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권의 책

이상한 나라에서 왔습니다 (오은정 지음 | 미구출판사 펴냄)

마지막으로 찍은 가족사진

  •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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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서 온 1992년생 시인의 이야기. 겨울이기만 했던 시간이지만 시인으로 풋과일 같은 그리움을 키웠다.
 
  시인은 “지난 시간이 꿈이거나 소설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고 했다. 꿈은 깨고 나면 잊힌다. 스스로 꿈이라 여기기 전에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에세이를 썼다. “이제는 지난 시간이 꿈이어도 괜찮다”고 말한다.
 
  사실 두만강을 넘은 순간부터 시인은 그리움이라는 병을 얻었다. 두만강을 넘기 전 되새기던 기억은 이제 빛바랜 사진처럼 흐려지고 사람들은 얼굴이 없어졌다. 두만강 너머를 꿈꿨던 시인은 이제 하얀 신발을 신고 고향 땅을 밟는 꿈을 꾼다.
 
  〈내 키의 두 배쯤 되는 돌담을 기어올라 중국 땅에 몸을 실었다. 바다에 표류하다 구명정에 올라타는 듯한 기분이었다.〉(14쪽)
 
  〈힘없이 터벅터벅 걷던 엄마에게 힘들다고 배고프다고 떼를 쓰면 엄마가 나를 힘겹게 업었다. 작은 내 발걸음 앞에 놓인 뱀처럼 휘어진 길은 어지러울 만큼 아찔했다.〉(21쪽)
 
  〈함경북도에서 사과는 제철에도 비싼 과일이었다. 겨울엔 그 값이 몇 배로 올라 금사과였다. 나는 사과 때문에 약 먹는 시간이 기다려졌다.〉(30쪽)
 

  시인이 마지막으로 찍은 가족사진이 있다. 4월 15일 김일성 생일이 며칠 지난 어느 날이었다. 시인이 오토바이 핸들을 잡고, 어린 동생은 분홍색 옷을 입었다. 그 옆에 짙은 파란색 체육복을 입은 엄마가 서 있었다. 그러나 긴가민가하며 길을 떠난 바람에 북에서 사진 한 장 가져오지 못했다. 보며 그리워할 것도 없으니 자연과 꿈이 그리움의 밭이었다. 단풍이 붉게 물들면 수많은 낙엽만큼 그립고, 비가 쏟아지면 빗줄기처럼 그리움이 쏟아진다. 점점 커가는 동생을 상상도 할 수 없다. 꿈속 동생은 두세 살 모습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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