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북민이 배신? 오히려 김씨 일가가 주민을 배신”
⊙ “대한민국, 北처럼 되지 않도록 지키는 일에 삶 걸겠다”
⊙ “대한민국, 北처럼 되지 않도록 지키는 일에 삶 걸겠다”
탈북민인 이은택(49) 법과나 대표가 이런 김 총리를 공개 비판했다. 이 대표는 지난 6월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탈북민단체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이날 “탈북민을 ‘배신자’로 부르는 총리는 필요 없다”며 김민석 당시 후보자의 사과와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나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7월 3일 총리 인준안이 통과됐고, 사과는 없었다.
지난 7월 7일 기자와 만난 이 대표는 “한마디로 참담한 기분”이라고 했다.
“탈북민이 북한에 도대체 무엇을 배신했습니까? 오히려 김씨 일가가 북한 주민을 배신하고 수탈한 거죠. 우리는 그저 그 지옥 같은 나라를 탈출했을 뿐입니다. 반도자는 북한 정권이 탈북민을 규정할 때 쓰는 말입니다. 북한의 관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어떻게 대한민국의 총리가 될 수 있습니까?”
기자회견을 연 배경을 묻자 그는 “나뿐만 아니라 수많은 탈북민들이 자식을 키우고 있는데, 아이가 뉴스를 보고 ‘우리 엄마 아빠도 반도자인가?’라고 생각하게 되는 건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고 했다.
“김민석을 총리로 강행 임명했다는 건, 이재명 대통령 역시 탈북민 비하 발언을 묵인했다는 의미입니다. 대통령이 단 한마디라도 ‘그 표현은 부적절하다’고 했더라면 탈북민들의 분노가 이 정도로 커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과거 노무현·문재인 정부는 부족했어도 절차적 정당성을 지키려는 모습은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런 시늉조차 없습니다. 인사청문회도 형식에 불과하고,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임명을 강행하는 구조입니다. 상대 목소리를 들으려는 최소한의 태도도 없는, 그야말로 독선적인 정치예요.”
그는 정권에 ▲탈북민 북송계획 철회 ▲국방비 삭감 포퓰리즘 중단 ▲전문성 있는 인사 원칙 확립 등을 요구하며 “국민과 국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계 카드를 긁어 대듯 나라 살림을 난도질하는 무책임한 정치는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송 재일동포 2세
1976년생인 이은택 대표는 함경도 출신이다. 부모는 제주도 출신으로 10대 때 일본으로 이주해 가정을 꾸렸다. 그러나 조총련과 북한의 선전에 이끌려 1960년, 1961년 차례로 북송선을 타고 북한으로 들어갔다. 북한의 재일동포 북송사업의 희생양이었다. 이 대표는 북한에서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2007년 한국으로 탈출했다.
한국 정착 이후 ‘정의로운 사람들’ ‘푸른마을지킴이’ ‘전국청소년 희망디딤돌’ ‘통일을 위한 환경과 인권’ ‘법과나’ 등 시민단체를 만들고 꾸준히 활동해 왔다. 락스퍼 서울국제영화제 운영위원도 맡고 있다. 2020년에는 그의 탈북 여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장마〉가 개봉됐고, 올해 2월에는 어머니의 삶을 담은 책 《마지막 증인》도 출간했다.
2012년 북한에 남은 친형이 탈북 기획 혐의로 고문치사 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 본격적인 시민운동에 뛰어들었다. 청소년 장학단체 ‘디딤돌’은 300여 회원이 매달 회비를 모아 저소득 가정 학생들에게 장학금과 학원비를 지원하고 있다. 그는 “이 중 탈북 청소년은 소수에 불과하다”면서 “‘대한민국 아이들’을 돕는다는 취지”라고 했다.
‘푸른마을지킴이’는 용산 미군기지 오염 문제를 지적하고, 강서열병합발전소 건설 반대 등을 주도해 왔다. 최근에는 용산 부지 환경 오염 문제를 놓고 “환경영향평가를 시공사가 선정한 업체가 맡는 건 공정하지 않다”며 독립적 평가를 요구하고 있다.
‘법과나’는 윤석열 정부 탄핵 정국을 계기로 만들었다. ‘법이 무너지고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출발했으며, ‘대한민국의 법이 지켜질 때 비로소 나도 지켜진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이름 붙였다고 한다. 하루 일과가 말 그대로 눈코 뜰 새 없이 돌아간다. 한국에 애정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제가 살았던 북한이라는 땅이 어떤 곳입니까. 거기서 한국까지 목숨 걸고 왔습니다. 그런 제가 이 땅을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사랑하겠습니까. 그리고 대한민국은 제 부모님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부모님이 젊은 시절에 힘겹게 살아야 했던 북한과 지금 제가 누리고 있는 한국은 하늘과 땅 정도가 아니라 천국과 지옥 차이입니다. 제 아들도 제주도에서 태어났습니다. 이 나라를 지키고 아끼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에요.”
“탈북민에게 가장 잔인한 정부”
이은택 대표는 “이번 정권이 탈북민에게 가장 잔인한 정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정부가 서해와 동해에서 각각 표류해 한국으로 넘어온 북한 주민 6명을 북송한 점을 언급했다.
탈북민 중에는 한국 사회에 실망해 떠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는 “나도 대한민국 국민인 이상 떠날 생각은 전혀 없다”고 했다.
“우리를 ‘반도자’라고 불렀던 사람에게 사과를 받는 날까지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래야 미래 세대 아이들이 ‘반도자의 자식’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지 않게 되겠죠. 정부의 사과를 받을 때까지 대통령실 인근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시위를 이어 갈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물었다.
“우선 세금을 많이 내는 국민이 되고 싶습니다. 탈북민이 받은 모든 혜택은 결국 국민의 세금이니까요.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이 땅이 북한처럼 척박해지지 않도록 지키는 일에 제 삶을 걸 생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