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중부의 작은 도시 하워스는 ‘무어(moor)’의 전형적인 풍광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말로만 듣든가 문학작품을 통해서만 읽었던 황야(荒野)가 어떤 광경인지를 여기 오면 알 수 있다. 하워스 근처에 ‘톱 위덴스’라는 고지(高地)가 있다.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 《폭풍의 언덕》의 무대가 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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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워스 사제관에 있는 에밀리 브론테, 샬럿 브론테, 앤 브론테의 동상이다. |
톱 위덴스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혹은 굵은 땀을 뚝뚝 흘리며 올라야 할 만큼의 높이는 아니다. 서서히 고도가 높아지는데 어느 때 가도 바람이 거세다. 제멋대로 설쳐대는 바람에 무어의 키 낮은 초목들은 그냥 흔들릴 뿐이다. 바람의 물결을 막아설 것은 지평선 앞에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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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황무지는 ‘무어’라고 부른다. 황량한 무어를 배경으로 수많은 명작이 탄생했다. |
무어는 고독을 상징한다. 그래서인지 하워스에 살았던 에밀리 브론테·샬럿 브론테·앤 브론테의 작품 《폭풍의 언덕》 《제인 에어》 《아그네스 그레이》에는 광기(狂氣) 어린 사랑의 숨결이 배어 있다. 마치 무어의 외로운 나무들이 서로를 껴안고 서 있듯 절대 고독이 절대적 사랑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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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의 무대가 된 곳이다. 돌덩어리들이 산재해 있는 이곳을 작가는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이 사랑을 나누는 데 가장 적합한 곳이라고 했다. |
브론테 자매는 아버지를 제외하고 다 요절했으며 무덤이 하워스 사제관에 남아 있다. 자매들이 불우한 운명을 떨쳐내려는 듯 톱 위덴스에 오를 때 일망무제(一望無際)의 시선 아래 히스(Heath) 꽃이 피고 있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낮은 돌담길에서 보면 무어는 온통 히스의 보랏빛으로 물든다. 그래서 에밀리 브론테는 《폭풍의 언덕》에서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이 광적인 사랑을 나누기 위해 여기보다 좋은 곳은 없었다”고 썼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