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거대 여당의 對野 대화 맡은 키맨’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

“이재명 대통령은 대결 정치의 희생양… 갈등 싫어해”

  •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sj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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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치는 기본… 여의도 정치 복원시키고 싶어”
⊙ 이재명 대통령과 중앙대 동문으로 비슷한 인생행로 걸어… ‘이재명의 7인회’ 핵심 멤버
⊙ “대화의 가장 큰 원칙은 헌법… 헌법 질서 속에서 상대를 인정하고 대화하고 타협하면 돼”
⊙ 여야 교체 후 첫 합의 법안인 상법개정안 통과에 핵심 역할한 ‘여야 협상 전문가’
⊙ “이재명 대통령, 멘털이 정말 강하고 스위치(switch·전환)가 잘 되는 사람”

文振碩
1962년생. 경기풍생고·중앙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고려대 행정학 석사,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환경공학 박사 과정 수료 /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 국회 국토교통위 간사, 21·22대 국회의원(충남 천안갑), 現 더불어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
사진=조준우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이 된 후 첫 원내 지도부인 김병기 원내대표 체제가 출범해 각종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운영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는 재선(再選) 문진석(文振碩) 의원은 7월 현재 국회에서 가장 바쁜 인물 중 한 명이다. 여당 운영수석부대표는 대야(對野) 협상을 최전선에서 담당하고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자리다. 더불어민주당이 거대 여당이 되면서 국회가 일방적으로 운영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지만, 여야는 지난 7월 3일 21대 대선 후 첫 여야 합의 법안인 상법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문 의원의 협상 역량이 큰 역할을 했다.
 
 
  7인회 멤버
 
  문 의원은 정치권에서 친명(친이재명) 실세로 통한다. 중앙대 법학과 82학번인 이재명 대통령과 대학 동문이며, 문 의원 역시 이 대통령처럼 소년 시절 어렵게 자라 공장에서 일하다 대학에 진학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후 정치에 입문해 두 사람이 통하는 점이 많다. 20대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의 측근들과 ‘7인회’를 구성해 당시 원외(院外)였던 이 대통령이 여의도 정치권에서 기반을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7인회 멤버 중 현재 원내 상황을 실시간으로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인물이어서 사실상 대통령과 여당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며 민주당의 여당 변신 후 첫 원내운영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다는 점에서 문 의원은 이재명 정부가 표방한 여야 협치의 키맨(key man)이라 할 수 있다. 문 의원을 7월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야당에도 퇴로 마련해 줘야 한다고 생각”
 
2025년 6월 26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5 추경 시정연설에 나서고 있다. 윗줄 맨 왼쪽이 문진석 의원. 사진=조선DB
  ― 정권 교체 후 국회에서 첫 여야 합의 법안인 상법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거대 여당의 일방통행을 우려하는 사람도 많았는데 협치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 같습니다.
 
  “원래 우리 개정안에 대해 야당에서 동의하지 않았고 우리도 우리 방식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입장이었어요. 그런데 계속 얘기를 하다 보니 우리도 야당 입장을 고려해야 할 것 같고, 야당도 계속 반대할 명분이 부족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속 반대하면 야당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편집자註-한국 상장기업의 주가가 글로벌 기업 대비 저평가되는 현상)를 개선할 의지가 없다는 낙인이 찍힐 것이고, 수많은 국내 투자자가 완전히 등을 돌릴 수 있잖아요. 그래서 야당 내부에서도 전향적으로 고민을 해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야당 측에) 만나자고 했지요.”
 
  ― 서로 명분을 챙길 수 있게 된 거네요.
 
  “야당에도 퇴로를 마련해 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우리 입장에서는 합의하지 않아도 될 상황이지만, 그들의 입장에서도 1000만 명이 넘는 개미 투자자에게 비판받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요.”
 
  ― 민주당이 합의에 나섰다는 데 의외라는 반응도 있을 것 같습니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전 대통령은 민주당이 원내 다수의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며 비판해 왔는데요.
 
  “그건 자기가 할 일은 안 하면서 모든 잘못을 상대한테 떠넘기는 자기변명 아니겠어요.”
 
  ― 민주당은 ‘이제 우리 세상’이라고 볼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사실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글쎄요. 일단 정치를 복원하는 게 과제인 것 같습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여의도 정치가 사라졌잖아요. 정치의 핵심은 대화와 타협인데 그동안 찾을 수 없었어요. 우리는 ‘우리가 집권하면 이런 정치를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국민에게 걱정을 끼치는 정치가 아니라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는, 이런 여의도 정치를 복원시켜야겠다는 의지가 있었어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그 질서 속에서 정치를 한다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22대 국회 때 여야 합의로 전세사기특별법 처리
 
  ― 여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이런 입장이라면 희망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야당 시절에도 다수당이긴 마찬가지였는데 그때도 여야 합의를 이끌어냈죠.
 
  “22대 여야 합의 1호 법안이 제가 속한 국토교통위원회가 처리한 전세사기특별법입니다. 저는 국토위 야당 간사였는데요, 당시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여러 명 목숨을 버리는 상황이 벌어졌어요. 이건 다른 사기 사건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 점, 주거라는 헌법적 기본 권리를 침해당하는 심각한 범죄라는 점을 적극 반영해 법안을 마련했습니다. 이건 꼭 필요한 법안이라서 민주당 주도로 통과시켰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거예요.”
 

  ― 거부권 행사 후 해당 상임위 간사로서 어떻게 행동했는지요.
 
  “여당과 대통령이 왜 이렇게까지 나오는지 분석했습니다. 국가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에 ‘보상’이라는 단어는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었어요. 보상 범위와 규모도 이견이 있었고요. 정부·여당으로서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보상 대신 지원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기로 했습니다. 우리 원칙만 고수하다 결국 법을 만들 수 없게 되면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안 되잖아요. 즉시 보상이 아닌 10년에 걸친 주거 지원으로 정부의 재원 부담을 줄이겠다고 방향을 틀었더니 대화가 통하더라고요. 급물살을 타서 결국 법이 통과됐지요. 우리 원칙만 고수하기보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정부·여당을 설득하려 했습니다. 이 결과 국토부 장관과 대통령이 수용해서 전세사기특별법이 제정된 거죠.”
 
  ― 민생 법안에 대해서는 여야 합의가 가능했군요. 민주당 내에서는 밀어붙여야 한다고 하지 않던가요.
 
  “사실 제가 법이 중요하고 피해자가 중요하지 우리 입장이 중요하냐라고 주장했어요. 새 법이 애초 우리가 바랐던 범위까지 모두 포함시키지 못할 수는 있겠지만 일단 법적인 테두리를 만들고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요. 피해자들을 계속 접촉하면서 이런 점에 대해 설득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여당 간사도 합리적인 분이었고 이런 여러 상황이 맞물려서 22대 국회 여야 합의 1호 법안이 나온 겁니다.”
 
  문 의원의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강성 친명’과는 거리가 있는 합리주의자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의 합리주의와 원만한 성격을 고려해 당에서 대야 최전방 직책인 운영수석부대표를 맡겼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대통령, ‘정치가 이런 식이어서는 안 된다’”
 
2025년 7월 8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한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왼쪽 두 번째). 사진=조선DB
  ― 앞으로도 국민의힘과 대화를 잘 해나갈 자신이 있습니까.
 
  “대화의 가장 큰 원칙은 헌법이죠. 헌법 질서 속에서 상대를 인정하고 대화하고 타협하면 됩니다. 그런데 그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대화가 안 되는 거고요. 저희는 합의를 하고 싶고 대안을 달라고 하는데 공부를 안 해오고 다른 소리를 하는 일이 많아요. 충분히 공부하고 합리적인 안을 제시하면 당연히 협의를 할 겁니다.”
 
  ― 21대와 22대 모두 민주당이 절대다수이다 보니 국민 입장에서는 대화와 합의를 하는 모습을 잘 볼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21대 대선 전) 야당은 숫자로 밀어붙이고, 여당은 계속 거부권을 행사하고요.
 
  “어느 쪽에 책임이 있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요, 숫자가 문제가 아니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는 언행을 수시로 하면 대화가 안 되는 건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대화를 하려 해도 안 됐어요. 우리 입장에서도 마지막까지 대화를 하는 노력을 했어야 하는데 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 이재명 대통령은 정권을 잡은 후 협치(協治)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도 사실 대결 정치의 희생양이잖아요. 3년 동안 얼마나 힘들었습니까. 대통령도 ‘정치가 이런 식이어서는 안 된다, 정치라는 게 국민의 삶을 챙기고 나라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지 그런 본분은 다하지 못하고 맨날 싸우고 대립하는 정치는 이제 벗어나야 된다’고 늘 얘기합니다. 지금 그렇게 하고 있고요.”
 
  ― 더불어민주당이 8월 2일 전당대회를 열고 당대표를 선출합니다. 새로운 리더십이 등장하면 민주당에 변화가 있을까요.
 
  “누구든 잘하실 겁니다. 문제는 카운터파트죠. 저쪽(국민의힘) 당내 사정이 녹록지 않아요.”
 
 
  “국힘, 강성 지지자만 보고 가는 것 같아”
 
  ― 국민의힘은 8월 중 전당대회를 할 예정인데, 아직 유력한 주자와 지도 체제 윤곽이 안 보이죠.
 
  “사실 지금이 더 힘들죠. 당 체제가 정비된 상태라면 우리도 대화하기 수월할 텐데 아니잖아요. 강성 친윤이 당을 장악하고 있고, 합리적이고 중도적인 사람들은 발언을 할 수 없는 환경입니다.”
 
  ― 원내운영수석부대표로 수시로 야당과 대화하고 있는데요, 여당이 체감하는 야당 상황은 어떻습니까.
 
  “야당도 우리와 유연하게 대화를 하고 싶어 하는 모습은 보여요. 하지만 당내 상황이 문제라고 봅니다. 우리는 의원들이 원내 지도부에 협상 권한과 자율성을 주는 편이죠. 하지만 야당은 그럴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대여 협상에서 뭔가 성과를 가져가야 당 주류에 할 말이 있을 것 아니에요. 우리도 그들 입장을 이해하는 편이지만 언제까지나 그럴 수는 없어요.”
 
 
  “박 전 대통령 탄핵 때는 참회하고 분당되고 그랬잖아요”
 
  ― 경쟁자가 건강해야 상생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보수에 조언을 한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합리적인 세력이 당을 주도하면 지금 같은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당 출신 대통령의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했던 당이잖아요. 그런데 탄핵이 됐으니 이제 그 당론은 폐기하는 게 맞습니다. 당론을 철회하고 국민에게 사죄하는 절차가 필요하죠. 그런데 제가 물어보니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라는 대답이 돌아와요. 정치는 명분이 제일 중요한데 그 명분조차 가져가지 못하고 있어요. 사실 대선에서 진 사실만으로도 지지자들에게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 강성 지지자들만 보고 가는 것 같아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됐지만 다시 정권을 잡았기 때문에 보수는 괴멸되지 않는다, 핵심 코어가 무너지지 않으면 다시 정권을 가져올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 탄핵당하고 대선 패배한 당의 모습이 아니에요. 박 전 대통령 탄핵 때는 참회하고 분당(分黨)되고 그랬잖아요. 지금은 그런 모습도 없어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친윤 세력이 좀 자중하고 합리적인 세력이 당을 추스르게 해줘야 하지 않습니까. 과거 그들을 지탱하던 보수 언론 말도 안 듣는 것 같아요. 요즘 만난 정치인들과 언론인들이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 3개 특검이 진행 중입니다. 당분간 야권은 힘들겠지요.
 
  “야당 의원 중 특검 사건과 연루된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야당 내부에서도 걱정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이재명 대통령 때는 국민의힘 의원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다 같이 포기한다고, 우리도 포기하라고 하지 않았나요? 그런데 이제 와서 자당 의원들을 보호하겠다고 임시국회 계속 소집하려 합니다. 창피하지 않은가요.”
 
  ―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검찰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검찰 개혁의 로드맵을 간단히 설명해 주신다면.
 
  “검찰 개혁은 우리 (여당) 1기 원내지도부에서 마무리한다는 계획입니다. 1년 임기 동안 권력기관을 국민에게 봉사하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고요. 검찰 개혁 법안은 마련됐으니 조만간 통과시키려 합니다. 검찰과 함께 1순위 권력기관 개혁 대상은 방송입니다. 공영방송을 국민에게 돌려주고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게 1기 지도부의 미션이라 생각해요. 방송 3법도 조만간 통과될 겁니다.”
 
 
  “원래 민방(民放)까지 개혁하려 했지만”
 
  ― 권력기관인 방송이란 KBS를 말하는 거죠?
 
  “네. 공영방송에 대통령이 원하는 사람을 심는 그런 일은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게 저희 생각입니다. 방송 3법이 통과되면 방통위원장도 자연스럽게 교체될 것이고 추후 법과 제도로 방송 개혁을 해나갈 겁니다. 원래 민방(民放)까지 개혁하려 했지만 법적으로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해서 보도채널만 개혁할 생각입니다.”
 
  ― 야당과 합의가 가능할까요.
 
  “논의는 계속할 겁니다. 일부 이슈는 합의하기로 했고 전문가 의견과 공청회 결과 등을 충분히 반영하려 하는데 계속 반대하면 어렵죠.”
 
  ― 지금 야당은 패배주의에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공부가 안 돼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대통령이 방송사 사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한, 즉 기득권을 내려놓는 거예요. 또 방송이 21세기에 맞춰 투명하게 객관성을 확보하자는 거죠. 그런데 방송법이 복잡하니까 공부하지도 않고 반대부터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기업인 출신이라 경영권과 인사권에 대해 철학이 있지 않습니까.
 
  “저도 경영권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경영권은 지키면서 경영은 누가 봐도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해야 해요. 기업인의 사명이 뭡니까. 돈 한 푼에 연연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목표와 의지를 달성하는 게 기쁨이에요. 그러니 기업인에게 투명성을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재명 대통령 얘기로 넘어가 볼까요. 7월 현재 여론조사 지지율이 60%가 넘어갈 정도로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대통령과는 개인적 친분이 있죠?
 
  “대학 동문으로 대학 시절부터 알고 지냈고, 제가 정계에 입문해 경기도로 갔을 때 이 대통령 또한 거기서 시민운동을 했던 터라 인연이 있죠. 어릴 때 집안이 어려웠고 일찌감치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는 공통점도 있어서 서로를 잘 이해하는 사이입니다.”
 
  ― 이 대통령의 정치 철학을 잘 이해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아주 강한 철학과 소신이 있어요. 정치가 국민의 삶을 책임지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용주의도 강하고요. 또 한 가지 특징은 갈등을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에요. 최대한 갈등의 요소를 만들지 않으려 합니다. 법안을 만들 때 여야가 충분히 대화하고 갈등 요소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게 중요하다는 강한 신념이 있어요.”
 
  ― 전술한 ‘대결 정치의 희생양’이었던 만큼 그동안의 일을 바로잡겠다고 하지 않겠습니까. 갈등을 피할 수 없는 상황 아닐까요.
 
  “3년 동안 대치하다 이제 대화를 복원하려 하니 우리도 어색함이 있고 익숙하지 않을 수밖에요. 지지자들도 하루아침에 확 변할 수는 없잖아요. 지금부터 대화의 문을 열어나가야지요.”
 
  ― 이 대통령의 강성 지지자들은 불만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당연해요. 다만 지지자들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닙니다. 몇 년을 대치해 왔는데요. 시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야당과의 대화와 협치에 대해 이 대통령 강성 지지자들은 부정적이지 않나요.
 
  “사실 자신이 야당 지지자가 아닌 여당 지지자가 됐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긴 합니다. 내란 종식이 되지 않았다고 느끼고 있으니까 더 강하게 드라이브 걸어주길 바라고 있는 거죠. 하지만 내란 종식은 법과 제도로 해결할 일인 만큼 민주당이 국회에서 법적으로 해결할 것이고 대통령은 민생과 경제성장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봐요.”
 
 
  “개인적으로 본 이재명은…”
 
  문 의원이 정치에 입문한 계기는 이 대통령과는 관계가 없다. 그는 폐기물처리업체 등을 운영하다 사업이 궤도에 오르자 지역 활동에 나섰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충남시민캠프 대표로 정치권에 발을 들였고, 이후 2017년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 참여한 후 2018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양승조 충남지사의 비서실장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들었다. 이 대통령과는 대학 시절 친분을 계기로 그가 경기도로 생활 터전을 옮긴 후 지역의 기업인(문진석)과 시민운동가(이재명)로서 친분을 유지했다. 이후 2020년 21대 총선에서 당선된 문 의원은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돕기 시작했다.
 
  《월간조선》은 2025년 7월호 특집 〈이재명의 사람들〉에서 문 의원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이 대통령과는 대학 시절부터 친분이 있었고 졸업 후 다른 길을 갔지만 2020년 문 의원이 초선 국회의원이 되고 경기도지사 시절 이 대통령이 공직선거법 관련 재판을 받던 즈음 다시 만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가난한 어린 시절과 성공한 현실이라는 공통점에 공감하며 성공한 후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겠다는 마음가짐이 같다는 점에 의기투합했다. 또 이 대통령의 정치적 가능성을 알아본 문 의원은 이른바 ‘7인회’의 일원으로 이 대통령의 정치적 후원자가 됐다. 어린 시절 공장에 나가야 했을 정도로 어려운 생활을 하며 친구가 많지 않았던 이 대통령에게 소중한 동문 친구로서 격의 없이 조언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7인회 멤버들이 모임에 대해 직접 이야기한 적은 거의 없는데요, 어떤 모임입니까.
 
  “7인회라는 명칭을 갖고 모인 건 아니고 가끔 만나면서 정치를 얘기하고 지난 삶에 대해 얘기하곤 하는 모임이죠. 특히 저는 (이 대통령과) 비슷한 길을 걸어왔잖아요. 어렵고 힘든 삶을 살면서 느꼈던 감정이 비슷하더라고요. (이 대통령이) 무슨 얘기를 하든 제가 100% 공감을 합니다.”
 
 
  “이재명, 무너지지 않는 사람”
 
  ― 과거 민주당에서 이 대통령은 주류가 아니었죠.
 
  “제가 국회에 와 보니까 ‘듣보잡’이더라고요. (민주당 의원들이) 다들 잘 살아온 분들이고, 저도 대학 시절 학생운동을 했지만 지금도 그런 의식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대통령과 얘기가 더 잘 통했을 수도 있죠.”
 
  ― 개인적으로 본 이재명 대통령은 어떤 사람인가요.
 
  “멘털이 정말 강한 사람이고요,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고, 스위치(switch·전환)가 잘 되는 사람입니다.”
 
  ― 스위치가 무슨 뜻인지 설명해 주신다면요.
 
  “마음의 전환이 잘 된다는 건데,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면 집착하지 않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하겠다’는 거죠. 보통 사람은 뭔가 바꾸려 할 때 미련이 남고 서운함도 있고 그렇잖아요. 하지만 그런 걸 잘 대응하는 것 같아요. 정치인의 사이즈는 전환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 사실 민주당이라는 거대 정당이 이른바 ‘이재명 일극 체제’로 일사불란하게 돌아간다는 사실이 정치권을 오래 보아온 기자로서는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와 당대표 등을 지내는 동안 우여곡절도 많았고요.
 
  “심리적으로 (이 대통령에게) 제압(制壓)이 됐다고 봐요.”
 
  ― 정치인들이 제압당할 만한 이 대통령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비난을 많이 받아온 정치인이잖아요. 하지만 그런 비난을 대하는 태도가 인상적입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것 아니냐’고 합니다. 갈등을 야기하는 걸 정말 싫어해요. 원칙을 고수하는 데는 강한 의지가 있지만 갈등은 가급적 일으키지 않고 싶어 합니다.”
 
  ― 원칙은 고수하고 갈등은 피하는 비법이 있습니까.
 
  “비난에 대처를 하지 않아요. 즉 스위치가 잘 된다는 겁니다.”
 
 
  “이 대통령, ‘선거 조직이 나눠 먹기 시작하면 안 된다’”
 
2025년 6월 24일 우원식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지도부가 회동을 가졌다. 왼쪽 두 번째가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사진=조선DB
  ― 사법 리스크 관련 비난과 비판에 본인은 일부러 외면하고 민주당은 온 힘을 다해 방어해 주는 걸로 보이긴 했는데요.
 
  “사법 리스크라는 게 언론과 검찰이 만들어낸 용어 아닙니까. 실제로 사법 리스크가 있었다면 총선에서, 대선에서 이길 수 있었을까요? 언론이야 검찰이 막 던지니까 쓸 수밖에 없었고요.”
 
  ― 향후 당대표가 박찬대-정청래 의원 중 한 명이 될 텐데 새 지도부 출범 후 민주당이 계속, 혹은 더 강성으로 가지 않을까요? 원내 여야 관계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변화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변화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아무래도 당 지도부에서 방향을 결정하게 될 테니까요. 원내 지도부의 어깨도 무거울 겁니다.”
 
  한편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 더불어민주당 사이에 슬슬 균열의 조짐이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야당 시절엔 정권 창출에 대한 강력한 의지로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인 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했지만, 정권을 잡은 후엔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한 달이 넘어가면서 정책, 인사 등과 관련해 대통령실과 민주당의 엇박자가 수차례 논란이 되기도 했다.
 
  ― 대통령실과 민주당이 이견을 보이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오광수 전 민정수석 임명이라든가, 6·27 대출규제 부동산 정책 발표 등 말이죠.
 
  “대통령실이 아직 완전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고 상층부만으로 끌어가고 있다 보니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무위원도 전 정부 사람들과 동거하고 있잖아요. 그런데도 이 정도 성과를 내는 건 대단한 리더십 아니겠어요.”
 
  ― 그런데 왜 조각(組閣)을 빨리 하지 않았나요? 대선에서 섀도 캐비닛을 구성하는 것은 정치인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당선이 거의 확실시되기도 했고요.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죠. 하지만 후보(이재명 대통령)가 그런 얘기를 일절 못 하게 했습니다. 그런 얘기 하면 혼을 내면서 그렇게 하면 잘못된다고 했어요. 선거 조직이 나눠 먹기 시작하면 안 된다고요. 또 그렇게 결정해 놓으면 소외된 사람들은 어떻겠어요? 조직 내 갈등만 생기지 득이 없다는 거예요. 본인이 경기도라는 큰 조직의 행정을 해봤잖아요. 그래서 행정에 대해서는 담당자가 누구건 자신이 있었던 겁니다. 어려운 경제 살리는 게 우선이지 정부 조직이 갖춰진 상태에서 누구랑 일하느냐는 사소한 문제라는 거예요.”
 
 
  “면전에서 싫은 소리 하면 듣겠어요?”
 
문진석 의원은 2020년 21대 총선에서 충남 천안갑에 출마해 당선됐고, 22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사진=뉴시스
  ― 그렇다면 민주당에서도 대통령을 향한 불만이 있을 수 있고, 대통령도 여당을 향한 섭섭함이 있을 수 있지 않습니까.
 
  “대통령이 이런 얘길 했어요. 국가에 돈이 진짜 없더라고, 앞으로 정치하는 데 애로사항이 있을 것 같다고요. 그런데 국회에서는 자꾸 돈 들어가는 법을 만들고 밀어붙인다는 거죠. 빚내서 할 수도 없는 거고. 하지만 정무수석(우상호 의원)이 4선의 노련한 정치인이니 해결해 나갈 겁니다.”
 
  ― 야당 시절에도 원내부대표를 했고, 지금 여당 원내부대표 생활은 어떤가요.
 
  “좋아요. 정치를 하는 이유는 현실 비판도 있지만 세상을 진보시키는 목표라는 게 있잖아요. 야당은 비판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여당은 세상을 조금이라도 진보시킬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어렵고 힘들지만 재미있게 일하고 있어요.”
 
  ― 문재인 정부 때도 여당 의원이었는데요.
 
  “그땐 제가 초선이었고 초선에겐 발언권이 없었어요. 지금은 초선들이 제일 활발하고 목소리 크게 내잖아요. 당 주류가 달라지면서 분위기도 바뀐 것 같습니다. 대통령이 국정을 완전히 꿰뚫고 있는 데다 국회에서 누가 뭘 하는지도 다 알아요. 당 분위기도 바뀌었고 세상도 바뀐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아부나 아첨을 할 줄 모르는 사람
 
  ―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싫은 소리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던데, 맞나요.
 
  “나보다 높은 사람에게는 싫은 소리를 하기보다는 그 사람이 얘기를 들을 상황을 만드는 게 중요해요. 면전에서 싫은 소리 하면 듣겠어요? 누구라도 ‘당신이 한 일은 잘못됐습니다’라고 하면 들을 사람이 없을 겁니다. 역효과만 나죠. 일단 누구라도 지도자의 자리에 앉으면 도그마에 빠질 수밖에 없어요. 그걸 깨려 할 게 아니라 현명한 방법을 찾아야죠. 마음을 열게 하는 얘기를 하고 진언을 하는 게 효과적이지 않겠습니까. 저는 천성적으로 아부나 아첨을 할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오히려 이런 점이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봐요.”
 
  문 의원은 애초 잡았던 인터뷰 시간을 훌쩍 넘기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들려주었고, 커뮤니케이션의 전문가라는 느낌을 받았다. 수년간 싸움판이 벌어지던 국회에 일말의 희망이 피어났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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