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임 3년 내내 가속페달 끝까지 밟아”
⊙ “트럼프, 2030년까지 원전 10기 건설… 北美 원전 시장 열린다”
⊙ “지금까지 47번 해외 출장, 국내 현장 경영은 88차례”… 체코 18번 출장 후 26조원 대박
⊙ “이용률을 10% 끌어올리면 발전소 2개 반 정도 짓는 효과 있어”
⊙ “CEO로서 통합 경영과 엔지니어링 체제 구축에 자부심 느껴”
⊙ 2025년 예상 원전 이용률 약 87%(2021년 74.5%)
⊙ 2017년 탈원전 정책으로 중단된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재개, 2024년 10월 착공
⊙ 원전 생태계 복원 3년간 약 7.2조원 이상의 일감 공급해
黃柱鎬
1956년생. 서울대 핵공학과 졸업, 미국 조지아공과대 대학원 졸업(핵공학 박사) / 한국원자력연구소 선임연구원, 경희대 교수·공대 학장·국제부총장,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비상임위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장, 한국원자력학회장 역임 /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부지 확보 공로로 대통령 표창(2005), UAE 원전 수출 공로로 철탑산업훈장(2010)
⊙ “트럼프, 2030년까지 원전 10기 건설… 北美 원전 시장 열린다”
⊙ “지금까지 47번 해외 출장, 국내 현장 경영은 88차례”… 체코 18번 출장 후 26조원 대박
⊙ “이용률을 10% 끌어올리면 발전소 2개 반 정도 짓는 효과 있어”
⊙ “CEO로서 통합 경영과 엔지니어링 체제 구축에 자부심 느껴”
⊙ 2025년 예상 원전 이용률 약 87%(2021년 74.5%)
⊙ 2017년 탈원전 정책으로 중단된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재개, 2024년 10월 착공
⊙ 원전 생태계 복원 3년간 약 7.2조원 이상의 일감 공급해
黃柱鎬
1956년생. 서울대 핵공학과 졸업, 미국 조지아공과대 대학원 졸업(핵공학 박사) / 한국원자력연구소 선임연구원, 경희대 교수·공대 학장·국제부총장,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비상임위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장, 한국원자력학회장 역임 /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부지 확보 공로로 대통령 표창(2005), UAE 원전 수출 공로로 철탑산업훈장(2010)

- 사진=조준우
이를 증명하듯 산업부 장관 후보자로 원전 관련 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 사장 출신을 발탁, 주위를 놀라게 했다. 전전(前前) 정권인 문재인 정부가 원전 고사를 위해 시동을 걸었던 이른바 ‘3020 정책’으로의 회귀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2017년 여름, 국민적 혼란을 불러일으킨 신고리 5·6호기 건설의 일시 중단은 탈원전·탈석탄 정책이라는 긴 악몽의 서막이었다. 이로 인해 빚어진 혼란과 우려는 지금도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 생생하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하고 천연가스(LNG) 발전을 대한민국 기저(基底) 발전원으로 삼겠다는 급진적인 방향 전환 구상(3020 정책)이 추진되면서, 대한민국 원전 산업은 ‘블랙아웃(정전)’의 상태가 됐었다.
기존에 80~90% 수준을 유지하던 원전 가동률(이용률)은 문재인 정부 시절 하락세를 보여, 70%에 이르다가 2018년에는 66.5%까지 떨어졌다.
윤석열 정부 들어 80%대로 회복하는 등 제자리를 찾아가는 추세에 전혀 예상치 못한 비상계엄과 탄핵, 정권 교체라는 돌발 변수로 인해 또 한 번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한가운데서 한국수력원자력 황주호 사장을 찾아가 지난 3년간의 변화에 대해 물었고 다시 3년 뒤 어떻게 원전 생태계가 변모할지 의견을 청했다. 몹시도 무덥던 지난 7월 9일 서울 서소문로 방사선보건원에서 황 사장을 만났다. 지난 2023년 4월 이후 2년 4개월 만의 만남이었다.
“액셀 콱 밟고 갈 때 신명 나게…”
― 돌이켜보니 2022년 8월 황 사장님 취임 당시 “국격을 높이는 한수원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었죠.
“지난 3년간 여러 가지 일을 했지만 대외적으로 원자력이 다시 각광받고, 주목받기 시작하던 시기였어요. 서방 세계에서 원자로를 개발·건설·운영하는 회사는 프랑스 국영 전력사인 EDF(E′lectricite´ de France) 빼놓고는 저희밖에 없거든요.
당연히 국제회의에 나가면 주목을 받죠. 제가 키노트 스피치(keynote speech·기조연설)도 여러 번 하고 각종 토론회에 초청받기도 했거든요. 우리가 내뱉는 말에 굉장히 무게가 실린다는 걸 느끼게 됐습니다.”
문득 바라보니 황주호 사장의 머리가 늘 짧다는 생각이 들어 “이발은 언제 하느냐”고 물었다. 문득 ‘오후 다섯 시의 그림자(5 o´clock shadow)’라는 말이 떠올랐다. 오후 5시면 아침에 빡빡 밀었던 수염자리에 파란 그림자가 드리운다. 남자의 애환을 나타내는 이 말이 생각나, 짧은 머리의 장수(將帥), 핏발 선 CEO 같은 이미지를 떠올려보았다.
“이발요? 2주일이나 2주 반(半)마다 합니다. 오늘, 이발할 거거든요. (엄지와 검지를 들고서) 요만큼만 길어도 답답합니다.”
“다음 주에 하셔도 될 것 같다”고 하니 껄껄껄 웃었다. 머리를 그렇게 짧게 자르며 무슨 각오라도 하는 걸까, 생각해 보았다.
“임기제 기관장은 앞뒤 안 돌아보고 재임 기간에 액셀러레이터(가속페달)를 끝까지 밟아야 합니다.”
― 지난 3년 내내 ‘풀 액셀(러레이터)’을 밟았다?
“사실, 액셀을 세게 밟고 왔기에 지나간 시간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습니다.”
― 그래도 코너를 돌 때는 브레이크를 잡으셨을 텐데 직진만 하셨어요?
“직진도, 코너도 건너왔습니다만, 글쎄요, 진짜로 후회되는 게 없네요. 이거, 제가 약간 돈 사람 아니야?” 하고 파안대소하더니 다시 정색을 하고서 이렇게 덧붙였다.
“사실 후회를 잘 안 하는 성격입니다. 가속페달 콱 밟고 갈 때 신명 나게 일하고선 돌아보지 않습니다.”
“프라하에서 카를교도 못 가봐”
![]() |
| 26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을 한수원이 수주했다. 사진은 체코 두코바니 원전. 이하 사진=한수원 |
“체코 수출은, 아이고, 거의 9년 걸린 일입니다.”
그가 무심코 내뱉은 ‘아이고’라는 한마디 탄식 속에, 그간 겪어온 고생의 시간이 응축된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
“지난 3년간 체코에 18번 다녀왔습니다. 아마도 3년 임기 동안 20번을 채워야 할 것 같아요. 프라하에 사무소가 있지만 두코바니 현장 사무소가 8월에 문을 열어요.”
― 해외 출장을 가면 현지에 얼마나 머뭅니까. 보통 보름은 계시나요?
화들짝 놀라더니 “뭔 말씀을요”라며 예를 들어 일정을 설명했다.
“제가 갔던 체코 출장 중에 36시간 체류도 있었습니다. 일요일 밤 11시 비행기 타고 가서 월요일 아침 10시인가 도착해서 점심 잠깐 먹고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회의하고 다시 6시 비행기 타고 돌아온 적도 있죠.”
그러더니 이런 말을 덧붙였다.
“제가 18번 갔는데 어디를 둘러보는 건 상상도 못 합니다.”
프라하에 가면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한 카를교가 있다. 신성로마제국 황제 카를 4세가 1357년 첫 삽을 떴다고 해서 일명 카를교라 부르지만 영어로는 찰스 브리지다.
“카를교(Charles Bridge)라는 명소(名所)가 있는데 말만 들었거든요. 한번은 체코 무역협회장을 보자고 해서 저녁을 먹는데 멋진 다리가 눈에 띄기에 ‘무슨 다리냐’고 물으니 카를교라더군요.”
“올해만 (지구) 10바퀴 돌았나”
― 지금까지 해외 출장을 몇 번 갔고 그걸 km로 환산하면 어떻게 되나요.
“아마 해외 출장을 50번 정도 갔고요, 제가 지구를 동쪽으로 돌든 서쪽으로 돌든 한 바퀴씩 돌 수밖에 없는 출장이 있습니다. 가령 여기서 아랍에미리트 갔다가 미국 갔다가 한국에 오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거지 않습니까?
또 미국 갔다가 체코 들렀다가 한국 와도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것이고요. 이런 식으로 올해만 10바퀴를 돌았나? 하여튼 그래요. 그렇게 돌면요, 머리가 돕니다. 시차가…, 시차가…. 하여간 이상해져요.(웃음)”
― 사실, 저는 12~14시간 비행기를 타면 여행이고 뭐고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네, 맞습니다.”
배석한 박춘석 한수원 홍보부장이 “지금까지 47번 해외 출장, 현장 경영은 88차례”라고 귀띔했다.
“원자력 본부가 전국에 다섯 군데, 여기다 화천, 춘천, 의암, 청평, 팔당에서 보성강, 칠보(섬진강) 뭐 이런 것들도 저희 것이고 그다음에 충청도 괴산수력까지….
괴산은 물 저장량이 적어 홍수가 나면 댐이 넘친다고 해서 말이 많습니다. 그러니 현장에 가서 재해가 없는지 살펴야 하고… 차량의 기름을 엄청 썼을 겁니다.”
― 한수원 본사가 또 경주에 있어가지고….
“제일 힘든 게 기차 타는 거예요.”
그러더니 또 탄식이 터져 나왔다.
“아이고, 참…. 어떻게, 어떻게 30 몇 개월을 지냈는지. 이제 임기가 한 달 열흘 남았는데….”
― 성과가 크니 연임하시겠죠.
“(그건) 임명권자 마음이고 알 수가 없습니다. 중간에 말썽 날 만한 일은 잘 안 하거든요.”
그만큼 황주호 사장은 여러 정치적 변수나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한 가지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왔다는 뜻이다.
“전전 정권 때 원전 가동률 70%까지 떨어져”
― 지표상 외부로 드러나는 평가 말고, CEO로서 가장 의미 있게 생각하는 성과는 무언가요.
“사실 우리 회사가 지난 2008년부터 시도하다가 실패한 게 있습니다. 통합 경영과 엔지니어링 체제 구축, 이 두 가지를 시도하다가 결국 실패했어요.”
― 전임 사장이 하다가요?
“네. 여러 사정으로 하다가 멈추고, 하다가 멈추고 하더니 원위치로 돌아갔거든요. 근데 중국은 말입니다, 원전을 미국으로부터 도입한다고 했을 때 200명을 미리 보냅니다. 한 2~3년 동안 운영 시스템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받아요.
지금 중국의 원전 이용률(가동률)이 95%예요. 우리도 한때 92%까지 올라갔던 적이 있습니다만, 전전 정권 당시 여러 가지 문제로 70%대까지 떨어졌습니다. 이걸 다시 끌어올려야 하는데….”
― 갑자기 끌어올린 순 없는 거군요.
“저희가 26기가(GW)의 발전소 설비용량을 가지고 있는데 만약 이용률을 10% 끌어올리면 발전소를 2개 반 정도 짓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이 대목에서 기자가 별 반응을 안 보이자, 황 사장은 강조하듯 재차 설명했다.
“요새 발전소 2개를 지으려면 (건설비가) 한 12조원 들거든요.”
― 발전소 이용률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원전마다 조직을 싹 개편해야 합니다. 어제까지 익숙하던 일의 절차를 완벽하게 미국식으로 바꾸는 겁니다. 그거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한 2년 좀 넘게 걸렸어요.
사실 하드웨어는 돈 들여 (물건을) 사면 그만이에요. 근데 소프트웨어는 자기 습관에서 벗어나야 하거든요. 어쨌든 이제는 내재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봅니다.”
한수원, 2025년 예상 원전 이용률 약 87%로 전망
엔지니어링 체계 전환과 통합 경영 관리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기자의 반응에 황 사장이 답답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나중 그와 헤어진 후 관련 자료를 받고, 신문 기사도 검색해 보았다. 관련 분야 전문지인 5월 30일 자 《전기신문》 2면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30일 한국수력원자력(사장 황주호)에 따르면 지난해 원전 이용률은 9년 내 최고치인 83.8%를 달성했다. 원전 이용률이 9년 만에 고점을 찍은 것은 지난해 계획예방정비(OH) 공기가 줄어든 점이 결정적이었다. 정비 기간이 단축된 만큼 원전 가동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는 고스란히 원전 이용률 증가로 이어진다. 지난해 호기당 평균 OH 일수는 전년(108일) 대비 25일 감소한 83일을 기록했다.〉
한수원 홍보팀 관계자는 엔지니어링 체계 도입 후 원전 안전성 향상과 이용률 증가라는 고무적인 성적을 거두었다고 밝혔다. 가동 중인 원전 26기의 운영 수준을 상향 평준화한 것이다.
황 사장은 기자에게 “발전소 이용률을 10%까진 못 올리고, 한 7~8%까지는 올리고 제 3년 임기를 마칠 것 같다”고 했다.
2025년 예상 원전 이용률은 약 87%로 한수원 측은 전망한다. 이를 2021년 이용률 74.5%와 비교하면 한수원의 자랑인 APR1400 원전을 약 2기가량 건설하는 효과와 같다고 한다.
참고로, APR1400은 UAE 바라카에 건설한 한국형 3세대 원전으로, 고출력·고안전·고경제성을 갖춘 1400MW(메가와트)급 가압경수로다.
‘더욱 안전하고 자긍심 넘치는 한수원’
![]() |
| 2024년 10월 30일 경북 울진에서 열린 ‘신한울 원전 1·2호기 종합 준공 및 3·4호기 착공식’ 모습이다. |
“안전은 더 이상 말할 필요 없이 중요하지만, 자긍심은 개개인이 스스로 생각해 봐야 하는 문제거든요.
공기업 직원들요, 그냥 월급 받으려고 다니는 샐러리맨이 아니잖아요. 어느 정도 독점적 지위를 국가가 인정해 주는데, 그 독점을 도대체 왜 인정해 주는 거냐? 우리가 에너지 생산, 전력 생산을 통해 국가에 기여해야 한다는 자긍심이 있어야 일에 대한 ‘열정’이 생깁니다. 취임하자마자 ‘안전’과 ‘자긍심’을 모토로 정했죠.”
기자는 ‘안전’과 ‘자긍심’이라는 두 단어에서 ‘열정’이라는 감정을 읽었다.
― 안전과 자긍심이라는, 열정의 모토를 살릴 만한 일들이 있었습니까.
이렇게 묻자, 그는 망설임 없이 준비된 듯한 답변으로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재개를 꼽았다.
신한울 원전 3·4호기는 2017년 2월 발전사업 허가를 받았지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신규 원전 백지화 정책으로 건설이 중단됐었다. 이후 5년이 흘렀고 2022년 7월 ‘새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을 통해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가 공식 확정됐다. 착공식이 열린 2024년 10월 30일까지, 더디고 지루한 행정 절차들을 하나하나 밟아가며 동시에 빠른 진척을 이뤄나가야 했다.
“절차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받아야 하고, 실시 허가(실시계획 승인 및 부지 정지 작업 등)니 뭐니 하는 것을 다 받아야 해요. 이게 시간이 엄청 깁니다. 그 시간을 흘러가게 놔두면 아직 착공식도 못 했을걸요? 주(主) 기기 계약까지 걸리는 시간이 36개월 정도입니다.”
― 그래서 열정이 필요했겠네요. 안전과 자긍심을 독려하는….
“건설과 조달 쪽 업무를 합쳐서 거의 야간작업을…. 이런 걸 건설 공사에서는 돌관 작업이라 부른대요. 이런 열정을 다해 8개월 만에 주 기기 계약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그 일이 본래 36개월이나 걸리는 작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8개월 만에 끝냈다는 건 정말 놀라웠다. 결국 모든 걸 가능케 한 건 열정의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취임하고 계속 독려를 한 겁니다. 사실 건설 쪽에서 스펙을 정하면 거기에 맞춰 조달 관련된 과업을 검토한 후에 주 기기 계약을 하거든요.
그런데 건설본부와 조달청 업무를 병행(竝行)해 진행한 사례는 우리 회사(한수원)에서 해본 경험이 없었을걸요? 그렇게 시간을 줄인 덕분에 원자력 업계에 2.5조원의 일감을 공급할 수 있었어요.”
원전 10기의 안전성 확보해 ‘계속운전’ 신청
최근 고리 원전 1호기의 해체가 결정됐다. 고리 2호기의 ‘계속운전’ 여부도 당장의 현안이다. 겉으로 확연히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2030년까지 운영허가가 만료되는 국내 원전 10기의 계속운전을 준비해 온 것도 황 사장의 중요한 과업 가운데 하나다.“10개 발전소의 인허가 기간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안전성을 확보해 계속운전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게 저의 중요 과업이었어요. 그동안 안전성 분석을 끝내 관련 보고서[주기적 안전성 평가(PSR) 보고서]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이미 제출해 놓은 상태입니다. 나름 임무를 완수했다고 볼 수 있어요.”
2024년 12월 기준 전 세계 원전 285기 중 258기(91%)가 계속운전을 시행했거나 시행 중이다. 한수원 측은 계속운전은 전 세계적으로 입증된 기술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규제기관은 관련 법령에 따라 인허가 과정에서 발전소의 안전성을 중점적으로 심사하게 된다. 충분한 안전성이 확보된 상태에서 계속운전 여부가 결정된다.
“세계적으로 계속운전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전성을 바탕으로 타 발전원 대비 뛰어난 경제성과 환경성 때문입니다. 단순 비교해 보면, 계속운전이 추진되어야 할 10개 원전의 지난 10년간의 전력 판매량을 LNG 발전으로 대체할 경우 약 107조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 임기 중 원전 해외 수출 10기를 주장하셨지요?
“절 더러 뭐 사장을 한 20년 시켜달라는 얘기랑 똑같은 것 같아서….”
― 그런 의미 아니었어요?
“아닙니다. 10기 수출에 필요한 틀을 갖추자는 의미였습니다. 지금까지 루마니아, 이집트, 체코 이렇게 실적을 거뒀습니다만, 틀을 갖추는 건 상대가 있는 게임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내부에서도 수출 체제를 제대로 갖춰야 합니다. 한전-한수원, 이 관계부터.
정부나 국회가 좀 신경 써서 바라봐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수출 이원화 체제가 굉장히 불편합니다. 굉장히 불편하고….”
한수원과 한국전력은 각각 발전소 수출 기능을 나눠서 이원화 체계로 경쟁하고 있다. 한수원은 기술력과 시공 역량을 강조하며 수출 창구 일원화를 주장하고 있고, 한전은 국제 신뢰도와 계약 경험을 내세워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입장이다. 체코 원전 수주나 UAE 바라카 원전 때도 양측이 충돌한 적이 있다.
2035년까지 650조 SMR 세계 시장 열려
발전용량 300MW 이하 소형 원자로인 SMR이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소형 원전은 2012년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취득한 SMART와 2028년 표준설계인가 취득을 목표로 개발이 진행 중인 혁신형 SMR(i-SMR)이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안정적이고 대규모 전력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도 저마다 SMR 투자를 예고한 상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오는 2035년까지 전 세계 약 650조원 규모의 SMR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한다.
―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SMR 전략 육성 기조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이 정권에서 SMR 전략이 꽃을 피울 수 있을까요.
“SMR은 세계적으로 에너지 산업의 게임체인저로 부각되었고, AI 산업의 발전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함에 따라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도 앞다투어 SMR에 직간접적인 투자를 이어가면서 글로벌 SMR 시장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저는 SMR 개발만 갖고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해요. 소형 원전을 기반으로 한 신도시를 구상하는 겁니다. 거기에 재생에너지가 한 30% 들어가고, 수소 생산 능력도 갖추고, 담수화 능력까지 갖춘 ‘가상 도시 모델’을 만들면 주목을 끌지 않겠어요?
그렇게 해서 도시 전체의 에너지 비용을 30% 정도 줄일 수 있음을 증명한다면, 기업체 유치는 물론이고 지방 소멸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 원자력 산업 생태계 복원은 얼마나… 한수원은 원전 생태계 복원을 위해 전사적인 일감 발굴로 2022년부터 현재까지 건설, 원전 운영, 수출 및 신성장동력의 4가지 핵심 분야에서 약 7.2조원 이상의 일감을 공급하며 협력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2022년 1.4조원, 2023년 2조원, 지난해 2.4조원, 올 6월 현재 1.4조원(목표: 2.5조원)이다. 황 사장의 말이다. “일방적 지원 형태가 아닌 기업별 상황에 맞춘 본질적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일어설 기회 ▲도전할 기회 ▲성장할 기회 ▲상생할 기회 등 모두 4가지 기회를 중소기업에 제공(충전)하는 동반성장 브랜드 ‘사기충전’을 론칭했습니다. 4대 분야 29개 동반성장 사업을 시행했고 이 결과 원전 산업 매출도 역대 최대치를 달성할 전망입니다.” 원자력산업협회 실태조사 결과, 2022년 25조원이었던 원전 산업 매출이 1년 만에 32조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업별 수출 성장 단계별(초보-성장-강소) 맞춤형 플랫폼을 구축해 역대 최초로 협력 중소기업 수출이 1조원을 돌파했다. 구체적으로 246개사에서 1.2조원어치를 수출했다. 2023년에는 212개사 0.86조원이었다. |
“에너지 비용 30% 정도 낮출 수 있어”
![]() |
| 2023년 12월 2일 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황주호 사장이 혁신형 SMR(i-SMR)을 적용한 SMR 스마트 넷제로 시티(SSNC) 모델을 전 세계에 처음 선보이고 있다. |
“대구 군위군에 대구경북(TK)신공항이 들어섭니다. 20만 명이 거주할 배후도시를 짓는데 거기다가 우리 SMR을 갖고 와 달라고 해서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MOU를 맺었어요. 지금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죠. 공항 인근으로 대구 성서염색단지에 있던 업체들이 이전해 옵니다.
이 단지에 들어오는 산업체들이 전부 무탄소 전원을 쓸 수만 있다면, 수출에 엄청난 이점을 가질 겁니다. 탄소 국경 제도에서도 이득을 가질 거고, 하여간 이 도시를 배경으로 (SSNC) 모델을 해보니까 진짜로 에너지 비용을 30% 정도 낮출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오더군요. 전기를 많이 쓰는 지자체에서 다 관심을 갖고 있어요.”
― 예를 들어… 울산?
“울산은 이미 주변에 발전소가 많기에 안 오죠. 용인!”
![]() |
| 황주호 사장이 i-SMR의 에너지원이 될 SMR 스마트 넷제로 시티 모델 앞에 서 있다. |
“심지어 강원도에 있는 도시까지 다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전북 새만금이 엄청 넓지 않습니까? 그곳에 산업단지를 만든다는데 적절한 에너지원 얘기는 하지 않는 거예요. 새만금 쪽에다 이야기해서 새만금청하고 MOU를 맺었습니다. 군산 지역에 민간 SMR을 ‘기획’하겠다는 조직이 생겼고 ‘새만금 SMR’이라는 회사가 만들어졌습니다.”
― 원전 기술력이 있는 회사는 아니죠?
“하하하. 원전 기술회사가 아니라 일종의 기획사죠. 조금 전에 두바이에 가서 i-SMR 기술과 이를 기반으로 SSNC 모델을 제안해 주목을 끌었다고 했잖아요. 그때 노르웨이, 스웨덴의 SMR 기획사들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노르웨이의 10개 신도시에 SMR을 공급하는 협약을 맺고 있는데 우리 보고 참여해 달라고요. 당연히 참여해야죠.”
TK신공항이 SMR 첫 모델?
![]() |
| 2024년 7월 17일 체코 원전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수원이 결정되자 발표를 지켜보던 황주호 사장과 임직원들이 크게 기뻐하고 있다. |
“행정 부시장을 엊그저께 만났는데 계속 해달라고 하더군요. 신공항이 들어서는 군위군 주민과 관계자 300여 명과 SMR에 대한 세미나를 열었어요.”
대구 군위군은 지난 6월 19일 ‘2025 군위 미래에너지 포럼’을 개최했다. ‘군위 신도시 조성을 위한 SMR 기반 에너지 자립도시 조성’이 주제였다. 대구시는 군위군에다 첨단산업단지와 스카이시티, 통합신공항 등을 세우는 대규모 사업을 추진 중이다. 안정적이면서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략이 시급한 시점이다.
― 주민들 반응이 좋던가요.
“네, 좋았습니다.”
그러나 “대구를 위험천만한 핵발전 도시로 만들려 하는가”라고 외치는 SMR 반대 시민단체들이 대구에 생겨난 상태다.
― 새 정부의 원전 정책에 변화가 있을 거로 보시나요.
“글쎄요. 저희는 에너지믹스라는 측면에서 보면 재생에너지하고 원자력, 이 두 가지가 가장 탈탄소, 무탄소 전원 아닙니까? 이런 의미에서 재생과 원자력을 적당하게 섞어 쓰는 것, 이것이 관건이라고 봅니다. 100% 재생에너지로 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투자비가 너무 많이 들어요.”
― 원전 회사인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이 산업부 장관 후보자로 결정이 됐잖아요. 개인적인 인연이 있으신지요.
“몇 번 뵙기는 했습니다. 깊이 있는 얘기를 나누지는 않았는데 원전에 대한 이해가 깊을 것으로 봅니다. 저희로서는 아주 희망적입니다.”
― 한수원과 한전 그리고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1월, 그간 진행되어 오던 분쟁을 종결하고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상호 협력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이후 진행되어 오던 소송과 중재가 모두 취하되어 웨스팅하우스와의 분쟁은 완전히 종결되었습니다.
“본 합의를 통해 미국과의 분쟁 리스크를 해소해 체코 사업을 포함해 향후 안정적인 원전 수출사업 추진이 가능해졌죠.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수출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한수원의 3년 뒤 비전은 뭐라고 보십니까? 뭘 먹고살 것 같습니까.
“SMR에 대한 비전은 당연한 것이고 3년 뒤 아마도 북미 시장에서 일을 할 가능성이 큽니다.”
― 미국 원전 시장이 크게 열린다는 의미인가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23일, 미국의 원자력 산업을 대대적으로 재건하기 위한 4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원전 정책을 본격화했다. 2050년까지 원자력발전 용량을 현재 약 100GW에서 400GW로 4배 증설하는 것이 목표다.
“트럼프 대통령이 2030년까지 원전 10기 건설에 착수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보세요. 2030년까지 5년밖에 안 남았어요. 원전 10기를 건설하려면 어떤 형태로든지 웨스팅하우스가 우리랑 손을 안 잡으면 안 됩니다.”
― 우리 인력이 됩니까.
“되게 만들어야죠. 인력도 인력이지만 제일 중요한 게 의지입니다. 의지! 우리가 그런 의지가 있느냐. 그래서 많은 분이 물어봅니다.
‘체코 이후에 유럽의 어디에 원전을 수출하느냐?’고요. 저는 유럽보다 미국에서 더 빨리 시장이 열릴 거라고 봅니다.”
그러더니 황 사장은 이런 말을 내뱉었다.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
“웨스팅하우스와의 막판 협상을 끝내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막 눈물이 쏟아지는 거예요. 협상이라는 게 임진왜란과 같아요. 외부가 아닌 내부의 갈등은 어쩌면 당연한 건데… 어떻게든 협상이 끝났잖아요. 이제는 다시 병자호란이에요. ‘원자력 을사오적이 어쩌고 저쩌고…’, 아이고…. 돌아보니 (한미) FTA를 체결할 때도 비슷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협상 끝내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눈물”
![]() |
| 6월 23일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10주년을 맞아 경북 경주에서 황주호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한미 민간 원자력 협력 콘퍼런스가 열렸다. |
“원전을 잘못 알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잘 알아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원전은 많은 사람이 들어올 수 없는 구조예요. 워낙에 큰 사업 아닙니까? 한 기를 건설하는 데 6조~7조원이 듭니다. 이 정도 예산의 장치산업이면 산업 유발 효과가 엄청나지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붙어서 일하겠어요? 근데 원자력은 그렇지가 않거든…. 자기한테 별로 관여되는 것도 없고요. 그냥 잘난 척하는 것처럼 비치니 미워할 수밖에 없죠.
학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2017년 대선 때 홍준표 후보를 제외하고 모든 대선 후보가 탈원전을 주장했어요. 제가 원자력학회장으로서 호소를 했지만 기계, 화학, 물리, 수학 등 다른 학회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었죠.
그래서 생각했어요. 원자력이 더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으려면 외연 확대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혼자가 아니라 여러 사람과 함께 가야 멀리 갈 수 있습니다.”
AI 산업은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산업이다. 글로벌 원전 시장은 2050년까지 약 2.5배 확대될 전망이다. 수출 노형(爐型) 보유국인 한국, 미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한수원의 미래 먹거리는…
정치적 이슈 등을 고려할 때 서방권 수출 시장의 실질적인 경쟁국은 한국, 미국, 프랑스 3파전으로 좁혀진다. 수출 시장은 커지는 반면 경쟁 상대는 제한적이라 한수원에 큰 호재일 수밖에 없다.
― 한수원은 단순 발전회사를 넘어 글로벌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습니다. 중장기 핵심 키워드 또는 전략은 무엇인가요.
“원자력 청정수소 생산, 무탄소 에너지믹스 같은 전략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2028년부터 하루 4톤(1460톤/년)의 청정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원자력 청정수소 생산 시설을 구축하여 운영할 예정입니다. 이후, 중장기적으로 연간 15만 톤 이상의 청정수소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GW급 플랜트까지 구축할 예정이죠.
원자력발전뿐만 아니라 수력과 양수발전, 신재생에너지, 신사업을 적극 추진해 친환경에너지를 선도할 것입니다.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간 최적의 에너지믹스로 국가 무탄소 전력 포트폴리오에 일조할 각오입니다.
SMR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적극 투자할 계획도 있죠. SMR 산업 내 민간 부문의 전략적 참여를 확대해 방위산업과 대형 원전처럼 SMR 수출에 성공하고자 합니다.”
복잡하고 불확실한 국제 상황 속에서 원자력발전은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며, 국가 에너지 체계의 중심을 조율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시점이다. 명확한 판단과 깊은 통찰, 그리고 꾸준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여러 어려운 과제들을 ‘조율자’로서 해결해 나가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