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활용한 하이러닝으로 서·논술형 평가 가능, 대입 제도 개혁의 툴이 될 것”
⊙ “서열화 교육 벗어나려면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바꾸어야”
⊙ “과거보다 10배 정도 되는 역량을 가진 아이들을 길러내지 않으면, 이 나라는 지탱할 수가 없어”
⊙ “실용주의는 ‘중심이 있는 유연한 원칙주의’”
⊙ “서열화 교육 벗어나려면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바꾸어야”
⊙ “과거보다 10배 정도 되는 역량을 가진 아이들을 길러내지 않으면, 이 나라는 지탱할 수가 없어”
⊙ “실용주의는 ‘중심이 있는 유연한 원칙주의’”

- 사진=경기도교육청
지방자치가 시작된 이래 이 경기도의 교육감 자리는 ‘진보’ 성향 인사들이 독점해 왔다. 김상곤(2009~2014년) 전 사회부총리, 이재정(2014~2022년) 전 통일부 장관이 이 자리를 거쳐갔다. 이른바 중도 내지 보수 성향 인사가 교육감이 된 것은 2022년 당선된 임태희(任太熙·69) 현 교육감이 최초다. 임 교육감의 경력은 화려하다. 제17~19대 국회의원을 거쳐 이명박 정권 시절에는 고용노동부 장관과 대통령실장을 지냈다. 국정(國政) 전반을 살폈던 경륜을 바탕으로 자율·균형·미래를 모토로 내걸고 지난 3년간 경기도 교육을 이끌어온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을 7월 7일 만났다.
“AI 시대로 갈수록 인성교육 더욱 중요”
― 지난 3년 동안 가장 의미 있었다고 생각하는 정책은 무엇입니까.
“AI 시대에는 교사와 학생 모두 AI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을 교육에 아주 밀접하게 접목시킨 일입니다. 정말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고, 현장에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경기도교육청이 표방하고 있는 ‘디지털 플랫폼 경기도교육청’을 말씀하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그 첫 번째는 AI 기반 교수·학습 플랫폼인 ‘하이러닝’ 시스템 구축입니다. ‘하이러닝’은 단순한 디지털 학습 도구가 아니라, 교수·학습·평가·생활기록부까지 통합적으로 연계하는 시스템입니다. ‘하이러닝’에서는 특히 AI를 통한 서·논술형 평가가 가능해졌습니다. 그다음은 교사들이 자신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것을 돕기 위한 ‘하이코칭’입니다. 또 교육행정의 측면에서도 AI를 보조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습니다.”
― 경기도교육청이 얼마 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 경기도민, 학생, 교직원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교육 정책은 ‘인성(人性)교육’이더군요.
“인성교육은 AI 디지털 시대로 갈수록 더욱 중요해질 겁니다. 사실 아이들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능력은 이제 거의 네이티브(native) 수준입니다. 반면에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 역량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특히 저출산 시대에 태어난 이들이 학부모가 되면서 이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어요. 남도 나와 똑같은 인격체로 상호 존중해야 하며, 앞으로의 세상은 더 많은 사람과의 협업(協業) 내지 네트워크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인성교육을 통해 가르쳐야 합니다.”
맞춤형 쌍방향 교육 ‘하이러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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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태희 교육감의 ‘등교 시간 자율화’는 학생들의 체육 활동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 |
“저도 많이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누어봤는데, 결국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뭔가를 하고 성취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경험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더군요. 이를 위해 스포츠 활동, 공동 학습, 단체 활동 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 학생들의 수업 부담을 줄여준다면서 교육과정에서 체육 시간이 거의 사라졌다고 들었는데, 체육 시간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요.
“저는 교육감이 된 후에 ‘등교 시간 자율화’를 도입했어요. 학교에 일찍 나와서 뭔가 하고 싶은 학생은 그렇게 하고, 늦게 나오고 싶은 학생은 수업 시간에 맞춰서 나오도록 한 것이죠. 아침에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에 무엇을 할 것인지는 학교에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했습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체육 시간으로 활용하더군요.”
― 효과가 있던가요.
“학교에 일찍 나오는 걸 아이들도 싫어하지 않거든요. 일찍 나올 수 있는 애들은 나와서 체육 하고, 신체 리듬 때문에 늦게 나올 애들은 그렇게 하고…. 출석을 부르는 것도 아니고, 자율적으로 나와서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겁니다. 학교 안 가려던 아이들이 일찍 나오니 부지런해지고, 운동을 많이 하니까 잘 먹고, 잘 먹으니 성격도 좋아지고…. 선생님이나 학부모들이 애들 표정이 달라졌다고 말합니다.”
― 인성교육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의 학력을 길러주는 것도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지난 30년간 우리 교육은 학력 측면을 등한시해 온 게 아닌가 싶더군요.
“인성과 학력은 겸비되어야 하는 것이죠. 인성은 좋은데 학력이 안 된다거나, 학력은 좋은데 인성이 안 좋다고 하면, 불균형적인 인간인 거죠. 2009~2013년까지는 교육부에서 평가하는 경기도의 학력 수준이 대체로 전국 상위권이었는데 그 후 거의 최하위권으로 떨어졌어요. 제가 교육감이 된 후 기초학력부터 향상시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학력 향상이라는 게 교사가 수업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AI가 보조 교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든 프로그램이 ‘하이러닝’입니다.”
― 하이러닝은 어떻게 학력 향상을 돕습니까.
“맞춤형으로 쌍방향으로 반응을 하면서 학습에 대한 관심을 높여주는 거죠. 학생들이 해온 것에 대해 ‘이런 건 이렇게 부족하니 이런 것을 더 해보라’는 코칭을 해주고…. 그래서 경기도의 학력이 이제는 전국 평균보다 올라갔어요.”
교권 보호
2022년 9월 경기도 용인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특수교사가 인기 웹툰 작가 모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 교사는 금년 5월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임 교육감은 해당 교사를 위해 탄원서를 냈었다. 2심 판결이 나온 후에는 SNS를 통해 “특수교육 현장을 깊이 헤아린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다행”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 저출산 시대에 자기 자녀를 철저하게 보호하려는 부모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교권(敎權) 보호’를 호소하는 교사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아까 관계 역량에 대해 말했지만, 학생은 물론 학부모와 교사도 관계 역량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선생님들의 멘토 역할을 해야 할 간부 선생님들도 그렇다는 것이죠.”
― 어떻게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까요.
“우선 사전적(事前的) 대책으로 교사 연수나 신입 교사 연수에서 관계 역량 강화와 관련한 교육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또 ‘경기도교육청 교육공동체의 권리와 책임에 대한 조례’도 교권 보호를 위한 사전적 대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사, 학부모, 학생이 함께한 약속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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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태희 교육감은 1월 21일 대입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
“과거에는 학생이나 학부모가 선생님한테 항의할 때 ‘학생인권조례’를 악용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교권보호조례’가 생겼습니다. 이 두 조례가 사실 상충(相衝)되는 것이 아닌데도 그렇게 여겨지더군요. 교육공동체 간에 갈등을 전제로 한 체제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서 도의회와 함께 ‘교육공동체의 권리와 책임에 대한 조례’를 만들었습니다. 교육공동체 구성원들 간의 상호 존중이 그 핵심적인 내용입니다. 이 조례를 바탕으로 경기도 내 거의 모든 학교에서 교사, 학부모, 학생 등이 약속식을 했어요.”
― 교육 일선에 있는 선생님들은 일이 생길 때마다 교사들을 비난하고 규제하는 풍조에 많이 힘들어하더군요.
“전에는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화살을 피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선생님들을 직위 해제부터 시키는 경우가 있었는데, 저는 문제 제기가 됐다는 이유만으로 직위 해제를 하는 일은 없도록 했습니다. 또 학교안전공제회와 연계해 교육활동 침해 피해 교원을 원스톱으로 신속 지원하는 ‘안심콜 TAC(Teacher Assistance call)’ 서비스와 심리상담을 통해 교사들의 회복을 돕는 ‘마음8787’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임태희 교육감은 지난 1월 21일 상대평가 폐지, 수능 서술·논술형 평가 도입 등의 내용이 담긴 ‘경기도교육청 대학 입시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임 교육감은 대학과 정부, 시도교육청이 함께하는 협의체 구성도 제안했다. 임 교육감은 작년 7월 이후 “교육 본질의 핵심은 초중등교육을 무력화시키는 대입 제도 개편”이라고 강조해 왔다.
‘경기도교육청 대학 입시 개편안’
― 대입 제도를 바로잡아야 교육이 바로잡힌다는 문제 인식에는 공감하지만, 현재 대입 제도는 교육감 관할 사항이 아닌데, 대입 제도 개혁에 앞장서고 있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동안 우리나라 교육은 줄 세우기 교육, 서열화 교육이었습니다. 정답 맞히는 실력을 테스트하는 것이었죠.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암기력이나 정답 맞히는 기술은 좋지만, 미래 사회에 필요한 사고력, 창의력, 문제해결 능력은 떨어졌어요.”
― 그렇지요.
“또 서열화 교육이기 때문에 경쟁을 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사교육 시장이 과도하게 커지고, 그러다 보니 저출산의 큰 원인이 된 것 아니겠습니까? 과거 진보 교육감들도 그런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고, 그분들이 말했던 ‘참교육’이라는 것도 아마 그래서 나왔을 겁니다. 하지만 그 문제는 누구도 속 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해 왔어요.”
― 그 이유가 뭘까요.
“그 가장 큰 원인이 상대평가 제도입니다. 상대평가는 서열화고, ‘당국이 정해놓은 이 길만이 정답’이라고 가르치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세상에서는 이 길만 가도록 하는 교육은 실패한 교육입니다. 아이들이 자기들이 뛰고 싶은 방향으로 360도 어느 방향으로든 뛸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이 프레임을 바꾸려면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바꾸어야 합니다.
그다음으로 사고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사지선다형, 단답식에서 벗어나 논·서술식 교육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어떤 문제에 대해 자기 나름대로 기술(記述)하게 해야 합니다.”
“이걸 바로잡지 않는 것은 교육자로서 직무유기”
― 그에 대한 평가가 쉽지 않을 텐데요.
“사실 논·서술식 평가에서는 정답은 없겠지요. 하지만 이 정도면 사고력이나 창의력, 문제해결 능력이 있다, 이건 A급이다, 이건 B급이다, 하는 것은 평가할 수 있겠지요. 이건 서열화가 아닙니다. 학생들의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것이지요.
그런데 논·서술식 평가를 공정하게 할 수 있느냐, 그 많은 학생을 선생님들이 어떻게 평가하느냐? 이 선생님들의 노고와 공정한 툴이 없다는 이유로, 지난 수십 년간 이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해결하지 못한 거예요. 경기도교육청의 ‘하이러닝’ 같은 AI를 활용하면 이게 가능해집니다.”
―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소관이 아니면 앞장서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손으로 우상향 직선을 그려 보이며)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사고력이) 유-초-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이렇게 발전하도록 되어 있어요. 그런데 이게 거의 중간에 뚝 떨어지는데, 그 분기점이 중학교 내지 고등학교 초입니다. 그 원인은 대입 제도고요.”
― 맞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교육감들과 얘기해 보면, ‘그건 우리 소관이 아니다, 교육부하고 대학에서 할 일이다’ ‘사고력을 상대평가 할 수 있는 공정한 기준이 없다’는 거예요. 제가 대학총장을 한 적이 있는데, 대학총장들을 만나도 거의 똑같은 얘기를 합니다. 그래서 서울대에서 대학총장, 교육부 당국자, 교육감들이 모인 자리에서 제가 말했습니다. ‘지금 여기 대한민국 교육을 이끄는 분들이 다 모였는데, 대입 제도를 개편하는 기준이 없어서 안 된다고 하는데, 그 기준은 누가 만드는 것이죠? 여기 있는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여기서 못 만든다고 하면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에 희망이 없다고 본다.’ 또 이렇게도 말했어요. ‘고등학생들은 학교 수업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졸업장 때문에 학교에 오는 것이지, 학교 다니는 것에는 관심이 없어요. 이걸 바로잡지 않는 것은 교육자로서 직무유기다, 경기도가 앞장서서 한번 해보겠다’고요.”
“내신부터 절대평가 하자”
― 구체적으로 이를 위해 무엇을 한 것입니까.
“우리가 만든 것은 AI 논술형 평가 시스템과 성취 기준입니다. 그에 대해 수많은 테스트를 해서 그것이 어느 정도 수긍할 만하다 하게 되면, 그 자료가 그대로 학생들의 학습데이터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대학 입시 제도가 바뀔 수 있겠지요. 대학 입시 제도 개편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논·서술식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죠.”
― 그게 잘 확산될 수 있을까요.
“얼마 전 교육부가 국정기획위원회에 우리와 흡사한 시스템을 개발하겠다고 보고했어요. 그러자 경기도의 어느 기자가 ‘교육부는 경기도교육청을 따라가는 것이냐?’고 기사를 썼더군요. 이건 AI이기 때문에 경기도의 어떤 편견이 들어간 게 아니거든요. 경기도에서 좋은 도구를 마련했으니, 이걸 가지고 대입 제도가 개편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 과거처럼 학력고사나 수능시험을 도입하는 식으로 대입 제도 자체를 당장 어떻게 하는 것은 아닌 것이군요.
“저희가 발표한 것은 우선 학교 내신부터 절대평가를 하자는 것이죠. 이를 위해 우리가 외국의 제도를 배워가면서 하려고 스위스의 IB(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를 도입했습니다. 대구와 제주에서도 하고 있어요. 이제는 IB가 우리의 AI 논·서술식 평가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부분은 세계에서 경기도교육청이 가장 앞서가고 있고,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는 나라들에 참조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에 대한 투자는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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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교육청은 작년 12월 ‘2024 유네스코 교육의 미래 국제포럼’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
“교부금을 그동안 제대로 썼느냐 하는 것은 스스로 반성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건 교육감들의 문제라기보다는 교육부의 제도 운영의 문제입니다. 교육은 기본적으로 사람이 중심이잖아요? 그런데 시설이나 기자재에 쓰는 돈은 굉장히 편하게 쓸 수 있는 반면에, 사람에게 들어가는 예산은 월급 주는 것 외에는 너무 까다롭습니다. 여기서 우리나라 교육에 왜곡이 많이 일어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학교에 가보면 시설은 외국 어디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을 만큼 잘되어 있어요. 국가재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도로처럼 눈에 보이는 투자는 과잉이지만, 사람에 대한 투자는 부족하잖아요?”
― 교육교부금 제도를 고쳐서 초중등교육으로 가는 돈을 대학 등 고등교육 쪽으로 돌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앞에서 말한 부분은 반성하고 개선해야겠지요. 그걸 전제로, 사람에 대한 투자를 한다고 할 때에는 대학에 대한 투자가 우선일까요, 유-초-중-고등학교에 대한 투자가 우선일까요? 이건 명확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는 아이 세 명이 국민 10명을 먹여 살렸다면, 이제는 아이 한 명이 열 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과거보다 10배 정도 되는 역량을 가진 아이들을 길러내지 않으면, 이 나라는 지탱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재정 운영에서 교육을 우선순위로 두지 않는 시각을 가진 사람과는 대화할 필요조차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도자가 그렇다면, 그는 나라를 망치는 지도자입니다.”
― 얼마 전에 ‘정치인 출신 교육감은 제가 마지막이 되어야 한다’고 했더군요. 무슨 의미입니까.
“그동안 다른 광역자치단체에서는 학교 교사나 장학관 출신인 분들이 교육감이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경기도에서는 한 번도 그런 경우가 없었습니다. 물론 교사나 교수 출신인 분들이 되기는 했지만, 이미 정치적으로 이름이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선거 때문에 그런 것이겠지요. 그런데 작년에 유네스코 행사를 치르면서 경기 교육이 세계를 선도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외부의 소위 정치 거물 이런 사람들보다는 경기 교육 공동체 내에서 교육감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 역량들을 키워나가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한 말입니다.”
“원칙 있는 유연함이 실용주의”
정치인들이 저마다 많이 찾는 것이 ‘실용주의(實用主義)’다. 근래의 대통령 중에서 ‘실용주의’를 내세워 성공을 거둔 이가 이명박(李明博) 전 대통령이다. 《월간조선》 5월호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실용주의 리더십’을 조명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대통령실장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이가 임태희 교육감이다.
― 정치를 오래 한 입장에서 보기에 정치인에게 실용주의란 어떤 것입니까. 실용주의가 ‘주의’가 될 수 있느냐는 분들도 있습니다.
“자기중심이 없이 실용주의로 가면 그건 자칫 기회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는 ‘중심이 있는 유연한 원칙주의’에 ‘실용주의’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심이 없이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따라가는 식의 ‘실용주의’는 정치적으로 성공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 원칙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 우리 체제가 유지하고 있는 경제 운영에서의 원칙을 말하는 거죠. 우리는 자칫 다수(多數)를 따라가는 것을 실용주의라고 여기는데, 다수는 겉으로 드러난 결과이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절대 잣대는 아니죠. 원칙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적어도 지금 상황에서 지켜야 할 가치에 대한 것입니다. 중심가치가 없는 유연함은 실용주의가 아니죠.
정치꾼이 있고, 정치인이 있고, 정치가가 있잖아요? 중심가치가 없는 사람에게 ‘정치가’라는 명칭을 붙이나요? 국회의원에게는 ‘정치인’이라고는 해도 ‘정치가’라고는 하지 않죠. 그 국회의원이 정말로 자기중심 가치가 있고 무엇인가를 위해 일관성 있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인정받아야 정치가의 반열에 오르는 것이죠.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권력만 따라가면 정치꾼이죠. 기업에서도 장사꾼이 있고, 기업인이 있고, 기업가가 있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