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권의 책

제국의 어린이들 (이영은 지음 | 을유문화사 펴냄)

일제하 어린이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 글 :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ironheel@chosun.com
글자 크기 조정
  • 스크랩
  • 본문 음성 듣기
  • 글자 크기 조정
URL이 성공적으로 복사되었습니다.
일본이 군국주의의 길로 달려가던 1937년. 조선총독부의 어용 신문사이던 경성일보사에서 발간하는 일본어 어린이 신문 《경성소학생신문》은 ‘총독상 글짓기 경연대회’를 개최했다. 조선 내에 거주하는 조선인과 일본인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이 행사는 1944년까지 이어졌다. 특히 제1회와 2회의 우수작들은 《총독상 모범 문집》이라는 단행본으로 출판되었다. 이 책은 이 글짓기 대회에 출품된 글들을 소개하고 분석한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일본인과 조선인 어린이들의 글 사이에 묘한 차이점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일본인 어린이의 글은 이사하라 도모코라는 심상소학교(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가 쓴 ‘쥐’라는 글에서 보듯, 대개 구김살이 없이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펴는 듯한 느낌이다. 반면에 조선 어린이들의 글을 보면 무엇엔가 짓눌려 있는 것 같다. 그것은 가난일 수도 있고, “분수를 알아야 한다”며 식민지 어린이들에게 피동적 자세를 강요하는 가르침일 수도 있고, 남의 글로 글짓기를 해야 하는 부담감일 수도 있겠다. 시대가 강요하고 있던 군국주의 정신을 받아들이는 자세도 일본 어린이들에 비해 수동적이다.
 

  또 하나, 알게 모르게 우리가 일제(日帝)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이 참 많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예컨대 책 앞머리에 소개된 일본의 사회주의자이자 아동문학가인 아키타 우자쿠의 어린이와 아동문학에 대한 소견은 소파 방정환의 언설과 그 표현과 논지에서 아주 흡사하다. ‘방정환의 어린이 운동은 평지돌출한 것이 아니라 당시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던 사조(思潮)를 받아들인 것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기성세대가 어린 시절 참가했던 ‘반공 글짓기 대회’ 같은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모범적인 어린 국민’을 길러 내고자 했던 ‘총독상 어린이 글짓기 대회’의 변형일 것이다.⊙
  • 스크랩
URL이 성공적으로 복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