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與 검찰 개혁 작심 비판 나선 김웅 前 의원

“민주당 검찰 개혁 목적은 정권 입맛에 맞는 특수 수사”

  •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sj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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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천 년 축적된 역사의 산물인 사법제도를 왜 무식한 정치인들이 바꾸려 하나”
⊙ “사법제도 근간도 모르면서 개혁? 건물 고치겠다면서 목조인지 콘크리트인지도 모르는 꼴”
⊙ “특수통 검사가 검찰총장-대통령 후보 됐을 때 상식 있는 검사들 크게 우려”
⊙ 2024년 5월 채 해병 특검에 국민의힘에서 유일하게 찬성표… “지금 대통령 컨트롤하지 않으면 진짜 큰 사고 터진다”
⊙ “국민의힘은 김건희 특검으로 기둥뿌리 뽑힐 것… 알려지지 않은 충격적 사실 많아”

金雄
1970년생. 순천고·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 사법연수원 29기,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 인천지검 공안부 부장검사, 대검찰청 미래기획·형사정책단 단장 역임. 21대 국회의원(국민의힘, 서울 송파갑), 現 법무법인 남당 변호사
사진=조준우
김웅 전(前) 국민의힘 의원이 베스트셀러 《검사내전》 이후 7년 만에 새 책을 냈다. 그는 검사 시절인 지난 2018년 펴낸 《검사내전》(부키, 2018년)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드라마로도 제작되면서 유명세를 탔다. 이후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 검찰 내부에서 검찰 개혁에 반기를 든 대표적인 인물로 지목받았다. 이후 보수 진영 정치권에 영입돼 21대 국회의원(서울 송파갑)을 지냈다. 22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변호사로 활동하던 그가 지난 6월 출간한 《소크라테스는 왜 죽었을까?》(지베르니, 2025년)는 수천 년간 발전해 온 형사사법제도의 역사와 함께 이에 기반한 검찰의 본래 역할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원래 2027년 대통령 선거 전 이 책을 낼 계획이었지만 조기(早期) 대선이 결정되면서 출간 시기를 앞당겼다. 검사 및 국회의원 시절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을 지속적으로 비판해 왔던 그는 “만약 더불어민주당이 다시 집권하면 반드시 검찰 개혁과 사법 개혁에 나설 것이기 때문에 우리 당이 미리 대안(代案)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라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본격적인 검찰 개혁에 돌입한 7월 초, 김 전 의원을 서초동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만났다.
 
 
  “검찰 본래 역할은 수사 지휘와 공소 유지”
 
더불어민주당이 7월 2일 국회에서 개최한 검찰 개혁 토론회. 사진=뉴시스
  ― 이번에 낸 책은 2000여 년 전 고대(古代) 함무라비 법전에서 시작해 소크라테스, 예수 등 유명인의 재판과 마녀재판, 로마법 등 역사상의 형사제도와 흐름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는데요, ‘형사사법제도는 수많은 희생의 산물로 함부로 고쳐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 같습니다.
 
  “공부 안 하고 무식한 정치인들이 사법제도를 함부로 고치는 것은 대역죄라는 점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검찰 개혁이 나쁘다는 게 아니고 검찰이 왜 생겼고 지금의 모습이 됐는지 그 근본을 모르는 사람들이 정치적인 이유로 입맛에 맞게 뜯어고치는 게 문제라는 겁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6월 11일 검찰 개혁 관련법 4건 ▲검찰청법 폐지법 ▲공소청 신설법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법 ▲국가수사위원회 신설법을 발의했고 3개월 이내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개요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수사권을 행정안전부 산하 신설 중수청으로 이관하며, 중수청은 7대 중대 범죄와 내란·외환죄를 수사할 수 있게 하고, 기소를 전담하는 공소청은 법무부 산하 기관으로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국가수사위원회는 국무총리 직속으로 중수청,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의 업무 조정과 관리감독 등 업무를 담당한다. 검찰은 해체하고 수사와 기소는 중수청과 공소청의 검사들이 맡게 된다.
 
  ― 민주당이 검찰 개혁 관련법에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습니다. 개요는 검찰을 해체하는 것이죠.
 
  “검찰이 원래부터 권력자를 수사하면서 거악(巨惡)을 척결하고 사람을 강압수사해서 잡는 조직이 아니잖아요. 그런 특별수사부(특수부, 현 반부패수사부) 수사는 검찰이 하지 않아야 하고, 검찰은 수사 지휘와 공소 유지라는 본래의 역할을 하면 되는 겁니다. 그런데 민주당의 방향은 기존 검찰을 해체하고 다른 방식으로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특수 수사를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어요. 보수 정권의 특수 수사를 비판하면서 똑같은 일을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하겠다는 거죠. 검찰 해체해야 된다면서 그 검찰에서 검사 데려와서 전 정권 잡는 특검을 왜 합니까. 게다가 법안이 통과되면 수사권 조정까지 정권 입맛대로 하게 돼요. 수사 통제가 안 되는 겁니다. 긴 역사를 통해 확립된 검찰 본래의 역할은 수사 지휘와 공소 유지입니다. 이 원칙만 지키면 되는데 그 반대로 가겠다는 겁니다.”
 
 
  “특수검사는 검사가 아니다”
 
  ― 특수 수사의 문제점을 여러 차례 지적했죠.
 
  “특수검사는 검사가 아니에요. 주변털이식 수사, 별건 수사 등등 죄가 안 나오면 나올 때까지 터는 겁니다. 특수통 검사들이 기소한 사건 중 무죄가 얼마나 많은지 아세요? 그런데 그 사람들은 계속 특수부에 있으면서 윗선에서 원하는 대로 하고 좋은 자리에 있는 거죠. 이 부분만 해소해도 검찰이 신뢰를 얻을 수 있는데요.”
 
  김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 개혁을 신랄하게 비판해 왔다. 검찰을 개혁하려는 게 아니라 정치인들이 검찰을 이용하기 위해 구조를 비틀어버린다는 주장이다. 그는 특수 수사야말로 검찰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이며 특수 수사 기능을 검찰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 문재인 정부 검찰 개혁의 최대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문재인 정부에서 적폐 수사는 사실상 정치 보복 수사였습니다. 그때 가장 활용 가치가 있는 검사는 특수부 검사라서 특수검사들을 데려다 썼으면서 그걸 검찰 개혁이라고 이름을 붙인다는 게 말이 됩니까. 조국 민정수석실에 있었던 사람들을 만나보면 형사사법제도의 기초를 모르고 있었어요. 건물을 리모델링해야 하는데 목조 건물인지 콘크리트 건물인지도 모르는 격이었습니다. 기초를 알아야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만들 것 아니에요. 그렇게 얘기하면 ‘그게 뭐가 중요하냐’며 되레 화를 내곤 합니다. 당시 민정실 사람들은 법조계에 대한 적개심이 있는 걸로 느껴졌어요.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했던 겁니다.”
 
  ― 이재명 정부는 내란 극복을 내세우면서 검찰 개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적폐 수사나 내란 극복이나 같은 얘기죠. 문재인 정부나 이재명 정부나 결국 수사기관을 자신들의 입맛대로 이용하겠다는 겁니다. 상식적으로 개혁의 대상이라는 검사들을 시켜서 또 특검을 하고 있잖아요. 검찰을 해체하겠다는 명분도 수사권과 기소권을 같이 갖고 있으면 안 된다는 건데 그럼 같은 권한을 가진 공수처는 뭐죠. 민주당이 만들어냈고 그들 성향에 맞춰 수사하는 공수처는 사법기관이 아닙니까. 앞뒤 말이 하나도 안 맞아요.”
 
 
  22대 총선 불출마를 결심한 이유
 
김웅 전 의원은 유승민 전 의원의 영입으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김웅 부장검사가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반발해 2020년 2월 검찰을 떠나자, 새로운보수당의 유승민 보수재건위원장이 영입 인재 1호로 발탁했다. 사진=조선DB
  김 전 의원은 정치권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긴 시간에 걸쳐 쏟아냈다. 먼저 “정치인이 공부를 안 한다”고 비판했다. “공부 안 하는 무식한 국회의원이 사법제도를 뜯어고쳐서는 안 된다”는 주장의 배경이다.
 
  ― 국회 내 공부 모임이 예전엔 많았었는데 요즘은 안 보여요.
 
  “할 필요도 없다는 분위기예요. 국무위원이 우리나라 예산이 얼마인지 모르고,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가부채비율이 얼마인지를 모릅니다. 신문 경제 면을 일주일에 한 번씩만 봐도 모를 수가 없어요. 정치 수준이 떨어졌다는 증거입니다. 채소값이 얼마인지는 모를 수 있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거시경제 지표는 알아야 할 것 아닙니까. 다들 숫자에 관심이 없어요. 예전엔 법안을 만들 때 예산 계획을 첨부해야 했는데 이제 그런 것도 없어져서 사람들이 이제 법을 믿지도 않고 기대도 없습니다. 지역구 의원이 공항이니 항만이니 만든다고 법 통과는 시켰는데 언제 만들지 알 수 없다 보니 사람들이 법률을 우습게 알게 된 상황입니다.”
 
  ― 정치에 대한 국민 불신만 높아지고 있죠.
 
  “솔직히 이러다 보면 나라 망할 것 같은데 안 망해요. 정치가 사실 국민 생활에 큰 역할을 안 하거든요. 뉴스 보면 정치가 심각하고 긴박하게 돌아가는 것 같지만 사실 일시적인 오락물일 뿐이죠. MBC 〈무한도전〉이 시청률 수십% 나올 때 다들 그 프로그램이 없어지면 예능계 입장에서 큰일 날 줄 알았지만 어디 그런가요. 재미있으면 재미있게 보고, 그게 전부입니다. 정치인이 담론이나 어려운 주제를 들고 나오면 귀찮고 ‘젓가락’ 얘기가 나오니까 다들 관심을 갖잖아요. 보수 진영에서 가세연(가로세로연구소), 진보 진영에서는 김어준이 소비되고 있고요. 이래서야 정치가 우리 사회의 심각하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습니까.”
 
  ― 22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정치계를 떠난 이유도 이 때문인가요.
 
  “(정치가) 저랑 안 맞는 것 같더라고요. 정치를 소비하는 대중이 원하질 않아요. 또 국민에게 봉사하려고 정치를 시작했는데 정치를 더 하기 위해 다시 공천을 받으려면 용산에 가서 고개를 숙여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이렇게까지 하면서 봉사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고, 정치인이 모두 윗사람에게 비굴하게 고개 숙이는 건 아니라는 점도 어필하고 싶었지요.”
 
 
  “윤석열, 정치를 해서는 안 되는 분”
 
2021년 5월 13일 오전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조선DB
  ― 21대 의원 시절 신인 소장파 정치인으로 기대를 많이 받았었는데요.
 
  “처음에는 좋았어요. 주목도 받고 공부 모임도 즐거웠고 초선들끼리 새로운 그림을 그려가는 것도 좋았죠. 지피지기라는 생각에 상대 정당의 정책을 심도 있게 공부하기도 했고요.
 
  근데 당내에서 절대 권력을 쥐는 사람이 나타나고 그분이 다음 공천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사실이 공식화되면서 의원들이 이전과 달리 상상을 초월하는 모습을 보이더라고요.”
 
  ― 21대 대선 이후 말입니까.
 
  “네. 대선 승리를 하고 나서부터 의원들이 보이는 모습이 같은 사람 맞나 싶을 정도였어요. 야당일 때는 정책 정당으로 선명하고 새로운 정책을 내놓자는 의지들이 있었는데 대선 후에는 완전히 달라졌어요.”
 
  ― 의원들이 어떤 면에서 가장 크게 달라지던가요.
 
  “대통령 부부가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으니까 당내에서 그분들을 거스르는 사람을 너무 적극적으로 공격하고 배척하는 겁니다.”
 
  김 전 의원은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검사로 재직했고, ‘윤석열 검사’를 속속들이 잘 아는 검사 중 한 명이다.
 
  ― 1인자에 대한 충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있었던 일 아닙니까.
 
  “저는 처음부터 그분이 우리 당 대선 후보가 되는 데 대해 부정적이었습니다. 정치를 해서는 안 되는 분이에요. 수사에만 매몰돼 있고 공적인 부문에 대한 책임감이 없습니다. 자신이 하는 수사가 사회에, 그리고 검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아예 생각을 안 했습니다.”
 
  ― 대선에 나갈 때 검찰 내부에서도 그런 부정적인 의견이 있었습니까.
 
  “검찰에서 존경받는 선배들은 크게 우려했습니다. 특수부만 빼고요. 검찰총장으로 지명받았을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당시 대검 형사정책단장이었는데 윤 총장 후보자 측에서 저에게 청문회 준비팀장을 맡으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못 하겠다고 했어요. 저는 특수부 검사는 검사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특히 그분에 대해 총장감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지금 검찰이 매우 중요한 시기인데 그분이 총장이 돼서는 안 될 것 같아 돕기 어렵다고 말했죠. 그래서 다른 사람이 팀장을 맡게 됐습니다.”
 
  ― 특수부 검사는 검사가 아니라고 늘 얘기했죠.
 
  “검사는 원래 보완 수사와 기소, 공소 유지만 하는 겁니다. 특수부 검사는 검사가 아니고 수사관이에요. 조국의 검찰 개혁이 왜 비판받습니까. 검찰이 해야 할 역할을 못 하게 하고 하지 않아야 할 역할을 하게 하는, 정반대로 뒤집은 거예요. 수사 지휘를 해야 할 검찰에 그 역할은 없애고 특수 수사만 하게 만든 거죠.”
 
  ― 윤 전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 이유가 특수부 출신, 공적 책임감 부족 두 가지인가요.
 
  “공적 책임감 부족과 일맥상통하는 얘기인데, 개인감정이 너무 강하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일어난 너무나도 중요한 그 많은 사건이 매우 개인적인 감정에 의한 겁니다. 부인에 대한 빗나간 애정이랄까요.”
 
  ― 빗나간 애정? 진짜 그런 이유라고 생각합니까.
 
  “3개 특검 중 김건희 특검에서 가장 충격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올 겁니다. 내란과 채 해병 특검은 검찰 수사가 상당히 이뤄져 있고 더 이상 나올 이야기는 많지 않아요.”
 
 
  “김건희 특검의 핵심 이슈는 인사 개입”
 
2024년 5월 28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본회의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의의 건에 투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작년 6월 21대 국회에서 채 해병 특검법 표결 때 국민의힘이 전부 반대한 가운데 혼자 찬성표를 던졌죠. 따가운 시선을 많이 받았는데요.
 
  “법적으로 대통령에게 형사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라고 판단했고, 그래서 빨리 풀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의원님들이 왜 민주당 편을 드냐고 비판하기에 ‘대통령을 지금 컨트롤하지 않으면 나중에 정말 큰 사고가 터진다’고 했어요. 또 우리 당에서 누구 한 명이라도 바른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채 해병 특검법 표결에 국민의힘 전원 퇴장’이라는 뉴스 헤드라인은 안 보고 싶었어요. 당이 잘못된 판단을 했지만 그중 단 한 명이라도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었다는 기록을 역사에 남기고 싶었습니다.”
 
  ― 하지만 친윤 세력과 윤 전 대통령은 반대 당론과 거부권 등으로 강하게 밀고 나갔습니다.
 
  “공적인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죠. 자신이 실수한 걸 인정하기 싫어서 당과 나라를 사실상 갈아 넣어 가면서 자신의 실수를 덮으려 한 겁니다.”
 
  ― 결국 채 해병 특검이 시작됐고,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까지 3특검이 진행 중입니다.
 
  “국민의힘은 김건희 특검 때문에 한 번 완전히 기둥뿌리까지 다 뽑힐 겁니다. 지금 명품백 받고 그런 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해요.”
 
  ― 김건희 특검의 핵심 이슈가 무엇이라고 봅니까.
 
  “인사 개입이죠. 그동안의 인사를 대통령이 다 했다면 정치에 대해 너무 모르는 건데, 사실 대통령이 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재명은 정치를 안다”
 
2019년 7월 김웅 당시 대검찰청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열린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심포지엄에 참석한 모습. 사진=조선DB
  ― 윤 전 대통령이 어떤 점에서 정치를 모른다고 생각했나요.
 
  “당의 수장(首長)이라면 차기 선거를 생각하고 인사를 해야 합니다. 이런 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정치를 알아요. 이번 첫 내각 조각(組閣)은 내년 지방선거를 고려했다고 봅니다. 김민석 서울시장, 정성호 경기지사라는 틀을 짠 것으로 보이고 광역단체장으로 점찍은 인물들도 보일 정도예요. 그들이 성과를 낸다면 민주당 입장에서 내년 지방선거는 쉬워집니다. 민주당 지지자들 입장에서는 높이 평가할 만한 인사라고 봐요. 그런데 윤 전 대통령은 집권 후 여당으로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으로 임하는 오류를 범했습니다.”
 
  ― 예를 들면?
 
  “우리 당이 2022년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선거만 이겼어도 2024년 총선 참패는 하지 않았을 겁니다. 지방선거는 단순히 지역 일꾼을 뽑는 게 아니라 차기 총선에 대비하는 선거잖아요. 총선에서 경기지사가 우리 당이었으면 우리 당 후보들이 총선을 치르는 데 훨씬 수월했겠죠. 광역단체장과 손잡고 지역을 발전시키겠다는데, 그것도 여당이 하겠다는데, 또 서울시와 경기도가 긴밀하게 협력해 도민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겠다는데 표가 안 나올 수 있겠습니까.”
 
  ― 당시 경기도지사 선거는 마지막까지 접전을 벌인 석패(惜敗)였죠.
 
  “충분히 이길 수 있었어요. 대통령과 친윤들이 졌으면 졌지 유승민 전 의원에게는 절대 후보직을 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엄청났습니다. 정치 경력이 없고 개인감정이 강한 특징이 그대로 드러난 겁니다. 갑자기 대통령까지 되고 나니까 뭐든지 자기 마음대로 된다고 생각한 거예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 보세요. 법적으로 직(職)을 잃은 측근을 급히 사면시켜서 그 자리에 다시 출마시키는 게 상식적입니까?”
 
 
  총선 패배 이유
 
  ― 2024년 총선과 2025년 대선을 지켜보며 아쉬움도 클 것 같습니다.
 
  “원래 총선은 국민의힘이 150석도 나올 수 있는 판세였어요. 민주당이 이 대통령 측근을 내세워서 ‘비명학살’ 공천을 했고 국민이 용납하기 어려운 수준이었죠. 그런데 그 흐름을 대통령 부부가 바꿔버린 거예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종섭 호주 대사 사건, 디올백 사건까지요. 게다가 문제를 일으키고 나서 더 큰소리를 치니까 국민이 모욕감까지 느끼게 된 거죠. 저는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나서 방송과 인터뷰에서 ‘김건희 여사를 외국으로 보내야 한다’는 얘기를 여러 번 했는데 효과는 전혀 없었어요. 게다가 선거 한 번 제대로 치러보지 않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선거 전면에 나서서 이조(이재명-조국) 심판을 외치고 다니더라고요. 국민이 총선에서 여당에 바라는 건 먹고사는 문제지 심판이 아니잖아요. 여당이 뭔지, 야당이 뭔지도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 여당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참패한 후 결국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으로 이어졌죠.
 
  “대선 선거운동은 더 심각했어요. 대체 선거를 왜 그렇게 치렀을까요. 우리나라 대선의 주제는 심판(審判)입니다. 20대에서 윤석열 후보가 승리한 것도 문재인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고, 21대는 분명히 윤석열 정권에 대한 심판이 최대 이슈였죠. 그런데 야당인 이재명을 심판하고 비판한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고 심판했어야 합니다.”
 
  ― 김문수 전 후보나 한덕수 전 총리가 아닌 다른 대선 후보가 나왔으면 ‘윤석열 심판’이 가능했을까요. 보수 진영에서 안철수 의원, 한동훈 전 대표, 이준석 의원 등은 계엄의 책임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있고 보수의 완전한 쇄신을 주장하고 있죠.
 
  “한동훈 전 대표가 한때 당내 지지율이 60%가 넘었지만 지금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가 뭐겠어요. 윤 전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 비대위원장 시켜준 것 말고 내세울 것이 없잖아요. 윤·김 부부가 다 해줬고 그들의 첫 번째 동조자 아닌가요? 마지막에 공천권 갖고 좀 싸웠다고 반윤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우리 국민이 정치인을 향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일관성이잖아요.”
 
 
  “보수, 흐름 자체를 바꿔야”
 

  ― 배신자 프레임 때문에 성공하기 힘들다는 건가요.
 
  “그것뿐만은 아니에요. 정치인이 배신하는 게 하루이틀입니까. 국민의힘 내부 사정 때문이죠. 당내에선 친윤 등 기존 주류들이 친한계가 당권을 잡는 걸 어떤 방식으로든 막을 겁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자신의 공천이니까요. 한 전 대표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다 주류에는 못 들어가고 그래도 공천 한 번 받아보려고 그 주변에 있는 것 아니에요?”
 
  ― 이런 구조적인 한계도 있지만 결국 본인이 정치를 잘하면 되는 것 아닐까요.
 
  “윤·김 부부는 우리 당에 정신 차리라고 하늘이 내린 벌(罰)이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한 적이 있는데요, 그들이 한동훈이라는 불씨까지 남겨 뭘 해도 발목 잡힐 여지를 두고 갔다는 점을 불행하게 생각합니다.”
 
  ―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과거에 대한 사과와 혁신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혁신위가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고요, 보수는 흐름 자체를 바꿔야 합니다.”
 
  ― 다들 하는 얘기지만 딱히 대안이 보이지도 않는 상황입니다.
 
  “영국 총리였던 벤저민 디즈레일리(1804~1881년)식 개혁이 필요하다고 봐요. 보수당의 아버지로 불리는 정치인이지만, 개혁 정책으로 중산층과 노동자, 청년층을 타깃으로 생활 및 노동 환경 개선, 투표권 부여 등을 통해 보수당 지지층으로 적극 포섭했고 영국식 온건 보수주의의 초석을 닦았습니다. 디즈레일리가 위기에 처했을 때 기존 보수층 지지자들만을 바라보고 있었다면 디즈레일리와 보수는 재기할 수 없었을 겁니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예요. 충성도 높은 극우층 눈치 보는 것 대신 중도와 청년층, 수도권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됩니다. 공천 제도도 줄 서기 공천이나 무의미한 눈 가리기식 경선은 없애고, 시스템 공천으로 개혁하고요.”
 
 
  “국힘, 현재 구조 바뀔 것 같지 않아”
 
  ― 8월 전당대회가 끝나고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 좀 변하지 않을까요.
 
  “우리 당은 리더십이 제일 중요해요. 하지만 이번 8월 전당대회는 의미가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지금 봐선 현재 구조가 바뀔 것 같지 않아요.”
 

  ― 그래도 내년 지방선거도 있고, 인적 쇄신은 있지 않겠습니까.
 
  “능력이 있지만 여러 이유로 활동하지 못했던 인재들이 많으니 계속 발굴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유승민 전 의원은 내년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가서 경기도를 탈환해 와야 하고, 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장 후보 역시 새로운 인물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고요.”
 
  ― 서울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을 지냈고 한때 당대표,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기도 했는데 향후 정치적 계획이 있습니까.
 
  “보수 진영은 대체로 누가 어떤 자리를 생각하고 있다고 하면 공격하고 끌어내리기 바빠서 그런 얘기는 잘 안 합니다. 다만 서울시장직이 대권을 향한 징검다리로 여겨지는 것이 안타깝긴 해요. 서울은 글로벌 기업인들이 가장 오고 싶어 하는 도시 중 한 곳이고, 앞으로도 발전할 여지가 많아요. 박원순 전 시장이 장기 집권하면서 서울이 하지 못한 일이 너무 많습니다. 주택 공급 부족으로 서울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개발은 덜 돼 있고, 뭔가 창출할 생산성은 부족한 상황입니다. 서울은 아직 개발할 여지가 많기 때문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금융·AI 등 첨단 산업 허브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정치를 할 수 있으면…”
 
  그는 3시간여에 걸친 인터뷰에서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내놓으며 여러 차례 오프더레코드를 요청했다. 검사와 의원 활동을 통해 직접 겪었던 사연들이었다. 유승민 전 의원의 권유로 새로운보수당으로 정치에 입문한 그는 국민의힘에서 늘 비주류에 가까웠지만 보수주의에 대한 철학은 확고했고 보수 진영에 대한 애정도 깊었다. 다시 정치권으로 돌아오거나 어떤 선거든 출마를 할 뜻이 있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말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지만, 그래서 1년만 살죠. 삼나무는 태어나서 한 번도 숙인 적 없이 수십 미터로 자라고 수십 년을 살아요. 그런 정치를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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