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의도된 모호함’으로 전쟁에서 유리한 상황 조성 시도
⊙ 우크라이나는 北韓軍 정보 공개하며 러시아에 맞서 西方·韓 상대로 인지전
⊙ 구글 트렌드 분석, “북한군 관심도 늘면 전 세계적인 러·우전 관심도 또한 증가”
⊙ 대중의 관심 지속 시간은 48시간… 이후부턴 앞선 48시간 동안 접한 정보를 사실로 認識
⊙ 세계 각국 사관생도들, K-방산과 남북 대치 상황에 관심 보이며 질문
⊙ ‘한국형 인지전’ 연구 필요… 北, 南韓 지도부에 대한 不信 조장 認知戰 펼 수 있어
⊙ 우크라이나는 北韓軍 정보 공개하며 러시아에 맞서 西方·韓 상대로 인지전
⊙ 구글 트렌드 분석, “북한군 관심도 늘면 전 세계적인 러·우전 관심도 또한 증가”
⊙ 대중의 관심 지속 시간은 48시간… 이후부턴 앞선 48시간 동안 접한 정보를 사실로 認識
⊙ 세계 각국 사관생도들, K-방산과 남북 대치 상황에 관심 보이며 질문
⊙ ‘한국형 인지전’ 연구 필요… 北, 南韓 지도부에 대한 不信 조장 認知戰 펼 수 있어

- (왼쪽부터) 김상수 지도교수(육군 소령)와 임현균(4학년)·최혁준(3학년) 생도. 사진=조준우
이번 주제는 ‘VUCA(변동적인, 불확실한, 복잡한, 모호한) 세계의 인간 안보’였으며 ▲하이브리드전(Hybrid warfare) ▲아동과 전쟁(Children and war) ▲인간 안보 접근(Human security approaches) 등 세 가지 테마로 진행됐다.
포럼은 분야(테마)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학술 패널’과 각국 사관학교·군사학교 학생들이 참가하는 ‘포스터 경연대회’로 구성됐다. 학생들은 포스터 한 장에 연구 주제와 핵심 주장, 분석 결과를 시각적으로 요약해 발표했다.
하이브리드전 주제로 발표해 공동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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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사팀이 발표한 주제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나타나는 하이브리드 전쟁에서의 인지전 대응 전략’을 요약한 포스터. 사진=육사 |
이탈리아에서 ‘육사’를 알리고 온 지도교수와 참가 생도를 만났다. 2008년 육사를 졸업한 국어철학과 김상수(육사 64기) 교수는 2012년부터 육사에서 사관생도들에게 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샌타바버라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육사 대외협력실 해외협력장교를 겸하고 있다. 윤리, 인식론 분야 전문가이며 인지전(cognitive warfare)에 관심을 두고 있다.
김 교수는 “군인으로서도, 한 인간으로서도 모교(母校)에서 후배를 가르치는 일이 의미 있다고 생각해 교수가 됐다. 생도들이 쉽지 않은 사관학교 생활을 헤쳐가며 성과를 낼 때면 뿌듯하다”고 했다. 또 “내무 생활과 대학 생활을 겸하느라 항상 피곤할 텐데도 혹여 수업 시간에 졸지 않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수업을 듣는 성실한 모습을 볼 때면 뿌듯하고 보람도 느낀다”고 했다.
참가 생도는 임현균 생도(육사 82기, 4학년, 화학 전공, 1중대)와 최혁준 생도(83기, 3학년, 컴퓨터과학, 1중대)다. 임 생도는 아버지가 군인이다. 아버지는 임 생도에게 “육사에 가 군(軍)에 뼈를 묻어라”고 권했다고 한다. 이에 임 생도도 다양한 진로 중 사회에 공헌하는 일이 의미 있다고 생각해 육사를 택했다. 그는 “육사에 오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공부하는 똑똑한 군인’이 돼 국가에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1년 뒤에는 정보병과 장교로 임관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최 생도는 “평범한 대학 생활이 아닌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어 육사를 택했다”며 “사관학교에서 열심히 교육받고 국가에도 기여할 수 있는 군인이 되겠다”고 했다.
“교수-생도 한 팀으로 편성, 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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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수 교수. |
김상수 지도교수(이하 김): “학교가 국제 학술 대회에 교수와 생도를 한 팀으로 편성해 참가시킨 첫 사례였습니다. 영어 실력과 학술 역량, 학업 성취도를 바탕으로 우수한 생도를 선발했습니다.”
— 좋은 성적을 내리라 예상했습니까.
김: “우리 육사 생도들의 자질과 학교의 우수한 교육 시스템을 믿었기에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다’고는 생각해 왔습니다만, 세계 사관학교가 한자리에 모인 포럼에서 심사위원단에게 ‘매우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을 줄은 예상 못 했는데, 정말 기뻤습니다. 학교를 대표하여 국가 예산을 통해 참가한 만큼, 단순 참가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며 준비해 왔습니다. 그래야 다음에도 후배들이 참가할 수 있기 때문이죠.”
30개의 학교에서 참가했고 이 중 21개 사관·군사학교가 발표했다. 심사위원단 심사 결과 한국 육사팀은 상위 3등 안에 들어 공동 1위,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예산 때문에 육사팀 참가 인원은 3명이었다.
— 준비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습니까.
임현균 생도(이하 임): “지난해 말 포럼 참가자로 확정된 뒤, 올해 초부터 두 달간 밤을 지새우며 준비했습니다. 포럼에서 발표할 포스터는 여러 차례 검토를 받았고, 지도교수님께서 ‘좋다’며 최종 승인해 주셨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총 4~5회 정도 수정과 보완을 거쳤습니다.”
최혁준 생도(이하 최): “처음엔 ‘구글 트렌드(Google Trends)’를 활용해 상황을 분석하고 이를 ‘계량화·정량화하자’는 막연한 개념만 있었습니다. 머릿속에만 있던 아이디어를 임 생도, 지도교수님과 함께 구체화해 나갔고, 시행착오 끝에 유효한 분석 모델임을 입증했을 때 가장 보람을 느꼈습니다.”
‘안보 포럼 도시’ 팔레르모
— 참가 준비를 하며 강조한 내용이 있습니까.
김: “교수로서의 경험상, 짧은 시간 안에 청중에게 핵심을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전에 포스터 심사 요소를 확인한 뒤, 학술적 깊이를 유지하고 비전문가도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포스터 한 장에 핵심을 담을 수 있도록 지도했습니다.”
영문으로 만든 포스터에는 생포된 북한군 포로 사진과 최 생도가 고안해 낸 모델이 그래프로 표시돼 있었다. 내용은 다소 어려웠지만, 핵심을 강조한 구성 덕분에 포스터만 봐도 논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포스터 발표는 전시장에 포스터를 크게 붙여 놓으면 심사위원들이 돌아다니며 생도들에게 묻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여기에 다른 나라 사관생도들도 이것저것 물어왔는데 두 생도가 교대로 답했다.
— 포럼에서 인상 깊었던 점이 있습니까.
김: “포럼에 참가한 사관생도들은 군사적 지식과 식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보였고, 자신감도 넘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또 예산이 많이 드는 국제 행사를 이탈리아 팔레르모시(市), 이탈리아 육군, 민간단체 등이 힘을 모아 매년 개최한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중장기적으로 이탈리아의 군사·외교 역량을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팔레르모’ 하면 해외에선 ‘안보 포럼이 열리는 도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임: “외국 사관생도들은 ‘스몰 토크(small talk)’가 탁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국제 행사에서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들을 만날 기회가 있습니다. 이들은 항상 먼저 말을 걸어 궁금한 점을 직접 묻고, 자연스럽게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려고 했습니다. 적극적으로 배우고 참여하려는 모습이었습니다. 나토 회원국 소속 사관학교에서는 집단 안보 실현을 위해 다양한 교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는 이야기 또한 인상 깊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나토 참관국인데, 교류를 확대해 한국 사관학교도 다양한 경험을 하면 군사·외교적으로 우리나라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최: “루마니아에서 온 생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루마니아가 2026년부터 K-9 자주포를 도입하는데, 이 생도는 ‘포병 장교로 임관할 예정인데, 한국에서 K-9 운용 교육을 꼭 받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해외 사관생도들도 한국 방산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세계의 사관생도들, 남북 대치에 관심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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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공개한 자료.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줄을 서서 러시아 보급품을 받고 있다. 사진=우크라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 X 캡처 |
임: “북한에 대한 질문이 매우 많았습니다. ‘남과 북이 대치 중인데, 장교로 임관한 뒤 어떤 방식으로 북한에 대응하느냐’는 질문부터 ‘북한이라는 안보 위협에 대해 한국 국민들은 어떻게 인식하느냐’는 질문 등 한국 안보 상황에 대한 관심도 컸습니다.”
아시아에서 온 사관생도들이 궁금했는지 각국에서 온 사관생도와 군 관계자들은 두 생도에게 갖은 질문을 했다고 한다. 두 생도는 질문에 답하느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현지에서 보낸 나흘 중 3일은 밤 10~11시를 넘겨서야 숙소로 복귀했다. 다양한 관심에 응대해야 했던 두 생도는 그날 일정을 마치면 피곤한 나머지 기절하듯 옷을 그대로 입은 채로 잠에 들었다고 한다. 다음 날에는 아침 5~6시에 일어나 7시30분부터 일정을 소화했다. 현지에서 여가를 보낼 시간은 아예 없었다. 환승하는 로마 공항에서 서너 시간 둘러보며 시간을 보낸 게 ‘관광’이었다.
— 각국 안보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패널 토크는 어땠습니까.
최: “그간 공부해 오면서 국제 안보 현안에 대해 나름의 관점을 갖고 있었지만 현지 포럼에서 여러 의견과 논점을 직접 체험하며 다양한 시각, 해석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안보 문제에 대해 넓은 시각을 가질 기회였습니다.”
— 여러 테마 중 하이브리드전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김: “현재 유럽이나 미국 등 서방에서 인지전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단순히 ‘인지전’만을 다루기보단 한국 안보 상황에도 교훈을 얻을 수 있는 내용을 고민하던 중 ‘러시아가 북한을 어떻게 활용하는가’를 분석하면 학술적 가치와 실용적 가치를 모두 가질 수 있다고 봤습니다.”
정보·심리전과 인지전은 어떻게 다를까. 정보·심리전은 ‘무엇을 믿게 만들 것인가’에 집중한다면, 인지전은 ‘어떻게 생각하게 만들 것인가’를 겨냥한다. 서로 연관되면서도 목표와 범위,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인지전은 더 심층적이고 장기적인 차원이다. 상대방의 ‘지각, 신념, 감정, 판단체계’ 자체를 겨냥한다. NATO는 인지전을 “정보와 인식 영역에서 벌어지는 전쟁”이라고 정의하면서, 물리적 충돌이 아닌 인식과 사고 영역을 조작하는 방식에 초점을 둔다. 상대(적) 인구 전체의 감정과 신념, 행동 양식을 변화시키는 전략적 목표를 지향한다.
구글 트렌드로 여론 흐름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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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사팀(왼쪽 첫 번째 최혁준 생도, 세 번째 김상수 교수, 네 번째 임현균 생도)과 포럼 관계자. 사진=육사 |
구글 트렌드는 특정 검색어(키워드)에 대한 전 세계 사용자들의 검색 빈도를 시계열로 분석할 수 있는 공개 도구다. 사회적 관심도나 여론의 흐름에 대한 정량적 분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학술적 도구로서 활용 가치가 있다. 인지전 연구에서는 대중 인식 변화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 검색어나 관심도를 기반으로 접근하면 당초 의도치 않은 해석이나 분석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 않습니까. 이른바 ‘연관 검색어’에 따른 영향처럼요.
최: “맞습니다. 당초 관심을 둔 대상인 ‘북한’이나 ‘북한군’ 외에 ‘제3의 검색어’로 인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저희는 분석 단계에서 ‘쿠르스크 침공(Kursk invasion)’ ‘푸틴 요구(Putin’s demand)’ ‘트럼프 회담(Trump peace talk)’ 등과 같은 변수를 줄 수 있는 키워드는 배제하는 방식으로 분석했습니다. 북한, 북한군 참전이 가진 영향만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분석 모델을 고안했고, ‘북한에 대한 관심도 증가가 러·우 전쟁에 대한 관심도를 증가시킨다’는 결과를 도출해 냈습니다.”
— ‘북한, 북한군에 대한 검색 증가’는 북한군 투입에 따른 부수적인 결과, 즉 현상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러시아는 북한군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기를 의도한 겁니까.
최: “러시아가 북한군을 단지 인지전 수단으로만 활용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병력 부족 등 현실적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하이브리드전의 일환으로 인지전 차원에서도 북한을 이용했다고 봐야 합니다.”
임: “러시아는 전쟁 초기부터 인지전 전략을 활용해 왔습니다. 2024년 2월 전쟁이 발발하기 전부터도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도네츠크, 루한스크)이 러시아에 편입되기를 원한다’는 식의 여론전을 벌이며 자국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 했습니다. 지금도 북한군을 전선에 투입하면서 그 사실을 감추고 있는데, 이 역시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러시아의 의도가 인지전 차원에서 반영됐다고 봅니다.”
“48시간 동안 접한 정보, 그 이후에는 확신으로 바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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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 사관생도들과 각종 사안에 대해 소통하고 있는 모습. 사진=육사 |
최: “‘의도된 모호함(intentional ambiguity)’을 활용하는 겁니다. 저희가 발표한 포스터의 도식(圖式)을 보면, ‘의도된 모호함이 48시간 뒤에는 확신으로 바뀐다’고 밝혔습니다.”
러·우 전쟁에서 벌어지는 북한군에 대한 정보가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되면, 러시아가 북한군 투입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음에도 하루(24시간) 뒤에는 러·우 전쟁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증가하고 이 효과는 48시간 동안 지속된다는 의미다. 즉 러시아는 사실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 ‘의도된 모호함’을 바탕으로 전 세계를 상대로 일종의 여론전, 인지전을 편다는 의미다.
러시아가 북한군을 활용한 인지전으로는 ▲주의 분산과 전환(북한이라는 ‘예측 불가능한 국가’의 등장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폭) ▲우크라이나와 그 동맹국에 대한 심리적 압박과 피로감 유발 ▲국내 및 우호적 청중 안심시키기(러시아는 고립되지 않았다) ▲정보 모호성 조성 등이 있다.
— 의도된 모호함이 지속되는 시간은 얼마나 됩니까.
최: “사건이 발생하거나 정보가 공개된 직후인 24시간 동안은 관심도가 낮지만, 그 이후 관심이 급격히 상승해 48시간까지 최고 수준을 유지한 뒤 다시 감소합니다. 관심도가 상승하는 데까지 시간이 소요되는 이유는 대중에 정보가 유포되는 데까지 만 하루쯤 걸리기 때문입니다.”
— 48시간만 지속되는 겁니까.
최: “대중이 관심을 지속하는 시간이 48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관심이 줄어든 이후에는 앞선 48시간 동안 접한 정보나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인터넷에서 어떤 이슈가 생기면 오래가지 않고 곧 사그라드는 현상과 유사합니다. 러시아가 북한의 파병 여부, 전선 투입 여부를 밝히진 않았지만 이와 관련한 내용이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됨으로써 대중은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을 파병했고, 러시아가 북한군을 쿠르스크에 투입했다’고 믿게 됩니다.”
우크라이나의 認知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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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현균 생도. |
“인지전은 상대방의 인식을 변화시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상대방을 유도하는 게 핵심입니다.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부전승(不戰勝)과도 같습니다. 북한군을 활용해 물리적인 전투력을 일부 보강하는 것도 있지만,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전쟁이 고착화되자 러시아는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전달하기 위해 인지전 차원에서 활용하는 겁니다. 의도된 모호함을 바탕으로 48시간이라는 ‘골든 타임’을 이용해 자국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겁니다.”
— 러시아의 북한군 투입을 두고 서방은 부정적으로 바라봅니다. 러시아엔 득보다 실이 더 많은 것 아닙니까.
임: “서방의 관점에선 그렇습니다만 러·우 간 정전협정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러시아는 북한을 전략적인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기에 러시아가 북한을 전략적으로 잘 끌어들였다고 봅니다.”
— 북한군에서 포로가 많이 생겨나면 러시아에는 부정적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김: “북한군을 전쟁에 투입한다는 그 자체에 의미를 둘 겁니다. 북한군이 가진 사상적 투철함이나 전투력은 러시아에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러시아 입장에서 북한군은 전략적 목표 달성을 위한 인지전의 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 이에 맞서 우크라이나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임: “우크라이나는 외부 지원을 받기 위해 인지전을 펴고 있습니다. 북한군의 전장 투입 사실을 적극 활용하여 ‘서방, 특히 한국 등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가짜 정보, 48시간 이내에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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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혁준 생도. |
임: “앞서 ‘48시간 이내에 인지적 조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48시간 안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공신력 있는 기관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파악하고 검증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인지전이라는 새로운 전쟁 양상을 이해하려면 인문학, 사회과학, 과학기술 등 여러 분야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이는 학제 간 융합 교육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육사 교육의 강점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특정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학문을 균형 있게 배우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 북한은 이번 전쟁을 계기로 어떤 방식으로 인지전을 할 것 같습니까.
최: “북한이 과연 인지전으로 우리에게 피해를 줄 수 있을지에는 상당한 의문이 있습니다. 북한이 ‘북한군이 한국군보다 강하다’는 정보를 유포하더라도, 이를 실제로 믿는 한국 국민은 거의 없습니다. 저는 한국 지도층이나 한국군 지휘부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는 방식으로 인지전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대한민국 체제에 대한 비난과 비방으로 한국인의 심리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우리 정부의 일관된 대응 전략에 혼선을 끼치는 방식으로 인지전을 벌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北, 의도된 모호성으로 인지전 지속해
— 한국은 인지전에 대해 어떻게 대비하고 있습니까.
김: “‘한국형 인지전’에 대한 연구가 아직은 충분치 않은 걸로 알고 있어요. 인지전에 대한 학술적 수준의 연구는 2019년부터 조금씩 있었지만 육·해·공 전군(全軍)을 통합한 국방부 차원의 인지전 개념은 아직 없습니다. 한국형 인지전에 대한 고민과 연구가 필요합니다.”
김상수 교수는 인지전과 의도된 모호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의도된 모호성이 갖는 효과는 상당히 큽니다. 어떤 분야든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것이 가장 어렵죠. 특히 전쟁 수단에 대해 ‘내가 이만큼 갖고 있다’는 말과 ‘내가 얼마나 갖고 있을 거 같아? 아닐 거 같아?’라는 말은 전혀 다른 메시지를 줍니다. 상대가 위협적인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는 인식만으로도 대응하는 입장에서는 다양한 상상과 해석을 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며 일관된 대응을 내놓기 어려워집니다. 결국 국론이 분열되고 일관된 대응이 어려워져 국가 역량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
의도된 모호성은 사실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음으로써 상대에게 불확실성을 심는 전략입니다. 무기를 운용하는 것은 결국 인간인데, 인지전은 인간의 판단과 결심이라는 근원적인 영역에 의심을 불러일으켜 심리적 혼란을 유도합니다. 북한은 그동안 인지전이라는 용어를 명시적으로 사용하진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의도된 모호성을 바탕으로 인지전을 지속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인지전의 위험성과 은밀성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하며, 이에 대한 교육도 필요합니다. 인지전은 이미 진행 중이며, 앞으로 그 양상은 더욱 강도 높게 전개될 겁니다.”
— 진짜 정보(사실)와 AI 등을 활용한 가짜 정보를 구분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최: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추세를 볼 때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지 못하는 시점이 곧 올 겁니다. 공신력 있는 (정부) 기관이 가짜와 진짜를 구분하는 데 필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표 이루고 내 역량 보여주겠다’는 의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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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사생도들이 화랑의식을 하고 있다. 화랑의식은 생도들이 지난 한 주간의 생활을 반성하고 다음 한 주의 생활에 대한 결의를 새롭게 하는 의식행사다. 2주에 한 번씩 열리며 예복을 입고 분열 등을 하며 행진한다. |
김: “영어 실력은 기본이고, ‘목표를 이루고 내 역량을 보여주겠다’는 강한 의지가 필요합니다. 이번 포럼을 앞두고도 생도들이 새벽 2~3시까지 연구하며 준비했습니다.”
— 하고 싶은 말은요.
김: “이번에 발표한 내용이 우리 군과 사회에 공유돼 하이브리드전, 인지전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계기가 되길 희망합니다.”
임: “IFPSP는 평화를 위한 안보 포럼입니다. 사관생도들이 다양한 경험을 하며 평화로운 안보 환경을 구축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배려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최: “국제 무대를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학교장님과 교수부장님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