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북한 무인기 사건 내막 | 무인기 날린 吳모씨 경찰 진술 내용 확보

정보사 내부 암투가 키운 ‘무인기 사태’… 내부자가 제보 의혹

  • 글 :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talkto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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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씨가 무인기 날린 시점은 이재명 정부 출범·이종석 국정원장 부임 이후
⊙ 국정원·정보사 관계자들, “위험 감수하며 공격적 공작 할 동력 없어”
⊙ “정보사에 휴민트(인간정보) 제공… 무인기 비행은 일관되게 개인행동”(오씨)
⊙ 오씨, 홍콩 시위 참여자 망명 돕고 이란 민주화운동 지원 단체 활동하기도
⊙ “2023년 이미 대통령실 나와… 정치적 타임라인과 무관하게 활동”(오씨)
⊙ “군 내부 무인기 高價… 정보기관이 민간인 활용해 (저가) 무인기 운용”
⊙ ‘내란 잔당’ 수사에 오씨, “체급 비해 지나친 거물 대우”
⊙ 국가 정보 역량 ‘셀프 중계’하는 정부… “정보자산 헌납” 비판
오모씨가 날렸다고 주장하는 무인기. 북한은 지난 1월 10일 “한국은 무인기에 의한 주권 침해 도발을 또다시 감행한 데 대하여 대가를 각오해야 한다”는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조선중앙TV를 통해 보도하며 이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은 ‘반(反)국가단체’다. 헌법은 이를 ‘정부를 참칭(僭稱)하거나 국가를 변란(變亂)할 목적으로 조직된 국내외의 단체’라 정의한다. 그런 곳에 무인기(無人機·드론)를 보낸 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2월 10일 정보사령부·국가정보원은 이 문제로 압수수색까지 당했다. 정보 당국 한 관계자는 “한마디로 개탄할 일”이라고 했다.
 
  사건의 중심에는 민간인 오모(某)씨(31)가 있다. 오씨는 수사기관에 “내가 무인기를 날렸다”고 자수했다. 군이나 정보기관의 지원 없는 독자 행동이었다는 주장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생각은 다르다. 이재명 대통령은 1월 20일 국무회의에서 배후 존재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어떻게 민간인들이 이런 상상을 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수사를 해 봐야 알겠지만, 국가기관이 연관돼 있다는 설(說)도 있다”고 했다. 여당에서는 ‘비상계엄과의 연관성’까지 거론했다. “비상계엄을 선포할 구실(북한 도발)을 만들기 위해 민간인을 이용해 기획한 사건”이라면서다.
 
  확보한 오씨의 수사기관 진술 내용에 따르면 그가 무인기를 날린 건 총 세 차례다. 지난해 9월과 11월, 그리고 올해 1월. 이 중 9월과 1월의 비행 기체(機體)가 조종 실패로 북측 지역에 추락하며 사달이 났다. 이를 발견한 북한은 강하게 반발했다. 조선인민군총참모부 대변인은 1월 9일 “한국은 무인기에 의한 주권 침해 도발을 또다시 감행한 데 대하여 대가를 각오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정동영, “내란 잔당 세력 준동 행위 가능성”
 
지난 1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현안 질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왼쪽). 사진=뉴시스

  대통령은 이튿날 곧장 엄정 수사를 지시했다. 1월 12일 국가수사본부는 군·경 30여 명 규모의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수사가 이어지면서 TF는 ‘배후’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1월 28일 국회 외통위 현안 질의에서 “내란 잔당 세력의 준동 행위일 수 있다는 점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경찰 한 소식통은 “개인의 일탈부터 초국가적 내란 의혹까지 한꺼번에 들여다보다 보니 TF 내부에서도 혼선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북한 측은 지난해 9월 무인기는 경기 파주시 적성면 일대에서, 올해 1월은 인천 강화군 송해면에서 이륙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오씨 진술에 따르면 발진(發進) 지점은 이보다 남쪽이고, 당초 적성면에서 받는 루트였다고 한다. 소식통은 “TF는 사실상 진위조차 확인되지 않은 북한 총참모부의 발표를 가이드라인 삼아 수사에 착수했다”고 지적했다.
 
  중국에서 활동 중인 한 대북(對北) 소식통은 “북한이 무인기에 과도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건 중국에서 수시로 날아드는 무인기 차단에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정부가 북한의 성명 발표를 듣고 즉각 공개적인 진상 규명을 약속하는 것은 안보 근간을 흔드는 자충수(自充手)”라고 했다.
 
 
  “방사선 측정 및 시료 확보 목적… 비행 승인 필요 없다고 판단”
 
  오씨는 2월 14일까지 네 차례 경찰에 출석했다. 매번 대공(對共)분실에서 약 12시간씩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조사에서 “정보사에 휴민트(HUMINT·인간정보)를 제공한 적은 있지만, 무인기 비행은 개인행동”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무인기 침투 이유로는 ‘평산 우라늄 공장과 예성강 저류지의 방사선 측정 및 시료 확보’를 들었다. “폐수 의혹이 정쟁(政爭)으로 번지며 사회적 갈등이 커진 만큼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는 취지다.
 
  평산 우라늄 정련공장 폐수 의혹은 지난해 6월 위성사진 분석과 일부 민간 측정 결과가 공개되면서 확산됐다. 민간 측정치가 법적 기준 이내였음에도,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 당시 수치와 비교되며 여야의 상반된 대응이 맞물려 정치 공방으로 번졌다. 정부는 ‘이상 없음’이라는 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일본 오염수 사안과의 태도 차이를 둘러싼 비판이 이어지며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오씨는 “촬영보다 시료 채취와 성분 분석이 핵심 목적이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건이 불거진 초기 그는 ‘평범한 대학원생’으로 묘사됐다. 그간 행적을 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1995년생인 그는 서울시내 사립대 기계항공우주공학과를 졸업하고 한참 뒤 다른 사립대 언론대학원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했다.
 
  2023년 7월 1일까지는 윤석열 대통령실에서 근무했다. 이후 같은 해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스타트업 ‘에스텔엔지니어링’의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모교의 지원을 받는 이 업체는 사무실 역시 교내에 두고 있었다.
 
  문제가 된 무인기는 이 학교 연구원이자 회사 대표인 장모씨가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씨는 장씨에게 재료비를 지급하고 기체를 넘겨받은 뒤 개인적으로 비행시켰다는 입장이다. ‘문제가 될 줄 몰랐느냐’는 수사관의 질문에는 “대통령령(令)에 따른 연구기관 소속 연구원이 제작한 기체여서 별도의 신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기체 중량이 25kg 이하인 만큼 비행 승인도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고 진술했다. 장씨와 함께 이 회사에서 ‘대북 전담 이사’로 활동했던 김모씨 역시 오씨와 마찬가지로 항공안전법 위반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오씨, 다양한 국가에 인적 네트워크… 군경에 정보 제공도”
 
 
무인기를 날렸다고 주장하는 오모씨. 그는 “정보사에 해외 인간정보를 준 것은 사실이지만, 무인기 비행은 개인의 단독행동”이라고 진술했다.
오씨의 한 지인에 따르면 오씨는 어린 시절 인도네시아에서 국제학교를 다녔다. 그는 오씨가 “다양한 국가에 인적 네트워크를 두고 있으며, 홍콩 시위에 참여했던 친구들의 망명을 도운 적도 있다”고 했다.
 
  2024년 1월부터 4월까지는 ‘넷프리덤파이오니어스(Net Freedom Pioneers)’에서 활동했다. 이란 민주화운동을 지원하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기반의 비영리법인이다. 오씨는 TF 조사에서 구체적인 업무 내용은 비밀유지계약(NDA) 상 상세히 밝히기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란 등 독재 정권 국가의 인터넷 검열을 우회해 정보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 개발·지원에 관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지인은 “여기에 그간 북한 인권 활동을 병행해 온 행보를 고려하면, 무인기 비행 역시 그 연장선에 있는 행위로 이해된다”고 했다.
 
  오씨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는 북한 선박 관련 정보와 대진연(한국대학생진보연합) 조직 분석 자료 등이 확보됐다. 명함도 6000장 이상 발견됐다. 이를 분류·계수하는 데만 4시간이 걸렸고, 이 가운데 100~200여 점이 압수된 것으로 전해진다. 정보 수집 경위를 묻는 질문에 오씨는 ‘10년 이상 추적해 온 결과’라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대학원 재학 시절 오씨는 각종 학술 포럼과 세미나를 꾸준히 찾았다. 관련 소식을 공유하는 단체 대화방에도 참여했다는 전언이다. 한 안보 시민단체 관계자는 “안보 세미나를 두루 다니며 이 분야 인사들과 폭넓게 교류했다”고 했다.
 
  각종 외부 활동을 하며 정보사 인원과도 연이 닿은 것으로 파악된다. 오씨의 또 다른 지인은 “오씨는 정보사뿐 아니라 2019년에는 경찰 안보수사대와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관들의 협조 요청을 받아 대진연 관련 자료를 여러 차례 제공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경찰과 복수의 정보사 소식통에 따르면, 정보사 관계자 A씨가 오씨를 개인적으로 찾은 시점은 2024년 중순 ‘블랙요원 명단유출 사건’ 직후였다. 그 전까지 두 사람은 통성명 정도만 한 사이였다. A씨는 오씨에게 “블랙 명단 유출 이후 해외망(網)이 모두 끊겼다”며 “도와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TF 조사에서 오씨는 “‘오죽하면 나를 찾아왔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에이전트인가 협조자인가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에 설치된 촬영 및 각종 장치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정보기관은 구조적으로 민간인 에이전트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 직접 닿기 어려운 현장의 접근성을 확보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국가 개입을 부인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통상 인맥을 통해 접촉을 시작한 뒤 곧바로 공작원으로 채용하지 않고 ‘협조자’로 두고 장기간 관찰한다. 정기적인 만남과 관계 형성을 통해 조건과 활용 가능성을 검증한 뒤, 일정 시점이 되면 ‘사업 대상자’로 전환해 임무를 부여한다. 필요한 경우 관련 지식 습득이나 실무 교육을 병행한다. 1~2차 임무 수행과 검증을 거쳐 정식 공작원으로 채용하는 게 관례다. 협조자 단계에서는 본인이 ‘공작’에 연루됐다는 사실을 모를 수도 있다.
 
  오씨는 ‘협조자’ 신분으로 A씨와 해외 인간정보를 주고받았다고 주장한다. 이 중에는 친북 성향을 띤 외국 학자도 포함됐다고 한다. 오씨는 “그 무렵 인터넷 언론사 창업을 준비 중이었던 터라, 해외 인간정보를 제공해 주는 대신 정보사 측으로부터 언론사 두 곳의 운영 실비를 보전받았다”고 진술했다.
 
  진술에 따르면 이 관계는 2025년 2월부터 10월까지 이어졌다. 10개월간 매달 100만원씩, 총 1000만원가량을 수령한 것으로 파악된다.
 
  TF는 오씨가 관여한 언론사를 무인기 공작을 위한 정보사의 ‘가장(假裝) 업체’로, 오씨를 정보사 에이전트로 의심한다. 그러나 오씨 측은 이를 정면 부인하고 있다. 설령 실제 그 역할에 해당하더라도, 본인은 공작의 성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순수한 조력 차원에서 응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조사 과정에서는 이런 취지의 진술도 나왔다. “만일 가장 언론사였다면 굳이 미얀마 현지까지 가서 고통받는 어린이들을 취재하고, 해킹 피해를 입은 북한인권 운동가를 보도하면서 기기 복구를 지원할 이유가 있었겠느냐” “가장 업체라면 왜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세금을 직접 납부했겠느냐”는 내용이다.
 
 
  ‘超국가행위자’
 
  오씨와 ‘거래’한 정보사 관계자 A씨도 오씨가 무인기 회사의 사내이사였던 걸 알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무인기를 처음 비행시킨 2025년 9월은 정보사 측으로부터 운영 실비를 지원받던 시기와 겹친다. 무인기 침투 계획에 정보사가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의문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이에 대해 오씨는 해당 업체가 A씨의 조력 요청이 있기 전인 2024년 말 실질적으로 폐업한 상태였다고 진술했다. 설립 후 1년여간 운영했으나 실적 부진으로 사실상 문을 닫았고 법인 등기만 유지되었다는 설명이다. 오씨는 “대북 전담 이사였던 김씨가 폐업한 회사의 명함을 내부 협의 없이 계속 사용하고 유튜브 등에서 무인기 관련 발언을 이어 간 것이 불필요한 오해를 낳았다”는 취지의 말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보사와의 거래 시기(2025년 2~10월)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및 형사재판 국면과 맞물린다는 점도 빌미가 됐다. 정부·여당 및 TF에서는 이를 두고 ‘내란 정당화를 위한 기획공작’으로 의심한다. 오씨는 이에 “2023년 이미 대통령실을 나온 대학원생 신분이었으며, 정치적 타임라인과는 무관한 활동이었다”고 했다고 한다.
 
  정보 당국 한 관계자는 “대통령실 근무 이력은 협조자를 물색할 때 신원 확인 측면에서 안정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그 경력만으로 내란까지 연결하는 것은 억지”라고 했다.
 
  경찰 소식통에 따르면 오씨는 자신의 활동을 ‘초(超)국가행위자’ 개념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정부나 다국적기업, 국제기구뿐 아니라 개인 역시 국경을 넘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자신의 무인기 비행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논리다. 오씨의 한 대학원 동문은 “그가 다소 4차원적인 면모가 있었다”고 했다.
 
 
  “북한 의식한 ‘보여주기식’ 압수수색”
 
지난 1월 21일 군경 합동조사 TF가 작년~올해 초 무인기를 만들어 북한에 날려 보냈다는 의혹을 받는 민간인 피의자 3명의 주거지 및 사무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이날 피의자와 관련된 서울 시내 한 대학교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관계자들이 압수품을 들고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수사 과정에서 국정원 8급 직원 B 씨와의 금전 거래가 추가로 드러나기도 했다. 국정원은 자체 감찰을 진행한 뒤 해당 금액은 모두 B씨 개인 자금이라고 밝혔다. 8급 일반직은 예산 집행 권한이 없으며 무인기 비행 같은 사업을 추진할 위치가 아니라는 점도 덧붙였다.
 
  오씨 역시 B씨와는 대학 동기로 친분이 있었고, 사적인 금전 거래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정원에 따르면 B씨는 2022년부터 지난달까지 총 16차례에 걸쳐 10만원에서 200만원 단위로 오씨에게 모두 505만원을 빌려줬다. 이 중 365만원은 돌려받았지만 140만원은 아직 받지 못했다.
 
  TF는 이런 B씨와 함께 정보사 관계자 A씨를 포함한 군인 3명을 입건한 상태다. 지난 2월 10일 혐의 입증을 명분으로 정보사와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를 두고 정보 당국 관계자는 “사적 금전 거래 정황만으로는 압수수색에서 나올 자료가 많지 않다”면서 “사실상 북한을 의식한 ‘보여주기식’ 압수수색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정보기관에 대한 압수수색은 기관장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한데, 현 정부가 임명한 이종석 원장이 별다른 소명도 없는 사안에 선뜻 문을 열어 준 것 자체가 요식행위 아니겠느냐는 말이다. 그는 이어 “반국가단체가 던진 프레임에 갇혀 우리 내부를 먼저 검열하는 것이 정보 주권 측면에서 바람직한지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지나치게 거물 대우 받고 있다”
 
  오씨는 자신을 내란 혐의와 연결하는 수사 흐름에 대해 ‘선택적 해석’이라는 문제의식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넷프리덤파이오니어스 활동 이력은 문제 삼지 않으면서, 특정 행위만을 떼어 내 내란과 결부시키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취지다. 그는 “정보사 입장에선 협조자로 관리하던 민간인의 개인적 행동으로 곤혹스러울 것”이라며 “무인기사건 이후로는 어떤 소통도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씨의 오랜 친구 C씨는 “‘배후가 없으니 앞으로 더 나올 것도 없다’고 자신하더라”며 “숨길 게 있었다면 자수부터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자신을 내란 잔당으로 모는 상황을 두고는 농반진반(弄半眞半) “체급에 비해 지나치게 거물 대우를 받고 있다”고도 했다고 한다.
 
  오씨는 사법처리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책임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다만 준비 과정이 충분히 신중하지 못했다는 점은 인정했고, 무모했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반성의 뜻을 밝혔다.
 
  C씨에 따르면 오씨는 이번 사안을 “기성세대가 2030세대의 사회활동 방식을 이해하지 못해 빚어진 현상”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기성세대는 목소리를 먼저 내고 지지를 확보한 뒤 행동하지만, 자신은 행동을 먼저 앞세우고 이후에 목소리를 내고 지지를 구하는 방식”이라며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니 미국 배후설이나 음모론이 덧붙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정청래, 임수경 등 기성 정치인들의 과거 젊은 시절 행보를 언급하며,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방식이 기성세대의 눈에는 낯설게 비치는 것뿐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李정부 출범 후 사건에 前정권 끌어들여”
 
  복수의 전·현직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무인기 비행 자체는 오씨 주도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다만 정보사와 접점이 있었던 만큼, 이를 사전에 인지(認知)하거나 자문·묵인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구조적으로 정보기관이 민간인을 활용해 무인기를 운용하는 방식은 존재한다. 정보사 방첩부대 출신 한 인사는 “군 내부 무인기는 고가(高價) 장비를 사용하고, 손상 시 운용자가 수천만원대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라며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띄우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했다. 특히 예산이 줄어든 상황에서는 민간의 저가(低價) 무인기 활용 방안이 거론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인사는 이어 “다만 민간은 보안 통제가 완전하지 않다는 위험이 있기에 그만큼 별도의 반대급부가 수반된다”면서 “그렇다고 하기에 매달 100만원은 너무 적어 보인다”고 했다.
 
  또 하나 짚어야 할 대목은 무인기를 날린 시점이다. 세 차례 모두 이재명 정부 출범 수개월 후다. 이 인사는 “전 정권 때라면 비교적 공격적인 공작을 시도했을 여지가 있다”면서 “정권 교체 뒤 벌어진 사안을 두고 전 정권 책임을 끌어와 연결하는 건 어불성설(語不成說)”라고 했다. 그는 “지휘 책임을 따지려면 당시 권한과 위치에 있었던 이들을 먼저 살펴야 하는데, 지금은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진 셈”이라고 했다.
 
  오씨가 날린 무인기는 중국산 상용 플랫폼과 일반 동호인용 부품으로 구성됐다. 전문가들은 군용 정찰 자산으로 보기 어렵다고 본다. 김도영 전 광운대 방위사업학과 교수는 “해외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부품을 구해 직접 조립할 수 있는 수준이며, 대학원생 정도의 기술력이면 충분히 제작 가능하다”고 했다.
 

  정보기관의 역량 자체가 이미 약화해 이 같은 공작 수행이 불가능하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국정원 대북공작국(局) 출신 한 인사는 “무인기 비행은 이종석 원장 부임 이후 시점”이라며 “대북 방송 중단 등 기존 사업이 폐지되는 상황에서 간부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민간인을 동원한 공작을 승인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했다.
 
  국정원에서 심리전 업무를 담당했던 한 인사 또한 “국정원 내부에는 그런 업무를 할 인원이 남아 있지 않다”면서 “대북 공격 기동대 역할을 하던 대북공작국과 심리전의 기능이 사실상 마비돼 국정원의 창(槍) 기능은 완전히 소멸 상태”라고 했다. 현재 심리전 부서는 대북 협상 중심의 대북전략국 산하에 단(團)급으로 축소 편제된 상태다. 그는 “사실상 통일부의 협조 기관 수준으로 위상이 격하된 상황에서, 누가 구태여 민간인을 동원해 드론을 날리겠느냐”고 했다.
 
  정보사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다. 정보사 한 관계자는 “현재 내부에는 위험을 감수하며 공격적 공작을 추진할 동력이 없다”며 “책임 부담을 우려해 소극적 정보 수집에 머무는 분위기”라고 했다. 그는 이어 “만일 이 시국에 실제로 정보기관 관계자가 개입돼 있다면 처벌이 아니라 포상을 해야 할 판”이라고 했다.
 
 
  ‘NCND’
 
  이번 무인기 침투사건을 두고 정보 전문가들은 사안의 실체와 무관하게 대응 방식 자체가 국가안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오씨의 독자 행동이든 기관의 개입이 있었든, 정보공작 사안을 일반 형사사건처럼 공론화하는 것 자체가 전략적 실책이라는 지적이다. 정보당국 한 관계자는 “국가안보 사안은 통상 조용히 관리하는 게 외교·군사적 긴장 완화에 유리하다”며 “반복적인 공개 지시는 정치적 메시지로 읽힐 소지가 크다”고 했다.
 
  이관형 NK워치 사무국장은 “이번 사안은 철저히 NCND(Neither Confirm Nor Deny·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원칙 하에 관리됐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가안보와 정보 역량에 직결된 사안을 정치권이 앞장서 언급하고 언론에 흘릴 이유가 없다”며 “민간인의 독단적 행위라면 조용히 수사해 마무리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과거에도 정보활동이 외부에 노출된 사례는 있었지만, 정부와 정보 당국은 침묵으로 일관하며 논란을 잠재워 왔다. 국정원 대공수사국 출신 관계자 역시 “미국 등 정보 선진국은 보안을 위해 별도의 법원 체계에서 정보 사안을 다룬다”며 “수사 과정의 실시간 노출은 그 자체로 정보망에 대한 타격”이라고 했다.
 
 
  입건된 이들은 ‘문상호 라인’
 
정보사 안팎에서는 이번 무인기사건이 수면으로 떠오른 데에는 정보사 내부 권력 다툼이 한몫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 2024년 10월 30일 국정감사에 출석한 문상호 당시 정보사령관. 사진=뉴시스

  물밑에서 관리됐어야 할 사건이 정국 한복판으로 번진 배경을 두고 정보사 안팎에서는 내부 권력 구도가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한 소식통은 “이번 사건은 정보사 내부 권력 다툼의 연장선에서 봐야 한다”고 했다. 이른바 ‘정치권 줄 대기’가 맞물렸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에 입건된 이들이 ‘문상호(전 정보사령관) 라인’으로 분류된다는 점 역시 이러한 해석에 힘을 보탠다. 정보사 한 관계자는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과정에서 문 전 사령관과 대척점에 선 세력이 상대 요원의 휴민트 정보와 작전 기밀을 민주당에 제보했다는 이야기가 돈다”고 전했다. 문 전 사령관과 갈등을 빚어 온 세력이 그의 라인으로 분류되는 현직 인사들에게까지 내란 혐의를 씌우기 위해 제보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그는 “사실이라면 이는 명백한 타인 작전 누설이자 중대한 보안 유출”이라고 했다.
 
  이 소식통은 “해당 제보가 현재 ‘무인기사건 배후 의혹’을 뒷받침하는 핵심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고도 했다. 오씨에게 전달된 자금 내역 역시 제보자의 진술을 통해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도 내부 갈등이 정보 유출로 이어진 사례는 있었다. 2024년 문상호 당시 사령관과 여단장 사이에 벌어진 ‘하극상 고소전’이 대표적이다. 당시 여단장이 본인에게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여러 언론을 접촉하는 과정에서 공작 사항과 내부 직원의 개인정보가 외부로 노출됐다.
 
  이 같은 논란의 배경으로 조직의 구조적 문제도 지목된다. 정보사는 오랜 기간 폐쇄적 순혈주의와 불투명한 인사 체계 속에서 운영돼 왔다. 진급 상납, 성(性) 비위, 예산 유용 의혹이 반복적으로 제기됐고, 휴민트 예산의 사적 사용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공작 보안’이라는 명분 아래 장비 부실이나 인권 침해 문제가 묻혔다는 지적, 전·현직 인사 간 유착과 가장 업체를 둘러싼 이권 구조 의혹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내부 통제력이 약해진 틈에서 권력 다툼이 외부와 결합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기막힌 국가안보 자멸극”
 
  정보사 방첩부대 출신 인사는 “정보기관 출신 정치인의 수가 늘어나면서 ‘줄 대기’를 통해 전역 후 자리를 보전받으려는 계산도 작용하고 있다”며 “개인 안위를 위해 국가안보를 자해(自害)하는 행태”라고 했다.
 
  또 다른 정보사 소식통은 “북한이 침투 사실을 발표한 뒤 내부 조력자가 관련 증거를 제공하고, 정치권과 수사팀이 이를 잇달아 공개하면서 세 주체가 ‘원팀’처럼 돌아가는 양상”이라며 “그 과정에서 국가 정보자산이 사실상 방어막 없이 노출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보 당국 한 관계자는 “정보전은 적지(敵地)에 스파이를 심어 단서 한 줄을 얻기 위해 수년을 버티는 작업”이라며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정무적 성과에만 매몰된 정부와, 이에 동조해 권력에 줄을 대려는 정치화된 군인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국가안보의 근간이 해체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정권의 유화적 접근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보 역량을 스스로 무력화하는 현 상황은, 북한이 굳이 공을 들이지 않아도 우리가 우리 손으로 정보자산을 갖다 바치는 기막힌 자멸극”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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