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불구대천의 원수… 철저히 소멸해야 할 불변의 主敵”
⊙ “북한은 외부에서 유화적 태도를 보일 때도 내부적으로는 강경한 사상 교육 진행”(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
⊙ “미제에 의해 우리 인민이 입은 총 피해액은 78조2037억400만여US$에 달해”
⊙ “제국주의자들의 주되는 침략 수법은 바로 사상 문화적 침투”
⊙ “低자세·구걸식 대화 시도는 곧 안보 자해”(남성욱 교수)
⊙ “북한 측이 극비 채널 통해 한국에 광물·곡물 수출할 수 있는지 타진한 정황 있어”
⊙ “북한은 외부에서 유화적 태도를 보일 때도 내부적으로는 강경한 사상 교육 진행”(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
⊙ “미제에 의해 우리 인민이 입은 총 피해액은 78조2037억400만여US$에 달해”
⊙ “제국주의자들의 주되는 침략 수법은 바로 사상 문화적 침투”
⊙ “低자세·구걸식 대화 시도는 곧 안보 자해”(남성욱 교수)
⊙ “북한 측이 극비 채널 통해 한국에 광물·곡물 수출할 수 있는지 타진한 정황 있어”

- 2025년 6월 북한 노동당 간부, 당원, 근로자에게 배포된 학습제강. 내부 관계자가 사진을 찍어 우리 측에 보내온 파일을 출력한 모습이다. 사진=월간조선
이번 제강의 학습 시기는 6·25 전쟁 75주년을 앞둔 직전이다. 우리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고, 북한 어민 6명의 송환을 추진하던 시점과 맞물린다. 이날 학습 참석자들은 ‘우리의 총창 우(위)에 평화가 있다’는 선전가요도 제창했다. ‘총창’은 총구에 꽂힌 칼날을 뜻한다. 언제든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학습제강은 북한 체제 유지와 지도자 우상화(偶像化), 주민 통제, 사상 일체화의 핵심 도구다. 우리 입장에서는 북한의 의중(意中)과 체제 담론의 방향을 엿볼 수 있는 자료다. 당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가 작성하고, 조선노동당출판사가 인쇄한 뒤 각급 당 조직에 하달한다. 학습이 끝나면 제강은 반드시 당위원회에 반납해야 한다. 외부 반출 시 처형된다.
한 대북 소식통은 “지난 6월 11일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자, 북한도 대남 소음기 방송을 중단해 일각에서는 남북 상호 작용의 가능성을 제기했다”며 “하지만 이번 제강의 요지는 ‘착각하지 마라’는 선언에 가깝다”고 했다.
이번에 입수한 제강의 제목은 ‘미제와 한국 놈들은 우리 공화국을 기어이 압살하려고 피를 물고 날뛰는 침략의 원흉, 불구대천의 원쑤(원수)이다’다. 목차 포함 15쪽 분량이다. 그중 주요 내용을 게재한다. 전반적으로 띄어쓰기가 엉망인데, 가독성을 위해 수정했음을 밝힌다. 북한식 표기는 괄호로 해석을 달았다.
“한국을 무시 가능한 타국으로 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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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북 확성기 방송이 중단된 6월 12일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우리 군 초소 앞으로 대북 확성기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
북한은 문건 서두부터 미국과 한국을 ‘철저히 소멸해야 할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했다. 건국 초기부터 지금까지 ‘청소한 공화국’을 압살하려 했다는 주장을 반복하면서다. ‘피를 물고 날뛰는 침략의 원흉’ ‘불구대천의 원수’ 같은 표현으로 양측을 적대 관계로 고착시켰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북한은 한국에 대한 입장을 단 한 번도 바꾼 적이 없다”면서 “김대중 시절, 김정일도 ‘평화’라는 말을 외교적 수사(修辭)로만 사용했을 뿐, 내부적으로는 체제를 위협하는 개념으로 여겼다”고 했다. 그는 이어 “김정은 시대 들어서는 경제난과 한류(韓流) 유입 등으로 내부 불만이 커졌고, 한국과 연관되는 것 자체를 견디지 못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이런 정서가 이번 교양자료에 노골적으로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이일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전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 정무참사)은 “지난해 말 적대적(敵對的) 두 국가론 제시 이후 북한은 한국을 아예 상대하지 않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면서 “과거에는 한국을 미국의 꼭두각시로 규정하며, 언젠가는 되찾아야 할 존재로 묘사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실체, 즉 무시 가능한 타국(他國)으로 간주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더 이상 ‘괴뢰’가 아닌 ‘한국’이라 일컫는 이유”라면서 “한편 ‘원수’라는 표현은 6·25라는 시기적 맥락이나 내부 선전 형식에 따라 불가피(不可避)하게 쓰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원수는 대결해야 할 대상인데, 북한은 한국을 이제 상대조차 할 필요 없는 ‘별개의 국가’로 여긴다는 뜻이다.
“승냥이가 양으로 변할 수 없듯이…”
북한은 이어 6·25 전쟁이 미국과 한국이 계획적으로 일으킨 침략 전쟁이라 주장하며 피해 서사에 각종 수치를 동원한다. ‘200억US$ 이상의 막대한 군사비’ ‘7300만t의 군수물자’ ‘태평양 전쟁의 11배’라는 식이다. 그러면서 워커 장군이 고용병들에게 “설사 그대들 앞에 있는 것이 어린애나 로인(노인)이라 할지라도 그대들의 손이 떨려서는 안 된다. 죽이라!”라고 명령했다고 선전한다.
〈이렇듯 미제와 한국 놈들은 청소한 우리 공화국을 없애고 우리 인민을 멸살시키기 위해 전면 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지르고 치 떨리는 악행을 감행한 침략 전쟁의 도발자, 방화범이며 인간 살륙(살육)을 도락으로 삼는 식인종, 살인마들이다. 승냥이가 양으로 변할 수 없듯이 우리 공화국을 집어삼키려는 미제와 한국 놈들의 흉심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
전쟁 직후부터 현재까지 미국의 핵 위협이 단 한 번도 멈춘 적 없다는 말도 한다. “1950년대 트루먼과 아이젠하워가 핵무기 사용 입장을 공식 표명했을 때부터 미제의 ‘핵 위협 공갈’이 시작됐으며, 그때부터 전술핵 미사일과 원자포 등을 한국에 끌어들여 배비(配備·배치하여 설비함)를 본격화했다”면서다. 이와 더불어 “1990년대 들어서는 그 수가 1720여 개에 달해, 한국이 세계적으로 핵무기 배비 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 됐다”는 주장도 담아놨다.
2024년 들어서는 ‘쌍매훈련’ ‘련합(연합)수색훈련’ ‘련합특수타격훈련’ 등 실전 타격 연습을 통해 대북 핵 공격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고도 주장한다. 전략폭격기와 핵 항공모함 전개, 올 초 ‘핵협의그루빠(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 ‘작전계획 2022’ 적용 훈련 등을 예로 들며, ‘미국이 한반도에서의 핵전쟁을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위기감을 조성한다.
강철환 대표에 따르면 이 같은 핵무기 서사는 외부 방어용이면서 내부 통제용이기도 하다. 핵무기 보유의 정당성을 꾀함과 동시에 내부 반체제 인사에 대한 위협으로도 작용한다는 의미다. 강 대표는 “북한은 항상 내부에 잠재한 적대 세력을 우려한다”면서 “이란 사례에서 보듯 최고지도부를 겨냥한 핀셋 타격 가능성이 높아진 시대에, 핵은 지도부 보호의 최후 수단이라는 인식을 학습제강 등을 통해 반복적으로 주입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의 총창 우(위)에 평화가 있다’
‘침략 행위’에 따른 구체적인 피해액도 산정해 기재했다.
〈세기를 이어 끊임없이 감행되고 있는 미국의 핵 공갈 책동으로 하여 우리 인민이 입은 피해와 손실은 막대하다. 지난해 6월에 발표된 우리 공화국 외무성 미국연구소 백서를 통해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미제의 침략 책동과 반인륜적 만행에 의해 우리 인민이 입은 총 피해액은 무려 78조2037억400만여US$에 달하며 아직까지 확중(확증)되지 못한 피해는 그보다 훨씬 더 많다. 우리는 미제와 한국 놈들의 반공화국 군사적 침략 야망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는 투철한 계급의식을 지니고 적들의 그 어떤 침공도 단매에 쳐 갈길 수 있는 무적의 군력을 억척으로 다져나가야 한다.〉
북한은 과거부터 꾸준히 “미국의 침략 행위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해 왔지만 특정 금액을 산정해 명시한 적은 없었다. 그저 ‘천문학적 피해’라는 정성적(定性的) 표현 위주였다. 이러던 것이 지난 2024년 6월 외무성 산하 연구원에서 발간한 백서(白書)에 78조2037억400만 달러라는 피해액이 최초로 게재됐고, 그 수치가 이번 학습제강에도 다시 등장했다. 물론 산정의 근거는 확인할 수 없다.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은 이를 “외부 지원을 바라는 저의(底意)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경제난의 책임을 미국에 전가(轉嫁)하려는 선전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핵개발로 제재를 자초한 사실은 감추고, 미국이 막대한 피해를 줬다는 식으로 주민들의 적개심을 유도하려는 것”이라면서 “실제로 김정은은 원산·갈마 해안지구 개발 등으로 체제 유지를 위한 자금이 절실한 상황인데, 그럴수록 북한 주민들은 ‘그래서 어쩌자는 거냐’는 회의감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
피해액을 숙지한 뒤 참석자들은 ‘우리의 총창 우(위)에 평화가 있다’는 선전가요를 다 같이 불렀다. ‘침략의 무리 덤벼든다면 우린 용감히 쳐부수리라, 원수님 명령 가슴에 안고, 멸적의 총창 들었다’라는 가사다.
“대외 협상 관심 없다는 점 분명히 하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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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송환 조치한 북한 주민들 모습. 사진=통일부 |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 직무대행은 “이러한 주장을 통해 북한은 대외 협상에 관심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려는 것”이라며 “러-우 전쟁이 끝나지 않은 등 북한 입장에서는 협상에 나설 이유도 없고, 당분간은 이처럼 내부 단속과 선전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제강의 말미에는 ‘사상 문화적 침투’와 ‘심리모략전’을 언급한다. 이 대목에서 북한이 대북 선전, 대북 확성기 방송 등 심리전(心理戰)을 얼마만큼 두려워하는지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들은 “경애하는 총비서동지께서는 제국주의 사상 문화가 지난 시기에는 침략의 길잡이였다면 오늘에는 침략의 주역이 되고 있다고 하시였다”면서 “세계의 력학구도가 급속히 뒤바뀌고 힘 만능론이 통하지 않게 된 오늘에 와서 제국주의자들이 더욱 악랄하게 매여달리고 있는 주되는 침략 수법은 바로 사상 문화적 침투이다”라고 운을 뗐다.
〈미제와 한국 놈들은 (중략) 사사려행자(개별여행객)들과 국경 지역의 밀수통로 그리고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무역화물들을 리용(이용)하여 종교와 미신을 선전하는 소책자들과 불순 CD, USB 기억기들을 들여보내려고 악랄하게 책동하였다. (중략) 제놈(저놈)들의 세상을 미화분식(그럴싸하게 왜곡하다)하는 록화물(녹화물) 몇십 개가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느니, CD 한 장이면 한 명을 변화시킬 수 있다느니 뭐니 하면서 (중략) 우리 내부에 각종 불순 출판 선전물과 정치 선동 오물들을 들이밀기 위해 발악하는 목적은 제놈들에 대한 환상을 조성하여 우리를 사상적으로 무장 해제시키고 우리가 틀어쥔 계급의 총대에 녹이 쓸게(슬게) 하여 제놈들의 침략 야망을 손쉽게 이루어보려는데 있다.〉
“정치적 암은 혁명적 붉은 칼로 수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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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0년 6월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지역. 휑한 풍경이다. 사진=조선DB |
〈경애하는 총비서동지께서는 적들은 변태적인 문화 침투와 비렬(비열)한 심리 모략 책동으로 우리 내부를 와해 분렬(분열)시켜 보려고 획책하고 있다고, 이는 신체에 생기는 악성 혹, 아직 현대 의학 기술로써 고칠 수 없는 불치병이라고 하는 암이나 같다고 말씀하시였다. (중략) 암 치료에서 기본은 조기 발견하여 근치 수술을 하는 것과 함께 화학 료법(요법), 방사선 치료와 면역 료법을 잘 배합하는 것이라고 하시면서 마찬가지로 정치적 암 치료에서도 부르죠아(부르주아) 문화가 불 붙이기 전에 조기에 맹아 단계에서 발견하여 혁명적인 붉은 칼로 수술하고 사상교양 료법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알기 쉽게 가르쳐 주시였다.〉
강철환 대표는 “북한은 한류 자체를 체제 생존과 직결된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한국 드라마를 시청했다는 이유로 중학생까지 처형하는 정권과 과연 어떤 대화와 협상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남북정상회담 가능할까?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4일 취임사에서 “평화가 경제다. 아무리 비싼 평화도 전쟁보다 낫다”고 했다. 이어 7월 3일 청와대 기자회견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 채널 단절을 비판하며 “전쟁 중에도 외교와 대화를 한다. 대화를 전면 단절하는 건 정말 바보짓”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화 이전 안보부터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북한은 2023년 말 전원회의에서 남조선을 교전국(交戰國)으로 규정했고, 전 영토 평정을 위한 ‘대사변’ 준비를 천명했다”며 “남북 관계를 대남혁명 전략으로 접근 중인 북한을 단순한 정책으로만 대응하면 한계가 뚜렷하다”고 했다. 유 원장은 “평화의 기본 전제는 튼튼한 안보”라고 강조하면서 “수령절대주의 폭압 체제를 대화와 통일의 동반자로 설정한 대북 전략은 실패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성장 부소장 또한 힘의 비대칭을 언급했다. 그는 “대화나 교류로는 핵 불균형이 해소되지도, 그 위협이 사라지지도 않는다”면서 “남북 간 대등한 대화와 협력은 힘의 균형이 이뤄져야 가능하다”고 했다. 독자적 핵무장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얘기다. 정 부소장은 이어 “제강 내용에서 보듯 북한은 외부에서 유화적(宥和的) 태도를 보일 때도 내부적으로는 강경한 사상 교육을 진행한다”며 “한국 정부가 대화를 시도하더라도, 북한은 이를 평화를 앞세운 체제 붕괴 시도로 간주할 뿐”이라고 했다.
이들은 막상 북한이 대화나 협상에 응할 가능성도 낮다고 봤다. 정보기관 한 관계자는 “지금 북한은 한국을 전혀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서 “북한은 이제 당근에 반응하는 당나귀가 아니라 채찍에도 반응하지 않는 호랑이가 됐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북한은 코로나19 이후 환율 급등, 쌀값 폭등의 위기 속에서도 강력한 통제로 정권 기반을 지켜냈고, 금융·유통 시스템도 군(軍) 중심으로 재편했다. 체제 유지 동력을 확보했다는 뜻이다. 여기에 러시아와의 밀착까지 이뤄져 한국과의 관계에 있어 아쉬울 게 없다는 게 이 관계자의 분석이다.
“북한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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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밀착 중인 북한은 당장 한국과의 관계에 있어 아쉬울 게 없다고 분석했다. 사진은 지난 2024년 6월 19일 김정은과 푸틴이 평양 회담에 앞서 악수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
남북정상회담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는 “만일 한국이 평양에 가서 완전히 엎드리는 백기(白旗) 투항 식으로 나가면 북한 입장에선 선전용으로 써먹을 수 있으니 받아줄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그전에 회담에 따른 실익(實益)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남 교수는 “우리가 원하는 건 비핵화(非核化)인데, 핵 문제를 과연 대화로 풀 수 있는지는 냉정하게 짚어봐야 한다”면서 “과거 스물한 번의 장관급 회담 중 핵이 논의된 건 단 한 차례뿐이며, 그때도 북한은 ‘핵은 미국과의 문제’라고 일축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일방적 구애 전략을 쓰는 중인데, 푸틴과 밀착하고, 트럼프에게 친서(親書)를 받는 김정은 입장에서 남측 요구에 금방 반응할 가능성은 낮다”면서 “여기서 지속적으로 대화를 시도하면 저자세·구걸이 되며 이는 곧 안보 자해(自害)로 이어진다”고 했다.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은 “우선 북한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북한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북한의 변화 가능성에 기대거나 유화적 제스처를 보내는 방식으로는 통일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낮다”면서 “정부는 억제력 기반의 대응을 유지하고, 민간 부문에서 북한 주민들과의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 주민이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 한국 관계는 대적 기관이 전담”
이 가운데 민간 일각에서는 묘한 기류(氣流)도 감지된다. 해외에서 활동 중인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원칙대로라면 한국과 협력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야 하는데, 최근 민간 교류에 대한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고 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 측이 극비(極秘) 채널을 통해 한국에 광물과 곡물을 수출할 수 있는지를 타진한 정황이 있다”며 “정상회담에 목마른 정부가 여기에 과잉 반응해 ‘가능하니 만나자’고 나설 경우, 북한 전략에 휘말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질적 변화가 아닌 계산된 언사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북한은 6·15 공동선언 당시에도 내부에서는 무력통일을 계획했다.
이일규 위원은 “한국 외교부는 북한을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 관계’로 간주하지만, 북한 외무성은 한국을 전혀 다루지 않는다”면서 “북한에는 통일부 기능을 하는 조직이 없고, 한국과의 관계는 대적(對敵) 기관이 전담할 뿐”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