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洪信 의원
1947년 충남 공주 출생. 대건고-건국대 대학원 졸업. 경실련 상임집행위원, 민주당 대변인 역임. 소설 「인간시장」 「해방영장」 「대륙풍」 「삼국지」 등.
現代史의 풍운아1947년 충남 공주 출생. 대건고-건국대 대학원 졸업. 경실련 상임집행위원, 민주당 대변인 역임. 소설 「인간시장」 「해방영장」 「대륙풍」 「삼국지」 등.
현대사의 풍운아 金鍾泌(김종필) 총리를 평가하는 것은 이른 감이 없지 않다. 인간 金鍾泌과 정치가 金鍾泌은 확연하게 다르기 때문이며 가까이 접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의 깊은 심중을 헤아리기 쉽잖다는 걸 발견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정치가 金鍾泌의 정치적 역할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에 평가를 유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간 金鍾泌은 마력이 있다. 호방하지 않지만 넉넉한 웃음이 있고 잔잔하지만 격정이 도사리고 있다. 전형적인 충청도 양반기질을 가슴에 새긴 탓인지 휘몰아칠 때는 도포자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뜨거울 때는 돌아앉아 엉치 한 번 들었다 놓으면 그만이다.
그의 은근과 끈기는 3金 시대의 두 金씨와 다른 면모를 가지고 있다. 두 金씨가 부지런히 사람을 모을 때도 그는 지필묵을 잡고 사람을 모으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사람을 기다렸다. 그것이 인간 金鍾泌의 사람냄새였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향기가 있다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나 또한 인간 金鍾泌의 향기와 그의 넉넉한 품성과 은근한 멋을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요즘 정치적 모양에 대해서는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청년장교 시절의 패기와 풍운아 시절의 결단과 우여곡절 많은 정치계절의 노련미를 탓하거나 요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대사의 명백한 증인이기에 비판대를 비켜갈 수는 없을 것이다.
어느 정치가든 정치 역정은 긍정과 부정 두 개의 고리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러하기에 이 짧은 지면에서 그의 정치역정을 다룰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의 과거가 아닌 현재, 그리고 그의 정치행태가 아니라 언어를 비판의 잣대로 삼으려고 한다.
정치는 우선 말이 앞서기 마련이다. 세계 정치사에 다른 장애인은 있어도 언어장애인은 없었다는 걸 보아도 정치는 말로 시작된다는 걸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정치가는 거짓말을 비교적 잘하는 사람으로 통칭되고 있다. 말 많은 사람의 언어에 거짓이 많듯 말을 앞세워야 하는 정치가는 거짓말을 많이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거짓말을 덜한 정치가
그런 면에서 JP는 다른 유사한 정치 연령자들에 비해 거짓말을 덜한 정치가라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말을 아끼고 골라쓰는 천성 때문인 듯하다.
JP가 즐겨쓰는 휘호 가운데 종용유상(從容有常·세상 일을 건전하게 대응하는 자세로 비굴하지 않고 떳떳하게 법도 지킨다)이란 게 있다. 휘호란 자신이 좋아하는 뜻의 함축적 의미를 골라 쓰는 맛이 있는 법이다. 또한 자신의 지향점을 표기하는 의미도 내포하게 마련이다.
그런 JP가 근자 들어 부쩍 숨어 있거나 어려운 말을 골라 세인의 시선을 끌어내는 언어의 유희를 부쩍 즐기기 시작했다. 좋은 말을 골라 쓰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JP의 언어적 유희는 다분히 노회한 처세가 아니면 암호에 가까운 정치산술이라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말이 「몽니」라 할 수 있다. 우리말 큰사전에 따르면 「심술궂고 사납게 구는 성질」을 뜻한다. 결코 좋은 의미의 낱말은 아니다.
JP가 몽니를 부리겠다고 말한 배경은 「DJP 연합」의 상징이자 골격인 내각제가 약속대로 성사되지 않을 조짐을 읽은 탓이다.
청와대 주례회동에서는 내각제의 「내」자도 꺼내지 않았다고 했다.
우리는 이 두 대목에서 묘한 혼란을 읽을 수 있다. DJP 연합구도로 정권교체를 한 마당에 내각제는 필연적 핵심 과제이자 정당한 절차임에도 JP는 「내」자도 꺼내지 않고 「몽니를 부리겠다」고 했다.
이것은 마치 꿔준 돈을 받으러 간 사람이 말 한 마디 못하고 돌아와서 빚을 갚지 않으면 행패를 부리겠다고 동네 사람들에게 소문을 내어 상대방 귀에 들어가도록 하는 행위와 다름 아닌 것이다.
어째서 당당하게 약속이행을 요구하지 못하고 몽니를 부리겠다고 했겠는가.
지나친 비유일 수 있지만 한국적 상황에서 이런 비유법도 가능할 듯하다. 처녀(JP) 총각(DJ)이 연애(DJP 연합)를 하다가 결혼(내각제)하기로 약속을 했는데 총각이 단물(정권교체)을 다 빨아먹고 결혼식을 차일피일 미루니까 애가 탄 처녀의 심정이 몽니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약속을 지키라고 떼를 쓰자니 결별을 요구할 것 같고 참고 지내자니 속 타고, 마냥 기다리자니 자존심이 상한 처녀의 심정을 누군들 모르겠는가.
JP는 곧바로 『내가 말할 몽니는 정당한 요구가 무시될 경우에 부리는 것이지 어거지로 떼를 쓴다는 게 아니다』라고 「몽니」의 본뜻을 한풀 꺾어 버렸다. JP다운 것인지 JP답지 않은 것인지 분간할 수 없는 묘한 굴복이었다.
1998년 6월9일 총리 취임 1백일 기자 간담회에서 JP는 『의원내각제를 한다면 내가 물러나도 괜찮다』고 했다. 그의 신념의 일단이자 정치철학의 頂点(정점)임을 스스로 확인해준 것이다. 그런 그가 어째서 내각제 결단이 아닌 심술을 자청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지난해 공동집권 1주년 기념식에서 『우리 헌정사가 대통령들의 불행한 역사가 된 이유는 순리를 어겼고 과욕을 부렸기 때문』이라고 은근하게 내각제 약속이행을 요구했고 『권력은 나눠 갖는 것이며 혼자 가지려 할 때 문제가 생긴다』 , 『절대권력자 한 사람에게 온 국민이 기대고 매달려 살아야 할 때는 지났다』 , 『공동정권의 도덕적 기반은 신의이며 이것을 잃으면 우리는 존재할 수 없다』는 등 숱한 발언을 통해 지나칠 만큼 유화적 표현을 구사했다.
물론 때때로 직설적 언어로 내각제에 대한 신념을 밝히기도 했다. 『약속대로 이행하는 절차만 남아 있을 뿐 다른 논의나 선택은 없다』(99. 1. 30)고 못박고 나서는 모습은 차라리 경건했다.
정치인들은 흔히 자신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면 즉시 변명하는 용어가 「진의가 왜곡되었다」 아니면 「의사전달에 문제가 있었다」며, 더러는 「거두절미한 언론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世評의 원인 제공은 JP 자신
그러하기에 영향력 있는 정치 지도자는 외교적 언어기법을 사용하고 싶은 유혹을 배제해야 한다. 자신의 말을 이리저리 해석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지도자적 덕목이 아니다. 더구나 상대만 알아들었으면 좋을 암호 같은 언어를 구사하는 것은 정치적 협심증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것이다.
흔히 JP를 가리켜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노련한 처세술」을 가졌다고 평가하거나 「영원한 제2인자적 팔자」를 타고난 모양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그런 세속적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세간의 평판에 대한 원인 제공자는 분명 JP 자신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현존하는 가장 큰 정치적 혼돈은 누가 무어라 하든 내각제의 실현 여부일 것이다. DJP 탄생의 핵심이기도 하지만 한국 정치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는 사안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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