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포커스

김정남 가족사진 최초 공개

에이드리언 홍 스페인 北 대사관 습격 전 도쿄 방문

  • 글 : 이정현 월간조선 기자  john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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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8일 김한솔이 유튜브에 출연해 “내 아버지가 며칠 전 피살됐다”고 언급하는 모습. 사진=유튜브 캡처·뉴시스
북한 김정은 이복형 김정남 일가의 비공개 가족사진과 그간 베일에 가려진 비화가 공개된다. 《월간조선》 2월호는 2017년 2월 13일 김정남 암살 사건 직전의 가족사진과 김정남 아들 김한솔 망명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공개했다.
 
  김정남이 살아 있을 당시 7시간에 걸쳐 단독 인터뷰하고, 150통의 이메일을 통해 김정남의 마음을 문을 열었던 고미 요지(五味洋治) 전 《도쿄신문》 논설위원은 지난 15년 동안 추적했던 김정남과 아들 김한솔 관련 취재 비화를 《월간조선》에 공개했다. 새로 공개된 사진은 2013년 여름, 싱가포르의 한 식당에서 포착된 북한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 일가의 모습이다. 사진 왼쪽에는 김정남과 아들 김한솔이, 오른쪽에는 그의 어머니와 여동생이 선명한 실루엣으로 남아 있다. 당시 현장에서 사진을 촬영해 고미 요지에게 전달한 인사는 “틀림없는 김정남 일가의 단란한 한때였다”고 증언했다. 김정남의 체형, 안경을 쓴 김한솔 모습 등이 유사하다. 부자가 함께 포착된 희귀한 사진이다.
 
2013년 싱가포르 식당에서 촬영한 김정남 일가의 사진. 김정남(맨 왼쪽) 옆에 안경을 쓴 김한솔이 앉아 있고, 오른쪽에 김한솔의 어머니와 여동생이 보인다. 사진=고미 요지

  고미 요지는 이 사진을 공개하며 김한솔을 향한 간절한 메시지를 덧붙였다. “김한솔! 당신 마음속에 있는 아버지에 대한 추억과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만나고 싶으니 나에게 꼭 연락해 주세요.”
 
 
  에이드리언 홍, 스페인 습격 전 도쿄 방문
 
2011년 마카오에서 김정남을 인터뷰하는 고미 요지 전 《도쿄신문》 논설위원. 사진=고미 요지

  김한솔 망명 과정과 향후 활동을 예상할 수 있는 사실도 밝혀졌다. 고미 요지는 취재를 통해 “2019년 2월, 북한 반체제 단체 ‘자유조선’의 지도자 에이드리언 홍 창(Adrian Hong Chang)이 극비리에 도쿄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 시점은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습격사건(2월 22일) 직전으로, 훗날 홍이 미국과 스페인 사법 당국에 의해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기 직전이었다.
 
  당시 일본은 납북자 문제를 둘러싸고 아베 신조 정권하에서 대북 압박을 강화하며 독자 제재를 유지하고 있었다. 실질적으로 북한 체제의 약화를 목표로 한 고강도 대북 정책 기조였다. 고미 요지는 “에이드리언 홍과 김한솔은 2013년 파리에서 처음 접촉했다는 얘기가 있으며, 이후 교류가 이어졌던 것으로 보인다”며 “김정남 피살 이후 김한솔이 신변 위협을 느끼자, 홍이 보유한 네트워크를 통해 피신이 이뤄졌다는 분석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홍은 일본 내 북한인권단체 관계자에게 “김한솔을 보다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 한다”며 협력을 요청했고, 동시에 “일본 정부 관계자와의 접촉을 원한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미 요지는 홍의 도쿄행을 “김한솔 보호를 위한 추가 안전장치 확보와, 자유조선의 작전 자금 및 외교 네트워크 확충이라는 두 가지 목적이 결합된 행보”로 해석한다. 당시 일본 정보 관계자들은 이미 “김한솔이 미국 혹은 이스라엘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정보를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고미 요지의 취재는 2019년 4월 일본 비영리단체 북한난민구원기금의 다음 성명서를 보면 설득력이 좀 더 높아진다.
 
  <2019년 3월 1일, 천리마민방위는 명칭을 ‘자유조선’으로 바꾸고, 인권과 인도주의를 기조로 모든 여성·남성·아동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김정은 위원장의 북한 체제에 저항하는 임시정부의 수립을 선언했다. (중략) 홍씨와의 의견 교환을 통해, 홍씨가 더 많은 인권침해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진정한 국제 네트워크를 확립하려 하고 있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이것이야말로 자유조선 선언의 핵심 주제다. 이에 우리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거짓과 속임수 없는 인권 실현을 위해 함께 싸우자고 호소하고자 한다.>
 
  2017년 김정남 피살 직후, 자유조선의 전신인 천리마민방위는 김정남 가족을 마카오에서 탈출시켜 타이완을 거쳐 제3국으로 이동시켰다고 발표했다. 국내외 언론과 정보 분석 기관들은 당시 김한솔이 타이완 타오위안 공항에서 환승 중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들에 의해 ‘보호 조치’ 형태로 확보됐으며, 이후 미국의 장기 보호망에 편입된 것으로 보도했다.
 
  복수의 서방 정보 소식통도 “김한솔이 CIA의 공식 관리 대상에 포함됐다”며 “그의 행적이 완전히 차단된 것은 장기 보호 체제에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2020년 이후 일부 매체는 그가 유럽에 체류 중이라는 주장과 미국 정착설을 병행해 보도했지만, 모든 논지의 공통점은 ‘미국 정보기관의 영향권 아래 있다’는 점이었다.
 
  고미 요지는 미국이 김한솔을 보호하는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그는 김씨 왕조의 직계로서 북한 급변 사태 발생시 ‘정통성 있는 대안 인물’로 활용될 수 있다. 둘째, 김정남이 관리했던 마카오 비자금과 해외 네트워크 관련 정보를 일부 알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셋째, 서구 교육을 받은 북한 왕족 출신으로서 대북 인권·정보전·심리전의 상징적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과 일본의 일부 분석가들은 “김한솔은 미국이 쥔 ‘패’이긴 하지만, 지금 당장 꺼내 쓸 카드는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는 최대한 조용하고 비공개적인 상태로 관리하다가, 향후 북한의 내부 변동이나 김주애를 중심으로 한 세습 구도가 변화하는 시점에 맞춰 전략적 활용 범위를 조정할 ‘장기 옵션’으로 남겨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주애의 부상과 ‘혈통 대칭’
 
김주애(가운데)는 새해 첫날 김정은과 함께 김일성·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딸 김주애는 2022년 11월 첫 공개 이후 3년 동안 약 100회 이상 북한 매체에 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군사 행사와 국가 프로젝트, 명절 행사마다 김정은 곁을 지키며, 최근에는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시 중앙에 설 만큼 상징적 위치를 확고히 했다. 북한 매체는 그를 ‘존귀하신 자제분’ ‘우리 혁명의 계승자’로 호칭하며 후계 이미지를 체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고미 요지는 ‘혈통의 대칭 구조’에 주목한다. 한쪽에는 평양 내부에서 신격화의 정점으로 떠오른 김정은의 딸 김주애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체제 밖에서 서구 교육과 인권 담론을 체화(體化)한 김정일의 손자 김한솔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는 “김주애 체제가 공고해질수록, 외부 세계에서 김한솔의 상징 가치는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며 “북한이 혈통의 정통성을 강조할수록, 동일한 혈통이지만 다른 가치 체계를 대표하는 인물이 국제사회에 더욱 필요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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