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폭력 접수 건수 4년 만에 2.2배 증가
⊙ 본격 법정극 〈재판〉…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위협당한 경험이 집필 계기”
⊙ 대본·영상 제한 없이 공개… “국내 대표 법정극으로 자리 잡길”
⊙ “예술은 답을 주는 게 아니라 ‘생각할 질문’을 던지는 역할”
⊙ “딸이 가해자라도 부모의 슬픔에 집중하며 연기했다”(김진미 배우)
金賢鎬
1985년 생. 동국대 연극학 연출·연기 및 예술경영정보 박사과정 / 2022년 〈경매〉·2023년 〈경찰〉·2024년 〈최용신〉·2025년 〈재판〉 연극 공개, 2022 안산 청소년연극페스티벌 지도교사상 수상. 現 김현호레퍼토리 대표, 안산디자인문화고등학교 공연콘텐츠과 연극 정교사
⊙ 본격 법정극 〈재판〉…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위협당한 경험이 집필 계기”
⊙ 대본·영상 제한 없이 공개… “국내 대표 법정극으로 자리 잡길”
⊙ “예술은 답을 주는 게 아니라 ‘생각할 질문’을 던지는 역할”
⊙ “딸이 가해자라도 부모의 슬픔에 집중하며 연기했다”(김진미 배우)
金賢鎬
1985년 생. 동국대 연극학 연출·연기 및 예술경영정보 박사과정 / 2022년 〈경매〉·2023년 〈경찰〉·2024년 〈최용신〉·2025년 〈재판〉 연극 공개, 2022 안산 청소년연극페스티벌 지도교사상 수상. 現 김현호레퍼토리 대표, 안산디자인문화고등학교 공연콘텐츠과 연극 정교사

- 2025년 8월 27일, 서울 종로구 열린극장에서 연극 〈재판〉이 공연되기 5분 전 객석이 관객들로 가득했다. 이하 사진=고기정
한 학교폭력 피해자의 말이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진선미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초중고 학교폭력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학교폭력 접수 건수는 2020학년도 2만 5903건에서 2024학년도 5만 8502건으로 2.2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에 회부된 건수 역시 8357건에서 2만 7835건으로 세 배 넘게 늘었다.
학교폭력은 피해 학생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하지만 가해 학생이 피해자를 역으로 고소하거나 피해자 가족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에는 경남 마산중부경찰서가 아들을 괴롭혔다는 이유로 학교를 찾아가 가해 학생을 폭행한 혐의로 30대 남성을 불구속 입건하기도 했다. 이처럼 학교폭력은 피해자는 물론 가족까지 깊은 상처를 입히는 범죄다.
피해자에서 피고인으로 바뀐 아버지
이 현실에 주목한 연극이 있다. 극단 ‘김현호레퍼토리’가 네 번째로 무대에 올린 작품 〈재판〉이다. 지난 8월 27~31일 서울 종로구 열린극장에서 공개된 작품은 학교폭력으로 딸을 잃은 아버지 ‘강도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오랫동안 법과 사회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채 고통 속에 살아가던 그는 딸을 괴롭힌 가해 학생의 죽음을 계기로 살인 혐의를 받고 법정에 선다. 피해자 부모였던 아버지가 피고인의 위치로 뒤바뀌는 순간, 법정은 긴장과 혼란으로 요동친다.
검사는 CCTV와 다섯 명의 증언을 근거로 사건을 ‘계획적 살인’이라 규정하며 몰아세우고, 변호사는 직접적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이는 단순한 심증에 불과하다며 맞선다. 판사는 모든 진술과 증언을 검토한 끝에 판결문을 낭독하고, 그 순간 무대 위에는 ‘정의는 과연 살아 있는가’라는 질문이 차갑게 드리워진다.
극단 김현호레퍼토리는 외면하고 싶은 오늘의 현실을 무대에 담아 왔다. 특히 이번 연극은 김현호 연출가가 현직 교사로서 직접 마주한 학교폭력의 실상을 토대로 해 더욱 생생한 현실감을 전한다. 연극 〈재판〉의 각본을 쓰고 연출한 김현호 연출가를 열린극장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학교폭력 영상 보고 관심 갖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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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정극 〈재판〉의 대본을 직접 쓰고 연출한 김현호 대표. |
“우연히 학교폭력 영상을 본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아주 어린 소녀가 이유도 없이 수십 차례 뺨을 맞으며 용서를 빌었고, 친구로 보이는 가해자는 죄책감 없이 폭력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외면하거나 핸드폰으로 촬영만 했죠. 저 역시 교사로 재직 중일 때, 길거리에서 교복 입은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는 것을 제지했다는 이유로 11명의 학생에게 둘러싸여 위협과 욕설을 들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경찰과 학교 측의 대응은 너무도 실망스러웠습니다. 교육청이 처벌 기준과 재발 방지 시스템을 마련했다고 하지만 현장에서 체감하기에는 부실했고, 교사와 성인이 무력하게 외면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큰 좌절감을 느꼈습니다.”
― 교사에게 학생이 욕설이라니….
“저도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고 한동안 자괴감이 들더군요. 이러한 상황에서 제게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면서, 영상 속 장면이 오버랩되어 떠올랐습니다. 주변에서도 억울하지만 객관적 증거가 없어 심증과 일관된 진술만으로 처벌받는 경우를 보았습니다. 물론 진실은 알 수 없지만, 정말 억울한 입장이라면 과연 법은 진실을 가려 낼 수 있을까, 정의의 편에 설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억울한 사람을 더 억울하게 만드는 구조라면 법을 신뢰할 수 있을까요?”
―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뢰할 수 없다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네, 그래서 저는 ‘나는 하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시스템이 과연 옳은가 하는 문제의식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학교폭력의 심각성과 복잡성, 사회적 책임, 현 제도의 허점을 작품으로 함께 고민해 보고 싶었습니다. 나아가 법과 감정, 사실과 확신의 대립 속에서 재판이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 법은 정의로운지 들여다보고자 했습니다. 결국 이런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또 한 가지는, 국내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전문적으로 구성된 법정극이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12인의 성난 사람들〉 같은 해외 작품이 있지만, 배심원 이야기에 가깝죠. 저는 재판 과정을 본격적으로 다룬 작품을 통해 교육적, 예술적으로 의미 있는 활용이 가능하다고 봤습니다. 나아가 대한민국의 대표 법정극으로 자리 잡고, 김현호레퍼토리가 대표 공연 브랜드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재판〉을 쓰고 연출하게 됐습니다.”
‘남녀 없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
김현호 연출가는 자신이 창작한 대본집과 연극 실황 영상을 아낌없이 공개한다. 연극 동아리에서 대본 사용 요청이 오면 흔쾌히 무료로 허락한다. 창작 과정은 길고 수익도 크지 않지만, 그는 이를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이라 여긴다.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알리고, 관객과 지인들의 입을 통해 구전설화처럼 퍼져나가 사회가 조금 더 아름다워지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 법과 폭력은 가깝고도 먼 주제죠.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주제이기도 합니다. 이번 작품에서 학교폭력과 헌법재판을 함께 다룬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학교폭력은 개인과 가족의 아픔이자 동시에 사회 전체의 문제입니다. 저는 그 문제를 개인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과 법의 원칙 속에서 다시 바라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헌법재판이라는 무거운 형식을 빌려 학교폭력이 단순한 개인 간 갈등이 아닌,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심각한 문제임을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 학교폭력은 여러 미디어에서 자주 다루는 단골 주제인데요. 〈재판〉만의 차별화된 시각은 무엇인가요?
“많은 작품이 학교폭력을 피해자의 고통이나 가해자의 참회에 초점을 맞춰 다뤄 왔다면, 〈재판〉은 그 이후의 감정과 상황, 과정, 복잡성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판사, 검사, 변호사의 서로 다른 시각을 통해 사건을 바라보며, 법정이라는 냉정한 공간에서 감정이 아닌 증거와 원칙으로 진실을 어떻게 규명할 수 있는지를 묻는 것이죠. 단순히 피해자와 가해자의 대립이 아니라, 사회와 법이 어디까지 정의를 구현하고 억울함을 풀어 줄 수 있는지를 제도적 절차 속에서 끝까지 밀어붙이는 점이 차별성입니다. 또 등장인물의 성별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도록 제작한 것도 독특한 지점입니다.”
― 성별을 왜 정해 두지 않았나요?
“첫 번째 이유는 〈재판〉 속 모든 상황과 사연이 남녀 구분 없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교육자이자 연출가로서, 배역의 성별 때문에 원하는 역할을 맡을 기회조차 제한되는 현실이 늘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등장인물 전원의 성별을 자유롭게 설정했습니다.”
‘법은 과연 정의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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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재판〉에서 가해 학생 어머니 역을 맡은 김진미 배우. |
“제가 조사한 바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실제 재판 과정을 전문적으로 그려 낸 국내 법정극은 없습니다. 부분적으로 재판 장면이나 인물이 등장할 뿐이죠. 우리가 잘 아는 〈12인의 성난 사람들〉도 해외 작품이며 배심원들의 회의 내용입니다. 그래서 〈재판〉이 예술 전공 학생들, 극단, 동호회 등에서 교육적, 예술적으로 의미 있게 활용되어 국내 대표 법정극으로 자리 잡기를 바랍니다. 다양한 해석과 연출 사례도 많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연극 〈재판〉에는 실제 법조항과 판례가 대거 등장한다. 극중 검사 역을 맡은 김세정 배우는 긴 조항을 숨 가쁘게 읊어 치열한 연습량을 짐작하게 한다.
― 연극에 다양한 법조항과 사례가 나오던데, 관련 자료 조사에 애를 먹었겠습니다.
“실제 관련 직종 종사자들과의 인터뷰, 헌법재판소 방청, 판결문 검토, 학교폭력과 재판 관련 기사 및 영상 등 다양한 자료를 오랜 시간 조사하며 각본을 구성했습니다. 또 몇 년 전 저 역시 소위 ‘일진’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큰일이 날 뻔한 경험도 이 작품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 연극인으로서, 그리고 창작자로서 이번 작품을 통해 ‘사회적 예술’의 역할에 대해 새롭게 느낀 점이 있다면?
“이번 작업을 준비하면서 사회적 예술의 역할은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할 질문을 던지는 데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재판〉은 학교폭력과 정의, 가족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며 관객에게 ‘법은 과연 진실을 밝혀낼 수 있는가?’ ‘법은 정의로운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동시에 학교폭력의 심각성과 복잡성, 사회적 책임을 성찰하게 만들고, 작품이 끝난 순간 가족의 의미를 다시 들여다보게 합니다. 연극은 단순한 위로나 오락이 아니라, 우리가 외면했던 진실을 마주하게 만드는 사회적 행위라는 점을 이번 작품을 통해 새삼 확인했습니다.”
자발적으로 연습·공연 나선 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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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시작 1시간 전, 배우들이 다 같이 ‘화이팅’을 하기 위해 손을 맞잡고 있다. |
놀라운 점은 출연진 모두가 ‘연극이 좋아서’ 자발적으로 연습과 공연에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무대 비용을 받더라도 정해진 금액 이상을 요구하지 않고, 그저 무대에 서는 기쁨으로 작품을 만들어 간다. 공연 전 다 함께 모여 ‘화이팅’을 외치는 모습에서 이들의 유대감과 예술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기자는 공연 개막 전 연습 현장을 찾았다. 배우들은 “취재 왔다”는 말에 긴장한 기색을 보이다가도, 카메라 앞에서는 곧바로 몰입해 즉석에서 연기를 펼쳐 보였다. 특히 판사 역의 이주연, 변호사 역의 진주호, 가해 학생 어머니 역의 김진미 배우는 각자의 배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무대를 이끌었다. 상연 첫날 만석의 관객 앞에서도 흔들림 없는 연기를 보여 준 판사 역 이주연 배우는 “떨기보다 작품에 집중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의 말이다.
“판사 역할, 중립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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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재판〉에서 판사 역을 맡은 이주연 배우. |
“저는 교사 출신 배우입니다. 학교폭력은 평소 관심이 많았던 주제입니다. 학교 현장에서 사건을 다루다 보면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지금은 피해자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가해자로 바뀌는 경우도 있죠. 그래서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법정극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꼭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해 기쁘게 참여했습니다.”
― 판사라는 배역은 진중하면서도 무게감이 큰 역할인데요. 캐릭터 표현을 위해 신경 쓴 부분이 있나요?
“판결에 임할 때 진정성을 담아 중립성과 공정함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자 했습니다.”
― 작품 속 사건이 학교폭력과 헌법재판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연기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크게 다가온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진실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공연 팸플릿에도 실린 메이저 카드의 여신처럼 눈을 가려야 오히려 더 선명히 보일지도 모릅니다. 의심하고 질문하는 고통스러운 과정만이 편견을 벗기고 진실에 다가서게 합니다. 물론 끝내 닿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삶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 무대 위에서 표현하기 가장 어려웠던 감정은 무엇이었나요?
“피고인이 자녀를 잃고 절규하는 대사를 들으며 중립적 태도를 유지하는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저 역시 또래 자녀를 둔 부모라 참척(慘慽·자식을 먼저 여읨)의 고통에 충분히 공감했으니까요. 하지만 판사는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저울 같은 존재여야 하기에 끝까지 중립을 지키는 편을 택했습니다.”
“전문용어 많아 애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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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재판〉에서 변호사 역을 맡은 진주호 배우. |
― 대사나 장면 중 특히 인상 깊었던 순간이 있다면요?
“가해 학생의 부모가 ‘당당해야지, 뻔뻔해야지, 내 자식이 아니라는데 억울해야지’라고 외치는 장면이 있습니다. 수없이 연습했던 장면이었는데도 매번 머리를 얻어맞은 듯 충격을 받았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자식이 ‘일진’일 거라고 쉽게 믿지 못하겠죠. 김진미 배우님의 감정이 진심으로 다가와 가장 인상 깊게 남았습니다.”
― 대사량이 상당하던데요. 어떻게 그 긴 대사를 다 외우나요?
“전문용어가 많아 대사가 잘 외워지지 않아 애를 먹었습니다. 다른 증인에게 할 대사를 건너뛰거나 순서를 틀린 적도 있었죠. 그럴 때마다 관련 배우에게 사과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웃음)
“딸을 잃은 슬픔에 집중하려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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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정극 〈재판〉의 공연을 앞두고 모든 출연진이 무대 위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
― 도덕적 양심과 배역이 충돌하지는 않았나요?
“그럴 때일수록 딸이 가해자라는 사실보다 딸을 잃은 슬픔에 집중하려 했습니다.”
―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새롭게 깨달은 점이 있다면요?
“저는 예술강사로 일하고 있는데, 아이들의 삶을 좀 더 윤택하게 해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어른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 이번 작품을 보게 될 관객들이 어떤 마음으로 공연을 봐줬으면 하는지?
“실제 재판 절차를 그대로 옮긴 건 아닙니다. 그대로라면 너무 단조롭고 지루했을 겁니다. 재판 형식을 따르되 연극적 재미를 살렸으니, 마치 재판 방청석에 앉아 직접 지켜본다는 마음으로 관람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학교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연극을 관람한 이선미(26) 씨는 “내용이 심오하면서도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법한 이야기라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며 “특히 무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이 마지막에 씨익 웃는 장면은 소름이 돋을 만큼 강렬했고,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고등학생 아들을 키우고 있는 홍다연(46) 씨는 “아들이 중학교 시절 심한 학교폭력을 당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 전학을 왔지만 4년이 지난 지금도 그 트라우마가 여전하다”며 “이번 연극을 함께 보며 아들이 앞으로 고통을 이겨 낼 힘을 얻은 것 같아 감사하다. 법정극이라는 어려운 형식을 이렇게 쉽게 풀어낼 수 있다는 점도 놀라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의정갈등 주제로 한 신작 계획 중”
김현호 연출가는 “그간 연극은 뚜렷한 브랜드가 없어 극단들이 힘든 상황에 놓이곤 했다”며 “김현호레퍼토리를 하나의 브랜드로 발전시켜 앞으로도 꾸준히 집필을 이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년에는 의정갈등을 주제로 한 신작을 무대에 올릴 계획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번 연극을 통해 관객들에게 던지고 싶었던 질문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정의란 무엇이며 법은 과연 억울한 사람의 편에 설 수 있는가. 둘째, 오랜 세월 이어져 온 학교폭력 문제와 현재의 처분·법규는 이대로 괜찮은가. 셋째, 당신의 가정은 지금 평안한가, 혹시 누군가가 무관심과 외면 속에 방치되고 고통받고 있지는 않은가. 연극 〈재판〉은 무대 위에서 끝나지만, 이 질문은 관객들의 삶 속에서 계속 이어지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