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특집] 김정은과 북한의 권력변화 집중분석

“북에서 ‘왕자의 난’은 없다”

  •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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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내부의 정체성 혼란과 리더십 갈등이 장기화할 것이다. 남북관계에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어려운 시절’이 찾아온다.(남주홍)
‘조선노동당 대표자회’에서 누가 정치국 상무위원이 되느냐를 보면 향후 북한 권력구조를 알 수 있다. 상무위에 북한 내 실력자인 장성택·김영춘·오극렬이 포함된다면 집단지도체제 가능성이 열리겠지만, 김영남·조명록·최영림과 같이 고령에다 건강까지 나쁜 ‘허수아비’가 상무위원이 될 경우 1인 지배체제가 될 것이다. 김정은은 결코 권력을 나눠 가지려 하지 않을 것이다.(하태경)


⊙ “후계체제를 안정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한반도 전쟁 위협, 3차 핵실험 가능성, 남북 정상회담 등
    다양한 수단이 등장할 것”(정보 당국자)
⊙ “누군가 김정남과 김정철을 내세워 김정은과 경쟁을 도모하려 든다면 우선제거 대상이 될 것”
    (전현준)
⊙ “김정은은 ‘장(場)마당 경제 활성화’ 같은 파격적 조치로 능력을 인정받으려 들 것”(안찬일)
⊙ “김정은을 수령으로, 김경희(김정일의 여동생)가 단독으로 또는 장성택(국방위 부위원장)·김경희가
    함께 김정은을 후견하는 체제가 유력”(송종환)
⊙ “김정은이 짧은 기간 안에 권력을 장악하기 어려울 것. 당 정치국이나 국방위 등 핵심 권력층과
    일정하게 공존하는 혼합형 정권 등장할 듯”(김대성)
북한 평양거리에 설치된 ‘조선노동당 대표자회’ 포스터. 지난 9월 6일 평양시민들이 포스터 곁을 지나고 있다. 이번 대표자회는 김정일의 3남 김정은이 공식 등장하는 무대가 될 것인지가 관심사다.
지난 1966년 이후 44년 만에 개최되는 북한의 제3차 조선노동당 대표자회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9월 14일 현재 대표자회가 시작되지 않았으나 내용과 형식 면에서 북한의 ‘명운(命運)’을 결정할 것이란 전망이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9월 8일 미 외교관계협의회 연설에서 “미국은 북한의 후계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결말이 날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북한이 44년 만에 당 대표자회를 열겠다고 밝힌 것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다”며 “무엇이 논의되며 어떤 인물이 새롭게 등장할지 정부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결과물이 작은 것이든, 큰 것이든 그 나름대로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도대체 북한 내부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원세훈(元世勳) 국가정보원장이 국회 정보위에 출석, “3대 세습 가능성이 보인다”는 발언 이후 북의 후계자 결정이 조심스럽게 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권력승계가 가시화될 경우, 대남(對南), 대중(對中), 대미(對美) 정책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행여 세습권력의 붕괴와 급변사태 가능성은 없을까.
 
  김정일의 움직임도 궁금증을 낳기에 충분하다. 지난 5월 초에는 동북 3성 중 랴오닝(遼寧)성을 다녀온 그가 느닷없이 지난 8월 26일부터 닷새간 중국의 지린(吉林)시와 창춘(長春)시, 하얼빈(哈爾濱) 등을 둘러본 이유는 무얼까.
 
  이상우(李相禹)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 의장은 “갈 데까지 간 북한으로선 현재 탈출구가 없다. 유일 방법이 ‘중국식(式) 개방’이란 점을 북 스스로 잘 알고 있다”며 “북한 노동당 창당 이후의 최대 변화가 도래할 것이며 그 변화는 중국의 ‘덩샤오핑식 변화’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인 남주홍(南柱洪) 경기대 교수는 “북한 내부의 정체성 혼란과 리더십 갈등이 장기화해 급변사태가 불가피하다”며 “남북관계에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어려운 시절’이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
 
  <월간조선>은 국내의 북한 전문가와 함께 현재 북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과 그 표징을 탐문해 보았다. 김정은의 등장 여부와 그에 따른 권력 세대교체, 새로운 경제발전계획, 천안함 사태와 3차 핵실험 가능성 위협 등 갈림길에 선 북한의 오늘을 꼼꼼히 들여다보았다.
 
 
  후계자 김정은이냐, 아니냐
 
지난 8월(날짜는 불분명) 조선노동당 창건 65주년 을 기념하는 내용의 나무판 등을 들고 북한 중학생들이 김정은 찬양가요인 ‘발걸음’을 부르며 평양 시내를 행진하고 있다.
  일본의 NHK 방송은 지난 9월 9일 북한의 조선노동당 대표자회를 앞둔 평양 분위기를 보도하며 “김정은이 후계자라는 인식이 북한 국민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다”고 했다. 이 방송은 ‘평양시민’이라고 밝힌 한 남성의 발언을 인용, “우리의 최고 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인 김정은 동지가 혁명의 위업을 더욱 진전시켜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북한의 매체들이 김정은의 이름과 모습을 단 한 차례도 전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평양시민’의 발언은 의미가 있다. 북한에서 후계체제가 공론화된 상태가 아니라면 감히 ‘평양시민’이 외국 언론사에 후계에 대해 언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지난 8월 27일 김정일의 방중 당시 김정은을 후진타오 중국 주석에게 소개했고 후진타오도 중국 지도부를 김정은에게 소개한 것으로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북한민주화포럼 이동복(李東馥) 대표는 “김정은이 예정된 당 대표자회를 통해 조직지도부 부장을 맡게 되면, 북한의 모든 신경조직을 장악해 세습후계 체제를 확실하게 구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북한연구센터를 설립한 ‘탈북자 박사 1호’ 안찬일(安燦一) 소장도 김정은 후계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장남(김정남)은 이미 후보군에서 탈락했고 차남(김정철) 역시 건강문제와 성격 등으로 제외됐다”며 “현재 인민군 정찰 총국장으로 위세를 떨치는 김영철 상장이 4~5년 전 ‘김일성 군사대학’에서 3남 김정은에게 개인 군사교습을 했으며 이후 그의 지위가 턱없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안 소장은 다만 “오랜 중국 체류로 중국식 개혁, 개방에 익숙한 김정남을 중국 측이 선호했을 수 있다”고 했다.
 
 
  “후계자는 비밀리에 선정될 수 없다”
 
이상우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 의장.
  안기부 해외정보실장을 역임한 명지대 북한학과 송종환(宋鍾奐) 초빙교수는 “북한은 김정은을 후계자로 지목, 현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며 “관건은 김정일의 건강이다. 건강에 자신이 있다면, 김정은의 나이를 고려해 제7차 노동자 대회가 예정된 2012년에 후계자로 공식 등극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일리NK 손광주(孫光柱) 편집인과 유동렬(柳東烈)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은 “김정은이 후계자로 선택된 것으로 보이며 ‘왕자의 난’ 같은 경쟁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도 “김정일이 갑자기 사망하고 김정은의 권력장악이 현저히 떨어지면 ‘김정은-김정남’ 사이에 권력투쟁 가능성은 다소 남아 있다”고 전망했다.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전현준(全賢俊) 선임연구위원 역시 “김정은이 가장 유력하며 후계자 갈등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김정은 외 다른 변수 가능성을 일축했다. 탈북자인 NK지식인연대 김대성 미디어부장도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김정은을 꼽았다. 그는 “누군가 김정남과 김정철을 내세워 김정은과 경쟁을 도모하려 든다면 우선제거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
  열린북한방송 하태경 대표는 좀 더 적극적으로 김정은에게 무게를 실었다. 하 대표는 “이미 2007년 1월쯤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됐으며 매년 김정은 생일인 1월 8일 김정일과 김정은, 그리고 권력 핵심들이 모여 생일 축하잔치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김정은 이외의 후계자는 절대로 없다고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장성택(국방위 부위원장)의 조언 내지 섭정 역할도 절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정은이 후계자로 낙점받았다고 단언하기에 아직 이르다는 견해도 흘러나온다. 김정일의 후계자가 되기 위해선 업적이 있어야 하나 김정은이 지닌 ‘자산(資産)’이 일천하다. 과거 김정일은 후계자로 내정된 지 6년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치밀한 우상화 작업과 여론형성 과정을 거쳤다는 의미다.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소 이승열 연구위원은 <김정일의 선택>이란 저서를 통해 “북한 후계자는 결코 비밀리에 선정될 수 없다. 만약 김정일이 극소수만 알고, 비밀리에 후계자에 대한 결정을 내리면 그것은 정치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했다.
 
  이 연구위원은 “김정은에 대한 북한의 ‘자발적인 동인(同認)’의 문제는 한마디로 먹고사는 문제의 해결 여부에 달렸다.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주민 동의를 구할 수 없다”며 “북한에서 주민들의 ‘자발적 동인’이 없는 후계자는 비록 선출될 수는 있어도 지배할 수는 없다. 힘으로 지배하는 것 또한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1인 수령’이냐 집단지도 체제냐는 김정일 건강이 관건
 
송종환 명지대 초빙 교수.
  변수야 많지만, 김정은이 3대 세습을 완성한다고 해도 1983년생인 그가 권력기구를 완전히 장악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금까지 그의 행적은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다.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원으로 현재 국방위원회 또는 인민무력부에 파견돼 활동하고 있을 것’이란 추론이 있으나 이것도 확실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김정은이 후계자로 지목될 경우 김정은과 북한 군부(軍部) 엘리트와 ‘동거’하는 식의 집단지도체제를 생각할 수 있다. 또한 1인 수령제와 집단지도체제가 공존하는 ‘혼합형 권력’이 탄생할 가능성도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 점쳐진다.
 
  하태경 대표는 “이번 당 대표자회에서 누가 정치국 상무위원이 되느냐를 보면 답이 나올 것”이라며 “상무위원에 북한 내 실력자인 장성택·김영춘·오극렬이 포함된다면 집단지도체제 가능성이 열리겠지만, 김영남·조명록·최영림과 같이 고령에다 건강까지 나쁜 ‘허수아비’가 상무위원이 될 경우 1인 지배체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하 대표는 후자 쪽에 무게를 실으며 “김정은은 결코 권력을 나눠 가지려 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송종환 교수는 “김정은을 수령으로, 김경희가 단독으로, 또는 장성택과 김경희가 함께 김정은을 후견하는 체제가 유력해 보인다”며 “향후 당 대표자회에서 80대 이상의 고령자들이 젊은 나이로 대거 교체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일본 TBS 방송에 보도된 김정은의 모습.
  김경희는 김정일의 여동생이자 장성택의 아내로 조선노동당 경공업부장 직함을 갖고 있다. 송 교수는 장성택이 뒤로 빠지고 김경희가 단독 후견인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며 “두 사람이 현재 별거 중이라는 소문이 있고, 고위간부였던 장성택의 형제 두 명이, 지난 6월 2일 사망한 리제강(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과 비슷하게, 교통사고와 암으로 사망했으나 실제로는 숙청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남주홍 교수는 “위기에 처한 북한이 집단체제(국방위원회와 노동당 중심체제)나 과두체제(장성택·오극렬 등 핵심실세 7~8명이 김정은을 중심으로 뭉치는 체제), 싱글체제(김정은 체제)를 두고 혼선,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며 “이 경우 논란 끝에 권력구조가 과두체제로 바뀔 가능성이 제일 클 것”으로 전망했다. 집단체제로 가기 위해선 인민군과 당이 합의해야 하지만 군이 합의할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김대성 부장은 “1인 수령제를 보완하는 혼합형 권력구조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김정은이 짧은 기간 안에 김정일처럼 권력을 장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수령 직을 계승한다 해도 당 정치국이나 국방위 등 핵심 권력층과 일정하게 공존하는 혼합형 정권으로 출발할 것”으로 분석했다.
 
 
  집단지도체제 불가능
 
남주홍 경기대 교수.
  전현준 선임연구위원은 “북한과 같은 독재체제에서 권력분립은 상상할 수 없지만 ‘민주 집중제’가 부활할 가능성은 있다”고 조심스레 점쳤다. ‘민주 집중제’란 당 정치국 상무위를 복원시켜 모든 문제를 민주적으로 토론하고 일단 결정하면 승복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전 위원은 “이 시스템이 김정은의 경험부족을 보완해줄 장치”라고 했다.
 
  안찬일 소장은 “김정은이 당 대표자회에서 분수에 넘치는 지위를 쥐게 될 경우, 부족한 카리스마를 갖출 때까지 장성택 등 노련한 당 관료나 김영춘·오극렬 등 군부 최고 엘리트들에게 일부 권한을 배분하는 식의 통치방식은 도출될 수 있다”며 “그러나 그것은 ‘집단지도체제’가 아니라 ‘조화형 지도체제’라 불러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손광주 데일리 NK 편집인.
  사실, 1인 수령 중심의 북한 통치 시스템은 집단지도체제가 용인될 수 없는 구조다. 사회주의 체제에서 집단지도체제란 정치국 상무위 내지 정치국을 중심으로 내치(內治)와 외치(外治)가 이뤄지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수령 독재인 북한이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안 소장의 생각이다.
 
  유동렬 연구관도 “북한은 주체사상에 기반을 둔 수령 유일 지배체제가 아니냐”며 “김정일이 건재하는 한 ‘집단지도체제’ 운운은 허망한 소리”라고 일축했다. 다만 “김정일이 후계승계를 하지 못하고 향후 5년 내 사망해 김정은 권력이 불안정할 경우, 대안으로 집단지도체제가 등장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안찬일 박사.
  손광주 편집인은 “김정일이 생존해 있는 한 집단지도체제는 불가능하다”며 1956년 ‘8월 종파 사건(연안파와 소련파 제거)’, 1966~67년 갑산파 사건(박금철, 이효순 등 당내 실력자들이 김일성에게 ‘과도한 군사비 지출을 줄이고 값싼 외국 차관으로 경공업을 일으키자’고 했다가 숙청된 사건), 1967년 5·25 교시(수령제 중심의 개인숭배 강화) 등 북한 현대사 60년 동안 일어난 정치적 숙청은 모두 김정일이 ‘집단지도체제의 싹을 잘라 버리기 위해’ 일으킨 사건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김정은과 장성택이 중심이 돼 집단지도체제를 받아들일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내부 권력투쟁으로 번져 북한체제가 조기 붕괴할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은 구(舊) 공산권 국가의 ‘집체적 지도체제’를 해 본 경험이 없기에 김정일이 사망하고 나서도 체제 위기를 느끼는 후계자와 엘리트들이 쉽게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태생적 한계를 지적했다.
 
 
  核으로 후계세습 띄우기 이벤트
 
지난 2009년 9월 북한 원산 인근에서 대만의 사진작가가 촬영한 북한의 한 선전벽보. 김정일의 셋째 아들 ‘김정은’의 이름이 보인다.(사진 제공 플리커닷컴)
  김정일은 대외(對外)정세를 후계체제 구축에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어떤 카드를 준비하고 있을까. 익명을 요구한 정부 정보 당국자는 “후계체제를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동시에 남한의 천안함 공세를 차단하려고 한반도 전쟁 위협, 3차 핵실험 가능성 위협, 남북정상회담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대내(對內) 목표인 후계체제 구축을 공고히 하려고 ‘천안함 사태’ 국면을 ‘핵(核)’ 국면으로 전환, 남북 정상회담 및 6자 회담의 협상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김정일이 후계 선물로 김정은에게 핵을 건넨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안찬일 박사는 “‘퍼스트 세습’이 조용한 세습이라면 ‘세컨드 세습’은 화약 냄새를 풍기는 동북아 대결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전현준 선임연구위원.
  과거 김정일이 권력을 세습했을 당시 “휴전선에서 총 한 방도 쏘지 마라”는 지시가 ‘당 중앙’으로부터 최전방 부대까지 시달될 정도로 남한 정세에 신경을 썼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금의 북한은 과거와 상황이 다르다. 안 박사는 “그때는 북한경제가 안정권이었지만 지금은 너무 피폐해져 북한 주민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서라도 군사적 도발에 치중하거나 선군사상을 띄우기 위한 이벤트가 가능하다”며 “9월 중순 내지 10월 노동당 창당 65주년을 맞아 3차 핵실험 가능성도 점쳐진다”고 우려했다.
 
  김대성 부장도 비슷한 생각이다. 그는 “핵이야말로 북한 정권을 지탱하는 최후 보루인 만큼 대미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핵 국면을 주동적으로 조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핵문제-후계구도 연계 가능성 낮다
 
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
  이에 대해 손광주 편집인과 하태경 대표는 “북한이 천안함 국면을 덮고 6자 회담 국면으로 전환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면서도 핵실험과 같은 갈등적 국면전환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손 편집인은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후계체제에 대해 ‘암묵적 승인’을 받아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이상우 의장은 “예정된 당 대표자회에서 새로운 후계자, 새로운 당의 면모, 새로운 경제발전 모델을 갖추기 위해 주변국에 호혜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국면 조성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핵실험을 동원하면서까지 동북아 안보위기를 조성할 만큼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의장은 “핵과 미사일, 유엔 제제, 6자 회담, 경제난국 등을 모두 일소할 수 있는 새로운 출구전략 내지 ‘큰 그림’을 던져 천안함 사태의 주도권을 잡으려 할 것”이라며 “북핵문제는 하는 것도, 안 하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행보로 이슈를 끌어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동렬 선임연구관.
  그러나 유동렬 연구관은 “인위적으로 핵 문제를 후계구도와 연계시켜 한반도 안팎에 긴장을 유발할 가능성은 작다”고 일축했다. “대내외적으로 국제적 압력이나 제재 국면을 만들지 않고 조용히 후계구도를 진행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그는 “북한 후계구도는 절대 통치자인 김정일이 지명하고 밀어붙이면 끝나는 문제이지, 수령이 결정할 사항을 정당화하려고 안팎 갈등을 일부러 조장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다시 말해, 위기조성을 넘어선 안보위기는 오히려 후계체제에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핵무기를 후계자에게 물려준다 해도 정권 초기 ‘국제사회와의 대결’이라는 매우 불리한 환경에 처할 수 있다.
 
  전현준 연구위원도 핵 국면 조성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소련과 유럽의 사회주의 국가가 붕괴하던 1990년대 초 당시, 북한은 스스로 ‘원만한 후계구도 때문에 붕괴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며 “현재 북한 상황도 1990년대 못지않은 ‘위기’인 만큼 핵 국면 전환보다는 후계구도 안정화에 더 치중할 것”으로 분석했다. 후계체제와 핵 카드는 ‘체제 보위용’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지만, 핵을 활용한 국면전환용 카드로는 너무 위험하고 자칫 공중분해될 가능성이 많다는 얘기다.
 
 
  중국식 개혁·개방이냐, 폐쇄적 통치구조냐
 
2009년 1월 김정일이 함경남도 함흥 반도체 재료공장을 방문해 현지지도하고 있다. 오른쪽이 김정일 위원장의 매제이자 권력 2인자인 장성택.
  후계자가 누가 되느냐보다도 사실 북한의 최대 당면과제는 경제난 해소다. 그러기 위해선 개혁·개방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일성-김정일이 이어온 폐쇄적 통치구조를 계속 고집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당장 중국 압력이 거세질 게 뻔하다.
 
  김정일이 올 들어 두 차례나 중국을 찾았고, 특히 동북 3성 중 랴오닝(遼寧)성과 지린(吉林), 창춘(長春), 하얼빈(哈爾濱) 등지의 경제발전상을 둘러본 것은 중국식 개혁·개방에 대한 기대를 드러낸 것이란 분석도 흘러나온다.
 
  이상우 의장은 “예정된 당 대표자회를 통해 북한 내부에 근본적인 변화가 도래할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탈출구가 없는 북한이 ‘덩샤오핑식 개혁’으로 경제노선을 뜯어고쳐야만 살 수 있다는 점을 (북한 지도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거시적으로나마 북한이 노선을 바꿔 천안함 사태를 일정 부분 ‘물 타기’하고 해묵은 경제난도 타개하려 들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현준 연구위원과 안찬일 박사는 “주민들이 자본주의를 경험하고 있고, 개방정책을 김정은의 치적으로 선전할 필요도 있기에 김정은 시대를 대비해 보다 개방적으로 나갈 것”으로 진단했다. 전 위원은 “북한은 기본적으로 중국을 신뢰하지 않지만, 경제난으로 인해 중국을 ‘후방 공급기지’로 활용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러나 개방의 형태는 철저히 중앙정부 주도형”이라고 선을 그었다. 안 박사는 “김정은이 ‘장(場)마당 경제 활성화’ 같은 파격적 조치로 능력을 인정받으려 할 수 있다”며 “후계문제와 개혁개방을 담은 경제노선 천명, 이 두 가지가 북한 권력변화의 화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9일 함경남도 함흥의 섬유공장인‘2ㆍ8비날론연합기업소’를 찾은 김정일.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한 사진에는 잘 공개되지 않았던 김정일의 동생인 김경희 노동당 경공업부장(흰 점선 안)의 모습이 보인다.
  남주홍 교수는 “북한이 정체성 혼란과 리더십 혼란이라는 두 개의 커다란 위기를 겪고 있으며 이는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며 “생존 차원에서 중국식 개방모델을 택해 중국의 체면과 명분을 살려주겠지만 어디까지 열고, 얼마나 열지는 여전히 고민거리일 것”이라고 했다. “당장은 지극히 제한적 수준에서 ‘우선순위’에 따라 문호(門戶)를 조절할 것이고, 남한에 대해서는 ‘선 실리 후 명분’이란 관점에서 천천히 접근하려 할 것”으로 말해 북한의 개혁·개방의지가 그다지 높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손광주 편집인도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변화가 있을 수 있으나 수령제의 근간을 못 버릴 것”이라며 “수령제를 토대로 농업이나 소(小)상공업 분야에서 약간의 변화를 시도하거나 (상거래를) 허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급제조차 어려운 마당에 그렇게라도 해야 정권 자체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대성 부장은 “개혁·개방은 김정일 정권의 붕괴를 의미하기에 중국식 개방을 택하기는 어렵지만, 중국의 동북지방 개발계획에 일부 참여하는 방식으로 경제의 숨통을 틔우려는 시도는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두만강과 압록강 유역의 국경지역 일부를 ‘경제자유 무역통상구’로 지정해 외화벌이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송종환 교수는 “김정은을 후계자로 지목하더라도 개혁·개방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북한은 소련의 패망과 동유럽의 몰락을 기억하고 있기에 개혁·개방을 ‘마약’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난을 방치하고 폐쇄적 국가체제를 고집할 경우 향후 10년 내 반(反) 김정일 군인세력 또는 주민들의 폭동으로 북한이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 송 교수의 판단이다. 그는 “아직 북한에는 김정일 체제에 조직적으로 반대하는 시위는 없었다. 그렇다고 동독 주민과 달리 북한 주민들이 한국과의 관계로 돌파구를 뚫어 나가자는 의식도 별로 없다”며 “민간 차원의 교류·협력을 확대, 북한 주민들의 마음부터 움직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對南·對中·對美의 삼각 판도라
 
김정일이 현지 지도한 신의주 락원기계연합기업소에 ‘위대한 장군님의 ○○○ CNC 헌신의 시간에 발걸음을 맞추자!’란 포스터가 걸려 있다. ‘발걸음’은 김정일의 후계자로 알려진 김정은 찬양노래 제목이자 그를 지칭하는 표현이다.
  유동렬 연구관과 하태경 대표도 북한의 개혁·개방에 부정적이다. 유 연구관은 “북한 김일성 왕조의 혁명 전통을 계승하는 한 대내외 정책의 큰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북한에 개혁·개방을 바라는 것은 ‘오뉴월의 개꿈’”이라고 단언했다. 하 대표는 “북한 경제가 가장 어려웠던 1990년대 말 ‘고난의 행군시기’에도 문을 열지 않았다”며 “김정은 체제가 공고화되더라도 개혁·개방은 절대 없다. 오로지 중국 비위를 맞추기 위해 말로만 개혁·개방을 외칠 것”이라고 했다.
 
  포스트 김정일 체제에서 대중·대남·대미 정책 변화는 불가피하다. 당장은 중국을 향해 세습의 정당성을 인정받으려 구애를 펼칠 가능성이 크다. 대중 관계가 절정기로 접어들 수 있다. 반면 미국을 향해선 ‘핵 보유’ 카드와 ‘대미 대화촉진’ 카드를 동시에 꺼내 들 것이 유력시된다. 김정은 체제가 ‘북·미평화협정 체결’, ‘주한미군 철수’류의 골동품을 못 버리면 북·미관계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하태경 대표는 “김정일의 지난 8월 방중(訪中)을 기획한 이가 김정은이었다는 설이 있다”며 “만약 사실이라면 김정일의 방중은 김정은 시대에도 미국보다 중국을 택하겠다는 선언으로 봐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럴 경우 미국은 물론 남한에 대해서도 관계경색이 고조될 가능성이 많다. 중국이 미국을 미워하는데 굳이 북한이 미국에 다가가려는 것 역시 어색하다. 또 중국과 ‘절친’하면 한국과 미국의 존재를 잠시 잊어도 아쉬울 게 없다. 안찬일 박사는 “핵으로 미국을 압박하고 대가를 얻어 내려는 북한의 대미 외교전략은 오바마 정부 내내 유효할 것”이라고 했다.
 
  손광주 편집인도 김정은 체제에서도 대남 정책이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우려했다. ‘남한이 경제적으로 지원해 주면 대화에 응하고, 지원하지 않으면 군사긴장을 일으키는’ 대남전략의 기본 축이 당장에는 안 바뀔 것이란 얘기다. 전현준 연구위원도 “모든 면에서 남한에 뒤진 북한이 적극적인 교류협력 정책을 쓴다는 게 가능할까. 만일 대남 전면개방을 시행한다면 북한은 금방 붕괴된다”고 했다.
 
 
  후계자 공식 추대는 2012년이 유력
 
  그러나 안 박사는 “극도의 권력 피로감에 빠진 김정일의 최대 소망은 자신의 노후보장과 아들의 권력안정”이라며 “남한의 갈등 수위가 높아지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남북경색 해소에 기대를 걸었다. 김대성 부장 역시 “남북관계 단절보다는 유화전략을 쓸 가능성이 더 높다. 비공식적으로 ‘남북정상회담 용의’를 출구전략으로 활용할 개연성도 충분하다”고 했다.
 
  예정된 당 대표자회에서 후계자가 공식화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김정은의 공식 데뷔야 가능하겠지만 ‘1인 수령’이 되기 위해서는 공개적인 업적과 능력을 인정받는 ‘세례식’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1972년 후계자로 내정된 김정일이 1980년 조선노동당 제6차 대회에서 처음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듯이 제7차 당 대회에서 후계자가 공식화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7차 대회가 열리면 후계자를 당 정치국 위원과 조직담당 비서로 임명하는 일련의 절차를 거칠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다면 7차 대회는 언제 열릴까.
 
  김대성 부장은 “김정일이 ‘강성대국 원년’으로 정한 2012년이 유력하다”며 “2012년은 김일성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로 북한의 ‘주체 연호(年號)가 100단위를 넘어가는 해”라고 했다. 그는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공식화하기 위해 새로운 연호를 제정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하태경 대표는 “후계체제가 공식화되면 7차 대회가 유력시되는 2012년까지 김정은은 후계자가 아니라 북한의 일인자가 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며 “김정일로부터 국방위 제1부위원장→최고사령관→당 총비서 직위를 순차적으로 물려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럴 경우 김정일은 7차 대회와 함께 정치에서 완전히 은퇴할 것으로 내다봤다.
 
  안찬일 박사는 “향후 당 대표자회 결과에 따라 7차 대회가 열릴 수도 있고, 안 열릴 수도 있다”고 했다. 향후 4~5년간의 미래를 향한 경제발전 노선이 구체화된다면 굳이 2년 뒤에 7차 대회를 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안 박사는 “김정은 후계체제는 이전 김정일과는 다른 수순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향후 당 대표자회에서 후계자로 인정받으면 굳이 7차 대회를 다시 열어 공식절차를 밟을 필요는 없다. 기능면에서 당 대표자회와 당 대회는 동일하다”고 했다.
 
  유동렬 연구관도 7차 당 대회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그는 “당 대표자회에서 일단 김정은이 ‘의미 있는’ 당직을 차지하면 내부적으로 후계자 정리가 끝났다고 보면 된다”며 “당 대회를 소집하면 제일 먼저 당 사업 전반을 평가해야 하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기에 당 대회가 아닌 당 대표자회를 선택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북한 의도대로 ‘사상강국-군사강국-경제강국’을 이뤄 2012년에 강성대국을 실현한다면 2012년 당 대회를 열 수 있지만, 북한의 경제회생이 어려워 7차 대회 소집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손 편집인 역시 “김정은의 후계자 공식화와 비공식화가 뚜렷하지 않을 것이며 7차 대회를 하든 않든 별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정일이 당·군·정 주요 간부를 모아 놓고 “김정은이 이제부터 나를 적극 도와 사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면 그것이 후계자로서 공식화된다는 의미다. “굳이 노동신문, 조선중앙방송에 나타나 ‘제가 김정은이고, 후계자입니다’는 식의 발언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손 편집인의 생각이다.
 
  전현준 연구위원은 “김정은 후계체제의 공식화는 김정일의 건강과 연동해 있다”면서 “현재 김정일의 건강상태를 감안하면 김정은 후계자가 공식화되는 것은 10년 후 정도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포스트 김정일 체제를 멀리 잡았다.
 
 
  세습실패와 급변사태 대비, 위기관리 시스템 정비해야
 
북한 국방위원회 기관지인 <조선인민군>의 1월 8일자 1면. 3대 세습을 노골적으로 암시하는 문구가 적혀 있다. (대북 단파라디오 ‘열린북한방송’ 인용)
  김정일의 후계자가 누가 되든 북한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김정은이 변화를 수용한다 해도 개혁·개방 정책을 단기간에 펼치기는 어렵다. 호재는 적고 악재가 즐비하다. 김정은이 김정일의 후원을 업고 억지로 정당성과 뻔한 업적을 쌓을 수는 있어도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이 더 나빠질 경우 권력층 내부가 와해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권력승계 실패와 급변사태 가능성도 점쳐진다.
 
  남주홍 교수는 “이미 북한 내부의 정책과 전략의 불확실성이 극대화되고 있어 급변사태가 도래하고 있다”며 “북한은 남한을 다루는 데 자꾸 자신을 잃어가고 있다. 천안함 사태에 대응하는 모습이나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남북 정상회담 등에서 온탕·냉탕의 노선을 오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남 교수는 “향후 남북관계에서 일대 갈림길에 서게 될 테니 우리 정부는 위기관리 시스템 차원에서 대북정책을 세워야 한다”며 “평화공존이라는 책상머리 정책으로 접근했다가는 큰 낭패를 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태경 대표는 “김정일의 건강악화로 후계승계 작업이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어 권력승계 작업이 실패할 수 있다”며 “급변사태 가능성은 김정일이 얼마나 빨리 사망하는가, 김정은이 북한 민심을 얼마나 장악하느냐, 반 김정은 흐름을 외부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지원하느냐에 달렸다”고 전망했다.
 
  안찬일 박사는 “세습의 수순을 잘 소화해 낸다면 ‘반세기 권력’에서 ‘1세기 권력’으로 넘어갈 수 있지만, 복병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피폐해진 북한 노동자 농민 외에 군대마저 ‘피폐의 동반자’로 전락하고 있다. 주민들이 굶주림을 이기고자 종자(種子), 옷가지를 싸들고 장마당으로 나갔지만, 총밖에 없는 군인은 생존권을 위해 어디로 가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정은 권력 승계 실패 경우 대비해야”
 
  손광주 편집인은 적극적으로 급변사태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김정일이 사망한 후 북한이 ‘지속 가능하고 안정된 체제’로 존속할 가능성은 없다”며 “시간이 흐르면서 정권교체, 체제전환, 국가붕괴 등 어떤 형태로든 변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내란, 소요, 무정부, 핵무기 유출 가능성, 대규모 탈북 사태 등의 급변사태에 정부가 대응책을 세워 놔야 한다는 게 손 편집인의 생각이다. 그는 “향후 우리 정부와 국민은 ‘한반도 평화통일’로 갈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에 대해 한국 내부의 국론부터 모아야 한다”며 “북한 주민이 개혁·개방·민주정부를 세울 수 있도록 우리 정부가 주축이 돼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송종환 교수는 “북한이 수령 유일 지배체제를 고집하고 개혁·개방을 거부하면서 대량살상 무기를 개발해 정세를 긴장시킬 경우 오는 2022년 전에 붕괴할 것”이며 급변사태 가능성을 점쳤다. 송 교수는 개혁적 성향 군부의 반 김정일 쿠데타, 경제난에 따른 북한 주민의 시위 확대로 인한 무정부적 내전상태가 단계적으로 또는 단기간에 압축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전현준 연구위원은 “김정은의 능력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고 세습 후계의 사전(事前) 정당성이 사후(事後) 정당성까지 보장받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김정은 중심의 권력승계가 실패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대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대성 부장은 “권력승계에 실패한다면 집단지도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지만 급변사태 발생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했다. 그는 “노동당을 중심으로 집단지도체제가 형성돼 부분적인 개혁·개방에 주력할 순 있으나 조직적 역량을 갖춘 반 정부세력이 등장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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