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선 동안 포항 변화시켜… 더 큰 무대에서 일할 기회 주어진다면, 확실하게 해낼 수 있다”
⊙ “철강 산업이 무너지는데, 한미 관세 협상에서 거론되지 않아 참담해”
⊙ 이명박·박근혜, 功보다 過가 더 부각… 재평가받아야
⊙ “중앙당이 ‘내려꽂기식’으로 공천을 주고, 유권자 가볍게 여기는 풍토 반복돼”
⊙ “검찰 해체로 막강해진 경찰, 이승만 정부 시절 ‘경무대 경찰’ 비난 새겨야”
李康德
1962년생. 경찰대 법학과 졸업, 고려대 정책대학원 석사 / 경기지방경찰청장, 서울지방경찰청장, 해양경찰청장 역임. 現 포항시장
⊙ “철강 산업이 무너지는데, 한미 관세 협상에서 거론되지 않아 참담해”
⊙ 이명박·박근혜, 功보다 過가 더 부각… 재평가받아야
⊙ “중앙당이 ‘내려꽂기식’으로 공천을 주고, 유권자 가볍게 여기는 풍토 반복돼”
⊙ “검찰 해체로 막강해진 경찰, 이승만 정부 시절 ‘경무대 경찰’ 비난 새겨야”
李康德
1962년생. 경찰대 법학과 졸업, 고려대 정책대학원 석사 / 경기지방경찰청장, 서울지방경찰청장, 해양경찰청장 역임. 現 포항시장

- 사진=포항시
기자가 접한 영일만의 공기는 뜨거웠다. 용광로 불빛은 도시를 붉게 물들였지만, 포항은 지금 철의 도시로 살 것이냐, ‘녹슨 계곡(Rust Valley)’으로 남을 것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 이강덕(李康德·63) 포항시장은 그 불빛 속에서 산업의 명운을 말한다.
“철강이 무너지면 제조업 강국의 틀이 함께 무너진다.”
그의 목소리는 행정가의 언어가 아니다. 쇳물과 함께 살아온 도시의 절규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철강이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은 현실을 두고 그는 “국가의 책임 회피”라 단언했다. 철강은 반도체·전기차·조선 산업의 뼈대이며, 이를 잃는 것은 대한민국 산업의 심장을 잃는 일이라고 했다.
이강덕 시장은 포항(옛 영일군) 장기면 산서리 출신으로, 경찰대학 1기다. 포항남부경찰서장, 대통령비서실 치안비서관, 부산·경기·서울지방경찰청장, 제12대 해양경찰청장을 거쳐 2014년 포항시장에 당선됐고 2018년과 2022년 다시 시민의 선택을 받았다.
10여 년간 그는 지진 복구, 도시 재생, 해양 관광, 산업 전환을 밀어붙이며 ‘산업도시 포항’의 얼굴이 됐다. 그러나 내수 붕괴, 관세 장벽, 배출권 압박, 에너지 비용 상승이라는 ‘4중 위기’ 속에서 그는 다시 외친다.
“정부가 ‘K-스틸법’ 같은 지원책을 하루라도 빨리 실행해야 합니다.”
이강덕 시장은 내년 경북도지사 출마를 고심 중이다. “시민이 원한다면 그 뜻을 따르겠다.” 이 말은 정치적 수사(修辭)가 아니라 도전의 언어다. 포항 용광로에서 시작된 ‘철의 신념’을 이제 경북으로 확장할 것인지, 그는 영일만의 바람 속에서 결단의 불씨를 다지고 있다.
철강도시의 경고음
현재 포항이 느끼는 위기감은 상당하다. 철강 경기 침체로 공장 폐쇄와 가동률 저하(최대 90% → 현재 60~70%)가 이어지며 고용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포항시에 따르면 포스코 1제강 공장은 지난해 7월, 1선재 공장은 지난해 11월 폐쇄됐다. 2파이넥스 공장도 폐쇄가 예정돼 있다. 현대제철 2공장은 지난해 11월 가동이 중단됐으며, 1공장의 중기사업부는 올해 6월 매각이 결정됐다.
이 지역 1차 철강 제조업 피보험자 수(2025년 7월 기준)는 약 2만7700명이다. 전년 동기(2024년 11월) 대비 3.5%(약 1000명) 감소했다.
철강 4개사의 법인지방소득세 납부액은 2년 새 84.1% 감소했다. 2022년 967억원이던 세입은 2024년 154억원으로 줄었고, 전체 법인세 대비 비중도 64%에서 26.6%로 급락했다.
세수 감소는 지역 경제 전반의 냉각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포항 중앙상가의 공실률은 중대형 상가 35%, 집합상가 39%다. 전국 평균(각각 13%, 10%)을 크게 웃돈다.
지역 상인들은 “철강 경기 부진이 길어지면서 소비가 줄고, 상권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포항 자영업의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다.
| ‘강철’ 청년이 떠나고 있다 포항의 인구가 줄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대비 2024년 포항의 인구는 49만1000명으로 1.8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국은 0.51%, 경북은 3.11% 줄었지만 수도권은 0.53% 증가했다. 포항의 변화는 전국적인 인구 감소 흐름에 더해 철강 산업 위기로 청년 일자리가 줄고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이 가속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수도권 집중과 출생 인구 감소 등으로 지방 소멸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며 “포항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철강 산업의 침체가 지역 청년층의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인구 감소의 원인을 산업과 환경 요인에서 찾고, 신산업 육성과 정주 여건 개선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2027년 준공 예정인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POEX)를 중심으로 마이스(MICE) 산업을 육성하고, 올해 말 착공 예정인 글로벌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AI 산업 등 청년층이 선호하는 고부가가치 산업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정주 여건 개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텍 의대 설립과 국제학교(2029년 개교 목표) 추진, 포스텍·한동대의 글로컬대학30 사업과 교육발전특구 지정을 연계해 청년이 머물고 성장할 수 있는 교육도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포항시는 2016년부터 그린웨이 프로젝트를 추진해 도시숲, 해안둘레길, 생태하천 복원 등을 통해 약 76만㎡(축구장 107개 규모)의 녹지 공간을 조성했다. 이강덕 시장은 “산업 구조의 다변화, 청년 맞춤형 일자리 확대, 교육·의료 인프라 강화, 쾌적한 도시 환경 조성으로 남은 임기 동안 인구 감소세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
“정부도, 국회도, 정말 관심이 없는 것 같다”
― 최근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철강 문제가 빠졌다는 점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정말 속이 부글부글 끓습니다. 미국은 자국 제조업을 지키겠다며 각종 관세를 부과하고 ‘철강은 양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두 번의 협상 동안 철강 이야기를 단 한 번도 꺼내지 않았습니다.
1973년 포항제철에서 쇳물이 처음 쏟아지던 순간, 대한민국의 산업 구조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그 쇳물이 나라의 뼈대를 세웠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 철강이 무너지고 있는데, 협상 테이블에서조차 거론되지 않았다니 시민들도, 저도 참담합니다.
누가 우리 산업의 심장을 지켜줄 것인가? 다들 그렇게 묻고 있습니다.”
― 정부의 ‘철강 산업 고도화’ 대책은 어떻게 평가합니까.
“정부가 구조조정과 효율화를 말하지만 정작 현장을 살릴 방안은 없습니다. 근로자와 협력업체를 어떻게 보호할지, 숨통을 틔울 실질 대책이 안 보입니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너무 올라 경쟁력이 떨어졌는데 그조차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업계는 지금 당장 버티기도 힘듭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목소리를 낮추면서도 단호하게 말했다.
“철강은 우리가 절실히 붙들어야 할 산업입니다. 이게 무너지면 제조업 강국의 틀이 함께 무너집니다. 중국·인도·인도네시아가 철강 생산을 늘리는 지금, 뒤처지면 다시 일어서기 어렵습니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관세 협상이 안 됐다면 그걸 보완할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놨어야 합니다. 협상이 됐다면 그에 맞춘 지원책을 내놔야 하고요. 하지만 지금 아무것도 없습니다. 포항·광양·당진이 다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 세 도시가 우리 철강의 93%를 떠받치는데 이제 반쪽이 났습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손을 움켜쥐었다.
“저는 매일 현장에서 시민의 절망을 듣습니다. 정부도, 국회도 너무 느립니다. 정말…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강덕 시장의 눈빛에는 단호함과 함께 포항이 마지막 벼랑 끝에 서 있다는 불안과 절박함이 묻어 있었다.
백악관 앞 1인 시위에서 NBC 취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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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일 이강덕 시장이 백악관 앞에서 철강 산업 위기 극복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PLEASE STOP IMPOSING STEEL TARIFFS(동맹국인 한국에 대한 철강 관세부과를 멈춰주세요)’가 적힌 플래카드가 바람에 펄럭였다. 그 현장에 이강덕 포항시장이 서 있었다.
그는 한 지방자치단체장이 아닌, 대한민국 철강 산업의 최전선에 선 ‘절박한 사람’의 얼굴로 미국 수도 한복판에 섰다.
“미국의 고율 관세로 포항 철강 산업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그 현실을 알리고, 미국 정부에 철강 관세 인하를 호소하기 위해 나섰습니다. 비록 ‘계란으로 바위 치기’일지라도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는 절박함으로 행동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미국 NBC 방송 등 현지 언론과 우리 동포는 물론 시민들의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최근 경주 APEC 정상회의를 취재하던 NBC 취재진이 돌연 포항으로 향했다. 그들의 목적은 화려한 외교 무대가 아니라 한국 산업의 심장부에서 들려오는 쇳소리의 단절에 대한 취재였다. NBC 취재진은 포항제철소 인근을 둘러보고 이강덕 시장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美 언론, 포항 경제 붕괴 집중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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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4일 이강덕 시장이 동국제강 포항공장을 찾아 철강 산업 위기 대응 방안을 점검하고 있다. |
이강덕 시장은 인터뷰에서 단호하면서도 절박한 목소리로 말했다.
“If tariffs keep continuing like this, the industry in our city will collapse.”
그는 “철강은 대한민국 제조업의 심장”이라며 “관세 장벽이 계속 유지된다면 포항은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NBC는 이 말을 인용하며 “철강 산업 위기가 단순한 무역 분쟁이 아니라 한국 경제 전반의 구조적 위험으로 번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포항의 사례는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이 동맹국의 산업에도 타격을 주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고 했다.
포항시는 위기에 처한 제조업을 돕기 위해 전국 기초 지자체 최대 규모인 2100억원의 소상공인 특례보증 재원을 확충해 지역 소상공인의 금융 부담을 덜고 경영 기반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또한 15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운전자금을 운용하면서 민생경제의 숨통을 트기 위한 대책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2023년부터 추진 중인 ‘산단 대개조 사업’을 통해 노후 산업단지를 저탄소·스마트 산업단지로 바꾸며 철강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더불어 이차전지·수소·바이오 등 신산업을 키워 철강 중심의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 산업 구조의 균형을 맞춰 위험을 분산시키려 하고 있다.
철강도시에서 첨단 산업 허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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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3일 포스텍 대학체육관에서 열린 ‘국제 배터리 엑스포 2025 포항’ 개막식에서 이강덕 시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
“취임 당시 포항은 지역 수출의 95%가 철강에 집중된 도시였습니다. 철강 경기 침체 때마다 위기가 반복됐죠. 그래서 산업 구조를 바꿔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차전지·바이오·수소 등 신산업을 집중 육성했습니다.
포항은 명문 포스텍과 방사광가속기 등 세계적 연구 인프라를 기반으로 4차산업 시대에 맞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했습니다. 이 결과 기초단체 최초로 3대 신산업 모두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됐습니다.”
이차전지는 전기차·로봇·드론 등 핵심 산업에 쓰이며, 포항은 국책사업에 연이어 선정, 대·중·소기업 상생 체계와 인재 양성 시스템을 갖췄다. 수소 산업은 인증센터 개소와 발전 클러스터 구축으로 선도권을 확보했고, 바이오 산업은 연구 인프라와 스타트업 지원을 통해 ‘포항형 바이오 클러스터’로 성장 중이다.
― 내년 6월 지방선거가 이제 얼마 안 남았는데요, 경북도지사 출마 후보군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는데 출마하실 계획이 있는지요.
“포항 시민들이 3선을 시켜주시며 잘 이끌어달라는 것도 있지만, 또 시민들이 주문하는 게 있을 거거든요. 이렇게 봉사해 왔으니 다음에 어떤 일을, 어떻게 봉사를 해달라, 이런 게 있을 수 있는데 우리 시민들의 의중에 따라서, 시민들의 뜻에 따라서 제가 판단을 해야 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고 시민들의 그런….”
― (시민의 뜻이) 출마하라는 건가요?
“시민들의 명령이 만약에 강하고 그렇다면… (하지만) 저 아니라도 누군가는 시민들의 뜻에 따르는 게 맞지 않나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은, 제가 봤을 때, 어쨌든 시정(市政) 일에 집중해 마무리를 성과 있게 잘 좀 하는 게 책무가 아닌가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시민의 소리를 더 들어보고….”
―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요.
“네, 지금도 많이 듣고 있습니다.”
― 다만 건강 리스크 이야기가 있는데요.
“최근 불과 일주일 사이에 미국을 거쳐 유럽까지, 말 그대로 지구를 한 바퀴 돌 정도로 출장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이어 영국과 아이슬란드를 다시 다녀오며 여러 업무를 수행했는데, 과거와 다름없이 일상적인 일정들을 소화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체력에는 아무 이상 없으니 그 부분은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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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20일 이강덕 시장이 아이슬란드 북극서클총회에서 국내 지자체 최초로 비즈니스 세션을 주재하고 있다. |
“이번 출장은 한마디로 포항의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여정이었습니다.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 글로벌 인재 양성, 지방정부의 새로운 외교 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먼저 영국 런던에서는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을 방문해 ‘더 바틀렛 단과대학’ 관계자들과 도시 혁신과 기후 대응 협력을 논의했습니다. 특히 2027년 개관 예정인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를 중심으로 국제 세미나 공동 개최와 포스텍·한동대·UCL 간 지속가능 도시 공동연구 프로젝트 추진에 합의했습니다.
아이슬란드 방문은 북극서클총회(Arctic Circle Assembly)의 공식 초청을 받아 참석했습니다. ‘글로벌 혁신 산업 지대와 협력’을 주제로 세션을 주재하며 포항의 탄소 중립·신산업 전략을 세계에 소개했습니다.
또 ‘포항의 골든 이니셔티브(Gold en Initiative)’ 전략을 발표해 도시 녹색화, 산업 저탄소화, 북극 협력 네트워크 등 2050 탄소 중립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그림손 북극서클 의장 등 주요 인사들과 회담을 갖고, 북극항로 연안 도시 협의체 구성, 영일만항·아이슬란드 항만 교류, 전기어선 공동 개발 등을 논의했습니다. 그림손 의장에게 ‘북극서클 비즈니스 포럼의 포항 개최’를 제안했더니 ‘적극 검토하겠다’는 답을 받았습니다.”
“시·도 통합, 밀어붙여서는 안 돼”
― 최근에 경북지사 출마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분들을 보니까 아무래도 국회의원들이 유리할 것도 같은데, 이강덕 시장이 출마할 경우 강점은 무엇이라고 보나요.
“우선 3선 동안 포항을 변화시켜 온 경험이 있습니다. 산업 구조를 바꾸고, 지역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며 여러 현안을 직접 해결해 왔습니다. 이런 경험을 살려 더 큰 무대에서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신 있게 그리고 확실하게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북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도 분명합니다. 산업 구조를 신산업 중심으로 전환하고, 동해안과 경주를 포함한 해양·관광 분야를 발전시켜야 합니다. 또 농업과 임업 등 내륙 산업도 단순히 지역 단위로 머물 것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키워야 경북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봅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제가 쌓아온 행정 경험과 추진력으로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 대구·경북 시·도 통합에 대해 경북 북부하고 경북 남부하고 시각차가 좀 뚜렷한데, 그런 부분은 어떻게 설득할 생각인가요.
“시·도 통합은 억지로 밀어붙여서는 안 됩니다. 구성원들의 동의와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톱다운 방식으로 추진하면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각 시·군·구가 만족하면서 자연스럽게 통합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행정 제도나 교통 인프라를 통해 생활권·경제권의 연계를 먼저 강화해야 합니다. 포항·경주·울산이 ‘해오름 동맹’으로 협력하는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세 도시를 행정적으로 묶으려 하면 반발이 있지만, 교통망과 행정 서비스가 하나로 연결되면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한 생활권처럼 움직이게 됩니다.
대구·포항 통합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도장 찍는 방식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대구에서 포항까지 30분 거리의 셔틀 KTX 노선을 만들고, 30분 간격으로 상시 운행되도록 하면 사람과 경제가 자연스럽게 섞이고 시너지 효과가 생깁니다. 이런 기반이 마련돼야 통합이 현실이 됩니다.
즉 ‘통합하라’는 구호만으로는 불가능하고, 통합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겁니다. 교통망과 산업 네트워크를 촘촘히 연결하면 대구·경북은 자연스럽게 하나의 경제권으로 발전할 것이고, 이렇게 해야 진짜 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고 봅니다.”
“지역 정치권의 태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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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포항 R&BD 기관장 협의회를 중심으로 포스텍 연구 중심 의대 설립을 촉구하는 시민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
“이명박 대통령은 실용주의 리더십을 갖춘 분입니다. 기업을 했던 분이라 2008년 리먼 사태로 국제 금융위기가 왔을 때, 제가 청와대(대통령실 치안비서관)에서 보니 청와대 비상상황실을 가동하며 굉장히 고심하셨습니다. 해외에 나가 원전 사업을 수주하고, 투자를 유치하며, 한미FTA 체결도 반대가 많았지만 밀어붙여 결국 큰 경제적 이익을 가져왔습니다. 또 ‘녹색성장’처럼 기후·환경 분야에서도 국제사회에서 돋보이는 역할을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서 유리천장을 깼습니다. 연금·노동 등 4대 개혁을 추진하며 경제 체제 개편을 시도했고,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려 했습니다. 대북 정책에서도 단호한 태도를 취해 북한이 정책을 바꾸도록 압박하려 했습니다. 한데 여성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과도하게 폄하되고,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를 당한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두 분 모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보수의 기둥을 세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공보다 과가 더 부각되며 과소평가된 면이 있습니다. 언젠가 재평가를 받아 국가의 원로로 자리 잡게 된다면 나라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 TK 유권자들 사이에서 “국민의힘이 수도권 중심이다” “최대 기반인 TK 민심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건 단순히 당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저는 오히려 지역 정치권의 태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일부 의원의 경우 중앙당만 바라보며 ‘공천만 받으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이러다 보니 정작 자신을 뽑아준 유권자를 두려워하지 않고, 지역 민심을 섬기는 마음이 약해지는 겁니다.
사람이라면, 정치인이라면 기본적으로 자신을 선택해 준 시민을 낮은 자세로 섬기고, 지역이 잘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데 중앙당 눈치만 보고 줄만 잘 서면 된다는 식으로 행동한다면, 이건 정치 이전에 인간적인 도리를 어기는 일입니다. 이런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당이 바로 설 수 없습니다.”
“정치는 결국 현장에 뿌리를 두는 것”
― 결국 지역 정치인과 당의 구조적 문제 모두 얽혀 있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당이 정말 건강해지려면 지역에서 존경받고 일 잘하는 사람을 세워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중앙당이 ‘내려꽂기식’으로 공천을 주고, 유권자를 가볍게 여기는 풍토가 반복되고 있어요. 이런 방식으로는 절대 장기 집권은커녕, 집권 후에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정치는 결국 국민의 마음과 현장에 뿌리를 두는 것입니다. 지역의 정서, 민심, 생활의 무게를 이해하고 거기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이게 바로 보수 정당이 다시 바로 서는 길이라고 봅니다.”
― 수도권 중심 전략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요.
“물론 수도권은 중요합니다. 인구 비중이 51%가 넘는 현실에서 수도권 민심을 얻지 못하면 정권을 잡을 수 없습니다. 당이 수도권 정책을 고민하고 전략을 짜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방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수도권과 지방이 균형을 이루는 정치, 이게 진짜 실용주의이자 통합의 정치입니다. TK가 그 균형의 한 축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당이 민심의 목소리를 더 깊이 들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권력은 책임, 두려워해야”
― 마지막으로 하나 더 여쭤보겠습니다. 지난 9월에 정부 조직 개편 법안이 통과돼 검찰이 해체되고 공수처·중수처가 생기게 됐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검찰 인사들이 요직에 너무 많이 갔다, 언론도 제대로 지적을 못 했다 이런 말도 있는데, 경찰 출신으로서 어떻게 보나요.
“모든 힘은 가만히 있지 않고 이동합니다. 어떤 문제가 있었기에 제도 변화가 필요했다면 먼저 반성해 봐야 합니다. 반성으로 안 되면 제도적으로 바꾸는 겁니다. 다만 권력이 이쪽으로 왔다고 해서 좋아할 일만은 아닙니다. 좋다기보다 두려움을 가져야 합니다. 그건 권한이 아니라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래서 ‘(권력이) 검찰에서 경찰로 넘어왔다, 우리가 더 세졌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오히려 더 무겁고 두려워해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오만해지면 국민이 가차 없이 평가합니다. 역사가 다시 되돌릴 겁니다. 이승만 정부 시절 ‘경무대 경찰’이 비난을 받으니 결국 제도가 바뀌지 않았습니까. 권력은 잘못 쓰면 언제든지 다시 되돌아갑니다. 지금 경찰이 더 많은 권한을 갖게 됐다면, 지금부터가 초비상이고, 국민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포항시청을 나서자, 영일만 너머로 제철소 용광로의 붉은 불빛이 저녁 하늘을 물들이고 있었다. 1973년 첫 쇳물이 쏟아진 이후 50년, 포항은 철과 함께 숨 쉬어왔다. 이강덕 시장이 지키려는 것은 철강 산업 그 자체가 아니라, 쇳물 위에 세워진 대한민국 제조업의 자존심이다. 그가 다음 무대로 경북을 선택할지, 아니면 또 다른 선택이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그의 선택이 철의 도시를 넘어 이 나라 산업의 미래와 맞닿아 있다는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