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在甲
1948년 충북 청주 출생. 경기高·서울大 의대 졸업. 서울대병원 전임강사, 미국 국립암연구소 연구원, 서울大 암연구소 소장 역임. 現 서울大 의대 교수, 국립암센터 원장, 재단법인국립암센터발전기금 이사장, 대한암협회 이사, 대한암학회 이사장, 한국세포주연구재단 이사장.
1948년 충북 청주 출생. 경기高·서울大 의대 졸업. 서울대병원 전임강사, 미국 국립암연구소 연구원, 서울大 암연구소 소장 역임. 現 서울大 의대 교수, 국립암센터 원장, 재단법인국립암센터발전기금 이사장, 대한암협회 이사, 대한암학회 이사장, 한국세포주연구재단 이사장.
『아휴~ 어디 자세히 보나요. 그냥 물 내려 버리지…』(환자)
『평소에 便이 묽진 않았습니까』
『묽다가 딱딱하다… 왔다 갔다 했어요』
지난 6월27일 월요일 국립암센터(경기도 고양시 일산 소재).
이날 대장암센터는 평소보다 두 배는 더 붐볐다. 大腸癌(대장암)의 권위자인 국립암센터 朴在甲(박재갑·57) 원장이 진료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朴원장은 大腸癌 환자들이 가장 수술을 받고 싶어 하는 베스트 닥터로 늘 뽑힌다.
大腸癌 중에서도 항문과 가까운 곳에 생기는 直腸癌(직장암)을 수술하면서 항문을 보존하는 수술을 잘 하기로 유명하다.
국립암센터에는 朴원장에게 수술받으려는 大腸癌 환자들이 전국에서 몰려온다. 朴원장은 국립암센터에서 일주일에 하루 외래진료를 하고 있다.
40代 남성 환자는 朴원장에게 진료받는 것이 안심되어서인지 이런저런 얘기들을 부담없이 털어놓는 모습이다.
그는 두통이 생기고 어지러워서 내과를 찾았다가 「大腸癌 3기」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는 『평소 혈변을 누지 않았다』면서 『大腸癌에 걸렸는데 왜 대변에 피가 섞여서 나오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朴원장은 『大腸癌은 위치에 따라 초기 증세가 다르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선생님께선 大腸이 시작되는 부위에 종양이 생겼습니다. 만약에 항문 쪽에 종양이 생겼다면 피가 났을 거예요. 大腸이 기니까 항문까지 내려오면서 便에 섞여 버렸어요. 아마 중간중간 검은색 便이었을 겁니다』
朴원장은 기자에게 『환자는 붉은색 혈변이 없었다는 사실에 방심했고, 소량의 피가 자꾸 몸 밖으로 빠져나와 빈혈이 생겼다』면서 『건강을 위해서 자기 便을 가끔씩 체크해야 한다』고 했다.
사람의 키가 크든 작든 大腸은 대개 1.5m 정도의 길이다.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을 「九折羊腸(구절양장)」이라며 양의 내장에 비유하는데 사람의 대장도 비슷하게 생겼다. 1.5m 길이의 긴 大腸이 한 뼘 뱃속에 포개져 있다.
朴원장은 『大腸은 크게 結腸(결장)과 直腸(직장)으로 나뉜다』면서 인체가 便을 만들어내는 메커니즘을 설명했다.
『大腸이 시작되는 부위에선 便이 묽은 곤죽 상태입니다. 밑으로 내려오면서 수분이 흡수되기 때문에 굳어지는 거죠. 주로 結腸에서 수분을 흡수합니다.
直腸은 便을 밀어 내는 역할을 합니다. 直腸에 便이 내려오면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입에서 항문까지 24~48시간 정도가 걸립니다. 화장실 가는 습관이 규칙적이어야 합니다. 될 수 있으면 뱃속에 便을 적게 가지고 있는 게 좋아요.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보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잘 먹고 잘 눠야 건강해져요』
朴원장은 『便 얘기가 좀 지저분하게 느껴지더라도 大腸癌 얘기를 하려면 便 얘기를 길게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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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朴在甲 원장은 대장암 수술만 4000여 회 했다. 朴원장의 수술 집도 장면(사진 왼쪽). |
『황금색이 제일 건강해요. 새까맣게 되는 便은 다 이유가 있어요. 便을 검게 하는 식사를 했거나 便을 검게 만드는 약을 먹은 경우입니다. 그 외에는 모두 황금색입니다.
굵기가 일정한 것이 건강한 便입니다. 便의 굵기가 가늘어졌다면 大腸의 어딘가에 혹이 생겨서 통로가 좁아져 있다는 얘기입니다. 혹이 항문 가까운 곳에 생길수록 便이 가늘어지는 경우가 흔해요. 大腸이 좁아진데다가 변비 때문에 굳어 버리면 便이 아예 안 나올 수 있어요』
朴원장은 『간혹 노인들이 복부 수술한 적도 없는데 便을 못 봐서 병원에 오면 大腸癌을 의심한다』고 했다.
大腸에 종양이 생겼다고 무조건 변이 가늘어지지는 않는다고 한다.
朴원장은 『大腸 초반부에 종양이 생기면 가늘어지고 말고가 없다』고 했다.
小腸(소장)에서 大腸으로 소화된 음식물이 막 내려올 때에는 묽은 곤죽 같은 상태이기 때문에 종양이 생겼다고 해도 便의 굵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大腸 위쪽에 종양이 생기면 마음대로 자라겠군요.
『그렇죠. 便이 물처럼 돼 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자랄 수 있어요. 물렁물렁한 혹이 큼직하게 자라는 거죠』
―그럴 경우에는 癌이 늦게 발견되겠어요.
『맞아요. 혹이 커질 때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어요. 아까 그 환자처럼 출혈이 돼도 便에 섞여서 잘 몰라요. 적혈구가 그렇게 많이 빠져나가도록 모르고 사는 거죠. 나중엔 빈혈이 와서 알게 됩니다』
便이 굳어지는 쪽에 종양이 생길 경우에는 大腸의 통로가 좁아지고, 급기야 변을 볼 수 없게 된다고 한다.
『大腸癌을 만드는 세포는 점액질을 분비합니다. 便에서 코 같은 점액질이 자꾸 묻어 나오면 大腸癌을 의심해야 합니다』
大腸에는 500여 종이 넘는 세균이 살고 있다. 균이 모두 우리 몸에 해로운 것만은 아니다. 세균들 중에 유산균이 중요한 몫을 차지하는데 배탈이 나거나 설사가 날 땐 몸에 이로운 세균보다 잡균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을 때다.
대장균은 음식물 찌거기를 분해하여 비타민 B, 비타민 K, 아미노산 등을 몸에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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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종(폴립)은 대장점막에 있는 양성 혹이다. 대장암의 80%가 용종에서 시작된다. 대장용종은 대장내시경으로 간편하게 제거할 수 있다. |
『直腸에 癌이 생겼을 땐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변의가 자꾸 느껴져요. 直腸은 便이 내려오면 밀어 내는 기능을 하잖아요. 종양이 생기면 便이 들어 있는 것같이 묵직하게 느낄 것 아닙니까? 변의를 느껴서 화장실에 갔는데 便이 나오질 않고 묵직하게만 느껴진다면 直腸癌을 의심할 수 있어요』
―便이 굵어야 건강합니까.
『그렇죠. 便이 굵다는 것은 腸 내에 便의 흐름을 막는 혹이 없는 겁니다. 또 굵으면 나쁜 물질이 들어가도 희석이 됩니다. 양이 많으면 자꾸 밖으로 내보내니까 大腸 안쪽의 세포들이 便 속의 발암물질과 접촉할 시간이 적어져요. 便을 몸에 가지지 않으면 腸이 건강해져요』
―술을 마시면 왜 설사를 하나요.
『술을 마시면 흡수된 알코올이 小腸과 大腸의 운동을 자극하기 때문에 설사가 납니다. 특히 과민성 대장증후군 환자들은 술을 마시면 설사가 더 악화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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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술로 잘라낸 대장암 덩어리. 결장암 3기다. |
朴원장은 『변비가 있을 경우 대변 내의 발암물질들이 大腸의 점막을 접촉할 시간이 늘어난다』며 『대변은 하루에 한 번이 아니더라도 규칙적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大腸癌에 걸리면 방귀 냄새가 고약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별로 상관이 없어요. 방귀 냄새는 뭘 먹었는지에 따라서 달라요. 또 변비 때문에 大腸이 꽉 막혀 있으면 가스가 더 많아져서 냄새가 고약할 수 있어요』
방귀는 음식물이 腸內 세균에 의해 발효되면서 발생한다. 여기에는 질소·산소·이산화탄소·메탄가스 등 400여 종의 성분이 있다. 방귀 소리가 유독 큰 사람은 「直腸과 항문이 건강하다」는 뜻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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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 생기는 만성염증이다. 주로 알코올, 맵고 짠 음식, 기름진 음식, 카페인 등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
朴원장은 『서구화된 식생활이 大腸癌의 高위험인자』라면서 『高지방·低섬유소 식사와 설탕·커피·알코올·담배 등이 위험인자』라고 했다.
『담배를 많이 피우면 폴립(용종)이 많이 생겨요. 大腸癌의 80~90%는 용종에서 시작돼요. 담배를 피우면서 술까지 마시면 발암물질이 더 잘 흡수돼 수십 배 더 나쁩니다. 특히 뚱뚱한데다 술·담배까지 많이 하면 폴립이 많아져요』
용종은 大腸 점막에서 발생한 양성 혹이다. 하지만 그대로 두면 大腸癌으로 발전한다.
―용종이 癌으로 되는 데는 시간이 얼마나 소요되나요.
『평균 5~10년 걸립니다. 유전성 癌인 경우 속도가 빨라져요. 일반인은 大腸 내시경을 5년마다 받도록 권해요. 大腸癌 가족력이 있으면 최소한 2년에 한 번은 받아야 해요』
―비만하거나 당뇨가 있는 사람이 大腸癌에 잘 걸린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뚱뚱하면 당뇨병·고혈압·고요산혈증·담석증이 잘 걸립니다. 뚱뚱한 사람이 마른 사람보다 乳房癌(유방암)과 大腸癌에 걸릴 확률이 1~2배 높습니다.
―大腸癌이 유전되나요.
『전체 大腸癌 환자 중에 5~10%가 유전입니다. 癌은 유전자의 질환이고, 유전자가 고장 나서 걸립니다. 집안에 내력이 있으면 癌 발생 위험이 몇 배 올라가요. 젊은 사람이 大腸癌에 걸렸다면 유전일 가능성이 있어요. 부모로부터 결함이 있는 유전자를 이어받은 거죠. 집안 내력이 있으면 젊을 때부터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결국 아무리 웰빙 식단으로 식이섬유와 무공해 음식, 재래식 음식을 먹는다고 해도 유전적 요인이 있으면 大腸癌에 걸릴 수 있고, 태어날 때부터 잘못된 유전자를 갖는 경우에는 20~30代에 大腸癌이 발병할 수 있다고 한다.
―「유전성 癌」이라고 결론지으려면 가족 중 몇 명 정도가 大腸癌에 걸려야 합니까.
『세 명 이상입니다. 할아버지, 아버지, 고모, 나… 이 정도라면 유전성 癌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朴원장은 15년 전 유전적 요인에 의한 大腸癌 연구를 위해 서울大 의대 癌연구소에 「한국 유전성 종양등록소」를 열었다. 가족 중에 특정 癌 환자가 세 명 이상일 경우 유전자 검사를 해서 癌을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가족 중에 癌 환자가 여러 명 있어서 「유전이 아닐까」 의심되면 오게 했어요. 가계도를 그려 보고 유전자 검사를 했죠. 단, 이 실험을 하려면 집안에 癌 환자가 생존해 있어야 합니다. 癌 환자의 혈액으로 해당 유전자를 검사해야 하거든요』
朴원장은 『유전자 이상이 확인되면 앞으로 언제쯤 癌이 발생할 것인지 예측할 수 있다』고 했다. 시험관 아기나 태아의 유전자 이상은 확인할 수 있지만, 윤리적인 문제 때문에 시도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大腸癌 검사에는 「대장 조영검사」, 「대장 내시경 검사」, 「암태아성 항원(CEA) 검사」, 「분변 잠혈 검사」, 「직장 수지검사」 등이 있다. 大腸癌의 35%는 의사가 환자의 항문에 손가락을 넣어서 만져 보는 검사만으로 진단이 가능하다.
최근 종합검진 때 「대장 내시경 검사」를 선택항목으로 넣은 병원들이 많다. 朴원장은 『비싼 돈 내고 종합검진을 받는 것이니만큼, 40代 이상은 大腸癌 검사를 꼭 챙겨서 하라』고 당부했다.
朴원장은 『大腸癌은 다른 癌에 비해 예후가 좋다』며 『4기 환자도 수술할 수 있다』고 했다.
『大腸癌은 수술 효과가 좋아요. 大腸癌은 소화기관에 생기는 癌 중에 가장 양반입니다. 大腸은 다 잘라 내도 사는 데 지장 없거든요. 癌의 病期(병기)는 깊이로 얘기해요. 癌세포가 얼마나 뚫고 들어갔느냐는 거죠. 림프절까지 갔으면 3기입니다. 大腸癌은 肝에 잘 퍼져요. 大腸의 혈관이 肝을 거치기 때문이죠. 肝에 가면 4기입니다. 大腸癌의 경우에는 肝으로 전이가 돼도 전이된 肝 부위를 잘라 내 완치할 수 있습니다』
大腸癌 환자들의 5년 생존율은 1기가 91%, 2기가 81%, 3기가 58%, 4기가 19% 이하다. 조기에 발견하면 사는 데 큰 지장 없을 정도로 치료 효과가 높다.
朴원장은 『1~2기에는 항암제를 사용하지 않는다』면서 『림프절까지 전이된 3~4기라야 항암제를 사용한다』고 했다.
―大腸癌은 방사선치료 효과가 뛰어나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大腸癌 중에서도 直腸癌에서 방사선치료를 해요. 直腸은 항문에서부터 안으로 15cm까지입니다. 直腸 위쪽에 생긴 結腸癌은 대부분 癌이 전신으로 퍼져서 죽게 됩니다. 結腸癌은 방사선 치료를 하지 않습니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大腸癌 수술을 받은 환자의 상당수가 항문 기능을 잃어서 대변을 몸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복부에 腸 출구를 뚫어야 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인공 항문을 만드는 환자가 드물어요. 항문 괄약근까지 癌세포가 뚫고 들어갔다면 모를까, 거의 항문을 살려요. 1990년 전에는 항문에서 5cm 이내에 癌세포가 생겨 수술할 경우에는 항문을 살리기 힘들었어요. 요즘은 항문에서 3~5cm라도 살려 내요. 대장암 수술을 받은 환자의 90%가 자기 항문을 가질 수 있게 된 거죠』
朴원장은 『大腸癌도 다른 癌과 마찬가지로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조기 大腸癌은 항문을 통해 손쉽게 제거할 수 있다고 했다.
『요즘은 평균 2.5기에 병원에 와요. 大腸癌은 수술 후 5년 안에 재발하지 않으면 건강하게 살 수 있어요. 하지만 용종(폴립)이 다시 생길 수 있으므로 잘라 내고 남은 大腸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전문의들은 腸을 건강하게 하고 癌을 예방하려면 감자·당근·우엉·연근 등의 녹황색 채소를 많이 먹고, 동물성 지방 섭취를 줄이고, 운동을 하라고 권고한다.
朴원장은 『大腸癌을 예방하려면 육류보다 생선을,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고, 많이 걸어 복부에 자극을 줘야 한다』고 했다.
―야채와 과일이 大腸癌 예방에 많이 보탬이 되는 건가요.
『그럼요. 과일과 야채, 식이섬유에는 잠재적인 항암물질인 비타민 C, 엽산, 플라보노이드 등이 들어 있어 癌을 예방하죠』
美 국립암연구소(NCI)은 2002년부터 癌과 성인병을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야채와 과일을 더 많이, 더 자주 섭취하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미국 국민의 참여율이 36%에 달한다고 한다.
―「매주 소주를 두 병씩 마시면 大腸癌에 걸릴 위험이 7배 높아진다」는 연구가 나왔던데요.
『서양인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입니다. 하루 알코올을 30~40mg 섭취하면 大腸癌 위험이 1.2배, 45mg 섭취하면 1.4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습니다. 알코올의 산화물질인 「아세트알데하이드」가 大腸癌을 일으키는 데 관여하기 때문입니다』
朴원장은 『신문·잡지·인터넷에 나오는 癌 예방 식품을 盲信(맹신)해서는 안 된다』면서 『특히 한국 사람들은 저명한 학술지에 발표됐다고 하면 「혹」하기 십상인데, 연구란 실험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아직까지 그 어떤 식품도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을 통해 大腸癌 발생을 감소시켰다는 명확한 결론이 내려진 건 없다』는 얘기였다.
『기분이 괜찮은가요』(의사)
『네, 조금 떨려요』(환자)
『자… 어디 한번 봅시다』(의사)
국립암센터 대장암센터 병동. 朴원장의 회진이 시작됐다. 直腸癌 수술을 앞두고 있는 50代 남성 환자 앞에 섰다. 朴원장이 『한번 봅시다』라는 말이 떨어지자 옆에 서 있던 간호사가 잽싸게 병상 커튼을 쳤다. 朴원장은 간호사가 건네주는 고무장갑을 끼고 젤리를 바른 뒤에 환자의 항문 속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그리곤 이렇게 말했다.
『걱정 안 하셔도 되겠어요. 수술하면 깨끗하게 제거돼요. 쉰다고 생각하시고 편안하게 계세요. 좀 있다가 출근하실 수 있겠습니다』
대장암센터 병동 환자들은 朴원장의 말 한마디에 一喜一悲(일희일비)했다.
朴원장은 이날 하루 두 시간 동안 70여명의 환자를 만난다. 하루 종일 80여 명을 진료하는 의사들이 환자들로부터 「5분 의사」라는 원성을 듣고 있다는데, 朴원장은 「1분 의사」도 못 되는 셈이다.
그런데도 朴원장은 환자들에게 인기 있고, 존경받는 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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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朴在甲 원장은 서울大 의대 시절, 축구부에서 활약했다(뒷줄 맨 오른쪽). |
『朴在甲 원장은 흔쾌·통쾌·명쾌하십니다. 1분만 만나더라도 희망적인 확신이 생겨요. 癌 환자들은 의사의 말 한 마디에 生의 끈을 놓아 버릴 수 있거든요. 朴원장님과 얘기하면 명쾌한 답을 얻을 수 있어요.
저는 5년 전, 大腸癌 2기였어요. 朴원장님이 절망에 빠져 있는 저에게 「오래 사실 겁니다. 癌에 한 번 걸려 보셨으니 大腸 관리를 남들보다 더 잘 하실 수 있겠지요」라고 했습니다. 朴원장님을 만나고 「癌을 이길 수 있겠다」는 자신이 생겼어요』
「癌이 언제쯤 정복되겠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朴원장은 『癌은 지금도 정복됐다』고 잘라 말했다.
『癌은 사실상 정복됐어요. 담배만 안 피워도 癌으로 인한 사망이 30%는 줄어요. 우리나라에서 肝癌 사망이 전체 癌의 17%를 차지합니다. 70%가 간염 백신으로 예방됩니다.
담배 안 피우고 간염 백신 주사 맞으면 우리나라 癌 사망의 42%가 예방된다는 얘기입니다. 나머지 위암·대장암·유방암·자궁경부암 등은 조기에 진단하면 90% 이상 살려 내요. 癌이 진행됐다고 해도 50% 이상 고칠 수 있습니다. 이래저래 癌 환자의 85%가 예방과 극복이 된다는 결론입니다. 10 중에 8, 9라면 다 된 거 아닙니까?』
그의 말을 종합하면 별 다른 증세가 없을 때 검진하고, 肝을 관리하고, 담배 안 피우면 癌이 예방되고 극복된다는 얘기였다. 그는 『癌은 대책이 있고 극복이 가능한 질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금까지 암수술은 몇 차례나 하셨나요.
『5400회 이상 했어요. 大腸癌만 4300여 회 했어요. 요즘은 한 해에 350여 명의 大腸癌 환자를 수술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나요.
『고인이 된 가수 吉恩貞(길은정)씨입니다. 直腸癌 3기에 찾아 왔어요. 젊은 사람이 왜 그렇게 항문 근처에 종양이 크도록 방치했는지 너무 안타까웠어요. 항문을 살려 주려고 했지만 괄약근까지 퍼져서 결국 인공 항문을 만들었죠』
―3기라면 5년 생존율이 50% 이상이고, 생명에 지장 없이 살아갈 수 있지 않나요.
『수술한 병원에 계속 다니면서 체크를 했으면…. 약을 제대로 쓰면서 방사선치료를 받아야 했는데, 수술을 하고 나서 저에게 오질 않았어요. 의사 입장에서 특정 연예인에게 전화해서 자꾸 오라고 할 수 없잖아요』
―「길은정씨는 수술 후에 여성성을 잃었다」는 내용의 기사가 있던데.
『그렇지 않아요. 자궁에는 문제가 없었어요. 부부관계를 못 할 상황은 아니었어요. 수술하고 방사선치료를 조금 받았는데 그때 갈등이 시작된 것 같아요. 방사선 치료 받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텐데…』
―大腸癌을 전공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처음에는 서울大 외과학 교실에서 胃癌을 담당했어요. 「大腸癌을 담당할 사람이 없다」고 해서 시작했죠. 1980년대에 미국에 공부하러 갔다 와서 大腸만 했어요. 그러다가 1993년부터 大腸癌만 치료하게 됐어요』
1980년대 후반에는 大腸癌 환자가 많지 않았다.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육류 중심의 식생활이 자리 잡으면서 大腸癌 환자가 급증했다.
서울大 의대 선후배들은 朴원장을 「불도저」라고 부른다. 한번 마음먹으면 정면 돌파로 난관을 돌파한다. 국립암센터 건립도 朴원장의 이런 열정으로 성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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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朴在甲 국립암센터 원장 |
마침 저는 미국 국립암연구소에서 연구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였어요. 「우리나라에도 癌만 전문으로 치료하고 연구하는 국립연구소가 있어야 한다」고 얘기를 해줬어요. 미국이 1937년에, 일본이 1962년에 癌센터를 만들었는데 우리나라에도 癌센터를 세울 때가 됐던 거죠』
―국립암센터를 만들기로 한 것은 1989년인데 정작 문을 연 건 2000년이었죠.
『말도 마세요. 국립암센터를 건립하기로 한 1989년부터 국립암센터 법이 통과한 1999년까지 10년 동안 복지부 장관이 열다섯 분이나 바뀌었어요. 보사부 과장 따로, 국장 따로, 언론 따로, 국민 여론 따로…정책이 일관되겠어요? 어떤 언론은 「국립암센터가 국가의 암적 존재」라고까지 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국립암센터 건립이 국가 예산 낭비 사례 1호」라고 했어요.
오죽했으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국립암센터·국립의료원·국민건강보험공단 을 통합하는 법을 만들겠다」고 나섰겠어요. 제가 「국립암센터에는 우수인력이 필요하다. 일반 의료기구하고 뒤섞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고 설득했어요. 억울해서 엉엉 울고 싶었던 시절이었어요. 그 우여곡절 끝에 국립암센터가 독립기관으로 출범하게 된 겁니다』
朴원장은 『국립암센터를 세계 일류 암센터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국립암센터는 500병상이다. 세계에서 큰 규모의 다른 암센터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미국의 엠디앤더슨 암센터는 450병상, 메모리얼 슬론-케터링 암센터는 470병상이다.
― 미국의 엠디앤더슨 암센터는 450병상인데 1만2000여 명의 의료진이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에 비해 국립 암센터는 500병상인데 의료인력은 1300여 명으로 10분의 1 수준입니다. 병원 운영은 가능하겠지만, 정작 중요한 癌 연구 분야가 방치되고 있는 것 아닙니까.
『미국은 매년 국가 예산의 0.3%를 국립암연구소의 예산으로 지원합니다.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어요. 우리나라 예산이 1년에 130조원이라면, 국립암센터에 매년 적어도 3900억원을 투자해야 합니다. 올해 국립암센터 예산이 1800억원입니다. 그중 건물 공사비가 500억원입니다』
―국립암센터 의사들이 대부분 젊어 보입니다.
『세계적인 폐암 전문의인 李振洙(이진수) 박사를 미국 엠디앤더슨 암센터에서 영입해 왔고, 방사선 분야엔 미국 미네소타 대학의 曺瓘鎬(조관호) 박사를, 유방암 분야에 미국 텍사스 휴스턴의 노정실 박사를, 소아암 분야에 미국 에모리 대학의 김태형 박사를 영입해 왔어요. 지휘관들이 아주 훌륭한 분들이라 경험 부족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습니다』
―각 분야별로 名醫가 확보됐다는 얘기군요.
『名醫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아요. 名醫는 언론이 만드는 거 아닌가요? 좋은 병원에 있기 때문에 名醫가 될 수 있어요. 만약에 광주가 우리나라 수도라면 광주에 있는 대학병원 의사들이 대부분 名醫가 되었을 겁니다. 수도권이란 프리미엄이 붙었을 뿐입니다 名醫란 말이 의료계를 왜곡시킬 수 있습니다』
―조금 전, 국립암센터에서 세계적인 名醫를 영입했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건 달라요. 그저 이름난 의사가 아닙니다. 해당분야 치료에서 세계적인 수준을 인정받은 분들이에요. 세계적인 암센터에서 실력을 쌓은 우수한 베스트 닥터들입니다. 癌 치료는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치료가 있습니다. 수술 분야를 제가 맡고, 방사선치료 분야를 曺瓘鎬 박사가, 항암치료 분야를 李振洙 박사가 맡고 있습니다』
朴원장은 『정부가 「東北亞 허브」를 외치는데 의료계가 東北亞 허브가 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했다. 중국은 몇 년 전부터 병원경영에 시장경제를 도입했다. 중국의 암센터는 환자에게 받은 돈으로 시설을 투자하고 첨단 장비를 사 들이고 있다.
朴원장은 의료혜택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의료보험료를 자기 총수입의 8% 수준까지 4% 포인트 더 인상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들은 한국의 의료보험비가 대만·일본·미국의 3분의 1에서 2분의 1 정도라는 사실을 몰라요. 「보험료를 왜 올리느냐」고 원성만 합니다. 보험료는 다른 나라의 3분의 1에서 2분의 1을 내면서 의료혜택은 선진국 수준을 기대해요. 우리나라 병원들은 지금 주차장과 식당, 영안실 운영비로 먹고삽니다.
현재의 우리나라 의료수가로는 高價장비와 시설투자를 할 수 없어요. 환자를 5분씩 진료해 하루에 100명을 봐도 마진이 없게끔 만들어 놨습니다. 의사는 환자 많아서 혹사당하고, 병원은 병원대로 마진이 없고, 환자는 환자대로 의사한테 불만이 커집니다』
―의료보험료를 얼마나 올려야 합니까.
『1% 포인트만 더 내면 3조~4조원이 더 모입니다. 3조5000억원이면 癌 수술을 다 보험으로 보장해 줄 수 있어요. 1% 포인트 더 내서 중증 질환을, 1% 포인트 더 내서 18세 미만 미성년자 보장을, 1% 더 내서 치매 등 노인성 질환을 보장받자는 겁니다』
―정부가 그렇게 하자고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요.
『설득 못 하면 그게 다 국민들의 피해로 돌아가요. 의사가 항암제를 처방했는데 정부가 삭감했어요. 노인들은 허약하기 때문에 항암제를 10mg씩 일주일 먹지 않고 7mg씩 열흘 먹도록 처방했습니다. 정부가 「3일 더 길게 처방했다」고 삭감해 버립니다. 보험재정이 부족하니까 안 주는 쪽으로 심사를 하는 겁니다. 의료계는 의료계대로 불만이고 환자는 환자대로 힘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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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朴在甲 원장은 매일 한 차례 대장암센터를 회진한다. |
『집안 생활이 윤택했어요. 아이들이 등록금이 없어서, 학용품이 없어서 울면서 학교 가던 시절에 저는 울고 간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5남매의 막내여서 아버지와 형들이 따뜻하게 보살펴주셨어요. 처음 서울大 의대에 떨어지고 2지망이던 식물과에 합격했어요. 전 대충 다니려고 했어요. 그런데 아버지가 「세상이 바뀌어도 기술이 있어야 먹고 산다」고 하시면서 「배곯지 않으려면 의사가 되라」고 하셨어요』
―외과를 전공하신 이유라도.
『창피한 얘기라서…(웃음), 막상 전공을 선택하려니 막막했어요. 형이 「누가 샴페인 먹냐? 막걸리 마시고 소주 마시지. 특이한 것 하지 말고 흔한 것 해라」고 하더군요. 외과를 선택한 이유입니다. 병원을 개업하려고 땅 보러 다니기도 했어요(웃음)』
말은 이렇게 했지만 朴원장은 서울大 의대 교수가 되자마자 1981년부터 「세포주」 연구에 매진했다. 1987년에 「한국세포주 은행」을 개설해 생명공학발전의 기초를 다졌다.
「세포주」란 말 그대로 살아 있는 세포를 말한다. 의학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하기 전에 살아 있는 세포에서 실험을 하는데, 이때 쓰이는 것이 세포주이다. 살아 있는 세포를 이용해서 각종 반응실험을 하게 된다. 의학계에서는 朴원장이 개설한 세포주 은행이 한국의 유전자 연구와 항암제 개발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시멘트가 첨단이 아니잖아요. 세포주 연구 역시 첨단이 아닙니다. 하지만 생명과학 연구에 기반이 되는 중요한 분야입니다. 「항암제가 잘 듣나 안 듣나」를 살아 있는 사람 세포로 실험해야 하거든요. 제 실험실에 있는 胃癌 세포주가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어요. 우리나라 연구원들은 한국에 세포주 은행이 있어서 외국에서 세포주를 비싸게 사 올 필요가 없어요』
朴원장은 국립암센터 원장 취임 직후 「담배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禁煙 운동 수준이 아니라 「담배 판매 금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국회에 「담배 제조 및 매매 등의 금지에 관한법률 입법 청원」을 추진했다. 175명의 의원들이 찬성 서명을 했다.
『담배는 독성 발암물질입니다. 마약의 일종이에요. 담배연기 속에는 청산가스·비소·페놀 등 69종의 발암물질과 4000여가지의 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어요. 하루에 소중한 우리 국민 130여 명이 담배 관련 질병으로 사망합니다. 일년이면 4만9000여 명입니다. 국민에게 각종 질병을 일으켜서 사망케 하는 담배를 하루빨리 없애야 합니다』
―담배로 먹고살던 이들은 어떡하라고요.
『대책을 세워야죠. 제 청원이 입법화되면 1년 후부터는 임산부에게 판매가 금지되고, 10년 후부터는 담배 제조와 매매가 금지됩니다. 그 기간에 담배 경작 농가들의 소득보전 대책을 마련해 줘야 하고, 담배 소매상들에게 대체 수입원을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담배에 부과해 온 지방세를 대체할 수 있는 稅源(세원)을 마련해야 합니다』
朴원장은 인터뷰를 마치면서 이런 하소연을 했다. 그의 격정적인 이야기가 한참동안 이어졌다.
『언론이 제발 의사 욕 좀 그만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1분30초」 진료하는 욕먹는 의사 아닙니까. 얼마나 불쌍한지 아십니까? 환자 들어오면 장갑 끼고 젤리 바르고 항문에다 손 넣다 빼고서 노트에 적으면 딱 1분30초입니다. 1분30초 동안 항문도 봐야 하고, 환자 밑도 닦아 줘야 하고, 노트에 적어야 합니다. 전들 1분30초 진료를 하고 싶겠습니까?
이것을 누가 바로잡아야겠습니까? 정치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정치가들은 선거철만 되면 선심공약을 남발합니다. 의료혜택에 대해 장밋빛 공약만 해놓는 겁니다. 하지만 그 혜택을 뒷받침할 재원은 마련했습니까?
제가 국립암센터 원장하는 동안에 보사부 장관이 일곱 번 바뀌었어요. 정부가 이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이제 언론이 나서야 할 때입니다. 癌이 우리나라 국민의 사망 원인 1위 아닙니까. 언론이 나서서 癌 공포 없애고, 癌 검사하라고 해야 합니다. 또 반쪽짜리 의료혜택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月刊朝鮮이 癌 정복에 앞장서 주니 정말 든든합니다』●
















































