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권의 책

로스트 킹덤 (세르히 플로히 지음 | 허승일 옮김 | 글항아리 펴냄)

‘러시아 민족의 발명’과 우크라이나 전쟁

  • 글 :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ironhe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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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21일 러시아 대통령 푸틴은 소위 ‘특별군사작전’을 시작하며 행한 연설에서 “예부터 남서쪽의 역사 속 고대 러시아 땅의 사람들은 스스로를 러시아인이자 정교회인이라고 불렀다”면서 “우크라이나는 진정한 국가성이라는 안정적인 전통을 가져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물론 우크라이나인들은 이러한 주장을 부인한다. 이러한 인식 차이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본질이다.
 
  그런데 푸틴이 연설에서 말한 ‘예부터’라는 것은 도대체 언제부터일까? ‘남서쪽의 역사 속 고대 러시아 땅의 사람들’은 정말 스스로를 ‘러시아인’이라고 생각했을까? 그 이전에 ‘러시아인’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이 책은 ‘러시아인(민족)’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발명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추적한다. 그 ‘발명’의 기나긴 과정은 모스크바 공국이 몽골의 속국에서 벗어나고 이후 제국으로 발전하는 동안에 ‘키이우 루시 기원 신화(神話)’를 차용(借用)하면서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과정의 초기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키이우 신학교 출신의 우크라이나 지식인 그룹이었다.
 

  19세기가 되자 이번에는 우크라이나인이 자기들의 정체성(正體性)을 찾으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백러시아가 그 뒤를 따랐다. 혁명 이후 공산주의자들은 이러한 민족 정체성을 존중하는 척하면서 민족 단위의 연방공화국(소련)을 만들었지만, 그 실질적 주체는 ‘대(大)러시아인’이었다. 냉전 이후 소련의 해체는 이에 대한 반발이었다. 그리고 푸틴은 해체된 제국의 복구를 위해 조지아, 크름(크림), 우크라이나를 차례로 침공했다.
 
  저자는 “러시아가 키이우 루시라는 ‘잃어버린 왕국’ 신화를 되찾으려다가 근대 국가로 거듭나는 길을 상실하고 또 하나의 ‘로스트 킹덤’이 되어 버렸다”고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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