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권의 책

평화를 끝낸 전쟁 (마거릿 맥밀런 지음 | 허승철 옮김 | 책과함께 펴냄)

제1차 세계대전은 왜 일어났나

  • 글 :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ironhe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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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표지 속 인물들이 눈길을 끈다. 한 명은 청년 정치인 윈스턴 처칠, 다른 한 명은 독일제국 황제 빌헬름 2세다. 제1차 세계대전 때 처칠은 영국 해군장관으로 독일과의 전쟁 최일선에 서게 되지만, 이 사진에서는 그런 전조(前兆)는 읽을 수 없다. 영국 국왕과 사진 속 독일 황제, 그리고 러시아 황제(차르)는 모두 사촌간이었다. 당시 유럽은 나폴레옹 전쟁 이후 거의 100년 동안 큰 전쟁을 겪지 않고 있었다. 교통·통신의 발전, 무역의 확대, 문화예술의 융성, 인도주의의 확산은 ‘이제 전쟁은 없다’는 확신을 심어 주었다.
 
  하지만 1914년 8월, 유럽의 변방인 보스니아의 사라예보에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페르디난트 황태자 부부가 암살당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로이드 조지의 말처럼 “국가들은 염려와 경악의 흔적도 없이 끓는 전쟁의 가마솥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이 책은 유럽 국가들이 왜 ‘100년 평화’를 지켜내지 못했는지를 탐구한다. 이 책이 제시하는 여러 이유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두려움’이다. 예를 들어 영국은 독보적이던 자국의 해군력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한 독일에 대해 두려움을 품고 있었지만, 독일은 조만간 자기들이 러시아에 비해 경제적, 군사적으로 뒤처지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각국 지도자들의 ‘캐릭터’다. ‘남자답게 보여야 한다’거나 ‘선대(先代)의 위인들에게 뒤처지면 안 된다’는 강박증, 심지어는 ‘애인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허영심이 전쟁의 방아쇠를 당겼다.
 

  지금도 무너진 제국을 재건하겠다거나, ‘100년 국치(國恥)’를 씻고 통일 대업을 이루겠다거나, ‘국토완정(國土完整)’을 다짐하는 전체주의 독재자들이 있다. 우리 시대에도 언제든 전쟁이 일어나 세상을 파괴해 버릴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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