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권의 책

나와 그녀들의 도시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펴냄)

문학 속 여성들을 찾아 떠나는 여행

  • 글 :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ironhe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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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부터 페미니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작품 중에서 내가 접해본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럼에도 이 책에 눈길이 간 이유는 ‘독서여행자 곽아람의 문학기행’이라는 부제(副題) 때문이었다. 나 역시 ‘독서’와 ‘여행’을 좋아하고, 내가 읽은 책 속 인물들의 자취를 찾아 여행을 다니곤 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여행 범위는 참 넓고, 집요하다.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푹 빠져서 주인공 스칼렛의 활동 무대인 애틀랜타는 물론, 그녀의 애인 레드 버틀러의 고향 찰스턴, 스칼렛의 어머니 엘런의 고향 서배너까지 찾아가는 식이다. 저자는 《빨간 머리 앤》의 실제 무대인 캐나다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의 캐번디시를 찾아가서는 소설 속 ‘연인의 오솔길’과 ‘빛나는 호수’가 정말로 있다고 흥분하고, 마거릿 미첼이 살았던 집을 둘러보면서 작가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본다.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를 걸으면서는 ‘나는 지금 오 헨리가 걸었던 길을 걷고 있다’며 감개무량해하고, 《위대한 개츠비》의 실제 무대인 킹스 포인트에 고생고생하며 갔다가 대부분이 외부인 출입금지인 사유지(私有地)여서 들어가지 못하고 속상해한다. 이런 저자의 모습들은 참 낯익다. 시바 료타로의 소설 속 주인공(물론 이들은 허구의 인물이 아니라 실재했던 이들이지만)들의 자취를 찾아 교토와 하코다테의 골목길을 헤매고, 피렌체의 ‘단테의 집’과 마키아벨리의 생가를 찾아가서 감격하고, 아사다 지로의 소설 《칼에 지다》의 주인공 요시무라 간이치로의 고향이라는 이유만으로 뜬금없이 일본의 깡촌 모리오카에 가보고 싶어 하는 내 모습과 참 닮았기 때문이다.
 

  여행의 즐거움, 그 속에서 얻는 반짝이는 성찰들이 유려한 필치로 잘 그려져 있고, 사진이 많이 실려 있어 술술 읽힌다. 아, 또 여행 가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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