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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서 열린 ‘제22회 북한자유주간’ 행사에서 밝힌 정치범수용소

북한에서 정치범으로 규정돼 사라진 70명 공개

  •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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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탐 기관→보위부 예심처→검찰국→재판국에 이르기까지 불법 자행
⊙ 간호사에게 ‘간첩단 사건 연루자’, 가정주부에게 ‘국가체제 전복 결사체’ 등 혐의 적용
지난 6월 5일, 강화도의 모처에서 ‘제22회 자유북한주간’ 행사를 앞두고 북한 주민의 인권 해방을 위해 싸우는 시민운동가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북한인권단체들은 ‘제22회 북한자유주간’을 맞아 지난 6월 10일 독일 베를린에서 행사를 가졌다. 이번 북한자유주간에는 전(全) 세계 171개 인권단체가 참가해 공동결의문인 ‘북한의 자유와 인권을 위한 베를린선언’을 채택했다. 공동결의문에는 북한 정권이 지난 70여 년간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자행한 비(非)인권적인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행사에 앞서 사단법인 겨레얼통일연대는 〈북한 정치범 수감자 증언 기록 보고서〉를 발간했다. 겨레얼통일연대는 “탈북민들은 자유를 찾아 고난의 탈출을 감행했으나 그들의 부모, 형제, 자녀, 친구, 이웃은 ‘정치범’이라는 낙인 아래 비공개적으로 구금돼 고통받고 있다. 북한 당국의 보위 기관에 의해 어느 순간 체포돼 수용소로 이송된 이후 이들의 존재는 사회적 기록과 공식 행정 체계에서 완전히 삭제됐고, 그 이후 생사 확인이 제공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식(式) 강제 실종의 실상은 ▲자의적 구금 ▲비공개 조사 ▲재판 없는 처벌 ▲장기 수용소 이송 ▲존재 삭제라는 고도로 체계화된 국가 폭력의 순환 구조를 따른다.
 
  이번 보고서에는 정치범수용소 수감 실종자 70명의 실명, 생년, 거주지, 체포경위, 수감처, 가족 및 목격자 증언이 포괄적으로 수록돼 있다.
 
 
  정치범수용소 無期 수용이 결정되기까지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를 운영하는 표면적인 주체는 국가안전보위부(현재 정식 명칭은 ‘국가보위성’이지만, 〈북한 정치범 수감자 증언 기록 보고서〉에 따라 ‘국가안전보위부’로 표기한다.-편집자 주)다. 하지만 북한 체제의 수직적 권력 구조상 실질적인 책임은 김정은에게 귀속된다.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에는 반탐(反探·적의 간첩, 밀정 등에 반대) 기관이 있다. 군 보위부 반탐과 도 보위부 반탐처는 정치범 혐의를 최초로 포착하고, 불법적인 체포 및 강제 구금을 통해 ‘정치 범죄’ 사건의 출발점을 형성한다. 국가안전보위부의 반탐 기관은 비밀정보원망을 구축해 도청, 감청 장비 등으로 사상 동향 감시, 이탈 행위 추적, 색출을 담당한다. 이들은 임의 장소와 시간에 주민을 긴급 체포, 연행할 수 있는 특별 권한이 있고, 정식 구금 시설이 아니라 비공식 조사·고문 장소에 가족에게 알리지도 않고 장기간 구금을 할 수 있다. 심문과 고문, 가족 연좌제 정보 추궁, 회유 및 협박, 연대보증인 제도를 활용한다. 국가안전보위부의 반탐 기관은 형사절차법상 정당한 구금 권한이 없다. 하지만 실제로는 구금권·기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다.
 

  반탐 기관의 다음 단계는 예심처다. 보고서에 따르면 예심처는 반탐처 조사 이후에 정식으로 수사·기소 단계에 해당하는 절차를 담당한다. 피의자에 대한 ‘범죄 성립 여부’가 이때 결정된다. 혐의자의 혐의 입증 자료, 증언 조작 및 문서 작성, 최종 혐의 확정이 이 단계에서 이뤄진다. 피의자 예심문서를 작성해 예심결과서를 내부적으로 승인받은 후에 상부인 국가안전보위부 본부로 송부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피의자는 변호권을 보장받지 못하며 고문 및 장시간 조사를 받아야 한다. 대부분 피의 사실에 대한 강제 자백을 바탕으로 수용소 이송이 결정된다.
 
  예심이 종결되면, 사건은 국가안전보위부 검찰국과 특별재판국으로 이관된다. 내부 처분 형식의 재판이 진행되는데, 일반 공개재판과 달리 외부 통지가 없는 비공개 행정처분 행태다. 검찰국은 예심 결과의 적정성을 검토, 형량을 제안하고 승인한다. 재판국은 정치범 혐의에 따른 수용 결정과 형기를 확정한다. 이 모든 과정은 비공개 처리 방식으로 가족에게조차 재판 결과를 통보하지 않으며, 변호사 선임 및 항소권 없는 선고로 정치범수용소 무기 수용을 결정한다. 수감자들은 결과에 따라 주민등록 대장에서 완전 삭제되어 관리소로 이송, 평생 강제 노역, 생존권 인권 피해를 입는다.
 
 
  생사와 소재 파악이 되지 않는 ‘사라진 이들’
 
국방부는 북한 요덕(함경남도) 정치범수용소를 배경으로 한 창작 뮤지컬 〈요덕스토리〉(감독 정성산)를 2008년 5월 30일부터 순회공연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사진=조선DB
  겨레얼통일연대를 통해 공개된 몇 가지 사건은 이렇다.
 
  1. 장모씨. 함경북도 김성죽요양소 간호사 근무. 2007년 남동생이 탈북해 한국에 입국한 이후에 국경 연선에 있던 최○○를 통해 2009년 생계비 지원 명목으로 3차례 송금했다. 이후 ‘회령 간첩단 사건’ 연루자로 2009년 8월에 함경북도 도 보위부 반탐처 요원들에 의해 자택에서 긴급 체포. 적선과 내통해 반(反)국가적 목적의 정탐 행위에 가담했고, 고의적으로 동행하고 협조했다는 점에서 간첩 행위 및 방조 혐의를 받음. 반탐처 구류장 수감(2009년 8월~2010년 2월) 동안 혐의를 부정하는 과정에서 강도 높은 폭행과 고문을 반복적으로 당했고, 설사, 구토, 영양실조로 며칠 정신을 잃을 정도였지만 치료는 전혀 받지 못함. 2010년 3월경 예심처로 이관됐고, 비공개 재판을 통해 강제 실종됐다.
 
  2. 손모씨. 무산광산연합 노동자. 2005년 동생과 두 동생의 가족이 한국으로 탈북. 부친의 유해를 고향인 한국에 모시자는 동생의 제의로 유해를 밀반출하는 형식으로 부친의 유언을 따르기로 함. 조카의 협조로 두만강을 넘어 중국으로 반출했고, 이후 중간 브로커의 도움을 받아 최종적으로 대한민국으로 이송됨. 유해 이송 사건은 북한 보위부에 의해 ‘조국 반역자 공모 및 반공화국 모략 행위’로 간주돼 보위부 반탐과에 의해 체포됨. 보위부는 부친 유해를 한국으로 보내려 한 행위 자체가 체제에 대한 모욕 및 비난 목적의 반국가적 행위로 간주하고, 불법 휴대폰으로 내통한 것은 조국 반역 범죄에 해당된다고 확대함. 무산군 반탐과 구류장에 6개월 동안 수감되어 집단 구타, 폭행, 천장에 거꾸로 매달기 등의 체벌 고문을 당해 양팔과 다수의 부위 골절 및 탈구, 정신 실신 상태 다수 발생. 손모씨는 “고향 땅에 아버지를 묻는 것은 조국을 배신한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유지를 따른 자식 된 도리였다”고 했으나 도 보위부 예심처 이감. 형식적 재판을 거쳐 정치범으로 분류돼 정치범수용소로 이송.
 
  3. 주모씨. 주부. 남편 김모씨와 공모하에 반국가 목적의 가족 단위 지하 교회를 운영, 기독교 교리를 기반으로 주민들을 상대로 선전·선동을 한 것은 국가 체제 전복의 의도를 가진 결사체를 조직한 것이란 혐의 적용. 남편은 기독교 집안 출신으로 1988년 북한의 봉수교회 및 장충교회 설립 이후 신앙 생활을 시작. 종교 선전과 전도, 설교 활동을 부인했지만 가족 전체가 종교 모임을 한 것 자체가 국가 이적 행위로 간주됨. 회령시 보위부 반탐과 구금소에서 목격된 후 실종.
 
  4. 김모씨. 주부. 북한 당국은 2019년부터 코로나19 관련 극비문서들이 한국으로 유출되고 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대대적인 조사를 시작. 김모씨는 탈북자 송금 브로커 및 가족 연계 활동을 통해 코로나19 사법기관 대응 및 국가비상방역사령부 내부 상황을 한국에 전달한 혐의로 2021년 6월에 긴급 체포. 도 반탐처에서 6개월간 고문 및 강압 수사를 받은 후 도 보위부 예심처로 이송, 6개월 정도 있다 비공개 재판 선고 후 정치범수용소 수감으로 판단.
 
  5. 구모씨. 2006년 북한을 탈출해 대한민국에 입국해 생활하던 중 2008년 9월 밀입북. 북한 회령 지역으로 잠입한 뒤 군부대 시설, 보위, 안전 사법 기관 등을 촬영 후 재탈북을 시도하던 중에 같은 해 10월 체포. 구씨는 탈북 후 한국에 체류했다는 ‘조국 반역죄’, 한국 국정원에서 간첩 임무를 받았다는 ‘간첩 혐의’로 28개월의 구금 기간을 거쳐 정치범수용소로 이송, 이후 생사와 소재 확인되지 않음.
 
 
  김정은에게 형사적·정치적 책임 물어야
 
김정은이 2018년 9월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9월 평양공동선언’ 합의서에 서명한 후 발표하는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사진=조선DB
  겨레얼통일연대는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운영과 그에 따른 실종, 고문, 장기 구금, 차별적 처우 등은 국제인권법과 국제형사법 모두의 명백한 위범이며 형사적·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대에 따르면 정치범수용소의 수감, 그 이전 단계인 보위부의 반탐과 예산처 구금소에서의 장기 구금, 고문, 처형, 노역 부과, 가족과의 생이별은 국제형사재판소(ICC)의 ‘로마규정(제7조 제1항 및 제2항)’ 내에 따라 반인도에 의한 범죄에 해당된다.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최종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명시했다.
 
  〈정치범수용소의 운영과 그 안에서 발생하는 조직적 인권 침해는 북한 당국의 최고위급 명령 체계 아래 계획적으로 실행되고 있으며, 이는 국가 정책에 의거한 반인도적 행위에 해당한다.〉
 
  북한은 1981년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에 가입했기 때문에 생존권 보장, 고문 금지, 자유와 신체의 안전권, 법적 인격의 인정을 따라야 한다. 북한이 자행하는 모든 행위는 국제인권법상 심각한 의무 불이행이다.
 

  겨레얼통일연대는 ‘제22회 자유북한주간’ 행사를 맞이해 북한에 대한 권고 및 국제사회의 과제에 대해 말했다.
 
  연대는 북한 정부에 대해서는 “모든 정치범수용소를 전면적으로 해체하고, 현재 수감 중인 정치범 전원을 조건 없이 석방하며 그 명단과 처우 실태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며 “고문 및 가혹 행위를 금지하는 국제인권규범에 따라 자의적 구금과 강압수사를 금지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및 국제인권기구의 방북(訪北) 조사를 전면 수용하라”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이번 행사는 ‘사라진 그들을 기억하며’라는 주제로 70여 명의 정치범수용소 수감자들의 사진과 이름을 국제사회에 공개함으로써 기억 보존의 공공적 실천이 이뤄지고 있다. 추모가 아닌 현재 진행형의 인권 침해에 대한 저항의 표현이다”고 말했다.
 
 
  “국제사회는 북한 인권 문제에 방관하지 마라”
 
  ‘제22회 북한자유주간’ 행사에서 전 세계 171개 인권단체는 “분단의 장벽이 무너진 베를린에서 북한 주민의 자유와 존엄을 위한 국제적 연대의 새로운 장을 선언한다”며 “국제사회는 북한 인권 문제를 더 이상 침묵하거나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번에 채택한 공동선언문의 내용이다.
 
  〈첫째,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 및 북한 최고지도부 형사 책임을 촉구한다. 우리는 북한 정권의 반인도 범죄 및 전쟁 범죄를 강력히 규탄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해당 사안을 국제형사재판소에 공식 회부할 것을 요구한다. 김정은을 포함한 최고지도부에 대한 국제법적 기소를 촉구하며, 정치범수용소의 즉각적 해체 및 모든 억류자의 조건 없는 석방을 실현하기 위한 구속력 있는 조치를 요구한다.
 
  둘째, 탈북자의 강제 북송 금지 및 탈북민 보호 제도화를 촉구한다. 탈북민은 단순한 불법 이주자가 아니라, 생명과 자유를 위협받는 박해로부터 탈출한 국제 난민이다. 이들을 불법 체류자로 간주해 본국으로 송환하는 것은 국제법상 ‘비강제 송환 원칙’의 중대한 위반이며, 국제적 범죄 행위다.
 
  셋째, 북한 주민의 정보 접근권 보장 및 정보 유입 확대를 지향한다. 정보 접근권은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제19조에 명시된 보편적 인권이다. 북한의 정보 차단은 주민들의 인권을 체계적으로 억압하는 핵심 수단이다. 우리는 EU 및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다음을 실천할 것을 촉구한다. ▲위성방송, 모바일기기, USB, 디지털 네트워크 등 기술을 활용한 ‘북한 정보 자유 프로그램’ 구축 및 지원 ▲정보 유입을 인도적 책무로 규정하고, 외교 정책에 반영 ▲EU 인권기금(EIDHR) 및 디지털 지원 전략에 북한 정보 접근 항목 명시를 촉구한다.
 
  넷째, 탈북민 정착 지원을 위한 포괄적 체계 구축을 요구한다. 탈북민의 안정적 정착은 인권의 회복이며, 민주주의의 실현이다. 단지 망명권 부여를 넘어 교육·의료·고용·주거 전반에 걸친 통합적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이에 우리는 ▲EU 회원국별 국가행동계획 수립 및 법제화 ▲EU 공통 난민 가이드라인 제정 ▲탈북민이 자유 시민으로서 존엄하게 살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정책 메시지 전달을 요구한다.
 
  다섯째, 인권 범죄 가해자에 대한 EU 제재 강화를 촉구한다. 북한 정권 및 관련 제3국 기업의 인권 침해에 대해 다음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
 
  여섯째, ‘EU 북한인권법’ 제정을 촉구한다. ▲EU 북한인권위원회 설치, 인권 상황 정기 보고 및 정책 반영 ▲북한 인권 범죄 공식 데이터베이스 구축 ▲ICC 협력조항의 명문화 및 법적 기반 확보 ▲EU 난민 보호 기준 및 탈북민 관련 지침 수립 ▲북한 및 관련국과의 외교·경제 협력 시 인권 개선 조건 연계 결의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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