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간 《최후진술》, 자전적 내용 담은 〈세종로 블루스〉 〈환란전야〉 〈최후진술〉 등 소설 8편 수록
⊙ 옥중에서 노트 60권 분량 집필… “죽음 같은 계곡에서 소설이 나를 살아남게 했다”
⊙ 1997년 IMF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정권교체 등 겪은 공직자의 이야기 그려 내
⊙ “검찰 수사는 비가 올 때까지 지내는 인디언 기우제 같아”
⊙ “우리 문학도 한(恨)과 궁상을 넘어 ‘품격 있는 고뇌’의 이야기를 써야 할 때”
姜萬洙
1945년생. 경남고ㆍ서울법대 졸업, 美 뉴욕대 경제학 석사 / 행정고시 제8회, 재무부 이재국장ㆍ국제금융국장ㆍ세제실장, 관세청장, 통상산업부 차관, 재정경제원 차관, 기획재정부 장관, 대통령경제특별보좌관 역임
⊙ 옥중에서 노트 60권 분량 집필… “죽음 같은 계곡에서 소설이 나를 살아남게 했다”
⊙ 1997년 IMF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정권교체 등 겪은 공직자의 이야기 그려 내
⊙ “검찰 수사는 비가 올 때까지 지내는 인디언 기우제 같아”
⊙ “우리 문학도 한(恨)과 궁상을 넘어 ‘품격 있는 고뇌’의 이야기를 써야 할 때”
姜萬洙
1945년생. 경남고ㆍ서울법대 졸업, 美 뉴욕대 경제학 석사 / 행정고시 제8회, 재무부 이재국장ㆍ국제금융국장ㆍ세제실장, 관세청장, 통상산업부 차관, 재정경제원 차관, 기획재정부 장관, 대통령경제특별보좌관 역임

- 사진=조준우
강 전 장관은 이 소설들을 옥중(獄中)에서 썼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6년 산업은행장 재직 당시 대우조선해양 비리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고 구속됐고, 징역형을 선고받아 4년여간 옥고(獄苦)를 치렀다. 이때 쓴 소설로 등단까지 했다. 2022년 한국소설가협회가 주관하는 제73회 한국소설신인상 단편소설 부문에 〈동백꽃처럼〉을 투고해 당선됐다.

소설집 《최후진술》의 소설들은 시간 순서대로 펼쳐진다. 〈동백꽃처럼〉은 1960년대 데모와 최루탄으로 얼룩진 대학 생활, 〈쪽새미 애가〉는 1970년대 고시에 합격했지만 하숙비 정도의 월급으로 살아가는 후진국 대한민국 공무원의 비애, 〈세종로 블루스〉는 1970년대 미군 철수에 따른 자주국방의 재원 마련을 위해 부가가치세를 도입했지만 1980년대 신군부로부터 고초를 당하는 공무원의 수난을 그렸다. 〈환란전야〉는 1997년 IMF 외환위기의 숨은 진실과 함께 IMF 구제금융으로 국가부도를 막고도 유사 이래 최초의 여야 정권교체로 희생되는 공직자들의 이야기다.
〈애비는 어이하라고〉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딸을 잃은 참척(慘慽)의 아픔을 담고 있다. 표제작 〈최후진술〉은 주인공의 감옥살이와 피를 토하며 쓴 법정 최후진술에 대한 이야기다. 소설집 출간에 즈음해 강 전 장관을 만나 책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광장에 외치는 내 삶의 최후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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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2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국무위원 후보자들을 발표하고 있다. 맨 왼쪽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사진=조선DB |
“감옥이 내게 소설을 쓰게 만들었습니다. 감방에는 검은 고독과 고뇌와 고난의 끝없는 시간만 가득했지요. 감방에서 피를 토하며 쓴 소설은 죽음 같은 계곡에서 나를 살아남게 만든 종교였습니다. 60권이 넘는 노트에 쓴 글들은 그 종교의 경전이었고요. 내 글이 소설이 되는지에 대해 많은 고뇌가 있었습니다. 장시간 국문학 교수와 작가에게 배우고 검토를 거쳤어요.”
― 대부분 자신의 이야기를 쓴 것으로 보입니다. 자서전과 소설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 같은데요.
“기본적으로 소설은 나와 남과 상상의 이야기를 섞어 탄생시킨 허구라고 합니다. 이 소설집의 이야기들은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소재에 있어서는 자전적이고 사실적이지만, 광장의 민중에게 외치고 고발하는 것이기에 주제와 구성에 있어서는 타전적(他傳的)이고 허구적(虛構的)입니다. 어디까지가 자전적이고 무엇이 타전적인지는 독자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 소설에서는 대한민국 공무원의 현실과 함께 우리 역사의 단편도 드러납니다. 말하고 싶은 주제가 무엇인지요?
“인류사에 두 기적이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나라 잃고 2천 년을 유리(流離)하다가 다시 나라를 세운 이스라엘이고, 또 하나는 아프리카보다 가난한 나라에서 한 세대 만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고 반세기에 선진화까지 이룬 한국이죠. 박세리가 선진국 백인들 스포츠인 골프에서 세계 챔피언이 되고, 영국 비틀스에 열광하던 세계 사람들이 BTS에 환호하는 세상을 상상이나 했을까요? 삼성 TV가 일본 소니 TV를 제치고, 현대자동차가 미국 포드(Ford) 차보다 잘 팔리고, 대한민국이 소득 3만 달러, 인구 5천만 명 이상의 ‘30-50클럽’에 들며 일본을 제치고 종합 국력 6위에 들 줄을 누가 알았겠습니까? 세계가 놀라는 그 기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많은 사람들의 수고와 땀이 정치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내동댕이쳐지거나 민중의 돌팔매를 맞기도 했어요.”
‘가혹과 비정과 억울의 트라이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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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6월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청문회에서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조선DB |
― IMF 환란(換難) 등과 관련해서 조사를 받기도 했고 결국 산업은행 일로 기소돼서 실형까지 받았습니다.
“검찰 수사를 받으며 ‘인디언 기우제’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고, 그래서 비가 오고야 마는 것인데, 검찰 조사 역시 죄가 나올 때까지 삼라만상을 헤집고 법원은 그것을 추인하는 그래서 시민은 억울을 당하는 ‘가혹과 비정과 억울의 트라이앵글’이었습니다. 그 가혹과 비정과 억울을 광장의 민중에게 외치는 소리가 이 소설집의 핵심입니다.”
― 기소됐던 혐의인 직권남용과 배임 등은 언젠가부터 고위공직자를 옭아매는 방법으로 사용되면서 논란이 있죠.
“검사 출신 금융감독원장도 ‘배임죄는 삼라만상을 처벌하는 법’이라고 했습니다. 한 전직 대법원장은 구속되고 나서 자신을 구속시킨 검사를 ‘조물주’라고 불렀답니다. 먼지까지 털어 있는 것은 없이 하고 없는 것은 있게 해 죄를 창조한다는 뜻이죠. 인디언 기우제와 다를 게 없습니다.”
― 새 정부가 본격적인 검찰개혁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개혁은 정부가 알아서 하겠지만, 이른바 ‘특수부(검찰의 직접 수사)’는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진국 어느 나라에 국가에 기여하는 기업인이나 공직자를 겨냥해서 프라이버시 따위 없이 사돈의 팔촌까지 탈탈 털어서 죄를 만들어 내는 사례가 있습니까?”
― 특수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습니다.
“특수부는 권위주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도구이고, 권력의 하명(下命)을 받으면 반드시 죄를 찾아내 구속기소합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검찰은 ‘제왕적 검찰’로 불리게 됐고 정치인들은 툭하면 정치 문제를 검찰로 가져가 ‘검찰공화국’까지 오게 된 겁니다. 전직 대통령 두 명이 구속되고 100명이 넘는 사회 지도층이 총 100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았어요.”
| 〈세종로 블루스〉 中 지난해 ‘부마사태’의 피바람은 박정희 대통령의 피살로 이어진 후 올해 광주에 몰아쳤고 서울로 올라와 관청에도 세차게 불었다. 그들은 직업공무원 사회를 통째로 흔들었는데 우리는 나뭇잎같이 그저 흔들렸다. 재무부에서도 많은 동료와 선배가 이유도 알려지지 않고 특별한 절차도 없이 그저 사무실을 떠났다. (중략) 그들은 스스로 차지한 권력의 칼을 마구 휘둘렀다. 주권자인 국민 누구도 그들에게 그런 칼을 주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군인들은 누구도 주지 않은 권력을 스스로 차지하였고 계속 새로운 명분을 내세우며 권력은 연장되고 전제화되었다. 지난해에는 그들끼리 총질로 보스를 살해했고 그들끼리 싸움으로 상사와 동료를 축출한 후 소장파들이 권력을 잡았다. 그들의 눈에 거슬리는 사람은 몰아내고 공직자는 오물처럼 정화시켰는데, 시류를 타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때를 만난 듯 등장하였다. ‘사회정화’라는 이름으로 청소되어 가는 우리는 소리 없이 스러져 갔다. 군인이 국방을 버리고 정치를 하며 부가가치세 폐지를 결정하고 공무원을 청소하는 것은 시대의 패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우리 문학, 이젠 소외자들의 이야기를 넘어서야”
소설집의 해제(解題)를 쓴 허윤 이화여대 국문학과 교수는 “‘나라를 위해 진정으로 일한 사람’으로서 ‘나’가 겪는 회한(悔恨)이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라고 했다. 허 교수는 “독자는 《최후진술》을 통해 정책이나 행정부 뒤를 지탱하고 있는 국가의 얼굴을 생각하게 되고, 그동안 접해 본 적 없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됐다”며 “개인의 역사가 소설이 될 때 우리의 이야기가 더 풍성해진다”고 설명했다.
― 나라를 위해 일해 온 공직자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군요.
“기적을 일으킨 영웅들과 소외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은 있지만 정작 그 기적의 중심에서 수고하고 땀 흘리는 사람들이 고뇌하고 고난당하는 이야기는 별로 없어요. 우리 문학도 한(恨)과 궁상을 넘어 고뇌와 품격의 이야기를 써야 할 때가 됐습니다.”
― 사실 고위공직자들은 옥중에서 집필을 해도 비망록이나 자서전을 주로 썼지 소설을 쓰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런 소설을 쓰고 싶었죠. 국가의 거대서사(敍事)가 정치사나 경제사로 얘기될 때 가려진 현장에서 일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지금껏 없었습니다. 특히 〈세종로 블루스〉와 〈환란전야〉 〈애비는 어이하라고〉는 행정부와 정책의 뒤를 지탱하고 있는 국가의 숨은 얼굴, 즉 공직자들이 세 차례의 국난을 극복하는 도전과 응전(應戰)의 서사시입니다.”
― 학창 시절 소설가를 꿈꿨고, 소설을 쓰면서 신춘문예를 목표로 하기도 했다고요.
“오래전 이보 안드리치의 《드리나강의 다리》와 존 스타인벡의 《분노는 포도처럼》이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때, 나도 그런 유장한 비극과 강물 같은 분노의 작품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낙향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 생겨난 소설에 대한 열망이 한계상황을 맞아 움을 틔우고 돋아난 것 같기도 합니다.
이번 소설을 쓰면서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신춘문예를 생각했지만 나에게 소설을 가르친 스승은 ‘당선 가능성은 120% 없다’고 했습니다. 미술의 흐름이 밀레의 ‘만종’에서 뒤샹의 ‘샘’으로 변했듯 소설도 그렇다는 얘기였죠. 그리고 신춘문예를 준비하는 젊은 후배들의 비좁은 세상에 뛰어드는 것도 좀 아닌 것 같았어요. 그래서 아직도 ‘만종’을 심사해 주는 곳에서 등단을 하는 방향으로 우회했습니다. 기성 작가가 된 후 광장에서 외치는 방법이었죠. 그렇게 한국소설가협회를 통해 등단을 했고, 검찰개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면서 〈최후진술〉을 《월간조선》에 실을 수 있게 됐고, 이번에 소설집을 냈습니다.”
알려진 사건들의 이면 볼 수 있어
소설집을 읽다 보면 한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느낌을 받게 된다. 작품 내 묘사도 무척 사실적이다. 특히 〈세종로 블루스〉와 〈환란전야〉에서 재무부 재경원 관리들이 고강도의 조사와 비난에 시달리는 내용, 〈최후진술〉은 감옥 생활의 생생한 묘사가 인상적이고, 〈쪽새미 애가〉 〈케네디공항의 해프닝〉 〈어떤 총리〉는 우리 정치권의 ‘웃픈’ 현실들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각 소설에는 실명은 나오지 않지만 정황상 누구인지 가늠이 되는 유명한 정치인들도 여럿 등장한다. 독자들은 다들 자신이 환란 등 해당 사건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책을 통해 또다른 기록을 확인하게 되는 셈이다.
소설적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최후진술〉에서는 운동이나 식사와 같은 구치소의 일상, 일제시대부터 내려오는 감옥 내 행태와 용어들, 죄수들 사이의 교류 등 구치소 안의 생활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검사장, 재벌그룹 회장, 장관, 유력 정치인 등이 한데 모여 ‘공화국 하나는 거뜬히 만들 수 있을 듯한’ 그곳에서 재벌 회장과 장관 등이 사형수와 2인 1조로 모포를 터는 장면에서는 실소(失笑)를 금치 못하게 된다. 사랑하는 조국을 위해 평생을 나랏일에 바친 주인공이 공직자에게 주어지는 최고등급의 훈장을 한강에 던져 버리는 장면 역시 인상적이다.
강만수 전 장관은 8월 2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북콘서트를 갖고 이어 부산과 고향 합천에서도 북콘서트를 가질 예정이다. 강 전 장관은 “보통 사람이 보통으로 살 수 있는 세상, 열 명의 도둑을 놓쳐도 한 명의 억울한 시민을 만들지 않는 세상, 억울을 사고파는 가혹과 비정의 카르텔이 없는 세상은 언제 오겠느냐”며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글을 쓰고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이 소설집이 인류사의 기적을 이루기 위해 수고하고 땀 흘리고도 정치에 의해 매도되었거나 돌팔매를 맞은 사람들의 울적한 영혼을 위한 서사시가 되고, 진혼곡이 되고, ‘최후진술’이 되기를 바랍니다.”⊙
| 〈최후진술〉 中 “권위주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서 권력의 하명을 받으면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여 반드시 죄를 찾아 구속기소를 하는 특별수사부가 생겨났지요. 자기가 수사한 것을 아무 견제장치 없이 자기가 기소하고, 판결이 검찰의 구형과 다르면 제한 없이 상소할 수 있는 검찰은 어느 선진국에도 없지요. 전직 대통령 두 명이 구속되고 100여 명이 넘는 사회 지도층이 100년을 넘는 징역을 받게 됨으로써 우리나라 검찰은 ‘제왕적 검찰’로 불리게 되었고, 정치인들이 툭하면 정치문제를 검찰로 가져감으로써 ‘검찰공화국’으로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중략) 어떤 전직 대법원장이 직권남용으로 구속수사를 당하자 ‘검찰은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만드는 조물주’라고 하였습니다. 그는 47개 혐의에 증거기록이 17만 쪽이나 되는 방대한 양의 ‘트럭 기소’를 당했지만 3200쪽에 달하는 대하소설 같은 판결문은 ‘전면 무죄’였습니다. 창의적인 사실 인식과 법률해석으로 세계 최고 반도체 기업 L 회장이 계열 기업을 합병한 것을 상속세 회피를 위한 배임으로 기소하여 10년간 100회 넘게 재판함으로써 세계 최고 기업의 지위를 무너뜨리고는 전면 무죄가 되었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