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정부 일 하며 어느 순간 극심한 ‘소진’ 지나 몸과 마음 무너져
⊙ 자기 돌봄의 지혜 담은 신간 《우울탈출법》 펴내… 우울을 삶의 지혜로 바꾼 치유 저널리스트로 활동
⊙ 우울증은 약물 요법과 인지 행동 치료→마음을 다스리는 운동→긍정적 사고로 극복
⊙ 우울증은 자기를 파괴하는 이야기꾼, 누구 탓 하지 말아야
⊙ 신간에 평정·휴식으로 이끄는 7가지 마음 기술 담아… ‘끝났다고 생각한 그 순간부터, 진짜 인생은 시작될 수 있어’
咸永準
1956년생. 고려대 노문과 졸업,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석사 / 《조선일보》 사회부장·국제부장, 《주간조선》 편집장, 청와대 문화체육관광비서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 부위원장,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전무, 한국문화포럼 이사장 역임 / 1999년 관훈클럽 국제보도상, 2012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공로로 체육훈장 백마장 수상 / 現 정신건강 전문매체 《마음건강 길》 대표
⊙ 자기 돌봄의 지혜 담은 신간 《우울탈출법》 펴내… 우울을 삶의 지혜로 바꾼 치유 저널리스트로 활동
⊙ 우울증은 약물 요법과 인지 행동 치료→마음을 다스리는 운동→긍정적 사고로 극복
⊙ 우울증은 자기를 파괴하는 이야기꾼, 누구 탓 하지 말아야
⊙ 신간에 평정·휴식으로 이끄는 7가지 마음 기술 담아… ‘끝났다고 생각한 그 순간부터, 진짜 인생은 시작될 수 있어’
咸永準
1956년생. 고려대 노문과 졸업,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석사 / 《조선일보》 사회부장·국제부장, 《주간조선》 편집장, 청와대 문화체육관광비서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 부위원장,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전무, 한국문화포럼 이사장 역임 / 1999년 관훈클럽 국제보도상, 2012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공로로 체육훈장 백마장 수상 / 現 정신건강 전문매체 《마음건강 길》 대표

- 《우울탈출법》을 펴낸 함영준 대표.
어느 날 갑자기 삶에 불면과 공황, 식은땀, 무기력, 후회하고 부정하는 생각이 찾아들었다.
평생을 당겨진 활시위마냥 팽팽히 살아왔기 때문일까. 《조선일보》 기자로 사회·경제·국제 분야를 넘나들었고 마하티르, 훈 센 등 일국의 정상부터 반군 지도자까지 인터뷰하며 전 세계의 생생한 현장을 기록했다. 신문사를 떠난 뒤에는 글을 쓰고,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으로 일했다.
그러다 한순간 ‘내 안에서’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하루 24시간, 자신을 향한 비난과 자책이 이어졌고, ‘내가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찾아와서 힘들었다.
지도 돌봄의 지혜 깨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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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영준 대표는 정기적으로 ‘마음 디톡스’ 강연을 열고 있다. 지난 7월 15일 서울 광화문 정동회관에서 열린 7번째 콘퍼런스에서 함 대표가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매일 새벽 운동화 끈을 묶고 자연으로 나섰고, ‘지금 여기’에 집중하며 글쓰기에 몰두했다. 치유는 점차 우울을 지혜로 바꾸는 탐험이 되었다.
“스스로 무너지고 있을 때 문득 제 안의 ‘기자 본능’이 깨어났어요. 그때부터 취재를 시작했죠.”
정신과 의사와 환자, 심리학자, 뇌과학자, 명상가, 종교인, 철학자, 예술인, 명리학자, 그리고 인생의 고비를 넘긴 많은 이를 만나 배우고 기록하고 다시 생각했다.
이들과 나눈 대화는 그 자체로 ‘마음 공부’였고, 삶에 대한 통찰로 이어졌다. 대학 심리학과에 편입해 공부한 심리학 이론은 자기 탐구의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명상 프로그램을 익히고, 인도 리시케시에서 명상 수련을 했다. 《주간조선》에 〈스티브 잡스 명상 따라하기〉를 연재하고, 국내 심리학계 원로 고(故) 장현갑 교수 등과 함께 ‘8주 마음챙김 명상’ 강좌를 여는 등 배우고 익힌 바를 세상과 나누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2019년에는 정신건강 전문매체 《마음건강 길》을 창간했다. 전문가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마음 디톡스’란 이름의 강연도 열고 있는데 지난 7월 15일 7번째 콘퍼런스를 열었다. 《나, 요즘 마음이 힘들어서》 《내려올 때 보인다》 《마흔이 내게 준 선물》 등의 책도 펴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눈물겹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우 열정적이며 지혜롭다. 오랜 방황을 통해 반복되는 부정적 생각을 멈추는 자기 돌봄의 지혜를 깨달은 것이다.
난생처음 ‘죽음’ 떠올려
흔히 중년의 우울감은 갑자기 당하는 교통사고와는 다르다고 말한다. 그래서 대해야 하는 자세도 달라야 한다. 아주대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는 “사고는 조심하고 예방하면 되지만 병은 왜 이러한 결과가 나왔는지 퍼즐을 맞춰보고 이해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고통을 살아내고 이겨내 본 사람들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함 대표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그가 최근 《우울탈출법》이란 책을 펴냈다. 부제는 ‘평정과 휴식으로 이끄는 7가지 마음 기술’. 이 책은 가장 생생한 정신적 붕괴의 기록이자, 스스로를 되살린 가장 실용적인 회복의 기술을 담은 책이다. 지난 8월 7일 서울 광화문 《마음건강 길》 사무실에서 함 대표를 만났다.
“우리 주위에서 인생 전반기는 괜찮았던 사람이 후반기에 무너지며 자취를 감추는 모습을 적지 않게 볼 수 있잖아요?
저 역시 그랬어요. 50대 후반, 삶의 깊은 그늘에 잠겼어요.”
이름은 우울증. 그러나 단어 하나로 설명하기엔 너무도 깊고 검은 터널이었다. 난생처음 ‘죽음’을 떠올렸다.
“더 큰 문제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다시 살아야 할지 전혀 몰랐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누구도 저를 대신해 싸워줄 수 없다는 것도 깨닫게 됐어요.”
함 대표는 그때부터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의사, 심리학자, 철학자, 종교인, 명상가, 상담사등 전문가를 찾아다니며 회복의 기술을 익혔다.
“단지 병을 고치는 것을 넘어 인생(人生)이라는 항로(航路) 위에서 방향을 되찾는 연습이었습니다.”
우울증적 반추와 소진
사실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존재론적인 응답의 과정에서 마음의 병이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란 걸 깨달았다.
대한민국은 현재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우울증 유병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50대 이후 장년층은 물론 3040세대, 심지어 차세대 주역인 1020세대까지, 마음의 병이 전 연령대를 덮고 있다.
“이 병은 더는 개인의 질병이 아니라 21세기형 사회적 질병입니다.
도움은 드물고 마냥 기다릴 시간도 없어요. 누구나 자신의 정신을 지키는 기술을 익혀야 해요. 그래서 이 책을 쓰게 됐습니다.”
그와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으며 기자도 ‘진짜 인생’을 살고 싶다는 간절함이 느껴졌다.
― 이 책을 읽으니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것이 외부환경이 아니라 내 마음’이란 사실을 알게 됐어요.
“맞아요. 자신을 신랄하게 공격하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죠. 나 스스로가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셈이죠.
훗날 깨달은 것이지만 우리에게 닥치는 고난, 물리쳐야 할 적은 대부분 우리 마음에서 생겨나는 겁니다.”
마음이 납덩어리처럼 무겁다가 구멍이 뻥 뚫린 것처럼 허탈하다가 우울, 상실감, 자책감, 후회, 죄책감 등이 하루에도 수없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사라지곤 하는 경험이 반복됐단다.
“정신의학에서는 이런 사고 패턴을 ‘우울증적 반추(depressive rumination)’라고 부릅니다.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부정적인 사고를 곱씹기 마련이지만, 그 정도가 깊어지고 길어지면 결국 극심한 소진(消盡·burn-out) 상태를 지나 우울증 등 각종 신경증이나 암, 치매, 자살로 이어질 수 있어요.”
절망의 덩어리
이별이나 큰 실패 등의 상실에 직면하면 누구나 슬픔, 허무함, 우울감 등의 애도(grief)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은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건강한 반응이다.
“그런데 받아들이지 못한 슬픔은 그 자리에 그대로 남습니다. 돌지 않는 시계처럼, 마음은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돌죠. 이게 루미네이션입니다. 만약 여러분에게 이런 현상이 자주 또는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면 유의해서 지켜봐야 해요. 불행이나 절망으로 빠뜨릴 수 있는 매우 강력한 시그널이기 때문이니까요.”
함 대표도 마치 암 덩어리처럼, 몸속 단단히 자리 잡은 ‘절망의 덩어리’를 느끼며 급격히 몸과 마음이 무너지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일순간 마음이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로 변해버린 적이 있다.
이후 불면증이 덮쳐와 밤의 평온을 앗아갔고 잠을 들 수 없었다.
“육체적인 이상 징후도 뚜렷이 나타났어요. 우선 자율신경이 엉망이었죠. 아직 날씨가 쌀쌀한데도 땀을 뻘뻘 흘렸어요.”
손수건이 금세 흥건히 젖었고 주위 사람들이 그런 그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고 느꼈다.
“맥박은 왜 그리 빨리 뛰는지…. 사소한 일에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고 한밤중에도 심장이 벌떡벌떡 뛰었어요.”
그즈음 TV 생방송 출연을 앞두고 있었다. 날짜가 다가올수록 걱정이 커졌다. 평소라면 1시간짜리 생방송이라도 특별히 어려워하지 않았을 텐데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방송은 걱정과 달리 그런대로 잘 진행됐다. 우울증이 이런 병이다. 겉으로는 멀쩡한….
“방송 출연 후 제 상태는 점점 나빠졌고 불면증도 심해졌어요.”
그가 우울증에 걸린 직접적인 동기는 하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집에서 쉬면서 비롯됐다.
인생에서 계획을 세우다가 접을 수도 있고, 마음처럼 안 될 수도 있는데 당시 그는 마치 대단한 실수나 실패를 한 양 심하게 자책했다.
하룻밤 새 4kg 빠져
그 자책 때문에 평범한 인간관계나 상황도 엉뚱하게 해석하고 재가공해 스스로를 더욱 괴롭혔다.
어느 날 지인들을 만나고 돌아와 잠자리에 들다 생전처음 공황 발작을 겪게 됐다. 심장이 사정없이 뛰고 전신에서 땀이 흘러나오며 마치 죽을 것과 같은 시간. 단지 5분 정도에 불과했지만 몇 시간 사경을 헤맨 듯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로 무너지다니, 참으로 연약하고 한심한 인간이구나. 도대체 난 이 나이가 되도록 뭐 하고 살았나. 앞으로 남은 인생도 가망 없겠구나.’
욕실로 가 몸무게를 재보니 무려 하룻밤 새 4kg이 빠져 있었다.
“심장과 맥박이 맹렬하게 뛰어 땀을 비 오듯 흘린 것이 마치 마라톤을 뛴 것과 같은 열량 소비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어요.”
이렇게 마음의 지옥을 헤매던 어느 날, 지인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미디어 관련 공기업에서 경영진을 공모 중인데 한번 신청해 보라는 것이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절벽 끝에 매달려 있던 그에게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온 느낌이랄까.
“인생에서는 간혹 인간의 이성이나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곤 하죠. 그 전화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서류를 준비해 임원직에 응모하며 정신과 의원을 찾았다. 우울증 극복의 첫 단계인 약물 요법과 인지 행동 치료를 시작한 것이다.
의사는 함 대표가 지나친 성취 욕구로 스스로를 소모했고, 그에 따른 피로와 자책, 회한이 우울증으로 발전했다고 진단했다.
“의사 선생님이 치료의 첫 단계는 망가진 몸과 마음, 정신을 원래 상태로 회복하는 것이라고 하셨죠.
‘좀 쉬고 자신을 즐겁게 해주세요.’
제 몸과 마음을 더는 혹사하지 말고 편하게 해주라는 것이었어요.”
우울증 치료의 첫 단계는 약물 요법이지만 약물에만 의존해서는 진정한 효과를 보기 어렵다. 그는 이를 악 물고 이부자리를 털고 일어나 자전거를 타고 한강으로 향했다. 비몽사몽 상태로 자전거를 끌고 나가는 것이 정말 싫었다. 신선한 공기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페달을 밟다 보니 가라앉았던 기분이 서서히 올라오고 경직된 몸도 풀리기 시작했다.
“매일 새벽 1시간씩 자전거를 탔어요. 처음 며칠은 페달을 밟는 것조차 힘이 들었지만 조금씩 체력이 회복됐어요. ‘깔딱 고개’도 자전거를 타고 올라갈 수 있게 됐죠.”
긍정적 사고를 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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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선 운동이 필요하다. 자전거 타기나 조깅 같은 운동은 쓸데없는 생각을 지우게 한다. |
치료를 받은 지 한 달 만에 의사의 조언에 따라 항불안제를 끊고 수면제 복용량도 절반으로 줄였다.
“운동과 환경의 변화는 지친 삶의 때와 상처를 씻어내고 닫혀 있던 감정의 문을 열어주었죠.”
어느 날, 한강 변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강변 갈대숲을 거닐 때 자신도 모르게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How gentle is the rain~.’ 잊고 있었던 팝송 ‘A Lover’s Concerto’였다. 영화 〈접속〉에도 나왔던 아름다운 멜로디의 노래….
“사막과 같았던 제 마음속에 단비가 내리고 있었어요.”
약물치료와 운동에 이어 우울증 극복의 세 번째 단계는 ‘긍정적인 사고’다. 수면시간을 제외하고 의식이 깨어 있는 동안은 늘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정신에 힘을 주는 책의 좋은 구절이나 시 등을 수첩에 적어놓고 울적할 때마다 꺼내 보거나, 큰 소리로 낭송했어요. 길을 걸을 때도 반복해서 외우며 다녔지요.”
다음은 그가 가장 좋아했던 구절 중 몇 구절이다.
〈-그 무엇도 염려 말고 오직 모든 일에 기도와 간절함으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신약 빌립보서 4장 6절)
-감옥에 있지 않았다면 나는 인생의 가장 어려운 과제, 즉 자신을 변화시키는 일을 해내지 못했을 것이다.(넬슨 만델라, 오프라 윈프리와의 인터뷰)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서 살았음으로써 단 한 사람의 삶이라도 행복하게 하는 것.(랠프 월도 에머슨, 〈무엇이 성공인가〉 중에서)〉
평정으로 이끄는 7가지 마음 기술-운동
그즈음, 잠자리에 들기 1시간 전에 기(氣)체조와 단전호흡을 했다. 국선도나 단학선원에서 가르치는 것을 약식으로 하면 30~40분 정도 걸리는데 몸과 정신이 아주 개운해졌다. 또 잠자리에 누워 5분간 ‘긍정’과 관련한 책을 읽는 습관을 길렀다 .
“책에 담긴 메시지는 언제나 제 심리를 긍정적으로 만들어주었죠. 그런 다음 눈을 감고 그날 있었던 기분 좋은 일을 떠올렸어요.”
앞으로 생길 수 있는 좋은 일을 상상하기도 했다. 자신이 우울증에서 완전히 벗어나 친지들과 즐겁게 지내며 왕성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쁜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우울증 치료를 받기 전, 인생이 여기서 끝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죠. 그러나 다시 일어섰어요. 약물치료를 받고, 운동을 하고, 생각을 바꾸며 조금씩 다시 살아갈 힘을 되찾았어요. 살면서 다시 힘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조금씩 알아가고 있어요.
마음의 채널을 바꾸는 법을.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법을. 이제 저는, 다시 살아갈 수 있게 됐습니다.”
이 대목에서 그는 우울증 이후 평정과 휴식으로 이끄는 7가지 마음 기술을 소개했다.
병원 치료를 마친 후 신체적으로는 건강을 되찾았으나 정신적으로 건강해지기까지 10여 년 동안 스스로 찾고 단련한 열매인 셈이다.
첫째, 운동이다. 그의 지론은 ‘몸이 깨어나야 마음이 산다’다.
“결국 신체적·정신적 자생력을 길러야 한다. 또다시 스트레스나 힘든 상황이 와도 현명하게 대응해 신체적인 증상으로 전이되지 않고 잘 극복할 수 있게끔 미리 나를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한겨울 밤에 산에서 길을 잃고 헤매도 끄떡없는 체력과 경험, 지혜를 갖춘 안내인처럼 말이다.
빠르게 걷기나 산책 등 유산소운동을 생활화하고 팔굽혀펴기, 스쾃 등 근력운동을 병행하면 좋다. 또한 요가나 필라테스, 도리도리(뇌파진동) 운동 등 균형감각을 키우는 것도 도움이 된다.
7가지 마음 기술-자연, 즐거움
둘째, 자연이다. 아무리 운동을 해도 공허감까지 메울 순 없었다. 함 대표는 “운동을 통해 체력이 회복되고 몸에 활력이 생기니 자꾸 바깥으로, 자연 속으로 나가고 싶은 욕망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주말마다 경기도 양평에서 잘 가꾸어진 정원과 아름드리 나무숲을 산책하고 낮에는 주변 산을 오르거나 강변을 따라 몇 시간씩 걸었다. “자연 속에서 색다른 고요함을 경험했다”고 한다. 미국 스탠퍼드대 노화연구팀이 소개한 ‘경외감 산책(awe walk)’도 활용했다.
“집 근처 공원, 산책로, 조용한 골목길 등 어디든 좋아요. 주변의 모든 것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세요. 눈만이 아니라 소리, 냄새 등 다양한 감각을 활용해 어린아이처럼 신기하게 바라보며 경험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셋째는 즐거움이다. 이른바 긍정심리를 훈련하는 것이다.
말은 쉽지만 실제로 해보면 잘 되지 않는다. 그래도 어려움을 이겨내야 한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자신의 머릿속에 긍정 물길을 내줄, 힘이 나고 즐거운 일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자주 행해야 한다.
“좋은 글을 낭송했고 성경과 불경을 필사했어요. 음악도 자주 들었죠. 또 식도락의 즐거움을 누렸어요. 맛집 순례를 하며 스트레스를 풀고 좋은 인간관계를 찾았으며 소소한 행복을 찾았죠.”
좋은 사람들과 가성비 좋고 정감 가는 식당에서 술 한잔 마시며 유쾌하게 대화하는 게 항우울제를 일주일 치 먹는 것보다 나았다.
7가지 마음 기술-일, 명상
넷째는 일이다. ‘생존을 넘어 삶을 복원하는 힘’은 바로 일에 있다는 것이 함 대표의 지론. 50~60대 이후 은퇴한 뒤 갈 곳 없이 빈둥거려선 안 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고, 의미 있는 일을 찾아야 합니다. 거기에 수입까지 생긴다면 더 좋죠.”
함 대표는 무슨 일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문득 글쓰기, 사람 만나기, 취재 활동만큼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고, 의미 있는 일도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
《중앙일보》 일요판 《중앙선데이》에 3주에 한 번, 한 면 전체 분량의 글을 연재하기로 했다. 코너 이름은 〈함영준의 사람과 세상〉. 기자 생활을 하며 그간 만나왔던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등 전직 대통령부터 법조인, 기업인, 군인, 작가, 심지어 사형수나 조직폭력배 두목 등 현대사를 장식한 여러 인물의 빛과 그림자를 재조명했다.
“돌이켜보면 약 3년간의 연재와 책 작업 덕분에 우울증이란 병마(病魔)에 끌려가지 않을 수 있었어요. 연재물은 큰 호응을 얻었고, 어떤 항우울제보다 강력한 성취감과 삶에 대한 욕망을 심어주었습니다.”
다섯 째는 명상이다. 그는 “우울증을 극복하는 데 가장 큰 힘이 됐다”라고 말한다. 건강한 신체, 멋있는 몸은 노력과 반복 훈련으로 누구나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정신건강은 어떤가?
“저는 우울증을 겪으면서 이 질문을 진지하게 던졌어요.
‘몸에 피트니스가 필요하듯 마음에도 피트니스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죠.”
그는 명상을 통해 마음 피트니스를 시작했다. 조금씩 마음의 근육이 생기면서 ‘견디고, 멈추고 다시 집중하는 힘’이 길러졌다.
“명상은 제가 발견한 가장 강력한 마음 피트니스였어요. 호흡과 신체감각을 통해 마음을 지금 여기에 집중시키는 훈련을 통해 저는 부정적 생각이나 잡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마음을 고요하게 만들고 나아가 기쁨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흐름을 발견했죠.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하루 10분이라도 꾸준히 하면 점차 효과가 나타나고 제 경우는 지금 매일 30분~1시간씩 하고 있습니다. 하루 세끼 밥 먹듯 규칙적으로….”
7가지 마음 기술-영성, 심리학
여섯째는 영성(靈性)이다. 명상을 통해 마음이 차분해지고 삶도 조금씩 자리 잡히자 내면 깊은 곳에서 본질적인 질문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죽음 이후에도 나는 존재하는가….’
“삶과 죽음, 실존(實存)과 사후에 대한 질문들이 불쑥불쑥 올라왔어요. 그동안 세상일에 치이고 우울에 눌려 미뤄두었던 질문들이죠. 이런 본질적인 질문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특히 인생의 후반부에는 거의 예외가 없어요.”
그는 뒤늦게야 깨닫게 됐다. 우울해진 이유는, 삶의 본질적인 질문을 외면하고 회피한 채 살아왔기 때문이란 것을. 그 무렵 함 대표는 자신의 안에서 솟아오르는 질문들을 하나씩 마주하고 풀어갔다. 명상은 이를 위한 훌륭한 도구가 되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현실을 넘어선 차원, 영적인 힘과 초월적인 존재, 신과의 관계에 대한 성찰 속에서 마침내 실마리를 드러내기 시작했죠.”
육체 너머의 세계를 탐구하는 이들을 만나며 그는 점차 믿게 되었다.
“영혼은 존재하고 사후세계도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우리가 지금 이 삶을 어떻게 사느냐가 이후의 삶과도 연결된다는 것을 말이죠. 그 믿음은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조금씩 걷어냈고, 동시에 지금 이 삶을 더욱 충실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만들었어요.”
일곱째는 심리학이다. 그는 마음의 힘을 회복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조금씩 가지면서 내면의 자신과 정면 대결하고 싶은 바람이 생겼다. 내면 깊은 곳까지 제대로 파고들어 뿌리부터 해결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다행히 운동, 자연, 일, 명상, 영성 등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면서 마음의 기초 체력을 조금은 다져둔 상태였어요. 그래서 이제야말로 심리학이라는 현미경을 들고 제 안의 퍼즐 조각을 맞춰볼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우울탈출법》은 항해 지도
함 대표는 자기 자신의 심리를 연구하기 위해 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에 편입했다. 2023년 무렵이었다.
현대심리학은 내가 누구인지 퍼즐을 맞추는 데, 그리고 우울을 극복하는 데 유용한 도구를 제공한다. 약물치료가 뇌의 화학적 균형을 잡아준다면 심리치료는 왜곡된 사고와 콤플렉스, 무의식의 상처를 직면하고 다룰 수 있도록 돕는다.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퍼즐 조각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심리학의 힘입니다.”
함영준 대표가 쓴 《우울탈출법》을 처음부터 찬찬히 넘겨보니 이 책은 항해 지도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칠고 낯선 삶의 항로 위에서 방향을 잃은 이들에게 건네는 항해 지도 말이다.
인터뷰를 끝마칠 때쯤 함 대표가 이런 말을 덧붙였다.
“이 책을 다 읽고 덮는 순간 적어도 한 가지는 알게 됐으면 합니다.”
― 무엇을요?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한 그 순간부터, 진짜 인생이 시작될 수 있다’는 사실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