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디도스 사건 이후 연구원장 취임해 화이트해커 본격 양성 시작
⊙ 한국 화이트해커들 세계 최고 권위 해킹대회(데프콘 국제해킹방어대회)에서 2015년부터 6차례 우승
⊙ “국민의힘은 망하기 직전, 민주당은 교만해 위험”
⊙ 86 세대에 하고 싶은 말 “지금 당신들의 모습은 과거 목숨 걸고 싸웠던 상대방의 모습과 같아”
⊙ “2026년 지방선거 후 정치권 재편될 것… 국민의힘 망하고 개혁보수 신당 출범 가능성 있어”
柳晙相
1942년생.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 11~14대 국회의원, 신민당 원내부총무, 민주당 수석부총무, 신민당 정책위의장, 민주당 최고위원·부총재 역임. 現 국민의힘 상임고문, 헌정회 부회장, 한국정보기술연구원장
⊙ 한국 화이트해커들 세계 최고 권위 해킹대회(데프콘 국제해킹방어대회)에서 2015년부터 6차례 우승
⊙ “국민의힘은 망하기 직전, 민주당은 교만해 위험”
⊙ 86 세대에 하고 싶은 말 “지금 당신들의 모습은 과거 목숨 걸고 싸웠던 상대방의 모습과 같아”
⊙ “2026년 지방선거 후 정치권 재편될 것… 국민의힘 망하고 개혁보수 신당 출범 가능성 있어”
柳晙相
1942년생.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 11~14대 국회의원, 신민당 원내부총무, 민주당 수석부총무, 신민당 정책위의장, 민주당 최고위원·부총재 역임. 現 국민의힘 상임고문, 헌정회 부회장, 한국정보기술연구원장

- 사진=조준우
‘국내 최초의 화이트해커 양성기관’
마라톤 다음 날인 8일 유준상 원장을 만났다. 마라톤과 유도(5단)로 체력을 다져온 그는 83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활력이 넘쳤다.
― 4·19 세대 정치인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2010년부터 15년째 한국정보기술연구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연구원은 어떤 곳이며 어떻게 원장직을 맡게 됐는지요.
“연구원은 산업기술혁신촉진법에 따른 전문생산기술연구소이고, 지식정보 보안 산업, 정보 산업 촉진을 위한 전문기술 인력 양성, 정보기술 제품 연구개발 등을 담당하는 곳입니다. 원래 다른 모 기관장으로 가게 될 예정이었는데 어느 날 이곳으로 임명을 받았어요. 정보나 기술에 전문성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이왕 왔으니 제대로 한번 키워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자마자 스마트폰을 최신형으로 바꾸고 전산과 기술 보안에 대한 책을 구입해 탐독했지요.”
― 지금은 사이버 보안의 중요성을 다들 알고 있지만 15년 전에는 상황이 달랐을 것 같습니다.
“2000년대까지는 그랬어요. 그런데 2009년 7월 디도스 공격으로 정부기관과 금융기관, 포털 등 서비스가 마비되는 사건이 있었잖아요. 북한의 해킹 능력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경각심을 국민에게 심어주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러니 저도 책임감을 갖고 일해야겠다고 다짐했고, 원래 연구원이 해오던 일뿐만 아니라 사이버 안보 전문인력 양성에 앞장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른바 화이트해커(white hacker)를 양성하기로 한 거죠. 연구원은 국내 최초의 화이트해커 양성기관입니다.”
― 9대 원장으로 취임해서 10대, 11대까지 계속 재임하고 있습니다. 흔치 않은 일 같습니다만.
“작았던 조직을 AI 시대에 맞는 효율적인 조직으로 키워내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먼저 인재 양성을 위해 각 대학 교수들, 보안 전문가들도 만나고 1세대 해커들도 만났어요. 예산을 확보하려고 후배 정치인들 찾아가서 설명하고, 여당인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은 물론 민주당도 찾아가 옛날 동료들에게 사업의 중요성을 이야기했지요. 동기인 이명박 대통령을 찾아가 이건 정말 미래 세대를 위한 중요한 사업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2012년 전문인력 양성 예산을 확보했어요.”
‘사이버화이트스쿨’ 프로그램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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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준상 한국정보기술연구원장(앞줄 가운데)이 세계 최대 해킹 대회인 ‘데프콘’에서 우승한 한국 해커 대표팀 ‘데프코 00T’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조선DB |
“그렇죠. 이후 2015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해킹대회[해킹 분야 세계 최고 권위의 ‘데프콘(DEFCON) 국제해킹방어대회’로, 해커 월드컵으로도 불림]에서 BoB 출신 한국 팀이 우승을 하면서 명성을 얻게 됐습니다.
2015년에 이어 2018년, 2022년, 2023년, 2024년, 2025년까지 우리(BoB 출신 팀)가 6번 우승을 했어요.”
― 일반인 입장에서는 해킹대회가 무엇인지 잘 모를 것 같습니다. 어떤 경쟁을 하는 건가요.
“모의 침투, 시스템 분석, 암호 해독 등 복합적인 방식의 과제를 풀어나가는 겁니다.”
― 북한 해커들이 세계적인 수준이라던데, 한국 해커의 능력도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보여준 셈이네요.
“맞습니다. 역대 대통령들도 화이트해커에 관심이 많았어요. BoB 사업은 박근혜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보고하고 각 정권에서 예산을 받아냈고요. 윤석열 대통령은 청년 화이트해커들을 영빈관으로 불러 오찬간담회를 갖기도 했습니다. 15년 전에 비해 사이버 보안에 대한 인식이 크게 확대되면서 연구원의 위상도 올라갔다고 볼 수 있지요.”
― 연구원이 BoB 외에 AI(인공지능) 시대, K-컬처 시대와 연계한 사업도 하고 있다고요.
“BoB를 기반으로 한국식 사이버 보안 모델인 ‘K-가디언스’, 사이버 안전 교육의 시작을 담당하는 ‘사이버화이트스쿨’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이 정도로 체계적인 사이버 보안 교육을 실시하고 훈련하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자부합니다. 최근에는 사단법인 BoB정보보안연구회를 설립해 그동안 만나고 같이 일했던 멘토들, 그리고 BoB 졸업생들을 중심으로 AI 시대 사이버 보안의 활동 무대를 넓혀가기 위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 화이트해커란 해커(hacker)란 컴퓨터 내의 시스템이나 프로그래밍에 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는 의미다. 불법 또는 합법 여부에 따라 블랙해커와 화이트해커로 나뉜다. 블랙해커는 불법으로 시스템에 접속해 정보를 빼내거나 시스템을 파괴하는 등 악의적 목적을 가진 사람을 화이트해커는 기업이나 기관의 보안 시스템이나 최신 제품들의 버그나 취약점을 찾고 알려주는 보안 전문가를 말한다. |
AI 시대, 대비가 아니라 앞서나가야
― 이미 15년간 사이버 보안 업계에서 족적을 남겼지만, 아직 더 하고 싶은 일도 많을 것 같습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 사이버 보안 전문인력을 중용해야 하는 건 당연하고, 정부와 국회에도 사이버 보안 인력을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회의원 사무실과 지역구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사무실과 지역구에 대한 보안도 확실히 해야 하는 시대가 왔어요. 보안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입니다. 예를 들어 보안에 1억원이 들면 아깝다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수십억원의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1억은 투자해야 하는 겁니다. 특히 국회에는 보안 관련 비서관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제가 국회에 코리아사이버보안연합을 만들었고 지금도 활동 중인데요, 정치권이 사이버 보안에 대한 중요성을 더 심각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또 현재 하고 있는 정보보호 산업, 인재 양성 외에 국제적인 네트워킹으로 국내 보안 환경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그는 대한민국이 IT 강국이지만 AI 시대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최근 한 외신이 전 세계 AI 관련 앱 순위를 방문자 기준으로 ‘톱100’을 보도했는데, 한국은 순위 안에 없었습니다. 이유는 한국 기업의 자금력 부족, 기초설비 방면에서 경쟁력이 약하기 때문으로 보도했어요. 지금 AI 분야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 구도가 심화되고 한국은 그 경쟁에 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 이재명 정부가 AI 강국으로 만들겠다고 했고 수백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했지요. 대통령실에 AI수석도 신설하고요.
“AI 강국을 위해 필요한 건 네 가지죠. 인력, 데이터, 하드웨어, 환경입니다. 고급인력과 데이터 확보는 물론 AI에 필수인 GPU(그래픽처리장치) 같은 하드웨어도 충분히 확보해야 하고요.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 인력과 하드웨어는 자금의 문제라고 생각되고요, 제도와 환경의 의미는요.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개인정보보호법이 강하기 때문에 데이터가 제한돼 연구를 제대로 못 하고 있어요. 또 사이버 보안에 대한 법적 뒷받침도 제대로 안 돼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정부와 정치권이 풀어나가야 AI 강국이 될 수 있는 겁니다.”
4·19 세대로 여야 두루 거친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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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4년 ‘12·12 군사반란 주모자 기소 투쟁’ 집회 당시 민주당 권노갑 최고위원, 이기택 대표, 유준상 최고위원(왼쪽부터). 사진=조선DB |
유 원장은 1993년 3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선출되면서 당 지도부에 합류했다. 당시 선출된 대표는 이기택, 최고위원은 노무현·권노갑·한광옥·이부영 등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철저한 집단지도 체제를 구성해 당대표 포함 9인의 최고위원이 동등한 권리를 행사했다고 한다. 그러다 1996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에서 오해에 휘말린 그는 민주당을 탈당했고, 1997년 조순 전 부총리와 함께 한나라당에 합류한다. 당시 호남 4선 출신 중진 정치인의 보수 정당 입당은 정치권에서 큰 화제가 됐다. 15대 대선을 앞두고 유 원장은 14대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의 유세에 앞장섰던 경력을 살려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선거운동을 위해 호남 지역을 휩쓸며 유세에 나섰다.
이후 서울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총선에 두 번 출마했지만 낙선했고, 현재 국민의힘 상임고문과 헌정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중 호남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인물은 유 원장이 유일하다.
“국민의힘, 사람 귀한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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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5월 7일 국민의힘 유준상 상임고문(앞줄 오른쪽)이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김문수 당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 후보 간 단일화를 촉구하는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내가 입당한 지 28년이 됐고 그동안 당 지도부에 수많은 제안을 했는데 하나도 실행되지 않았습니다. 최근 몇 년간 얘기한 것만 해도 주호영 비대위원장에게 이준석 대표 몰아내면 안 된다고 했고, 김기현 대표에게 총선에서 자신부터 울산에 출마하지 말라고 했고,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 위원장 하지 말라고 했고요. (한동훈은) 직접 선거를 뛰고 원내에 진출해야지 비대위원장으로 소모시켜서야 되겠습니까. 김문수 대선 후보도 한덕수와 단일화한다고 해놓고 왜 안 합니까. 지도부가 그런 조율도 못 하고….”
― 당 지도부가 위기 때면 상임고문단과 간담회를 종종 하는 것 같은데 의견 반영이 안 되는군요.
“저는 상임고문 그만두겠다고도 여러 번 말했어요. 당에 미래가 없어요. 애국심도, 애민정신도, 비전도, 싸울 용기도 없습니다. 해체가 답이지 굳이 끌고 갈 이유가 있습니까. 고문단 90대 선배님들이 ‘우리가 그만둬도 당신은 있어야 한다’고 만류해서 그만두지 못했을 뿐입니다.”
― 그 정도로 위기라고 생각합니까.
“이대로 가면 국민의힘은 ‘폭망(폭삭 망한다는 뜻)’이에요.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대패(大敗)할 것이고 신당(新黨)이 생길 겁니다.”
“국힘, 지방선거 패배하고 나면 기회 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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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3년 국민의힘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유준상 당 상임고문(맨 왼쪽). 사진=조선DB |
“앞으로 개혁보수 세력이 뜻을 모을 겁니다. 이준석, 오세훈, 안철수, 한동훈 같은 인물들이 있잖아요.”
― 보수 계열 정치인 중 찬탄(윤석열 탄핵 찬성)파 말이지요. 지금 보수 궤멸 위기에서도 그들은 모이지 않는 걸로 보입니다만.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하고 나면 기회가 올 겁니다. 한동훈이 이번 대표 경선에 출마하지 않은 건 아주 잘한 일이죠. 저도 나가지 말라고 (한동훈에게) 직접 얘기했고요. 한동훈은 국회 원내로 들어와 성장해야 합니다. 출마하려 해도 국민의힘에서 배신자라 공천을 안 준다느니 할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강남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당선될 가능성이 크지 않습니까? 이준석도 국회에 들어가니까 훨씬 정치적 무게감이 생기고 정치를 계속 할 수 있게 됐잖아요. 한동훈은 새로운 보수 세력, ‘뉴(new) 보수’의 핵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언젠가부터 한국 정치에서 제3당이 힘을 쓰지 못하는 구도입니다.
“지금 국민의힘과 민주당 상황을 보면 제3당이 출현할 수밖에 없어요. 대부분의 국민이 기존 양당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있잖아요. 내년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새로운 3당이 나타날 거라고 봅니다.”
― 한국 정치에서 제3 세력은 늘 지역 정치와 연관이 있었지요. 국민의힘에 드문 호남 출신이며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인인데요, 언젠가부터 호남 정치가 민주당에서도, 국민의힘에서도 주목받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민주당이 김대중 정신을 잃어가고 호남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사실 국민의힘이 호남을 적극 공략할 수 있는 환경인데요, 국민의힘이 그걸 못 합니다. 제가 보수 정당에 입당한 지 28년째인데 이 당은 항상 말만 많고 호남에 대한 배려나 관심이 없습니다. 상임고문단 중에 호남 정치인이 저 한 명이에요. 호남도 무조건 민주당만 찍는 행태를 바꿔야 하고, 국민의힘도 호남에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합니다.”
“민주당, 김대중·노무현 정신 다 사라져”
― 지역 정치 타파를 위해 중대선거구제를 주장하는 정치인도 많지요. 중선거구제(11·12대 총선)에서 당선된 경력이 있는데, 중대선거구제가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까.
“물론이죠. 소선거구제로는 지역 정치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요. 현행 선거법은 속히 개정해야 하고요. 또 남북통일이 어느 날 갑자기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양원제를 준비할 필요도 있고 개헌은 빠른 시일 내에 필요합니다. 대통령 의지만 있으면 개헌은 금방 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이재명 대통령이 개헌을 언급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 민주당 출신이라 민주당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을 것 같습니다만.
“민주당에는 김대중 정신과 노무현 정신은 다 사라지고 다수의 의석으로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교만만이 남아 있습니다.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는 게 민주주의인데 이런 철학은 무시하고 무조건 숫자로,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거잖아요. 민심을 거스르는데 오래갈 수 있겠습니까? 한미 정상회담 하자마자 한국 기업 직원들이 미국에서 왜 잡혀갔겠어요. 한국 정부에 진정성이 없었으니까 그런 것 아니에요?”
― 오늘(인터뷰 당일인 9월 8일)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만났습니다. 특별한 성과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요.
“여당 대표는 야당 해산시키고 말살하겠다고 벼르고 있고 야당 대표는 정권을 향한 적개심만 불태우고 있잖아요. 이게 지도자의 모습입니까. 양당 체제도 문제지만 원내 제3당이라는 조국혁신당도 역할을 전혀 못 하고 있습니다. 조국 전 대표는 전략적으로 대통령 사면을 통해 나왔으면 당내 성비위 사건 같은 건 자신이 나서서 해결을 해야지 숨어버리면 되겠습니까. 지도자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지도자의 자격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요. 제가 바라는 건 진정한 협치를, 국가의 이익을 위한 통합의 정치를 하라는 겁니다. 정치인의 행동이 정치 보복으로 보인다면 국민들이 안심을 할 수 있겠습니까.”
“민주당, 너무 강경”
―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정치적인 방향은 잘 잡았고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참모들과 여당이 제대로 도와줘야 되는데 그 점은 우려가 큽니다. 민주당이 국회에서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쥐고 있다 보니 너무 강경해요. 법사위에서 다선 여성 의원들이 싸우는 모습 보세요. 추미애나 나경원이나 우리 정치에서 중요한 인재들인데 그런 모습이 국민에게 어떻게 보이겠습니까. 정치가 과거와 달리 아름답지 못해요.”
이 시점에서 4·19 세대로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최형우 전 내무부 장관 등과 함께 학생운동을 해왔던 그의 정치관이 궁금했다.
― 현재 대한민국 정치의 주도권은 이른바 386(3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으로 불렸던 86 세대가 잡고 있습니다. 86 세대의 ‘운동권 선배’인 4·19 세대로서 현재의 86 세대를 어떻게 봅니까.
“김민석 국무총리를 비롯해 모두 개인적으로는 사랑하고 기대하는 후배들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정권을 잡고 의회도 숫자로 장악했다는 점에 도취해서 민심을 거스르는 행동을 하고 있어요. 겸손을 버린 오만한 정치는 결코 성공하지 못합니다. 과거 우리가 민주화를 위해서 상대방과 얼마나 처절하게 싸웠습니까. 그런데 그들이 이제 그 ‘상대방’이 돼 있어요. 이제 자신들이 집권하고 칼자루를 잡았잖아요. 칼자루 쥔 사람이 선정(善政)을 베풀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리더십의 전제조건은 능력, 겸손, 커뮤니케이션이고 이 중 한 가지라도 모자라면 리더십이 완성되지 못합니다. 정치인이면 세 가지 덕목을 모두 갖추는 동시에, 좀 진중해야 합니다.”
“3김의 장점 배워야”
― 김민석 총리 얘긴가요.
“운동권의 상징과도 같은 사람인데 정치 여정에서 한곳에 진중하게 머물러 있지 않았잖아요. 이재명 정부 출범 후엔 총리가 아닌 여당 당대표를 하고 싶어 했지요. 지금도 연락을 하지만 무슨 준비를 하는 것 같은데, 그 정도 경력의 정치인이라면 좀 무게감을 가졌으면 합니다.”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 시대’에 정치를 했던 유 원장은 3김의 장점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화합과 포용, 용서, 평화, 인권, 통일이라는 가치를 실현한 분입니다. 그리고 매일 나라를 위해 기도했어요. 첨언하자면 한 번도 여직원한테 반말을 하지 않았던 분입니다. 그 정도로 품위가 있는 분이었습니다. 지금 이런 정치인이 있습니까. 김영삼 전 대통령은 젊은 시절부터 지도력과 결단력을 보여줬고 대통령이 돼서도 금융실명제나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 등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과감한 정책을 실현했지요. 뿐만 아니라 부모와 아내에게도 최선을 다하는 전통적인 가치도 보여줬고요. 김종필 전 총리는 우리 정치에 화합의 정신과 낭만을 남겨준 인물입니다.”
― 그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존경할 만한 정치인은커녕 조언해 줄 어른도 안 보이죠.
“국가 원로가 없습니다. 예전에는 김수환 추기경이나 법정 스님 등 국가의 어른이 계셨는데 지금은 전혀 없으니 젊은이들이 뭘 보고 배울지 걱정입니다. 국회에서 원로급에 해당하는 우원식 의장이나 박지원 의원도 중국 전승절 행사 가서 하는 행동 보세요. 대한민국 국격이 왜 이렇게 떨어졌는지 안타까워요.”
유준상 원장은 2시간여 인터뷰를 진행하며 과거 얘기보다 미래 얘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지금까지 IT 강국, 문화 강국의 지위를 유지해 온 대한민국이 AI 시대에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금부터가 중요하다”고 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K-팝, K-푸드, K-뷰티 등등 우리나라가 가장 앞서가는 분야가 하나둘입니까. AI 분야도 아직 미국과 중국에 뒤처지고 있지만 결국 할 수 있어요. 다만 지금까지 강조한 대로 인력 양성, 하드웨어 투자, 제도적 지원에 덧붙여 사이버 영토를 수호할 수 있는 보안 의식과 시스템이 더욱 강화돼야 합니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 구도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미국과 동맹 관계를 강화하고 중국과 전략적으로 협조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하고요. 이 모든 것을 위해서는 대한민국이 내부적으로 강해져야 합니다. 내부부터 협치, 화합, 통합을 위해 노력하면 외부로 나갈 동력이 강해집니다.”
정치인의 중차대한 과제

44년 전 국회의원에 처음 당선됐고 4선과 수많은 당직을 거쳐 지금도 국민의힘 상임고문, 헌정회 부회장을 맡는 등 수십 년간 정치권을 지켜온 그는 ‘권불십년(權不十年)’을 강조했다. 유 원장은 “대한민국에서 박정희 정권 이후 권력이 10년 이상 간 사례가 없다”며 현역 정치인들의 교만과 대립을 지적했다.
“절대권력은 부패하기 때문에 오래갈 수 없습니다. 권력이 부패하면 젊은이들이 일어날 것이고, 다른 세대도 화산처럼 터져 나올 겁니다. 희망이 없는 4050 세대도, 노인들도 이대로는 못 살겠다며 들고일어날 기미까지 보이잖아요.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하고 경제를 살리고 미래에 대비해 국민이 잘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게 정치인의 최대 과제임을 정치인들이 잊지 말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합시다. 지금 정치인들 상당수가 AI를 활용하고 있는데 그 AI가 자신을 어떻게 공격할지 예상하고 있나요? 대비는 하고 있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