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고부터 대학 연구소까지, 과학 연구 선도하며 4차산업 성장 이끌어
⊙ 버려진 하수종말처리장의 변신… 세계적인 미술관 유치 추진, “한강 이남의 미술 명소로 만들겠다”
⊙ “성남시의료원, 가동률 20%에 年 400억 적자… 복지부, 민주당 눈치 보면서 서울대병원 위탁 허가 미뤄”
⊙ “보수 정당, 국민과 소통하는 법 몰라… ‘영남당’에 법조인 중심 인재 영입이 문제”
⊙ “국민의힘, 정권이 이렇게 됐는데 결기도 없어”
申相珍
1956년생. 서울대 의대 졸업 / 동양특수기공(OMC) 근무(위장 취업), 대한의사협회 회장, 17·18·19·20대 국회의원(성남시 중원구) 역임 / 現 성남시장
⊙ 버려진 하수종말처리장의 변신… 세계적인 미술관 유치 추진, “한강 이남의 미술 명소로 만들겠다”
⊙ “성남시의료원, 가동률 20%에 年 400억 적자… 복지부, 민주당 눈치 보면서 서울대병원 위탁 허가 미뤄”
⊙ “보수 정당, 국민과 소통하는 법 몰라… ‘영남당’에 법조인 중심 인재 영입이 문제”
⊙ “국민의힘, 정권이 이렇게 됐는데 결기도 없어”
申相珍
1956년생. 서울대 의대 졸업 / 동양특수기공(OMC) 근무(위장 취업), 대한의사협회 회장, 17·18·19·20대 국회의원(성남시 중원구) 역임 / 現 성남시장

- 사진=조준우
2025년 이곳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도시로 변모했다. 경기도 성남(城南)시 얘기다.
변화의 선봉장(先鋒將)은 신상진(申相珍·69) 시장. 지난 3월 27일은 그가 성남시장직에 취임한 지 1000일이 되는 날이었다. 1000일 동안 성남엔 여러 변화가 있었다. 과학고가 들어섰고(2027년 개교 예정), 카이스트·성균관대 등의 연구 시설이 속속 모여들었다. 과학 인재 양성의 완결성을 갖추게 된 것이다.
과학교육기관 집적되는 성남
‘한국의 실리콘밸리’ 성남 판교는 한국 4차산업 성장을 견인하는 중심지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판교에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바이오헬스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 분야의 기업들이 밀집해 있다. 국내 팹리스(fabless) 기업의 약 40%가 판교에 있다.
신 시장은 2025년을 ‘AI 글로벌 도시 도약 원년’으로 선포했다. 행정 전(全) 분야에 인공지능을 접목하겠다는 구상도 발표했다. 지난 4월 7일 성남시청에서 신 시장을 만났다.
신 시장은 만나자마자 분당에 개교할 과학고 이야기부터 꺼냈다.
“원래 경기도에 과학고가 1곳(의정부)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2월에 ‘경기형 과학고’ 4곳이 새로 지정됐어요. 부천·시흥·이천과 함께 성남이 지정됐습니다. 기존의 분당중앙고를 과학고로 전환하는 형태입니다. 이미 교실은 있으니 연구실습동과 기숙사를 시비(市費)로 짓습니다.”
― 인구 1400만 명의 경기도에 여태껏 과학고가 1곳만 있었다는 것도 의아하네요.
“과학고가 생기면 기업에도 좋거든요. 필요한 인재들을 고등학생 때부터 지역에서 양성할 수 있잖아요. 미국 실리콘밸리에도 산학연(産學硏)이 함께 있습니다. 교육기관이 연구소와 기업에 인재를 공급하면서 상생(相生)하는 구조인 겁니다.”
“카네기멜론大 판교 캠퍼스 검토 중”
― 판교도 실리콘밸리 같은 구조인가요?
“네, 산학연이 함께 있어요. 성균관대 분당 캠퍼스 팹리스 AI 성남연구센터가 작년에 문을 열었어요. 서강- 판교디지털혁신캠퍼스도 7월에 문을 엽니다. 산업체 재직자 중심의 반도체·AI 등 첨단분야 특화 교육과정을 운영합니다. 그 외에도 여러 대학들과 판교 캠퍼스를 협의 중입니다.”
― 해외 대학은 어떤가요?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이 판교 캠퍼스를 검토 중이에요. 작년 4월에 업무협약을 맺었고, 오는 6월에 부총장이 성남을 방문해 구체적인 협의를 할 예정입니다. 카네기멜론대가 원래는 일본 오사카에 아시아 거점을 두고 있었대요. 그런데 일본 경기가 어려워지고 여러 상황이 바뀌면서 철수를 했답니다. 박원순 시장 때 서울시와 MOU를 맺었는데 홍보만 하고 진척이 안 됐답니다. 그래서 신중하게 협의 중이지요. 판교를 나름대로 조사해 보고 긍정적으로 판단한 듯합니다.”
카네기멜론 대학교는 현재 카타르 도하와 르완다 키갈리에 해외 캠퍼스를 운영 중이다.
성남시가 나서서 소개팅 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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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남시 ‘솔로몬의 선택’을 취재하러 온 BBC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는 신상진 시장. 사진=성남시청 |
시(市)가 나서서 소개팅을 주선한다는 게 신선하게 보였는지, 국내보다 해외에서 큰 관심을 보였다. 미국 《뉴욕타임스》 《보스턴 글로브》, 블룸버그 TV, 영국 BBC, 로이터 통신 등이 기사로 다뤘다.
― 외국에서 어떤 점 때문에 ‘솔로몬의 선택’을 주목하던가요?
“작년 10월에 멕시코시티에서 블룸버그 시티랩(Bloomberg City Lab) 정상회의가 열렸어요. 블룸버그재단과 애스펀연구소가 공동 주최했는데, 제가 거기 초대받았어요. 가보니 117개 시에서 시장이 왔어요. 미국과 유럽 중심이더군요. 동양인은 저 외에는 못 봤어요. 회의 주제가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도시’였어요. 저 포함 3명이 패널로 단상에 올랐지요. 시에서 청춘 남녀를 위해 집단 소개팅을 주선해 준다는 걸 참석자들이 굉장히 흥미로워 했어요.”
‘솔로몬의 선택’ 참가 신청 경쟁률 6 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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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로몬의 선택’으로 만나 결혼하는 세 번째 커플과 함께한 신상진 시장. 사진=성남시청 |
“마지막에 묻더라고요. ‘시장님은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답했죠. ‘도시에서의 사랑은 서로의 벽을 허물고 외로움을 극복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청중들이 다 박수를 치더군요. 단상에서 내려오니 다른 시장들이 다가와 인사를 하고요.”
― 애초에 그 행사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제가 딸이 둘 있어요. 결혼 생각들은 있는데 일하느라, 대학원 다니느라 바쁘니 배우자감을 못 찾더라고요. 지인의 아들과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는데, 그런 식으로는 잘 안 되더라고요. 부모들이 중간에 낀 걸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집단으로 소개팅을 하면 성사 확률이 더 높지 않을까. 여자 50명, 남자 50명이 한 자리에서 만나 보면 어떨까’ 생각해 봤죠.”
― 시장께서 아이디어를 냈군요. 반응은 어땠나요?
“처음 기획하면서, 여성들이 신청을 안 할까 봐 걱정했어요. 기우였어요. 경쟁률이 여성 약 4 대 1, 남성 약 8 대 1로 평균 6 대 1이에요. 현재 100명인 참가자 수를 더 늘려야 할까 싶어요.”
‘솔로몬의 선택’ 구성은 다채롭다. 연애 코칭, 1 대 1 매칭 토크, 커플게임, 저녁식사 등을 함께 한다. 짧은 시간에 친해지기 쉬울 것 같다.
“모란시장에 주차타워를 만들겠다는 보고가 올라왔어요. 230억원이 든대요. 그래서 돈 안 들게 타워 대신 노면(路面) 주차장으로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랬더니 8억원이 들었어요. 아낀 돈으로 ‘솔로몬의 선택’ 같은 행사를 얼마든지 더 열 수 있습니다. 예산을 아껴서 제대로 써야지요. ‘솔로몬의 선택’으로 맺어진 한 부부는 벌써 아들을 낳았어요. ‘솔로몬의 선택’은 결혼에 대한 젊은이들의 인식을 바꾸고 있다고 생각해요.”
실효성 없는 저출생 대책
― 정부가 2006년부터 300조원이 넘는 저출생 대응 예산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은 역대 최저 수준인 0.72명(2023년 통계 기준)을 기록하고 있지요. 그 돈을 대체 어디에 쓴 거냐 지적하는 여론도 일었습니다.
“저는 시장 되기 전 국회의원 4선(選)을 하는 동안도 내내 저출생 문제와 대책을 역설했어요. 저출생 문제가 중요하다고 하니 각 부처마다 뭐 하나씩 얹어 놓습니다. 국토부는 ‘신혼부부용 임대 아파트를 공급한다’, 복지부는 ‘난임(難姙) 부부 지원한다’ 이런 식이에요. 저는 여기에 비판적입니다. 전국에 신혼부부가 얼마나 많은데, 임대 아파트 500세대, 1000세대 지어서 해결이 되겠습니까? 셋째 아이 낳으면 대학 등록금 무료? 셋째까지 낳고서 그것도 20년 후에 등록금 무료인데 그걸 바라고 누가 지금 아이를 낳겠습니까?”
― 그럼 어떤 정책이 실효적일까요?
“제가 대통령이라면 이런 정책을 제안할 겁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성년 될 때까지 양육비와 사교육비 포함한 학비를 다 대주겠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국민들 의식이 바뀌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대신 다른 지원책들은 없애고요.”
― 그러게요. 양육비, 교육비 전액 지원을 고려해 볼 만큼 인구 소멸 문제가 심각합니다.
“저출생 문제가 결코 한가하지 않아요. 2006년부터 20년 대응한 결과가 출생률 0.7명대예요. 그러면 왜 실패했나 평가라도 해봐야 되는 것 아닙니까? 평가도 안 해요. 아무것도 변한 것 없이 그대로 가는 겁니다. 대통령, 국회의원 다 똑같아요.”
― 저출생을 담당하는 특별위원회는 부지런히 만드는데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느 정권이나 저출생 대책 특위를 만들지요. 국회에 있을 때 회의록을 요청했어요. 안 줘요. 회의를 해야 회의록이 있죠.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해야 해요. 윤석열 정권도 인구기획부 만들려다 무산됐잖아요. 야당이 반대해도 대통령이 호소해야 해요. ‘출생률 0.7명대가 조금만 더 이어지면 10년, 20년 후에 역삼각형 인구 구조가 된다. 연금 지출, 의료비 지출은 자꾸 늘어 가지, 이대로면 나라 엉망 된다.’ 연금 개혁도 마찬가지입니다. ‘괜히 건드렸다가 젊은 층 표 떨어지는 것 아닌가’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있다면, 그들이 나라를 다 망치고 있는 겁니다.”
하수처리장, 복합문화단지로 변신 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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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당구 구미동에 있는 옛 하수종말처리장은 뮤직센터와 산책로를 갖춘 공원으로 거듭난다. 세계적인 미술관 유치도 추진 중이다. 사진=성남시청 |
― 어떻게 다 지어 놓고 30년 가까이 방치되어 있었던 거죠?
“저도 이해가 안 가요. 사람은 못 들어가게 해놓고 벌레나 쥐들이 살았죠. 버려지다시피 한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뮤직센터로 만들고 있습니다. 올해 7월에 개관해요. 산책길이 있는 공원도 조성됩니다. 동막천과 탄천이 만나는 곳에 일종의 삼각지처럼 위치해 있어서 전망도 참 좋거든요. 그러면 7500평가량이 남는데, 여기엔 세계적인 미술관을 유치하려고 합니다.”
― 미술관을요?
“지금 한강 이남엔 큰 규모의 미술관이 몇 곳 없어요.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과천의 국립현대미술관 정도예요. 경기 남부에 인구가 많거든요. 성남뿐 아니라 용인, 화성 시민들이 예술의전당 한번 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경기도뿐 아니라 강원도, 충청도를 포함한 중부권에 이렇다 할 미술관이 없어요. 여기에 세계적인 미술관을 들여오는 겁니다. 구겐하임 미술관도 스페인 빌바오에 분관이 있고, 루브르 미술관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분관이 있잖아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세계적인 미술관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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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상진 성남시장이 러시아 에르미타주 미술관 관계자들과 하수종말처리장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성남시청 |
“그럼요. 1990년대 초부터 산업 쇠퇴로 빌바오가 침체하고 있었어요. 이때 바스크 지방정부가 나서서 구겐하임 미술관을 건립한 겁니다. 당시 주민들은 미술관 건립에 반대했대요. 먹고사는 게 문제인데 웬 미술관이냐는 거지요. 그런데 시장이 밀어붙인 겁니다. 세계적인 건축가들을 초청해 국제 공모를 했어요. 아주 잘한 거죠. 결국 미술관이 세워지자 빌바오가 살아났어요. 미래 지향적인 리더십이 도시를 구한 겁니다.”
1997년 구겐하임 미술관이 들어선 후 빌바오는 문화 도시로 탈바꿈하며 부흥하기 시작했다. 쇠퇴한 산업 도시가 상징적인 문화 시설을 통해 경제적, 사회적 부흥을 이루는 현상을 뜻하는 ‘빌바오 효과’라는 용어가 생겼을 정도다. 버려진 건물을 활용해 예술 공간으로 만드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그 효과가 검증됐다. 영국 런던의 배터시 발전소, 싱가포르의 길맨 배럭스, 독일 카를스루에 예술과미디어센터(ZKM)가 대표적 예다.
배터시 발전소는 템스강 남쪽에 있는 화력발전소다. 세계에서 가장 큰 벽돌 건물 중 하나로, 내부엔 두 개의 발전소가 존재했다. 1930년대에 완공되어 운행하다 각각 1975년과 1983년에 운행을 정지했다. 운행이 끝난 후 건물을 방치하다시피 했다가 2012년에 대규모 문화 공간으로 변신해 현재 복합문화시설로 이용되고 있다. 영국의 록밴드 핑크 플로이드는 배터시에서 앨범 커버 사진을 촬영했다. 2023년엔 애플 영국 본사가 입주했다.
길맨 배럭스(Gillman Barracks)는 원래 영국 식민지 시절 영국군 주둔지였다. 지금은 15개의 갤러리와 예술교육기관이 모여 있는 현대미술단지로 쓰이고 있다.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州)의 카를스루에 예술과미디어센터는 제1차 세계대전 시기에 지어진 탄약공장이다. 지금은 세계 최고 수준의 미디어아트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예술과 기술·철학·과학·정치·경제가 만나는 세계적인 문화기관이다. 전시회, 이벤트, 연구 및 제작, 아카이브 및 컬렉션 기능을 맡고 있다.
― 미술관 유치가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나요?
“일단 러시아의 에르미타주 미술관 관장이 한국에 왔다가 현장을 둘러보고 갔어요. 세계적인 미술관들과 접촉 중입니다. 하수종말처리장이었던 곳에 세계적인 미술관이 들어서면 이야기가 되지 않겠습니까.”
성남의료원, 병상 가동률 20%대
성남시의 또 다른 묵은 문제는 성남의료원이다. 성남시의료원은 2023년 514억원, 2024년엔 412억원의 의료손실을 냈다. 어느 병원이 매년 수백억의 적자를 보면서 버틸 수 있을까.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니 유지가 되는 거다. 진료를 많이 봐서 적자가 났다면 또 모르겠다. 성남의료원의 총 병상 수는 509병상이다. 이 중 100~110병상만 운영 중이다. 전체의 20%만 쓰이고 있는 셈이다. 이건 환자들이 안 온다는 얘기다. 애초에 설립부터가 문제였다. 성남엔 대형병원이 여러 곳 있다. 상급종합병원인 분당서울대병원부터 분당차병원, 분당제생병원에 심지어 국군수도병원까지 있다.
― 성남시의료원 문제는 어떻게 돼가고 있습니까?
“대학병원에 운영을 위탁하겠다고 저희가 타당성 조사를 다 해서 보건복지부에 2023년 11월에 신청했어요. 복지부가 자체적으로 타당성 조사한다면서 보건산업진흥원에 용역을 줬습니다. 작년 12월에 용역이 마무리됐는데 계속 보완을 요구하며 아직도 복지부가 결론을 내주지 않고 있어요. 1년 5개월이 지났는데 말입니다. 성남시의료원은 이미 2005년 건립을 추진할 때부터 서울대병원에 위탁하는 안(案)이 논의됐어요. 제가 국회의원 당선된 직후 그걸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 서울대병원에 위탁하자는 논의가 예전부터 있었군요.
“저는 시립 의료원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대학병원급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립 의료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개 돈 없고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이들에게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위탁 안 하고 직영하면 의사 구하기가 힘듭니다. 제가 의사 아닙니까.”
위탁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들
매년 수백억 적자를 내면서 병상도 모두 가동 못 하는 병원을 대학병원에 위탁 맡기겠다는 데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놀랍게도 있다. 예를 들면 성남 중원구가 지역구인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이 의원은 3월 18일 국회에서 성남시의료원 민간 위탁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간 위탁’이라는 말부터 이상하다. 한국의 의료기관을 민간과 민간 아닌 것으로 나누는 건 무의미하다. 전 국민이 같은 건강보험을 적용받는 데다 의료 수가(酬價)를 국가가 통제하기 때문이다. 만약 충수(맹장)염 수술을 한다고 하면 대학병원이든 동네 병원이든 환자는 같은 금액을 내고, 병원이 받는 의료비 역시 기본적으로는 같다. 그러니 민간이라는 표현에 큰 의미가 없다. 간호사로 일하며 연세의료원(세브란스) 노조위원장을 지낸 이수진 의원이 이걸 모르진 않을 것이다.
기자회견 때 이수진 의원 옆에는 남인순·박주민 등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더 있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의료서비스노동조합 등에서 나온 인사들도 함께 서있었다. 보건의료노조에는 의사를 제외한 간호사·방사선사 등 의료직 종사자들과 행정직원 등 병원 직원들이 가입한다.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보면, 한국의 공공병원을 이 지경으로 몰고 온 원인 중 하나로 보건의료노조를 지목한다. 이들은 병원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공공 의료원에서 영향력이 대단하다.
이들이 대학병원 위탁에 반대하는 이유를 차분히 살펴보면 다분히 추상적이다. 남인순 의원은 “성남의료원은 우리나라 최초로 시민 발의로 설립된 지방 의료원으로서 굉장히 상징성이 큰 병원”이라며, “공공병원 하나 만드는 게 얼마나 어려운데,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민간 위탁을 추진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상징성이 크다고 보존하자는 것은 문화재 보존을 논할 때나 쓸 수 있는 논리다.
하루에 환자 5명 보는 의사

― 이수진 의원과 노조가 대학병원 위탁에 반대하는 진짜 이유가 뭘까요?
“노조는 자신들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병원을 원하겠지요. 그런데 대학병원에 위탁을 주면 대학병원이 운영하게 되니 반대하는 겁니다. 이수진 의원은 국회 보건복지위에 들어가 있습니다. 보건의료노조 출신 국회의원이 보건복지위에 들어가서 노조의 입장을 대변하며 성남시의료원의 대학병원 위탁에 반대하고 있는 겁니다. 이건 이해충돌입니다.”
결국 복지부가 1년 5개월이 흐르도록 결정을 못 내리는 건 민주당 국회의원의 눈치를 봐서라고밖에 볼 수 없다. 신 시장의 말이 이어졌다.
“올해도 400억~500억 의료손실이 예상됩니다. 10년이면 5000억원입니다. 갈수록 누적 적자는 불어날 겁니다. 작년에 소아과 의사가 2명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은 하루에 환자를 5~6명 봤어요. 환자가 안 오니까요. 이런 병원을 그대로 두는 게 맞습니까? 병상가동률은 20% 안팎인데 병원 직원은 500병상 전체가 가동된다고 가정했을 때의 80%가량 일하고 있어요.”
― 환자가 안 오는데도 병원 직원을 정리하지 못하는군요.
“그렇지요. 정규직인 데다 노조가 버티고 있잖아요. 저희가 추진하는 건 그냥 ‘민간’ 위탁이 아니고 대학병원 위탁입니다. 위탁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싸잡아 ‘민간 위탁’이라고 하면서 왜곡하고 있어요. 마치 시민들이 내는 진료비가 올라가는 것처럼 들리게 하지요. 공공병원과 대학병원 진료비의 다른 점이 비급여 진료비거든요. 비급여수가심의위원회를 시장 직속으로 둬서 (비급여)진료비 상승을 방지할 겁니다. 사정이 어려운 분들이 저렴한 의료비로 대학병원급 의료 서비스를 받는 게 최고 아닌가요? 왜 그걸 못 하게 하나요?”
아무리 성남시가 4차산업 선도 도시로 도약한다 해도, 나라가 있은 후에 시가 있다. 탄핵과 조기 대선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 유독 보수 정당 출신 대통령만 탄핵되는 이유가 뭘까요?
“보수 정당은 한국 산업화에 큰 공을 세웠습니다. 역동성이라든가 국민의 마음을 읽고 국민들 속에 들어가서 동력을 이끌어 내는 능력은 떨어지지요. 변화하는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과거에 묻혀 삽니다. 두 가지 원인이 있어요. 첫째, 국민의힘은 영남당입니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지역의 국회의원들이 계속 주요 당직을 맡아 왔어요. 박근혜 정부 때도 그랬고 윤석열 정부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 시장께서는 4선 모두 성남에서 했지요.
“저처럼 당선이 보장되지 않은 어려운 지역에서 국회의원을 하면 지역 주민들과 많이 호흡할 수밖에 없어요.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MB(이명박 전 대통령)가 대선 후보였던 시절 저에게 연락을 해왔어요. 그날 저녁을 단둘이 하자고요. 근데 제가 성남에서 약속이 있었어요. ‘선약이 있어서 안 된다’고 거절했죠. 그랬더니 MB를 잘 아는 분이 ‘의원님은 장관 되긴 텄네요’ 하더군요. 하지만 저한테는 지역이 그만큼 중요했던 거죠. 당선이 쉬운 지역의 의원들은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보수 정당이 민심과 먼 두 번째 원인은 판검사 등 법조인 출신들이 너무 많다는 겁니다.”
“말로만 혁신하는 국민의힘”
― 특히 이번 정권 들어 더 심했죠. 대통령실에도 검사 출신들이 많이 들어갔고요.
“판검사들은 죄가 있는지 따지고 평가하는 직업이지요. 시민과 소통하긴 힘들어요. 국민의 삶과 동떨어져 있는 거죠. 다른 전문직 출신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일하다가 지연(地緣), 학연(學緣) 등 이런저런 계기로 영입되는 경우가 많아요. 정치 입문자들이 국민과 부딪치며 민심을 읽는 훈련이 안 돼 있어요. 윤석열 전 대통령도 보통 사람들의 삶의 궤적, 민심 이런 걸 제대로 알았을까요? 그러니 당의 기초가 약합니다.”
― 윤 전 대통령은 갑자기 떠오른 경우였죠.
“보수 정당에서는 대(對)국민 정치가 아니라 당내 정치를 잘해서 좋은 지역에 공천 받으면 무조건 되는 겁니다. 경기도 의석이 60석인데 국민의힘은 이 중 6석만 보유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53석입니다. 왜일까요? 민주당엔 일단 시민단체 경험이 있는 사람이 많아요.”
― 바닥을 훑을 줄 알아야 된다는 얘기군요.
“정권이 이렇게 됐는데 결기도 없어요. 제가 황교안 당대표 시절 혁신위원장을 했습니다. 혁신안을 열심히 만들었는데 하나도 채택이 안 됐어요. 청년 공천 비율 딱 하나 반영했는데, 이마저도 제대로 안 지켜요. 말로만 혁신한 겁니다.”
“이재명 ‘전 국민 25만원’, 글쎄…”
성남은 정치인 이재명을 배출한 곳이다. 조기 대선 판은 개장 전부터 이재명 대세론이 지배하고 있는 참이다. 신 시장은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와 성남에서 시민운동을 함께 했다. 이 전 대표의 가치관과 행동 패턴을 가까이서 봐온 신 시장은 그를 어떻게 볼까.
“이재명 전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청년 24세 기본소득’이란 걸 실행했어요. 경기도지사 시절엔 경기도 전체로 확산했고요. 분기별로 25만원씩 최대 4분기 동안 100만원까지 지급하는 겁니다. 부유한 청년에게도 줬어요. 거기서 재미를 봐서 이제는 온국민에게 25만원씩 나눠 주겠다는 겁니다. 받는 사람은 25만원이지만 국가적으로 보면 13조원입니다. 그만한 정책을 주장하려면 이 정책이 효과가 있는지, 그만한 재원(財源)이 있는지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왜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줘야 하나요? 어려운 분에게 더 주면 안 되나요?”
― 이 전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 2심에서 무죄를 받았지요.
“선거법이나 대장동 같은 알려진 것 말고도 더 있어요. 판교에 더블트리 바이 힐튼 호텔이 있습니다. 베지츠종합개발이란 곳이 이재명 시장 시절 성남시와 협약을 맺고 지었습니다. ‘외국인투자촉진법’ 등을 적용받았는데, 특혜 논란이 있어요. 수사팀이 2023년 초에 성남시청에 와서 관련 자료를 압수수색해 갔어요. 제대로 수사를 시작했다는 얘기가 아직도 안 들려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