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12·3계엄 1년, 흔들리는 대한민국 | 비상계엄 1년, 지금 軍·공직사회는…

투서와 긴장, 그리고 침묵의 官街

  •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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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軍 내부 균열, 계엄 후유증과 인사 大혼란… “쇄신은 필요하지만, 지금은 지나치게 술렁인다”
⊙ 12·3계엄 수사에 적극적이었던 경찰청, “정치보복, 마녀사냥은 안 된다” 반응 나와
⊙ 제보 통로 다층화… 대통령실·국무조정실, 감사·감찰 라인뿐 아니라 다양한 비공식 경로까지
⊙ 관가에 번지는 긴장감은 일시적 충격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의 전조
⊙ 요즘 관가 인사는 ‘움직이되, 서두르지 않는다’… 결정의 핵심은 의도적으로 늦춰져
2025년 11월 24일 김민석 국무총리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헌법존중 정부혁신 TF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선포 1년. 대한민국 공직 사회는 지금 어디에 서있는가. 군대는 전례 없는 인사 대혼란 속에서 조직 신뢰가 무너지고 있고, 경찰청은 겉으론 차분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집단적 긴장이 고조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관가(官街) 전체를 감싸는 공기는 무겁고 차갑다. 투서(投書)가 일상이 되고, 동료를 의심하는 시대다. 국가에 헌신해 온 공직자들은 말을 아끼고, 기록을 남기지 않으며, 서로를 경계한다.
 
 
  軍 내부의 후폭풍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2024년 12월 4일 새벽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선포 후 1년이 지났지만, 대한민국 군대는 아직도 그날의 충격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3개월 만인 2025년 9월 1일 단행된 4성(星) 장군 인사는 군 내부에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켰다. 합참의장, 육·해·공군 참모총장,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지상작전사령관, 제2작전사령관 등 대장급 7명이 한꺼번에 교체됐다. 2023년 10월 이후 불과 1년 11개월 만의 전면 물갈이였다.
 
  국방부는 ‘대장급 전원 교체를 통한 쇄신과 조직의 조기 안정화’를 내세웠지만, 군 내부의 반응은 냉랭했다. 한 육군 영관급 장교는 “계엄사태의 정치적 책임을 군 인사로 덮으려는 보복 인사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장군 인사 검증 질문지에 ‘12·3 비상계엄이 내란인지 여부’를 묻는 문항이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계엄이 내란이라고 답했는지에 따라 승진 여부가 갈릴 수 있다는 소문이 군 안팎에 돌았다. 그러나 법원 판단 이전에 특정 입장을 강요하는 것은 군의 중립 의무 위반이자 공직자 줄 세우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공군 출신 진영승 중장이 합참의장에 발탁되었다. 해군 출신 김명수 전(前) 의장에 이어 비(非)육군 출신이 연속 발탁된 것은 사상 처음이었다. 3성 장군(중장)이 4성으로 진급해 합참의장으로 직행한 것 역시 이례적이었다.
 
  9월 인사의 여진이 채 가시기도 전인 11월 13일, 또 한 번의 충격이 가해졌다. 육·해·공군 중장 31명 가운데 20명, 전체의 3분의 2를 한꺼번에 교체하는 대규모 인사가 단행됐다. 역시 최근 10년간 유례를 찾기 힘든 규모다.
 
  문제는 합참 지휘부 구성에서 불거졌다. 합참 내 중장급 이상 주요 보직자가 육·해·공 2:1:3 비율로 채워지면서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 위배 논란까지 제기됐다. 합참의장과 국방정보본부장 등 핵심 보직에 공군 출신이 다수 포진한 것이다.
 
  군 소식통은 “비육사·비육군 기조에 따라 합참이 공군 중심으로 재편됐다”며 “합동작전 경험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공군 장성들이 한꺼번에 배치되면서 작전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쇄신 필요성은 이해하지만…”
 
  실제로 2025년 9월 말 취임한 진영승 합참의장은 취임 직후 합참 소속 장군 약 40명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 300여 명을 모두 교체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12·3 비상계엄의 후유증을 정리하기 위한 ‘인적 쇄신’이라는 명분이었지만, 이 지시가 전해지자 합참 내부는 즉각 술렁였다는 전언이다. 합참 근무 경험이 있는 한 영관급 장교는 “합참은 전·평시 작전을 총괄하는 조직인데, 숙련된 참모들을 한꺼번에 빼면 작전 연속성이 깨질 수밖에 없다. 쇄신의 필요성은 이해하지만, 이 정도 속도와 범위는 내부에서도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인사 혼란의 중심에 이른바 ‘계엄 버스’가 있다. 계엄 당시 투입되거나 관여한 장교들에 대한 조치가 엇갈리면서 불만은 더욱 증폭됐다. 계엄에 관여한 것으로 분류된 소장급 5명은 모두 중장 진급에서 제외됐다. 준장급 9명과 영관급 20명도 진급 대상에서 빠졌고, 중령·대령 진급 예정자 일부의 진급도 보류됐다. 최근 수년간 전례를 찾기 힘든 조치였다.
 

  국방부는 계엄 관련 내부 조사를 위해 ‘헌법존중 TF’를 꾸려 제보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시각은 극명하게 갈린다. 야당인 국민의힘 강선영 의원은 “내란 프레임이 군 조직을 압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성일종 국회 국방위원장도 “동료가 동료를 밀고(密告)해야 하는 끔찍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군은 특히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11월 27일 국방위에서 이렇게 말했다.
 
  “군은 정치적 중립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이 생명입니다. 계엄으로 인해 많은 분들이 오해도 많고 또 굉장히 심적으로 고통받는 분도 있습니다. 각각 개인이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받아야 합니다. (중략) 지금 헌법존중 TF를 운영한다는데, 헌법의 어떤 근거에서 이런 일을 하는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행정부에서는 법원의 판단이 나오지도 않은 이 부분에 대해서 쉽게 내란이라고 하는 용어를 써서는 안 됩니다. TF로 동료가 동료를 밀고해야 되는 상황이 올지도 모릅니다. 끔찍한 상황입니다.”
 
  군 내부 분위기는 그야말로 살얼음판이다. 국회 국방위 소속 한 야당 의원실 보좌관은 “누가 제보했는지 알 수 없어 서로를 의심하게 됐다. 조직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헌법존중 TF’ 어떻게 운영되나

계엄 선포 전 6개월과 이후 4개월, 총 10개월 조사


정부가 추진 중인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는 계엄 선포 전 6개월과 이후 4개월, 총 10개월을 조사 범위로 설정해 관련 부처 공직자들의 행위 전반을 점검하는 방향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점검 대상에는 법무부·국방부 등 핵심 부처 공직자들이 포함될 수 있으며, 계엄 이전 단계에서의 사전 모의 여부와 계엄 종료 이후 이를 옹호하거나 은폐하려는 조직적 움직임이 있었는지까지 살펴보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조사 방식과 관련해서는 PC와 업무 자료는 물론 휴대전화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자료 제출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인사상 불이익이 따를 수 있다는 관측도 공직 사회 안팎에 나돈다.

 
  인사 혼란 속 軍 기강 해이
 
2025년 10월 13일 오전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된 가운데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2025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눈을 비비고 있다. 사진=조선DB

  인사 혼란 속에 군 기강 해이도 잇따르고 있다. 2025년 11월 17일, 대통령 해외 순방에 맞춰 국방부가 ‘음주 자제’ 공문을 내렸지만 같은 날 지상작전사령부(지작사) 군수참모부 소속 대령과 중령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당시는 11월 15일부터 20일까지 해군·해병대와 호국합동상륙훈련을 실시하는 중요한 시기였다. 일주일 뒤에는 군사경찰의 음주운전 도주 사고까지 발생했다. 모 사단 군사경찰이 경기도 화성에서 음주운전 단속에 불응하고 5km를 도주하다가 경찰관을 차량으로 치고 달아난 뒤 검거된 것이다.
 
  “원칙 없는 인사와 진급이 군심(軍心)을 흔들고 있다. 이것이 기강 해이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과 함께 술렁임이 일고 있다. 연말연시 대북 경계 태세가 중요한 시점이지만, 군은 계엄 책임 규명과 조직 안정이라는 두 과제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군 내부 분위기를 기자에게 전한 국회 국방위 소속 의원의 한 보좌관은 “쇄신은 필요하지만, 지금은 군 내부가 지나치게 술렁인다. 정치적 논란 속에서 군의 본질적 기능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 ‘카오스’
 
비상계엄 사태 연루 의혹을 받는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가 2025년 2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2회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조선DB

  경찰청이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12·3 비상계엄 수사에서는 발 빠르게 움직이며 공권력의 주체로서 존재감을 과시했지만, 정작 계엄 당시 자신들의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감찰이 이뤄졌고 이뤄지고 있는지 외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정부 차원에서 가동 중인 헌법수호 TF가 아주 광범위하고 치밀하게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전언(傳言)이 나온다. 경찰청 내부에서는 이 TF 조사가 경찰 조직에 대한 가장 철저하고 가혹한 검증이 될 것이라는 긴장감이 팽배한 상태다. 조직 전체가 흔들리는 양상은 아니지만, 말과 행동을 동시에 움츠리고 자제하는 집단적 긴장이 감지된다.
 
  경찰 내부망에 등장한 댓글인 ‘정치보복, 마녀사냥은 안 된다’는 반응은 TF 자체에 대한 공개적 반발이라기보다, 조사 범위와 책임의 방향이 어디까지 확장될지에 대한 방어적 신호다. ‘위법 명령을 내린 상급자와 이를 따른 하급자를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은, 위계적 조직에서 책임이 아래로 전가될 수 있다는 공유된 불안을 반영한다.
 
  현장 경찰관들 사이에선 ‘언급 자제’가 사실상의 내부 규범으로 자리 잡았다. 계엄 가담자가 극히 일부라는 인식이 퍼져 있음에도, ‘동조’라는 모호한 기준이 제시되면서 과거 발언이나 단체채팅방의 표현까지 문제될 수 있다는 경계심이 확산됐다. 무엇보다 휴대전화 조사 논란은 이런 분위기를 한층 굳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본인 동의’를 전제로 한다는 설명에도, 위계 조직에서 동의 요청 자체가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사실 경찰 수뇌부가 비상계엄 당시 경찰 대응의 위헌·위법성을 인정하며 공식 사과했지만, 사과 이후 인사 판단의 기준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는 12·3 비상계엄 당시 경찰국장이었다. 계엄 선포 직후 조지호 경찰청장(이하 당시 직책),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임정주 경비국장(기동대 지휘), 영등포경찰서장과 통화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럼에도 그는 승진해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다. 해당 통화의 맥락, 지휘책임의 범위에 대한 박 직무대리 본인의 공개적인 설명은 없었다. 경찰청은 ‘12·3 비상계엄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는 원론적 답변만 되풀이한다.
 
 
  내부 승진과 내부 수사
 
  경찰 신분으로 당시 대통령실 행정관이던 남제현·김찬수·박종현도 감찰이나 수사 착수 없이 각각 한 계급씩 승진했다. 경찰청은 ‘정기인사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만 했을 뿐, 어떤 판단을 거쳤는지 구체적 설명은 없다.
 
  12·3 당시 계엄군을 막으려던 시민들과 대치 과정에서 “비상계엄 조치에 동조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은 경찰 지휘관은 이를 부인했다. 감찰이나 징계는 이뤄지지 않았고, 그는 이후 서울 일선 경찰서장으로 보임됐다.
 
  경찰청 내부 분위기는 무겁다. 경찰 분위기에 정통한 한 정부 관계자는 “누가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 어떤 지시가 있었는지를 놓고 서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라며 “익명 투서와 내부 제보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헌법존중 TF 이야기가 나오면서 감찰보다 더 큰 조사가 올 수 있다는 긴장감이 퍼져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정현 의원은 국회 질의에서 “12·3 비상계엄 당일 여러 국회의원이 경찰에 가로막혀 국회 정문으로 들어오지 못했고, 담을 넘어야 했다”며 “경찰청장 직무대리에게 수차례 감찰을 요구했지만 ‘수사가 시작됐고 재판 결과가 나오면 징계하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했다. 박 의원은 “재판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은 조직 내부 문제를 당장 정리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며 “그사이 사실관계가 흐려지고 내부적으로 입을 맞출 시간만 주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더라도 정당하지 않고, 그 시기와 절차에도 문제가 있었다”며 “재판이 끝날 때까지 가는 것은 너무 늦을 수 있다”고 답했다. 다만 감찰 주체에 대해서는 “국무조정실이나 감사원 등 외부 기관이 검토할 사안”이라며 행정안전부와 협의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경찰 ‘25분 만에 출동’한 그날 밤
 
2024년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국회의사당 정문에 경찰 병력이 배치됐다. 사진=조선DB

  12·3 비상계엄의 밤, 경찰의 움직임은 우발적 대응이 아니라 조직적 판단의 연쇄였다.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가 경찰에 대규모 인력 지원을 요청하자 경찰 수뇌부는 실무 협의를 이유로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판단을 넘겼고, 그 판단은 곧바로 실행됐다.
 
  합동수사본부 구성 요청이 전달된 직후 국수본은 서울경찰청에 경찰 파견 명단 작성을 지시했다. 명단 작성과 전달 과정은 사전 승인보다 사후 통고에 가까웠다.
 
  국회 상황이 급변하자 경찰 대응은 더 빨라졌다. 방첩사의 추가 요청이 들어오자 국수본은 5분 만에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한 지 15분 만에 명단이 방첩사로 전달됐고, 명단 전달 4분 후 체포조가 국회 앞 수소충전소로 출동했다. 영등포경찰서를 통해 계엄 상황에 투입된 경찰 인력은 최소 약 97명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방첩사가 체포조를 요청한 시간부터 체포조 출동까지 걸린 시간은 25분에 불과했다.
 
  국회에서는 이 대목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방첩사 중간간부들처럼 항명과 복종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하면서 소극적으로 직무를 수행한 것이 아니라, 경찰은 최대한 빨리 체포조를 보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지적이었다. 관점에 따라 ‘경찰 간부들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것’이라는 유추도 가능하다.
 
  국수본부장으로부터 “시간을 끌라”는 취지의 지시가 전달된 이후에도 이미 진행된 협조는 중단되지 않았다고 한다. 합수본 명단 작성이나 현장 인력 협조를 되돌리는 조치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지휘 라인 최상부의 의중과 현장 실행 사이에 분명한 괴리가 있었다는 것이다.
 
  경찰 측 인사들은 인솔·안내 수준의 협조였다고 설명했지만, 여러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어느 쪽이든 경찰 인력이 체포작전의 시간표에 포함돼 있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지휘 체계상 이들 몇 명만 관여했을 리 없다”
 
  현재 재판에 넘겨진 인물은 조지호 전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윤승연 전 수사기획조정관,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 등이다. 그러나 경찰 내부에서는 “지휘 체계상 이들 몇 명만 관여했을 리 없다”는 말이 공공연하다. 국수본에서 서울청으로, 다시 관할 경찰서로 이어지는 지휘·보고 라인이 실제로 작동했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경찰은 12·3 비상계엄 해제 후 수사 과정에서 국방부 장관실 압수수색, 국무위원 수사, 경찰 수뇌부 신병 확보, 현직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주도 등을 통해 공권력의 한 축으로 기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검찰이 정치적·조직적 혼란 속에서 제 역할을 못 한 상황에서 경찰의 신속한 수사는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내부에서는 이런 수사 국면의 ‘속도’가 조직 전체에 대한 면죄부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도 강하다. 한 경찰 간부는 “지금은 수사보다 TF 조사가 더 부담스럽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12·3 비상계엄의 밤에 드러난 것은 경찰의 속도였다. 판단은 빠르게 내려졌고, 실행은 지체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속도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누구의 판단이었는지는 아직 분명히 정리되지 않았다. 지휘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면 왜 사전 승인 없는 중대 결정이 가능했는지 설명돼야 하고, 그렇지 않았다면 도대체 누가 그 공백을 메웠는지 그 미스터리가 밝혀져야 한다. 경찰은 그날 밤 ‘망설이지 않은 조직’이었을지 모른다.
 
  문제는 그 신속함이 헌법과 법률에 대한 충실함이었는지, 아니면 상황논리에 대한 즉각적 반응이었는지에 있다. 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 한 경찰은 12·3 비상계엄 수사에서 보여 준 능동성과 동시에, ‘권력의 향방에 가장 먼저 반응한 조직’이라는 의심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TF의 조사 결과가 그 질문에 어떤 답을 내놓을지, 경찰청 전체가 시험대 위에 올라 있다.
 
 
  투서와 관가를 감싸는 차가운 공기
 
  대통령실은 2025년 12월 5일, 강형석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부당한 권한 행사와 부적절한 처신 등 법령 위반 사실이 확인돼 면직 조치했다고 밝혔다.
 
  강 차관의 전격 면직은 관가 전반에 묵직한 파문을 남겼다. 차관급 고위공무원이 감찰 결과를 이유로 대통령 재가(裁可) 아래 자리에서 물러난 것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심지어 대통령이 현직 차관의 면직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1980년대 이후 처음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법령 위반과 부적절한 권한 행사’라는 원칙적 설명만 내놨을 뿐, 구체적 경위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후 농식품부 안에서는 관련 언급을 삼가는 기류가 빠르게 퍼졌고, 그로 인한 침묵이 여러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관가에서는 이번 조치를 두고 “통상적인 수순과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한 경제 부처 고위 관계자는 “문제가 있었다면 감사와 징계를 통해 정리하는 게 일반적인데, 공개 면직은 상당히 강한 신호”라며 “윗선의 판단 기준이 무엇인지 가늠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앙부처 국장급 공무원은 “아침 회의에 참석했던 인사가 몇 시간 만에 면직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이다. 누구도 안전지대에 있다고 말하기 힘든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같은 불안은 자연스럽게 ‘투서’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인사 철마다 제보와 고발이 반복돼 온 것은 관가의 오래된 풍경이지만, 최근에는 양상 자체가 달라졌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단순한 민원이나 감정 표출을 넘어, 내부 자료와 구체적 정황을 갖춘 제보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부처 과장급 공무원은 “예전엔 인사 시즌에만 잠깐 시끄러웠다면, 지금은 상시적으로 긴장 상태”라며 “누가, 어떤 경로로 문제를 제기할지 알 수 없다는 점이 가장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공직 사회의 제보 환경이 과거보다 훨씬 복잡해졌다는 점이 드러난다. 대통령실, 국무조정실, 감사·감찰 라인뿐 아니라 다양한 비공식 경로까지 활용되면서 제보 통로가 사실상 다층화됐다는 것이다.
 
 
  투서는 ‘자기보호 수단’
 
  익명성을 중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투서를 ‘위험한 선택’이 아니라 ‘자기보호 수단’으로 받아들이는 인식도 팽배하다. 한 공무원은 “말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 책임이 돌아올 수 있다는 불안이 있다. 차라리 먼저 문제를 제기하는 쪽이 낫다고 판단하는 사람도 있다”고 털어놨다.
 
  다만, 각 부처는 제보 건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제보 내용은 국무조정실에서 일괄 취합, 관리된다. 이 과정에서 내부 투서와 진정이 늘고, 회의나 동료 간 대화를 녹음하는 사례까지 증가하고 있다는 전언이 나온다. 중앙부처 상황을 잘 아는 국회 한 보좌관은 “승진과 보직을 앞둔 국면에서 경쟁자를 견제하거나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계산’이 개입될 여지가 커졌다”고 했다.
 
  강형석 차관 면직 이후 관가를 감싸는 공기는 확연히 달라졌다. 기준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위직이 한순간에 자리에서 물러나는 장면을 목격한 공직자들은 말을 아끼고,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 애쓰며, 서로를 경계한다.
 
  이번 사안은 한 개인의 거취 문제를 넘어 투서와 감찰, 인사가 맞물리며 공직 사회의 작동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음을 보여 준다. 지금 관가에 번지고 있는 긴장감은 일시적 충격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의 전조(前兆)라는 해석이 나온다.
 
 
  ‘상징은 강하게, 구조는 신중하게, 책임은 뒤로’
 
증인 선서를 하기 위해 일어선 국회 국정감사장의 공무원들. 요즘 관가 인사는 움직이되, 서두르지 않는다. 바뀌는 듯 보이지만, 결정의 핵심은 의도적으로 늦춰진다. 사진=조선DB

  이런 분위기 속에서 공직 이탈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실무 핵심인 4급(팀장급)·5급(사무관급) 관료들이 민간 기업이나 로스쿨로 옮기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기재부·행안부 등 주요 부처에서는 신규 임용 사무관들의 조기 이탈 흐름도 감지되고 있다고 한다.
 
  요즘 관가 인사는 움직이되, 서두르지 않는다. 바뀌는 듯 보이지만, 결정의 핵심은 의도적으로 늦춰진다.
 
  교육부·기재부·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기관 인사를 나란히 놓고 보면, 새 정부 하의 관가는 하나의 공통된 리듬으로 움직이고 있다. 상징은 강하게, 구조는 신중하게, 책임은 뒤로 미루는 방식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교육부에서 엿보인다. 최교진 장관과 최은옥 차관 체제 아래 단행된 실·국장급 인사는 교육부 역사에서도 보기 드문 장면을 만들었다. 기획조정실장 설세훈, 대변인 정병익, 인재정책실장 이해숙, 책임교육정책실장 장홍재, 학생건강정책국장 심민철까지, 교육부 본부 핵심 라인이 모두 비서울대 출신으로 채워졌다. 장·차관을 포함해 정책 컨트롤타워 전체에서 기존의 틀처럼 자리잡다시피 한 서울대 출신이 사라진 것이다. 김천홍 전 책임교육정책관과 최은희 전 인재정책실장이 각각 서울시·제주도교육청 부교육감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교육부 본부에서 서울대 라인은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교육계에서는 이를 단순 인사가 아닌 ‘메시지’로 읽는다.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 김용련 대통령실 교육비서관, 김영호 국회 교육위원장, 최근 사퇴한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까지 포함하면 교육정책 상층부 전반이 비서울대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가 내세운 ‘서울대 10개 만들기’ 기조가 인사 구조에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한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정책보다 인적 구조를 먼저 건드린 것”이라며 “안에 있는 사람들도 그 상징성은 분명히 느낀다”고 말했다.
 
  다만 내부 분위기는 복합적이다. 교수–관료 결합 구조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인사만으로 관성(慣性)을 넘을 수 있느냐는 회의도 적지 않다. “윗자리는 바뀌었지만 실무 구조는 그대로다” “정책이 얼마나 달라질지는 아직 모르겠다”는 말이 교육부 안에서 동시에 나온다. 상징은 강했지만, 이제부터가 시험대라는 평가다.
 
  한편, 기재부는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새 정부 출범 5개월 만인 2025년 11월 단행한 첫 1급 인사는 ‘조용한 쇄신’이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강기룡 차관보, 황순관 기획조정실장, 유수영 대변인, 강영규 재정관리관 등 4명이 새로 발탁됐지만, 모두 내부 승진이다. 행시 39회가 1급의 중심으로 부상했고, 유병서 예산실장, 박금철 세제실장, 최지영 국제경제관리관은 유임됐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조직 개편을 앞둔 과도기 인사’라는 설명이 지배적이다.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 분리를 앞두고 정책 연속성과 국회 대응력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판단이다.
 
  기재부 분위기를 전한 국회 기재위 소속 의원의 한 보좌관은 “지금은 실험할 시기가 아니라 버텨야 할 시기”라며 “이번 인사는 개혁이라기보다 안전운전에 가깝다”고 귀띔했다.
 
 
  공공기관 “그냥 (조직이) 멈춰 있는 것”
 
  기후·에너지 공공기관 인사는 또 다른 풍경이다. 여기서는 ‘결정’보다 ‘지연’이 핵심이다. 한국에너지공단, 한국수력원자력, 대한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전력거래소, 한전KPS, 한국가스기술공사 등 대부분 기관장이 교체 국면에 들어갔지만, 실제 인선은 더디다. 에너지공단장 후보로 여러 이름들이 오르내리지만, 공식 절차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않는다. 한전KPS는 허상국 내정자가 있음에도 김홍연 사장이 1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고, 가스기술공사 역시 이은권 전 의원의 취임이 반년 이상 지연되고 있다. 노조는 국민신문고에 호소문을 올리고, 내부에서는 리더십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위에서는 신중이라 하지만, 아래에서는 그냥 (조직이) 멈춰 있는 것으로 느낀다”고 했다.
 
  이 세 흐름을 종합하면, 요즘 관가 인사의 본질이 선명해진다. 바꿀 수 있는 것은 상징적으로 바꾸고, 부담이 되는 결정은 최대한 늦춘다. 교육부는 ‘구조적 메시지’를 택했고, 기재부는 ‘안정과 연속성’을 택했으며, 에너지 공공기관은 ‘시간 늦추기’를 택했다. 이는 혼란이 아니라 ‘계산’이다. 관가는 늘 다음 국면을 본다. 관가 안에서는 이런 말이 돈다.
 
  “요즘 인사는 사람을 바꾸는 게 아니라, 시간을 조정하는 작업이다.”
 
 
  갈림길에 선 관가
 
  변화는 시작됐지만, 그 변화가 조직의 행동을 실제로 바꿀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인사는 이미 시작됐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이 인사들이 관료 조직을 흔들 것인가, 아니면 관료 조직이 이 인사들을 흡수할 것인가.
 
  12·3 비상계엄의 충격은 1년이 지나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전례 없는 인사 혼란과 조직 균열, 무너지는 신뢰. 군이 직면한 위기는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다. 경찰청의 현재 모습은 공과(功過)가 교차하는 지점에 서 있다. 그리고 관가 전체를 감싸는 차가운 공기에는 투서와 긴장, 침묵이 뒤엉킨 냉기가 감돌고 있다.
 
  정치적 중립성과 작전 능력이라는 군의 본질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경찰은 스스로에게 얼마나 엄격할 것인지, 공직 사회는 이 긴장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인지. 그에 대한 해답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 질문들에 답하지 못한다면, 12·3 비상계엄은 국가 시스템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흔들어 놓은 위기의 분기점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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