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한국의 핵무장

김정은은 핵무기를 사용할까?

북, 서울 무력화와 부산항 파괴 위해 핵 사용 가능

  • 글 : 윤민우 가천대 경찰안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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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전략적 종심이 짧고 한미연합군에 비해 재래식 전력 열세… 핵 사용 가능성 있어
⊙ 핵무기는 결국 사용할 수 있는 옵션 가운데 하나인 무기
⊙ 핵 선제공격받고 보복하면서도 제한전쟁 수행 가능
⊙ 돈 많이 드는 현대전의 관점에서 보면 핵무기는 값싸고 효과적인 화력 수단
⊙ 인명 경시하는 군사 전략 문화 가진 北이 민간인 상대로 핵 사용 주저할까

윤민우
1972년생.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미 인디애나주립대 범죄학과 석사, 샘휴스턴주립대 형사사법학대학 범죄학 전공 박사, 서울대 외교학과 국제정치학 박사 / 가천대 경찰정보학과 교수, 現 국가정보원 자문위원, 국군방첩사령부 자문위원 / 《폭력의 시대 국가안보의 실존적 변화와 테러리즘》 저술
사진=게티이미지
김정은은 지난 10월 4일 평양에서 열린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5’에서 “적들은 자기의 안보 환경이 어느 환경으로 접근해 가고 있는가를 마땅히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한국 영토가 결코 안전한 곳으로 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은 그들 스스로가 판단할 몫”이라고 협박했다. 김정은은 “우리는 특수자산을 (한반도 내) 중요 관심 표적들에 할당했다”라고도 말했다. ‘국방발전–2025’ 전시회에는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KN–23에 극초음속 탄두를 장착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성–11마, 초음속 순항미사일, 대잠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과 화성–19형 등이 등장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다음 날 “북한은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대화와 협력의 길에 동참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렇듯 북한의 핵무기가 계속 고도화되고, 김정은의 위협 수위가 높아지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설마 김정은이 핵무기를 사용하기야 하겠어?’라고 생각하고 있다.
 
  사실상 핵무기의 실제 사용 가능성은 그것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 누구의 손에 들려 있는지, 어떤 국면 또는 상황이 전개되는지, 어떻게 사용하려고 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논의 대상 핵무기가 전략핵인지 아니면 전술핵인지,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 또는 그 국가의 지도자가 누구인지, 핵무기 보유 국가 또는 그 국가의 지도자가 절박한 존립의 위협을 받고 있는지 아니면 핵무기 없이도 재래식 전쟁을 통해 충분히 전략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 핵무기 보유 국가가 어떤 군사 전략을 사용하여 전쟁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는지 등의 여러 가변적(可變的)인 조건변수에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다. 이러한 변수들을 따져보지 않고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논하는 것은 공허한 외침이다.
 
 
  北, 핵 선제공격 가능성 명문화
 
북한 조선중앙TV는 2016년 7월 20일 김정은이 북한 인민군 전략군 화성포병부대를 시찰하는 자리에서 남한의 예상 타격 지점을 가리키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
  전쟁에서 핵무기가 사용될 개연성에 대한 관심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의해 자극받은 측면이 있다. 그는 2024년 3월 한 러시아 매체와의 회견에서 국가 존립이 위협받으면 핵무기를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같은 해 11월에는 핵 사용 원칙을 담은 핵 독트린 개정안에 서명했다. 이 개정안은 핵무기 사용 기준을 완화해 러시아의 주권을 위협하는 재래식 무기 공격에도 핵으로 대응할 수 있음을 명시했다. 미국은 이미 2022년에 푸틴의 핵 사용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을 통해 밝힌 바 있다. 북한의 김정은도 전술핵무기 실전(實戰)배치, 핵 정책 법제화, 핵 선제(先制) 사용 가능성의 명문화 등을 통해 사용 능력과 의지를 강하게 표명하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상황을 고려하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늘날 핵무기의 실제 사용 가능성은 높아진 것처럼 보인다. 다만 그 실현 가능성이 어느 정도로 높아진 것인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실제 전쟁에서 핵이 사용되기 전까지는 아마도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도출하기 어려울 것이다.
 
  문제는 핵 사용 이후에는 그 결과를 돌이킬 수 없다는 데 있다. 오늘날 유럽과 중동에서 핵무기 보유국들이 참여하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고, 또한 한국이 속해 있는 인도–태평양 권역에서도 핵 전쟁의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핵이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상대방의 핵 사용 가능성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실제로 핵이 사용되었을 때, 이 같은 가능성을 준비하지 않은 국가가 맞이할 운명은 파국적이다.
 
  특히 비핵 보유국 한국은 핵무장을 하고 있는 북한과 적대적으로 대치하고 있으면서, 그 북한을 지지하는 막강한 핵 무력을 보유한 중국, 러시아와 인접하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 전쟁에서 핵무기 사용 여부는 중대한 생존 그 자체의 문제가 된다.
 
 
  핵무기 사용 않을 이유들
 
  핵무기가 전쟁에서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명제(命題)는 몇 가지 논리적 추론(推論)에 근거한다.
 
  첫째, 잘 알려진 ‘상호확증파괴’ 이론에 근거한 가설이다. 핵으로 공격할 경우 공격받은 상대방도 핵으로 보복공격을 감행하여 핵을 선제적으로 사용한 국가가 궤멸되거나, 양측이 공멸(共滅)할 수 있다는 공포 때문에 서로가 핵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논리다.
 
  둘째, 핵을 선제적으로 사용한 국가는 국제사회에서 정치적·경제적·외교적으로 고립될 가능성이 크고, 국가 간 핵 비확산 체제의 붕괴로 핵을 사용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바꾸어 말하면 국제적 고립과 국제 질서 붕괴 우려가 핵무기 사용의 억지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논리다.
 
  셋째, 핵무기의 군사적 효용성의 한계 지적이다. 핵무기가 재래식 무기보다 낫다는 군사적 이유가 부족하며, 그 군사적 효과가 과대평가된 측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지하 벙커, 기계화 부대 등은 핵으로 공격해도 완전히 제거할 수 없으며, 오히려 민간인 피해만 대규모로 발생해 국제적 여론 악화만 가져올 수 있어 핵무기가 억제된다는 논리다.
 
  넷째, 도덕적·심리적으로 금기(禁忌)란 인식이 강해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핵 사용은 비인도적이며 금지되어야 한다는 강한 도덕적 심리가 국제적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냉전(冷戰) 이후 다수의 전쟁이 있었지만 실제 핵을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한다.
 

  전쟁의 본질적 목적은 적의 살상과 파괴가 아니다.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국제정치 행위’이자 ‘나의 의지를 상대방에게 관철시키기 위한 전략적 방안’이다. 이 때문에 국가들은 전쟁을 시작하기 이전 단계, 그리고 전쟁 수행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전략적인 비용·효과를 계산한다.
 
  이것이 핵무기의 사용이 항상 상호확증파괴로 곧장 이어지지 않는 이유다. 많은 전쟁에서 교차적 폭력이 존재하더라도, 적대국들은 어느 정도의 폭력을 행사할지와 그 보복 피해를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계산하는 제한전쟁을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어떤 무기를 어떤 목표물에 어느 정도로 사용할지에 대해 지속적인 조정과 추론이 이뤄진다.
 
  핵무기는 결국 선택 가능한 무기 옵션 중 하나이며 따라서 이 같은 제한전쟁의 논리에 귀속된다.
 
 
  핵을 사용한 제한전쟁
 
  예를 들면 중국이나 북한이 자국의 한 도시를 미국의 핵 보복의 제물(祭物)로 내놓으면서 미국의 군사 목표나 도시 하나를 핵으로 타격했다 쳐보자. 이 과정에서 미국과 같은 선진 핵 보유국이 상호확증파괴 논리를 가동, 보유한 모든 핵 역량을 동원하여 적국을 공격할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
 
  물론 선제공격을 받은 미국이 고도로 계산되고 조율된 방식으로 중국이나 북한의 군사 목표나 도시 가운데 하나 또는 몇몇을 핵으로 보복 공격을 하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이후에 미국·중국 또는 미국·북한 간에 절제되고 신중한 조율과 계산이 작동한다.
 
  이처럼 핵의 상호 사용 과정에서도 고도의 절제와 계산이 작동한다. 동시에 이 과정은 끊임없는 상호 메시지 전달을 수반한다. 제한전쟁에서는 전투 수행과 전쟁을 종결하는 방법에 대한 협상이 공존한다. 즉 전쟁을 지속하면서 양측은 전쟁을 어떻게 끝낼지,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탐색한다. 이 과정에서 핵무기 사용을 포함한 모든 군사적 작전은 행동인 동시에 메시지 전달 수단이 된다.
 
  이는 특정 도시나 특정 군사 목표를 핵무기로 타격하는 것이 휴전 또는 종전 협상에서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적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쟁의 목표가 상대방에 대한 살상과 파괴가 아니라 자기의 의지 관철에 있기 때문이다. 적의 저항과 자신의 전쟁 동원 역량의 고갈이라는 마찰력은 자기가 관철하고자 하는 의지의 크기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 수준을 낮추게 만든다. 이는 적과의 타협과 절충을 모색하는 제한전쟁의 경향으로 이어진다. 결국 이 같은 제한전쟁의 논리 때문에 핵 보유국은 자신의 핵무기 사용을 선택하는 개연성이 있다.
 
 
  핵무기는 값싸고 효과적인 화력 수단
 
북한은 2022년 11월 18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사진=뉴스1
  본질적으로 전쟁은 동원할 수 있는 물량을 판돈으로 하는 도박이다. 대체로 도박에서 판돈의 크기가 중요한 것처럼 전쟁의 승패는 전선에 투입되는 물량의 크기에 결정된다.
 
  물량은 병력과 화력으로 구성된다. 여기서 병력은 군인의 수를 화력은 포탄이나 미사일, 폭탄과 같은 무기의 질과 양을 의미한다. 이 둘은 서로 상호보완 관계에 있다. 즉 부족한 병력은 화력으로 부족한 화력은 병력으로 서로 그 빈자리를 메울 수 있다. 따라서 전쟁의 승패는 병력과 화력을 모두 더한 값인 물량의 크기에 의해 결정된다.
 
  문제는 오늘날 이 비용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증대한 데 있다. 무인(無人)전투 플랫폼, 드론, 미사일, 미사일 방어 시스템, 인공위성, 사이버 무기, 첨단 전투기, 차세대 탱크, 이지스 함정 등 고도로 정밀하고 복잡한 고가(高價)의 무기와 장비가 동원된다. 또한 병사 1명당 인건비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했다. 여기에는 병사 개인에게 지급되는 장비, 보급, 훈련, 의무, 생명보험, 퇴역 후 복지, 전사(戰死) 시 유가족에 대한 보상 등 여러 관련 비용이 포함된다. 여기에 더해 전쟁이 정밀 타격과 정보전 중심으로 진화함에 따라 AI, 인공위성, 클라우드 기반 작전 지휘통제체계 등 고비용 인프라마저 필요해졌다.
 
  따라서 전쟁이 지속될수록 전쟁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 같은 변화로 인해 특히 북한과 같은 전쟁 지속에 따른 물량의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제한된 인구, 과학 기술력, 그리고 경제력을 가진 핵 보유국일수록 핵무기 사용의 현실적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전의 관점에서 보면 핵무기는 그 화력의 크기를 고려할 때 상당히 값싸고 효과적인 화력 수단으로 간주될 수 있다.
 
 
  전략적 종심과 전략적 인내
 
  전쟁에서 핵무기 사용 여부는 핵무기 보유국의 전략적 종심(縱深)의 깊이와 관련이 있다. 전략적 종심은 적의 공격을 한 국가가 감내할 수 있는 방어, 지연, 반격을 할 수 있는 지리적·시간적·작전적 여유 공간을 의미한다. 바꾸어 말하면 적의 공격 시 한 국가가 전략적으로 후퇴하거나 전략을 재편하고, 저항 또는 반격을 할 수 있는 맷집 또는 여유 공간과 역량 등을 의미한다.
 
  전략적 종심은 재래식 전력의 크기와 영토의 면적 등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러시아처럼 재래식 전력이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하기에 충분히 강하고 또한 국토 면적이 광활하여 적의 군사적 침공에도 오래 버틸 수 있는 전략적 종심이 깊은 국가는 핵무기 사용 절박성이 떨어진다. 러시아는 나폴레옹과 히틀러의 강력한 침공에도 초기 전세(戰勢)의 불리함을 딛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러·우 전쟁에서 확인되듯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 깊숙이 공세적 침공을 감행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이처럼 미국, 중국, 러시아 등과 같은 국토 면적이 넓고 인구 규모가 큰 국가들의 경우 적의 강력한 공세로부터 후퇴하더라도 충분히 시간과 여유를 가지면서 전쟁을 지속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치가 북한과 같은 전략적 종심이 매우 얕은 핵무기 보유국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북한은 국토 면적이 매우 협소할 뿐만 아니라 전략 중심인 수도 평양은 휴전선에서 직선거리로 대략 150km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핵무기를 제외하고, 한미연합군을 상대로 한 북한의 재래식 전력은 절대 열세에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전쟁 시에 핵무기 사용을 자제(自制)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북한이 전쟁 시 핵무기 사용을 안 할 거라는 가설이 성립되려면 북한의 선제적 남침 이후에도 한미연합군은 휴전선 인근에서의 국지적(局地的) 전투에 머물러야 하고 휴전선을 넘어 북한의 전략 종심 깊숙이 진공(進攻)해 들어가 북한 정권 자체를 끝장내려는 시도를 자제해야 한다. 또한 이 같은 확신을 북한 당국에 주어야 한다. 러–우 전쟁에서 러시아가 보여준 핵무기 사용과 관련한 전략적 인내를 미래의 2차 한국 전쟁 상황에서 북한에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생각의 속도’
 
  전쟁에서의 ‘생각의 속도’는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높이는 또 다른 요인이다. 생각의 속도는 전쟁 승패에 가장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 중 하나다. 이는 상대방보다 먼저 보고, 먼저 판단하고, 먼저 결심하고, 먼저 타격하고, 먼저 평가·피드백하는 일련의 사이클을 의미한다. 적이 준비하거나 예상하기 이전에 먼저 상대의 취약점을 찾아내고 먼저 선제적으로 적을 타격하는 것은 전쟁에서 결정적 이점을 가져다준다.
 
  오늘날 야기되는 딜레마는 전쟁이라는 객관적·물리적 현상이 전개되는 속도는 ‘AI 속도’로 빨라진 데 반해, 국가 전쟁지도부를 구성하는 인간의 생각의 속도는 그에 현저히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이 같은 객관적인 현실로서의 전쟁의 전개 속도와 이를 관리하고 조율하고 지휘·통제하는 인간이 수행하는 생각의 속도 사이에 나타나는 간극은 전쟁 발발의 개연성과 함께 전쟁에서의 핵무기 사용의 개연성도 높이는 경향이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은 산업혁명과 기술 발전으로 빨라진 객관적인 전쟁의 전개 속도에 당시 각국의 인간 지도부가 적응하지 못한 데에서 나타난 생각의 속도 차이에 기인한 바가 크다. ‘기차를 통한 병력의 전선으로의 전개’와 ‘전신과 전화를 통한 전시(戰時) 커뮤니케이션’으로 대표되는 전쟁 국면 전개의 속도에 적응하지 못했던 각국의 지도부들은 전쟁을 원하지는 않았지만 모두 서둘러 선전포고(宣戰布告)를 하고 전쟁을 시작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이는 나폴레옹 시대와는 달리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진 전쟁의 속도 때문에, 각국의 지도부가 적국의 전쟁 개시와 선제공격을 기다릴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상대방의 선제공격 가능성에 대해 서로 두려움과 조급증을 공유했고, 이 같은 심리적 연쇄작용은 1차 세계대전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각국은 승기를 잡기 위해 앞다투어 전쟁을 선포하고, 병력과 무기를 전선으로 실어 날랐다.
 
 
  AI와 극초음속 미사일 시대의 속도
 
지난 1월 7일 북한 《로동신문》은 6일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뉴스1
  오늘날 비슷한 딜레마가 재현될 수도 있다. AI와 극초음속 미사일 등으로 대변되는 전쟁의 전개 속도에 각국 인간 지도부는 적응하지 못할 개연성이 크다. 인간의 심리적 속도는 상대적이다. 초보 운전자는 전문 카레이서에게나 익숙한 경주용 자동차의 성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며, 이 같은 성능, 속도에 대한 부적응은 결국 치명적 사고로 이어진다.
 
  객관적인 국면 전개 속도에 인간이 심리적으로 적응하기 위해서는 경험이 필요하다. 과거 자동차가 처음 나왔을 때 시속 30km에도 사람들이 적응하지 못해 사고가 급증했던 것처럼, 기차와 전신·전화가 만들어낸 전쟁의 시간표에 각국의 지도부들이 적응하지 못해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측면이 있다. 마찬가지로 오늘날 AI와 극초음속 미사일 등이 만들어내는 전쟁의 속도에 아직 각국 인간 지도부들은 적응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속도와 관련된 객관적 조건과 심리적 인지 차이의 갭은 인간 지도부의 과도한 경계심과 조급함을 자극할 수 있다. 이는 선제적 공격이라는 인간 지도부의 성급한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같은 위험성은 전쟁의 발발뿐만 아니라 전쟁에서의 핵무기 선제 사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AI와 클라우드 기반의 통합전장인식(JSA·Joint Situational Awareness), 통합전술데이터링크네트워크(JTDLN·Joint Tactical Data Link Network), 네트워크 중심전(NCW·Network Centric Warfare) 등의 전쟁 지휘·통제·커뮤니케이션·정보·정찰·감시 역량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북한과 같은 핵무기 보유국일수록 핵을 선제적으로 사용할 위험성이 높다.
 
 
  도심 전투 피해 서울에 핵 사용할 수도
 
2022년 2월 27일 순환 배치를 위해 부산항 8부두를 통해 들어오는 제1기갑사단 전차와 장갑차들. 유사시 미군의 증원 병력과 무기들이 부산을 통해 들어온다. 사진=조선DB
  효과적인 전쟁 수행을 위한 작전적 필요에 의해서도 핵무기의 사용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제한된 재래식 전력을 가지면서 압도적인 재래식 전력과 전쟁 수행 역량을 가진 적을 상대로 전쟁을 수행하고자 하는 경우에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북한은 한국을 상대로 핵무기를 조기에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소련군 작전기동전(OMG· Operation Mobile Group)이 북한군에 미친 군사 전략적 전통, 공세적 기동전을 바탕으로 하는 북한군 전쟁 전략, 과거 한국 전쟁의 경험, 그리고 북한의 제한적인 전쟁 지속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북한은 미군의 본격적인 개입 이전에 전격전(電擊戰)으로 조기(早期)에 전쟁을 종결시키려고 기도할 개연성이 크다. 이를 위해서는 서울 점령의 문제와 부산항 무력화(無力化)의 문제를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
 
  서울은 한국의 전쟁 수행 역량이 총집결되어 있는 정치·경제·군사·인구·사회·문화의 중심이다. 오늘날 서울과 같은 글로벌 대도시는 점령 불가능한 요새와도 같다. 수많은 고층 건물과 복잡한 도로체계, 지하철 선로, 지하도로 이루어진 메가시티는 진격해 온 침공군에게 무덤과도 같다. 서울 점령에 대규모 병력과 화력을 소진할 시 북한의 전쟁 지속 역량은 조기에 바닥을 드러내고 단기 기동전은 장기 소모전으로 변질될 개연성이 크다.
 
  오늘날 메가시티 도심 전투는 도어–투–도어(door–to–door)로 전개되는 살육전이다. 고층 건물과 지하통로 등이 즐비한 서울과 수도권에서 부비트랩과 급조 폭발물, 저격수, 정규군, 예비군, 무장한 민병대 등이 도심 전역에서 저항한다면 자칫하면 서울과 수도권은 진격해 온 북한군에게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북한군은 서울·수도권 점령에 소요되는 메가시티 도심 전투의 작전적 난관을 해결해야 한다.
 
  도심 전투의 어려움 때문에, 오히려 북한 전쟁 지도부는 핵무기로 서울·수도권을 파괴하고, 북한 주력군을 우회 기동시켜 한반도 남단을 향해 신속히 진군해 한반도 완정(完整)을 달성하려 할 개연성이 있다. 이 경우에 북한은 메가시티 서울 전투를 피함으로써, 군사력을 보존하고 진공 속도를 유지하며, 서울을 전략적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다.
 
  한편 부산은 한국이 전쟁에 휩싸일 시 미군의 증원 병력과 지원 물자가 드나드는 생명줄과도 같은 통로다. 이 때문에 북한은 전쟁 개시 이후 조기에 부산항을 무력화시켜야 한다는 작전적 이해를 갖고 있다. 한국 전쟁 당시 북한은 부산항을 무력화시키지 못해 낙동강 방어선 구축으로 이어진 전략적 실패를 경험했다. 따라서 북한은 전쟁 초기에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무작정 달려들 것이다.
 
  현실적으로 우세한 한미연합 전력을 상대로 북한의 열등한 재래식 전력이 종심 돌파를 통해 신속히 부산항까지 점령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 같은 전략적 고려 때문에 부산항은 북한 핵공격의 1차적인 타깃이 될 수 있다.
 
 
  국제정치 환경의 변화
 
지난 9월 3일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김정은은 시진핑(앞줄 가운데) 중국 국가주석,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반미 연대’를 과시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에 관찰되는 국제정치 환경의 변화도 전시 핵무기의 사용 가능성을 높인다. 잘 알려진 것처럼 미국·서방과 중국·러시아는 서로 충돌하는 패권(覇權) 진영으로 분화되었다. 이 때문에 타국(他國)에 대한 군사적 침공이나 핵무기 개발 등에 대한 국제적 제재가 더 이상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러–우 전쟁과 북한의 핵무기 개발 등의 사안과 관련하여 미국·서방 주도의 국제 제재가 작동했음에도 러시아·북한이 보여준 행태가 이를 증명한다.
 
  중국–러시아–이란–북한으로 이어지는 반미·반서방 연대(連帶)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국가들과의 정치·경제·규범적 연대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새롭게 형성되는 국제 정치·경제 진영이 미국·서방 주도의 국제 제재를 효과적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는 국제적 플랫폼으로 작동할 수 있음이 관찰되고 있다.
 
  러시아의 전쟁 지속과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미국 주도 국제 제재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경험적 증거다. 미국과 패권 충돌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앞으로도 미국 주도의 대러시아 또는 대북 제재에 동참할 개연성은 낮다.
 
  러시아나 북한 등이 핵무기를 전장에서 사용했을 때 실효적인 국제 제재가 어렵다고 봐도 무방하다. 러시아·북한·중국과 같은 반미·반서방 권위주의 국가들 역시 이 같은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에 전시 핵무기 사용이 향후 자신들에게 미칠 정치적·경제적·외교적 국제 제재로 인한 불이익을 억지 요인으로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그간의 행태를 보면 북한이 한국을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해도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과 다른 서방 국가들이 주도할 국제 제재에 실질적으로는 동참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의 완충지대로서의 지전략적(地戰略的) 이해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들은 북한 제재로 자신들의 완충지대가 상실되고 미국의 동맹국과 직접 국경을 맞대는 결과가 만들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것이다. 전략적 완충지대의 유지라는 중국과 러시아의 사활적(死活的) 이해는 북한의 핵무기 사용에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자국의 지정학적 이해’와 ‘국제적 핵무기 비사용 원칙’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는 분명하다.
 
 
  군사 전략 문화도 영향
 
  마지막으로 각국의 서로 다른 군사 전략 문화와 전통도 어떤 국가들로 하여금 다른 국가들보다 더 쉽게 핵무기를 사용하게 만들 수 있다. 우리는 상대방의 생각과 의도를 추정하는 데 있어 ‘거울상 사고(mirror imaging)’를 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분석자가 자신이나 자기 집단의 사고방식, 가치, 논리, 판단 기준을 상대방도 똑같이 가질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상대방도 나처럼 생각할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다양한 군상(群像) 속에 있다 보면 나만의 착각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대개 내가 호의를 베풀었을 때 상대방이 같은 정도로 보답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어떤 상대방은 어떤 호의를 더 받아낼지를 고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같은 착각은 핵무기 사용과 관련된 도덕적·심리적 거부감과 책임의식을 모든 국가가 보편적으로 공유할 것이라는 믿음으로도 나타난다.
 
  너무나 순진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어떤 국가들은 전쟁에서의 파괴에 대한 거부감, 인간 생명의 존엄성, 인권 등과 관련하여 다른 인식과 가치평가를 가질 수도 있다. 경험적인 관찰에 따르면, 이와 같은 인식과 가치평가는 서로 다른 군사 전략 문화와 전통에 기인하여 서로 다르게 구성되는 결과물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핵무기 사용을 포함한 전쟁과 관련된 여러 인식과 가치평가들은 미국·서방의 군사 전통과 문화의 결과물이다. 예를 들어 교전규칙, 민간인에 대한 살상 금지, 포로에 대한 처우 등 말이다.
 
  지난 20년간 있었던 글로벌 대(對)테러 전쟁에서 확인되었듯이 이슬람 문화권의 군사 문화와 전통은 미국·서방의 그것과는 다르다. 이번 러–우 전쟁에서도 인명의 존엄성과 인권, 민간인과 전쟁포로에 대한 처우 등과 관련해 서로 다른 인식체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북한군의 자살적 돌격의 의미
 
  이는 군사적 문화와 전통의 차이로 이해해야 한다. 러–우 전쟁 과정에서 러시아군은 군사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병력 손실이나 민간인과 전쟁포로의 잔혹한 처리를 기꺼이 감수할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당시 군사적 승리를 위해 대규모 인명 손실을 감내했던 그들의 군사 문화 및 전통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북한 역시 러–우 전쟁에서 자살적 돌격과 자폭 시도 등 군사적 목표 달성을 위해 병력을 기꺼이 희생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이러한 미국·서방과 러시아·북한 사이의 인명과 인권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전투 현장에서 적진을 공격하기 위해 지뢰지대를 통과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치자. 미국·서방의 군사 문화와 전통에서는 병력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무인지뢰제거차량(UMCV·Unmanned Mine Clearance Vehicle)과 같은 고가의 장비를 동원할 것이다. 병력 손실에 따르는 윤리적·심리적·물질적 대가가 더 값비싸기 때문이다. 반면 러시아·북한의 군사 문화와 전통에서는 필요한 돌격대를 편성하여 지뢰지대를 향해 정면으로 돌격시킬 것이다. 그들의 계산에 따르면 인명 손실이 지뢰 제거 장비보다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과 가치 판단의 차이는 전시 민간인 살상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자국과 다른 군사 전통과 문화를 가진 국가가 민간인을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할 때 윤리적·심리적·물질적 이유로 주저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너무나 순진한 생각이다. 핵무기 사용의 군사 전략적 가치가 크다면 도덕적·심리적 금기나 거부감은 부수적 피해로 간주할 개연성이 크다. 따라서 어떤 군사적 문화와 전통을 가졌느냐에 따라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국가들보다 핵무기를 사용할 개연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
 
 
  김정은, 핵 사용 가능성 시사
 
1998년 12월 19일자 《로동신문》에 실린 포스터. 북한은 자신들의 미사일이 미국 및 일본과 함께 한국을 겨냥하고 있음을 거의 30년 전부터 드러냈지만, 한국은 이 사실을 외면해 왔다.
  이 글의 목적은 북한이 핵무기를 실제로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우리의 믿음이 어쩌면 비현실적 가정과 희망적 바람이 투영된 결과일 수도 있다는 것을 지적하기 위함이다. 최근 러–우 전쟁과 북한·중국·러시아 등의 위협 발언과 핵 정책과 관련된 움직임들은 핵무기가 실제로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리의 믿음이 더 이상 경험적으로 타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김정은은 2022년 말 노동당 전원회의 결과 보고에서 “핵무력은 전쟁 억제 실패 시 제2의 사명도 결행하게 될 것이고, 제2의 사명은 분명 방어가 아닌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제2의 사명’은 곧 핵 선제공격을 포함한 핵 사용임을 암시한다.
 
  2025년 9월 21일에는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핵무력을 뜻하는 ‘전쟁 억제력’을 설명하며 “억제력의 제1사명이 상실될 때는 억제력의 제2의 사명이 가동된다”고 말했다. 이어 “가동되면 한국과 주변 지역 그의 동맹국들의 군사조직 및 하부 구조는 삽시에 붕괴될 것이며 이는 곧 괴멸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보다 더 분명하게 자신의 핵무기 사용의 의지를 표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이 같은 적의 경고를 심각하게 글자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진실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생각할 수 없었거나 차마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생각하여야 한다. 싸움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적의 위협을 똑바로 바라보는 것이다. 우리 자신이 적의 핵무기로부터 공격받을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간이 왔음을 인정해야 한다.
 
 
  친구의 칼은 내 칼이 아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가져온 ‘핵무기는 실제로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은 인류 보편적인 것이 아니다. 이런 믿음은 사실상 시기적으로, 문화적으로, 그리고 인식론적으로 현대 서구 자유민주주의 사회에 국한된 예외적인 것이다. 이는 다른 시대, 다른 이념적·문화적 전통, 다른 인식론을 가진 국가와 그 지도부는 핵무기 사용에 대해 우리와 다른 방식으로 계산할 것이라는 의미다.
 
  오늘날 서로 다른 가치, 문화적 전통, 그리고 인식론의 기반 위에 서 있는 미국·서방과 중국·러시아·북한이 글로벌 패권을 두고 서로 충돌하고 있는 지정학적 환경에서 핵무기의 사용 가능성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우리는 이제 핵무장을 결심해야 할 선택의 순간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내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는 상대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그 상대의 목젖을 겨눈 내 손에 있는 칼이다.
 
  친구의 칼은 내 칼이 아니며, 미국의 손에 있는 핵무기는 우리의 것이 아니다. 고종의 대한제국은 한반도의 통일된 국가였고, 평화를 추구한 중립 국가였으며, 전시 작전권을 가진 자주적인 국가였다. 하지만 힘이 없는 자주적 중립국은 결국 승자의 전리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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