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푸틴이 연설에서 말한 ‘예부터’라는 것은 도대체 언제부터일까? ‘남서쪽의 역사 속 고대 러시아 땅의 사람들’은 정말 스스로를 ‘러시아인’이라고 생각했을까? 그 이전에 ‘러시아인’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이 책은 ‘러시아인(민족)’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발명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추적한다. 그 ‘발명’의 기나긴 과정은 모스크바 공국이 몽골의 속국에서 벗어나고 이후 제국으로 발전하는 동안에 ‘키이우 루시 기원 신화(神話)’를 차용(借用)하면서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과정의 초기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키이우 신학교 출신의 우크라이나 지식인 그룹이었다.
19세기가 되자 이번에는 우크라이나인이 자기들의 정체성(正體性)을 찾으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백러시아가 그 뒤를 따랐다. 혁명 이후 공산주의자들은 이러한 민족 정체성을 존중하는 척하면서 민족 단위의 연방공화국(소련)을 만들었지만, 그 실질적 주체는 ‘대(大)러시아인’이었다. 냉전 이후 소련의 해체는 이에 대한 반발이었다. 그리고 푸틴은 해체된 제국의 복구를 위해 조지아, 크름(크림), 우크라이나를 차례로 침공했다.
저자는 “러시아가 키이우 루시라는 ‘잃어버린 왕국’ 신화를 되찾으려다가 근대 국가로 거듭나는 길을 상실하고 또 하나의 ‘로스트 킹덤’이 되어 버렸다”고 꼬집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