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백선엽 장군’ 영화 만든 권순도 감독

백선엽 장군, 아버지와 같은 동네 살아… 2003년부터 촬영 시작

  • 글 : 백재호 월간조선 기자  1ooho@chosun.com
글자 크기 조정
  • 스크랩
  • 본문 음성 듣기
  • 글자 크기 조정
URL이 성공적으로 복사되었습니다.
⊙ “영화가 아직 어렵지만 백 장군이 어떤 분인지는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아”(영화관 찾은 초등학생)
⊙ “백 장군에게서 우크라이나의 자유와 영토 지킨 전쟁영웅 올렉사 드뷔시 보여”(우크라이나인 나스탸씨)
⊙ “이제는 6·25 전쟁 생존자 찾기도 어려워… 기록으로 가치 크다”(권순도 감독)
백선엽 장군 역을 맡은 신유환 배우(왼쪽)와 권순도 감독이 영화 시사회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백재호
5월 31일 6·25 전쟁 당시 백선엽(白善燁·1920~2020년) 장군의 활약상을 다룬 영화 〈승리의 시작〉 시사회에 참석했다. 140석 규모의 좌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백선엽 장군의 활약상에 박수를 치다가도 당시 참전용사들의 처절한 증언에는 크게 한숨을 쉬고 눈물을 닦았다. 영화가 끝나도 관객들은 퇴장하지 않고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관객들은 영화를 만든 권순도 감독과 기념촬영을 하며 “참 큰일 하셨다” “차기작도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백선엽 장군 역을 맡은 배우 신유환(申有桓·38)씨는 6·25 전쟁 당시를 재연한 군복을 입고 나타나 관객들의 큰 응원과 환호를 받았다.
 
 
  남녀노소부터 외국인까지 관람
 
우크라이나에서 한국으로 이민 온 나스탸씨(맨 왼쪽)와 그녀의 어머니 타냐씨, 나스탸씨의 남동생인 스비아트씨(맨 오른쪽)는 〈승리의 시작〉을 보고 “우크라이나 전쟁영웅인 올렉사 드뷔시가 떠오른다”고 했다. 사진=백재호
  기자와 함께 영화를 본 권경조(權景兆·72)씨는 “백선엽 장군을 실제로 본 적이 있는데 얼굴만 봐도 크나큰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해병 255기 출신이라는 그는 “백선엽 장군은 출신 군(軍)과 상관없이 참 존경받아 마땅한 분”이라면서 “백 장군 같은 분이 또 나타나길 바란다”고 했다.
 
  관람객 다수는 노년층이었는데, 일부 관객은 가족과 함께 시사회장을 찾았다. 한 가족은 기자에게 “역사를 알아야 세상을 안다”며 “대한민국의 호국영웅을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바로 아는 것”이라 강조했다. 아버지와 시사회를 찾은 한 초등학생(11)은 “영화가 아직 어렵지만 백선엽 장군이 어떤 분인지는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영화를 보면서 앞으로 역사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많은 관람객 중 기자의 이목을 끈 관람객은 우크라이나에서 온 이민 가족이었다. 타냐(45)씨는 “5년 전부터 한국에 정착해 살고 있다”며 “백선엽 장군을 잘 몰랐지만 관심이 생겨 시사회에 참석하게 됐다”고 했다. 이에 “영화를 보고 연상되는 우크라이나 영웅이 있는지” 물었다. 타냐씨의 딸인 나스탸(16)씨는 “우크라이나 전쟁영웅인 올렉사 드뷔시(Oleksa Dovbush)가 엿보였다”며 “불의(不義)에 굴복하지 않고 국민을 사랑하는 정신으로 우크라이나의 자유와 영토를 지켰다는 점에서 백선엽 장군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기자가 “(영화를 보고) 우크라이나 상황과 다소 겹치는 모습도 있을 것 같다”라고 하자 타냐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 하루빨리 (우크라이나) 상황이 안정되기를 항상 바라고 있다. 곧 나아질 것이다.”
 
  호주 그리피스대학 영화제작학과를 졸업한 권순도(權純道·47) 감독은 전작(前作)으로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룬 〈기적의 시작〉(2023)을 연출한 감독이기도 하다. 그는 “(백선엽 장군을 다룬 영화 제작의) 시작 자체는 2003년부터다”라고 했다.
 
 
  2003년에 첫 촬영… 아버지가 인연
 
지난 2003년 광복절 하루 전날, 권순도 감독(맨 왼쪽)은 아버지인 권주혁 교수(맨 오른쪽)에게 백선엽 장군(가운데)을 소개받았다. 사진=권순도
  그가 백선엽 장군 영화를 만드는 데는 권 감독의 아버지인 권주혁(權主赫·74) 교수와 백선엽 장군의 특별한 인연이 크게 작용했다. 권 교수는 경기대학교 국제정치학 박사로 육군 군사연구소 연구위원(2009~2011), 강원대학교 초빙교수(2011~2013)와 전북대학교 초빙교수(2016~2019)로 근무했다. 또 《어뢰정에서 백악관으로》 등 군사 관련 서적 12권을 집필한 군사학 전문가이다.
 
  권 교수와 백선엽 장군은 같은 동네의 이웃이었다. 권 교수는 아들인 권 감독을 백 장군에게 소개했고 그는 백 장군을 처음 만난 지난 2003년부터 영상으로 백 장군을 틈틈이 기록해 왔다고 한다. 이러던 중 작년 3월 ‘백선엽 장군 기념사업회’에서 영화 제작 제안을 했고 마침내 〈승리의 시작〉을 만들게 된 것이다.
 
  ― 기간만 보면 22년이나 걸린 셈이네요.
 
  “취재는 2009년과 2010년에 집중적으로 했습니다. 백 장군의 모습을 많이 담으려 했는데 러닝타임상 담지 못한 자료가 더 많죠. 참 아쉽습니다. 재연(再演) 장면의 경우 2010년에 찍었습니다. 일부 추가 촬영은 작년에도 진행했고요. 모 드라마 제작팀이 제작한 세트장을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권 감독은 “백 장군 취재 때 6·25 전쟁 당시 그가 이끈 1사단의 경례 구호를 묻지 못한 점이 참 아쉽다”며 “사소한 요소지만 아차 싶었다. 영화 제작 내내 세밀한 부분까지 고증하려 욕심을 많이 냈다”고 했다. 또 권 감독은 남겨진 백선엽 장군의 사진을 보며 “군복이 다소 초라하게 느껴져 마음이 아팠다. 대한민국의 영웅을 강하게 표현하고 싶었다”며 “백 장군의 권위와 위엄을 연출하고자 ‘딱 한 장면’ 전투복의 일부 고증을 ‘영화적으로 표현’한 장면이 있다”고 말했다.
 
  〈승리의 시작〉에는 백 장군뿐만 아니라 권영해(權寧海·87) 전 국방부 장관, 김재창(金在昌·85)·김병관(金秉寬·76)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실제 6·25 전쟁에 참전한 김국주(金國柱·1924~2021년) 예비역 육군 소장 등 수많은 이의 증언이 가득하다. 권 감독은 “증언해 주신 분들이 지금은 대부분 돌아가셔서 이제는 관련 영화를 다시 만들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이 영화는 기록으로서의 가치도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평도 포격전’ 다룬 영화 연출 희망
 
  권순도 감독은 “생전에 백선엽 장군께 장군님의 활약을 다룬 영화를 만들겠다 말한 적이 있는데, 당시 백 장군님이 겉으로는 덤덤해하면서도 추측이지만 속으로는 꽤 기뻐하시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후 권 감독은 적합한 배우 섭외를 위해 50번 이상의 공고를 냈다. “관객이 봤을 때 백선엽 장군과 같은 인상을 줬으면 했다”는 이유에서다. 영화를 관람한 일부 관객은 백선엽 장군 역의 신유환 배우를 보며 “백 장군과 참 많이 닮았다. 백 장군이 직접 만났다면 정말 신기해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승리의 시작〉에서는 백선엽 장군의 친일(親日) 행적 논란의 핵심인 ‘간도(間島)특설대’도 조명하며 잘못 알려진 사실 또한 꼼꼼하게 짚고 있다. 백 장군의 출생 시기, 백 장군이 간도특설대에서 실제 활동한 기간, 간도 주변에서 활동했던 우리 독립운동가들의 활동 시점을 비교하면서 백 장군의 과거 행적 문제를 교차 검증했다.
 

  권 감독은 “다음 작품으로 연평도 포격전을 다룬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승리의 시작〉은 6월 19일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씨네큐, 필름포럼 등 주요 영화관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15만 명이라고 한다.⊙
  • 스크랩
URL이 성공적으로 복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