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랑·경매 업계 위축되면 젊은 작가가 전시하고 그림 팔 수 있는 공간 없어져”
⊙ “프리즈와 협업 4년, 키아프는 크게 성장… 올해 키아프 마치면 재계약 협상 시작”
⊙ 모친 김창실 전 선화랑 대표는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갤러리스트
⊙ 프랑스, 법인이 생존 작가 그림 구입하면 비용으로 인정… 한국은 ‘환경미화비’로 1점당 1000만원 이내 비용처리 인정
⊙ “우리나라는 미술품 구매자의 80%가 개인… 법인 투자 활성화해야”
李聖勳
1958년생. 서울대 법대 졸업, 제24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14기) / 서울고등법원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수원지법 안산지원장,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문화예술위원회 위원 역임. 現 선화랑 대표, 한국화랑협회 회장
⊙ “프리즈와 협업 4년, 키아프는 크게 성장… 올해 키아프 마치면 재계약 협상 시작”
⊙ 모친 김창실 전 선화랑 대표는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갤러리스트
⊙ 프랑스, 법인이 생존 작가 그림 구입하면 비용으로 인정… 한국은 ‘환경미화비’로 1점당 1000만원 이내 비용처리 인정
⊙ “우리나라는 미술품 구매자의 80%가 개인… 법인 투자 활성화해야”
李聖勳
1958년생. 서울대 법대 졸업, 제24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14기) / 서울고등법원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수원지법 안산지원장,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문화예술위원회 위원 역임. 現 선화랑 대표, 한국화랑협회 회장

- 사진=조준우
이성훈 화랑협회장이 물어온다. 만나자마자 화랑의 정의부터 짚어보는 이유가 뭘까. 의문은 곧 풀렸다. 지난 8월 5일 이 회장을 인사동 선화랑에서 만났다. 지난 2월 한국화랑협회장 선거에서 당선되어 취임한 후 반년이 된 시점이었다.
최초 판사 출신 화랑협회장
![]() |
| 한국 화랑계의 대모라 불린 김창실 선화랑 창립자. 사진=조선DB |
이러던 게 지난해부터 미술계의 성장세가 다소 주춤하는 모양새다. 전 세계적인 경기 부진의 영향도 있을 터다. 시장의 흐름을 살피며 내실을 다져야 할 때란 얘기다. 이런 시기에 판사 출신의 법조인이 화랑협회 회장을 맡게 된 이유는 뭘까.
― 어떻게 미술계와 인연이 닿았나요.
“판사 시절부터 예술계와 인연이 있었습니다.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을 2년간(2010~2012) 맡았거든요. 2017년부터는 화랑협회 고문 변호사를 맡게 됐어요. 처음 요청을 받았을 땐 안 하려 했는데 어머니 생각에 맡았지요.”
그의 모친 김창실(1935~2011년) 전 선화랑 대표는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갤러리스트다. 1977년 인사동에서 선화랑을 시작한 후, 미술 계간지 《선미술》(1979~1992)과 ‘선미술상’(1984~2010)을 통해 한국의 화가들을 후원했다. 서도호·김범·이이남 등의 작가들이 선미술상을 통해 한 단계 성장했다.
미술진흥법 논란
― 법률을 자문할 일이 많았나요?
“많더라고요. 당시 감정서에 관한 규칙이나 협회 정관 같은 게 제대로 안 되어 있었어요. 현실적이지 않은 내부 규정도 많았고요. 나중에 협회 부회장을 맡고 다 바로잡았지요. 이번에 회장을 맡고 보니 협회에 행사가 꽤 많습니다. 화랑협회는 매년 ‘화랑미술제’와 ‘화랑미술제 in 수원’을 엽니다. 물론 키아프가 제일 큰 행사지요. 사업적인 면이 필요한데 저처럼 규정이나 규율을 짚으며 살아온 사람에게는 좀 낯선 부분이지요. 동시에 미술진흥법에도 대처해야 하고요.”
그가 말하는 미술진흥법이란 2022년 도종환 당시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해 2023년 국회를 통과한 법률을 말한다. 명칭 그대로 미술 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틀을 마련하고, 작가의 권리 보장을 하기 위한 법이다. ‘화랑업(미술 서비스업) 신고제’와 재판매보상청구권 도입 등이 핵심이다. 이 중 미술 서비스업 신고제는 다음과 같다.
〈제18조(미술 서비스업의 신고 등) ① 미술 서비스업을 하려는 자는 신고서의 기재사항, 첨부서류 등과 관련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특별자치도의 관할구역 안에 지방자치단체인 시·군·구가 있는 경우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을 말한다. 이하 같다)·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신고한 사항 중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중요한 사항을 변경하려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화랑업 신고제는 세계에 유례없어”
― 미술진흥법이 이미 시행 중이지요. 이 중 화랑업 신고제는 내년 7월부터 시행됩니다.
“미술진흥법의 취지 자체엔 공감합니다. 화랑을 지원하기 위해 근거 법률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지원이 규제가 되면 안 됩니다. 화랑업 신고제는 세계에 유례가 없는 겁니다. 화랑은 예술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곳이거든요. 음악이나 영화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화랑업 신고제를 어떻게 시행할지 구체적인 안이 아직 안 나왔어요. 어떻게 만들어질지 굉장히 궁금합니다.”
미술 서비스업 신고제를 어떻게 운용할지는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되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8월 현재 구체적인 방안을 설계 중이다.
이 회장은 우선 법안 중 ‘화랑’에 대한 정의부터 지적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화랑을 두고 이렇게 설명한다. ‘그림 따위의 미술품을 진열하여 전람하도록 만든 방. 대체로 화상(畵商)이 가게를 겸한다.’ 미술품을 전시하는 곳이란 얘기다.
어머니, “화랑은 작가 발굴하는 곳”
![]() |
| 선화랑 갤러리의 내부 모습. 이성훈 화랑협회 회장은 “화랑은 장사하는 곳이 아니라 작가를 발굴해 키우는 곳”이라고 말했다. |
“상식적으로 사회 통념상 화랑업이라고 하면 뭘 생각할까요. 미술 전시를 생각하겠지요. 그런데 ‘작가 발굴’이라는 표현이 들어갔습니다. 제 어머니 얘기를 잠깐 해야겠습니다. 어머니는 원래 약사였습니다. 10년간 부산에서 약국을 운영했어요. 그런데 1977년도에 어머니가 화랑을 하시겠다는 겁니다. 그때 어머니 연세가 43세였어요. 저는 대학교 1학년이었고요.”
― 왜 갑자기 약국에서 화랑으로 전환하신 거죠?
“약국 하시면서 도상봉(都相鳳·1902~1977년) 화가의 그림을 사기 시작했어요. 도 화가의 따님 도문희 작가가 제 선생님이었거든요. 그러면서 그림을 모으기 시작하셨어요. 1977년도쯤엔 몇백 점이나 보유하게 된 거죠. 화랑을 열겠다고 하셔서 제가 그랬어요. ‘어쨌든 장사꾼이 되는 건데 왜 화랑을 하려고 하세요.’”
― 모친께선 뭐라 답하셨나요.
“정색을 하면서 이러시더군요. ‘화랑이 장사하는 곳인 줄 아니? 화랑은 작가를 발굴하고 키워서 걸작을 그리게 한 다음 보전하는 곳이야.’”
― 역시 한국 화랑계의 대모(代母)답네요.
“그때 약간 충격받았어요. 화랑이 작가를 키우는 곳이라고 해서요. 어머니 얘기까지 꺼낸 이유는 이겁니다. 화랑이 작가를 발굴하는 곳이라는 정의 자체는 좋습니다. 그런데 법에서 이렇게 규정해 버리면 주로 전시 공간을 빌려주는 대관 화랑들은 어떻게 될까요. 다른 화랑의 작가들 작품을 세컨더리(2차 중개)로 판매하는 세컨더리 화랑들은요?”
두 종류의 화랑
일리 있는 지적이다. 화랑이라고 하는 일이 다 같지는 않다. 특정 화가를 발굴하고 후원해 대가(大家)가 될 수 있게 지원해 주는 화랑이 있는 반면, 이미 유명해진 화가의 그림들을 판매(2차 판매)하는 화랑도 있다. 갤러리 이름하에 각종 모임이나 개인 화가들에게 공간을 빌려주는 곳도 있다. 미술진흥법의 화랑업 정의를 보면 화가 양성이 화랑업의 필수 조건인지 아닌지가 불분명하다. 이어진 그의 말이다.
“화랑협회의 경우엔 작가를 양성하지 않는 갤러리는 회원으로 받지 않습니다. 전국에 대략 800여 곳의 화랑이 있는 걸로 추산됩니다. 이 중 저희 회원 화랑은 180여 곳입니다. 일단 업력이 5년 이상 돼야 가입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가입 승인이 되면 준회원이 되는데 3년 후 정회원 승격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1년에 약 60곳이 가입 신청을 합니다.”
― 그중 얼마나 가입이 되나요.
“60곳 중 약 10%만 승인됩니다. 떨어지는 이유가 다 그겁니다. 작가 발굴을 하는지, 안 하는지예요. 전시회를 연 이력을 보면 판단할 수 있거든요. 기획전을 여는지 안 여는지를 보면 알 수 있어요.”
― 만약 미술진흥법에서 ‘작가 발굴’을 화랑업의 필수 요건으로 해석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렇게 되면 화랑업 신고제 자체가 신고제가 아닌 허가제처럼 될 수 있는 겁니다. 게다가 화랑업의 요건으로 시설이나 인적 조건을 걸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중소 화랑 중엔 엄청 발 빠르게 좋은 기획 전시를 여는 곳들이 있거든요. 시장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를 발굴해 전시하는 곳들이지요. 이런 소형 화랑들이 화랑업 자체를 영위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어요. 시장의 창의성, 역동성이 사라지는 겁니다.”
미술품 재판매 보상권
미술진흥법에는 ‘재판매 보상금’에 대한 조항도 있다. 일명 추급권이다.
〈제24조(미술품 재판매에 대한 작가보상금) ① 작가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미술품의 소유권이 작가로부터 최초로 이전된 이후에 화랑업, 미술품 경매업, 미술품 자문업 또는 미술품 대여·판매업을 하는 자가 매도인, 매수인 또는 중개인으로 개입하여 해당 미술품이 재판매되는 경우에는 해당 매도인에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율에 따른 금액을 청구할 권리(이하 “재판매보상청구권”이라 한다)가 있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미술품의 재판매가가 500만원 미만인 경우
2. 〈저작권법〉 제9조에 따른 업무상 저작물에 해당하는 미술품이 재판매되는 경우
3. 매도인이 원작자인 작가로부터 직접 취득한 후 3년 이내에 재판매하는 경우로서 미술품의 재판매가가 2000만원 미만인 경우〉
무슨 얘기인가 하면 이렇다. 만약 A라는 화가의 그림을 내가 1000만원에 샀다고 가정해 보자. 세월이 지나 이 그림을 팔려고 하는데 그사이 가치가 올라 1억원이 됐다. 그러면 이 그림을 1억원에 팔면서 나는 화가 A에게 특정 요율만큼 매도가에서 떼어줘야 한다. 다른 나라들의 예를 보면 통상적으로 요율이 4~5%인데, 이를 적용하면 내가 그림을 팔면서 화가 A에게 400만~500만원을 줘야 한다는 얘기다.
추급권 제도의 취지는 작가 수익의 재분배다. 작품가 상승분 중 일부를 작가에게 돌려주어, 작가에게 장기적인 수입 안정성을 주는 효과가 있다. 자연스럽게 재판매 시장에서도 작가와 창작물의 가치를 인정받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부수적인 효과로 미술 시장 구조가 투명화될 수 있다. 거래 기록이 공식적으로 남아 세금의 회피와 탈세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영국, 독일 등에서는 세무 당국이 탈세 추적 등을 할 때 미술품 추급권 보고 자료를 활용하기도 한다.
추급권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들은 여러 곳이다. 1920년 프랑스에서 최초로 도입된 후 영국과 EU 국가들로 퍼졌다. 미국, 일본, 홍콩, 중국 등에는 없다. 한때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주법으로 추급권을 도입했지만 연방 저작권법과 충돌한다는 이유로 2012년 무효 판결을 받았다. 미국 연방 저작권법 109조는 ‘최초 판매의 원칙(First Sale Doctrine)’을 규정해 놨다. 저작권자의 배포권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여, 합법적으로 제작된 저작물의 원본이나 복제물을 소유한 사람은 저작권자의 추가 허락 없이 이를 판매, 대여, 또는 양도할 수 있도록 했다. 즉 최초 판매 이후에는 저작권자의 권리가 소멸되고, 구매자는 자유롭게 해당 복제물을 처분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 앞서 말한 추급권 제도의 취지가 과연 현실화됐을까. 추급권 시행은 미술 거래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유명 작가들만 보상받아
첫째, 추급권 수혜 대상을 살펴보니 한정적이었다. 한마디로 유명 작가들만 받는다는 얘기다. 신진 작가는 작품 가격도 가격이지만 작품 재판매 빈도가 낮아 혜택을 받기 어려웠다. EU 집행위 보고서(2017)를 보면, 프랑스와 영국에서 추급권 수익의 70% 이상이 상위 10% 작가에게 집중됐다.
둘째, 시장은 추급권을 피해 갈 우회로를 찾는다. 영국 미술 시장 연합(BAMF)이 2014년에 낸 의견서를 보면, 추급권 회피를 위해 다른 나라로 거래가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있다. 규제를 피해 미국,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으로 거래가 옮겨갈 수 있는 것이다. 영국 아트딜러협회(BADA)가 2012년에 낸 보고서를 보면, 추급권 시행 이후 일부 고가(高價) 미술품이 런던에서 홍콩·뉴욕으로 거래처를 변경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작품 거래가 위축되고 화랑들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올 수 있다. 미술품 거래 규모가 우리보다 큰 영국도 이런데 우리나라라면 영향이 더 클 수 있다.
이 회장은 “화랑과 경매 업계가 위축되면 젊은 작가가 전시하고 그림을 팔 수 있는 공간이 없어진다”고 우려했다.
“현실적으로 시장 위축 우려”
셋째, 고가 미술품 거래가 비공개·사적 거래로 이동해 오히려 시장이 더 불투명해질 수 있다.
미술품 거래는 특히 고가 미술품의 경우 주로 사적 거래나 비공개 경매에서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거래가 발생했는지, 얼마에 거래됐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결국 추급권을 집행하려면 모든 거래에 대해 신고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사생활 침해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영국의 경우, 경매사, 화랑, 미술품 딜러 등 ‘아트마켓 프로페셔널’이 개입하는 거래에 추급권이 적용된다. 고가 거래가 개인 간(private-to-private) 거래나 해외 법인을 끼워 넣는 식으로 우회할 수 있다고, 영국 미술 시장 연합은 우려했다.
이 회장도 같은 얘기를 했다.
“재판매 보상금법에 보면 화랑업, 미술품 경매업, 미술품 자문업 또는 미술품 대여·판매업을 하는 자가 매도인, 매수인 또는 중개인으로 개입하여 해당 미술품이 재판매되는 경우 보상금을 작가가 청구할 수 있다고 되어 있어요. 만약 화랑에서 매수인에게 작품을 팔면서 ‘당신이 이 그림을 1억원에 샀다는 걸 보상금을 징수하고 분배하는 기관에 알려줘야 한다’고 말하면, 그 사람이 그림을 살까요? 그림을 사는 사람들 중엔 외부에 알리지 않고 사고 싶어 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습니다. 결국 현실적으로 시장 위축이 되는 겁니다.”
“법인 컬렉션 활성화 위한 세제 개편 필요”
![]() |
| 2024년 9월 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프리즈 서울’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이 갤러리 부스를 돌며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조선DB |
독일의 시각예술 저작권·추급권 관리단체(VG Bild-Kunst)는 관리 수수료로 약 15~25%를 받는다. 작품가가 낮을 경우 행정비용이 보상금 수익보다 커지는 경우도 있다.
― 그러면 화랑협회는 추급권에 반대하는 건가요?
“도입을 하더라도 세 가지 선결 조건이 지켜져야 합니다. 첫째, 개인정보와 영업비밀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거래 투명성을 확보할 정교한 시스템 설계가 필요합니다. 추급권 행사는 거래 가격과 소유자 이전 등 민감한 정보 확인이 전제되는데, 이건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영업비밀 보호와 충돌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시장 신뢰를 훼손하지 않는 지혜로운 제도 설계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둘째, 실효성 있는 감면 장치를 도입해 수익 없는 거래에 보상을 강제하지 않는 유연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미술품 가격 하락으로 손실을 본 재판매까지 추급권을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습니다. 차익이 발생하지 않은 거래는 적용을 제외하는 등 유연한 기준을 두어야 합니다.”
― 그렇겠군요. 작품을 손해 보고 파는데 보상금까지 따로 내라는 건 좀 아닌 거 같네요.
“셋째, 법인 컬렉션 활성화를 위한 선진국형 세제 개편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미술품 구매자의 80%가 개인이에요. 국내 미술 시장에서 법인의 미술품 보유와 참여가 선진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은 제도적 유인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해외 주요국에서는 기업이 미술품을 문화자산으로 보유하거나 기부 형태로 공공기관에 이전할 경우, 손금산입, 감가상각 적용, 기부금 세액 공제 등 다양한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법인 미술 투자 장려하는 선진국
손금산입은 ‘회사의 비용으로 인정해 과세소득에서 빼준다’는 뜻이다. 프랑스의 경우 법인이 생존 작가 그림 구입 시 손금산입이 가능하다. (5년에 걸쳐 20%씩) 작품을 고정자산으로 등록하고 공공 전시하는 조건이다. 기업이 그림을 구매해 기부하면 기부액의 60%를 법인세에서 세액 공제해 준다.(매출액의 0.5% 또는 2만 유로 한도) 독일의 경우 기업이 업무용으로 미술품을 구매하고 사무실·접객 공간 등에 비치하면 사업비용으로 지출 처리할 수 있다.
미술품 양도소득세의 경우에도 법인에 혜택을 주기도 한다. 미국과 프랑스의 경우 법인이 미술품을 거래하는 경우 고소득자 개인보다 더 낮은 양도세 세율을 적용받는다.
우리나라는 반대다. 개인이 미술품을 양도하면 양도가액이 6000만원 미만일 때는 세금을 안 내도 된다. 6000만원 이상일 경우에는 생존 작가인지, 국외 작가인지에 따라 세율이 달라진다. 국내 생존 작가(이우환, 박서보 등)의 작품은 비과세다. 국외 작가나 국내 작고 작가(김환기 등)의 작품은 양도금액의 2.2~최대 4.4%의 세금(분리과세)만 내면 된다.
법인이 미술품을 양도할 경우에는 작가의 생존 여부와 상관없이 양도차익 전부가 과세 대상이다. 일반적인 법인세율에 따라 과세된다.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지방소득세(법인세액의 10%)를 감안해 보면, 구간에 따라 11~27.5%다. 만약 대기업 총수라고 하면 법인으로 그림을 사는 것보다 개인으로 구매하는 편이 훨씬 나은 셈이다.
― 우리나라도 기업이 미술품을 구매할 경우 손금산입이 되지 않나요?
“한국에서는 기업이 미술품을 환경미화 목적으로 사업장에 비치하면 법인세 손금산입이 가능합니다. 1점당 취득가액이 1000만원 이하면 즉시 손금산입할 수 있습니다. 이 1000만원이라는 한도를 더 올려야 합니다. 또 법인이 미술품을 장기 보유하거나 미술관·공공기관에 기부할 경우 이에 상응하는 세무상 인정을 확대함으로써, 문화 기반 조성과 거래 투명성 확보라는 공공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습니다. 단순 투자 목적이 아닌 문화 기여와 공익적 소유 구조를 강화하는 방향의 세제 개편 역시 추급권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필수적입니다.”
‘갤러리스트’들의 자부심
![]() |
| 선화랑은 1977년 서울 종로구 인사동 184번지에 개관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
“제가 협회에 들어와서 보고 놀랐습니다. 이 ‘갤러리스트’라는 사람들 여기에 정말 인생을 걸었구나 느낀 적이 여러 번 있습니다. 부모가 갤러리 차려줘서 얼렁뚱땅 운영하는 게 아니에요.
‘갤러리스트’라는 자부심과 사명감을 갖고 있어요. 작가를 발굴하고 대가로 키우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합니다. 연구도 많이 하고 책도 많이 쓰지요. 잘 안 알려진 작가 전시를 들고 아트페어 참가 신청을 했다 떨어지잖아요? 다시 그 작가 전시로 몇 번이고 신청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만큼 자신의 판단에 자부심이 있는 거죠.”
― 프리즈와 협업해서 키아프가 얻은 성과는 뭘까요.
“키아프의 브랜드 가치가 엄청 올라갔죠. 외적으로 많이 성장했습니다. 작년 같은 경우엔 어떤 면에서 키아프가 프리즈보다 더 나았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프리즈는 어쨌든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에서 주최하잖아요. 키아프는 협회에서 열기 때문에 영리만 좇을 순 없습니다. 거기에 장단점이 있습니다.”
― 프리즈가 한국에 진출해 한국의 컬렉터들을 다 빼간다는 볼멘소리도 있습니다.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요. 저희도 그런 가능성에 늘 주목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키아프가 프리즈의 도움으로 외국에 진출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 4월 그렇게 ‘엑스포 시카고’에 다녀온 겁니다.”
‘엑스포 시카고’ 진출한 키아프
![]() |
| 이정지 화가의 〈무제〉(1985). 사진=선화랑 |
“가보니 한국 화랑들이 그곳의 평균 수준을 올려놨습디다. 가져간 작품도 그렇고 부스 디스플레이도 그렇고요. 그만큼 한국 미술의 수준이 올라갔다는 걸 체감했습니다. 세계적인 불황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작품이 잘 안 팔리는 걸 보며 우려가 들기도 했고요.”
특히 한국의 경우 지난 몇 년간의 미술계 활황엔 ‘젊은 코인 부자’들의 활약도 컸다. 이런 일도 있었다. 지난 2022년 간송 전형필 선생(1906〜1962년)의 후손 전인건 간송미술관장이 국보 금동삼존불감(金銅三尊佛龕)을 경매에 내놓았다. 이 걸작을 구입한 이는 가상화폐 투자자 모임 ‘헤리티지 다오(DAO)’라는 모임이었다. 이들은 구입한 다음 소유권의 51%를 간송미술관에 기부했다. 실질적으로 기증한 셈이다. 그런 다음 이후 모임에서는 별 연락도 없다고 한다.
코인 ICO 붐이 꺼지고 전 세계 경기 침체까지 겹치며 미술계는 침체 국면으로 들어선 모양새다. 미술 거래라는 게 가뜩이나 경기를 타는 업종인데 정부가 규제까지 하면 자칫 침체의 골이 더 깊어질 우려가 있다. 독일의 경우 미술계 활성화를 위해 올해 1월부터 갤러리 및 딜러의 미술품 판매에 대한 부가가치세 세율을 기존 19%에서 7%로 내렸다.
이번에 선화랑도 ‘엑스포 시카고’에 참가했다. 모노크롬 화풍의 대가 이정지(李正枝·1941~2021년) 화가의 작품을 선보였다. 시카고 현지에서 이정지 화가의 작품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 외국 아트페어에 다녀오면 돈은 들지만 경험이 되겠네요.
“엑스포 시카고에 다녀와서 배운 게 있어요. 조찬을 많이 하더라고요. 아침을 함께 먹고 행사장으로 바로 가는 거죠. 그래서 저희도 이번에 조찬 일정을 넣었습니다.”
― 올해 키아프의 목표는 뭔가요.
“2025년 키아프의 주제는 ‘공진’입니다. ‘규모의 성장’보다 ‘콘텐츠의 내실’을 다지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빠르게 팽창했던 글로벌 미술 시장이 현재 조정 국면에 들어섰습니다. 2025년 키아프는 단순한 상업적 성과를 넘어서, 한국 미술을 알리고 갤러리, 예술가, 컬렉터 모두를 포함하여 전체 미술 생태계를 지원하는 플랫폼으로의 역할을 다하고자 합니다.”
“예술품은 사회 전체를 위한 것”

― 올해엔 20개국에서 175개 갤러리가 참여합니다. 작년보다 좀 줄었네요.
“관객들의 편의를 위한 공간을 조금 늘렸습니다. 관객 동선을 위해 통로도 좀 늘렸고요. 그러기 위해 부스의 공간과 숫자를 조정했습니다.”
항간에는 키아프 참여 신청 기간에 계엄과 탄핵 사태가 벌어져 외국 갤러리들의 신청이 예년보다 저조했다는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뒷얘기도 돈다.
― 프리즈와의 계약기간 5년이 끝나가는데 재계약합니까.
“올해 행사가 끝나고 협상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일단 대국적인 측면에선 계속 함께하고 싶다는 서로의 의사를 확인한 상황입니다.”
이 회장의 모친 김창실 대표는 생전에 이런 말을 했다.
“예술품은 사회 전체를 위한 것입니다. 돈만 벌기 위한 것이 아니죠. 예술이 없으면 인간의 사회가 아니라 짐승의 사회가 됩니다. 문화예술은 영원합니다. 이념이나 정치는 사회가 변하면 없어지잖아요. 살아남는 건 미술품들뿐입니다.”
그의 말대로, 시간이 지나면 변해버릴 법률이 영원히 남을 예술을 지나치게 규제하려 드는 것은 아닌지 마뜩잖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