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인터뷰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헌법학 교수

“상식적이라면 ‘2말 3초’ 선고 불가능… 결정문 작성에만 한 달 이상 소요”

  • 글 :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talkto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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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직 대통령 체포는 야당 권력의 ‘의회 쿠데타’… 전례 없는 일”
⊙ “탄핵심판은 ‘형사소송 법령 준용’… 피청구인이 인정 않으면 증거 삼으면 안 돼”
⊙ “미 연방대법원, 대통령 공식적 행위 형사기소에 ‘면책특권’ 인정”
⊙ “국회, 문형배·이미선 퇴임 前 결정 내려 ‘내란죄’ 뺐을 것”
⊙ “法의 이성이 마비됐다”
⊙ “대한민국이 국가비상사태였는지 충분히 논의했어야”

李仁皓
1961년생. 중앙대 법학과, 同대학원 석사(공법)·박사(헌법) / 前 헌법재판소 헌법연구원·헌법연구관보, 법무부 인권정책자문위원, 대법원 재판연구관, 헌법재판소 행정심판위원회 위원, 한국헌법학회 부회장,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 現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위원
사진=월간조선
바퀴에 비유하기도, 탑(塔)에 빗대기도 했다.
 
  “우리 헌법질서의 핵심은 자유민주주의입니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라는 두 개의 수레바퀴가 미묘한 균형을 이루면서 대한민국이라는 정치 공동체를 끌고 가는 거예요. 한데 지금은 두 바퀴가 완전히 균형을 상실했습니다.”
 
  이인호(李仁皓·64)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또 “헌법이 탑이라면, 군데군데가 패 무너지기 직전”이라고도 했다.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연구원과 연구관보, 대법원에서 재판연구관을 지낸 이 교수는 26년째 중앙대에서 헌법을 가르치고 있다. 12·3 계엄 직후부터 소셜미디어나 유튜브 등을 통해 “내란죄는 실체가 없다”고 말하면서 주목을 받아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7차 변론이 한창이던 지난 2월 11일 그를 만나 재판의 쟁점(爭點)을 짚어봤다.
 
 
  “탄핵소추의 정당성에 타격”
 
  ― 6차 변론 이후 일부 보수 언론과 국민의힘 측에서는 “내란(內亂) 프레임이 깨졌다” “판이 바뀌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는데요.
 
  “아직 그렇게 평가하기에는 이릅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내란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법원이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한다면, 그때가 비로소 내란 프레임에 금이 가기 시작하는 시점이 될 거라 봅니다.”
 
  ― 설령 내란 프레임이 깨진다고 하더라도 이게 판결과 상관이 있습니까. 헌법재판소는 내란죄 혐의를 빼놓고 계엄이 탄핵 사유인지 여부만을 심판 중인데요.
 
  “대통령 탄핵소추의 핵심적인 사유가 내란죄를 저질렀다는 건데, 그걸 빼서 핵심이 날아가 버렸죠. 그런데 여태 증인들 불러 조사하는 것을 보면 내란죄 심판의 성격이 강합니다. 법리적으로 볼 때 내란죄 성립 없이 단순히 계엄 발동의 요건 위반만으로 탄핵 인용이 도출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재판부가 증인 신문을 통해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 의결 절차를 막으려 시도했는지, 국회의원을 체포하라 지시했는지를 확인하려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봅니다. 국헌문란의 의도를 확인하려는 거죠.”
 

  ― 계엄 발동의 요건 위반만으로 탄핵 인용이 도출되기 어렵다면 국회 측은 왜 탄핵소추안에서 내란죄를 뺐을까요.
 
  “중대 범죄를 지적해야 하는 국회 입장에서 불리함에도 왜 그랬을지 추정하자면 이렇습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 재판을 신속히 끝내는 게 중요한 거죠. 그래야 이재명 대표가 법원에서 어떠한 결정을 받기 전에 대선에 돌입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내란죄 성립 여부를 다투려면 시간이 엄청 걸립니다. 그리고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은 오는 4월 18일 퇴임을 앞두고 있죠. 신속한 판결이 필요한 만큼, 내란죄를 빼더라도 두 재판관 체제에서 결론을 내는 게 더 승산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의도는 그렇다고 보이는데, 이로 인해 탄핵소추의 정당성(正當性)에 타격을 입었죠. 내란죄를 탄핵소추 사유의 핵심으로 들고 내란 공모다 뭐다 하며 온갖 선동을 다 했잖아요. 대통령을 구속시킨 것도 이것 때문이고요. 당시의 분위기라면 이대로 몰고 가도 큰 문제없다고 계산한 것 같아요.”
 
 
  “헌재도 통치 행위 법리 인정”
 
지난 2월 13일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재판관들이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헌법은 계엄 발동 요건을 명시하고 있다. ‘전시(戰時), 사변(事變)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다. 계엄법은 또한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비상계엄의 선포 요건으로 한다.
 
  ― 계엄이 헌법 요건을 충족했는지 판단하려면 대한민국이 국가비상사태였는지를 살펴봐야겠군요.
 
  “탄핵심판에서 그 논점이 집중적으로 논의됐어야 해요. 지금까지의 변론은 증인 신문을 통한 사실 확인에 집중했습니다. 1차적으로는 사실 확인이 중요합니다만, 큰 틀을 봐야 해요. 왜 계엄을 선포했는지, 그 배경에 대한 조사와 그 판단이 옳았느냐, 틀렸느냐에 대한 논쟁이 중심이 돼야 했습니다. 대통령은 12월 3일 긴급 담화문에서 계엄 선포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죠. 국회를 장악한 거대 야당의 탄핵 남발, 예산 폭거, 위헌적 입법 남용 등 입법 독재로 인해 대통령과 정부의 국정운영이 마비됐고, 이로 인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이 훼손됐으며, 종북(從北) 반(反)국가 세력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는 상황이라고요. 이후 헌재 변론 과정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해소하는 것도 목적이었다고 밝혔고요.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국가비상사태라고 본 거예요. 그렇다면 이에 대한 심도 있는 심문이 이뤄졌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처럼 굵직한 헌법적 이슈를 논쟁하기보다 그 긴 시간을 시시콜콜한 사실 인정에만 매달린 거죠. 이건 형사재판에서나 하는 겁니다.”
 
 
  국가원수의 ‘고도의 정치적 행위’
 
  ― 대통령이 비상 상황이라 판단하면 국가비상사태가 되는 겁니까.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그 시행은 헌법이 대통령에게만 부여한 비상대권(非常大權)의 행사입니다. 국가적 위기 상황, 그리고 계엄의 요건과 행사에 관한 판단은 전적으로 권한을 가진 대통령의 몫이에요. 이 판단을 헌법재판소가 사후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도 따져봐야 할 쟁점 중 하나예요. 미국이든 독일이든 헌법을 가진 모든 나라들은 ‘통치 행위의 법리’ 또는 ‘정치 문제의 법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국가원수가 행사하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에 대해서는 사법부가 심사하지 않는다는 법리죠.
 
  우리 헌재와 대법원도 이 법리를 인정하고 있어요. 대법원은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에 거액을 송금한 행위에 대해 사법 판단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습니다. 또한 헌법재판소도 2004년에 노무현 대통령의 이라크 파병 결정에 대해 그 위헌 여부를 헌법재판소가 판단할 수 없다고 결정(2003헌마814)했습니다. 이번 탄핵심판에서 이 논점 또한 논의됐어야 해요.”
 
  ― 판단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도 그 생각이 옳았는지는 별도의 문제 아닙니까.
 
  “설령 대통령의 판단이 잘못됐고, 사후 그 위헌성(違憲性)을 확인해 권한 행사를 무효로 돌릴 수 있다고 전제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위헌 무효의 행위를 한 권한 행위자를 처벌하지 않습니다. 많은 법률이 헌법재판소에 의해서 위헌 무효로 선언됐다고 해서 법률제정 행위자를 처벌하지는 않잖아요. 위헌 확인의 효력은 다만 그 권한 행사의 효력을 배제할 뿐입니다. 만일 계엄 발동으로 대통령을 처벌해야 한다면, 위헌 법률을 제정한 국회의원들도 처벌받아야 하는 겁니다.”
 
 
  “실체 없는 내란 주장”
 
지난 1월 20일 헌법재판소 앞 도로에서 시민들이 헌법재판소를 규탄하는 시위를 열고 있다. 사진=조선DB
  이 교수는 12·3 계엄 직후인 지난해 12월 9일부터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계엄은 내란이 아니다”라고 알려왔다.
 
  “내란죄는 그 실체가 없어요.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권한 행사는 내란죄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형법 87조에서 내란죄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 권력을 배제’하거나 그에 준하여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행위’예요. 대통령의 권한 행사에 위헌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권한 행사를 ‘폭동’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시위를 진압하는 경찰이 혹여 경찰력을 위법하게 사용했다고 이를 폭동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또 내란죄의 폭동은 대한민국의 헌법질서를 파괴하기 위한 ‘목적’을 가져야 합니다. 목적범(目的犯)에서 목적은 막연한 의도가 아니라 ‘범죄 행위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명확한 결과’를 뜻합니다. 이번에 대통령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를 헌법에 따라서 받아들였죠. 계엄군은 계엄 해제 요구가 의결되고 10분 만에 국회에서 퇴각했고요. ‘헌법질서 파괴의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 현직 대통령의 체포·구속이 가능했던 것도 내란죄 혐의가 있다고 봤기 때문인데요.
 
  “2월 20일이 대통령이 청구한 구속 취소에 대한 심문 기일인데 이후 취소 결정이 날지 안 날지는 모르지만, 나야 한다고 봅니다. 내란의 실체도 없고, 공수처나 검찰은 수사권도 없고, 전반적으로 살펴봐도 구속 취소가 당연한 거예요. 그런데 어떤 결정이 날지는 모르죠. 워낙 비상식적인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으니까요. 법의 이성이 마비된 상황이에요, 지금은.”
 
 
  “정당한 거부권 권한에 탄핵으로 맞선 것”
 
현직 대통령의 체포는 전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다고 한다. 사진은 지난 1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마친 경찰과 공수처 관계자들. 사진=뉴시스
  ― 여전히 많은 국민이 이번 계엄을 내란으로 인식합니다.
 
  “실체 없는 ‘내란 주장’이 시민들을 격분하게 만든 거예요. 이때 민주당은 두 가지 언어 전술을 썼습니다. 우선 언어 혼란 전술이에요. 언어가 혼란스러우면 생각이 정리되지 않고, 옳고 그름의 판단이 어려워집니다. 이때 보통의 시민은 목소리가 큰 쪽으로 쏠리죠. 특히 ‘내란’이라는 언어는 애국심을 가진 시민들을 울컥하게 만들기에 충분하죠. 또한 야당의 내란 주장은 모두를 겁먹게 만들었습니다. 반대하면 ‘내란 동조자’ ‘국가 반역자(叛逆者)’로 낙인을 찍었으니까요. 이게 두 번째 언어 전술인 ‘침묵 강요 전술’입니다. 말과 사상을 분위기로 통제하는 겁니다. 건강한 민주주의가 아닌 거예요. 이러한 전술이 한동안 주효하다가 지금은 서서히 반대 여론이 생기고 있죠. 이러한 가운데 법원의 구속 취소 여부가 법이 마비된 이성을 찾아가고 있는지를 판단할 분수령이 될 거라 봅니다.”
 
  ― 야당과 정부·여당은 서로 상대방더러 헌법에서 말하는 ‘자유민주적 질서’를 해쳤다고 탓합니다. 어느 쪽 주장이 더 타당하다고 봅니까.
 
  “지금은 두 정치 권력이 각자가 가진 헌법 권한을 최고도로 끌어올려 정치 투쟁을 하는 상황이에요. 대통령은 자기가 쓸 수 있는 권한의 마지막 비상벨을 울린 거고요.
 
  대통령제에서는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두 개의 정치 권력이 있습니다. 각자의 권한을 가진 대통령과 의회가 균형 있게 공존하는 형태예요. 법률을 만들 때를 예로 들면, 국회에는 입법권이, 대통령에겐 거부권이 있죠. 국회 단독으로는 국가와 국민 전체를 구속하는 정당성인 ‘법률’을 행사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대통령의 사인을 거쳐야 비로소 온전한 법이 되는 거죠.
 
  지금 상황을 보면, 한쪽이 거부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탄핵 카드를 꺼내든 거 아닙니까. 미국은 우리보다 거부권 행사를 더 많이 합니다. 정당한 권한 행사를 하는 것에 탄핵으로 맞선 거예요. 대통령의 권한을 명시적으로 빼앗겠다는 거죠. 탄핵 이후에도 무도함은 이어졌습니다. 권한대행을 또 탄핵하더니, 권한대행의 대행까지 탄핵하겠다고 겁박 중이죠. 세상에 이런 몰상식이 어디 있습니까. 여기에 현직 대통령의 체포·구속으로 대통령의 권력을 완전히 무너뜨렸습니다. 이는 의회를 포획한 야당 권력의 ‘의회 쿠데타’입니다. 민주적 정당성을 반만 갖고 있는 국회가 대통령의 민주적 정당성을 잠식해 버렸어요. 헌법 시스템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했다는 증거예요.”
 
 
  트럼프 면책특권 인정한 美 대법원
 
  ― 자유민주주의 국가 중 재임 기간 대통령이 체포되거나 구속된 사례가 있습니까.
 
  “전례가 없어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선거에서 지고 이듬해 초 국회의사당에서 폭동이 일어났죠. 트럼프는 이를 선동했다는 이유로 형사 기소됐습니다. 이에 미 연방대법원은 2024년 7월 1일 대통령의 공식적 행위를 형사 기소하는 것에 면책특권(免責特權)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어요. 이때 연방대법원이 확인한 법리는 세 가지 개념을 구분했습니다. ‘첫째, 대통령의 종국적이고 배타적인 헌법상의 권한 행사는 ‘절대적 면책’이다. 둘째,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된 모든 공식적인 행위는 ‘추정적 면책’이다. 반대하는 측에서 추정을 깨뜨려야 한다. 셋째,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 없는 비공식적 행위는 면책되지 않는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면책돼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대통령의 공식적인 행위를 이유로 형사 기소한다면, 증거를 찾는 것보다 정부의 권한과 기능을 침해할 위험이 훨씬 더 크다.’
 
  우리나라는 이런 법리가 충분히 형성돼 있지 않아요. 그러니까 판단 기준도 없었던 겁니다. 미국의 기준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절대적 면책에 해당하는 거죠. 지금 대통령을 내란죄로 구속 기소하고 있는 상황은 헌법 시스템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 헌법이 존재하는 이유는 뭡니까.
 
  “쉽게 말해 우리 공동체의 근본 가치인 ‘자유’와 ‘민주’를 변화하는 정치 지형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국회에 따라 계속 바뀌는 법률들이 이 두 가치를 훼손하지 못하도록 하는 거죠.”
 
  ― 자유와 민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법률이라 함은요.
 
  “노란봉투법 같은 거죠. 대통령의 권한을 찬탈하는 형태의 특검법도 마찬가지고요.”
 
 
  “헌법재판관들, 헌법 사건을 민·형사식으로 해”
 
  ― 헌법재판소는 헌법의 존재 목적에 부합하는 기관이라고 봅니까.
 
  “헌재의 존재 이유는 헌법의 보호인데, 그 목적을 상실했다고 봐요. 기본적으로 헌법재판관들은 헌법을 공부한 적이 없어요. 사법시험을 보기 위한 목적으로 공부했다 뿐이지, 사법연수원에는 헌법이라는 과목 자체가 없고, 이후에는 25~30년간 일반 법원에서 민·형사 판사로 재직했던 사람들입니다. 그러다 보니 헌법 사건을 민·형사식으로 하는 거예요.”
 
  ― 공정한 재판의 조건은 무엇입니까.
 
  “재판에는 세 가지 기본 요소가 있어요. 첫째, 증거에 기반한 사실 인정을 정확하게 해야 하고, 둘째 재판의 당사자에게 공격과 방어의 기회를 충분하게 보장해서 재판의 공정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법리에 기초한 설득력 있는 논증(論證)으로 결론을 내야 하죠. 이 세 가지를 지키면 그 판결은 정당성이 있다고 봅니다.”
 
  ―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은 그 요소를 갖췄다고 봅니까.
 
  “소장 권한대행의 재판 진행을 보면,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는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예컨대 증인으로부터 사실을 캐기 위해 묻고 답하는 신문(訊問) 시간을 30분과 추가 15분으로 엄격히 제한했죠. 방어권 보장의 핵심은 피청구인이 진실을 찾아내기 위한 충분한 질문 기회를 주는 것이지, 기계적으로 똑같은 시간을 주는 게 아닙니다. 특히 핵심 증인이 검찰에서 한 진술이 법정 증언과 달라도 검찰에서의 진술을 증거로 채택하겠다고 재판부가 공언(公言)한 상황 아닙니까. 그렇다면 피청구인에게 명백히 불리한 검찰 진술을 제대로 반박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충분히 주는 것이 재판의 기본입니다. 이 또한 재판을 신속하게 마무리하려는 게 아닌가 의심할 수 있는 사례 중 하나죠.”
 
  지난 2월 10일 헌재는 당사자가 부인하는 검찰 조서라 할지라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증거로 채택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 근거로는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도에서 탄핵심판의 경우에는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準用)한다”고 규정한 헌법재판소법 40조를 들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에도 검사가 작성한 조서를 증거로 활용했는데, 당시 선례를 그대로 따르겠다는 게 헌재의 설명이다.
 
 
  “증거 능력 여부는 법 기준 따라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지난 2월 8일 전국 20여 곳에서 열렸다. 사진은 대구 동대구역 광장의 탄핵 반대 집회 현장 모습. 사진=조선DB
  그러나 형사소송법은 박 전 대통령 파면 이후인 2020년 2월 개정됐다.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는 ‘피고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정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312조 1항)고 그 내용이 바뀌었다. 공범 관계에 있는 다른 피고인이나 피의자 신문조서도 피고인이 인정하지 않으면 형사재판 증거로 쓸 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나온 일부 계엄군 지휘관 등이 검찰 신문조서 내용을 부인하고 있지만, 재판부가 믿을 만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증거로 사용하겠다는 건데요.
 
  “법정 증언은 위증죄(僞證罪) 위험을 안고 하는 발언이고, 검찰 진술은 초기 내란죄 선동과 공포 속에서 한 발언입니다. 증거로서 어느 쪽이 더 자격이 있겠습니까. 그런데 헌재는 ‘증언의 신빙성은 재판관이 결정할 사항’이라는 논거로, 상반된 검찰 진술을 근거로 사실 인정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헌법재판소법 제40조에 따르면 다른 심판 절차(헌법소원 등)에서는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한다’고 규정하지만, 탄핵심판에서는 예외 없이 ‘형사소송 법령을 준용’하도록 명(命)하고 있어요. 따라서 헌재는 탄핵심판에서 형사소송 법령의 기본적인 증거 법칙을 적용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2020년에 개정된 형사소송법의 규정(제312조)을 준용해서 피청구인이 그 내용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증거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증거 능력 여부는 법률이 정하는 기준에 따르는 것이지, 재판부가 임의로 결정할 수 없어요.”
 
  ― 문형배·이미선·정계선 재판관 탄핵 청원이 모두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됐습니다. 이게 어떤 법적 효력이 있습니까.
 
  “그건 국민 입장에서 화풀이하는 거죠. 심리적 위안을 받는 것 외에 법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尹, 재판부 자극해 좋을 것 없어”
 
  ― 대통령 측은 문형배·이미선·정계선 재판관에 대한 회피 촉구 의견서를 제출한 데 이어 헌재에 전면으로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일종의 괘씸죄로 작용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그게 대통령 변호인단의 소송 전략일지 모르겠지만 재판부를 자극해서 좋을 게 없습니다. 이 상황에서 회피 촉구를 받을 가능성도 없고요. 동료 재판관에게 ‘너 문제 있다는데 빠져라’고 말하기 쉽지 않습니다. 재판관의 정치 성향이나 인맥 등을 문제 삼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봐요. 성향보다는 언급한 세 가지 재판의 기본에 집중해야죠. 특히 정치색을 띠는 가족과 연관 짓는 것은 자칫 연좌제를 주장하는 게 될 수 있어 조심해야 합니다. 사상 문제가 아니라, 가족이 재판 중인 사건과 어떤 형태로 연루됐는지가 중요해요. 이때 이익 충돌의 가능성이 있다면, 회피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어느 로펌에 재판관의 친인척이 있는데, 그 로펌에서 한쪽 당사자 대리를 맡았다면 재판관이 회피해야겠죠.”
 
  ― 대통령의 ‘탄핵 공작’ 발언은 재판의 유불리 측면에서 어떻게 작용할까요.
 
  “국민을 상대로 한 이야기라고 봅니다. 대통령은 정치인이잖아요. 재판정에서 어떻게 비칠지보다는 국민적 여론을 얻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 대법관이 중앙선관위원장을 맡고 판사들이 17개 시도 선관위원장을 겸임하는 구조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희한한 방식이죠. 중대한 헌법적 문제를 안고 있는 거예요. 헌법 114조에 따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3인, 국회에서 선출하는 3인,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으로 구성됩니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3인 외에 나머지 6명은 임명 행위가 없는 겁니다. 또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호선(互選)한다고 돼 있어요. 위원들끼리 투표로 뽑는다는 겁니다. 여기서 이런 문제가 발생합니다.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이 꼭 법관이어야 한다는 법은 없는데, 대법원장은 늘 대법관 1명, 고등법원장 2명을 임명해 왔습니다. 이게 그냥 관례예요. 이렇게 9명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대법관 출신의 위원이 위원장이 되는 거예요. 선관위는 독립된 헌법기관인데, 자동으로 대법원과 ‘한통속’이 되는 겁니다. 선거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기 어려운 것도 그래서고요.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입니다.”
 
 
  “누구도 진리 독점해선 안 돼”
 
  ― 헌법학자 100명으로 구성된 ‘헌정회복을 위한 헌법학자회의’는 교수님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더군요. 이들은 이번 계엄 사태의 본질을 ‘친위쿠데타’로 명명하는데요.
 
  “그 모임을 잘 압니다. 친한 분들도 있는데, 그러려면 국회에 수천 명의 군인을 투입했어야 합니다. 250명은 택도 없어요.”
 
  ― 법전은 하나인데, 전혀 다른 해석이 나오는 이유는 뭡니까.
 
  “법전이 명문화(明文化)된 기준을 제시하지만, 내용이 아주 자세하지는 않아요. 특히 헌법은 상당히 포괄적이고 추상적(抽象的)입니다.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존재하고, 그게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개인이 주장하는 바가 모두 법리가 될 수는 없어요. 오랫동안 쌓인 통일된 논리는 있습니다. 대통령제의 개념을 예로 들면, 한쪽으로 기울어진 사람들은 대한민국을 마치 의원내각제처럼 생각합니다. 국회의 권한이 더 세야 한다는 거죠. 보통 독일, 영국 등 의원내각제 정치체제에서 공부한 이들이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그게 더 나은 정치 시스템이라고 보기 때문인지 헌법 조항을 의원내각제적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강하죠.”
 
  ― 헌법에 해석의 여지가 있는 게 왜 나쁜 것만은 아닙니까.
 
  “내 주장이 100% 진실이고, 진리(眞理)는 아니니까요. 내 주장만이 옳다면 세상에는 단 하나의 진리만이 존재하게 됩니다. 국가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이유도 다양한 의견이 여과 없이 표출되도록 하기 위해서예요. 누구도 진리를 독점(獨占)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그 진리를 독점하고자 하는 법률들이 많죠. 대표적으로 5·18특별법. ‘5·18 광주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허위의 사실을 말한 자는 징역에 처한다’는 게 골자입니다. ‘허위의 사실’이 뭡니까. 결국 ‘내가 말하는 것만이 진실’이라는 거죠. 이런 법들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진리를 발견해 나가는 길을 봉쇄하는 겁니다. 이런 법이 무수히 많아요.”
 
 
  “온 국민 지켜보는 만큼 설득력 있어야”
 

  ― 이대로라면 2월 말, 3월 초 선고가 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어떤 결론이 날 것 같습니까.
 
  “2월 말, 3월 초 선고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봅니다. 결정문 쓰는 데만 한 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요. 특히 인용 결정인 경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기각 결정은 논리가 비교적 단순해 긴 시간이 필요치 않지만 인용하게 되면 논쟁을 꽤 해야 하거든요. 인용보다 중요한 게 그 결정에 이른 논리이기 때문이죠. 온 국민이 지켜보는 만큼 설득력이 있어야 하고, 오류가 있으면 안 되고요. 두 재판관의 퇴임 전인 3월 말 무렵에는 결정이 날 테지만, 상식적이라면 2월 말, 3월 초는 어렵습니다. 어떤 결정을 낼 것이냐는 알 수 없죠. 재판관들이 헌법의 이성을 인지해야 하는데, 아쉬울 뿐입니다. 만일 인용이 된다면 향후 유사시 어떤 대통령이 계엄 발동을 하겠어요.”
 
  ― 반대로 기각이 된다면 향후 대통령에게 얼마든 계엄할 수 있다는 명분이 생기는 것 아닙니까.
 
  “글쎄요. 이렇게 혼쭐이 나는 걸 보고도 그럴까요. 더 신중해질 거라 봅니다.”
 
  ― 대통령 지지자들은 탄핵 기각 시 홍장원, 곽종근 등에게 ‘역(逆)내란공모죄’를 물어야 한다고 하더군요. 없는 죄명을 만들어낸 건데, 이들에게 어떤 처벌 여지가 있습니까.
 
  “대통령이 내란 행위를 한 게 아니기 때문에 그들 또한 내란이 아닙니다. 다만 탄핵 기각 시 검찰 수사가 진행된다면 위증죄는 적용할 수 있을 겁니다.”
 
  ― 기각이 결정되면, 체포를 맡았던 공수처와 경찰이 져야 할 책임도 있습니까.
 
  “법적으로 사법 방해죄, 헌법 시스템 파괴죄와 같은 개념은 없기 때문에, 글쎄요. 그들도 법 해석 아래 권한을 행사한다는 차원에서 수행한 일 아니겠습니까. 형사법상 그 권한이 월권이 되는지는 따져봐야겠고요. 이런 경우 직권남용이 될 수는 있겠지만, 달리 처벌의 여지는 없다고 봅니다. 다만 장급 인사의 정치적인 책임은 뒤따라야겠죠. 스스로 물러나야죠.”
 
  ― 파면이 되지 않으면 내란죄 형사 재판은 어떻게 됩니까.
 
  “대통령의 계엄 발동을 헌법적으로 사후 승인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란죄 혐의는 존립(存立)의 여지가 없게 됩니다.”
 
 
  “‘국민저항권’ 발동이야말로 내란”
 
  ― 이번 계엄으로 국민이 완전히 극과 극으로 분열됐습니다. 헌재 판결 이후 국민 통합의 과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우선 이런 분열이 왜 생겼는지 짚어봐야 합니다. 저는 대통령 탄핵소추 시 그의 권한을 정지시킨다는 헌법 조항에서 그 제도적 원인을 찾습니다. 그게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극으로 치닫지는 않았을 겁니다. 탄핵안이 통과됐다고 대통령의 직무를 중단시키는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어요. 정치권에서 이를 악용할 여지도 있고, 그 순간 민주적 정당성의 균형이 깨지기 때문이죠. 비근한 예로 트럼프는 탄핵을 두 번이나 당했지만 정상적으로 업무를 이어갔습니다. 이런 혼란을 틈타 일각에서는 헌법 개정을 주장하기도 하던데, 그들 얘기를 들어보면 분권형 대통령제를 말하지만, 본질은 의원내각제더군요. 저는 이왕 할 거면 부통령제 도입이 낫다는 생각이지만 지금 당장은 그런 논의를 할 시기는 아니라고 봅니다. 사실 헌법 개정 자체가 난망(難望)한 주제고요.”
 
  ― 일각에서는 ‘국민저항권’을 언급합니다. 탄핵 인용 시 매일 수백만 명씩 지속적으로 모이면 그 결정을 뒤집을 수 있다는 건데요.
 
  “그게 바로 진정한 의미의 내란입니다. 지금은 정치 내전이지만, 그렇게 되면 진짜 내전 사태가 벌어지는 거예요.”
 
  ― 평화적으로 한다고 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폭력성을 완전히 제어할 수는 없을 겁니다. 언론들은 폭력 시위로 보도할 거고, 야당도 가세하겠죠. 탄핵이 인용된다면 헌법 시스템이 완전히 손상을 입었다는 뜻입니다. 이를 복원하는 마지막 보루는 투표예요. 저항권에 모을 국민들의 역량을 차기 선거에 모으길 바랍니다. 이게 가장 평화적인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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