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형준 부산광역시장

“국힘, 계엄 사과해야 대국민 설득력과 투쟁력 강해져”

  • 글 :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ironhe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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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정권, 인민민주주의적 발상 갖고 있어”
⊙ “국힘 내에서 강성 유튜버처럼 생각하는 사람은 소수… 중도 세력 형성 중”
⊙ “부산, 기업 투자 22배 늘어… 고용률 5% 증가, 상용 근로자 100만 명 돌파”
⊙ “세계 최초의 대심도 수소 트램 BuTX, KDI 민자 적격성 조사 통과”
⊙ “지금 국힘은 ‘뺄셈의 정치’… ‘계엄의 강’ 건너야 ‘덧셈의 정치’ 가능”
⊙ “투쟁과 반성은 양립할 수 있어”
사진=부산광역시청
박형준(朴亨埈·66) 부산광역시장이 그 자리를 맡은 지 5년이 되어 간다. 박 시장은 문재인(文在寅) 정권 시절이던 2021년 4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함께 치러진 서울특별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오세훈(吳世勳) 시장이 당선됐다. 두 사람의 당선은 문재인 정권 심판의 신호탄이었다. 이듬해 대통령 선거에서는 윤석열(尹錫悅)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다. 박형준 시장과 오세훈 시장도 그해 지방선거에서 무난히 당선됐다. 그리고 2024년 12·3계엄을 거쳐 2025년 6월 이재명(李在明) 정권이 출범하면서 두 사람은 다시 ‘야당 지방자치단체장’이 됐다.
 
  5년이라는 세월은 대통령 임기와 맞먹는 시간이다. 그 5년간 부산 시정(市政)에 대한 소회와 정국(政局)에 대한 얘기를 듣기 위해 2025년 12월 5일 박형준 시장을 만났다.
 
 
  “재미있는 도시가 이긴다”
 
  ― 지난 5년 동안 가장 내세우고 싶은 성과라면 어떤 것이 있습니까.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 부산 시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 특히 일자리나 여러 경제적인 여건이 좋아지는 것이겠는데, 그런 면에서 지표(指標)들이 전반적으로 다 올라갔습니다.”
 
  ― 구체적으로 어떤 지표들이 올라갔습니까.
 
  “우선 고용률은 한 5% 정도 올라갔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자영업이나 건설업이 커다란 구조조정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자리가 그렇게 새로 늘었다는 것은 굉장히 의미가 있습니다. 덕분에 주(週) 36시간 이상 일하는 상용(常用) 근로자가 처음으로 1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 그런 성과가 나오게 된 비결이 있습니까.
 
  “제가 취임하기 전보다 기업 투자가 22배 이상 늘어나면서 신(新)산업 쪽으로의 전환이 상당히 속도감 있게 진행됐습니다. 또 도시의 매력도, 브랜드 가치가 올라갔습니다. 여러 지표가 이를 보여줍니다. 글로벌 스마트센터 지수는 2021년 세계 62위에서 2025년 8위(아시아 2위)로, 글로벌 금융센터 지수는 36위에서 24위로 올랐습니다. 특히 해외 관광객이 폭증하고 있는 걸로 바로 입증됩니다.”
 
  ― 관광객이 얼마나 늘었습니까.
 
  “우리가 과거에는 한 번도 관광객 300만 명을 넘은 적이 없었는데, 금년 10월에 이미 3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12월까지는 350만 명을 넘어설 것 같습니다. 이는 그동안 축적된 부산의 매력이 발산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 TV를 봐도 부산이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는 게 느껴지더군요.
 
  “특히 해외 관광객의 재방문 의사가 80% 이상이나 됩니다. 국내 관광객도 부산이 전국에서 제일 많이 늘었고, 국내 관광객 만족도에서도 강원이나 제주 같은 관광 특화 지역을 제치고 부산이 1위를 했습니다. 제가 요즘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 ‘재미있는 도시가 이긴다’는 겁니다.”
 
 
  “新산업 분야 고용 많이 늘어”
 
박형준 시장은 2025년 12월 4일 LS일렉트릭 부산사업장 2생산공장 준공식 후 공장을 돌아보았다. 사진=부산광역시청

  ― 무슨 의미입니까.
 
  “부산같이 큰 도시는 일단 도시가 전체적으로 재미있고 유익해야 사람과 기업과 돈이 함께 온다는 얘기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부산 시민들의 삶의 질이 더 좋아져야 하는데, 마침 오늘 나온 ‘2025 사회조사 결과’에서도 모든 부문에서 부산 시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졌다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부산 시민의 77%가 ‘부산에 살고 싶다’, 또 KBS 여론조사 결과에서 75%가 ‘부산의 삶에 만족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시민행복지수는 2008년 특별·광역시 중 8위에서 2023년 1위로 올랐습니다. 시민들도 부산이 살기 좋아지고 있다는 걸 체감(體感)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부산 시민들부터 살기 좋아야 외부에서 많은 사람이 오고 머물고 살게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지난 5년 동안 부산의 각 분야가 전반적으로 글로벌 허브 도시 수준으로 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고용률이 올라간 것은 주로 어느 부문이 잘되어서입니까.
 
  “흥미로운 것이, 소상공인 자영업 부문의 고용률은 22%에서 16% 정도로 떨어졌습니다. 5분의 1 가까이 줄어든 것이죠. 반면에 신산업, 의료, 복지, 조선(造船)처럼 새로 성장하고 있는 산업과 전문직, 사무직이 많이 늘었습니다. 이는 서비스 도시로서 부산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젊은이들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일자리를 다 제공했다고는 볼 수 없겠지요. 하지만 조선 3사(社)의 R&D센터가 모두 부산으로 들어왔고, LS일렉트릭도 준공했습니다. 이렇게 대기업의 좋은 일자리들이 계속 늘어나면서 수도권으로 가려는 청년들을 붙들 수 있는 여건을 차근차근 마련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청년 고용률은 2024년에 역대 최고인 46.7%를 달성했습니다.”
 
 
  부산과 인천
 
  ― 하지만 얼마 전 나온 보도를 보니, 청년 인구 유출이 심한 곳으로 대구·경북과 함께 부산이 꼽혔더군요.
 
  “사실 청년 유출 문제는 이미 심각했었습니다. 제가 시장이 된 직후에 연간 1만3000명 정도가 수도권으로 나가고 있었는데, 이제는 5000~6000명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물론 더 줄이고, 오히려 더 많이 유입하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다만 지금 수도권 ‘블랙홀 효과’가 워낙 크기 때문에 우리 부산도 거기서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요. 어렵기는 모든 지방정부가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힘을 다해서 새로운 거점을 만들어야 하고, 거기에 부산이 앞장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 지역총생산(GRDP)이나 인구에서 부산이 인천에 밀리는 추세가 점점 더 고착화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천이 인구가 늘고 GRDP가 올라가는 것은 사실 인천이 수도권의 위성도시이기 때문입니다. 서울과 수도권 안에서의 일종의 재편-확장 과정이라고 봐야 합니다. 수도권 일극(一極)주의의 혜택을 보고 있는 거죠. 부산은 수도권 일극주의와 외롭게 맞서 싸우고 있는 남부권의 거점도시죠. 이 차이가 큰 겁니다. 인구와 GRDP가 약간 역전되기는 했는데, 그것만 가지고 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천의 경우 자산소득이나 청년 삶의 질 만족도가 그렇게 높지는 않습니다.
 
  인천과 부산을 비교하는 것은 사실 서울과 부산을 비교하는 것과 거의 비슷한 얘기입니다. 중요한 것은 수도권에 맞서 이 남부권을 어떻게 새로운 성장의 축(軸)으로 만드느냐 하는 것입니다.”
 
  ― 전부터 늘 해온 말씀인 걸로 기억합니다.
 
  “대한민국을 두 개의 바퀴로 굴리려면, 서울처럼 부산이 남부권에서 그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과감한 분권(分權)이 필요하고요.”
 
 
  세계 최초의 大深度 수소 트램 BuTX
 
박형준 시장이 추진해 온 BuTX 사업이 2025년 10월 KDI의 민간투자사업 적격성 조사를 통과했다. 사진=부산광역시청

  ― 삶의 질 개선도 중요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이명박(李明博) 전 대통령의 청계천처럼 눈에 딱 보이는 게 있어야 좋아하지 않습니까. 가시적인 업적으로 내세울 것은 무엇이 있습니까.
 
  “2025년 10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민자(民資) 적격성 조사를 통과한 BuTX(차세대 부산형 급행철도)를 들 수 있습니다. 가덕도에서부터 하단-북항-부전-센텀시티를 거쳐 오시리아(동부산)까지 가는 세계 최초의 대심도(大深度) 수소 트램입니다. 이게 완성되면 가덕도공항에서 부산역까지 20분, 서면까지 25분, 오시리아까지는 33분에 갈 수 있게 됩니다. 부산의 교통혁명을 가져올 대단히 큰 프로젝트입니다.”
 
  ― 그게 언제 완공이 됩니까.
 
  “2030년 전후해서 될 겁니다. BuTX는 가덕도공항과 함께 시너지를 거둘 수 있고, 울산과 창원으로 확장하면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을 1시간 거리대로 다 묶어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 얼마 전 국토교통부는 가덕도신공항 공사 기간을 84개월에서 106개월로 늘리기로 했다던데, 그렇게 되면 BuTX와 가덕도신공항 연계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닙니까.
 
  “지금 일정대로 하면 BuTX가 먼저 되고, 가덕도신공항은 그보다 1~2년 늦어질 수 있겠지요. 가덕도신공항은 문재인 정부 때 2035년 완공으로 되어 있던 것을 2030년 이전으로 당겼는데, 다시 원상 복귀한 셈이 됐어요. 우리로서는 굉장히 아쉬운 일이고, 정부가 너무 한가롭게 생각한다 싶습니다.”
 
  ― 기반 공사를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것과는 조금 별개의 문제인 게, 과학적·실증적 근거로 연기한 게 아니고 건설사들 입장을 그냥 받아준 거예요. 국책사업이 이렇게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국책사업을 하는데 건설사들이 자기들 리스크 헤징(hedging)을 하려고 공기(工期) 연장해 달라는 걸 정부가 그냥 받아준 것은 조금 불만입니다.”
 
 
  “지방선거, 부산은 굉장한 接戰 지역”
 
박형준 시장은 2025년 10일 13일 ‘부산리부트 청년포럼’의 초청을 받아 진중권 교수와 함께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관해 대담을 했다. 사진=부산광역시청

  ― 곧 지방선거가 있을 텐데, 부산은 노무현(盧武鉉) 정권 이후에는 과거 YS 시절처럼 보수의 강고한 지지 기반이 아니라 일종의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처럼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부산은 그런 점에서 대구와 상당히 다릅니다. 부산은 현 여당 출신 대통령도 두 명(노무현·문재인)이나 배출했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지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완승(完勝)을 거두었던 적도 있습니다. 총선이나 대선에서도 표차가 그렇게 많지 않았던 지역입니다.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할 때 부산은 굉장한 접전(接戰) 지역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죠.”
 
  ― 그렇지요.
 
  “지방선거는 지역의 수장(首長)을 뽑는 선거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전국 선거 성격이 강합니다. 결국 대통령 지지율이나 정당 지지율, 그리고 국민들이 여당이나 야당 중 어느 쪽에 힘을 실어주려고 생각하느냐 같은 정치적인 요인에 영향을 받게 될 것입니다.”
 
  ― 말씀대로라면 지금 대통령이나 여당 지지율, 국민의힘 지지율 등을 보면 야당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 아니겠습니까.
 
  대화는 자연스럽게 정국 현안에 대한 얘기로 옮겨 갔다. 박형준 시장은 지방선거를 6개월여 앞둔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말을 조금 조심할 법도 한데, 거침이 없었다. 기자, 대학교수, 국회의원,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 이력을 바탕으로 TV 정치 프로그램에 자주 나오던 시절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박 시장의 말이다.
 
  “지금 어렵다고 다들 생각하니까 당내에서도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거죠. 역대 선거를 보면 분열되어 있는 쪽이 지고, 통합되어 있는 쪽이 이겼어요.
 
  예외가 있다면 2020년 총선인데, 제가 통합위원장을 맡아 분열되어 있던 야당 통합을 이루어 냈지만 공천 과정에서 악수(惡手)들을 두는 바람에 결국 졌지요. 지난 2024년 총선도 그렇고.”
 
  ― 지금은 상황이 어떻다고 봅니까.
 
  “이쪽은 분열되어 있고, 저쪽은 사실상 단일화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저쪽은 조국혁신당이 있지만 결국 단일화할 겁니다. 반면에 이쪽은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으로 분열되어 있는 데다가, 국민의힘 당내도 여러 파(派)로 나뉘어 있습니다. 구도상 이미 안 되는 구도인데, 여기에다가 지지율까지 받쳐 주지 못하면 이길 수 없다는 것은 선거를 오래 경험하고 관찰해 본 사람들에게는 상식적인 이야기입니다.
 
  그런데도 당내 일부 강경 세력들은 ‘중도(中道)가 어디 있느냐’ ‘배신자들은 안 된다’면서 자꾸 ‘뺄셈의 정치’를 하고 있어요. ‘덧셈의 정치’ 내지 ‘곱셈의 정치’를 해도 모자랄 판에 말입니다. 우리가 약자라는 생각이 없어요.”
 
  ― 국민의힘이 ‘덧셈의 정치’ ‘곱셈의 정치’로 나아가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여러 세력이 통합하려면 명분이 있어야 되잖아요. 그 최소한의 명분은 계엄에 대한 사과라고 생각합니다. ‘계엄의 강’을 건너야 다 함께할 명분이 생깁니다. 계속해서 ‘우리는 잘못한 거 하나도 없고, 모두 민주당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한다면, 그건 보수답지도 못하고 보수의 가치에 충실한 것도 아닙니다. 선거 전략상으로도 그건 하지하책(下之下策)입니다.”
 
 
  “당 지도부, ‘미움받을 용기’ 필요”
 
  ― 하지만 국민의힘이나 보수 진영 내부에서는 정부·여당이 ‘내란 세력 척결’을 내걸고 폭주하는 상황에서 보수 세력이라도 확실하게 붙잡고 가는 게 먼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상당히 있는 것 같습니다.
 
  “공당(公黨)이 기준을 세워야지요. 또 공당이기 때문에 ‘정치적 책임’이라는 가치를 제대로 세워야 된다는 측면에서도 판단을 제대로 해야 합니다. 이제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합니다. 지금 당 지도부가 강경 세력을 끌어안고 싶어서, 혹은 그런 쪽으로부터 비판을 받을까 봐 그런 용기 있는 행동을 하지 못한다면 그건 소탐대실(小貪大失)하는 것입니다.”
 
  ― 그게 쉽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지금 강경 세력의 지지로 지도부가 된 사람들이 그들을 설득할 용기를 내야 합니다. 강경 세력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면서, 그들에게 ‘우리가 미래를 위해서, 또 선거를 위해서 이것은 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지방선거까지 져버리면 이 정권의 폭주를 막을 수가 없어집니다.”
 
  ― 그렇죠.
 
  “결국 선거를 앞두고는, 선거에 이기는 방법이 뭐냐를 중심에 놓고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선거에서 이기려면 국민들에게 보수의 가치, 보수의 정책이 뭔지를 제대로 표방해야 합니다. 안티(anti)만 한다고 표가 오는 건 아니잖아요. 그건 한계가 있죠.”
 
 
  “헌재, 이미 계엄은 위헌이라고 판단”
 
  ― 시장님이 생각하는 ‘보수의 가치’는 어떤 겁니까.
 
  “지금 민주당 폭주를 우리가 비판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습니까? 자유민주주의 체제, 삼권분립(三權分立), 법치(法治), 자유, 민주, 공화라는 원칙에 입각한 대한민국 헌정(憲政) 체제를 안에서부터 와해시켜 삼권독점(三權獨占) 체제를 만들려고 하기 때문 아닙니까. ‘법의 지배’가 아니라 ‘법에 의한 지배’를 하려고 하는 폭주를 막고자 그러는 것 아닙니까.”
 
  ― 그렇지요.
 
  “그렇다면 우리가 먼저 그런 가치를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지요. 그런 기준에서 보면 12·3계엄은 위법적·위헌적이라고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판단했잖아요. 그걸 인정하지 않으면 그건 법치를 인정하지 않는 거죠. 헌재의 판결을 인정한다면, 계엄에 대한 사과는 자연스러운 수순입니다.”
 
  ― 과거 박근혜(朴槿惠) 탄핵 등의 경험 때문에 ‘정치판에서는 사과하면 진다’는 생각도 있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사과가 아니라, 우리가 자유민주주의 헌정 체제를 견고히 지키고 진화시키겠다고 하는 의지, 미래를 위한 의지를 표명하는 것입니다. 그걸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과를 하면 투쟁력이 약해진다고 하는데, 오히려 그래야 투쟁력이 강해집니다. 투쟁력이 강해진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설득력이 높아진다는 걸 의미합니다.”
 
  ― 그렇겠네요.
 
  “국민들이 민주당을 비판했던 가장 큰 이유가 뭡니까? 뻔뻔하다는 것 아니었습니까. 자기들이 잘못한 것을 잘못했다고 하지 않고 부끄러워할 줄 모른다는 것, 다시 말해 수오지심(羞惡之心)이 없다는 걸 계속 비판했던 거잖아요. 그들(민주당)을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던 건데, ‘싸우면서 닮는다’고 우리도 뻔뻔해지는 것은 곤란하잖아요. 그래도 우리가 정치를 도덕적 기반 위에 세우고 또 대한민국 헌정 체제를 제대로 지키려고 한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 분명한 성찰(省察)이 필요합니다.
 
  누가 ‘국민의힘은 계엄을 알았던 사람도 없고, 참여한 사람도 아무도 없는데 왜 독박을 쓰고 있느냐? 그것은 위정자의 잘못된 판단에 의해 흐트러진 것인데’라고 했더군요.”
 
 
  “왜 자꾸 尹에 대한 의리 따지나?”
 
박형준 시장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의 혁신통합추진위원회를 이끌고 보수계 정당의 통합을 이루었다. 사진=조선DB

  ― 재미있는 표현이네요.
 
  “사람을 보고 정치를 하는 게 아니잖아요. 윤석열 전 대통령도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했잖아요. 국가에, 조직에, 정당에 충성해야지 왜 자꾸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의리를 따지나요? 그건 책임정치가 아니죠. 정치에서 어카운터빌리티(accountability)를 놓치는 순간 민주주의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 어카운터빌리티라면 ‘책임성’을 의미하는 것이죠?
 
  “맞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기본적으로 ‘설명할 책임’이죠.”
 
  ― 그런데 지금 국민의힘이 강경 세력들한테 포획되고, 장동혁 대표나 나경원 의원 같은 이들이 강경한 목소리를 계속 내는 게 박근혜 탄핵의 학습 효과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더군요.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나가서 바른미래당을 만들었던 사람들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에 고개를 숙이고 원대 복귀한 반면, 자유한국당 깃발을 지켰던 쪽은 그나마 정치적 입지가 나았다는 거죠.
 
  “그런 걸 학습 효과라고 우긴다면, 그건 과거로부터 교훈을 제대로 얻지 못한 것입니다. 바른미래당이 너무 일찍 분열해 나가는 바람에 정치적 헤게모니를 얻을 만한 실력과 역량을 못 보여 줘서 실패한 겁니다. 자유한국당은 성공했나요? 2018년 지방선거에서 완패했잖아요. 지방선거에서 부산도 다 날아갔어요. 자유한국당이 그때 잘한 거 하나도 없어요. 다만 국회의원 수가 많았기 때문에 유지되었을 뿐입니다.”
 
  ―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그걸 억지로 다시 꿰맨 게 2019년 통합운동이었습니다. 그때 제가 통합위원장을 했는데, 당을 나갔던 세력들도 그냥 백기(白旗) 들고 다시 들어온 게 아니에요. 원칙과 기준을 세우고, ‘탄핵의 강’을 넘는 과정이 필요했던 겁니다. 자유한국당에서도 ‘분열하면 다 망한다’는 차원에서 통합에 임했고요.”
 
  ― 그때와는 상황이 다른 겁니까.
 
  “지금은 당이 온전하게 유지되고 있잖아요. 개혁신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그 이전에 쫓아낸 것이지, 계엄 이후 탄핵 과정에서 분열된 게 아니죠. 당을 달리하면 논쟁을 해봤자 싸움밖에 안 되지만, 당내에서는 어쨌든 컨센서스를 모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지금은 당 상황이 탄핵 과정이나 한두 달 전하고는 달라졌어요.”
 
 
  “당내 소수 의견이 과대 반영”
 
국민의힘 초선·재선 의원들은 2025년 12월 3일 계엄 1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고 계엄을 사과했다. 사진=뉴시스

  ― 어떻게 달라졌습니까.
 
  “지금 당내에서는 강경 노선이 아니라 통합 노선으로 가야 한다는 쪽이 다수가 되어 가고 있어요. 지금 강경 노선의 특징은 ‘친한계(親韓系) 안 돼, 이준석 안 돼, 요 세력만 갖고 선거 치를래’ 하는 건데, 이건 하지하책이죠. 그런데 지금은 ‘떨어져 나가지 않고 같이 있는 세력들은 함께하자’고 하는, 중도가 굉장히 많이 생겼어요.
 
  사실 계엄과 탄핵 과정에서 1차 책임이 있고 2차 책임이 있어요.”
 
  ― 그게 뭡니까?
 
  “1차 책임은 황당한 계엄을 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하지만 그 후에 윤 전 대통령이 듀 프로세스(due process·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에 강고히 비판하면서 탄핵 과정을 질서 있게 끌고 나갔어야 하는데, 한동훈 전 대표 등이 탄핵을 빨리 해야 한다고 하는 바람에 그게 어그러졌어요. 저쪽의 폭주를 막지도 못하고 탄핵도 충분한 심의를 못 해서, ‘내란몰이’에 그냥 상(床)을 갖다 바쳤어요. 그 때문에 한동훈 대표에게도 2차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친한계에 뭐라고 하는 것은 1차 책임 있는 사람들이 2차 책임 있는 사람들을 손가락질하고 배제하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본말(本末)이 전도(顚倒)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 문제를 같이 성찰할 수 있는 당내 중도 세력이 다수를 차지해 가는 과정이라고 봐요.”
 
  ― 그렇게 판단할 만한 근거가 있습니까.
 
  “이번에 계엄 사과 성명을 낸 국민의힘 의원 25명 중에는 친한계도 있지만 친윤계도 꽤 있어요. ‘찐윤’ 윤한홍 의원도 대놓고 계엄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단절을 주장했고요. 친윤 중에는 개인적인 의리나 강경파의 공세가 무서워서 입을 닫고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당내에서 강성 유튜버처럼 생각하는 사람은 사실 소수예요. 지금은 이 소수 의견이 너무 과대 반영되어 있습니다.”
 
  ―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법이죠.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그게 이재명 정부의 폭주나 ‘내란몰이’를 인정하거나, 또 그것과 싸우는 투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투쟁과 반성은 얼마든지 양립할 수 있는 건데, 그걸 왜 떼어서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내란몰이’
 
  ― 얼마 전 이재명 대통령은 내란 사범들을 ‘나치 전범(戰犯) 처리하듯 처벌하겠다’고 했더군요.
 
  “좌파나 전체주의 정권이 잘하는 게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선동 프레임을 너무나 명료하게 짜고 그걸 일관되게 밀고 간다는 것입니다. ‘내란몰이’ 프레임도 그런 것이죠.
 
  다른 하나는 통일전선 전략을 굉장히 잘해요. 상대를 왜소화시켜 구석에 몰아 놓고 나머지 다수 연합을 만들어서 이걸 완전히 찌그러뜨리는 걸 잘합니다.”
 
  ― 저도 그게 걱정입니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그걸 과도하게 하면 역풍(逆風)이 불죠. 한국처럼 이미 시스템 자체가 선진화되어 있는 나라에서 무리해서 자기 마음대로 휘두르려고 하면, 그에 대한 반동(反動) 작용 때문에 정권이 오히려 충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사람이 움직이는 것 같아도 사실 시스템이 움직입니다.”
 
  ― 솔직히 저는 그 시스템의 힘이라는 걸 그다지 신뢰하지 않습니다.
 
  “저는 우리 시스템에 그 정도의 힘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벌써 ‘내란몰이’가 저들 뜻대로 안 되고 있잖아요. 2017년 문재인 정권 때의 ‘적폐 청산’과 비교를 해봐도, 그 효과를 반의 반도 거두지 못하고 있어요. 우리 시스템이 나름의 방어력이 있는 겁니다. 여기에 야당인 국민의힘이 조금만 제대로 싸워주면 그 의도대로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팬덤에 바탕한 포퓰리즘 경계해야”
 
  ― 이 정권의 의도는 뭐라고 생각합니까.
 
  “지금 겉으로 드러나는 걸로 보면 굉장히 인민민주주의적인 발상을 갖고 있다는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 히틀러가 정권을 잡았을 때도 많은 사람이 ‘시스템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히틀러가 자기 뜻대로 못 할 것’이라고 했지만, 독일은 1년 만에 전체주의 국가로 둔갑했습니다.
 
  “히틀러가 당시에 독일을 그런 전체주의 국가로 만들 수 있었던 건 바이마르 공화국이 거의 무정부 상태에 이를 정도로 사회적으로 굉장히 혼란스러웠기 때문입니다. 그때의 독일과 지금의 우리를 단순 비교하기는 조금 어렵다고 봅니다.
 
  지금 경계해야 할 것은 트럼피즘이나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같은 경우가 아닌가 싶습니다. 정치적 팬덤을 바탕으로 일부 사회적 문제들을 극단적인 선동 프레임에 얹어 포퓰리즘적으로 풀어낼 때 거기에 대중들이 열광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입니다.”
 

  ―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징조가 보이고 있지 않습니까.
 
  “이재명 정권이 자유민주주의를 그런 체제로 바꾸고 싶어 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그런 정도의 정치적 기반이 있지는 않다고 봅니다. 이 대통령에게는 대중을 열광시키는 이념이 없잖아요. 트럼프는 이민 문제나 기득권 문제 같은 것을 갖고 확 치고 들어가서 자기 팬덤을 만들고 강고한 지지 세력을 구축할 수 있었어요. 이 대통령은 무엇으로 국민을 열광시키죠?”
 
  ―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관계를 어떻게 봅니까.
 
  “제가 여기 있으면서 그것까지 알 수는 없지만, 일종의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충돌 양상 아닐까요? 저는 이미 이완(弛緩)이 시작된 거라고 봅니다. 2026년 지방선거까지 그 갈등이 얼마나 극대화될지는 잘 모르겠어요. 다만 그 조짐은 지금 분명히 보이고 있는 거죠.”
 
 
  “지방선거, 대한민국 운명 좌우하는 선거 될 것”
 
  ― 마지막으로 국민들, 특히 보수 성향인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주시죠.
 
  “이제 대한민국이 한 단계 더 성숙한 나라로 가려면, 우리의 기본적인 가치를 와해시키고 포퓰리즘적인 인민민주주의로 가려고 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우리 국민들이 강한 문제 의식을 갖고 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힘은 그 선두에 서서 야당 역할을 해야 합니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그 투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우리가 저쪽 세력처럼 부끄러움을 모르는 세력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용기 있게 우리의 얼룩을 걷어내야 합니다. 보수의 역사를 보면 얼룩이 없었던 게 아닙니다. 얼룩은 늘 있었지만, 그 얼룩을 씻으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보수를 재건한 것입니다. 그 얼룩을 그냥 없는 걸로 만들고 ‘싸우려면 우리가 뻔뻔해져야 한다’는 논리로 간다면, 그건 다수를 얻는 전략도 못 되고 통합도 안 될 것입니다.”
 
  ― 좋은 말씀입니다.
 
  “2026년 지방선거는 대한민국 운명을 좌우하는 굉장히 중요한 선거가 될 것입니다. 이 선거에서 야당이 정권의 폭주를 막으려면 우리가 다수 연합을 이루어야 합니다. 진정으로 통합의 사고(思考)를 가지고 문제를 바라보고 대응해야 합니다. 보수 이념을 제대로 명료하게 설명도 못 하면서 스스로를 일종의 폐쇄적 종교 집단 비슷하게 만들려 하는 세력은 경계해야죠. 그들을 설득하고 같이 가려고 하려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거기에 끌려다녀서는 안 됩니다.
 
  보수가 반성해야 할 것은 계엄 말고도 또 있습니다.”
 
 
  “청년 중심 정당으로 전환해야”
 
  ― 그게 뭡니까.
 
  “정책 역량이 너무 약해졌어요. 2030세대는 4050세대와는 확실히 다른 세대 의식과 문화·정치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이들을 국민의힘이 내세우는 자유·민주·공화라는 가치 속에 포섭하고 지지 세력으로 만들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들이 필요합니다. 그 구체적인 정책들은 사실 지방정부한테 배우면 다 나오게 돼 있습니다. 지방정부의 청년 정책, 아이들을 위한 정책 같은 것들 중에는 전국화(全國化)할 수 있는 정책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노력을 안 해요.”
 
  ― 요즘 2030세대 앞에서 진보 좌파적인 얘기를 하면 분위기가 싸해진다고 하더군요.
 
  “당이 끊임없이 그런 2030세대에 접근하려는 노력을 하면서 그들이 독자적인 주체 형성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게 제가 주장해 온 ‘당내 청년당’입니다.”
 
  ― 당내 청년당이라….
 
  “당내 청년당을 만들어서 거기서 리더도 키우고 공천도 하고, 예산도 독자적으로 줘서 활동하게 하면서 청년 중심의 정당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그게 미래로 가는 길입니다. 그게 안 되고, 보수 정당이 아주 옛날 고고학적인 개념의 자유민주주의만을 내세운다면 굉장히 어려워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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