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위기의 한국 경제

부동산발 금융위기가 오고 있다

“한국은 이미 ‘위험의 입구’… 부동산발 금융위기 前兆”

  • 글 : 고기정 월간조선 기자  yamkok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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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에서 바라본 용산구와 한강 건너 서초구 아파트 단지들. 이재명 정부는 급등하는 집값을 잡기 위해 지난해(2025년) 10월 15일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늘렸다. 사진=조선DB
“부동산을 담보로 한 신용이 더 이상 굴러가지 않을 때 금융 시스템 붕괴가 시작됩니다. 한국은 이미 ‘위험의 입구’에 진입해 있습니다.”
 
  강정규 동아대학교 부동산대학원 원장이 섬뜩한 경고를 내놨다. 가계 부채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한국의 가계 부채는 약 2000조원에 육박해 경제의 가장 큰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 당시 초강수 부동산 대책 이후 대출 규제를 완화하자 집값이 용수철처럼 급등했던 전례를 들어, 일부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폭풍 전야’로 규정하기도 한다. 실제로 이재명 정부는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과 경기도 일부 지역을 모두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초강수’를 뒀지만, 대통령이 “서울 집값 때문에 욕 많이 먹는데 대책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수도권 집값은 2025년 한 해 10% 이상 상승해 규제의 역효과를 드러내고 있다.
 
 
  “위기 관리할 수 있는 마지막 구간”
 
 
강정규 동아대 부동산대학원장
만성적인 주택 공급 부족과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강화로 2030세대 사이에서는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현상이 짙어지고, 집을 사려는 수요도 함께 늘고 있다. 강정규 원장은 “부동산 문제가 언제 ‘시장 문제’를 넘어 ‘시스템 리스크’가 되는지가 핵심이 됐다”라며 “가계 부채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증가하는 과정에서 부동산을 담보로 한 신용이 더 이상 굴러가지 않을 때 금융 시스템 붕괴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 원장은 “금융 부채의 절대적 크기에서 한국은 이미 ‘위험의 입구’에 진입해 있다고 판단된다”면서도 “다만 아직 금융 시스템 붕괴 단계에는 진입하지 않았고, 대신 정책으로 시간을 벌고 있는 국면이다”라고 말했다.
 
  -역대 모든 정부는 ‘투기 억제’ ‘주거 안정’을 내세워 부동산 정책을 반복해 왔지만 성과는 미미했습니다. 부동산이 한국 부실의 주범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부동산 가격이 오르든 떨어지든 정부가 시장에 개입한 것이 가장 큰 실패였다고 판단됩니다. 또 하나는, 정책에 ‘일관성’이 아니라 ‘반복성’만 있었다는 것입니다. 규제와 완화를 반복하며 ‘정책은 바뀌지만 부동산은 남는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고착화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동산 리스크, 국가경제 침체로 이어져”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도 “우리나라 가계 자산의 약 70%는 부동산”이라며 “부동산 편중 현상이 심화된 것은 안정성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의 말이다.
 
  “좁은 우리나라에서 자산의 가격이 항상 우상향하는 것은 부동산이 유일하다는 신뢰가 형성되었기 때문입니다. 금융기관이 자금을 대출해 줄 때 부동산 담보를 가장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은행에서 대체로 부동산은 리스크가 없다고 생각하고, 가치 평가도 용이합니다. 결국 부동산 가치의 지속적 우상향과 대출을 통한 부동산 매수 수요의 증가로 부동산에 편중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자본이 부동산에 집중되면 어떤 문제가 생깁니까?
 
  “돈이라는 자본이 부동산으로 집중되면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한정된 국가의 자금은 기술을 개발하거나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생산적인 기업에 투자되어야만 국가경제가 성장하게 되는데, 부동산에 돈이 몰려 있으면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할 여력이 부족해지게 됩니다.”
 

  -결국 실물경제에 부담이 되겠군요.
 
  “맞습니다. 일자리가 감소하고, 근로소득의 감소는 결국 소비의 감소로 연결되어 연쇄적으로 국가경제의 침체를 가져오게 됩니다.”
 
 
  “부동산 위기, 이재명 정부 위기로 이어질 수도”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부동산은 안 건드리는 것이 상책’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서정렬 교수는 현 상황을 정부의 정책 딜레마로 진단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와 관련하여 취임 전부터 ‘세제’는 건드리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으나, 현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상태에 빠진 느낌입니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문제는 회피한다고 회피될 수 있는 것이 아닌, 전 국민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사회적 이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서울·수도권과 지방 간의 집값 격차를 줄이지 않으면 이재명 정부가 큰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습니다. 지방 부동산의 붕괴는 단순히 지방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아니라, 서울 중심의 ‘일극(一極) 체제’로 인한 문제를 더욱 키워 우리나라 성장 잠재력을 잠식하고 새로운 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균형감 있는 부동산 대책을 수립하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필요가 절실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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