드는 제품은 품질 면에서 하등 차이가 없지만, 소비자들이 컴퓨터를 살 때 「Intel Inside」라는 마크가 있으면 사고 없으면 잘 안 사니, 인텔 제품이 비싼 값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나이키 운동화가 10만원에 팔린다고 해서 나이키에 OEM(주문자 상표부착 방식)을 했던 한국의 납품업체가 같은 운동화를 10만원에 판다고 하면, 누가 사겠는가.
이러한 브랜드력은 다른 말로 하면 「공신력」이라고 할 수 있다. 브랜드가 있는 상품은 이미 공신력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지만, 무명의 상품은 믿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브랜드가 있고 없음은 가격과 매출수량에서 크게 차이가 생기기 때문에, 그 차이를 현재가치로 평가한 것을 흔히 그 제품의 브랜드 가치라고 한다. 그 가치는 적지 않다. 1997년 마케팅조사로 유명한 인터브랜드(Interbrand)는 코카콜라의 브랜드 가치를 5백억 달러로 보았다.
이름이 알려지면 내부 반발도 적다
이러한 브랜드력은 CEO가 경영을 할 때도 마찬가지 역할을 하게 된다. CEO는 그 회사의 성격과 분위기를 바꾸면서 회사의 대외적인 공신력에 영향을 미친다. CEO가 이미 추진력이 있고 조직을 끌고 나갈 수 있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으면, 영입될 때 이미 임직원들의 자세가 달라지고 전에는 할 수 없었던 개혁이 가능해진다.
마이클 암스트롱은 32년간 IBM에 있으면서 관행으로 굳어져 있던 것을 과감하게 뜯어고쳤다. 이후 휴스 일렉트로닉스의 CEO로 있으면서 전자납품업체로서의 핵심역량에 중점을 두기 위해 방위산업체를 팔아 치우는 과감한 전략을 구사한다.
게다가 휴스에 있으면서 AT&T와 사업상 많은 접촉을 갖게 되고, 그때 그는 거대한 덩치에 점점 관료적으로 변해가는 AT&T의 문제를 이미 알게 된다. 이러한 그의 명성은, AT&T에 CEO로 영입된 다음에 그의 전임자 로버트 앨런이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인원 감축과 사업구조 변경을 과감하게 이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비록 20명의 고위경영진 중 5명만 바꾸는 너그러움을 보였지만, 그 밑으로는 1만5천명의 인원을 감축시킨다. 또한 들어온 지 2개월 만에 1백20억 달러를 투자해서 텔레포트를 인수하고, 5개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5백30억 달러에 상당하는 TCI를 인수한다.
만약 그가 이런 전략에 걸맞은 명성이 없었으면, 이렇게 엄청난 계획을 발표했을 때부터 진행에 이르기까지 이사회와 임원진으로부터 수많은 항의를 받았을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한 개인의 경쟁력은 「개인의 역량 × 개인의 네트워크」로 규정된다. 개인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 그 사람의 브랜드라면, 같은 역량의 CEO라도 브랜드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경쟁력과 회사에게 안겨주는 수익이 큰 차이를 보일 것이 자명하다.
이러한 브랜드 CEO의 경쟁력은 주식시장에서 가장 민감하게 감지된다. AT&T가 마이클 암스트롱을 영입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AT&T의 주가는 5% 이상이 뛰었다. 코닥에서 조지 피셔를 영입할 때도 주가가 5% 가까이 올랐다. 이는 CEO의 브랜드가 일반 투자가들로 하여금 회사의 수익이 앞으로 얼마나 향상될지 쉽게 예측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CEO의 브랜드는 이미 과거의 업적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시장은 새로 영입된 CEO가 앞으로도 계속 좋은 업적을 낼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더구나 이러한 주가의 상승은, 이미 CEO에게 줄 연봉을 비용으로 고려한 후에 남는 수익만을 반영하고 있다. 기업이 높은 가격을 치러서라도 브랜드 CEO를 영입하려는 것은, 주가가 보여주듯이 그만큼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몸값을 올리는가?
CEO의 연봉은 회사의 입장에서는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되지만, CEO의 입장에서는 수입이다. 마찬가지로 브랜드로 인해 더 올라간 CEO의 연봉은 회사로서는 브랜드의 「가격」이 되지만, CEO 개인의 입장에서는 자기 브랜드의 「가치」가 된다. 자신의 실력이 인정받아 브랜드가 생기고 그 가치가 高연봉으로 열매 맺는 것은, 흔히 자리를 옮기면서 가시화되는 경우가 많다.
1992년에 모토로라에서 1백50만 달러의 연봉과 3백75만 달러의 스톡 옵션 등 총 5백25만 달러의 보상을 받았던 조지 피셔는 이듬해 코닥으로 옮기면서 2백만 달러의 연봉과 1백30만 주의 스톡 옵션 그리고 1999년까지 총 7백만 달러의 보너스를 약속 받는다. 1988년에서 1993년까지 모토로라의 CEO로 있으면서 식스 시그마 운동을 통해 모토로라를 회생시킨 것으로 조지 피셔의 이름이 유명해졌기 때문이다.
브랜드 CEO의 연봉이 이렇게 오르는 것은 사실 그들이 기업에게 벌어준 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앞의 표에서 보듯이, 재임기간 동안에 올라간 주가와 비교해서도 그들의 총보상액은 적을 뿐만 아니라 당기이익과 비교했을 때도 1% 미만에 머문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주주들은 고액 보수에 대해 비판하기보다 도리어 CEO의 연봉을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생긴다.
1998년 AT&T는 CEO인 암스트롱에게 고정급 성과급 보너스를 포함해서 6백30만 달러의 보수를 지불하였는데, 기관투자자들은 1999년에는 2배 이상 더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암스트롱이 CEO로 취임한 1997년 10월 이후 AT&T의 주가는 70% 상승해서 AT&T의 시장가치를 5백80억 달러나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암스트롱에게 1천만 달러를 급여로 지불하더라도 5백80억 달러의 0.2%에 불과하다는 계산이다.
미국의 브랜드 CEO들이 어떻게 자신의 몸값을 오르게 했는지 그 과정을 살펴보면, 「경력 축적」, 「업적 달성」, 「브랜드 획득」, 「브랜드 관리」라는 네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에 해당하는 「경력 축적」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과 회사에서의 경험이다. 포브스(Forbes)지가 선정한 미국 1백대 CEO의 학력을 보면 고졸 이하가 5명, 대학졸업이 31명, 그리고 MBA 및 박사를 포함한 대학졸업 이상이 64명으로 가장 많다. 이렇게 학력과 CEO가 깊은 관계를 갖는 이유는, 1백대 기업 중에 창업자가 CEO를 계속하는 경우보다는 내부에서 승진하거나 외부에서 영입한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부자라고 하는 마이크로소프트 사장 빌 게이츠도 대학중퇴인 것을 보면, 학력이 성공 CEO의 전제조건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통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유리한 수단임엔 분명하다. 또한 어느 곳에서 일하든, 그 곳에서의 경험을 미래를 위한 재산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한다. 소니의 이데이 사장은 한직인 홍보부서에 재직할 때 회사의 전반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이 홍보부서에서의 경험은 그가 나중에 14명의 선배를 제치고 소니의 CEO로 발탁됐던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로 손꼽힌다.
두 번째 「업적 달성」 과정에 해당하는 3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까지의 시기가 되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르게 되는데, 이때 회사의 이익에 크게 기여하는 업적을 쌓아야 한다. 대개 오늘날 유명한 CEO들은 그들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업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현재 디즈니의 CEO로 있으면서 1998년에 가장 많은 보상을 받은 CEO로 꼽히는 마이클 아이즈너는, 1966년 3대 방송 네트워크 중 가장 시청률이 낮았던 ABC에 입사해서 10년간 ABC를 업계의 선두로 만든 사람으로 기억된다. 조지 피셔는 벨 연구소에서 모토로라의 생산담당 임원으로 옮겨 식스 시그마 운동을 성공시킨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실적을 바탕으로 능력이 인정됐을 때, 세 번째 과정인 브랜드 획득을 할 수 있다. 이 시기는 대략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에 해당하는데, 이때는 자신의 업적을 지속적으로 쌓는 것 못지않게 자신을 포장해서 남들에게 알리는 마케팅 기술이 필요한 시기이다. 실력이 있어도 매스컴을 타지 못하거나, 업계에서 커넥션이 없어서 발탁이 되지 못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다행히도 CEO 시장의 발달은 이러한 불합리를 줄이는 역할을 해왔다. 주로 헤드헌터들과 이사회 멤버들 사이의 교류를 통해 형성되는 CEO 시장은, 아직 브랜드는 없으나 실적이 뛰어난 사람들을 발견하고 포장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CEO 시장의 발달은, CEO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차별화하고 뚜렷한 이미지를 자신에게 투하함으로써, 시장에서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노력하게 한다. 이때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지속적으로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미국의 우편화물 운송업계의 아버지로 추앙받고 있는 페덱스(Fedex)의 스미스는 자신의 경영철학을 「사람-서비스-이익(P-S-P)」이라고 스스로 정의하고 공식 석상에서 끊임없이 전달함으로써, 모두들 스미스 하면 소비자와 종업원 등 사람을 중시하는 CEO로 기억한다.
그 다음은 퇴임하기 전까지 자신의 브랜드를 관리하는 시기다. 상품의 브랜드처럼, CEO의 브랜드도 자신의 업적에 따라 여건에 따라 쉽게 그 가치가 변하게 된다. 컴팩의 CEO로 승진해서 짧은 기간 안에 매출을 5배에 가깝게 늘리고 6백만 달러의 보상까지 받았던 파이퍼는 1998년 27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자 퇴진하고 만다. 브랜드는 창출시키기도 어렵지만 관리하는 것도 적지 않게 신경을 써야 한다. 중요한 것은 과거의 업적에 안주하거나 또는 과거의 경영방식을 계속 고집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태도를 지향하는 것이다.
CEO의 이름이 브랜드화되려면 우선 탁월한 업적이 있어야 하고, 그 다음으로 높은 보상액이나 특별한 계기를 통해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CEO의 브랜드화와 스톡 옵션은 아주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스톡 옵션은 CEO로 하여금 열심히 일을 하게 하는 모티브를 제공하고, 또한 일한 것에 대해 높은 보상을 받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스톡 옵션이 시작된 한국에서도 점차 CEO의 브랜드화가 보편화될 것이라는 예측을 하게 한다.
한국 CEO의 브랜드화?
한국에서는 스톡 옵션의 폐해에 대해 많은 지적이 있어 왔다. 그러나 제도의 완비와 효율적인 활용이 기업문화에 정착하면서, 스톡 옵션은 탁월한 CEO들의 등장과 브랜드화를 촉진시킬 것이다. 문제는 과연 기업에서 이러한 현상을 받아들일 것이냐는 점이다. 특히 CEO를 키워놓았더니 다른 곳으로 스카우트되는 병폐를 생각하면 기업에서 반길 이유는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러나 스톡 옵션이 하나의 추세로 자리를 잡게 되고, 사람들의 의식도 조직의 소속감보다는 금전적인 보상에 좀더 가치를 두게 된다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으로 스카우트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대신 한국에서도 CEO 시장이 발달되면서 빈 자리를 금방 메울 수 있는 시스템이 정착되면, CEO의 외부유출에 대한 손실과 두려움을 없앨 수 있을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CEO의 브랜드화가 가져오는 폐해만을 걱정하는 것보다는, CEO의 브랜드화가 예고하는 임직원의 의식변화와 조직문화의 변화를 탐지하고 그에 맞는 새로운 관리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더 필요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