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권의 책

소설로 읽는 세상 (김규나 지음 | 양문출판사)

소설을 통해 생각하는 우리 시대의 자유와 진실

  • 글 :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ironhe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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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쓰고 있네.”
 
  문재인 정권 시절, 어느 여당 중진 정치인이 자기들에게 불리한 언론 보도를 두고 한 말이다. 하지만 소설가인 저자는 “소설은 거짓을 조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진실을 말하기 위해 허구(虛構)를 빌리는 문학”이라면서 “진실을 왜곡하는 건 소설이 아니라, 권력과 탐욕에 의해 조작된 현실, 그 가상(假像)을 믿는 사람들의 흔들리는 마음”이라고 항변한다.
 
  아마 저자가 2019년부터 6년간이나 《조선일보》에 칼럼 ‘소설 같은 세상’을 뚝심 있게 연재할 수 있었던 것도 진실을 왜곡하고 현실을 조작하는 권력과 탐욕, 그러면서도 뻔뻔스럽게 “소설 쓰고 있네”라고 뻗대는 자들에 대한 ‘소설가로서의 분노’ 때문이 아니었을까? 《조선일보》에 연재되는 ‘소설 같은 세상’을 읽으면서 늘 ‘작가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하는데, 김규나 작가는 정말 다양한 소설들을 많이도 읽었네’ ‘어떻게 이 소설의 이 대목을 이 사건에 갖다 붙일 생각을 했을까?’ 하는 생각에 감탄을 금치 못하곤 했다. 예컨대 표착(漂着)한 걸리버를 붙잡아서 구경거리로 만들고, 그가 쇠약해져서 다 죽을 지경이 됐는데도 그가 죽기 전에 더 돈을 벌어들일 궁리만 하는 거인국 농부의 이야기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을 앞세워 후원금을 모으고 그 돈을 유용(流用)한 자들의 모습을 떠올리는 식이다.
 

  저자가 소설을 통해 들여다보는 우리 사회의 모습들은 다양하다. 송파 세 모녀 자살사건, 인터넷상에서의 성(性)착취, 코로나 사태, 미국의 반(反)인종 폭동 등등…. 하지만 가장 빈번하게 다루는 주제는 문재인 정권 시절 좌파 세력이 보여 준 허위와 위선, 그리고 그들로 인해 자유와 진실이 침식당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지지난 정권 시절 있었던 사건들을 다루고 있음에도 이 책이 여전히 의미가 있는 이유, 다시 꼭꼭 씹어서 읽어야 하는 이유가 거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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