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점에서 이번에 나온 《고려왕조실록》은 반갑다. 고려 왕조 476년 동안 34명의 국왕의 이야기를 150쪽 남짓한 문고판 두 권에 담았다. 왕의 생몰연대, 가족관계, 재위 기간 중의 사건과 업적 등을 간략하게 다루는 정도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고려사를 개략적으로 살펴보기에는 그런대로 충분하다. 많은 이에게는 생소한 임금들이지만, 그들의 행태는 어딘지 낯익다. 온갖 고난 끝에 후삼국을 통일하고 고려를 건국한 태조에게서는 이승만, 시대가 필요로 하는 소명을 다하기는 했지만 반대자들에게 상처를 준 광종과 국난을 극복하고 성세를 이룬 현종에서는 개발연대 대통령들의 모습이 연상된다. 외척정치 등 체제의 모순이 심화되는 가운데서도 세월을 흘려보내다가 결국 아들 의종대에 이르러 무신 쿠데타라는 파국을 맞게 만든 인종,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쳐야 했던 고종~충선왕, 그리고 ‘중흥주(中興主)’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으면서 즉위했지만 결국 자기 관리에 실패해 망국(亡國)을 재촉한 공민왕 등의 모습도 낯설지 않다.
이 책은 살림출판사에서 지난 20여 년간 꾸준히 출판해 온 ‘살림지식총서’의 일부다. 역사·종교·신화·문명에서부터 시사·과학기술·대중문화·경제·경영·취미·실용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고 있는 이 총서는 지금까지 595권이 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