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에 집회·시위 없다면 관광객 적어도 15%는 더 늘 것”
⊙ 북한산·북악산·관악산에 등산관광센터 열어 K-등산 ‘바람’… 누적 방문객 10만 명 넘어
⊙ “트럼프 방한 때 서울의 경복궁과 남산·한강·북촌 소개하고 싶어”
⊙ 1992년 허니문여행사 차려 해외 신혼여행 시장 개척한 여행업계 ‘신화’
⊙ 중단된 새만금 잼버리 대원들, 서울의 문화·자연에 위로받고 돌아가
⊙ 서울, ‘최고의 MICE 도시’ 10년 연속 선정… 국제회의 개최 건수 아시아 1위·세계 3위
吉基演
1960년 생. 경기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고려대 경영학과 중퇴·정책대학원 석사, 한양대 관광학 박사과정 수료 / 허니문여행사 대표, 서울시의원, 서울시탁구연합회 초대 회장, 한국관광협회 부위원장, 코레일관광개발 대표 역임. 現 서울관광재단 대표이사
⊙ 북한산·북악산·관악산에 등산관광센터 열어 K-등산 ‘바람’… 누적 방문객 10만 명 넘어
⊙ “트럼프 방한 때 서울의 경복궁과 남산·한강·북촌 소개하고 싶어”
⊙ 1992년 허니문여행사 차려 해외 신혼여행 시장 개척한 여행업계 ‘신화’
⊙ 중단된 새만금 잼버리 대원들, 서울의 문화·자연에 위로받고 돌아가
⊙ 서울, ‘최고의 MICE 도시’ 10년 연속 선정… 국제회의 개최 건수 아시아 1위·세계 3위
吉基演
1960년 생. 경기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고려대 경영학과 중퇴·정책대학원 석사, 한양대 관광학 박사과정 수료 / 허니문여행사 대표, 서울시의원, 서울시탁구연합회 초대 회장, 한국관광협회 부위원장, 코레일관광개발 대표 역임. 現 서울관광재단 대표이사
재단 6층 창밖으로 도로를 점거한 수백 명의 시위대가 보였다. 근처에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있어 집회가 끊이질 않는다고 했다. “(시위가) 관광에 엄청난 영향을 주죠. 주말이면 광화문 일대가 마비예요. 조선일보도 힘들 거예요. 심각해요.”
길기연 대표는 “주말에 집회나 시위가 없다면 관광객이 적어도 15%는 더 늘어날 것”이라 확신에 차 말했다. “서울 사대문 안에선 치명타예요. 파리 개선문 앞에서 저렇게 데모한다고 해봐요. 누가 가고 싶겠어….”
등산관광 ‘대박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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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기연 대표(왼쪽에서 세 번째)가 2022년 6월 북한산 등산관광센터를 둘러보며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
길 대표가 기자에게 보이려고 옛 노트들을 수북이 가져왔다. 노트를 펼쳐 눈에 띄는 문장을 읽기 시작했다.
“20대부터 막 쓴 거죠. 꿈꾼 얘기도 쓰고…. 여기 이런 문장이 있네요. ‘파리도 천리마(千里馬)의 꼬리에 붙기만 하면 천릿길은 문제없다.’ 사마천의 《사기》 백이전에 나오는 글귀입니다. 한평생을 살면서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삶이 바뀔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런 말도 적어 놨네요. ‘추운 계절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 것을 안다.’ ‘어찌하여 세속 사람들이 그토록 부귀한 사람을 중히 여기고 깨끗하고 맑은 사람을 하찮게 여기는 것인가.’”
― 4년간 관광재단을 이끌어 온 경영 철학은?
“취임 초기에는 코로나19 시기이기도 했지만, 관광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서울 관광을 다각화하려는 노력을 많이 했어요. ‘등산관광’이나 광화문의 ‘서울썸머비치’(물놀이+모래놀이 체험), 여의도의 ‘서울달’(서울 야경 체험), 서울관광플라자 11층의 ‘서울컬쳐라운지’(다양한 한류 체험 공간), ‘청계소울오션’(청계천 일대 야간 미디어아트 전시)처럼 볼거리와 체험할 거리를 다양하게 제공했지요. 모두 임기 동안 신규로 추진한 사업들입니다.”
‘등산관광’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2021년 길 대표가 취임할 당시 코로나19로 서울 관광은 개점휴업 상태였다. 길 대표는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해야 할 때라고 느꼈고, 야외 활동을 개발해야겠다 생각했다”고 한다.
“마침 독일인 지인이 서울을 찾아왔어요. ‘서울은 도심과 산이 이렇게 가깝게 있고 대중교통까지 잘되어 감명을 받았다’는 말에 아이디어를 얻어 ‘등산관광’을 기획했죠.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 가봐도 산이 없고요, 중동(中東)도 마찬가지죠. 유럽은 산에 가려면 6시간을 가야 해요. 파리, 런던, 뮌헨 같은 곳도 산이 없습니다. 가도 바위산이에요. 산에서 퓨마가 튀어나오고, 동남아에선 코브라가 기어 나옵니다. 우리 산에는 그런 게 전혀 없어요. 여우 한 마리도 없어!”(웃음)
외래 관광객 2000만 명 시대 곧 도래… “이제는 質的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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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기연 대표(앞줄 왼쪽)가 2024년 4월 북악산 등산관광센터 개관식에 참석한 외국인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 |
“등산용품 세척 업체라든지 운영 가이드라인도 모두 백지에서 시작했어요. 우리 직원들과 함께 백지상태에서 일궈 온 사업이라 가장 애정이 가고 기억에 남아요.”
지금까지 북한산, 북악산, 관악산 등 3곳에 등산관광센터를 열어 지난 6월 누적 방문객 10만 명을 돌파했다. K–등산이라는 새로운 한류를 이끄는 데 공헌한 것이다. 청계산, 아차산 등지도 설치 요청이 있고, 부산 등 지역에서도 벤치마킹이 쇄도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을 방문한 외래 관광객이 1200만 명, 한국 전체로는 1600만 명을 넘었다. 물론 K–팝, K–콘텐츠, K–푸드 등 여러 방면에서 서울과 한국의 위상이 점점 높아지는 덕인 것도 사실이지만, 그런 추세에 맞춘 관광 콘텐츠를 개발하고 제공해 온 효과가 있었다. 길 대표는 “한국을 찾는 모든 관광객이 반드시 서울을 먼저 찾는다. 한국 관광의 관문이 서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길기연 대표에 따르면 처음엔 외래 관광객의 양적 확대가 주된 목표였다면, 이제는 한국과 서울의 전 세계 인지도가 상승하고 있기에 관광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게 주된 관심사가 됐다. 질적(質的) 향상이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서울시는 2023년 9월 ‘서울관광 미래비전 3377’이라는 질적 목표를 설정했고 서울관광재단도 그에 발맞춰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비전 3377’은 외래 관광객 3000만 명, 1인당 지출액 300만 원, 체류 기간 7일, 재방문율 70%를 목표로 한다.
‘예술관광’이 필요한 이유
― 앞으로 가장 주력할 관광사업은 뭔가요?
“당분간 ‘예술관광’ 활성화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앞으로 서울 관광을 주도할 키워드는 문화와 예술입니다. 벤치마킹할 도시로 파리와 런던·뉴욕을 꼽는데, 이들 도시의 공통점은 세계적인 미술관들이 자리하고 있어 매년 수많은 방문객을 유인한다는 점이죠.”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이나 오르세 미술관, 스페인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처럼 관광객들이 기꺼이 찾아가 머물고 도시를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서울에 필요하다고 길 대표는 힘주어 말했다.
“프라도 미술관에 가보셨어요? 오전 10시에 가니까 한 2km가량 줄이 서있더라고요. 오후 2시에 다시 가니 또 2km, 4시에 가니 또 그래요. 마감 6시를 앞두고 5시 반에 가니까 줄이 200m 정도 되더군요. 얼른 들어가 15분 만에 나왔어요. 그곳에 걸린 피카소의 〈게르니카〉 그림을 보러 1년에 350만 명의 관광객이 와요. 서울도 그런 명소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고궁(古宮)으로 버티는 거예요.”
실제로 국내 예술 시장 성장이 폭발적이라고 한다. 지난해 공연 시장 규모는 사상 최초로 1조 2000억원을 넘어섰다. 미술 시장도 3배로 커졌다는 소식이 들린다.
“9월 초에 키아프 서울(Kiaf SEOUL· 9월 3~7일 개최)과 협력해 화랑 투어 등을 진행합니다. 이후에도 관광업계, 예술업계 등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니즈(필요)도 알아보며 서울이 선도적으로 예술관광을 활성화해 보고자 합니다.”
트럼프에게 서울을 소개한다면…
― 오는 10월 말 경주 APEC 총회가 예정돼 있어요. 방한할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서울 구경을 시킨다면 어디로 초대하고 싶나요?
“경복궁과 남산, 한강이요. 그다음에 삼청동이나 북촌 등지를 소개하고 싶어요.
6·25전쟁의 상처를 겪은 서울 한복판에 이렇게 찬란한 궁궐이 남아 있다는 걸 세계 사람들이 아주 놀랍게 생각해요. 우리 역사의 중심축이 경복궁입니다. 경복궁 옆 한복집들이 요즘 성황입니다. 한 번 빌리는 데 2만원인데 하루 1000벌씩 빌려 주는 데가 몇 군데 있대요.
남산에 올라가면 서울 전역을 볼 수 있어요. 도심 한가운데 산이 있는 데가 거의 없어요. 대개 평지인데 우리나라가 유일해요.
북촌이나 인사동은 서울의 전통과 현대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공간입니다. 조선시대 옛 주거 형태를 그대로 보존한 한옥 건축물을 보고 외국인들이 깊은 인상을 느껴요. 골목마다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가 많아요. 전통 공예품을 구경하고 갤러리에 들르거나 전통찻집이나 음식점을 찾을 수도 있고, 전통 예절이나 다도(茶道) 같은 문화 체험도 할 수 있어요. 삼청동에 가면 감성적인 카페와 현대미술 갤러리 같은 모던한 경험도 할 수 있고요.”
― 서울의 매력은 뭘까요? 서울은 비즈니스 도시적인 성격이 좀 강하잖아요.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느끼도록 디자인을 한다면 어떻게 설계하시겠습니까?
“서울을 관광지라고 카테고리를 나누기가 애매하죠. 비즈니스 도시가 맞죠. 하지만 역사성이 있고 모던한 측면이 어우러져 있어요. 사실 관광도시가 되려면 투자를 좀 많이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말을 보탰다.
“한강에 다양한 배들이 떠다니고, 서해나 인천에서 정박하던 커다란 크루즈 유람선 관광객들이 작은 배에 분승해 넘나드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서울 곳곳에 세계적인 미술관 분관이 들어서는 역동적인 모습으로 바뀐다면 서울 이미지도 달라질 겁니다.”
‘진악산’과 정치 입문
길 대표의 고향은 충남 금산군 부리면 양곡리이다. 금산군에는 진악산(進樂山)이라는 명산이 있는데 그 산자락에서 임영신 초대 문교부 장관이 나왔고 유진산이라는 걸출한 야당 지도자가 나왔다. 또 길재호라는 인물도 금산을 정치 기반으로 삼아 활동했다.
“언젠가 저도 진악산처럼 늠름하게 세상을 살고 싶다고 자라면서 다짐했죠. 초·중학교 때 전교 학생회장을 하며 꿈을 키웠고, 여행업계에서 승승장구하며 한편으론 공부도 활동도 열심히 한 덕분에 대학원 총학생회장에 당선되었어요. 대학원을 역대 최고로 잘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고려대 대학원 선배들 가운데 신한국당(현 국민의힘의 전신) 간부들이 있었는데, 이들이 그의 활동을 눈여겨보고 입당을 권유해 정치에 발을 들이게 됐다. 신한국당 서울시청년위원장을 맡게 됐는데, 처음 해보는 정당 활동이었지만 조직 운영 경험이 많아 잘 이끌어 갔다고 한다. 어느 조직보다 청년조직이 활발히 움직였고, 당에서는 칭찬이 쏟아졌다.
입당한 지 얼마 안 돼 서울시의원(비례대표)이 되어 1998년부터 2002년까지 의정활동을 했다.
“당 중앙청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이 되어 16개 시도와 250여 개 지구당 청년위원장들을 컨트롤하는 왕성한 청년운동을 시작했어요.”
서울시 관광진흥위, 한나라당 광진을(乙) 당원협의회장,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 당 부대변인 등 하나씩 이력을 늘려 가면서 그는 정치인으로서 능력과 가능성을 시험해 갔다.
“당 청년대표로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하던 이명박 후보를 만나 ‘청계천 복원’을 돕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청계천은 당시 연 300억원의 보수비가 들어가는 서울의 흉물이었어요. 고건 당시 시장에게 청계천 현장 시찰에 협조하라며 한 달을 싸워 결국 승낙을 받았어요. 이명박 캠프가 청계천에 들어가 보려 했으나 이루지 못한 것을 시의원이던 제가 해낸 겁니다.”
이명박 후보를 앞세운 일행이 손전등과 방독 마스크, 헬멧, 장화 등을 갖추고 깜깜한 청계천 안으로 들어갔다. 50여 명의 기자가 뒤를 따랐다.
“진흙과 모래가 섞인 뻘을 지나 지금의 청계광장 쪽으로 걸어갔는데 물이 폭포수처럼 떨어지더군요. 그리고 그 안쪽이 위험한데도 이 후보는 만류를 뿌리치고 안으로 들어가셨어요. 잠시 후 나오더니 ‘조선시대 다리 유적들이 보인다’고 하셨죠. 청계천을 복개(覆蓋)하며 옛 유물들을 묻고 방치했던 것이죠. 방송기자들이 옛 석물들을 촬영했습니다.”
이 후보는 그날 저녁에 그에게 고맙다며 두 번이나 전화를 했다고 한다.
“청계천 복원으로 대선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도운 것이나, 2002년 6·13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열린 한일 월드컵 당시 붉은악마 응원을 리드하여 선거 승리를 이끈 기억도 새롭습니다.”
여행업계의 신화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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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광화문 서울썸머비치 행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함께 정수된 물을 수영장에 넣고 있는 길기연 대표. |
그리고 1992년 허니문여행사를 차려 신혼여행 시장에서 대박을 쳤다. 제주도나 설악산으로 신혼여행을 떠나던 시절에 동남아 허니문 여행 상품을 개발해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킨 것이다.
“아주여행사에 첫 입사했는데 ‘아웃스탠딩하게(뛰어나게)’ 성과를 냈어요. 파벌과 지연으로 뭉친 조직문화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다가, PIC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어요. 이적한 지 얼마 안 되어 한 달에 해외 관광객을 70명 보내던 회사를 1000명씩 보내게 만들었죠.”
길 대표는 일본 신혼부부들이 전통 신혼여행지였던 규슈를 벗어나 괌, 사이판, 하와이 등 점차 해외 신혼여행으로 눈길을 돌리는 트렌드를 간파했다. 일본이 우리보다 10년 앞서 있다는 판단을 발판 삼아 과감하게 신혼여행 전문 여행사 닻을 올렸다.
“국내 여행사들을 모아 현지 팸투어(초청 홍보 여행)를 떠나는 한편, 당시 최대였던 롯데호텔 그랜드볼룸을 빌려 대대적인 프로모션에 나섰죠. 예비 신혼부부 1200~1300명 정도가 왔어요. 가수 H.O.T도 우리 행사에 초대된 적이 있어요. 그 시절 김포공항에 가면 우리 여행사 쪽엔 신혼부부가 100명씩 줄을 서는데 롯데나 코오롱 같은 큰 여행사는 2~3쌍이 고작이었죠. 괌과 사이판, 뉴질랜드, 하와이, 시드니 등지를 돌아다니며 ‘사랑의 별빛축제’라는 이벤트를 선보이며 해외 허니문을 정착시켰습니다.”
IMF로 해외여행 업계가 어려움을 겪던 시절, 대학원을 다니며 우연한 기회에 정치와 인연을 맺게 됐다. 이후 서울시의원을 지내고 2008년 공채를 거쳐 코레일관광개발 대표가 됐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섬세한 감각, 불도저 같은 추진력으로 침체돼 있던 철도관광회사를 취임 6개월 만에 300%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는 알짜 기업으로 키워 냈다.
“처음에 코레일관광개발 대표로 갔더니, 직원들이 ‘편하게 계시다 가시라’고 해요. 할 게 없다는 겁니다. ‘어디 한번 해보자’고 했어요. 여행업계 경력사원 40명을 뽑아 가지고 겨울에 ‘눈꽃열차’, 봄에 ‘벚꽃열차’, 그리고 ‘한류열차’ ‘통통통 뮤직 트레인’ 등 각종 테마 열차를 만들었어요. 대성공을 거두었고 많이 나가는 날에는 7편성(1편성은 보통 18량)이 나갔어요. 4000명이 서울역서 출발해 전국 관광지로 나간 겁니다. 하루 수익이 기차 관광으로만 1억원 이상 들어왔지요.”
레일 크루즈인 ‘해랑’도 선보여 대박을 쳤다. 이 열차엔 헤어드라이어까지 달린 샤워부스, 미니바에 LCD TV, 침대까지 없는 게 없었다. 고급 관광열차는 완판이 될 만큼 인기를 끌었다. 탑승객 30% 이상이 중국과 일본 관광객들이었다. 애물단지가 한순간에 코레일의 자랑거리로 탈바꿈하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지금도 티켓 예약을 오픈하면 30분 만에 6개월치가 완판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도시락도 한 가지밖에 없었는데 제가 7500원부터 2만 5000원까지 7가지 종류로 만들어 1년에 10억원 판매를 100억원으로 바꿔 놓았어요. KTX 특실에 그룹 회장님이나 큰 교회 목사님들이 더러 타셨는데, 맛있다며 돌아가서 특판 주문을 하는 겁니다. 한 달에 도시락 특판만 7만 개나 팔렸죠.
또한 기차 내 카트에 커피를 실어 팔았는데, KTX 1호차부터 20호차까지 순차적으로 팔다 보니 중간 객차에 계신 분들은 대구나 가야 커피를 접하게 됩니다. 20호차 승객은 커피 냄새도 못 맡아요. 그래서 앞뒤로 양쪽에서 팔라고 했더니 전 좌석이 커피를 살 수 있게 됐고, 1년에 3억원씩 팔리던 커피가 60억원이나 팔렸어요.”
새만금 잼버리를 反轉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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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기연 대표는 새만금 잼버리 파행 사태 당시 신속한 대처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
대회 도중 폭염과 태풍 ‘카눈’으로 부랴부랴 전 세계 대원 모두가 서울과 수도권으로 올라오게 됐다. 위급한 상황에서 전통문화 체험, 박물관 방문, 한류 콘텐츠 탐방 등이 서울과 수도권 전역에서 진행됐다. 지치고 실망했던 대원들이 경복궁, 인사동, 한강공원 등을 방문하며 그제야 한국문화의 진면목에 눈을 뜨게 됐다. 완벽한 반전이었다. 그 배경에 오세훈 시장과 길기연 대표가 있다.
― 잼버리대회가 왜 실패했나요?
“준비가 더 철저했으면 좋았으리라 봅니다. 나무 그늘도 없는 허허벌판에, 그것도 한여름에 무슨 행사를 할 수 있나요.”
― 많은 비까지 내렸지요.
“예상을 했어야죠. 대원들이 피할 수 있는 공간도 없었습니다.”
― 새만금 개발을 중앙정부 예산으로 하고 싶은 마음도 컸겠죠.
“그 마음도 이해는 가는데, 더 최선을 다했어야 합니다. 전북이 2036년 하계 올림픽을 개최하겠다고 하잖아요. 이왕지사, 잘되기를 빕니다.”
지난 2월 28일 대한체육회 대의원총회에서 전북이 61표 중 49표를 얻어 서울(11표)을 누르고 2036년 하계 올림픽 유치 국내 후보지로 선정됐다. 전북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워 전주는 물론 대구·광주·충남·충북·전남 등의 인접 도시와 분산 개최를 제안해 서울을 이길 수 있었다. 길 대표의 말이다.
“그때 새만금 잼버리대회 소식을 접하며 문득 저한테 미션이 올 것 같더라고요.”
― 그래요?
“왜냐하면, 대원들이 어차피 서울을 거쳐 떠날 것 아닙니까.”
― 어차피 서울로 온다는 말이군요.
“그렇죠. 그들이 서울에 왔을 때 어떻게 대비할지 수첩에 적어 놨어요. 오 시장님이 부르면 바로 답할 수 있게요. 아니나 다를까, 주말 오후에 전화가 왔어요. 몇 가지 대책을 제안했어요. ‘일단 올림픽공원을 빌립시다. 주변이 다 숲이니까 거기 텐트 쳐도 되고요, 체육관도 주변에 서너 개가 있어요. 1000명씩 들어갈 규모니까 매트 깔고 에어컨 틀어 재우고, 또 한강 수영장도 이용하면 좋잖아요.’ 그다음에 장충체육관도 이용하자 했고, 잔디밭이 좋은 여의나루 주변을 텐트장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은 시장님이 하셨어요. 또 대학이 방학 기간이니까 10개 대학 기숙사에 숙소 5000개를 확보했고, 각 구청에 숙소 500개씩 준비도 했어요. 버스 50대를 주선해 서울시내 시티투어를 무료로 이용하는 방안도 마련했어요. 시청 앞에 ‘웰컴센터’를 만들어 물이나 부채를 나눠 줬고, 하루 스카우트들이 1000명씩 왔어요.”
이뿐만이 아니다. 광화문광장 서울썸머비치는 폐장일을 연장하고 물놀이장을 추가로 설치했다. 오세훈 시장은 광화문에서 K–팝 콘서트를 열고 여의도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강공원 눕콘(누워서 보는 콘서트)’ 행사를 조기에 개최했다. 또한 남산, 북한산, 인왕산 트레킹을 매일 수백 명 규모로 운영해 스카우트 정신과 서울의 자연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하이라이트는 오 시장의 아이디어로,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였다. 콘서트 준비가 단기간에 이뤄졌지만 높은 완성도로 호평을 받았다.
― 대학들에다 갑자기 기숙사를 내놓으라고 하니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던가요?
“국가적 위기니까요. 시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따뜻하게 맞이했고, 소셜미디어(SNS)에서도 ‘잼버리 대원들 힘내라’는 응원이 이어졌어요. 일부 대원들은 ‘서울 일정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인터뷰하기도 했습니다. 재단 직원들은 공로를 인정받아 시장님 특별표창 10명에 1박 2일 특별휴가를 60명이 받았죠.”
2025 ‘나홀로 여행하기 좋은 도시’ 1위 서울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 덕일까, 최근 서울은 4년 연속 글로벌 MZ세대에게 가장 사랑받는 도시로 등극했다. 아일랜드 더블린(2위)과 홍콩(3위), 영국 런던(4위)이 뒤를 따랐다.
지난 8월 20일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은 2025 더 트래지스 어워드(2025 The Trazees)에서 ‘MZ세대에게 가장 사랑받는 도시상(Favorite Worldwide City)’을 수상했다. 올해로 11회를 맞는 더 트래지스 어워드는 세계적 MICE 전문 매체 《글로벌 트래블러(Global Traveler)》의 모회사인 에프엑스익스프레스 퍼블리케이션스(FXExpress Publications)가 주최하는 행사다. 글로벌 여행 전문 매체 《트래지 트래블(Trazee Travel)》 독자 80만 482명(2024년 9월~25년 5월)이 투표에 참여했다고 한다. 길기연 대표는 “K–팝 등 한류 문화의 글로벌 영향력과 서울의 다양하고 풍부한 관광·문화 콘텐츠가 북미권 MZ세대에게 트렌디하게 어필했다”고 귀띔했다. 《트래지 트래블》 주요 독자층은 25세~40세이며 평균 연봉이 약 21만 달러(한화 약 2억 8000만원)에 달해 높은 구매력을 갖추고 있으며, 여행·문화 체험에 관심이 높다고 한다.
서울시는 또 여행 플랫폼 트립어드바이저가 뽑은 ‘2025 나홀로 여행하기 좋은 도시’ 1위를 비롯해 《글로벌 트래블러》의 ‘최고의 MICE 도시’ 10년 연속 선정, 국제협회연합(UIA) 발표 국제회의 개최 건수 아시아 1위·세계 3위 등 세계적인 관광·MICE 도시로 인정받고 있다. 이외에도 ‘전 세계 대학생이 살기 좋은 도시’ 1위, ‘전 세계에서 창업하기 좋은 도시’ 8위 등 역대 최고 순위를 속속 달성하는 중이다.
― 이런 실적에다 관광 육성과 투자가 더해지면 서울이 놀랍게 변모할 수 있겠어요.
“아직 관광을 산업으로 인식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있어요. 단순히 여가와 향락을 위한 소비재로만 보는 것이죠.”
“관광을 산업으로 인정해야”
2023년 기준으로 GDP 대비 관광산업의 비중은 스페인 14.5%, 프랑스 8.8%, 영국 8.8%, 일본 7.1%인 데 비해 한국은 아직 3.8%에 머물고 있다.
“옆 나라 일본은 2014년만 해도 외국인 관광객이 1341만 명으로, 당시 1420만 명을 기록한 한국보다 규모가 작았어요. 일본은 2008년부터 관광청을 설치하고 고유의 조직과 예산을 배정해 ‘산업’으로서 관광에 투자하기 시작했어요. ‘관광입국 추진 각료회의’나 ‘내일의 일본을 뒷받침하는 관광비전 구상회의’라는 회의체를 운영하고, 중국·러시아·동남아 등 주요 국가와 비자를 완화하는 제도 개선도 순차적으로 진행했죠.”
그 결과 일본을 찾는 외래 관광객이 연 3000만 명으로 늘었다. 작년 1500만 명이 찾은 한국의 두 배다. 일본은 6000만 명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반면, 한국은 그 절반 수준인 3000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관광을 산업으로 인정하느냐, 먹고 노는 향락으로 보느냐의 차이입니다. 관광산업엔 아직 키워야 할 분야가 무궁무진합니다. 예를 들면 의료관광은 간병인과 가족 등을 동반해 입국하기 때문에 지출 규모가 매우 크고, 의료 서비스 전후로 체류해야 하기에 체류 기간도 상당히 길어요.”
― 4년을 하셨지만 앞으로 할 일이 산적해 있네요.
“평생을 살아오며 갖게 된 좌우명이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입니다. 옳은 일이라 생각되는 일은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어요. 지금의 재단 경영도 마찬가지라 생각하고 있어요. 서울 관광, 시민 그리고 국가를 위해 남은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