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2025년 화제의 중심, KBO 리그 이야기

2030 여성 MZ 팬, 만년 최하위 한화 이글스의 비상 등이 인기 비결

  •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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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프로야구에는 스토리가 있다”
⊙ “구단의 콘텐츠화 먹혀들어… ‘야구장에는 치맥이 있다’ ‘응원가가 신난다’”
⊙ ‘ABS 도입으로 공정에 민감한 MZ 세대 호응 이끌어’
⊙ 지역 연고 기반, 재벌그룹의 스폰서십이 야구를 빠르게 발전시켜
⊙ ‘잘 치고, 잘 던지면 그만’이라는 생각, 야구 발전 걸림돌… LA 다저스 커쇼는 매년 아프리카로 봉사 떠나
지난 9월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KBO 리그’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의 경기에 역대 최다 관중이 찾았다. 사진=뉴시스
2025년의 한국 프로야구는 ‘최초 제조기’였다.
 
  지난 9월 5일 KBO 리그는 역대 최다(最多) 관중인 1231만2519명을 기록하며 정규시즌 사상 최초로 12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기록인 약 1088만 명을 크게 넘어섰다. 올 시즌 흥행의 징조는 이미 예고되었다. 두 시즌 전에는 리그 전 구장 매진이라는 역대 최초 기록을 세웠고, 올 시즌에는 정규리그 경기 중 약 46%에 해당하는 331경기가 매진되었다. 9개 구단(삼성, LG, 두산, KT, 롯데, 한화, SSG, NC, 키움)은 시즌 중 최다 관중 기록을 갈아치웠다. 또한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포스트시즌 16경기가 모두 매진을 기록했고, 해당 기간 총 관중은 33만5080명에 달했다. 이처럼 ‘최초’와 ‘매진’의 기록이 쏟아지면서, 올해 한국 프로야구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핫이슈로 떠올랐다.
 
 
  “TV로 보는 것과 180도 다르더라”
 
3년여 공사 끝에 올해 오픈한 대전 중구 소재 새 야구장 한화생명볼파크. 사진=뉴시스
  김성은씨(28세 여자 직장인·삼성 라이온즈 팬)는 2년 전부터 야구에 푹 빠졌다.
 
  “남자 친구 따라서 야구장에 처음 가봤어요. 야구 규정을 잘 몰랐고, 남자들이 즐기는 스포츠 경기라고 생각했는데 TV 중계로 보는 것과 180도 다르더라고요. 투수들이 던지는 공이 퍽퍽 소리를 내면서 포수 글러브에 꽂히고, 타자들이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등장곡, 응원곡이 달라서 신기했습니다. 야구장의 음식 퀄리티도 생각보다 높고, 단체로 유니폼을 입고 있으니까 관중과 제가 하나가 되는 느낌을 받았고 직장에서 받았던 스트레스가 경기 관전으로 해소됐어요.”
 
  이민주씨(49세 가정주부·두산 베어스 팬)는 야구장에 다닌 지 30여 년이 넘은 열성팬이다.
 
  “대학 때 친구들이 저한테 삐삐를 쳤는데 제가 몇 시간 동안 전화를 하지 않으면 ‘너 또 야구장에 갔지’라는 말을 들었을 정도로 열광적 팬입니다. 30년 전에는 저처럼 야구장에 혼자 가는 여성은 거의 찾기 어려웠어요. 남성 관객 비중이 절대적이었고, 지금과 같은 화려한 응원, 특정 선수를 향한 팬덤은 없었습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들어 야구에 대한 주위의 관심이 커졌다고 느꼈고 매번 올 때마다 야구 경기 이외에도 볼거리가 늘어나고 있다고 느낍니다.”
 
  10년 넘게 야구 담당 기자를 했던 안준철 호남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한국 프로야구의 흥행 비결을 이렇게 말한다.
 
  “2008년도 베이징올림픽에서 야구가 금메달을 따고, 2009년 월드베이스볼챔피언십(WBC)에서 준우승을 하면서 야구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2012년도에 800만 관중을 돌파했는데 야구 열기만 두고 보면 오늘날과 비슷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 그간 실외 활동이 적었던 팬들이 나오면서 야외 스포츠 관중이 늘었습니다. 야구 관람은 가성비가 좋은 편이죠. 적은 돈(티켓 값 7000원~8만원)을 내고 세 시간을 오롯이 현장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2030 세대, 소위 MZ 세대들에게 먹혀들었습니다. 통상 프로 스포츠는 여성팬이 늘어날 때 관중 숫자가 덩달아 늘어나는데 젊은 여성 팬이 대단히 늘었고요. 여성들은 통상 바이럴 마케팅이 잘 통하는데 이들이 ‘야구장 가보니 재밌더라’라고 말하는 소문이 퍼진 영향도 있습니다. 최근에 신축 야구장이 늘어나면서 좌석 간격, 화장실 등 관람 환경이 좋아졌습니다. 구단의 콘텐츠화(化)도 먹혀들었고요.”
 
  ― 콘텐츠화라면 어떤 얘기일까요.
 
  “‘야구장에는 치맥이 있다’ ‘응원가가 신난다’는 겁니다. 기아 타이거즈가 우승(2024년)했을 때 해외 매체들이 앞다퉈 보도한 것은 우승 자체보다 기아의 치어리더들이 추는 ‘삐끼삐끼 춤’이었습니다. ‘한국의 야구장에서는 이렇게 재미난 응원을 한다’며 소개를 한 건데, 한국 야구에는 경기 자체를 떠나서 일종의 스토리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2030 세대, 특히 여성 관중이 늘어나자, 구단 측에서는 이들을 향한 타깃 마케팅에 열을 올린다. 한 구단 관계자의 얘기다.
 
  “10개 구단의 평균 관중이 1만7000명 시대입니다. 프로야구는 원래 중장년층 남성들의 문화였는데 최근 들어 달라졌다는 것을 몸으로 느낍니다. KBO의 영상은 중계권 계약으로 인해 영상 유출을 할 수 없었는데 올해부터 달라져서 40초짜리 OTT를 송출한 것도 인기 비결의 하나고요.”
 
  ― 구단의 마케팅 전략이 달라졌겠군요.
 
  “과거에 가족 마케팅이었다면 이제는 2030 여성 고객을 위한 마케팅이 주를 이룹니다. 연예인에 대한 팬덤 현상이 야구 선수로까지 이어진 것은 최근 5~10년 사이의 변화입니다. 당연히 구단 측에서도 야구 유니폼, 굿즈 등을 사는 데 지갑을 여는 2030 여성을 위한 마케팅을 앞세우고 있습니다.”
 
 
  “경기 시간 줄인 것도 흥행 이유”
 
무신사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협업해 마련한 팝업 행사. 사진=뉴시스
  대덕대 체육학과 원상연 교수는 올해에 프로야구가 인기몰이한 비결을 이렇게 꼽는다.
 
  “2018년 한 해를 제외하고는 최하위권에 머물던 한화 이글스의 부활로 인한 꼴찌팀의 반란, 이에 대한 기대감이 한몫을 했습니다. 2025년은 기존의 질척이며 지루한 경기에서 탈피해 타격의 재미를 느끼게 한 프로야구 재도약의 시기였다고도 볼 수 있죠. 문보경(LG 트윈스), 최형우(기아 타이거즈), 레이예스(롯데 자이언츠), 송성문(키움 히어로즈), 디아즈(삼성 라이온즈) 등의 선수들이 기존의 경기보다 통쾌하고 시원시원한 경기력을 보인 것이 인기의 큰 요인이었습니다. ABS(자동투구 판정 시스템) 도입으로 판정에 대한 시비를 최소화해 프로야구의 신뢰성을 높였고, 경기도 빠르게 진행돼 관객들에게 ‘프로야구는 공정하고 빠르게 진행된다’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도 인기 비결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한정된 입장권으로 인해 야구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야구장에 다녀온 관객들이 소문과 자랑을 한 점이 중요한 마케팅 요소로 작용했다고 봅니다.”
 
  안준철 호남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의 얘기다.
 
  “KBO에 따르면 ‘ABS 도입으로 공정성이 높아지고 팬들의 몰입감이 높아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ABS는 기계가 볼, 파울 여부를 판정하는 것인데 과거처럼 심판의 눈에만 의존하던 것과 비교하면 공정성이 높아졌죠. 특히 MZ 세대들은 공정, 정의 등에 민감하기 때문에 이런 시스템 도입이 흥행을 이끌었습니다. 2010년대 초반까지 뜨거웠던 야구 열기가 한 차례 식었던 요인 중 하나는 승부조작과 같은 악재였습니다. 선수 개인의 도박, 마약과 같은 일탈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였습니다. 오늘날 한국 야구가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만약 또다시 공정성 부분에 대한 가치가 훼손될 경우에는 과거의 사례가 반복될 우려가 있습니다. 야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꼽는 이유 중 하나가 경기 시간이 길다는 점인데 올해부터 피치 클록 도입(투수가 공을 던지기까지 시간 제한)으로 경기 시간이 줄었고, 9회 말까지 동점이면 12회까지 연장했던 것을 11회로 줄인 것도 흥행 이유입니다.”
 

  ― 이미 기계 판정을 시작했는데, 앞으로 야구에 AI가 도입되면 어떠한 변화가 있을까요.
 
  “구단에서 AI를 통한 데이터 분석은 활용하고 있고, 앞으로 선수들의 육성과 부상 방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선수들의 타격 자세나 투구 자세를 AI가 분석해 어떤 부위에 부상이 생길 위험이 크다는 것을 미리 파악해 자세를 교정하는 등 예방용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지역 연고가 흥행의 발판”
 
KBO 리그의 첫 개막 경기는 1982년 3월 27일 서울 동대문야구장에서 열린 MBC 청룡과 삼성 라이온즈 경기였다. 사진은 삼성 배대웅 선수가 안타를 치는 모습. 사진=조선DB
  한국 프로야구가 시작된 때는 1982년도다. 초창기에는 6개 팀(삼성, 롯데, 해태, OB, MBC, 삼미), 연간 총 게임은 100게임이 안 됐다. 1982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야구장을 찾는 A씨(78세)는 “야구장의 분위기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달라졌고 선수들의 경기력이 일취월장했다”고 말했다.
 
  “초창기에는 미국, 일본 야구를 흉내 내는 수준이었습니다. 프로야구 첫해에 열린 코리안시리즈 6차전에서 당시 MBC(LG)와 OB(두산)가 붙었는데 OB의 김유동 선수가 9회에 만루홈런을 쳐서 경기를 뒤집었습니다. ‘이런 것이 프로야구의 묘미다’라고 홍보했는데 국민들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선수들의 경기력뿐 아니라 야구를 받아들이는 인식이 수준 미달이었는데, 그나마 지역 연고를 기반으로 한 점이 오늘날 흥행의 발판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 경북, 경남, 전남 등 지역팀은 첫해 출범 때부터 있었지요.
 
  “지역을 기반으로 한 팀 구성은 보스턴 레드삭스, 뉴욕 양키스와 같은 미국 야구에 근본을 둡니다. 우리나라처럼 정서적인 면이 강한 나라에서 지역 연고가 없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모습으로 발전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지역감정을 운운하는 것은 너무 유치한 생각이고, 지역별 배당이 있었기 때문에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며 한국 야구를 발전시켰다고 봅니다. 재벌 그룹이 야구단을 운영하는 스폰서를 자처한 것도 야구 발전의 한 축입니다.”
 
 
  ‘술 마시는 아저씨들의 놀이터’
 
  ― 삼미를 제외하고는 삼성, 롯데, 두산 등 재벌그룹이 스폰서였습니다.
 
  “오늘날처럼 야구를 통한 광고 수입도 변변치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의 자금을 쏟아부을 수 있는 곳은 재벌그룹뿐이었습니다. 야구단은 경기하는 플레이어들뿐 아니라 코치들, 백업 스태프 등 매우 많은 인원이 움직이기 때문에 대규모의 자본을 투입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운영하기 어렵습니다. 과거에는 타자들은 잘 치고, 투수들은 잘 던지면 된다는 아마추어적인 생각이 있었는데 트레이닝 메커니즘이 점차 발전하면서 기초 체력의 중요성, 포지션에 따른 수비 패턴 등 과학적 시스템을 적용하고, 1·2군 시스템을 활용한 점도 주요했다고 봅니다.”
 
  ― 40년 넘게 야구장을 다니셨는데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말할 나위가 없겠지요.
 
  “초창기 야구 경기장에 여성 관객은 거의 없었고 술 마시는 아저씨들의 놀이터였습니다. 응원하는 팀이 지면 마시던 술병을 던지고, 선수들이 타는 버스 앞에서 야유를 보내고 버스에 올라타려 하면서 선수들과 관중의 몸싸움이 심심치 않게 있었습니다. 롯데의 호세라는 다혈질 선수가 상대편 관중이 오물을 던지자 이에 격분해 자신이 들고 있던 야구 배트를 관중석으로 집어던져서 관중이 다친 적도 있었습니다. 초창기 야구장에는 파울볼을 회수하는 직원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었습니다. 아마추어는 고무야구공(난큐), 프로야구는 혼큐 공을 썼는데 공 가격이 꽤 비쌌거든요. 그래서 파울 볼이 날아가면 직원이 쫓아가서 관중에게서 그 공을 회수했고, 화장실, 먹을거리 등이 열악했던 것은 말할 것도 없지요. 완행열차와 KTX의 차이와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창원 NC 구장 사고
 
한국 야구 대표팀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야구 열풍을 주도했다. 사진=조선DB
  2025년 한 해를 뜨겁게 달궜던 프로야구의 인기가 내년에도, 또 10년 뒤에도 계속될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분명한 점은 프로야구계에 몇 가지 해묵은 숙제가 있다. 올해 프로야구가 개막한 지 며칠 되지 않은 시점에 창원 NC 구장에서 구조물이 추락하며 관중 한 명이 사망했다. NC 구단과 창원시는 여러 진단을 거쳐 2개월여 만에 NC파크에서 경기를 재개했다. 야구장 시설 안전 문제는 지난 10월의 국정감사에서까지 다뤄졌다. 한 야구계 관계자의 얘기다.
 
  “NC파크 문제는 야구장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문제가 불거졌을 때 책임 소재 공방이 계속되는 이유는 야구장을 구단이 지자체로부터 임차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NC 구장은 창원시 소유고, 관리는 창원시 시설관리공단이 하는데 사용은 전적으로 구단이 합니다. 누구에게 책임을 지워야 하는지가 불분명한데, 올해 사고가 발생했고 이 문제가 아직 말끔히 해결되지 않아서 NC 구단이 연고지를 옮길 생각을 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립니다. 야구단 운영은 만년 적자라는 인식도 여기서 나옵니다.”
 
  ― 만년 적자가 맞습니까.
 
  “구단의 1년 예산은 통상 400억원 내외입니다. 입장 수입, 중계료, 상품 수입 등 외에 구단에서 일정 부분 보조를 받는데 적자일 때도 아닐 때도 있습니다. 미국처럼 야구단이 구장을 운영하게 해주면 얼마든지 이익을 낼 수 있습니다. 야구계의 케케묵은 이슈인데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야구단 운영비의 절반은 인건비”
 
  또 다른 구단 관계자는 “야구단 운영비의 절반은 인건비로 사용된다”고 했다.
 
  “FA가 시작되고 에이전트가 생기면서 선수들의 몸값에 거품이 들어갔습니다. 야구 구단이 가장 빠르게 전력을 보강할 수 있는 방법은 타 구단으로부터의 선수 영입입니다. 소위 대어(大魚)들이 시장에 풀리면 여러 구단이 선수 영입을 위해 나서고 이 과정에서 거액이 책정됩니다. 이를 보완하고자 샐러리캡 상한제(연봉총액상한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잘하는 선수가 많은 연봉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과연 그 선수가 연봉에 걸맞은 플레이를 하느냐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죠. 게다가 농구는 코치가 통상 2~4명에 불과한데 야구는 코칭 스태프만 27~30명에 달합니다. 주루, 수비, 투구 코치 등 세분화돼 있고, 선수들의 포지션이 내야수냐 외야수냐에 따라서도 플레이가 다 다르기 때문에 코칭 스태프가 많습니다. 선수들의 기초 체력을 담당하는 트레이닝 스태프만 해도 6~7명이기 때문에, 구단 입장에서는 선수들 몸값 외에도 인건비가 부담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1999년부터 ‘FA(일정 기간 자신이 속한 팀에서 활동하고 다른 팀과 자유롭게 계약을 맺어 이적할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양의지(두산 베어스·2023~2028년 152억원), 최정(SSG 랜더스·2025~2028년 110억원 계약), 김현수(LG 트윈스·2022~2025년 90억원), 등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21세기 대한민국 야구 역사에 큰 변곡점을 그린 선수 라고 평가받는 류현진은 한화 이글스 이적으로 2023~2028년 152억 계약을 체결한다.
 
 
  “인성 갖추지 않는다면, 오타니 같은 선수 될 수 없다”(유영구 전 KBO 총재)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 선수. 전례가 없는 ‘투타 겸업(이도류)’에다 인품·프로 의식·성실함까지 더해져 세계적으로 존경을 받고 있다.
  KBO 총재를 지낸 유영구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은 한국 야구에 대해 애정 어린 조언을 했다.
 
  “선수들이 플레이를 잘하는 것은 물론, 인성을 갖춰야 합니다. 간혹 고액의 연봉을 받거나, 받았음에도 탈선을 했다는 뉴스가 나오면 정말 안타깝습니다. 그런 이슈가 생기면 야구계 전체가 매도되기도 하고요. 미국의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 선수는 비(非)시즌이 되면 가족들을 모두 데리고 아프리카로 봉사활동을 떠났습니다. 야구 선수들이 해야 할 사회적 책임, 또 야구를 지탱하는 것은 팬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1초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무조건 잘 때리고, 잘 던지는 것에만 신경을 쓰는 데 진정한 야구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선수들이 팬들이 자신에게 거는 기대를 제대로 인식하고, 그에 걸맞은 인성을 갖추고, 끊임없이 내면과 외적인 훈련을 해야 합니다. 이래야만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 같은 선수가 될 수 있는 겁니다.”
 
올해 시즌 말에 은퇴한 MLB 역대급 투수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는 야구 실력뿐 아니라 인성·리더십·사회공헌까지 모두 뛰어난 MLB의 모범 아이콘이다.
  ― 오타니를 보면 같은 아시아인인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 야구는 현재 곶감을 빼먹는 시기입니다. 그런데 감나무를 심는 사람은 없습니다. 유소년 야구를 길러내는 텃밭이 턱없이 부족해요. 일본의 고교 야구는 감독들이 자기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겸직의 형식으로 선수를 육성하는데, 우리는 전담 체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면 감독, 코치가 재량을 갖고 선수들을 길러내기가 어렵습니다.”
 
  ― 전담이 좋은 것 아닌가요.
 
  “아니죠, 감독들의 월급이 학부모 지갑에서 나오는 거니까 휘둘릴 수밖에 없죠. 이러니 간혹 야구 선수를 꿈꾼다는 초·중학생들에게 시력 보호를 운운하며 선글라스를 씌우겠다고 하는 학부형들을 막을 수 없는 겁니다. 일본에서는 엄두도 못 내는 일입니다. 미국의 프로야구가 오래가는 이유는 시스템 야구, 씨앗들을 키운 덕분입니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연계성 절대적으로 필요”
 
  또 다른 구단 관계자의 얘기다.
 
  “야구는 개인 플레이도 하지만 시스템 체제로 움직입니다. 오늘날의 5선발 체제(투수 5명이 하루씩 돌아가며 선발을 맡는 시스템)를 만든 이는 1994년 LG 트윈스의 우승을 이끌었던 고(故) 이광한 감독입니다. 이 감독은 5선발과 함께 선발-미들맨-셋업맨-마무리(투수 로테이션 구조)로 이어지는 투수 분업화를 KBO 리그에 정착시켰습니다. 이 감독은 투수 기용을 넘어서 선수단 관리와 구단 운영에서도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믿었고 실천했죠. 그는 자신의 야구를 ‘시스템’ 야구로 정의했고, 시대를 앞서간 분이었습니다. 우리는 솔직히 미국과 일본 야구에 비하면 수준이 떨어집니다. 지금 프로야구가 인기가 있다고 하지만 앞으로도 지속하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 관중의 기대만큼 선수들이 경기를 해줘야겠지요.
 
  “프로야구에는 레전드라 불리는 기라성 같은 선수들이 많습니다. 만일 그들이 요즘과 같은 시스템으로 훈련받았다면 얼마나 더 잘할까, 또 현재 뛰는 선수들이 과거에 활동했다면 그때 레전드만큼 플레이를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봅니다. 글쎄요, 과연 그들이 돈값만큼 제대로 플레이를 할 수 있을까요? 야구 선수는 20대 후반이 피크라고 하는데, 현재 맹활약 중인 선수들이 떠나고 오늘날 야구 선수를 꿈꾸는 유소년들이 제대로 활약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 야구 인프라는 아마추어 대(對) 프로야구가 천지개벽 수준으로 다릅니다. 과거에는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 드래프트 신청(KBO 신인 지명 대상 선수 등록 시스템에 신청서 제출)하는 것이 80~90%였는데 요즘은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신청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10대 선수들에게 소셜미디어 사용법, 팬들 대하는 방법 등 지도해야 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선수들이 프로 구단에 와서 야구 스킬은 물론 인성까지 새롭게 배우는 겁니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연계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대학 야구는 잠재 선수들을 위한 육성의 장”
 
  대전에 있는 대덕대학교는 2023년에 대학 야구부를 창단했다. 대덕대 야구부는 창단 1년 만에 전국 대회에서 우승했다. 원상연 대덕대 체육학과 교수는 “대학 야구는 선수 육성의 장을 넘어 한국 야구 생태계 발전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대학 야구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고교에서 프로야구 드래프트 발탁이 되지 못한 기술적으로 2% 부족한 육성 선수들, 또 한국 미래의 야구 유망주들이 꿈을 펼칠 기회가 사라져 선수층의 다양성이 부족해질 것입니다. 한국 야구 선수들의 숫자는 일본에 비해 5% 수준밖에 되지 않습니다. 더 많은 대학 야구부가 생긴다면, 선수들이 꿈을 펼칠 기회를 얻게 될 테고, 이는 한국 야구 저변 확대와 야구 발전에도 이바지하게 될 것입니다.”
 
  ― 대학 야구부가 흥행과 상관이 있지는 않죠?
 
  “대학 야구의 관객은 여전히 야구 관계자들과 학부모 등에 불과합니다. 그렇지만 훌륭한 잠재 선수들의 육성의 장인 건 맞습니다. 여러 이유로 프로야구 선수 수급의 토대, 야구 생태계의 다양성, 잠재적인 팬 유입 경로 등 프로 진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프로야구의 탄탄한 발전을 위해서는 이 육성의 장이 건강하게 유지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프로야구의 지속적인 흥행이 점차 대학 야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더 많은 일반 관객이 찾아오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 해를 뜨겁게 달궜던 2025년 프로야구는 LG 트윈스가 우승, 한화 이글스가 준우승을 차지하며 막이 내렸다. 야구장은 대대적인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광주챔피언스필드는 지난 2014년, 고척스카이돔 2015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2016년, 창원NC파크 2019년, 대전한화생명볼파크는 올해 새 단장을 마쳤다. 잠실야구장은 내년 해체 작업을 시작으로 2027~2031년까지 재건축 공사에 들어간다. 사직야구장은 2028~2030년 공사를 추진해 2031년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야구를 지탱하는 것은 팬이라는 사실을 1초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원로 야구인의 말을 새겨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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