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이카, UNFCCC와 기후 미래 파트너십 체결… 2027년까지 협력
⊙ 개도국의 데이터 불균형 문제를 위성과 AI가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 보여줘
⊙ UNFCCC 주관 ‘국제 기후 AI 기술 공모전(AI for Climate Action Award)’ 심사위원으로 참여
최예지
1983년생. 연세대 대기과학과 학사, 同 대학원 석·박사 졸업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박사후연구원, ㈜에스아이에이 책임연구원, 現 디아이랩㈜ 연구소장, 사단법인 AI프렌즈학회 이사, UN Shespace 멘토 / 저서 《인류와 공존하는 미래 인공지능》 《기상과 AI》
⊙ 개도국의 데이터 불균형 문제를 위성과 AI가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 보여줘
⊙ UNFCCC 주관 ‘국제 기후 AI 기술 공모전(AI for Climate Action Award)’ 심사위원으로 참여
최예지
1983년생. 연세대 대기과학과 학사, 同 대학원 석·박사 졸업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박사후연구원, ㈜에스아이에이 책임연구원, 現 디아이랩㈜ 연구소장, 사단법인 AI프렌즈학회 이사, UN Shespace 멘토 / 저서 《인류와 공존하는 미래 인공지능》 《기상과 AI》

- 사진=C영상미디어
젊은 과학자는 대학원 시절 세미나에서 들은 연사(演士)의 한마디를 기억하고 있었다. 최예지(崔예지·42) 박사는 자신의 전공인 대기과학에 대해 ‘지구의 변화를 정밀하게 관측하고 미래를 예측해 피해를 줄이면서 때로는 정확한 예측으로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는 학문’이라고 소개했다. 그런데 AX(인공지능 전환·AI Transformation)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데에도 AI의 다양한 쓰임새가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민관(民官) 할 것 없이 기상 예측은 물론 탄소 배출량 추적, 각종 풍수해 예측, 산불 감지, 재생 에너지 관리 등에 AI를 활용하는 추세다. AI를 활용해 난기류 예측 시스템을 도입한 항공사까지 등장했다. 최 박사도 현재 기후 문제에 AI를 활용하는 스타트업 ‘디아이랩㈜’의 연구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AI를 기반으로 위성 영상을 분석 및 활용해 날씨의 위험 요소로 인한 재해와 재난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법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아프리카, 동남아시아와 같은 기후 취약 지역에 AI 예측 시스템을 구축하고 기술을 이전하는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11월, 브라질에서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가 열린다. 이에 앞서 최 박사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국제 기후 AI 기술 공모전(AI for Climate Action Award)이 지난 9월에 첫 심사를 끝내고 10명의 준결승 진출자(Semi-Finalist)를 결정했다. AI를 통해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발굴하고 확산하는 국제 대회다. 여기서 우승한 참가자는 이번 COP30에서 각국 정책 결정자와 전문가들 앞에서 직접 자신의 기술을 선보이며 주목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최 박사는 2023년 열린 COP에서 유네스코(UNESCO)의 추천을 받아 기후변화를 위한 AI·머신러닝 솔루션 챌린지(AI for Good Climate Challenge)상을 받은 바 있다. 9월 1일 서울 소재 사무실에서 만난 최 박사는 국내 연구진과 기업들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그 성과가 잘 알려지지 않은 데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기상 레이더 없으면 AI 위성 분석으로”
![]() |
| 2023년 12월 COP28에 참석한 최예지 박사. 이하 사진=최예지 박사 |
“많은 기술이 농업 분야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를 줄이고 식량 생산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시도라고 할 수 있죠. 이미 세계적으로 큰 기업들은 AI를 활용한 기후 예측 모델을 선보였고, 전통적인 기후 예측 모델인 수치 예보 모델보다 성능이 더 좋다는 걸 입증했습니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예측 정보를 농업 현장에 연계하려는 아이디어들이 많았고, 기후 변동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접근들이 눈에 띄었어요. 또 자연어(인공 언어가 아닌 일반 사회에서 쓰는 언어) 처리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아이디어가 많이 있었고요. 언어 장벽으로 인해 이전에는 지식과 정보를 원활하게 공유하지 못했다면, 이제는 언어 처리에 강점을 가진 AI 덕분에 훨씬 더 많은 사람에게 각자가 사용하는 언어를 활용해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게 됐습니다.”
― 한국 기업들은 경쟁력이 있었나요.
“심사 과정에서 국가와 개인 정보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어떤 결과물이 한국에서 제출된 것인지 구분하기는 어려웠어요. 다만 한국 기업의 강점은 우수한 인재와 연구 역량이에요. 지난 2023년 AI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컴퓨터 비전 및 패턴 인식(CVPR) 학회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는데, 한국 사람이 정말 많았습니다. 다른 최상위 AI 관련 학회에서도 한국 연구진의 발표 건수가 세계 3~5위 안에 들 정도로 활발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연구, 발표, 참여 이외에 여러 국제적인 AI 챌린지에서도 한국인이 상위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성과를 알리는 방면으로는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어요. AI 기업들이 대부분 오픈소스 실험에 그친다는 인식이 존재한다는 건 스토리텔링이 부족하다는 뜻이겠죠.”
― 개발도상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AI까지 활용할 여력이 있을까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은 관측 장비에 있어 불균형이 큽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정확한 관측이 선행돼야 하는데, 문제는 관측 데이터가 지역마다 크게 다르다는 거예요. 기상 레이더의 분포를 보면 미국, 유럽, 아시아 선진국들은 국토 전역을 덮는 레이더망을 갖추고 있는데 아프리카, 남미, 태평양 도서국(島嶼國) 등 개발도상국에선 그 공백이 뚜렷합니다. 기상 레이더는 장비 자체가 고가일 뿐만 아니라 운영과 유지, 보수에도 전문 인력과 많은 비용이 필요해서 개발도상국에선 이를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기후 기금을 통해 일부 지역에 레이더가 설치됐지만 유지, 보수 비용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아요. 레이더 장비를 갖췄는지 여부에 따라 홍수 경보 시스템에 차이가 발생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 틈을 위성과 AI로 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위성은 전 지구를 차별 없이 관측하고, 대부분의 위성 데이터는 공공 데이터로 개방되니까요. 하루에도 약 270테라바이트(TB)에 달하는 위성 데이터가 생산되는데, 이를 사람이 일일이 확인하는 건 불가능하죠. 그래서 방대한 위성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분석하고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AI를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유엔 기후변화협약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은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채택된 협약으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각자의 능력에 맞게 온실가스를 감축하기로 한 198개국의 약속이다. 이에 따라 42개국에 대해선 온실가스 배출 규모를 1990년 수준으로 안정화시키라는 권고가 이뤄졌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개발도상국에는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에 관한 보고, 계획 수립, 이행과 같은 일반적인 의무가 부여됐으며 24개 선진국에는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적응 및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재정과 기술을 지원하는 의무가 부여됐다. UNFCCC는 국제사회에서 가장 권위 있는 기후변화 대응 협의체로 평가받는다. 그리고 이 협약의 최고 의사결정기구가 당사국 총회(COP)다. |
코이카, UNFCCC와 파트너십 체결
![]() |
| 지난 5월 타지키스탄 코이카 사무소에 방문해 디아이랩㈜을 소개하는 최예지 박사. |
― 한국의 스타트업 및 연구자들이 코이카와 UNFCCC의 파트너십을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국제기구와의 협력은 글로벌 무대에서 기술과 아이디어를 검증받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최근 AI 기술은 다양한 혁신을 이끌어내고 있지만, 실제로 완성도 높은 솔루션(해법)으로 구현되는 경우는 아직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AI의 효과적인 활용을 위해서는 양질의 데이터가 필요하고, 무엇보다 풀고자 하는 문제를 명확히 정의해야 합니다. 이번 공모전에선 데이터를 직접 제공하고 문제를 푸는 방식이 아니었지만, 몇몇 국제기구에서 시도하는 공모전이나 해커톤(소프트웨어 개발 대회)에선 실제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를 풀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합니다. 스타트업이나 연구자들은 그 데이터를 활용해 솔루션 개발에 참여할 기회를 얻기도 합니다. 국제기구는 그동안의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의 문제를 정확히 정의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시도는 스타트업이 실질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에 집중하고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 개발의 장이 될 수 있습니다. 또 이번과 같이 공모전에서 선정된 솔루션을 국제무대에서 소개할 기회를 얻게 된다면 이는 곧 각국의 주요 기관과 이해관계자들에게 기술을 알릴 수 있는 창구가 됩니다. 더 나아가 국제기구 주관 공모전에서 수상했다는 사실 자체가 신뢰성을 높여주기 때문에 해외 시장 진출 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코이카와 UNFCCC의 파트너십을 통해 한국 스타트업이 국제무대에 기술을 소개할 기회를 얻는다면 각 기업의 기술력과 성과를 국제적으로 공유하면서 더 큰 무대에서 기술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성장의 발판이 될 것입니다.”
“좋은 기술이 곧 좋은 서비스는 아니다”

― 2023년 COP28에서 기후변화를 위한 AI·머신러닝 솔루션 챌린지상을 수상했는데, 그 의미는 무엇입니까.
“이 프로그램은 유엔(UN) 산하 여러 기구가 제시한 기후 관련 과제를 스타트업들이 AI에 기반해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 대회였습니다. 이때 유네스코가 제시한 과제는 ‘AI를 활용해 홍수와 가뭄 예측, 조기 경보, 그리고 기후변화에 따른 수자원 취약성 평가를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 것인가’였습니다. 여기서 고해상도 위성 관측 자료와 레이더 자료를 AI로 융합해 위성으로부터 레이더 영상을 생성하는 기술을 소개했습니다. 이를 통해 기상 레이더가 부족하거나 없는 지역에서도 홍수, 폭우, 가뭄 등 위험 기상 현상을 조기에 탐지하고 수자원 취약성을 진단할 수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이번 성과는 단순히 AI를 활용해 위성 강수 산출의 정확도를 개선했다는 점에 그치지 않고, 개발도상국의 데이터 불균형 문제를 위성과 AI로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 글로벌 무대 진출을 꿈꾸는 한국의 젊은 AI 연구자와 창업자들에게 하고픈 조언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창업자에게 하고 싶은 첫 번째 조언은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BM)을 세우는 것입니다. 기후 문제를 창업을 통해 해결하려 한다면 국제 협력 사업에 참여해 프로젝트 기반으로 매출을 만들고 연구 개발 자금을 확보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사업은 기획부터 승인, 실행까지 준비 시간이 길게는 5년 이상 소요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국제 협력 사업에만 의지하기보단 지속 가능한 BM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국제 협력 사업을 통해 각국 정부가 본인의 창업 아이템을 활용하는 사례를 만들면 신뢰와 좋은 평판을 쌓을 수 있기 때문에 글로벌 무대에 진출하는 데 강력한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시간을 두고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좋은 기술이 곧 좋은 서비스는 아니라는 걸 강조하고 싶습니다. 사용자가 편리하게 접근하고 실제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연구 개발 단계에서 나온 모델이나 시스템이 시장에서 자리 잡으려면 추가 개발과 검증, 사용자 경험(UX) 개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저 역시 스타트업에서 처음엔 좋은 연구 결과가 있으니 곧바로 좋은 서비스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난 5년간의 경험을 통해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노력은 좋은 연구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 못지않게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기후 정보의 불평등 완화 기대”
― 기후 대응 분야에서 AI에 기대하는 역할이 있나요.
“기후 정보의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적응하기 위해선 정확한 기후 정보와 대응 인프라가 필수적이지만 현실적으로 국가별, 지역별로 이러한 기반의 수준은 크게 다릅니다. 인프라를 구축하는 건 장기간의 투자와 자원이 필요하겠지만, 정보는 전달 체계와 기술을 활용해 비교적 단기간에 개선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정부와 기업, 지역사회가 보다 정교한 의사 결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후 대응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컨대 기후 재해 위험 예측, 농업 및 수자원 관리, 에너지 효율 최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가 분석한 기상 정보를 활용해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예전의 모델들은 잘 정제된 형태의 물리적으로 의미 있는 데이터를 모델에 입력해야 했지만 AI는 어떤 형태의 데이터든 그 현상과 관련이 있다면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 AI는 데이터를 보다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기후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