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한국판 미네르바대’ 태재대에서 무슨 일이…

‘親中 인재 양성 기관’이라며 떠난 학생들, 그 진실은?

  • 글 :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talkto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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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기생 3명 중 1명 자퇴… “혁신 표방하지만 중국 공산당 위해 움직이는 대학”(자퇴생 A씨)
⊙ 입학 후 갑자기 ‘홍콩 6개월’이 ‘중국 1년 체류’로 바뀌어(1기 학생회장 김정범씨)
⊙ “중국에 배울 점은 배워야… 중국 공산당 시스템에서도 배울 점 있다는 게 설립자 생각”(염재호 총장)
서울 종로구 소재 태재대 정문. 사진=조선DB
말 그대로 ‘혁신’이었다. 기존 대학의 틀을 깨는 새로운 시도. 2023년 개교한 태재대는 ‘한국판 미네르바대’로 불렸다. 출발부터 달랐다. 가장 큰 특징은 세계를 무대로 한다는 점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며 수업을 듣는다. 모든 강의는 영어로 진행된다. 목표는 ‘글로벌 리더’ 양성이다.
 
  수업은 교수 중심이 아니다. 학생이 주체가 되는 ‘액티브 러닝(Active Learning)’ 방식을 택했다. 토론을 통해 문제를 발견하고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는 구조다. 수업당 인원은 20명 이내로 제한했다. 학생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며, 실리콘밸리 현장 학습과 유럽 문명사 그랜드투어도 참여한다.
 
  국내 대학 최초로 9월 학기제를 도입했다. 2023년 9월, 첫 신입생 32명이 입학했다. 13대 1의 경쟁률을 통과한 학생들이었다. 해외 의대나 스카이(SKY)대를 다니다 온 학생, 국제대회 수상자 등 이력도 화려했다.
 
  입학식 ‘라인업’도 화제를 모았다. 반기문 전 UN사무총장, 이주호 당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운찬·한승수·김황식·정세균 전 국무총리, 유홍림 서울대 총장,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미국 미네르바대 창립학장이자 전 하버드대 사회과학대 학장인 스티브 코슬린도 참석해 ‘문제 해결형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연히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이 무렵 한 신입생의 ‘입학 후기’가 학교 홍보 효과를 배가시켰다. 국내 명문대를 자퇴하고 태재대에 입학한 A씨는 입시 커뮤니티 ‘오르비’에 글을 올렸다. 그는 “암기식 강의와 형식적 학점 경쟁에 회의를 느끼던 중, 태재대의 실험적 교육 모델을 알게 됐다”며 “진정한 배움의 가능성을 발견해 입학을 결심했다”고 썼다. 또 “이사장, 총장과의 대화를 통해 배움의 본질은 실천과 창조에 있음을 깨달았다”고도 했다. 이 글은 차츰 퍼져나갔고, 더 많은 이가 태재대를 주목했다.
 
 
  1기생 세 명 중 한 명 자퇴
 
2023년 8월 30일 서울 종로구 태재대에서 열린 1기 신입생 입학식에 모인 염재호(오른쪽 첫째) 태재대 초대 총장과 교수진. 사진=뉴시스
  햇수로 3년째. 이런 태재대에 이상 기류(氣流)가 감지되고 있다. 자퇴생이 잇따르면서다. 특히 1기 입학생 32명 중 9명이 학교를 떠났다. 세 명 중 한 명 꼴이다.
 
  이탈자 중에는 1기 총학생회장 김정범씨도 있다. 그는 연세대와 호주 멜버른대 의예과를 거쳐 2023년 태재대에 입학했다. 두 학기 차석을 했으며, 태재대 평의원회 부의장, 등록금심의위원회 위원, 태재미래전략연구원(구 여시재) 1기 인턴 등 학교 주요 기구를 두루 거쳤다. 그만큼 학교 사정에 밝았다.
 
  올 초 자퇴한 그는 “수면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친중(親中) 학교’라는 정체성(正體性)을 확신하게 됐다”고 했다. 김씨에 따르면 당초 모집 요강과 홍보 자료 어디에도 ‘중국 체류’ 일정은 없었다. 그러나 입학 후 ‘중국 1년’이 새로 추가됐다고 한다.
 
  실제로 2024년도 모집 요강까지도 첫 3학기는 서울, 4학기 도쿄, 5학기 뉴욕, 6학기 홍콩, 7학기 모스크바를 거쳐 8학기 때 다시 서울에서 수업을 듣는다고 명시돼 있다. 한 학기에 한 곳씩 4개국을 도는 방식이었다. 김씨는 “국제정세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는 단서가 있었지만, 그 무렵 홍콩에서는 새로운 변수가 없었다”면서 “그런데 어느 날 홍콩 6개월이 중국 1년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2024년이 되자 학교 측이 ‘설립자(조창걸)의 뜻에 따라 중국에 1년 보내기로 했다’고 통보했다”며 “1기생들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입학했다”고 했다. 이 결정에 따라 1기 학생들은 2026년부터 1년간 중국에 체류하게 된다. 갑작스럽게 홍콩 대신 중국에 머물게 된 셈이다.
 
 
  설립자, “중국은 가야 한다”
 
  “학교에서는 ‘중국 1년은 무조건 가야 한다’는 학교 설립자의 생각이 완고하다고 했다. 이후 나는 설립자와 면담을 하고, 그 내용을 녹음했는데, 그때 설립자는 ‘다른 나라는 모르겠고, 중국은 가야 한다’는 식으로 답했다.”
 
  김씨는 이어 “학교 내부 문건에 적힌 ‘중국에 가야 하는 이유’는 그 내용이 거의 찬양 수준”이라고도 주장했다.
 

  “가령 ‘중국은 근대 통일국가 건립 이후 독특한 사회 시스템으로 정치·경제적 강국으로 비상했다’ ‘중국의 문화 및 독특한 정치·경제 사회체계에 대한 경험 학습은 글로벌 리더에게 필수적이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양립하는 독특한 체제’ ‘엄청난 인구가 강한 단결력을 보이는 나라’ ‘뒤늦게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융합하고 국민의 사상(思想)을 통합하여 강력한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 ‘한국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이웃 국가’ 등의 문구가 담겨 있었다.”
 
  그는 또 “국가별 교류 대학 수준도 편차가 크다”며 “중국은 베이징(北京)대, 선전(深圳)대 등 명문대와 협력하지만, 일본은 세계 대학 랭킹 1000위권 밖의 무명 대학이고, 미국 파트너로 제시된 샌프란시스코대(USF)는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UCSF)와는 전혀 다른 별개의 사립대”라고 말했다. 김씨는 “학교는 ‘심화하는 미중(美中) 갈등 속 조화를 추구하는 글로벌 인재 양성’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실제 운영을 보면 중국 쪽으로 기운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고 했다.
 
 
  여시재와의 관계
 
  여시재(與時齋)라는 싱크탱크가 있었다. 2015년 출범했다. 이름은 ‘시대와 함께하는 집’이라는 뜻으로, 《주역(周易)》의 구절 ‘범익지도 여시해행(凡益之道 與時偕行)’에서 따왔다. 시진핑이 같은 해 여러 차례 공식 석상에서 인용해 화제가 된 문구다.
 
  여시재는 조창걸 한샘 창업자가 자신의 사재(私財)로 만든 ‘한샘드뷰 연구재단’이 출자해 세웠다. 출범 당시부터 이사진이 화려했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이사장을, 노무현 정부 시절 실세였던 이광재 전 강원지사가 부원장을 맡았다.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정창영 전 연세대 총장, 김도연 포스텍 총장, 안대희 전 대법관, 김범수 카카오 의장 등 각계 인사들이 이름을 올렸다.
 
  여시재는 ‘이념을 초월한 미래 연구기관’을 표방했다. 그러나 2018년 베이징에서 열린 ‘신문명도시와 지속가능발전포럼’ 이후 친중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논의된 ‘스마트시티’ 구상이 중국 공산당이 추진하는 감시도시 모델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7년 ‘동북아 포럼’에서는 한중 통관 절차 간소화, 비자 면제, 북극항로 개발 등 중국 중심의 북방 의제가 주를 이뤘다. 미·일 협력 논의는 거의 없었다. 포럼 참석자도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등 일본 내 친중파와 후안강(胡鞍鋼) 칭화대 교수 등 중국 인사들이 다수였다. 이후 여시재는 일각에서 ‘중국 중심 구상’을 뒷받침하는 기관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여시재에서 1기 인턴 생활을 한 김정범씨는 “여시재는 상당한 예산을 투입해 중국과 연계된 학술 교류 및 연구 활동을 활발히 수행했다”고 말했다.
 
 
  여시재, ‘태재미래전략연구원’으로 개칭
 
2022년 태재학원과 여시재(현 태재미래전략연구원)의 산학협력협약서. 양 기관이 교육·연구, 인재 교류를 연계·협력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그 여시재가 2023년 3월 ‘태재미래전략연구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그러고 한 달 뒤, 태재미래전략연구원은 같은 이름의 원격대학(사이버대)을 세웠다. 그 대학이 바로 태재대다.
 
  대학 측은 당시 “태재대는 태재미래전략연구원이 인재를 직접 양성하기 위해 세운 대학”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설립인가신청서 등에는 양 기관이 교육·연구, 인재 교류를 연계·협력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김씨는 “산학협력협약서에는 ‘태재대와 당시 여시재가 함께 인재를 양성하고 우수 인재를 공급한다’는 조항이 있다”면서 “과거 여시재의 활동을 보면, 태재대의 성향을 짐작할 만한 근거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비단 김씨만 하는 게 아니다. 앞서 ‘태재대 홍보’에 크게 한몫했던 A씨 또한 지금은 학교를 떠난 상태다. A씨는 최근 태재대 관련 유튜브 영상과 기사에 아래와 같이 댓글을 달았다.
 
  “겉으로는 혁신을 표방하지만 실상은 태재미래전략연구원과 중국 공산당을 위해 움직이는 대학이다. 샅샅이 수사하면 국가보안법에 걸릴 만한 건이 나올 수도 있다.”
 
  A씨의 지인에 따르면 그 역시 학교 내부 문건을 본 후 친중 학교라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A씨는 자퇴 후 타 대학 재학 중으로, 인터뷰에는 응하지 않았다.
 
 
  ‘소통이 되지 않는 학교’
 
태재대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 댓글 게재가 금지된 모습. 사진=유튜브 캡처
  2024년 9월에 입학한 2기생의 자퇴도 이어졌다. 2기생은 329명이 지원해 42명이 합격했는데, 이 중 절반가량이 등록을 포기했다. 지난해 3월 예비교육과정을 거쳐 9월 최종 등록자는 25명이었다. 이들 또한 학기 중에 4명이 자퇴했다.
 
  자퇴생 B씨는 “1기 학생회장, 2기 학생회장·학생부회장 등 학교와 소통이 가장 많았던 각 기수 대표 4명 중 3명이 자퇴했다”면서 “지방 4년제 대학만큼도 소통이 되지 않는 학교였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대화의 장(場)이라는 게 없었다. 학교는 학생을 ‘피(被)교육자’로 규정했다. 학생들은 교육자의 정책을 따라야 하는 존재였다. 학생과 관련된 규정은 학생과 함께 상의해야 하지만, 이를 예고 없이 바꾼 뒤 홈페이지에 올렸다. 학생준칙으로 예를 들면 ‘총학생회를 둔다’가 ‘학생회를 둘 수 있다’로 바뀌었다. 소통 방식도 문제였다. 대학 어느 부서에도 유선 전화가 없고, 대표 번호도 없다. 홈페이지에는 Q&A 게시판조차 없다. 혜화동에 있던 입학처도 최근 폐쇄됐다. 소통은 오직 이메일만 가능한데, 답장이 며칠씩 걸렸다. 태재대 유튜브 채널도 댓글을 막아놓은 상태다. 과연 이게 혁신적인 학교라고 할 수 있나?”
 
  앞서 ‘친중 의혹’을 제기했던 A씨는 교육 시스템 전반의 허점을 지적했다. 그는 입시 커뮤니티 ‘오르비’에 “태재대의 혁신 교육에 큰 기대를 품었지만 실제 수업은 달랐다”면서 “‘액티브 러닝’이라 했지만 학생 참여는 적었고, 토론보다는 교수 중심의 강의였다”고 했다. 예를 들어 전적 대학에서는 t-분포를 다룰 때 확률변수·확률분포·가설검정의 원리를 가르쳤지만, 태재대에서는 ‘t-검정은 수식이 복잡하니, 숫자 몇 개 넣어보자’는 식으로 단순히 넘어갔다는 설명이다.
 
  A씨는 또 “창의적 사고(Creative Thinking) 수업이 4지선다형 암기시험으로 진행되는 등 창의적 학습과 거리가 있었다”면서 “목표는 거창했지만 실제 수업은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를 갖다 놓고 포스터를 만들게 하는 수준이었으며, 학생들은 챗지피티로 대충 과제 제출하고 A+를 받아가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출연금(出捐金) 규모 또한 실제보다 과장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정범씨는 “교육부 설립인가신청서와 관련 문건에는 2210억원으로 기재돼 있는데, 학교 측은 대외 홍보나 언론 인터뷰에서 매번 3000억원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홍보와 다른 실체
 
2024학년도 태재대 모집 요강. 서울, 도쿄, 홍콩, 모스크바에서 로테이션 수업을 한다고 돼 있다.
  1기 자퇴생 C씨는 “홍보 내용과 달랐던 건 이뿐만이 아니다”라고 했다.
 
  “모든 수업을 20명 이하로 진행한다고 했는데, 올해 9월 입학한 3기생은 한 반에 35명씩 듣는다. 모집 요강에는 여전히 ‘20명 미만 수업’이라 적혀 있다. 하버드, 예일, 시카고대 등 세계 석학을 겸임교수로 뒀다고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1년에 한 번 줌 세미나를 여는 게 전부다. AI 피드백 시스템을 도입해 학생의 창의력과 사고력을 평가한다고 했지만 2년 동안 피드백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
 
  학교의 장학금 또한 홍보 내용과 달랐다고 한다. 조창걸 설립자는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학생의 절반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혀왔다. 자퇴생 D씨는 “입학 당시 말했던 장학금 체계와 실제는 전혀 달랐다”고 했다. A씨 또한 태재대 관련 기사 댓글에 “전액 장학금 받는 학생은 소득 분위 5분위 이하를 제외하곤 거의 없다. 이마저도 해외로 나가기 몇 달 앞두고 말을 바꿔 학생들이 경제적 걱정으로 학업에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있었다”고 썼다.
 
  김씨는 태재대 입학 전 의대 입시 컨설턴트로도 활동했다. 기존 고등교육에 회의감을 느끼던 그는 “그 무렵 유일하게 가고 싶은 학교가 태재대였다”고 했다. 실명을 밝히고 인터뷰에 임한 이유에 대해 그는 “학교 홍보 자료는 넘쳐나지만 그 이면(裏面)을 전해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면서 “나는 이제 자퇴를 했으니 어떤 이해관계도 없다. 입시철을 맞이해 태재대 진학을 고민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박지훈 법무법인(유) 충정 파트너 변호사는 “국가 인가(認可)를 받은 고등교육기관은 법에 따라 운영돼야 하는 공적(公的) 기관”이라면서 “상황에 따라 규정을 바꾸는 것은 법치주의의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어 “홍콩 6개월 과정이 중국 1년으로 변경된 사례를 포함한 태재대의 운영 및 홍보상의 문제는 단순한 행정 미비로 보기 어렵다”면서 “고등교육법 제64조가 규정한 ‘허위 또는 부정한 방법에 의한 설립 인가’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관련자는 형사처벌(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으며, 학교는 인가 취소나 폐쇄 명령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자퇴생들의 일방적 주장”
 
  한편 염재호 태재대 총장은 “자퇴생들이 제기한 일련의 문제점은 모두 사실관계를 왜곡한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고려대 총장을 역임한 그는 지난 2023년 태재대 초대 총장으로 부임했다.
 
  염재호 총장은 우선 1·2기에서 다수의 자퇴생이 발생한 것은 “이탈이 아닌 탈락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학생들이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해외 로테이션 비용 부담을 이유로 중도에 포기했다는 설명이다. 염 총장은 “태재대의 커리큘럼은 육군사관학교 수준으로 엄격하게 설계돼 있다”면서 “여타 대학처럼 무분별하게 휴학을 반복하는 문제를 막기 위해 임신·출산·감염 등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휴학을 허용치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 때문에 그간 중도 탈락자가 생겼지만 3기생은 현재까지 큰 문제없이 학업을 잘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학교 혁신 대학 탐험 프로그램에 선발된 한 학생은 몇 달 사이 에스토니아, 옥스퍼드, 도쿄를 넘나들며 수업을 들었다. 그 학생은 태재대 생활이 꿈같다고 할 정도로 만족하며 다니고 있다.”
 
  수업 인원 논란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모든 강의는 20명 미만으로 운영된다”고 밝혔다. 다만 3기 전체 재학생이 68명이라 일부 과목에서 30명 안팎이 함께 수강하는 경우가 있다는 설명이다. 염 총장은 “교수 추가 영입 과정에서 기존 교수가 한시적으로 수업을 병행하고 있다”면서 “전공 과목 중에는 5~6명만 듣는 소규모 수업도 있다”고 했다.
 
  설립자 출연금액이 과장됐다는 지적에는 “사실 30억원만 있어도 사이버대 설립이 가능하지만, 설립자가 3000억원을 학교 재단에 출연하기로 했고, 이 중 2210억원이 이미 들어왔다”면서 “필요시 개인 자금 20억원씩을 매년 추가 지원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한 “작년에만 법인에서 180억원을 지원받았으며, 연세대·고려대·카이스트 외에는 100억 이상 법인 지원을 받는 대학이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장학금 수혜 비율 60% 이상”
 
  “학생 절반이 장학금을 받는다”는 홍보가 과장됐다는 점도 짚었다. 그는 “한국의 국가장학금 제도는 10분위로 나뉘며, 태재대는 기초생활수급자부터 5분위 이하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실제 장학금 수혜 비율은 60%가 넘는다”고 했다. 염 총장은 오히려 “학교에 돈이 많다는 인식 탓에 일부 학생이 지나치게 많은 걸 기대했다”고 토로했다.
 
  “장학금에는 명확한 기준이 있다. 예를 들어 외국인 학생 지원은 부모 모두가 외국인이고, 12년 이상 해외에서 교육을 받은 경우에만 해당된다.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도 불만을 제기하는 사례가 있었지만, 이는 학교가 아닌 학생의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문제였다. 또 기숙사비는 1인실 기준 월 110만~120만원이지만, 학교가 보조해 학생은 60만원만 부담한다. 그런데 일부 학생은 식사 제공이 없다는 이유로 불만을 제기했다. 이러한 혼선을 줄이기 위해 제도와 규칙을 명확히 세우는 과정이다.”
 
  그는 이 같은 일부 학생의 불만이 과도하게 부각되는 것 같다면서 “학교의 긍정적인 측면도 함께 조명해야 한다”고 했다. 염 총장은 특히 2025년 4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세계적 컴퓨터 학술대회 ‘CHI’에서 태재대 학생팀이 ‘학생 디자인 부문’ 우승을 차지한 사례를 언급하며 “이런 혁신적인 측면도 북돋아줘야지, 사소한 부분을 끄집어내 트집만 잡으려 한다면 발전은 없다”고 했다.
 
 
  “소통 부재도 어불성설”
 
  소통이 안 된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총장인 내가 매 학기 학생들과 직접 만나고, 매년 학부모 초청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듣는다. 이렇게 하는 학교는 없다. 학교에 대표 전화가 없는 것은 학교를 21세기형 조직으로 설계했기 때문이다. 고려대 총장 시절에도 직원들이 낮 동안 전화받느라 야근하는 것을 보고 대표 번호의 비효율을 느꼈다. 지금은 대부분의 글로벌 기관이 전화 대신 이메일과 온라인 시스템으로 소통한다. 서울대는 수천 명, 고려대는 수백 명의 직원이 있지만 태재대는 직원 수가 50명도 되지 않아 모두 멀티태스킹으로 일하고 있다. 이럼에도 입학설명회와 개인 맞춤 상담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처음 2년간은 혜화동에 입학처를 두고 운영했지만, 방문자가 50명도 안 돼 효율을 위해 폐지했다. 외부 환경에 따른 학교의 결정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
 
  염 총장은 “20세기식 사고에 머문 사람들이 21세기형 학교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고 ‘소통이 안 된다’고 말한다”면서 “답답한 일”이라고 했다.
 
  “학교가 막 설립된 직후 입학한 학생들은 각자 나름의 생각과 기대가 많았다. 그래서 운영 방식이나 제도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예컨대 2기생 중에 학교신문을 만든 뒤 편집장을 하겠다던 학생이 있었다. 그러나 학교는 편집 주관 교수를 두고 기자를 선출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원칙을 설명했다. 결국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학생이 ‘소통이 안 된다’며 나갔다. 초기에는 규정이 완전히 정립되지 않은 탓도 있었지만, 일부 학생은 학교를 자신이 주도할 수 있는 ‘대안학교’로 착각한 면이 있었다. 여러 측면에서 뜻대로 되지 않자 ‘소통 부재’로 몰아간 셈이다.”
 
  친중 논란도 일축했다. 염재호 총장은 “학교가 친중이라면 미국, 일본, 러시아에는 왜 가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이 같은 오해는 설립자가 중국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친중? 배울 건 배워야”
 
  “설립자는 공산주의 자체에는 부정적이지만, 중국의 리더 양성 시스템에는 배울 점이 있다고 본다. 중국에는 약 1억 명의 공산당원이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논문 제출과 평가 과정을 거쳐 단계적으로 선발된다. 그중 약 3000명이 지방 행정 단위의 장으로, 다시 수년간의 검증을 거쳐 300명 정도가 대성(大省)급 지도자로 올라간다. 최종적으로 약 25명이 정치국 상무위원이 돼 국가 경영을 맡는다. 이 구조는 일종의 현대판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다. 리더를 단계적으로 검증·양성하는 제도적 시스템이며, 이 과정에서 리더십과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배울 필요가 있다는 게 설립자의 생각이다.”
 
  염 총장은 또 “설립자는 ‘우리는 중국을 버리고는 생존할 수가 없다’며 학생들이 중국을 직접 경험하고, 역사와 리더십의 작동 방식을 이해해야 한다고도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리더십도 마찬가지로 배워야 한다. 미국은 식민지 13주(州)에서 출발해 250년 만에 세계 최강국이 됐다. 독립, 삼권분립(三權分立), 나사(NASA)를 통한 과학 혁신 등 정치·기술 시스템을 직접 탐구해야 한다. 태재대의 글로벌 로테이션 프로그램은 단순한 체험이 아니라 이처럼 각국의 리더십 구조를 학문적으로 분석하고 훈련받는 과정이다.”
 

  그는 또 “과거 여시재 시절 초대 원장이었던 이광재 전 원장이 중국을 잘 안다는 이유로 ‘친중’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학교의 핵심 철학은 ‘21세기 글로벌 리더는 미·중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조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이 오랜 대립 끝에 유럽연합(EU)을 탄생시킨 것처럼 인류가 협력의 질서를 세워야 한다. 보수적인 시각에서는 ‘친미(親美)만 해야지, 왜 친중을 하느냐’고 하지만, 이는 시대착오적이다. 세계 문명사가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제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는 이 시점에 한국이 미·중 간의 갈등을 중재(仲裁)할 수 있는 나라고, 이를 위해 양국의 문명과 사상을 깊이 이해하는 리더를 길러야 한다는 게 학교의 목표다.”
 
  홍콩 6개월 과정이 중국 1년으로 바뀌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우리는 온라인 기반으로 수업을 진행하는데, 중국은 구글 등 주요 서비스가 차단돼 있어 우선 홍콩을 선정했던 것”이라면서 “그런데 홍콩 정세 불안이 이어졌고, 베이징과 선전에서 안정적으로 인터넷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피드백을 받아 본토로 변경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왕이면 홍콩보다 본토가 낫지 않으냐”면서 “이를 문제 삼는 학생에게는 서울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 방법도 있다고 안내한다”고 했다.
 
 
  “외부 환경에 맞춰나가야”
 
  중국과 다른 나라의 파트너 대학 수준 격차에 대해서는 “학생에게 중요한 건 명문대 간판이 아니라 현장 경험”이라고 했다.
 
  “스탠퍼드에 가서 물어보면 미네르바대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하물며 이제 막 생긴 태재대를 누가 알겠느냐. 하루아침에 모든 걸 이룰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실리콘밸리의 미래 지향적 문화를 직접 체험하게 하고, 수업은 우리 교수진이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파트너 대학이 어디든 크게 상관없다는 얘기다. 핵심은 학생이 성장하는 경험 그 자체다.”
 
  그는 “외부 환경에 맞춰 제도를 바꾸면 ‘왜 바꾸느냐’는 비판이 따르지만, 오히려 변화를 감행할 땐 해야 한다”고 했다.
 
  “처음 만든 제도가 비효율적이면 더 나은 방식으로 고쳐야 한다. 관료주의에 매달려 규정만 따르는 건 어리석다. 고려대 총장 시절에도 답답하게 관료적으로 거기 매달렸던 직원이 있었다. ‘고치면 안 되냐’고 했더니 ‘규정 때문에 안 된다’고 하더라. 그 규정은 학교가 만든 것 아닌가? 그럼 학교가 바꿀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태재대 역시 스스로 만든 규정을 환경에 맞게 개정하며 발전해 나가야 한다.”
 
  염 총장은 또 “학교가 이렇게까지 학생을 위해 노력하는데도 이를 고맙게 여기는 학생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학생도 있다. 하지만 이런 차이를 보면서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결국 우리가 키우려는 건 지식인이 아니라 ‘인간이 된 리더’다. 선의를 선의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회가 안타깝다. 앞으로는 학생 선발 과정에서도 이런 부분을 더 세밀하게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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