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의 AI 산업 선도하는 신상진 성남시장

성남시의 도전 ‘성남형 AI 혁신 모델’ 만든다

  • 글 :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everhop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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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00여 개의 첨단 기업과 인재 8만여 명 모여 있는 판교테크노밸리
⊙ 각 국가의 경제 성장 견인한 신주(대만), 벵갈루루(인도), 맨체스터(영국), 디트로이트(미국)와 성남의 공통점과 차이점
⊙ 신상진 성남시장, “AI와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등 결합한 융합형 AI 혁신으로 한국 AI 산업 발전 선도하겠다”
⊙ “제4 테크노밸리 조성 추진 중… 2030년엔 세계 팹리스 시장 점유율 8% 달성이 목표”

申相珍
1956년생. 서울대 의대 졸업 / 동양특수기공(OMC) 근무(위장 취업), 대한의사협회 회장, 17·18·19·20대 국회의원(성남시 중원구) 역임. 現 성남시장
사진=성남시
퀴즈. 신주, 벵갈루루(Bengaluru), 맨체스터, 디트로이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얼핏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도시들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 가지 확실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신산업을 기반으로 국가 성장의 핵심 엔진 역할을 하거나 했던 도시들이라는 점이다.
 
  대만의 신주는 대만의 ‘반도체굴기’를 이끈 도시다.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 본사와 공장, UMC, 미디어텍 등 세계적인 파운드리 및 팹리스(시스템반도체) 기업들이 집중되어 있어 ‘대만의 실리콘밸리’라 불린다. 신주 과학단지(HSP·Hsinchu Science Park)에서 나오는 반도체 매출이 대만 전체 반도체 매출의 약 80%를 차지할 정도로 국가 경제에 대한 기여도가 절대적이다.
 
 
  한국 AI 발전 선도하는 성남
 
  ‘인도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벵갈루루는 인도의 서비스 수출과 고부가가치 산업 성장을 견인하며, 인도를 IT 강국으로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인포시스(Infosys), 위프로(Wipro) 등 인도를 대표하는 IT 기업들이 이곳에 모여 있다. 이제는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를 대상으로 IT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아웃소싱을 제공하는 핵심 허브가 되었다.
 
  맨체스터와 디트로이트 또한 비슷한 궤적이다. 19세기 맨체스터는 면직물 산업의 중심지였으며, 세계 최초의 상업용 증기기관차가 달리고 대량 생산 체제가 정착된, 당시 세계 최고의 공업 도시였다. 디트로이트는 20세기 초·중반 미국을 세계적 산업 강국으로 만든 도시다. 포드(Ford), 제너럴 모터스(GM),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산업 ‘빅 3’의 본사와 대규모 생산 시설이 모두 디트로이트에 있었다. 이 도시는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철강·고무·유리 등 연관 산업을 빠르게 성장시키며 미국 제조업과 국가 경제의 핵심 엔진 역할을 담당했다.
 
  소수의 핵심 요소(20%)가 대부분의 성과(80%)를 만들어내는 현상을 ‘파레토의 법칙’이라 한다. 이 네 도시의 역사는 국가 경제 발전에서도 파레토의 법칙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동시에 국가 경제를 견인해 온 도시들이 서로 다른 네 가지 산업 모델을 갖고 있다는 점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국가 경제의 핵심 엔진이 될 산업은 무엇일까. 무엇이든 인공지능(AI)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을 것이라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AI 산업을 선도할 도시는 어디일까. 현시점에서 가장 앞선 AI 선도 도시는 성남시다. 성남 판교테크노밸리에는 1800여 개의 첨단 기업이 모여 있어 ‘한국의 실리콘밸리’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쯤 되면 자연스럽게 궁금해진다. 성남시는 앞서 언급한 네 도시 중 어느 모델을 따라가게 될까. 신상진 성남시장이 취임한 이후 성남시는 AI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혁신하는 데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신 시장에게 성남시 AI 산업의 현주소와 미래 비전을 들어보았다.
 
 
  글로벌 수준의 산·학·연 클러스터 구축 중
 
대만 신주에 있는 국립양명교통대에서 컴퓨터사이언스대의 연구팀이 연구를 하는 모습. 사진=조선DB
  ― 성남시에 AI 산업이 어느 정도 집적되어 있나요.
 
  “성남에는 네이버, 카카오, SK 등 국내 대표 AI 혁신 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판교테크노밸리에는 1800여 개의 첨단 기업, 스타트업, 벤처캐피털이 밀집해 있지요. 8만여 명의 관련 인재들이 협력하고 경쟁하며 AI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 1800여 개 기업이라니 엄청나네요.
 
  “주목할 점은 성남시의 면적만 따지면 실리콘밸리의 1/28, 베이징의 1/115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이런 도시에 첨단 기업과 인재가 고밀도로 집적해 있는 겁니다. 특히 판교테크노밸리는 여의도의 절반 규모지요. 대한민국 최고의 AI 자원이 반도체처럼 정밀하게 집적한 공간입니다. 이런 ‘고도 집적’은 빠른 혁신으로 이어집니다.”
 
  ― 대학의 AI 관련 연구소나 캠퍼스도 성남에 문을 열고 있지요. 대학을 유치하는 이유가 있나요.
 
  “AI 기술과 응용 산업의 성장은 혁신적인 스타트업의 지속적인 등장과 우수 인재의 유입이 필수적이죠. 연구기관이 꼭 필요해요. KAIST, 성균관대, 서강대 등 주요 혁신 대학이 성남에 속속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현재 논의 중인 미국 카네기멜론대 판교캠퍼스 설립이 완료되면 글로벌 수준의 산·학·연 클러스터가 완성될 겁니다.”
 

  신 시장이 설명한 성남의 현주소는 대만 신주와 상당히 닮아 있다. 신주 역시 ‘산업–연구기관–인재’가 긴밀하게 연결된 구조를 갖고 있다. 신주 주변에는 국립칭화대, 국립양명교통대 등 핵심 연구기관이 밀집해 이를 기반으로 반도체 산업이 성장해 왔다. 성남의 판교테크노밸리 역시 스타트업, 연구기관, ICT 기업들이 한데 모여 있어 기업–연구기관 간 네트워크가 탄탄하게 구축된 점이 비슷하다.
 
  그렇다면 성남이 신주보다 경쟁 우위에 서려면 어떤 게 필요할까.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신주가 반도체와 하드웨어 중심의 산업 생태계를 갖고 있다면, 성남시는 ‘AI+융합 서비스(헬스케어·데이터·스타트업)’ 전략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구조는 제조업 중심 클러스터가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제조업의 겨울’을 비켜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성남의 융합형 AI 생태계
 
신상진 성남시장이 10월 23일 성남글로벌융합센터에서 열린 ‘2025 성남 국제 바이오헬스케어 컨벤션(SBIC 2025)’ 개막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성남시
  둘째, 산업 생태계 안에 스타트업이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 역시 성남의 강점이다. 올해 국제인공지능학회가 발간한 학술지에는 판교테크노밸리를 분석한 논문이 실렸다. 제목은 〈판교테크노밸리 AI 기업 간 네트워크 분석: 경기도 AI 클러스터 발전에 대한 시사점(Analyzing Inter-Firm Networks of AI Companies in Pangyo Techno Valley: Implications for Gyeonggi Province’s AI Cluster Development)〉. 이 논문은 판교 AI 클러스터의 구조적 특성을 본격적으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판교는 대기업 중심의 수직적 제조업 클러스터와 달리 중소기업과 공공기관이 중심이 되는 수평적 네트워크 구조를 갖고 있었다. 528개 AI 기업과 약 19만 건의 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네트워크 중심부를 구성하는 상위 30개 기업 중 대기업은 단 3개(KT, 네이버, 네이버클라우드)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중견기업 6개, 중소기업 19개, 공공기관 2개(성남산업진흥원, 성남시청)였다. 중소기업과 공공기관이 대기업과 병렬적으로 연결된 분산형 협업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다. 즉 성남은 하드웨어 중심으로 성장한 신주와 달리, 융합형 AI 생태계라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셋째, 성남시는 산업 성장 초기부터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왔다는 점에서도 신주와 차별화된다. 지난 10월 23~24일, 성남시는 성남글로벌융합센터에서 ‘2025 성남 국제 바이오헬스케어 컨벤션(SBIC 2025)’을 개최했다. 주제는 ‘AI·데이터 혁신과 바이오헬스 비즈니스 모델의 미래’. 13개국 39개 바이어가 참여했다. 그렇다면 성남시가 목표로 삼는 ‘AI 혁신도시’의 미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사람 중심의 AI 혁신
 
  ― 성남시는 ‘AI 혁신도시 성남’이라는 비전을 내걸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도시를 지향하는 걸까요.
 
  “‘AI 혁신도시 성남’은 기술에만 초점을 두는 게 아닌 사람을 중심에 둔 도시를 의미합니다. 기술과 산업의 발전을 넘어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가치를 함께 창출해 나가는 발전을 추구하지요. 삶의 질이 향상되는 건강한 도시 환경을 조성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삶의 질’ 향상이 동반되는 기술 발전이라면 인도 벵갈루루가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인도 정부는 1980년대부터 벵갈루루를 거점으로 IT 산업을 육성했다. IT 서비스, 소프트웨어 개발, 글로벌 백 오피스(Global Back Office) 등이 벵갈루루의 중점 산업이다. 글로벌 백 오피스는 다국적 기업이 본사(Head Office)의 행정·기술·지원 기능을 해외 거점으로 이전해 운영하는 걸 뜻한다. 예를 들면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고객 지원 기능은 벵갈루루 지사에서 맡고 있다. 미국 회사로 문의 전화를 했는데 인도인이 전화를 받는 게 이 때문이다.
 
  벵갈루루가 겪고 있는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도시 인프라가 급속한 산업 성장을 따라가지 못했고, 이 결과 삶의 질이 떨어졌다. IT 산업이 급속히 성장했지만, 교통, 수도, 전력, 쓰레기 처리 등 도시 기능이 이를 감당하지 못해 ‘교통지옥+주거난’이 벵갈루루의 만성적인 사회문제로 자리 잡았다. 이 결과 도시 매력도가 하락했다.
 
  둘째, 인력 자원의 쏠림 현상이 심하다. 벵갈루루엔 고급 기술 인력은 넘치지만, 중간 기술 인력이나 행정 인력은 부족하다. 이 결과 도시 자체가 대기업·외국계 기업들만 모여 있는 일종의 ‘섬’이 됐다는 지적을 받는다.
 
  셋째, 시 안에서 창출되는 수익이 대부분 국외로 빠져나간다. 글로벌 기업이 중심이 되면서, 수익 중 상당한 금액이 본국으로 환류된다. 경제 규모에 비해 막상 지역 경제로 순환되는 금액은 적은 이유다.
 
 
  지속가능성 전 세계 1위 도시
 
지난 8월 12일 성남시청에서 ‘AI혁신도시 추진자문단’ 출범식이 열렸다. 사진=성남시
  성남이라면 어떨까. 성남시는 지난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스마트시티 어워즈(World Smart City Awards)’에서 지속가능한 도시 모델을 제시한 도시로 평가받아 대상(Grand prize)을 받았다. 올해는 스마트시티 어워즈 모빌리티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두 해 연속 전 세계 140개국 1000여 개 도시 중 가장 앞서나가는 도시로 선정됐단 얘기다.
 
  지속가능한 AI 생태계 조성을 위해 자문단도 구성했다. 성남시는 지난 8월 12일 ‘AI 혁신도시 추진자문단’ 출범식을 가졌다. 자문단의 목표는 ‘지속가능한 선순환 AI 혁신 생태계 조성’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학계·산업계·연구계 등 20명의 전문가가 참여했으며, ▲AI 생태계 ▲행정 ▲기업 육성 ▲인재 양성 등 4개 분과로 구성해 실효성을 높였다. 자문단장은 송상효 숭실대학교 IT대학 소프트웨어학부 교수가 맡았다.
 
지난 9월 5일 성남물빛정원 뮤직홀 개관식이 열렸다. 분당구 구미동 옛 하수종말처리장 건물을 리모델링해 조성했다. 사진=성남시
  자문단은 앞으로 ▲AI 산업 생태계 기반 설계 ▲AI 혁신도시 비전·전략 수립 ▲AI 혁신 기업 육성 및 네트워킹 지원 ▲시민 체감형 혁신 서비스 발굴 ▲미래 핵심 인재 양성 방안 마련 등 성남시 AI 정책의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단기적으로는 출범과 동시에 ‘퀵–윈(Quick–Win)’ 성격의 단기 과제를 발굴해 신속하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성남시는 ‘성남형 AI 혁신 모델’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삶의 질 향상에는 문화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성남시 구미동에는 28년간 옛 하수종말처리장이 폐허처럼 방치되어 있었다. 이 공간에 지난 6월 ‘성남물빛정원’이 조성되어 시민에게 개방됐고, 석 달 뒤에는 뮤직홀이 문을 열었다. 성남시는 남은 2만4000여㎡ 부지에 세계적 수준의 미술관을 유치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맨체스터 흥망의 교훈
 
  선도 산업이 빠르게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적절한 정책 지원이 필수적이다. 세계 최초의 산업도시로 꼽히는 영국 맨체스터도 마찬가지였다. 18~19세기 맨체스터에서는 면방직·기계·화학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기술 혁신과 운하·철도 등 인프라가 뒷받침되면서 ‘영국 산업혁명의 심장’으로 불렸다.
 
  그런데 20세기 들어서면서 쇠퇴가 시작됐다. 섬유 산업이 아시아로 이전하기 시작했고, 맨체스터는 단일 산업 구조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산업으로 신속히 전환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대규모 실업이 발생했고 인재들은 런던으로 유출됐다.
 
  상황은 1990년대에 접어들며 반전되기 시작했다. ‘맨체스터 재생 프로젝트(Manchester Regeneration Plan)’가 추진되면서 낙후된 공단을 문화·예술·교육·디지털 산업 지구로 전환하는 대규모 도시 재생 작업이 시작됐다. 이 결과 BBC, 미디어시티UK(MediaCityUK) 등 영국의 주요 미디어·콘텐츠 산업 시설이 맨체스터로 이전했고, 도시는 제조업 중심지에서 콘텐츠를 생산하는 ‘창의도시’로 다시 도약했다.
 
  이 과정에서 맨체스터 시정부는 핵심적 역할을 했다. ‘맨체스터의 미래(Manchester’s Future)’라는 장기 도시 비전을 제시하고, 제조업 중심 경제 구조를 지식 기반·서비스 산업 중심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수립했다. 또한 도시 재생 마스터플랜을 마련, 미디어·디지털·창의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기 위한 세부 계획을 체계적으로 입안했다.
 
  전략적 투자와 파트너십 구축도 시정부가 주도했다. 중앙정부, 민간 투자자, 개발업체, 교육기관과 광범위한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낙후된 산업단지의 토지를 정비하고 도로·통신망 등 기반 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공공 자금을 투입해, 민간 투자가 안정적으로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특히 트램 시스템 확충 등 교통 인프라 투자는 미디어시티의 성공을 견인한 핵심 요소였다.
 
 
  한국형 실리콘밸리 2.0
 
  성남시는 어떨까.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시행하는지 신 시장에게 물었다. 그의 설명이다.
 
  “2024년까지는 4차산업 육성 전략의 일환으로 제조, 반도체, 바이오, 콘텐츠 등 기존 산업의 디지털 전환(DX:Digital Transformation)과 인공지능 전환(AX:AI Transfor mation)을 촉진하는 정책을 시행했지요. 산하기관인 성남산업진흥원을 통해 AI·데이터 기반 기술사업화, 스마트공장 고도화, KAIST 산학 협력 등으로 209개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했습니다.”
 
  ― 기업의 고도화를 위해 시와 산하기관이 직접 나섰군요.
 
  “이 결과 매출 299억원, 고용 창출 223명, 지식재산권·인증 324건, AI 인재 양성 97명 등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었고, 성남산업진흥원은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 활용을 통한 국가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9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어요.”
 
  ― 올해는 어떤 정책을 시행하고 있나요.
 
  “2025년에는 성남을 ‘글로벌 AI 혁신도시’로 본격적으로 도약시키기 위해 행정 체계를 개편했습니다. 전담 부서인 ‘AI 반도체과’를 올 4월 신설했어요. ‘AI 혁신도시 추진자문단’ 출범도 같은 맥락이고요. 이를 기반으로 AI, 팹리스, 바이오 분야를 집적화해 ‘한국형 실리콘밸리 2.0’ 전략을 추진합니다. 2026년까지 국토교통부와 협력해 도시혁신구역 지정을 추진하고, 2027년에는 기반 시설 공사와 앵커 기업 유치에 들어갑니다. 2030년까지 1단계 개발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운영할 계획이에요.”
 
 
  제4 테크노밸리 건설
 
  ― ‘한국형 실리콘밸리 2.0’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이 들어가나요.
 
  “AI R&D 센터인 ‘인공지능(AI) 팩토리(13만2000㎡ 규모)’를 구축합니다. 초거대 AI 학습과 추론을 담당하는 곳이지요. 공공 파운드리도 구축해 중소 팹리스 기업의 다품종 소량 생산을 돕고, 자율주행 테스트베드, 스마트시티 인프라, 글로벌 대학과의 공동 R&D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 성남시는 AI와 다른 산업을 융합한 개발 모델을 추구한다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합니다.
 
  “성남의 차세대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바이오헬스 벨트와 연계해 세계 4대 AI 산업도시로 도약시킬 계획입니다. 지난해 9월 시스템반도체 개발지원센터를 개소해 첨단 AI 반도체 설계 및 성능 검증을 지원하고 있어요. 제3판교 자족용지에는 1415억원의 예산을 들여 시스템반도체연구센터를 조성해 시스템반도체 관련 기업을 유치하고 전후방 기업을 집적시킬 계획입니다. 자연스레 관련 산업들의 상생 발전이 이뤄질 거라 예상합니다.”
 
  ― 바이오헬스 단지도 들어서나요?
 
  “분당구 정자동에 3만 평 규모의 주택전시관 부지가 있습니다. 여기에 바이오헬스 첨단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입니다. 바이오헬스 선도 기업과 R&D 센터를 유치해 AI 기반 신약 개발, 의료데이터 활용 서비스 등 미래 의료 산업을 육성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되면 성남의 주력 산업인 ICT, 팹리스, 바이오, 콘텐츠를 기반으로 AX가 이뤄지게 돼요.”
 
  ― 지금의 테크노밸리로는 부지가 모자랄 것 같은데요.
 
  “제4 테크노밸리를 준비 중입니다. 오리역 일대 57만㎡를 첨단 산업 복합단지로 개발해 2030년까지 팹리스 기업 50개, 글로벌 연구개발(R&D) 센터 15개를 유치한다는 계획이에요. 이렇게 되면 세계 팹리스 시장 점유율을 현재 1%에서 8%대로 높일 수 있다고 봅니다.”
 
 
  몰락한 미국 자동차 산업의 심장
 
  ― 팹리스 시장은 2030년까지 약 2037억 달러(환율 1400원 기준 약 285조2000억원) 이상 규모로 커질 거라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중 점유율 8%라면 엄청난데요.
 
  “제4 테크노밸리가 가동되면 연간 지역 경제 파급 효과가 27조원에 이를 걸로 전망합니다. 전체 매출의 12.6%가 성남 지역 경제에 직접 반영되고, 부가가치 창출 규모는 7조원, 세수 효과는 연간 1조원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취업 유발 효과는 10만 명을 웃돌 걸로 분석되고요.”
 
  미국 디트로이트는 한때 ‘미국 자동차 산업의 심장’ ‘미국 4대 도시’로 불렸다. 20세기 중반 헨리 포드가 구축한 자동차 대량 생산 체계를 기반으로 제너럴 모터스, 포드, 크라이슬러 등 이른바 ‘빅 3’가 포진하며 당시 디트로이트는 인구 200만 명이 넘는 부유한 도시였다. 그러나 1970년대 오일 쇼크 이후 일본과 유럽 기업들이 생산한 소형차·고효율 차량이 인기를 끌면서 미국 자동차 산업은 점차 경쟁력을 잃었고, 산업 쇠퇴가 본격화되었다.
 

  디트로이트는 사실상 자동차 산업 하나에 의존하는 도시였다. 대체 산업을 찾지 못하자 몰락은 빠르게 진행됐다. 공장들은 문을 닫기 시작했고, 실업이 늘어나면서 도시의 범죄율 또한 급증했다. 중산층, 특히 백인층은 ‘화이트 플라이트’라 불리는 이주 행렬을 이루며 주변 전원도시로 떠났다.
 
  이 결과 인구가 70만 명대로 급감했다. 세수 기반이 붕괴되면서 재정난이 심화됐고, 결국 2013년 디트로이트 시정부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을 신청하게 된다.
 
  이후 디트로이트는 도시 재건에 나섰다. 구글·아마존 등 혁신 기업을 유치하려 하고, 젊은 층을 위한 스포츠 시설과 문화 인프라를 확충하는 등 도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완전한 회복까지 시간이 필요하지만, 재도약을 위한 시도는 꾸준히 진행 중이다.
 
 
  디트로이트와 다른 점
 
  성남은 디트로이트와 어떻게 다를까. 크게 세 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다. 첫째, 산업 다양화다. 성남시는 판교테크노밸리를 중심으로 한 IT·게임 산업 융성에서 그치지 않고 팹리스, 바이오헬스 클러스터를 육성하고 있다.
 
  둘째, 혁신 생태계 조성과 인재 유입이다. 디트로이트는 산업 쇠퇴와 함께 인재와 중산층이 도시 밖으로 빠져나갔다. 반면 성남시는 창업 생태계 활성화에 집중해 혁신 인력을 계속 육성하고 있다. ‘정글ON’ 등 창업 센터를 통해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지원하고, 청년층을 위한 임차료 지원과 자격증 취득 지원 등 청년 친화 정책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KAIST·성균관대 등과 연계해 AI 인재 양성 시설을 유치했으며, 지난 2월에는 ‘경기형 과학고’ 유치에도 성공했다.
 
  셋째, 균형 있는 도시 확장 정책이다. 성남시는 판교에 첨단 산업을 집중시키는 동시에, 제2·제3 테크노밸리, 제4 테크노밸리(오리역세권 개발) 등을 개발 중이다. 이렇게 되면 특정 구역의 과밀화와 노후화를 막고, 도시 전체가 균형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중산층이 도시 전반에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게 된다.
 
 
  시가 무료로 AI 교육
 

  성남시는 지역뿐 아니라 시민들 간의 격차 극복에도 나서고 있다. 신 시장의 설명이다.
 
  “시민들의 디지털 역량을 높이고 급변하는 AI 기술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성남시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 ‘배움 숲’이 있습니다. 시민 누구나 무료로 AI 교육(video.seongnam.go.kr)을 수강할 수 있습니다. AI를 활용해 웹툰과 영화 제작, 음악 창작, 보고서 및 논문 작성 등을 할 수 있도록 34개 강좌를 제공하고 있어요.”
 
  ― 요즘 관심받는 분야들이군요.
 
  “그뿐이 아닙니다. 시민들이 AI와 관련된 지식재산 창출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특허 출원 및 지식재산권 관련 지원도 제공합니다. 성남특허센터에서는 시민을 대상으로 특허 및 지식재산 상담, 교육, 권리화 지원 등을 하고 있어요. 시민들이 낸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제도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 AI 산업의 가능성이 과장되어 있다는 AI 거품론도 들립니다. 시장님이 생각하는 AI 혁신은 뭔가요.
 
  “AI는 단순한 기술 진보가 아닌, 삶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혁신입니다. 성남시가 ‘사람 중심의 AI 혁신도시’를 추구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결국 기술이 사람을 향하는 포용적 혁신 생태계로 가야 합니다. 사람 중심의 ‘성남형 AI 혁신 모델’로 대한민국 AI 산업을 이끌어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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