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관학교 개혁분과위, 서울캠퍼스(육사) 주장했지만… 靑은 ‘안 된다’”
⊙ “한국군 지향할 군제(합동군, 통합군) 정하지도 않고 섣부른 개혁 안 돼”
⊙ “육사, 하극상의 위험성, 정치적 중립 지독하게 교육… 정치권은 이러한 노력을 인정하지 않으려 해”
⊙ “육사 배제 기조 뚜렷… 2025년 대령→준장 진급, 3사 9%, 육사·학군·학사 4%”
⊙ 육사생도 한 기수의 절반 해외 파견 교육 검토했으나 12·3 계엄으로 무산
⊙ “사관학교와 군제 개편은 군사적 합리성의 영역. 정치적 상징이나 비용 절감 논리로 접근하면 안 돼”(신치범 교수)
⊙ “한국군 지향할 군제(합동군, 통합군) 정하지도 않고 섣부른 개혁 안 돼”
⊙ “육사, 하극상의 위험성, 정치적 중립 지독하게 교육… 정치권은 이러한 노력을 인정하지 않으려 해”
⊙ “육사 배제 기조 뚜렷… 2025년 대령→준장 진급, 3사 9%, 육사·학군·학사 4%”
⊙ 육사생도 한 기수의 절반 해외 파견 교육 검토했으나 12·3 계엄으로 무산
⊙ “사관학교와 군제 개편은 군사적 합리성의 영역. 정치적 상징이나 비용 절감 논리로 접근하면 안 돼”(신치범 교수)

- 2016년 2월 22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육군사관학교 화랑연병장에서 육사 76기 사관생도 입학식이 열렸다. 육사는 올해로 개교 80주년을 맞았다. 사진=조선DB
2025년 9월 30일 국방부는 안규백 국방부 장관 지시로 ‘내란극복·미래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이하 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위원회는 ▲미래전략 ▲헌법 가치 정착 ▲군내 사망사고 대책 ▲군 방첩·보안 재설계 ▲사관학교 개혁 등 5개 분과로 나누어 지난 1월 22일까지 활동했다.
지난 1월 22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 종합보고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방부위원회는 종합보고회에서 ▲국군방첩사령부·드론작전사령부 해체 ▲사관학교 통합 ▲합동작전사령부·우주사령부 창설 등을 권고했다.
사관학교 통합은 현행 육군사관학교(육사)·해군사관학교(해사)·공군사관학교(공사)를 ‘통합사관학교’, 이른바 ‘국군사관대학교(국군사관대)’로 통합해 운영하는 방안이다.
통합사관학교, 노태우·MB 때도 추진
2025년 육군, 해군, 공군, 국군간호사관학교 2학년 생도들이 합동성 강화를 위해 해군 대형수송함 마라도함(LPH) 차량갑판에서 열린 2025년 합동순항훈련전단 출항 환송행사에서 황선우 해군작전사령관의 훈시를 듣고 있다. 각군 사관생도들은 1학년 육사, 2학년 해사, 3학년 공사에서 각 군에 대한 이해를 기르고 합동성을 강화하고 친목을 도모하는 시간을 매년 2~3주 갖는다. 사진=해군통합사관학교는 노태우 정부(818계획)와 이명박 정부(307계획)에서도 논의됐으나 각 군이 반대해 이뤄지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대선에서 ‘군 교육기관 단계적 통합’을 공약으로 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능을 한 국정기획위원회는 ‘이재명 정부 123대 국정과제’에서 “육·해·공군 합동성 강화-군 교육기관의 단계적 통합 추진 및 장교 양성체계 혁신”을 명시했다.
통합사관학교 출범에 대한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육·해·공 사관학교 출신 현역·예비역 ▲사관학교 근무 경험자 ▲비사관학교(ROTC·학사 등) 출신 ▲해외 군사교육 경험자 ▲예비역 장성 ▲민간 전문가 ▲국책 기관 연구원 ▲사관학교 개혁분과 위원 등 40여 명에게 국군사관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신분 노출을 막기 위해 현역 군인은 익명 처리했으며 예비역 중 상당수도 시기상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익명을 요구했다. 기자가 연락한 예비역 중 일부는 “통합에 대한 의견은 있다”면서도 “사회 분위기상 의견을 밝히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의견 개진이 마치 특정 사관학교의 통폐합을 반대하는 모교 지키기나 자군 이기주의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취재 결과 사관학교 출신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하지만 통합에 찬성하는 이들도 “국군사관대에 대한 찬반을 떠나 계엄 이후 벌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볼 때 결국 육사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는 인상을 받는다”고 밝혔다.
교육개혁 분과는 지난해 9월 30일 출범 후 올해 1월 22일 종합 보고 때까지 10여 차례 회의를 했다.
국방부 사관학교 교육개혁 분과 구성원은 아래와 같다.
▲최영진(분과장,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김미희(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김정수(예비역 육군 대장, 전 2작전사령관) ▲김종탁(전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현일(예비역 해군 중장, 전 해군사관학교장) ▲노명화(예비역 공군 대령, 국방조직학회 회장) ▲박보라(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센터장) ▲박석봉(전 육사 교수부장, 홍범도기념사업회 이사) ▲박용한(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정덕기(대학교수) ▲최현국(예비역 공군 중장, 전 공군사관학교장).
기자는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사관학교 교육개혁 분과가 작성한 권고안을 확보했다. 5페이지로 정리된 문건은 ①문제 인식 ②사관학교 통합 방안: 2+2 네트워크형 통합 ③사관학교 교육개혁 방향 ④사관학교 통합 및 교육개혁 추진 고려 사항 순으로 작성됐다.




국방부 사관학교 개혁분과가 작성한 권고안권고안의 문제 인식에는 동의
권고안은 문제 인식 부분에서 상황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최근 전쟁 양상 및 전장 환경(AI·로봇·드론 등)의 변화 고려 시 ▲미래 국방을 책임질 장교로서 고도의 전문성과 적응력 ▲신속한 대응력과 합동성 ▲우리 군 주도의 작전 수행 능력 확보 ▲헌법과 민주주의 가치 내면화 등 사관학교 교육의 전면적 재검토 요구”
“장교에 대한 직업적 매력 저하, 낮은 교육 만족도, 과도한 생활 통제 및 의무복무기간(육·해·공사 10년, 3사 6년) 등으로 입학 성적 하락, 임관율 최저 70% 등 교육 지표의 급격한 하락”
“대부분 사관학교 출신 현역 교수로 개방성·다양성 부족, 열악한 처우, 차별적 대우 등으로 우수 교수 초빙 제한, 폐쇄적 분위기와 통제 중심의 훈육 등으로 생도의 학업 열의 악화”
“기초소양 교육 부족, 주입식 교육, 양학사 제도(일반학+군사학)로 인한 과다한 이수학점 등으로 양질의 교육 미제공”
“자군 중심 사고방식으로 미래전에 대비한 합동성 교육 부족, 헌법과 민주주의 가치 내면화를 위한 ‘제복 입은 시민’ 교육 부족”
“사관학교 분리 운영으로 조직·인력·예산 등이 중복, 행정·지원부대의 과도한 인력 운영으로 비용 대비 낮은 교육 효율성”
“학교장은 현역 중장, 평균 임기 1년 미만의 잦은 교체로 교육의 연속성과 책임성 약화”
기자가 접촉한 취재원 대다수는 권고안이 제시한 문제 진단에 동의했다. 하지만 해결책에 대한 관점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경기용 감독 따로, 연습용 감독 따로’
국군사관대를 반대하는 주된 논리는 ‘합동군제’인 한국군은 현행 각 군 병립형 사관학교가 적합하다는 것이다. ‘통합군제’ 방식인 통합사관학교는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찬성 측은 통합사관학교가 합동성(통합성) 강화에 도움이 되고 비용이나 예산도 절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군은 양병(養兵·군정)과 용병(用兵·군령)이 이원화된 합동군제(Joint force)를 채택하고 있다. 육군·해군·공군·해병대가 군별 전문성을 바탕으로 협력(합동)해 단일 작전 체계로 싸운다. 이 육·해·공 전력을 하나로 묶어 지휘하는 기구가 합동참모본부(합참)다. 각 군 참모총장은 교육, 훈련, 인사, 군수, 전력 건설 등 양병을, 합참은 전투를 지휘하는 용병을 맡는다.
반면 통합군(United or Integrated force)은 하나의 군대에서 병과(兵科)와 작전 영역(지상·해상·공중)만 구분하는 구조다. 대표 사례로 이스라엘 방위군(IDF)과 일본 자위대가 있다. 통합군은 통합군사령관이 용병과 양병에 대한 권한을 갖는다. 우리 역사에서는 조선 시대 군 체제가 통합군과 유사하다. 이순신 제독이 임진왜란 이전에는 한반도 북부 지역에서 지상군을 맡았으나 이후 수군(水軍)을 지휘한 것처럼 말이다.
합동군은 각 군 간 협력 구조가 핵심이고, 통합군은 단일 구조가 핵심이다. 과거 노태우 정부에서 추진했던 국방 혁신안인 일명 ‘818계획’은 육·해·공군으로 각각 삼원화된 군령·군정권을 통합하기 위한 시도였다. 각 군 총장을 지휘하는 총사령관인 국방참모총장을 신설해 국방참모총장이 군정·군령권을 모두 행사하는 방안이었다. 하지만 해·공군의 반대로 인해 군령권은 합참의장에게, 군정권은 각 군 총장에게 배분하는 현재의 이원화된 ‘합동군 체제’로 절충되어 1990년 10월 1일 합참이 창설됐다. 이를 두고 ‘경기용 감독 따로, 연습용 감독 따로’라는 지적도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307계획(2011년)’은 천안함 피격 사건, 연평도 포격전을 계기로 기획됐다. 핵심은 합참의장에게 군정 권한을 일부 부여하고 합참을 중심으로 작전통제권을 강화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도 각 군의 이해관계, 특히 해·공군의 반대로 인해 이뤄지진 않았다. 한국군 구조상 육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에 통합군화되면 해군과 공군의 위상이나 비중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반대 논리가 ‘단일 군사 권력 집중으로 인한 쿠데타 위험 증가’였다.
日 방위대와 유사한 2+2 학제
국방부 사관학교 교육개혁 분과가 작성한 권고안. 사진=임종득 의원실권고안은 ‘2+2 네트워크형 통합’을 제시했다. 이를 두고 일본 방위대와 유사한 학제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개혁분과에서는 권고안이 제시한 모델은 일본 방위대와는 전혀 무관하며 또 논의 과정에서 방위대를 참고한 적도 없다고 했다. 통합 효과와 개별 사관학교의 전문성, 정체성을 결합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방안이 ‘2+2 네트워크형 통합’이라는 뜻이다.
국방부 직속 기관으로 국방교육위원회(가칭), 국군사관대학교(가칭)를 만들고 그 아래 단과대학처럼 교양대학과 육·해·공군사관학교를 설치한다. 여기에 향후 ▲국방첨단과학기술사관학교 ▲국방의무사관학교(군의관 양성) ▲학군·학사장교교육단 ▲국방과학기술대학원 등을 추가 설치하는 방안이다.
교육 체계는 ①1~2학년은 통합해 기초 소양 및 전공 기초교육 ②3~4학년은 전공 심화 교육과 군사훈련을 각 사관학교에서 실시하는 ‘2+2 네트워크형 통합’ ③기존 사관학교를 단과대학 개념으로 운영해 각 군의 정체성과 전문성 유지 등이다.
기대효과는 다음과 같다.
“2년간 통합 교육은 학문적·인간적 교류를 확대해 합동성 강화, 우수 교수진에 의한 수준 높은 교육으로 교육 수월성 향상, 제복 입은 시민으로서 기본자세 확립 가능”
“4~6개의 사관학교에서 동시에 약 800명의 신입생을 선발하는 경우 개별 사관학교에서 신입생을 선발하는 것과 질적으로 다른 결과 발생”
“최고 수준의 교수진 및 생도들이 선호하는 강사 초빙에 유리, 수준 높은 민간 대학과의 교류나 프로그램 참여에 용이”
“기존 시설 활용 추가 비용 절약, 조직 효율화로 예산 절감”
“단기간 추진 가능으로 개혁의 핵심인 ‘속도’와 추진 동력 보장”
“육·해·공사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여 ‘2+2 네트워크 통합’ 방안에 대해 원칙적 동의, 다만 육군3사관학교는 편입생 기반의 장교 양성 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
통합 선발의 문제점
이른바 4~6개 사관학교를 통합 선발할 때 몇 가지 구조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3학년 진학 시 군종을 선택하는 방식에서는 특정 군으로 지원이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800명 가운데 600명이 한 특정 군을 희망할 경우, 적성이나 군별 전문성보다 1~2학년 교양·기초과목 성적순으로 군 배치가 결정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때 성적을 바탕으로 군 간 서열화 인식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희망 군종을 선택하지 못한 생도들의 중도 자퇴 가능성도 변수다. 사관학교는 재학 중 품위유지비(월급)를 지급한다. 남성은 자퇴할 경우 사관학교 재학 기간을 병(兵) 복무 기간에 반영한다. 이 때문에 원하는 군종에 선발되지 못하면 자퇴한 후 일반 대학에 편입(3학년)한 뒤 병으로 입대하는 사례가 벌어질 수 있다. 코로나19 시기를 거친 육사 80기는 3학년 생도의 대거 자퇴가 벌어지기도 했다.
군별로 요구하는 신체검사 기준이 서로 다르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예를 들어 한 생도가 1~2학년 전체 성적에서 800명 중 1등을 했더라도, 3학년 진학 시 공군 조종 분야를 선택하려다 시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지원이 제한될 수 있다. 이를 방지하려면 최초 선발 단계에서부터 전원을 공군 조종사 신체 기준에 맞춰 선발해야 한다는 논리가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800명을 동일한 기준으로 선발할 경우, 기존처럼 각 사관학교가 개별 모집을 할 때보다 다양한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각 사관학교는 1차 시험 문제를 공동 출제하지만 신체 기준에 따라 생도를 선발해 오고 있다.
인재 확보는 캠퍼스 입지에 좌우
2025년 6월 13일 육사에서 열린 육사 생도 1·2기 참전 기념 특별전 개막식을 앞두고 사관생도 신분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던 생도 2기생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이들은 6·25 전쟁 당시 의정부·태릉 일대에서 북한군과 싸웠다.국군사관대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현역과 예비역이 공통으로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은 것은 교육 수준 향상과 우수 교원 확보였다. 이는 높은 수준의 처우와 예산 투입으로 개선할 수 있는 사안이다. 사관학교 통합을 전제해야만 거둘 수 있는 효과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는 제도보다는 캠퍼스 입지, 즉 수도권 여부에 크게 좌우된다는 평가가 많았다.
분과위원 A씨는 통화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권고안에 담긴 내용은 1~2학년 교육 캠퍼스가 서울, 즉 태릉 육사 부지에 위치할 때만 현실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청와대는 지역 균형 발전을 이유로 서울 캠퍼스에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개혁분과위원 전원은 1~2학년 교육을 서울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1~2학년 과정도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권고안의 실효성은 떨어지고 사관학교 혁신도 어려워집니다. 이른바 인서울이 갖는 가치를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분과위원 B씨도 비슷한 취지였다.
“정부가 1월 29일 주택 시장 안정화 대책에서 육사 인접 태릉CC 개발 방침을 언급한 뒤 권고안 실현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판단했습니다. 위원회 내부에서는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해 태릉CC 부지를 활용해 캠퍼스를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했기 때문입니다.”
분과위원 C씨는 이렇게 말했다.
“사관학교 통합 논의는 오래전부터 논의해 왔습니다. 육사에 대한 보복이다? 사관학교 개혁분과에선 정치적인 고려는 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사관학교의 발전과 혁신만을 중심에 놓았습니다. 우리가 상대하는 적들은 그 사회 가장 엘리트가 입대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상대하려면 우수 자원·교원이 필요합니다. 이 결과 서울캠퍼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사관학교 출신 분과위원이라고 특정 사관학교에 유리한 입장만 표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정치적 판단이 내려질 것 같아 우려가 앞섭니다.”
"사관학교 통합 시 네트워크형 운영해야"
권고안에 담긴 ‘2+2 네트워크형 통합’은 국군사관대를 종합대(University) 개념으로 두고, 현행 사관학교를 단과 대학이나 분교 개념으로 유지하는 방식이다.
네트워크형 통합은 사관학교 개혁분과위원인 김종탁 박사가 2008년 작성한 보고서에 등장한다. 김 박사는 한국국방연구원(KIDA) 재직 시절 사관학교 발전 모델을 검토하기 위해 〈사관학교 양성교육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는 사관학교의 민간 교수 확대와 함께 이번 국방부 권고안에 담긴 ‘네트워크식(분교형) 통합’ 내용이 포함됐다.
김 박사는 “병립은 자군에 맞는 인재 양성, 군별 교육과정 브랜드화가 용이하나 국방 인재 양성에 부적합하다. 통합은 우수 교수·생도 확보, 교육 질적 수월성 제고가 용이하나 군별 브랜드화 연구 교육에 다소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도 “사관학교의 통합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으나 현 합동군제 체제의 조화와 실현 가능성을 고려할 때 병립 체제하의 발전이 현실적이다. 병립의 단점을 해소하고 통합의 장점을 살리려면 교수 통합 관리, 합동 교육 과정의 편성 운영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김 박사도 사관학교 교육 체계가 군제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음을 밝히는 내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물리적 통합을 전제할 경우 3군 사관학교 가운데 가장 넓은 면적을 가진 공군사관학교가 ‘3군 통합사관학교’ 캠퍼스로 가장 적합하다고 봤다.
김종탁 박사는 보고서에서 이렇게 밝혔다.
“사관학교의 통합은 지리적, 물리적 통합보다는 각 사관학교의 현 지리적, 운영적 이점을 최대한 살린다면 네트워크식(분교형) 통합이 바람직하지만 물리적 통합의 경우 위치는 공군사관학교 지역이 가장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됐다.”
2008년 당시 사관학교 통합에 대한 의견
김 박사가 작성한 보고서에는 ‘사관학교 발전 및 교육개선에 대한 의견조사’도 부록으로 실렸다. 2008년 현역 군인이 무기명으로 밝힌 의견 중 일부를 소개한다. 당시 현역들이 밝힌 의견은 18년이 흐른 2026년에도 큰 차이가 없었다. 기자가 취재한 과정에서도 현역들은 2008년과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사관학교는 특수목적대학으로 타 교육기관과는 다르게 다소 폐쇄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데 이 점을 최소한 줄이고 개방 및 자율성을 우선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사관학교 교육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전투 기술보다는 전략이나 군사 소양을 교육, 전공 교육의 심화가 필요). 사관학교는 국제적 관점에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국제교류 강화, 국제적 마인드를 지닌 사관생도의 교육).”
“효율성 논리를 앞세운 통합은 다수가 아닌 소수를 위한 선택일 수 있다. 사관학교의 발전·교육 개선 논의는 개교 이후 계속 이어져 왔으며, 이를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정체성을 흔드는 무책임한 행위다. 교육 성과는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에서 나온다.”
“사관학교 근무 경험상 느낀 가장 큰 문제는 교수진의 자질이다. 교수‧교관 다수가 대학원 졸업 후 임관한 초급 장교로 구성돼 있고, 박사 학위 보유 비율도 약 30% 수준에 그쳐 교육 수준이 전문대학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전공 역시 군사학·해양학 중심으로 편중돼 있으며, 그 결과 생도와 장교들이 이후 선택하는 학문 분야도 제한적이다. 다양성이 부족한 교육 환경이 좁은 사고를 고착시켜 미래 인재 양성에도 부적합하다.”
“사관학교 통합은 바람직스러우나 현 장교 양성 제도부터 개선해야 한다. 출신별로 자리싸움 등 바람직한 모습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사관생도 모집 시 대학 2학년을 수료한 자를 생도로 모집해 2년 추가 교육 후 전문대학원을 통해 2~3년 추가 교육해 졸업 시에 육‧해‧공군을 구분해 병과 유형별 교육 후 임관시키는 것이 타당하다. 사관학교는 연구 기관이 아닌 전문 전투프로를 양성하는 곳이 설립 목적이다.”
“사관학교 통합보다는 각 사관학교 특성을 잘 살려 교육 운영이 이뤄져야 한다. 경제성이라든가 효율성의 문제로 접근하면 ‘전문성 없는 사관학교 교육’으로 이어져 수준이 떨어질 수 있다. 합동성에 관한 것은 전문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고 난 후의 교육을 통해서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다. 사관학교는 전문가를 양성하여 투철한 국가관을 지닌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지 전문적인 지식 없이 조직만을 관리하는 사람을 풀어내는 곳이 아니다.”
“사관학교 발전을 위해서는 우수 인재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사관학교의 위치를 서울로 옮기고 충분한 홍보와 학교 내부 시설에 투자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합동성은 통합의 개념으로 발전되어서는 안 된다. 각 군의 특성을 유지할 때 합동성의 효과도 극대화될 것이다.”
일본 자위대 장교를 양성하는 일본 방위대학교는 한국 사관학교처럼 교육 기간이 4년이다. 이 중 1년은 군별 구분 없이 통합 교육한 뒤 2~4학년은 육상·해상·항공 자위대로 구분해 교육받는다.
신치범(육사 55기, 예비역 중령) 건양대 군사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중대장 교육과정인 고등군사반(OAC)도 수료했다. 유학생 최초로 우등상을 받았다. 일본 방위대 석사 과정에서는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수석을 했다. 신 교수는 일본 방위대 모델이 한국의 통합 사관학교에 적용될 수 없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한일, 전략 환경에 근본적 차이 있어”
신치범 건양대 군사학과 교수.방위대는 헌법적 제약 아래의 전수방위(專守防衛) 원칙, 미일동맹하 미국의 확장억제 및 연합 운용을 전제로 한 억제 중심 전략, 장기적 안정과 위기관리에 초점을 둔 군사 체제 위에서 설계된 교육기관입니다. 즉 일본식 통합 교육은 ‘전시 즉각 대응 지휘관’보다 ‘평시 억제와 관리에 능한 장교’ 양성에 제도 설계상 최적화돼 있습니다.
반면 한국군은 전쟁 발발 시 즉각적인 전면전 수행이 불가피하고, 수도권과 국가 핵심 기능이 전선과 직결돼 있으며 초기 지휘 판단의 실패가 곧 국가적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입니다.
이 조건에서 일본식 모델을 단순히 빌릴 경우, 군별 전장 전문성과 초기 지휘 역량이 약화할 위험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또한 ‘2+2 모델’은 다음의 구조적 위험을 내포합니다.
첫째, 초기 2년 통합 교육이 군인화, 장교화의 핵심 시기를 놓칠 위험성이 큽니다. 사관학교 교육의 본질은 일반교양이 아니라 장교로서의 정체성 형성입니다. 이 과정이 초기에 느슨해지면 이후 군별 교육으로 회복하기는 어렵습니다.
둘째, 군별 전문성이 구조적으로 뒷순위로 밀릴 가능성입니다. 형식상 3~4학년 군별 교육을 유지하더라도, 설계의 중심이 통합에 놓이면 결과적으로 ‘합동에는 익숙하지만, 전투에는 미숙한 장교’를 양산할 수 있습니다.
셋째, 개혁의 속도가 군사적 합리성을 앞설 위험입니다. 사관학교 개편은 정치 일정이나 여론 대응용 개혁이 아니라, 30~40년 뒤 전장을 책임질 장교를 만드는 제도 설계입니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미래 전장에의 적합성, 장교 교육 효율성의 극대화입니다.”
전면적인 사관학교 통합이 각 군의 반대로 어려워지자, 이명박 정부는 2012년 육·해·공군 사관학교 1학년 생도를 혼합 편성한 뒤 3개 그룹으로 나눠 다른 두 사관학교를 8주간 체험하는 통합 교육을 했다.
홍규덕 전 숙명여대 교수. 사진=조선DB“당시 정부도 통합을 시도했지만, 군 지휘부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각 군 간 이해관계와 자군 이기주의가 강해 전면 통합은 추진되지 못했죠. 그 대안으로 육·해·공군 사관생도들이 서로 학교를 방문하며 교류하고 친숙해지는 방식을 고안했죠.
저는 사관학교 운영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사관생도 교육이 보다 유연해져야 해요. 생도들이 폭넓은 사고를 갖고 사회적 인맥을 형성해야 합니다. 사관학교 출신이 장차 군을 떠난 뒤에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사회와의 교류 확대와 민간 교수 참여가 필요하죠. 이는 교육의 유연화이자 문민통제 강화라는 의미도 갖습니다.
사관학교 총장 임기를 4년으로 늘리고 민간인을 총장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방안도 꺼냈는데 당시 군 내부 반발이 컸죠. 충성심을 군인만의 영역으로 보는 인식이 여전히 강했죠.
‘통합 사관학교가 쿠데타 가능성을 높인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아요.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민관 협력 기반의 교육 개혁을 병행해야 하며, 통합이 추진된다면 군 구조와 군사 전략에 대한 장기적 방향을 먼저 설정해야 합니다.”
“독일식 통합 교육 참고해야”
2012년 사관학교 통합 교육 당시 육사 훈육관 신분으로 1학년 생도를 이끌고 해사·공사를 체험한 최낙현(육사 56기, 예비역 중령)씨. 그는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합동성 강화의 필요성을 느끼며 2013년 석사 논문 〈합동성 강화를 위한 사관학교 통합 교육에 관한 연구〉를 썼다.
— 사관학교 통합 교육의 장단점은 무엇입니까.
“타 사관학교에 대한 이해, 대인관계 향상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반면 소속 군 및 소속 사관학교에 대한 이해나 군별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상태에서 교류해야 한다는 점, 타 사관학교에 적응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최씨는 “합동성 증진은 합동 교육에서 출발해야 한다. 자군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타군의 문화와 역할을 이해하고 서로를 존중해야 협조할 수 있다. 현행 병립형 사관학교는 기관별 독립적으로 발전되고 있어 합동군사교육체계 발전에 제한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독일식 장교 양성 방식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독일 연방군 장교는 3단계로 양성한다. 1단계는 일종의 군사훈련(12~15개월) 과정이다. 군종을 선택한 후 각 군 교육기관에서 훈련받는다. 수료 후에는 2단계인 대학 교육을 받는다. 이곳에선 각 군 교육기관을 마친 이들이 한데 모여 통합 교육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상호 군종에 대한 이해와 합동성을 기른다. 1년은 3학기로 진행되며 2년 6개월에서 4년이 걸린다. 우수 자원은 석사 학위(4년)까지 취득한다. 이후 3단계인 병과 유형별 전문 교육(6~12개월)을 받고는 장교로 임관한다.
최씨는 “현재 사관학교에서 중도 탈락자가 많다. 독일 사례처럼 일정 기간 군사훈련을 통해 검증된 이들에게 추가 교육하는 방안을 참고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중요한 전제는 사관학교의 교육 방식을 정하기에 앞서 한국군에 맞는 군제가 무엇인지를 먼저 고려한 후 이에 맞춰 사관학교 교육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사관학교 교육을 한순간에 간단하게 변화시키려는 접근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호주는 약 10년간 준비해 1986년부터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합동 교육, 가장 큰 문제는 정체성에 대한 혼란
이명박 정부에서 실시한 합동 교육은 1학년을 대상으로 두 차례(2012~2013년) 진행 후 중단됐다. 1학년만을 대상으로 진행했다는 점에서 다양성에는 한계가 있지만 참고할 점이 있다. 2013년 육사가 국방부에 보고한 〈3군 사관학교 통합 교육 성과〉에 따르면, 통합 교육은 성과보다는 단점이 더 많았다. 가장 큰 문제는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었다.
“상징적 교류 효과, 관계 형성 효과는 분명 존재했으나 이 긍정적 요소들이 통합 교육의 핵심 목적과는 다른 차원의 성과였다. 교양과목 중심 구성, 군 소개 위주의 프로그램은 합동성 강화라는 군사교육 목적과 직접 연결되지 못했다. 합동성 교육은 작전 개념, 지휘통제, 합동 교리가 중심이어야 하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현재 국군사관대가 추구하는 교육 체계는 ▲1~2학년 기초 소양 ▲3~4학년 각 군 전문화 교육이다. 위 사례와 같이 기초 교양 수준의 수업을 2년간 함께 듣는다고 합동성이 강화된다는 보장은 없다. 합동성에 앞서 각 군이 요구하는 기본 지식조차 부족하면 합동성은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럼에도 통합의 장점을 꼽는다면 동일한 공간을 공유하며 함께 생활하는 데서 오는 동질감이 있다.
이 물리적 공간을 공유하는 것에 대해 현역 장교 D씨는 이렇게 말했다.
“사관학교 시스템을 모르는 사람들은 ‘한 기수에 200~300명밖에 없으니 다들 서로를 잘 알고 친하게 지낸다’고들 생각해요.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사관학교는 크게 대학 수업과 내무(기숙사) 생활로 구분됩니다. 대학 수업은 사관학교 교수, 내무 생활은 훈육관과 훈육 장교가 지도합니다. 내무 생활은 중대(中隊) 약 120~150명 단위로 1~4학년이 군대처럼 자치지휘근무 생활을 합니다. 이 때문에 수업을 같이 듣거나 같은 중대가 아니면 동기여도 졸업할 때까지 서로를 잘 모릅니다.”
“사관학교는 대체 불가의 교육기관”
2023년 3월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육사 79기 졸업 및 임관식이 열렸다. 사진=조선DB권고안은 국군사관대 총장(임기 4년)에 민간 국방 전문가를 대통령이 임명하고, 사관학교장은 장성급 장교 출신 중 국군사관대 총장(임기 2년, 연임 가능)이 임명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또 “1~2학년은 국군사관대 교정에서 기숙사형 대학 수준의 자율성 보장, 군사교육은 3학년부터 시행 등”도 제시했다. 이는 사관생도에게 사회 교류와 함께 유연함을 제공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는 현행 2년제로 운영되는 3사와 다를 게 없다. 4년제 국군사관대보다는 3사와 같이 운영하는 방식이 양성에 드는 비용 등을 고려하면 효율성이 더 높다.
권고안에 담긴 주장을 두고 사관학교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신치범 교수의 의견이다.
“사관학교는 우수한 장교를 양성하는 대체 불가의 교육기관입니다. 헌법 가치와 문민통제의 내면화, 강한 동료 집단 속에서 형성되는 책임 윤리, 지휘관으로서의 결단·희생·공적 책임의 조기 학습은 일반 대학이나 단기 양성 과정으로 대체하기 어렵습니다. 사관학교를 둘러싼 근본적인 문제는 제도 그 자체가 아니라 ▲과도한 통제 중심 문화 ▲폐쇄적인 교수 인사 구조 ▲변화하는 미래 전장 환경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뒤처진 교육 혁신에 있습니다. 최근 사관학교가 정치적 논쟁의 대상으로 소비되는 흐름은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사관학교는 개혁의 대상일 수는 있어도, 정치적 유불리의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사관학교를 매우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뒤 의무 복무만 끝내고 전역한 한 예비역 T씨는 사관학교 특유의 통제 중심 문화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사관학교에서 군인화에 대한 교육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하며 다양성과 유연함을 배우며 사회와 관계를 가져갔으면 합니다. 폐쇄적인 조직 문화는 사관학교와 사관생도에게도 좋지 않기 때문이죠.”
“사관학교 우수자, 야전에서도 우수”
사관학교 성적이 좋으면 야전에서도 우수할까. 이에 대한 실증적 연구가 있다. 육군사관학교 교수진이 2016년 발표한 〈한국군 초급장교의 리더십 역량 요소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생도 시절 성적과 적성이 모두 상위 30%에 속한 집단(A그룹)이 야전 임무 수행 능력과 대인관계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성적과 적성이 모두 하위 30%에 속한 집단(D그룹)은 야전 임무 수행 점수가 가장 낮았다. 특히 성적과 적성 중 어느 한 요소만 상위 30%에 드는 경우(성적만 30% 이내 B그룹, 적성만 30% 이내 C)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우수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즉 지적 역량(성적)과 가치관·태도(적성)가 결합했을 때만 실제 야전 역량으로 발현된다는 의미다.
이 조사는 육사 65·68기 졸업생 중 성적 우수자 75명과 저조자 86명을 표본으로 삼았으며, 이들을 직접 지휘한 중대장들의 평가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성적과 적성 사이의 상관관계가 있었다. ‘군인정신’과 ‘교관 능력’ 항목에서 상·하위 그룹 간 격차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다.
권고안은 “육·해·공사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2+2 네트워크 통합’ 방안에 대해 원칙적 동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표현은 모호하다. 각 사관학교가 우수 인재 유치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나 ‘원칙적 동의’라는 표현은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과거 사관학교 통합 시도 당시와는 달리 사관학교별로 반발이 적은 이유는 이른바 1~2년 과정을 서울에서 공부하면 공사와 해사도 더 우수한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단 3~4학년 과정은 육사도 3사가 있는 영천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권고안은 “정부 임기와 정치 일정을 고려 신속 통합 추진, 2027년 입법 시 준비 기간 포함 2년 내 통합 가능. 개교 추진 과정에서 대통령실이 ‘컨트롤타워’ 역할 수행, 모든 과정에서 우호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다차원적 노력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총동창회, 통합 반대하지만 목소리 못 내
사관학교 개혁 분과위원 중 일부는 사관학교를 방문해 현장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종득 의원실이 각 군 본부와 육사, 해사, 공사, 국군간호사관학교를 대상으로 문의한 결과 학교 전체 구성원(교수, 사관생도 등)을 대상으로 한 의견 수렴은 없었다. 육군본부와 공군본부는 각 사관학교가 국회에 회신한 답변을 임의로 수정해 작성자를 바꾸기까지 했다. 이른바 국방부 입맛에 맞추기 위한 ‘마사지’였다. 핵심은 국방부 차원에서 통합사관학교, 국군사관대와 관련해 개별 사관학교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질의
육·해·공군·국군간호사관학교 통합과 관련해 각 사관학교 지휘부, 교수부, 사관생도 전원의 의견 수렴 여부 및 그 결과(임종득 의원실).
“사관학교 통합 관련하여 의견 수렴 사례 없습니다. 끝.”(해사)
“지휘부 회의를 통해 통합 관련 검토했음. 현 체계를 유지하거나…(생략)… (법 개정 시) 사관학교 통합이 가능하리라 판단함. 교수부 및 사관생도 대상 의견 수렴은 시행하지 않았음.”(국간사)〉
3사(육군 제3사관학교) 또한 의견 수렴 절차가 없었다. 학교 관계자는 “특별한 지침이나 의견 수렴은 없었다”면서 “상부 지침이 내려오면 따르겠다”고만 밝혔다. 3사는 국군사관학교 출범 시 육사와 3사가 통합돼 3사가 결국 폐교된다고 생각해 내심 통합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3사 입장에서는 ‘편입생 기반의 장교 양성 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개혁분과위원들에게 피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권고안에는 이른바 3사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선 표기하지 않았다. 이는 국군사관대가 출범하면 자연스럽게 3사가 육사에 흡수된다는 국방부 수뇌의 판단이 반영된 조치로 풀이된다. 여기에 ‘중점 개혁의 대상’인 육사에 집중해야 하는데, 3사를 자극해 여론이 분산되는 효과를 방지하려는 목적도 있어 보인다.
각 사관학교 총동창회 입장은 어떨까. 공사 총동창회를 제외하고는 반대하는 분위기다. 공사 총동창회 관계자는 지난 2월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통합사관학교에 대한 의견은 없으며, 의견을 낼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육사, 해사, 3사 총동창회는 통합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분위기상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합동성 강조하지만 2020년 합동대 폐지
김순수 전 육사 교수부장.이는 전문성 약화에 대한 우려와 한국군 구조상 군정권(인사권, 교육 훈련 권한 등)이 각 군 참모총장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합동성은 각 군이 자기 영역에서 최고 수준의 전문성을 갖추었을 때 위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통합 교육 체제에서는 합동 교육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각 군의 심층적인 전술 및 작전술 교육 시간이 상대적으로 희생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정경운 전문연구위원은 “합동군제에서는 대부분의 복무를 자군에서 한다. 일부만 합동부대에서 근무한다. 필요한 직무 지식도 자군에 필요한 내용이 훨씬 많다. 이는 합동군으로 편성된 부대는 소수이기 때문이다. 현재 장교 선발, 양성, 운용 체계는 합동군제에 적합하게 되어 있고, 사관학교는 그 체계의 일부”라고 했다.
김순수(예비역 육군 준장) 전 육사 교수부장은 “합동성은 통합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교리와 훈련으로 완성된다”며 “통합 대신 ‘합동핵심교육(Joint Core)’ 의무화, 교수 처우·연구 환경 개선 선행, 정책 신뢰 확보를 위한 단계적 검증 체계 도입, 제한적 ‘2+2 모델’ 시범 적용 등을 먼저 검증해 봐야 한다”고 했다.
육사 교수 6명 해임 사건
2025년 12월에는 육사가 군 교수 재임용 문제로 시끄러웠다. 국방부의 사관학교(육사, 해사, 공사, 국간사, 3사) 중령‧대령급 교수 재임용 심사 결과 전체 심사 대상 14명 중 8명이 육사 교수였는데, 최종 탈락자 6명 전원이 육사 교수였다. 탈락자 중에는 육사 교수부장(준장) 진급 예정자도 있었다.
재임용 심사는 교수 임기 중 총 2회 실시되며, 적격자로 선발되면 60세까지 정년을 보장받는다. 국방부가 재임용 심사라는 도구로 사관학교 문민화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국방부는 육사 교수 6명을 해임하는 과정에서 심사 과정도 공개하지 않았다. 일부 육사 교수는 행정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임종득 의원실이 사관학교 교수 해임과 관련해 국방부에 자료를 요구하자 국방부 측은 “6명 중 1~2명은 해임 사유가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을 내렸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육사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6명 모두 문제가 없다”고 했다. 국방부는 이른바 정성 요소인 ‘교수 평가’까지 활용해 교수 해임에 활용했다. 또 해임 사유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아 사관학교에선 사태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다. 가장 큰 피해자들은 사관생도들이었다. 기말고사를 앞두고 한창 수업을 이어갔는데 교수 해임 소식이 전해졌다. 학기가 끝나지도 않은 상태였다. 생도들은 황당해했다.
현재 국방부는 대령급 주요 보직에 대한 인사가 늦어지고 있다. 이른바 육사를 솎아내기 위해서다. 지난해 대령에서 준장으로 진급한 비율은 3사 9%, 육사·학군·학사 4%다.
“육사는 오히려 피해자”
육사 5년 차 전역자들의 모임인 ‘대륙회’ 회장을 맡았던 송철수(육사 51기)씨는 이렇게 말했다.
“사관학교 통합보다 처우 개선이 먼저라고 봅니다. 지금 육사 생활관은 비가 오면 물이 새고 곰팡이가 핍니다. 통합하더라도 군인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지 않으면 인재는 사관학교를 택하지 않을 겁니다.
육사는 과거사 때문에 하극상의 위험성, 정치적 중립을 지독하게 교육해 왔습니다. 정치권은 이러한 노력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안타깝죠. 12·3은 일부 육사 출신의 일탈이었습니다. 피해자는 오히려 육사입니다.”
김용현과 같은 정치 군인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건 육사 후배들이었다. 국방부 정책 부서 관계자에 따르면, 계엄 직전까지도 국방부는 육사생도 역량 강화와 군사·외교를 위한 인맥 형성을 위해 한 기수당 절반(100명 이상)가량을 해외 사관학교나 교육 기관에 교환학생 형태로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다. 하지만 계엄이 터지는 바람에 없던 일이 되었다.
“사관학교는 전문 싸움꾼 양성하는 곳”
장광현 육사 총동창회 수석부회장.그러면서 “육사 출신을 비롯한 절대다수의 군인은 진보·보수 정권과 무관하게 국가와 국민에게 충성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사관학교 통합 방안이 공청회 등을 거쳐 당사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진행되길 바란다”고 했다.
연합권한위임사항(CODA)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참모장 겸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수석대표를 지낸 장광현 부회장의 ‘한미연합 작전을 해야 하는 우리 군의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발언은 중요한 대목이다.
전시에는 한국군이 미군과 연합작전을 수행한다. 한미 양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한미연합사령부가 행사하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군은 통합군 방식이 아닌 합동군제에 따라 한미 각 군이 협력해 작전을 한다.
작전통제권에는 전작권과 평시작전통제권(평작권)이 있다. 평작권은 한국 합참이 행사한다. 전작권과 평작권 외에도 ‘연합권한위임사항(CODA)’이 존재한다.
CODA(코다)는 전쟁 기획의 핵심 기능이다. 주한미군 최선임 장교인 한미연합사령관(미 육군 대장)의 권한이자 책임이다. 정전 시 연합 정보 관리, 작전 계획 수립, 합동 훈련·연습 계획·실시, 전쟁 억제·방어, 정전협정 준수를 위한 위기관리, C4I 상호운용성, 연합 합동 교리 발전 등을 포함한다.
즉 코다는 전시 이전 전쟁 준비 단계에서 한미연합사령관이 행사하는 권한을 통칭한다. 전작권은 CODA를 기반으로 행사된다. 이에 따라 한국군도 CODA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한국군의 전시·평시 교리는 곧 유사시 연합작전을 해야 하는 미군의 합동군 체제 교리를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장수 국방부 출입기자를 지낸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통합사관학교가 역대 정부에서 번번이 무산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말하며 통합사관학교의 한계를 지적했다.
“미래전에 알맞은, 효율적인 군대를 어떻게 만들지 먼저 합의한 후 사관학교 문제를 논의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추후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만 할 겁니다.”(주광섭 전 국방혁신기획관)
“국군사관대를 함께 졸업했으니 서로 협력한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방위대도 함께 통합 교육을 받지만, 졸업 후에는 이해관계에 따른 다툼이 벌어집니다.”(예비역 소장 E씨)
“그간 군 스스로 혁신할 기회가 있었지만 안일하게 대처했습니다. 이제 와 떠밀리듯 개혁을 강요받고 있죠. 아쉬울 따름입니다. 사관학교 혁신에 앞서 향후 35만 명을 유지해야 할 우리 군에 알맞은 군제가 무엇인지부터 전제한 뒤 사관학교 혁신 문제를 논의해야 합니다.”(천종웅 워랩 대표)
“권고안 내용은 좋은 말은 다 집어넣었습니다. 정치 보복이 아니라면 개혁 분과가 제시한 대로 1~2학년은 서울에서 교육해야 합니다.”(현역 F씨)
“사관학교는 장교 양성이 목적임에도 학사 학위 취득 때문에 일반학 수업 비중이 과도하게 높습니다. 사관학교 본연의 기능인 군사학 전문성 강화가 필요합니다. 또 장기간 굳어진 교수 사회의 혁신이 필요합니다. 훌륭한 교수진도 많지만, 발전이나 변화 없이 수십 년간 한자리에 머물다 보니 타성에 빠지거나 사관생도들을 위한 교육 발전보다는 본인 지위를 지키는 데만 매몰된 분도 있습니다. 한편으론 무분별한 문민화 위주의 교수진 감축 정책은 재고해야 합니다.
또 10여 년 복무 경험상 실무에서 타군과 밀접하게 협업할 기회는 제한적입니다. 통합이 전문성과 맞바꿀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진 않습니다.”(현역 G씨)
“정치권의 보복성 조치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통합군으로 갈 경우 해·공군의 전문성 약화가 뒤따라 이도저도 아닌 국군 장교가 탄생합니다. 통합 논의에 앞서 낙후된 사관학교 시설부터 고쳐야 합니다. 4년제 사관학교가 가지는 장점을 포기하고 비효율성의 극대화를 추구해선 안 됩니다.”(현역 I씨)
“통합하면 육·해·공군이 친해진다? 서울대 나온 사람은 서울대 출신끼리만 친한가요? 다른 대학 나온 사람과 협력을 안 하나요? 통합의 명분, 근거가 빈약합니다. 내세울 것이라곤 비용 절감이나 친목 정도인데, 이게 전문성보다 중요한가요?”(현역 J씨)
“국군사관대는 잡탕이 될 겁니다. 아마 공군 조종병과, 해군 조종병과, 항공병과 순으로 인재들이 몰릴 겁니다.”(공군 예비역 K씨)
“2년 통합 교육이 합동성 향상에는 일부 기여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단순히 함께 생활한다고 합동 작전 능력이 향상되진 않습니다. 교과 과정에 합동 기획·연합 작전·국가안보전략에 대한 교육이 체계적으로 포함돼야 실질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사관학교에서는 군별 집중 교육을 완벽하게 받고 이를 소화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입니다.
사관학교에서 저학년 때는 전술을 중심으로 교육하고, 3~4학년 때는 전략과 정책을 배우고 이해하는 시간이 돼야 합니다. 또 통제 중심의 문화보다는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지는 장교를 길러내는 구조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관학교 통합은 교육 제도 개편이 아니라 ‘장교 양성 철학’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형태적인 통합보다 합동성을 언제·어떻게 내재화할 것인가, 국가 전략 차원에서 어떤 장교상을 구현할 것인가를 먼저 정의해야 합니다.
통합 자체에 대해서는 검토할 가치가 있으나, 군별 정체성과 전통을 훼손하지 않는 정교한 준비와 설계가 전제돼야 합니다.”(해외사관학교 출신 M씨)
“통합 사관학교의 목표가 우수한 인재, 우수한 교원 확보를 통한 국군 장교단의 역량 강화라면 답은 하나입니다. 서울에서 교육하면 됩니다.”(국책연구기관 연구원 N씨)
개혁분과 권고안은 순한맛, 청와대는 매운맛
국방부 개혁분과가 발표한 권고안이 ‘순한맛’이라면, 청와대가 준비하는 안은 ‘매운맛’이라고 한다. 청와대는 심정적으로 육사에 우호적이지 않다. 청와대 눈치를 보는 국방부는 태릉에 있는 육사 캠퍼스를 완전히 폐교한 후 1~2학년을 대전 자운대에서 교육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3학년부터는 영천(육사+3사), 진해(해사), 청주(공사)로 흩어지는 방식이다.
육사 부지는 앞서 아파트 6800채를 짓겠다고 발표한 태릉CC보다 2배 넓다. 육사 부지는 한국 최대 아파트 단지인 올림픽파크 포레온(1만2000가구)보다 2.5배 넓다. 지방 균형 발전, 서울 주택 공급이라는 명분으로 육사가 희생양이 될 수 있다.
2025년 9월부터 KIDA에서 진행하는 사관학교 통합에 대한 연구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연구 과제명은 〈사관학교 통합 추진 방안〉이다. 과제명에서 알 수 있듯 결론은 정해 놓고 ‘방법’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공청회도 없이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오는 4월 30일 연구가 종료된다. 결과물은 이미 어느 정도 나왔다. 오는 5~6월쯤이면 현대사에서 영욕을 함께한 육사의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