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대나 두 세대 앞을 내다보고 영어교육 정책에서 큰 방향 선회가 필요한 시점이다. 영어를 물려주는 것은 또 다른 모습의 자유를 주는 것이다.
孔柄淏
1960년 경남 통영 출생. 고려大 경제학과 졸업. 美 라이스대학원 경제학 박사. 자유기업원 원장,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저서 「10년법칙」, 「부자의 생각, 빈자의 생각」, 「공병호의 자기경영노트」, 「10년 후 한국」, 「10년 후 세계」 등 70여 권.
하루가 다르게 많은 학생들이 경제적인 부담을 무릅쓰고 외국으로 나가고 있다. 현재 유학을 가는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孔柄淏
1960년 경남 통영 출생. 고려大 경제학과 졸업. 美 라이스대학원 경제학 박사. 자유기업원 원장,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저서 「10년법칙」, 「부자의 생각, 빈자의 생각」, 「공병호의 자기경영노트」, 「10년 후 한국」, 「10년 후 세계」 등 70여 권.
유학·연수 목적의 출국자 수는 2002년부터 매년 8만 명대에 머물다가 2005년 처음으로 10만 명을 돌파했다. 유학생 수만을 보면 2003년 6.9%, 2004년 4.3%, 그리고 2005년 15.1%가 증가한 5만2081명에 이르게 되었다. 이에 따라 서비스 수지적자에서 유학이나 연수 관련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학생들이 외국으로 나가는 가장 큰 목적은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이다. 조기 유학의 폐해가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땅의 「능력 있는」 학부모들이 다투어 자식들을 해외로 내보내고 있다.
위정자들은 이것이 잠시의 微風(미풍)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이런 변화를 한국 교육이 수용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학부모나 학생들의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 그런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제도를 바꾸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느 사회든지 교육 분야는 변화가 더디게 마련이다. 우리 사회는 「교육은 평등해야 한다」는 믿음이 지나치게 강하기 때문에 더욱 어려움이 많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가장 저렴한 비용을 투입해서 영어를 가장 효과적으로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기존 시스템에 이미 들어와 있는 사람들 중심으로 미봉책으로 대하게 되면 영어교육은 그야말로 高비용·低효율의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며, 앞으로 영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지출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질 것이다.
서울 영훈초등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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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영훈초등학교의 영어 몰입교육은 영어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
나는 현재와 같이 영어를 국어나 수학처럼 별도의 과목으로 배우는 방법을 통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수학·과학·사회 등의 과목을 영어로 가르치고 배우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일부 국제학교 등에서 강의하는 방식이다.
주요 과목들을 영어를 가르치고 배우는 「영어 몰입교육」 혹은 「영어 이머젼 교육」으로 불리는 이 프로그램에서는 교과목 주제 학습이 강조되며, 영어의 형식적 양상에 주목하는 데 보내는 시간은 거의 없다.
캐나다의 경우 1963년부터 제2외국어인 프랑스語를 가르치기 위해 주요 과목을 프랑스語로 가르치는 몰입교육이 시작됐다.
일본에서는 1993년부터 가토 가쿠엔 초등학교에서 영어 몰입교육을 도입해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 영훈초등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영어 몰입교육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학교의 영어 몰입교육은 1997년부터 부분적으로 실시되었다가, 현재는 全학년에 걸쳐서 실시되고 있다.
서울 영훈초등학교의 영어 몰입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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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방학을 맞아 해외로 어학연수를 떠나는 초등학생들. |
학생들은 기본적인 「영어」 과목 10시간 외에 수학·과학, 그리고 통합교육을 영어로 받고 있다. 「대한민국사립초등학교백서」(이유종·이효용 共著)에서는 영훈초등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全학년 24개 학급에 한국인 담임교사와 原語民 副담임교사가 함께 배치되 있다. 수학·과학·사회 3개 과목을 영어와 한국어로 동시에 가르친다. 한 학급 재학생 36명은 두 팀으로 나눠 18명씩 한국인 교사와 원어민 교사에게 수업을 받는다.
A팀이 영어로 40분 수업을 받는 동안 B팀은 한국어로 수업을 듣는다. 이후 40분은 교사를 바꿔 A팀이 한국어 수업, B팀이 영어 수업을 받는 방식이다. 이렇게 영어수업이 15시간 정도에 이른다. 우리말로 교과과정을 배운 뒤 영어로 복습하는 방식이다>
숭실大 영어영문학부의 박준언 교수는 영훈초등학교의 실험적 영어 프로그램의 자문위원 자격으로 현장에서 아이들의 변화를 관찰한 결과를 이렇게 말한다.
『내가 당시 수업과정을 보고 놀라워했던 점 중의 하나는 학생들이 우리나라 대학생들도 어려워하는 단어를 별 어려움 없이 구사한다는 점이었다.
한 예로, 수학시간의 경우 학습에 필요한 개념 용어들이 어려운 영어단어들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큰 불편 없이 부차적으로 관련 어휘를 영어로 학습하고 있었다. 이 점은 몰입식 교육에서 외국어 학습이 교과목 학습을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학습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구체적인 증거이다』
이미 영훈초등학교가 실시하고 있는 영어 몰입교육의 효과는 국내외에서 충분히 검증되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이는 시장의 움직임을 보면 알 수 있다. 조금 발빠르게 움직이는 사립초등학교들은 영훈초등학교를 벤치마킹해서 영어 몰입교육을 도입하고 있다.
시장은 혁신 결과를 지시나 감독하지 않더라도 확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혁신을 원한다면 우리는 시장에서 활발한 실험이 이루어지도록 적극적으로 고무할 필요가 있다.
교육 당국이 모든 것을 독점한 상태에서 전지전능함을 가정하고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고 지시해서 어느 것 하나 성공한 경우는 없다. 제조업이건 교육이건 간에 官(관)의 개입이 과도하면 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나마 실시되고 있는 실험조차 관계당국이 개입해서 『형평성에 맞지 않으므로 다른 公立(공립)학교와 보조를 맞추라』고 지시한다면 사라지고 말 것이다.
서울의 4개 공립초등학교 이외에 이대부속·경기초등학교·우촌초등학교·청원초등학교 등 여러 사립 초등학교들이 영어 몰입교육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서 실시하고 있다.
영어 몰입교육 실시하는 삼육학교는 학생수 증가
지방에서는 충남 홍성군의 사립초등학교인 서해삼육초등학교에서 영어 몰입교육을 도입해 호평을 받고 있다. 이 학교는 정원 20명도 채우기 힘들었는데, 영어 몰입교육을 실시하고 난 다음부터는 주변 공립학교에서 20여 명의 학생들이 전학 왔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영어 몰입교육에 대한 수요가 존재함을 확인시켜 준다. 학부모들은 유학을 가지 않더라도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영어 몰입교육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離農(이농)현상의 가속화와 도시인구 집중화 현상에도 불구하고 영어 몰입교육을 실시하는 삼육학교의 초·중·고교의 학생 수는 전국적으로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전·광주·춘천 등 전국 주요 도시의 10개 삼육초등학교에서는 학생수가 2005년 대비 192명 늘어 5.8%의 신장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삼육계열의 8개 중학교는 전년도에 비해 238명이 늘어 10.5%가 증가했다. 고등학교의 경우는 전국 7개 삼육학교에서 전체적으로 90명의 학생이 늘어 3.4%의 증가를 기록했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골고루 학생수가 증가한 이유로는 영어 몰입교육, 외국어교육강화 그리고 1人 1악기 교육을 통한 人性(인성) 교육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특히 이 가운데 영어 몰입교육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국제中 설립 둘러싼 힘겨루기
현재 학생들 중에서 이같은 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들이 너무 제한되어 있다. 때문에 영어 몰입교육을 선택할 수 있도록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문호를 대폭 허용하는 일이 필요하다.
근래에 국제중학교 설립을 둘러싸고 힘겨루기 양상이 벌어진 적이 있다. 결국 영훈학원을 포함한 몇 개 재단이 국제중학교 설립을 스스로 포기했다. 이 때문에 초등학교에서 받은 영어 몰입교육이 중학교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현행 제도下에서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조기유학을 가거나 외국인 학교를 가는 것이다. 아니면 몇 년 정도 일반 중학교를 갔다가 문호가 좁은 외국어高나 국제高에 입학하는 일이다.
아마 영어 몰입교육 도입을 자율화하고, 受益者(수익자) 부담 원칙을 적용하게 되면, 기존의 사립학교 가운데도 많은 학교들이 이런 움직임에 동참하게 될 것이다.
국제중학교나 국제고등학교처럼 전면적인 영어 몰입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학교가 허용되어야 하겠지만, 이런 교육의 수혜자들은 결국 수적으로 제한될 수 밖에 없다.
전면적인 영어 몰입교육이 아니더라도 부분적으로 이런 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기존의 사립학교를 중심으로 제도적인 여건을 조성해 주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교육 기회의 형평이나 평등과 같은 논리가 우세하게 되면, 이런 조치들은 불가능할 것이다. 형평 논리 때문에 우리가 영어교육 정책의 방향을 선회하지 못한다면, 결과는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서 철두철미하게 교육 기회가 결정되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다.
여력이 있는 사람들은 굳이 국내의 제도 변화를 기다리지 않고 바깥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역설적인 점은 평등을 추구하는 정책이 오히려 불평등을 더욱 높이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것이다.
경험으로나 이론으로 미루어 보면 10代의 중반기를 넘어서면 언어 능력의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일주일에 몇 시간씩 초등학교 1학년이나 2학년부터 영어를 배운다고 해서 영어를 잘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영어에 노출되는 절대적인 시간을 10代의 전반부에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어린 시절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언어에 노출되는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느냐이다.
영어교육 체제의 전환 필요
학교에서 집중적으로 영어에 대한 노출을 증가시킬 수 있는 국제중학교나 국제高校는 최상의 환경이다. 그러나 모든 학생들에게 그런 기회를 제공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기존의 사립 초등학교나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영어 몰입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영어교육의 정책 방향을 선회하는 일이라고 본다.
우리와 북한을 비교할 때마다 체제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대다수 사람들은 동의할 것이다. 영어교육 역시 체제라는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 많은 시간과 막대한 돈을 투자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성인이 되고 난 다음에도 대다수 사람들이 불이익을 오랫동안 감수해야 한다면, 그것은 영어교육을 규율하는 체제에 주목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별도의 영어 과목으로 영어교육을 지속하는 한, 우리 세대보다 더 나아지긴 하겠지만 아이들 세대 역시 대다수가 평생 동안 영어 핸디캡에서 오는 불이익을 감수하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현재의 영어교육을 담당하는 사람들이나 나라의 일을 맡은 사람들의 미래를 내다보는 결단이 필요하다. 우리 세대에는 큰 이득이 없더라도 한 세대나 두 세대 앞을 내다보고 영어교육 정책에서 큰 방향 선회가 필요한 시점이다. 영어를 물려주는 것은 또 다른 모습의 자유를 주는 것이다. 날로 치열해지는 글로벌 세계에서 우리 아이들이 더욱 자유롭게 날 수 있도록 우리 세대가 도와주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