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 정부가 손 떼자 성장… 민간 자본이 만든 서울의 ‘1극 체제’”
⊙ “1가구 1주택 제도가 서울 강남 1극 현상 심화시키고 부동산 시장 교란”
⊙ “학군을 중심으로 본다면 강남의 강점은 점점 약해질 것”
⊙ “부동산은 ‘면’이 아닌 ‘선’, 즉 교통망의 관점에서 봐야”
⊙ “제2의 강남은 없다, 다만 확장될 뿐… 판교·청주까지 퍼진 강남 라이프스타일”
⊙ “대통령 청와대 떠나는 것이 ‘역사 바로 세우기’ 첫걸음”
⊙ “1가구 1주택 제도가 서울 강남 1극 현상 심화시키고 부동산 시장 교란”
⊙ “학군을 중심으로 본다면 강남의 강점은 점점 약해질 것”
⊙ “부동산은 ‘면’이 아닌 ‘선’, 즉 교통망의 관점에서 봐야”
⊙ “제2의 강남은 없다, 다만 확장될 뿐… 판교·청주까지 퍼진 강남 라이프스타일”
⊙ “대통령 청와대 떠나는 것이 ‘역사 바로 세우기’ 첫걸음”

- 도시문헌학자 김시덕 교수. 전국 곳곳을 답하는 게 그의 일이다. 워킹화를 신고 다니는데, 대략 6개월에 한 번씩은 교체한다고 한다. 사진은 전남 함평의 한 마을에서. 사진=김시덕
탄생 배경부터 짚어 본다. 정부의 철저한 지원 아래 개발된 ‘완벽한 공간’일 것 같은 강남은 사실 실패한 정부 정책이 빚어낸 역설적인 성공 지역이다. 1963년 서울에 편입되기 전까지 강남은 경기도 광주군의 황무지에 가까운 농촌이었다. 1968년 들어 정부는 영동(永東)지구 개발을 시작했다. 현재 강남구와 서초구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당시 개발 목적은 북한의 남침에 대비 강북 인구를 분산하고, 강남 아파트를 통해 도심 방벽을 만들려는 구상이었다. 실제로 한강변 아파트 일부에는 벙커와 총안(銃眼·총을 쏠 수 있도록 뚫어 놓은 구멍)이 남아 있다.
1970년대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베트남전에서 미군이 철수하자 정부는 북한 위협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고 박정희 대통령은 수도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지금의 세종시로 수도를 옮기겠다는 ‘백지 계획’이었다. 이로 인해 강남 개발은 한동안 뒤로 밀렸다.
그러는 사이 민간이 달려들었다. 투자가 몰렸고 집값이 치솟았다. 정부는 잠실지구 등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추가 공급하는 방식으로 대응했지만, 공급은 투기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 정부 개입 때마다 투기와 가격 상승은 반복됐다. 북한의 위협을 의식한 정부가 서울 이남으로 눈길을 돌리자, 민간의 열망이 그 빈자리 강남에 뿌리 내리며 지금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연일 치솟는 강남 집값도 정부의 의도와는 다른 결과였던 셈이다. 도시문헌학자 김시덕(金時德·50) 교수(前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의 신간 《강남》에 따르면 그렇다.
책은 강남의 과거·현재·미래를 살피며 ‘행정의 연속성’을 강조한다. 한번 세운 국가 정책은 계속 이어진다는 뜻이다. 실제로 오늘날 강남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개발사업 중에는 1970년대에 연원을 둔 것들이 많다. 60여 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 ‘농촌 강남’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유다.
강남을 알아야 하는 이유
지난 5월 11일 만난 김시덕 교수는 “‘강남’을 한 문장으로 말하자면 ‘서울의 변경에서 시작해 한국의 중심이 된 땅’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했다.
― 강남이 민간 중심으로 일궈진 지역이었군요.
“국제 정세로 인해 1960년대 말부터 정부 주도로 개발되다가, 국제 정세가 변화하면서 1970년대 중반부터 정부의 관심에서 벗어난 거죠. 그 이후 강남 3구(區)의 발전과 오늘날의 ‘강남 1극(極)’은 정부의 관심이 서울 아래, 나아가 경기도 아래 지역으로 옮겨 간 뒤에 다양한 계급의 시민들이 모여들어 만들어 낸, 구조적이면서도 우연한 현상이에요. 만약 강남이 1960년대 말부터 변함없이 정부의 관심을 받아 정부 주도로 개발됐다면 지금의 과천이나 세종 같은, 상대적으로 부유하지만 다소 단조롭고 미래가 예측 가능한 도시가 됐을 겁니다.”
김 교수는 강남을 만든 핵심 요소로 ‘아파트, 산업, 교통’을 꼽았다. 하지만 한계도 뚜렷하다. 수해(水害)에 취약한 지형은 여전하고, 재건축·재개발 과정에서 비용 상승은 주민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 높은 집값에도 정비사업은 늘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이럼에도 강남은 단순한 ‘지역’을 넘어 도시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수변(水邊)공간과 복합쇼핑몰을 갖춘 아파트 단지는 신도시들의 모델이 됐다. 일산은 인공호수를 팠고, 김포는 농수로를 운하로 바꿨다. 세종도 이 양식을 따랐다. 김 교수는 “제2의 강남은 없다”면서 “대신 강남은 확장되고 있다”고 했다. 강남·서초에서 송파·강동으로 넓어졌고, 분당·판교를 지나 천안·아산·청주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 모두가 강남에 살지는 않지만, 다들 강남의 영향을 받고 있는 셈이다. 우리가 강남을 알아야 하는 이유다.
“강남, 살기보다 사기 좋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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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2년 8월 서울 강남구 일대 도로가 침수돼 차량이 잠긴 모습. 사진=뉴시스 |
“서울 강남은 지형적으로 풍수해에 취약하고, 특히 서초구와 강남구는 개발 초기에 언덕을 없애는 등의 기반 공사를 거의 하지 않은 바람에 살기에 좋지 않습니다. 1925년 을축(乙丑)년 대홍수를 비롯해서 각종 홍수 때 물에 잠겨 피해를 입은 지역은 쉽게 확인할 수 있어요. 이들 지역은 소양강댐 및 제방 건설 등 대규모 토목사업이 이뤄진 오늘날에도 기본적으로 여전히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봐야겠죠. 하지만 부동산은 심리이기 때문에, 현재는 한국의 부동산 시장에서 1극의 자리에 올라서 있어, 사기에는 좋은 겁니다.”
― ‘살기 좋은 곳’은 상대적인 것 아니겠습니까.
“물론 어릴 적부터 살아온 사람들은 강남도 고향으로서 살기 편하다고 느끼겠죠. 또 자가용만으로 이동하거나 집 밖으로 많이 나가지 않는 주상복합 거주민이라면 이런 부분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할 거고요. 게다가 한국 곳곳에 서울 강남보다 더 살기 좋지 않은 지역이 많기도 하죠. 제 기준에서 거주하기 좋은 곳을 상중하로 따진다면 서울 강남은 중(中)~중하(中下) 사이에 위치해요.”
―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사업’은 홍수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2023년 1월의 감사원 보고서 ‘광역교통망 구축 추진 실태’에 따르면 이 사업은 홍수에 따른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공기(工期)에 구애받지 않고 철저한 보강공사를 해서 예상되는 위협을 방지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또한 공사 기간 중 지반 침하 우려도 있다고 생각해, 개인적으로는 이 지역을 지날 때 조심하고 있습니다.”
“강남 1극 현상 오래 지속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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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 부동산은 침수와 싱크홀 문제에도 굳건하다. 사진은 지난 2015년 3월 강남구 봉은사와 종합운동장 사이 대로 한가운데 발생한 거대 싱크홀. 사진=뉴시스 |
“인프라를 지하화하면 처음에는 보기 좋겠지만, 결국은 지상에 설치하는 것보다 더욱 비싼 대가를 치르게 돼요. 물론 상하수도 시설 등은 지하화하는 것이 당연합니다만, 이 또한 한번 묻으면 끝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유지 보수를 해줘야 하죠. 정치인이나 행정가들은 무언가 신설하는 데는 관심이 있어도, 전임자들이 해놓은 인프라를 유지 보수하는 데는 관심이 없습니다. 이런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한국의 개발 초기인 1970년대부터 지하화해 놓은 인프라가 반세기 지나 문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생각해요. 강남에서 퇴적지형 성격이 강한 송파구의 북부, 그리고 강동구의 북부 지역은 이런 위험성이 더욱 크다고 봐야겠죠.”
― 강남과 ‘학군’과의 연관성은 지속될까요?
“고등교육(대학)을 겨냥한 시장은 자녀를 교육시켜서 부모 세대의 계급을 이어 가거나 더욱 상승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존재할 때 작동하는 거예요. 이런 의미에서 얼마 전까지는 좋은 학군과 학원가(街)가 강남 지역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데 이바지했죠. 하지만 사회가 안정되면서 계급 이동은 점점 어려워졌어요. 특히 차세대 성장 동력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에서는 계급 하락까지도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어서, 학군을 중심으로 본다면 강남의 강점은 점점 약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 침수와 싱크홀 문제에다 학군의 약화에도 불구하고 ‘강남 불패’라 보는 이유는 뭡니까?
“제가 얘기하는 강남 불패는 1980년대에 확립돼 지금에 이르고 있는, 국제 정세적 차원에서 우연히 발생했으며 되풀이되지 않을 현상입니다. 강남을 대체할 곳이 앞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강남 1극 현상이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뜻이에요.”
지난 2월 서울시는 강남구와 송파구를 토지거래 허가구역에서 제외했다가, 아파트 값이 급등하자 불과 한 달 만에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전체를 다시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묶었다. ‘강남 불패’라는 뿌리 깊은 믿음을 다시 한 번 공고히 해주는 사건이었다.
‘임장’ 잘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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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시덕 교수는 머릿돌 하나도 허투루 보지 않는다. 사진은 전남 강진에서 교명석(橋名石)을 들여다보는 모습. |
“강남 3구 가운데 송파구 북부를 가장 좋아합니다. 강남적 삶의 양식, 즉 택지개발지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 자연적 또는 인공적 수변공간, 복합쇼핑몰의 3박자가 처음 갖춰진 이 지역은 서초구나 강남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쾌적한 환경을 지니고 있죠. 재산 상승을 꾀한다면 반드시 송파구 북부가 정답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만, 지형적·지리적으로 쾌적한 환경을 찾는다면 송파구 북부가 현재로서는 가장 좋다고 느낍니다.”
― 평소 ‘확장 강남’ ‘대(大)서울권’이라는 용어를 쓰시더군요. 말 그대로 도시의 확장성을 표현한 건데,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한국 도시는 3개 메가시티와 6개의 소권역으로 집중될 거라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이 차원에서 보면 결국 대한민국은 전 지역이 발전한다는 얘깁니까?
“인구 감소와 함께 3개 메가시티로 인구와 인프라가 집중되고, 나머지 지역은 6대 소권을 중심으로 생활권은 공유하겠으나 인구나 산업적으로 큰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인구 감소와 대도시 집중 현상은 함께 일어납니다. 다만 대구·구미·김천 소권은 해당 지역의 노력에 따라 다소 다른 미래가 찾아올 수는 있다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러려면 우선 대구공항 이전(移轉) 문제부터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겠죠.”
― 또한 부동산을 ‘면(面)’이 아닌 ‘선(線)’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교통망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는 얘긴데, 사실 한국에서 이제 교통망이 뻗지 않은 곳은 잘 없지 않습니까. 어떻게 보면 잘 보는 겁니까?
“한국을 구석구석 다니다 보면 교통 인프라의 불평등함에 눈뜨게 될 겁니다. 자가용으로 다녀도 고속도로나 국도의 상황을 보면 지역적 편차를 확인할 수 있을 거고, 대중교통으로 다닌다면 더욱 그 불평등함이 피부에 와닿을 거라 생각합니다. 다양한 루트와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자주 곳곳을 다녀 보길 권합니다.”
― ‘임장(臨場·부동산 현장 발품)’ 잘하는 법은 뭘까요.
“한국 도시뿐 아니라 최근 택지 개발된 신도시가 아닌 도시는 전부 도보와 버스, 전철 사용을 전제로 만들어졌습니다. 심지어는 서울 강남도 마찬가지죠. 그렇기 때문에 걷거나 최소한 버스를 타야 공간 속의 요소들이 왜 이렇게 배치돼 있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부동산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그 근처를 걸어다니며 유동량이나 공기 질이나 소음도 체크하고, 그 근처의 식당이나 카페에 한동안 앉아서 지역 분위기도 살필 필요가 있어요. 상권 분석에서는 흔히 실천하는 방법이죠.”
“도시의 본질은 잘 안 바뀌어”
김 교수는 10대 시절 강남 3구에 두루 살아 봤다. 강남 개발이 한창이던 때였기에 도시의 변화가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도시’라는 평생의 연구 주제를 만났다. 고려대 일어일문학과 학부와 석사를 거쳐 일본의 국립 문헌학연구소인 국문학연구자료관(총합연구대학원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고려대 일본연구센터 HK연구교수와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HK교수를 지냈다. 2015년 세종도서로 선정된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그들이 본 임진왜란》 《교감·해설 징비록》 《일본인 이야기 1·2》 등의 책을 잇달아 펴냈다. 그러다가 ‘주류(主流)’의 역사가 아닌 서민들의 삶에 초점을 맞춰 서울이라는 도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한 ‘서울 선언’ 시리즈 《서울 선언》(2018 세종도서 선정) 《갈등 도시》(2020 세종도서 선정) 《대서울의 길》를 내면서 다시 언론과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문헌학자로 도시를 답사한 뒤 펴낸 책을 의외로 ‘부동산 참고서’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오직 이들을 위한 책을 쓰기로 했다. 2022년 출간한 《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가 시작이었다. 유튜브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 강남 3구 거주 경험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까?
“송파구와 서초구가 한창 오늘날과 같은 모습이 돼가던 1980~90년대, 그리고 강남구의 1기 아파트 단지들이 재건축되기 시작한 2010년대에 각각 살았어요. 그러다 보니 답사를 직업으로 삼겠다고 생각하기 전부터 도시의 탄생과 변화, 그리고 도시에 앞서 존재하던 농산어촌 시기의 땅의 모습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이런 경험이 있어서 답사를 직업으로 삼는다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고, 이 경험이 답사의 방법론을 만드는 데 계속해서 영향을 미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10대 시절 살 때와 비교해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고 유지되고 있는 모습이 있습니까?
“특히 10~20대에 살던 서초구 북부와 송파구 북부는 후에 아파트 단지별로 재건축이 상당히 이뤄졌어요. 하지만 길과 블록이 만들어 내는 공간 구조는 1970~80년대 그대로 남아 있어서, 그 길을 걷다 보면 예전의 기억과 현재의 경관을 이어 보는 게 가능합니다. 또한 서초구의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건물이나 송파구의 잠실주공 5단지는 아직 제가 기억하는 건물 그대로 남아 있기도 하죠. 흔히 사람들은 도시가 빨리 바뀐다고 하지만 저는 반대로 도시가 바뀌는 속도는 느리고, 또 본질적인 부분에서는 잘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大選 부동산 공약 의미 없어”
― 대선 후보자들의 부동산 공약을 똑똑하게 따져보는 법이 있을까요?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는 공약이 의미가 없어요. 대선 뒤부터 2026년 3월의 지방선거 사이에 나타날 움직임이 중요합니다. 행정수도 세종의 건설을 둘러싼 갈등, 그리고 2차 공공기관 이전을 둘러싼 각 지자체들의 요구와 이에 대한 중앙 부처 및 중앙 정치권의 대응이 관전 포인트예요.”
― 만일 본인이 후보자 신분이라면 어떤 공약을 가장 먼저 내걸겠습니까?
“행정수도로서 세종의 완성을 가장 먼저 내걸겠습니다. 그래야 한국의 어디에 살든 2~3시간만 투자하면 세종에서 풍부한 인프라를 누릴 수 있으니까요. 서울은 한국의 서북쪽에 치우쳐 있기 때문에 거주 지역에 따라 이동 시간에 편차가 크다는 불평등함을 시민들에게 강제하고 있어요.
또 2차로 이전될 공공기관 및 기왕에 1차로 이전한 공공기관을 3~5개 정도의 지역에 집중시키겠습니다. 기존 대도시와 인접한 입지에 말이죠. 그래야 혁신도시들이 지방 소멸을 막을 방파제로 기능할 수 있게 될 겁니다. 1차 공공기관 이전 때처럼 전국 곳곳의 황무지에 공공기관을 흩뿌려 놔서는 균형 발전을 이룰 수 없습니다.”
― 역대 대통령 중 누가 부동산 정책을 가장 잘했다고 평가합니까?
“가장 잘한 것보다, 가장 안타까운 정책을 들고 싶어요. 특정 대통령을 지목하고 싶지는 않지만, 1가구 1주택 제도는 문제가 많았습니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신화가 생겨나서 서울 강남의 1극 현상이 심화됐고, 수도권 외곽의 비주택 분야로 투기 세력들이 옮겨 다니는 바람에 전국의 부동산 시장이 크게 교란됐죠. 그 폐해는 생활형숙박시설 논란이나 지식산업센터 미분양 등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 대통령의 정책은 아니지만, 한때 서울시의 정책이던 아파트 35층 층고 제한도 세계적인 대도시인 서울의 발전 가능성을 억지로 꺾는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시문헌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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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 영동의 한 폐가에서 장지문에 발라진 식민지 시기의 고문서를 해독하고 있는 김시덕 교수. |
“한국은 현재로서 완성된 국가라는 것이 한국을 바라보는 제 관점입니다. 완성된 국가 한국에서 서울은 너무 서북쪽으로 치우쳐 있는데, 주요 기관이 전통적인 중심지인 한강 이북을 떠나면 안 된다는 기존 관념이 너무 강하다 보니 국가가 나서서 지역 불균형과 지역 소멸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해요. 한편 청와대 자리는 고려시대부터 남경에서 개성으로 향하는 요지였고, 식민지 시기 조선 총독의 관사 자리이기도 했죠. 이런 전통적인 이유에서 청와대가 현재의 자리에 들어선 것인데, 개성~서울 교통망이 의미 없게 된 현재는 청와대에 대통령이 있으면 안 된다고 봅니다. 더욱이 일본인 총독이 거주하던 땅에 한국인 대통령이 사는 것은 이제 그만두면 좋겠어요. 역사 바로 세우기를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대통령이 청와대를 완전히 떠나는 것이 역사 바로 세우기의 첫걸음이라고 믿습니다.”
― 도시문헌학자인데 요즘 부동산 투자 관련 질문을 더 많이 받겠습니다.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뭡니까?
“‘어디 살면 좋나요?’라는 질문이에요. 그런데 질문자 본인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보니, 결국 이 질문은 ‘어디 살면 집값이 올라서 구입가보다 비싼 가격으로 집을 팔고 옮겨 갈 수 있나’라는 내용이 돼버리죠. 여기에 저는 ‘그건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따로 있다’고 답변합니다. 인문학자로서 저는 시민 개개인이 각자의 좋고 싫어하는 부분을 깨닫고, 그런 개인적 취향을 존중해서 거주지를 선택하는 경우도 미래에는 늘어날 것이라고 말씀드리곤 하죠.”
― ‘집값’ 관련 질문을 받을 때 솔직히 심경이 어떻습니까? 도시문헌학자로서 정체성(正體性)이 퇴색될까 하는 우려는 없습니까?
“집은 개인의 일평생에서 가장 큰 재산일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궁금증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에 대해 솔직하게 의견을 주고받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죠. 이런 심리들이 모여서 도시를 만드는 것이므로, 그 심리까지도 관찰하는 게 저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도시를 관찰함으로써 이런 심리의 기원과 흐름을 들여다보는 사람이니, ‘어디 사면 얼마 오른다’라는 족집게 도사들과는 다른 성격의 정보를 확보합니다. 남들과 다른 삶을 살거나 남들과 다른 투자를 하고 싶은 분들은 저의 책과 방송과 강연을 참고하면 힌트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6개월에 한 번 워킹화 교체
― 어쩐지 《택리지(擇里志)》의 이중환(李重煥)이 떠오르는군요.
“그런 이야기를 흔히 들어요. 김정호(金正浩)와 비교하는 분들도 있더군요. 하지만 저는 한국 역사는 개항 때 한번 크게 단절됐다고 봐요. 따라서 전근대 인물들과 저의 작업은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고 여깁니다.”
― 답사는 얼마나 자주 떠나며, 답사지를 선정하는 기준은 뭡니까?
“워킹화를 신고 다니는데, 대략 6개월에 한 번씩은 교체하는 것 같습니다. ‘어디로 답사를 떠나야지’ 하고 계획을 세우는 경우도 있지만, 예를 들어 언론과의 인터뷰가 있어서 어느 장소에 가게 되면 인터뷰 전과 후에 그 지역을 답사하기 때문에, 언제든 답사할 준비가 돼있는 셈이에요.”
― 그간 가장 많이 들렀던 지역은 어딥니까? 또 제일 좋아하는 장소나, 혹은 여기는 정말 ‘명당’이구나 하고 느꼈던 곳이 있다면요.
“아무래도 서울·경기 지역이죠. 이 지역에 사니까요. 그 외에는 몇 년 전부터 대전을 많이 가고 있어요. 한국의 중앙에 위치해 있고, 근대 이후에 급격히 성장한 도시이다 보니 일종의 근대 실험실이라고 생각해서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부산, 김해, 창원 사이의 낙동강 삼각주 지역입니다. 100년 전 만들어진 간척지의 풍경 자체를 좋아하고, 그 땅에서 개발을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는 ‘갈등 도시’적 상황을 관찰하는 것이 흥미롭기도 해서예요. 명당 같은 풍수지리적 관점은 채용하지 않습니다.”
― 일산에 전세로 거주 중이라고요. 다녀 본 수많은 답사지 중 일산을 주거로 택한 이유가 있습니까?
“가족들이 정했습니다. 일산은 몇 년 단위로 거주하기에는 나쁘지 않은 곳이라 그 결정에 반대하지 않은 거죠.”
― 부동산 투자를 안 한다고 들었는데, 이유가 있습니까? 혹시 주식파라든가.
“경제적으로 보수적인 편이라, 자가(自家)를 보유하고 나서부터 투자를 하겠다는 입장이에요. 그런데 아직 자가가 없네요.”
“개개인이 사는 공간 기록해 두길”
― 마지막으로, 도시문헌학자로 살며 가장 큰 고민과 보람은 무엇이며, 사람들에게 어떠한 영향력을 끼치길 바라는지 궁금합니다.
“한국 시민 개개인이 자신이 사는 공간을 사진으로든 글로든 잘 기록해 두길 바랍니다. 그래야 ‘평민이나 노비 같은 피지배층은 기록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양반 같은 지배 집단 중심으로 역사를 연구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더 이상 듣지 않을 수 있게 될 겁니다. 이런 생각에 공감하는 시민이 늘어나서, 민족이나 국가 같은 거대담론이 아닌 자신이 사는 마을이나 도시에 관심을 갖는 시민들의 활동이 점점 늘어나게 된다면 기쁘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관심의 범위가 점점 넓어지다가 국가와 세계에 도달하는 것이 올바른 민주주의라고 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