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추적

‘마두로 체포’ 계기로 본 북한의 마약 사업

“독재 국가의 마약 사업은 가족 비즈니스… 북한에서는 ‘수령의 사업’”(이관형 NK 워치 사무국장)

  • 글 :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talkto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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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상훈(조선DB)
벽에 걸린 커다란 TV에서 ‘마두로 생포’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강남의 한 유흥업소. 지난해까지 룸살롱을 운영했다는 A씨가 담배 연기를 뿜으며 말했다.
 
  “물건 중엔 북한산(産)을 제일로 쳐요. 흥정도 잘 안 합니다. 순도(純度)가 다르거든요. 시중에 도는 30~40%가 북한산일걸요. 더 많을 수도 있고. 우리 아가씨들(종업원)도 찾았으니까요. 중국산을 북한산으로 속여 팔 정도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이들 세계에서 필로폰은 은어(隱語)로 통한다. 크리스탈, 얼음, 아이스. 하얗고 차가운 성질 때문이다. 북한에선 빙두(冰毒·얼음독)로도 불린다. 강남 VIP들 사이에서 북한산 마약은 이미 ‘브랜드’가 됐다. 2019년 버닝썬 사태로 경찰 조사를 받았던 B씨의 말이다.
 
  “일반 제품보다 5~10배 비쌌는데도 수요가 끊이질 않았어요. 당시 마약과 관계된 여러 사람을 만났었는데, 반복적으로 들었던 얘기는 이겁니다. ‘북한산이 질이 좋다. 그래서 잘 팔린다.’”
 
한 방송이 공개한 남양유업 3세 황하나의 녹취록. 황씨는 전 남자친구에게 “그때 퀄(퀄리티) XX 좋았어. 그래서 내가 너한테 그랬잖아. 이거 북한산이냐?”라고 말했다. 사진=방송 캡처

  마약사범인 남양유업 3세 황하나의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2021년 한 방송을 통해 공개된 녹취록에서 황씨는 전 남자친구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때 퀄(퀄리티) XX 좋았어. 그래서 내가 너한테 그랬잖아. 이거 북한산이냐?”
 
 
  “북한산, 뽀얗고 윤기 돌아”
 
 
소셜미디어에서는 필로폰 광고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사진 속 판매자는 ‘빙두’ 또한 취급한다고 써놨다. 사진=X(옛 트위터) 캡처
순도 99%. 북한산 필로폰은 중국·동남아산과는 ‘급’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극소량에도 강하게 취한다. 그만큼 더 위험하다. 서울경찰청 마약수사팀장을 지낸 윤흥희 남서울대 국제대학원 글로벌중독재활상담학과 교수의 말이다.
 
  “‘멍텅구리’라는 은어가 순도가 낮은 중국산을 가리킵니다. 머리만 아프고 효과가 없습니다. 북한산은 뽀얗고 윤기가 돌아요. 순도가 높으니 0.03g에도 강한 환각과 각성이 나타납니다. 흡입하면 중추신경에 도달하는 데 7~8초밖에 안 걸리고 투약자들은 ‘최고의 기분에 도달하게 했다’고 합니다.”
 
  한 번 길든 입맛은 쉽게 바뀌지 않는 법. 윤 교수는 “국내 유입 물량은 아직 중국산이 많지만, 품질에서 밀릴 경우 북한산이 시장을 대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해 본 사람들은 멍텅구리를 다시 안 찾습니다. 한 번 접하면 북한산만 찾게 되거든요. MZ 세대까지 확산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현직에 있을 때 마약사범을 숱하게 잡았던 그다. 그중엔 구로동에 룸살롱을 차려 필로폰을 유통한 북한군 중위 출신 백모(某)씨, 중국에서 필로폰을 밀수한 김일성정치대 출신 남파(南派) 간첩 안모씨도 있었다.
 
  “마약에 중독된 상태에선 눈에 뵈는 게 없습니다. 부인과 자녀에게 칼을 휘두르고, 환청을 듣고 자신의 성기(性器)를 자르기도 하죠.”
 
  이런 물질을 너무도 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이다. ‘결혼반지는 다이아보다, 크리스탈.’ 1월 14일 X(옛 트위터)에 올라온 광고 문구다. 사진 속엔 반지가 아닌 흰 결정체의 모습뿐. 옆에는 텔레그램 아이디와 함께 ‘빙두’ 해시태그가 달렸다. 국정원 관계자는 “다크웹·소셜미디어·암호화폐를 활용한 비대면 거래 확산으로 마약 거래가 더욱 은밀해졌다”면서 “IT 기술이 악용되면서 마약사범들의 저(低)연령화도 진행되는 추세”라고 했다.
 
 
  건과일·비누·기계 부품에 숨겨 들여와
 
  “사람도 넘어오는데 마약이라고 못 넘어오겠습니까.”
 
  마치 날씨 얘기를 하듯 덤덤한 투였다. 북한산 마약은 어떻게 국경을 넘냐고 묻자 돌아온 말이다. 10년 이상 탈북민 브로커 일을 해온 C씨는 중국 소재 일부 브로커들은 마약 운반에 가담하기도 한다고 했다.
 
  “탈북 브로커들은 국경의 ‘구멍’을 잘 압니다. 이미 매수해 놓은 국경경비대도 있고요. 그들이 왜 마약을 옮기냐고요? 돈이 되니까요. 처음엔 선의로 탈북을 돕기 시작해도, 경비가 삼엄해지고, 지출비가 치솟으면 감당이 안 돼요. 그때 중국 쪽 ‘큰손’들이 제안을 하는 겁니다. ‘물건(마약) 조금만 옮겨주면 사람 한 명 데려오는 값에 열 배를 주겠다’고요.”
 

  필로폰 1g은 북한에서 약 1만7000원, 한국에서는 약 38만원이라고 한다. 국경을 넘는 순간 가격이 수십 배로 뛰는 셈이다. 남아도 너무 남는 장사다. C씨는 “한때는 100만원을 호가하던 때도 있었다”고 했다. 최근에는 공급망이 늘면서 30만원대까지 내려온 것으로 전해진다. 유입 방식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보따리 밀수’가 주를 이뤘다면, 요즘은 동남아를 거치는 우회 루트를 씁니다. 물건을 캄보디아·태국·베트남·말레이시아 등으로 보낸 뒤 건과일이나 비누, 기계 부품에 숨겨 한국으로 쏘는 거죠.”
 
  이렇게 들어온 마약은 탈북민 사회의 일부 점조직을 통해 유통되기도 한다. 국내 3만 명의 탈북민 중에는 북한 정권의 실상을 증언하는 이들도 있지만, 일부는 마약 범죄에 연루되는 게 현실이다. 정보기관 에이전트로 활동 중인 탈북민 D씨의 말이다.
 
  “마약 하는 탈북민이 점조직으로 움직이다 보니, 그들을 신고하는 것도 결국 탈북민일 수밖에 없어요. 저도 몇 명 신고를 해봤고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이렇게 들어오는 물건은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백도라지 사업’
 
사진=조선DB

  북한에서 마약은 국가 차원의 전략 사업이다. 1970년대 외교관을 동원한 마약 중개무역이 적발된 뒤, 1980~90년대부터 국가가 직접 양귀비를 재배해 헤로인을 생산했다. 이른바 ‘백도라지 사업’이다. 여기에 동원됐던 인물이 있다. 최민경 북한감금피해자가족회 대표다. 1994년, 스물한 살의 나이였다.
 
  “백도라지 사업은 ‘충성의 외화벌이’로 통했습니다. 함경북도 길주역과 평륙비행장을 거쳐 험한 길을 120리나 더 들어가야 했어요. 초소를 통과할 때마다 지문과 손도장을 남겨야 할 만큼 통제가 엄격했습니다.” 도착한 곳은 단순한 농장이 아니었다. 한 개 군단이 통째로 동원된 거대 군사 비밀기지였다.
 
  “날이 밝고 보니 사방이 군부대더군요. 기지 규모가 최소 세 개 리(里)를 합친 수준으로, 여의도 면적에 맞먹었습니다. 청진에 사령부를 둔 북한 6군단이 전담 운영했는데, 일반 주민은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철저한 금기(禁忌) 구역이었죠.”
 
  그는 군인들의 식사를 담당하며 양귀비 진액 채취 작업에도 참여했다고 했다.
 
  “꽃이 피는 6월부터 9월까지 대규모 인력이 투입됐습니다. 자동화 장비가 없으니 일일이 손으로 진액을 짰죠. 그 진액이 얼마나 독한지, 소량만 잘못 다뤄도 죽는다는 교육을 수시로 받았습니다. 실제로 진액이 담겼던 컵에 술을 따라 마셨다가 그 자리에서 즉사한 군인을 직접 봤을 정도였어요. 그렇게 채취한 아편 기름은 중앙당으로 상납됐습니다.”
 
  이 거대 기지는 김일성 사망 직후, 쿠데타 조짐 속에서 6군단이 해체되면서 함께 사라졌다고 한다. 최 대표는 “이렇게 벌어들인 자금은 대량살상무기 고도화(高度化)에 전용했다. 주민의 삶을 파괴하며 벌어들인 검은돈이 다시 인류를 위협하는 핵의 불꽃으로 치환된 셈”이라고 했다.
 
 
  ‘만병통치약’ 된 필로폰
 
  이후 북한은 핵무기 개발로 국제 제재를 받기 시작했다. 북한은 오히려 마약 생산을 가속화했다. 불법 거래인 만큼 제재의 직접 통제를 덜 받았고, 부피가 작아 밀수도 수월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생산 품목도 바뀌었다. 아편과 헤로인 중심이던 체계는 필로폰으로 확장됐다. 필로폰 역시 국가 시스템 아래 생산됐다. 흥남·순천·나남 제약공장이 거점이었다. 국가 지시에 따라 투입된 제약·화학 박사급 인력이 제조를 맡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순도 99%’의 비결로 해석된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은 이 체계에 균열을 냈다. 계획경제가 무너지며 공장 가동이 멈췄고, 마약 생산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시점부터 마약은 주민 사회로 퍼져나갔다. 제약공장 노동자들이 마약과 제조 기술을 빼돌리기 시작하면서다. 탈북민 D씨는 “밀수로 돈을 번 개인이 직접 생산에 뛰어들었다가 총살당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의약품이 극도로 부족한 북한에서 마약은 가정상비약이 됐다. 시골 지역에서는 갓난아기가 감기에 걸리거나 설사를 해도 빙두를 쓴다고 한다. D씨는 “북한에선 이걸 만병통치약으로 여긴다”면서 “코로나19 당시 백신 대신 빙두를 썼을 정도”라고 했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몰래 핵개발을 해온 것처럼 은밀한 형태의 마약 제조와 유통이 지속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취재 과정에서 어렵게 북한에서 ‘마약 단속’ 업무를 했던 E씨를 만날 수 있었다. 김정은 체제에서 마약사범을 조사했던 그는 비교적 최근에 탈북했다. 국내 탈북민 중 그가 속했던 조직 출신은 극소수다. 신원 보호를 위해 탈북 시기와 기관명은 밝히지 않는다.
 
  E씨는 “북한 마약사범 가운데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집단이 있다”면서 “판사, 검사, 변호사 같은 법관들”이라고 했다. 이들은 처음에는 밀수범들에게 매수됐으나 점차 직접 밀수에 뛰어드는 양상을 보였다고 한다. 법관뿐 아니라 전국의 보위부와 안전부 간부까지 마약에 손대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E씨의 주된 업무는 제조자를 추적하거나 국경 밀수 현장을 덮치는 일이었다. 정보요원과 공작원을 통해 첩보를 입수한 뒤, 현지 파견과 상시 감시를 통해 단속을 진행했다. 그는 “원산·무산 등지에서 생산된 빙두를 법관들이 주도해 중국으로 밀수출하는 경우가 특히 많았다”고 했다.
 
 
  “김여정, 마약 할 가능성 높아”
 
 
김정철. 2015년 5월 에릭 클랩턴의 공연을 보러 영국 런던에 나타났을 때의 모습.
‘‘김씨 일가’도 중독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는 “김정은의 친형인 김정철의 아편 중독 문제를 직접 목격했다”고 했다. 류 전 대사는 김정일·김정은 일가의 ‘금고지기’로 불린 전일춘 노동당 39호실장의 사위다.
 
  “2006년 9월, 김정철이 당시 실장이던 장인어른의 사무실에 찾아와 몇 시간 동안 ‘아편을 달라’며 소란을 피웠습니다. 김정철이 후계자가 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아편 중독 문제였다고 봅니다.” 그는 “김정철은 특수한 사례일 뿐, 북한 고위층 전체가 마약에 빠져 있다는 설(說)은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라며 선을 그었다. 최고위층은 봉화병원이나 남산병원 같은 전용 의료기관에서 정식 의약품을 공급받기 때문에 굳이 아편 등에 의존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김정은의 마약 사용 여부를 두고는 말이 갈린다. 이관형 NK 워치 사무국장은 “김정은은 단정하기 어렵지만, 김여정은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독재 국가 마약 사업의 특징은 가족 비즈니스”라고 했다. ‘북한 마약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이 사무국장은 지난 2024년 《수령과 마약》이라는 책도 썼다.
 
  “마두로, 차베스, 아사드 모두 가족이 개입한 구조였어요. 보안을 위해 지시는 점대점으로 내려가고, 최고 권력자는 전면에 나서지 않죠.”
 
  그는 “김정일은 모든 것을 관여했지만 실무는 김경희와 김정남에게 맡겼다”며 “지금은 그 역할을 김여정이 맡고 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했다.
 
  “마약은 철저한 독점 이권이자 수령(首領)의 사업입니다. 건드리면 죽는 거죠. 특정 가문이나 기업에 독점권을 주고, 보위부나 보위사령부가 관리하도록 합니다. 간첩 조직처럼 극비리에 움직이기 때문에 제아무리 북한 고위층이라도 사업의 전체 구조를 알 수는 없을 겁니다.”
 
  독재자 가족이 주도하는 국가 차원의 비즈니스. 그렇다면 이들에게 마약은 국가 단위의 ‘핵심 수출품’이 된다. 앞서 D씨가 말했듯, 탈북민 루트를 통한 유입은 ‘빙산의 일각’일 수밖에 없다. 이관형 사무국장은 “대량 유입 경로는 진작 뚫려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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