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

강대국의 쟁탈전에 휩싸인 ‘겨울 왕국’ 북극

“트럼프가 그린란드 인수 나서는 건 북극 진출 기회 놓쳤기 때문”

  •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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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캐나다, 오판으로 북극 진출 기회 놓쳐”
⊙ “북극 항로에서 한·미·러 合縱 가능”(김태유 교수)
⊙ “북극 해상 회랑, 동아시아 병목 리스크를 분산하는 전략적 선택”(최수범 북극항로협회 사무총장)
⊙ “중국, 세계 최초로 파나막스급 컨테이너선 20일 만에 유럽까지 도착시켜”
⊙ “북극 항로 단축으로 인해 절감된 비용, 부분적으로 추가 비용으로 상쇄돼”(폴 시구르 힐데 노르웨이 국방대 부교수)
⊙ 북극해 40~70%는 러시아 영역… 북극의 운명을 결정하는 모든 패 쥐어
2018년 7월에 핀란드 쇄빙선 MSV 노르디카호가 촬영한 얼음이 녹고 있는 북극해 풍경. 사진=뉴시스
2007년 여름, 러시아의 미니 잠수함정 두 대가 북극해 4km 깊이까지 잠수해 해저에 러시아 국기를 꽂았다. 이 과정은 텔레비전을 통해 전(全) 세계로 전파됐다. 그렇게 북극은 하루아침에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2024년 북극 해빙(海氷) 면적은 위성 관측 이래 최소 수준인 131만k㎡까지 줄었다. 폴 시구르 힐데(Paal Siguard Hilde) 노르웨이 국방대 부교수는 2023년 1월 한국해양전략연구소(KIMS)에 기고한 글에서 말했다.
 
  “북극은 2000년대 중반부터 급격하게 국제적인 관심을 받게 됐다. 첫째 북극에 전 세계가 공유할 수 있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다량의 석유 자원이 매장돼 있다는 새로운 관측 결과가 발표됐다. 두 번째 북극의 만년설이 녹는 등 급격한 기후 변화의 징후가 포착됐다. 지구 온난화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우려와 함께 북극해에 새로운 항로가 마련되리라는 기대감이 생겼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북극 항로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또 하나의 계기였다. 영산대 북극물류연구소 김기태 박사의 얘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대(對) 러시아 제재가 시작됐는데 핵심은 북극과 북극 자원의 이슈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지역 발전을 위한 한 방향으로 북극 항로를 이슈화하면서 대내적인 관심사도 됐습니다.”
 
 
  상업적으로 의미 있는 곳은 北東항로
 
  북극해의 주인은 없다. 북극해는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따라 연안 5개국인 러시아,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가 200해리 내(內)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권리를 행사한다. 북극점은 바다 위에 있는데 특정 국가의 영토가 아니며 북극해 일부는 공해(公海)다. 유준구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센터장은 “북극해 영유권을 주장할 때 대륙붕을 기준으로 하는데 러시아의 포션(portion)을 40~70%로 본다”고 말했다.
 
  북극 항로는 통상 북동항로(NSR·러시아 북극 연안을 따라가는 항로), 북서항로(NWP·캐나다 북극 군도 사이를 통과), 중앙북극항로(Transpolar Route·북극해 한가운데 직선 통과)다. 전문가들은 부산에서 베링 해협, 러시아 연안, 유럽으로 이어지는 북동항로가 현재로서는 가장 상업적으로 의미 있다고 본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추정에 따르면 북극 미발견 가스의 약 70% 이상이 러시아 북극권에 위치한다. 핵심 지역은 야말반도, 기단반도, 카라해, 바렌츠해 등이다.
 
  크리스토프 자이들러가 쓴 《북극해 쟁탈전》(2010년)의 일부다.
 
  〈러시아는 북극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모든 패를 손에 쥐고 있다. 러시아는 북극에서 쟁탈전을 벌이기 위한 준비를 단단히 해 놨다. (중략) 미국 비밀정보국 국가정보위원회의 연구보고서는 기후 변화로 인해 북극의 자원을 손에 넣게 된 러시아가 북극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국가정보위원회의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순탄치 않은 에너지 개발 투자, 끊이지 않는 범죄와 정치 부패를 지적하며, 이런 요소들은 러시아가 북극을 발판 삼아 예전의 강대국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데 방해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 정부는 슈토크만 유전과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려면 외국 기업들의 환심을 사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왜냐하면 러시아 국영 기업의 가스전, 유전 개발 기술 수준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외국 기업의 도움 없이는 북극 지역에서 에너지 개발 사업을 펼칠 수 없다.〉

 
 
  “美, 오판으로 북극 진출 기회 놓쳐”
 
2026년 1월 18일 그린란드 누크에서 시위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장악 시도에 항의하며 미국 영사관 앞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 북극항로협회 사무총장 최수범 박사의 얘기다.
 
  “미국과 캐나다는 오판으로 북극 진출 기회를 놓쳤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북극권 국가들은 ‘북극 예외주의’를 주장했고, 우리의 북극 정책도 이들의 노선을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미국은 바이든 정부 말기에 이르러서야 그동안의 오판을 크게 자각했습니다. 그제야 ICE Pact 조약(미국·캐나다·핀란드)을 체결해 쇄빙선 건조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025년 10월 9일(현지시각) 백악관 집무실에서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핀란드에서 쇄빙선 11척을 구매하기로 했다. 사진=뉴시스

  ― 바이든 정부 말기에 북극에 대한 기조를 바꿨군요.
 
  “그렇습니다. 우리 조선업계는 미국의 쇄빙선 건조 시장 진출을 기대했지만, 미국은 캐나다와 핀란드를 선택했습니다. 결국 미국은 북극의 해상 패권(覇權)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연중 운항 가능 쇄빙선 확보에 상당한 시간적 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북극에서 이렇게 기울어진 힘의 균형은 앞으로 10년 이상 미국의 약점으로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트럼프가 다급하게 그린란드 인수에 나서는 것입니다.”
 
  유준구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센터장의 얘기다.
 
  “북극은 트럼프의 서방국 전략에 의해서 굉장히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알래스카를 통해, 또 캐나다도 북극에서의 자원 개발을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은 북극해의 전략적 가치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일정 부분에서는 커튼 뒤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북극해를 놓고 전략적 협력을 하고 있습니다.”
 
 
  러, 북극해에서 채취하는 에너지를 팔 곳 필요
 
  우리나라는 북극 연안국이 아니며, 북극 자원의 채굴권·통제권이 없다. 우리는 ‘북극’ 개발이 아니라 ‘북극 항로’ 개발에 발을 들이밀어야 한다고 한다. 북극 항로 얘기가 나올 때마다 ‘러시아의 중요성’을 말한다. 러시아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북극 항로에 천연자원이 많이 묻혀 있기 때문일까. 우리나라의 LNG 주요 수입처는 카타르, 호주, 미국, 말레이시아 등이다.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우리나라와 러시아의 관계는 사실상 끊긴 상태이다. 영산대 북극물류연구소 김기태 박사는 “지난해 12월에 연구소에서 북극 항로 관련 행사를 할 때도 유럽이 보이코트를 할까 봐 러시아 전문가를 초청할 수 없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현상인데, 북극 항로 개발을 위해서는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한 러시아 대사도 우리나라와의 정상적인 관계 회복을 희망하고 있다.
 
  최수범 사무총장의 얘기다.
 
  “러시아는 북극 자원을 운송하기 위해 북극 항로를 활성화해야 합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까지만 해도 러시아 북극 자원의 주요 수요처는 유럽이었고, 동북아시아 국가들은 미래의 잠재 시장으로 여겼습니다. 현재 유럽은 제도적으로 러시아 자원 수입을 금지하고 있고, 최근 EU는 이를 법제화하는 입법까지 통과시켰습니다. 러시아의 돌파구는 오직 동북아시아 국가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러시아는 한국이 좀 더 적극적으로 북극 항로 개발에 나서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유준구 센터장의 얘기다.
 
  “러시아는 LNG 수출 다변화가 필수입니다. 과거에는 LNG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유럽으로 공급했는데 이것이 막혔기 때문에 러시아산(産) LNG를 아시아가 소비해 줘야 합니다. 현재 러시아 석유는 인도·중국이 대부분을 가져가는데, 러시아는 한국·일본을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높은 국가라고 보고 공급망 다변화 차원에서 이들 국가와 관계를 개선하고 싶어 합니다. 현재는 전쟁 중이라서 힘든 상황이지만, 종전(終戰)이 되고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풀릴 경우를 기대하는 겁니다.”
 
  ― 현재로서는 러시아가 권리를 행사하는 북동항로가 가장 경제성이 높다는 말이 맞습니까?
 
  “북동항로가 활용 빈도, 개발 가능성이 큽니다. 앞으로 캐나다가 북극해 자원 개발을 본격화하면 북서항로의 가능성도 생길 수 있습니다. 캐나다는 앨버타주를 위주로 석유 개발을 한 것을 제외하고는 북극해 자원 개발은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앨버타주의 석유도 90% 이상 미국으로 수출했습니다. 최근 캐나다 총리가 중국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캐나다 석유의 일부를 중국으로 수출키로 했다고 밝혔는데, 이를 보면 캐나다가 자원을 태평양 쪽으로 수출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서항로는 추후 캐나다, 그린란드 쪽의 개발 여부에 달렸습니다.”
 
 
  “韓, 해상 공급망 다변화 차원에서 중요”
 
세계 최다 선적량인 1만9621TEU를 싣고 유럽으로 출항한 ‘HMM 알헤시라스’호가 2020년 5월 25일(현지시각) 오후 수에즈 운하를 안전하게 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앞으로 러시아가 북극해에 있는 천연자원을 개발할 경우에 그 천연자원을 값싸게 들여올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최수범 사무총장은 “북극 항로 개발은 우리나라의 해상 공급망 다변화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북극 항로 개발을 통해 우리 해상 공급망의 구조적 취약성을 줄여야 합니다. 우리는 대체로 해상 초크포인트(해상 물동량이 지나가는 좁고 전략적으로 중요한 해역)로 믈라카 해협, 수에즈 운하, 호르무즈 해협 등을 언급합니다. 세계 지도를 거꾸로 놓고 보면, 우리는 사실상 ‘동중국해–대만 해협–남중국해’로 이어지는 단일 축에 묶여 있습니다. 우리 앞바다에는 일본과 대만이 있고, 이곳은 미중 패권 경쟁과 역내 군사 긴장이 겹치는 고(高)위험 구간입니다.
 
  문제는 충돌이 일어나느냐가 아닙니다. 단 한 번의 충돌, 봉쇄, 통제 강화만으로도 선박의 운항 지연, 보험료 급등, 항로 우회가 연쇄적으로 발생합니다. 그 순간 물류의 비용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인 경제 충격 흡수력, 즉 회복 탄력성의 문제가 됩니다. 북극 해상 회랑은 수에즈나 파나마의 대체가 아니라 동아시아 병목 리스크를 분산하는 전략적 선택 회랑으로서 이해해야 합니다.”
 
  ― 북극 항로로 인해 우리의 공급망 취약성이 줄어드는군요.
 
  “원자재, 에너지, 핵심 광물의 공급망을 다변화할 기회입니다. 북극은 단순한 자원의 창고가 아니라 앞으로 자원 조달의 지리와 계약이 재편되는 핵심 무대입니다. 특히 에너지와 전략 광물은 가격보다 가용성과 연속성이 더 중요해지는 국면으로 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제조업 기반으로 성장하는 국가로서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고, 특정 지역, 특정 항로에 대한 편중은 곧 국가적 리스크 프리미엄으로 전이됩니다. 북극을 바라보는 핵심은 ‘자원을 더 싸게’가 아니라 ‘공급망을 더 끊기지 않게’ 만드는 겁니다.”
 
  ― 북극이 강대국들의 패권 각축장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군요.
 
  “맞습니다. 북극 항로를 대한민국의 해상교통 인프라로서 이해해야 합니다. 북동항로는 아시아–유럽 간, 그리고 북서항로는 아시아–북미 간 해상 공급망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보완적 해상 운송 회랑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개별 기업의 수익성 중심의 접근이 아닙니다. 국가가 최소 요건인 항해 안전, 정보, 보험, 제도, 표준 등을 먼저 구축하고, 그 위에 민간이 운항과 서비스 모델을 확장하는 방식이 돼야 합니다.
 
  비유하자면 북극 항로는 새로운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것과 같습니다. 차선(항로, 운항 규칙), 교통 관제(해빙, 기상, 통신), 안전 시설(구조, 응급 대응) 그리고 비용 체계(보험) 등과 같은 것을 기반으로 국가가 설계하고 지원해야 시장이 만들어집니다.”
 
 
  중국, ‘近북극 국가’ 천명
 
  일부에서는 북극에 대한 주도권을 ‘러시아·중국’ 대 ‘미국·캐나다’ 대 ‘북유럽 연대(連帶)’로 보고 있다. 중국은 북극 항로 개발에 발을 담근 지 오래다. 최수범 사무총장의 얘기다.
 
  “중국은 2018년 ‘근(近)북극 국가(Near–Arctic State)’를 천명하고 국가적 추진 동력으로 북극 항로 개척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중국에 최대의 기회였고, 러시아로서도 중국과의 협력이 최선의 방안이었습니다. 국내 대부분의 해운 전문가들은 중국의 북극 진출을 무모한 도전이라고 깎아내렸죠. 그러나 중국은 세계 최초로 파나막스급 컨테이너선을 단 20일 만에 유럽까지 도착시키는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우리 해운업계가 중국을 비웃고 있을 때 중국은 매우 계획적으로 북극으로 진출했고 역사적인 기록을 세웠습니다. 중국의 도전은 결국 우리 해운 시장의 경쟁력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됩니다.”
 
  유준구 센터장은 “중국은 이미 북극해 시험 운항 단계로, 북극해 항로를 가는 컨테이너선의 90% 이상이 중국 배다. 중국은 동해 쪽이 막혀 있다 보니 줄곧 러시아와 협력해서 두만강 쪽을 개발하자고 할 정도로 해안 개발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반면 김기태 박사는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가 생각보다 밀착되지 않았다”고 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한편이 되어 북극 항로 개발에 나서지 않을까 우려하는데, 꼭 그렇게 보기는 어렵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은 그다지 밀착된 관계가 아닙니다. 러시아는 중국에 싼 가격에 자원을 파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합니다. 유럽은 러시아로 인해 항상 직격탄을 받기 때문에 러시아에 대해 부정적 스탠스를 취할 수 있지만, 미국 입장은 다릅니다. 미국은 지역적으로 러시아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맞는다면 얼마든지 러시아와 협력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고 외교적 관계를 가져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미·러 1+3+5 合縱’ ‘러 개발 한일 컨소시엄’
 
  서울대 산업공학과 김태유 교수는 최근 《대한민국 마지막 기회가 온다: 한미러 합종으로 북극항로를 열다》라는 책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미국은 1군(群) 국가로서 3군 국가와 연대해 2군 국가를 견제하는 전략을 일관적으로 펼쳐 왔다. 미국은 1군 패권국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도전하는 2군 중국을 견제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 현재 러–우 전쟁 과정에서 중국에 석유, 가스, 곡물 등을 공급하고 있지만, 국경 분쟁 등 미래 중국과 주적(主敵)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러시아와의 연합이 필수적이다. 미국은 패권 유지를 위한 1+3 전략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자 하며, 한국은 미국과 러시아라는 보완국과의 1+3+5 합종(合縱)을 통해 스스로 생존 기반을 다지고 강대국의 패권 질서 속에서 스스로 입지를 확보하려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미러 합종 전략이 강소국 대한민국의 필승 전략인 이유다. 1+3+5 전략은 한국 외교의 대원칙이 되어야 한다.〉
 
  유준구 센터장은 “북극 항로 시대에 한국과 일본이 협력할 일도 있다”고 말했다.
 
  “북동항로 구간은 러시아 관할로 러시아 허가가 필요하고 상황에 따라 보급, 대기, 쇄빙 편성 때문에 러시아에 중간정박을 해야 하는데 현재 상황이 열악합니다. 러시아의 항구 30여 개 중에서 큰 항구는 4~5개뿐입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한국이나 일본이 들어와서 항구 개발을 해 주기를 희망합니다. 중국이 독점하는 것이 러시아 입장에서도 좋을 리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일본과 컨소시엄을 맺어서 러시아 항구 개발을 하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북극 항로, 耐氷 선박은 3~4개월 항해”
 
기후 변화로 인해 빠른 속도로 녹고 있는 핀란드 빅토리아 해협 유빙 사이로 2017년 7월 21일 핀란드의 쇄빙선 MSV노르디카 호가 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북극 항로는 일년 내내 다닐 수 있는 곳이 아니다. 2012년 기준으로 일반 선박이 다닐 수 있는 기간은 한 달에 불과했다. 그나마 대부분의 배는 얼음에 부딪쳐서 손상을 입기 일쑤였다. 김기태 박사의 얘기다.
 
  “내빙(耐氷) 선박은 3~4개월 항해가 가능하지만, 가는 동안 기름이 너무 많이 들어서 경제성이 없습니다. 북극 항로 운항을 주도하는 것은 벌크선, 액체화물선입니다. 미국 북극 쪽에서 나오는 자원은 철광석으로 거의 다 여름에 북유럽으로 수출합니다. 미국 북쪽에서 나오는 알래스카 LNG 사업은 파이프라인을 끌고 와서 태평양에 팔고 있고요. 하지만 LNG, 석유, 석탄, 철광석, 은, 구리 등 러시아 북극에서 나오는 자원이 훨씬 많습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러시아의 천연자원을 아시아까지 끌고오는 사업이 가장 중요합니다. 러시아와 아시아 모두에게 이득입니다. 러시아는 쇄빙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 러시아가 쇄빙선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세계 최대 규모의 쇄빙선 함대를 보유하고 있지만, 미래의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북극 항로가 개발되면 쇄빙선 외에도 여러 배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가령 러시아의 무르만스크(북서부의 북극권 항구도시)에 보면 부유(浮游)식 LNG 환적선이 있습니다. LNG를 저장했다가 다른 선박에 실어 주는 저장선이 있고요. 현재 러시아 입장에서는 쇄빙선을 비롯해 선박이 필요한데, 전쟁으로 인해 북극 자원 개발 자금이 부족한 형편입니다.”
 
  ― 북극 얼음은 앞으로도 계속 녹는 건가요?
 
  “얼음이 빨리 녹을지 더딜지는 알 수 없습니다. 특히 북극 얼음이 녹으면 배가 다닐 항로가 넓어져야 하는데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북극 해상 운송이 급속하게 확대될 것이라는 대다수의 예측은 실현되지 않았다. 2010년 무렵에 북극 해상 운송이 늘었다가 2021년 무렵에는 수에즈 운하, 파나마 운하의 물동량과 비교해 매우 미미한 수준으로 다시 떨어졌다. 힐데 교수가 한국해양전략연구소에 보낸 기고문이다.
 
  〈러시아의 증진 노력에도 북극 해양 운송의 상업적 이익이 생각보다 크지 않은 원인은 여러 가지다.
 
  첫째, 얼음이 없는 북극해를 항해할 수 있는 기간이 여전히 길지 않다. 경로를 재설정하기 위해서는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운항 기간이 짧아 정기 노선을 변경하는 것 역시 수익이 줄어드는 원인이 된다. 둘째, 빙하가 적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예측하기 어려운 빙하 상태나 기후 조건, 계절성 어둠, 글로벌 위성에 기반을 둔 항해 및 통신 시스템이 적용되는 지역이 제한돼 있어 북극 항로 운항은 여전히 기존 항로보다 예측이 어렵고 위험해 많은 보험비가 발생한다. 셋째, 2017년에 도입된 국제해사기구(IMO)의 ‘극지 선박 기준’으로 인해 극지방을 항해하는 선박과 선원 훈련 비용이 상승했다.
 
  이에 따라 북극 항로 단축으로 인해 절감된 비용이 부분적으로 추가 비용으로 인해 상쇄되는 결과로 이어진 게 된다.〉

 
 
  부산~로테르담 북동항로, 수에즈보다 29% 짧아
 
  이런 악조건에도 북극 항로는 우리에게 호재다.
 
  김기태 박사는 “부산에서 컨테이너선이 모든 화물을 싣고 출발해서 베링해까지 9~10일 걸리는데, 북극 항로를 빨리 통과하면 7일 정도 걸린다. 전 구간을 쇄빙·내빙 선박으로 다니는 것은 경제성이 없지만, 거리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힐데 교수는 “대한민국 부산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이어지는 북동항로가 수에즈 운하를 거쳐 가는 항로보다 29% 짧다. 이론상으로 항로가 짧다는 것은 비용과 운송 시간이 줄어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유준구 센터장의 얘기다.
 
  “일본이 홋카이도에서 ‘사할린 프로젝트’를 하려는 이유도 북극과 가까워서입니다. 우리나라도 러시아의 원유와 LNG가 들어오는 곳은 동해안 라인이 될 것이고, 부산을 위시한 부울경이 가장 유력합니다. 동해안에서 가장 완벽한 항구 조건을 갖춘 곳은 북한의 원산입니다. 조수 간만의 차이가 1미터 내외이며 항내가 넓어 선박이 방향 전환을 하거나 정박하기 쉬우며, 사계절 결빙이 적어 연중 항만 운영 가능성도 갖추고 있습니다. 우리에겐 아쉬운 대목이죠.”
 
  김기태 박사의 얘기다.
 
  “북극 항로가 강대국들의 관심을 받자 부산이 들썩이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부산항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외항에 머무는 선박을 위한 서비스 제공이라고 봅니다. 선박 중에는 항구에 접안하지 않고 외항에만 머무는 선박이 많습니다. 선박들이 외항에 있는 이유는 선원 교대와 연료·선용품·식품·면세품 등을 공급받기 위해서입니다.
 
  2025년 자료에 따르면 여수에 러시아의 야말 LNG선이 20여 차례 머물다가 갔습니다. 다른 배들도 부산항에서 그런 서비스를 받은 것으로 집계됩니다. 부산항의 화물 환적항으로서의 경제성은 따져봐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북극 항로로 향하는 선박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창구이길 바랍니다. 해빙 기상 정보를 판매하거나, 북극 특화 보험을 팔거나, 인공지능을 활용한 북극 정보 서비스 제공 등 높은 수준의 서비스 3차 산업을 제공하는 것이 현실성이 있습니다.”
 
 
  각국의 북극해 전략
 
지난 2022년 10월에 열린 ‘북극권 총회’에 한국 외교부의 극지협력 대표도 참여해 의견을 나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지난해 6월에 낸 보고서에서 북극 항로에 대해 ‘협력과 경쟁이 교차하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북극권 국가들의 경제 구조와 지리적 위치, 해양 통제권에 대한 인식 차이, 환경 정책, 전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북극 항로를 활용하는 목적과 정책 방향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기존의 ‘러시아 대 미국·노르딕 국가’ 대립 구도에서 벗어나, 상황과 사안에 따라 유연한 협력과 경쟁이 병행되는 다층적 전략 구도로 전환되고 있다. 러시아는 서방의 경제 제재에 대한 돌파구로 북극 항로를 활용하고 있으며, 자국 해역으로 간주해 자국 선박 우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30 북극항로 국가개발계획’에 따라 북극 항로와 전후방 산업을 연계해 전방위적인 경제 발전을 도모하고자 한다.
 
  미국은 북극 항로를 국제 수역으로 간주하고 ‘자유항해권’을 적극 주장하며 중국의 북극 활동 확대를 견제함과 동시에 북극해 주도권을 확보하고자 하나, 인프라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현재 미국이 보유한 쇄빙선은 3척뿐이다.
 
  캐나다는 북서항로를 자국 내수(內水)로 간주하고 항로 통제권을 강하게 주장하며 엄격한 항해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핀란드는 전 세계 쇄빙선의 약 80%를 설계하고 60%를 건조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런 경쟁력을 기반으로 북극 쇄빙선 시장을 선도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자 한다.
 
  스웨덴은 북극 항로 환경 규범 주도자 역할을 목표로 친환경 항로 운영 및 저탄소 해운 기술 적용을 위한 과학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북극해에서 지속할 수 있는 어업 활동 및 친환경 관광 운영 모델을 강조하며, 인프라의 친환경 전환 프로젝트에 대규모 정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미래 시장에 대비할 필요”
 
  우리나라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북극항로 특별법’ 발의에 참여했던 최수범 사무총장의 얘기다.
 
  “쇄빙선의 수요가 산발적으로 일어나기는 하겠지만, 우리의 건조 기술로만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에 치중하는 국내 조선사들에 그다지 매력적인 시장은 아닙니다. 그러나 쇄빙급과 내빙급 컨테이너 선박, 벌크선 등의 건조 시장에서는 상당한 우위를 갖고 있으므로, 다가올 미래의 시장에 대비할 필요가 있겠죠.
 
  가까운 미래에 북극 항로 해운 시장을 주도하는 초대형 선사(船社)가 나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큰 시장이 열리는 때를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 북극 시대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뭘까요?
 
  “‘북극항로 특별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입니다. 여야 국회의원 6명이 특별법을 발의했으나 실제 입법까지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정부는 특별법의 필요성을 보다 분명히 인식하고 추진력을 높여야 하며, 국회 또한 초당적으로 논의 속도를 끌어올려야 합니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타이밍입니다. 이 기회를 놓치면 대한민국은 북극 항로 시대의 선점 기회를 상실할 수 있습니다.
 
  특별법은 이번 정부의 단기 정책으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북극 항로가 정권 변화와 무관하게 지속하는 국가전략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특별법의 신속한 제정이 필수적입니다. 다만 입법 속도를 이유로 원안을 훼손해서는 안 됩니다. 법의 이름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실행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입니다.”
 
 
  “대한민국 해운산업이 다시 도약할 기회”
 
  최수범 박사는 “북극 항로는 우리 다음 세대에 물려줄 국가적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해상 운송 회랑을 구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역량을 기반으로 쇄빙·내빙 북극 항로 선대(船隊) 구축 전략까지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초기에는 국가가 기반과 최소 요건을 마련하고, 이후 단계적으로 민간 참여를 확대하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앞으로 경쟁이 본격화될 때 우리는 비용을 지급하는 후발 사용자로 남을 가능성이 큽니다. 대한민국 해운산업이 다시 도약할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또 하나는 인재입니다. 쇄빙·내빙 선대 구축과 운항 지원 체계 고도화는 결국 사람의 역량에서 갈립니다. 최근 북극 전문가가 갑자기 늘어난 듯 보이는 장면이 낯설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저는 그 흐름을 긍정적으로 봅니다. 다만 관심의 확산이 역량의 축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검증할 수 있는 교육·훈련·현장 경험의 경로를 국가 차원에서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 시작하면 선도국이 될 수 있지만, 남이 하는 것을 본 뒤 따라가면 영원한 추격자에 머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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